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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책을 읽는 멸종 직전의 지구인을 위한 단 한 권의 책
조 퀴넌 지음, 이세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책을 좋아하고 아이들의 책까지 다 합쳐 2천권 정도의 책을 읽은 나에게, 이 책의 제목은 단연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이 책은 독서를 좋아하는 한 사람의 논픽션 이야기이다. 책을 좋아한다는 그 주제 하나로 자신의 이야기를 이렇게 두꺼운 페이퍼백의 내용에 쓸 수 있다는 그 사실만으로 저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 책은 독서에 대하여 거의 모든 방면의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 종이책과 전자책 이야기, 한명의 저자에만 꽂혀 매니아가 될 것인가, 책 때문에 현실을 도피하지 않는가, 작가들의 집을 방문해보기, 북클럽, 리뷰쓰기, 책의 역할, 왜 독서를 하는가, 나라별 책의 특징, 나이에 따른 책에 대한 태도의 변화, 책에 대한 프로젝트 만들어보기등등... 하다못해 독서광의 단점까지 리얼하게 보여준다. 즉 다시말해 독자reader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서술해보는 책인 것 같다.
그 중에서 나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 몇 가지를 쓰고자 한다.
-나는 늘 북클럽에 반감이 들었다.. 토론 참가자들은 만장일치를 원하지만 좋은 책은 만장일치를 요구하지 않는다
-어느 때부터인가 책을 동시에 여러 권 읽는 습관이 들어버렸다. 이 여러군은 금세 불어났고 어느새 너무 많은 책의 독서를 병행하기에 이르렀다.
-책에 대한 프로젝트
1) 소장한 책 다 읽기
2) 두 번 읽은 책은 한번 더 읽기
3) 친한 친구들이 빌려준 책 다 읽기
4) 어느 특정한 해에 좋은 기억으로 남은 책은 한번 더 읽기
5) 분량이 짧은 책만 1년 내내 읽기
6) 도서관에서 눈 감고 집어낸 책만 1년 내내 읽기
7) 내가 싫어하는 책만 1년 읽기
8) 재능을 읽찍 소진한 작가들 책만 1년 읽기
9) 커피 테이블 북을 다 읽기
10) 시작했지만 끝을 못본 장서들 다 읽기
11) 외국어 도서 다읽기
12) 특정한 작은 나라의 책 읽기 예) 아이슬란드
(여기서 나는 8번을 한번 실천해보고 싶다. 참고로, 저자는 이 12가지중 제대로 실천한 것은 없다)
-우리는 대부분 품질을 물신화하는 사람들에게 친숙하다. 그들은 오로지 양서들만 읽고 좋은 영화, 좋은 음악만 듣고, 점잖은 사람들만 만난다. 그들은 이로써 똑똑해진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고 되게 보통 사람들보다 더 비열하고 편견에 찌든 사람이 되는 데다가 소중한 시간을 따분하게 보낼 뿐이다.
- 최근에는 내 소장도서중 표지가 영 아니라서 읽지 않는 책들이 몇권이나 되는지 살펴보았는데 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 책을 읽어서 남들보다 똑똑해질수는 있지만 더 나은 인간을 만들지는 않는다
- 책 정리는 지독히도 괴로웠다. 내 책은 내 삶의 일부, 책들은 훌륭한 병사, 유쾌한 친구였다. 한권 한권이 다 오랜 세월 수차례의 숙청에서 살아남은 책이었다.
- 독서의 단점
독서강박, 삶의 안녕을 해칠 수 있다.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려고 책을 이용할 때도 있었다. 내가 세상을 삐딱하게, 마치 유령의 집을 보듯 보게 된 데에는 책 읽기도 한몫을 했다.
- 나 자신과 책과 맺은 관계는 요즘 젊은 사람들이 비디오게임과 맺는 관계와 유사하다... 나는 분명 도망치고 싶어서 책을 읽었다... 게임으로 시각낭비한다고 야단맞는 청소년들과 비슷하게, 나 역시 더 긴급하게 주의를 쏟을 일이 있는데 책만 붙잡고 있다고 욕먹을 때가 차 많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독서를 좋아하는 나의 모습을 많이 되돌아보았다. 나의 기독교 신앙관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던 AJ크로닌의 ‘천국의 열쇠’, 책을 덮고 난후 속에서 나는 감동과 열정으로 나를 집밖에 뛰쳐나와 비를 맞고 서있게 했던 ‘태백산맥’과 ‘아리랑’, 나의 보물 1호인 NIV성경, 대학1학년때 학교도서관의 모든 책을 다 읽고 말거라는 허황된 목표, 2천권의 책들로 가득찼던 우리집, 책을 빨리 읽는 나를 위해서 헌책방에 돈을 맡겨두고 읽고 싶은 책을 좀 천천히 읽으라고 웃으면서 말씀하시던 엄마, 페이퍼북의 촉감과 향이 좋은 나...
이 책은 다음과 같은 사람에게 다음과 같은 이유로 꼭 권하고 싶다.
1) 책(종이책)을 꽤나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 자신의 책에 대한 습관과 태도를 돌아볼 수 있다
2) 자녀들에게 책을 권하고 싶은 부모들에게 - 자녀들이 정말 책을 좋아하게 되었을 때, 어떠한 단점이 생길수있는지를 꼭 아셔야하기에~
3) 작가들에게 - 독자들이 과연 어떠한 생각을 하고 책을 대하는지 알 필요가 있다.
이 책의 제목, 그림, 디자인이 다 마음에 든다~
나 자신과 책과 맺은 관계는 요즘 젊은 사람들이 비디오게임과 맺는 관계와 유사하다... 나는 분명 도망치고 싶어서 책을 읽었다... 게임으로 시각낭비한다고 야단맞는 청소년들과 비슷하게, 나 역시 더 긴급하게 주의를 쏟을 일이 있는데 책만 붙잡고 있다고 욕먹을 때가 차 많았다.
우리는 대부분 품질을 물신화하는 사람들에게 친숙하다. 그들은 오로지 양서들만 읽고 좋은 영화, 좋은 음악만 듣고, 점잖은 사람들만 만난다. 그들은 이로써 똑똑해진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고 되게 보통 사람들보다 더 비열하고 편견에 찌든 사람이 되는 데다가 소중한 시간을 따분하게 보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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