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주의
J. M. 버거 지음, 김태한 옮김 / 필로소픽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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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이상 한파가 일주일째 불고 있다. 칼바람을 아직 꺼내지 못한 동장군은 당황스럽다. 전국을 덮친 이상 한파는 용산에서 시작되었다. 용산에 독재자가 살고 있다. 독재자는 온종일 권력에 취해 있다. 자야 할 시간에 숙취가 덜 풀린 독재자는 잔뜩 화가 나 있다. 자신을 무시하는 사람들 생각에 구역질한다. 계속되는 구토가 짜증이 난 독재자는 급기야 스스로 독불장군이 되기로 결심한다.

 


적 같은 녀석들이번 기회에 다 싹 잡아들여야겠어.” 

 


밤중에 그는 썩은 권력 찌꺼기를 토하면서 국민에게 호소한다. 국민에게 전하는 글이 적힌 종이 위에 독재자의 머릿속에서 나온 오물이 떨어진다. 더러워진 글은 비상계엄 선포문으로 변한다.



 저는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



2024123, 1038. 용산의 독재자는 자신과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적들에게 선전포고했다. 독불장군이 일으킨 이상 한파는 헌법과 국회, 민주주의, 그리고 모든 사람의 일상을 얼어붙게 했다


광장에 모여서 독재자의 한파에 맞서는 시민들이 있는 반면에 이상 한파가 뜨거워서 좋다는 정치인과 시민들이 있다. 그들은 용산의 독재자를 지지한다. 그리고 독재자가 호명한 적들과 맞서 싸울 태세를 갖춘다자신들이야말로 애국심이 가득한 보수주의자요, 진정한 자유주의자라고 주장한다


독재자의 계엄령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것도,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계엄령은 독재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독재자를 비판하는 국민은 처단’해야 할 적대 세력이 된자유주의민주주의는 독재자를 만나는 순간, 오염된 단어가 된다. 독재자의 손아귀에 들어간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는 엉뚱하게도 좌파와 사회주의에 대항하는 우파의 아군이 된다나와 너’, ‘우리와 그들로 구분 지어서 서로 대립하는 관계를 지향하는 것은 자유주의와 민주주의가 아니다. 그것은 극단주의(extremism)’.


올해 9월에 출간된 극단주의: 카르타고 파괴에서 백인 우월주의까지 극단주의의 본질을 파헤친 간결한 입문서극단주의가 만든 계엄령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책이다이 책은 극단주의를 너무 단순하게 이해하고, 종종 오해하는 문제점에서 출발한다. 대부분 사람은 상식에 벗어날 정도로 한 가지 생각으로 치우친 성향을 극단주의로 인식한다그렇지만 극단주의를 너무 단순하게 접근하면 오용될 수 있다자기 생각과 정체성과 완전히 다른 타인 및 사회 집단을 극단주의로 규정하면 차별을 조장하고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대화가 단절된다. 타인을 극단주의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정작 자신은 극단주의자가 아니라고 믿는다.


역사상 최초의 극단주의자는 기원전 2세기에 활동한 고대 로마의 정치가 카토(Marcus Porcius Cato). 당시 로마는 카르타고와 세 번이나 혈전을 치른 끝에 승리했다. 기고만장한 원로원 의원 카토는 자신의 연설을 마치면 카르타고는 멸망해야 한다(Carthago delenda est)라고 말했다결국 로마는 무장 해제한 카르타고 시민을 무자비하게 학살했다.


극단주의자는 자신의 정체성과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들을 내집단으로 인식한다. 자신이 소속되지 않은 집단은 외집단이다. 내집단과 외집단이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 문제가 없다. 그런데 내집단이 외집단을 으로 인식하는 순간 극단주의가 생긴다. 극단주의에 물든 내집단은 영향력이 줄어들었고, 결속력이 낮아진 외집단을 말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내집단의 모든 구성원이 다 같을 수 없다소수의 구성원은 내집단에 소속되면서도 내집단의 의견에 따르지 않는다. 극단주의 내집단 안에서 외집단으로 분류되는 구성원부적격 내집단이 된다. 극단주의를 거부하는 부적격 내집단은 내집단으로부터 배제될 수 있고, 내집단의 결속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잠재적인 적’이 된.


용산의 독재자는 비상계엄을 선포했을 때 국회의 업무에 제동을 걸고, 국가 예산을 삭감하는 데 앞장선 야당(더불어민주당)을 종북 세력이라고 주장했다. 계엄사령부 포고령에는 의료정책에 반대하여 파업에 참여한 의료인들을 으로 규정했다. 48시간 안에 병원으로 복귀하지 않으면 처단한다고 명시했다용산의 독재자와 그를 지지하는 여당(국민의 힘)은 극단주의 내집단이다. 독재자가 계엄군을 동원해서 처벌하려는 반국가 세력, 즉 야당은 외집단이다. 여당은 독재자가 탄핵당하는 상황을 막으려고 한다여당은 국민을 위한 보수주의 정당이 아니다. 독재자 한 사람을 지키려는 극단주의 내집단이다. ‘국민의 힘이 아니라 극단의 힘이다독재자 탄핵을 찬성하는 여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있는데, 이들은 부적격 내집단이다극단주의자들은 내집단의 결속력이 무너지는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극단주의 내집단은 외집단과의 타협을 거부한다. 극단주의 내집단이 외집단을 적대 세력으로 바라보는 근거는 주관적이다. 그들이 접하는 외집단에 관한 정보의 출처는 정확하지 않으며 대개 부정적인 편견이 섞여 있다.


여당이 극단주의 내집단이라 해서, 야당을 극단주의 내집단에 의해 고통받는 외집단으로 바라본다면, 극단주의의 본질이 흐려진다극단주의를 단순한 기준을 선호하는 이분법으로 접근할 수 없으며 극단주의는 특정 정파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127, 여당 의원들의 집단 투표 거부로 인해 독재자 탄핵소추안 표결이 무산되었다. 당시 투표가 진행되고 있을 때 여당 의원들은 의원 총회에 참석했다고 한다. 야당 의원들은 갑자기 열린 여당의 의원 총회를 지적하면서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여당 의원들이 감금되었다고 주장했다.[주] 근거가 불충분한 견해와 가짜 정보로 외집단(여당)을 비난하는 행위는 외집단을 적대하는 극단주의 내집단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극단주의자는 누구나 될 수 있다. 이 글을 쓰는 나도 예외가 아니다. 인간은 자신이 본 것, 들은 것, 알고 있는 것을 옳다고 생각한다. 모르는 것, 낯선 것,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른 것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한다. 결국 자기 생각과 같은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편안하게 느껴진다. 내 주변에 있는 극단주의자를 비판하기 전에 나도 극단주의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 탄핵소추안 부결 이후에 나온 기사들을 살펴보면 여당 의원 감금설을 발언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치인의 이름이 여러 명으로 나온다. 내가 확인한 이름은 박찬대 원내대표, 한준호 최고위원, 황운하 의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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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24-12-12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담화의 내용도 그렇지만 그걸 녹화로 발표하는 것도 기괴한데 그게 유출되기까지 한 건 정말 너무 황당합니다. 정상이 아니에요 모든 것이...
 
당신의 작업복 이야기 - 차별과 위험으로 박음질된 일터의 옷들
경향신문 작업복 기획팀 지음 / 오월의봄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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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점  ★★★★☆  A




안데르센(Andersen)의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에서 화려한 옷을 좋아할 정도로 사치스러운 왕이 나온다재단사는 왕을 위해 만든 옷이 멍청이의 눈에 보이지 않는 천으로 만들었다면서 거짓말한다왕은 사기꾼 재단사에 속아 벌거벗은 채 백성들이 모여 있는 거리를 행차한다. ‘멍청이가 되고 싶지 않은 신하와 백성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옷을 마치 진짜 있는 것처럼 칭찬하며 감탄한다왕이 위풍당당하게 거리를 걸어가고 있을 때 한 아이가 외친다. “임금님이 아무것도 입지 않았어요벌거벗은 임금님이에요.”


우리 사회는 노동자를 보이지 않는 존재로 취급한다노동자가 일하면서 겪는 차별과 위험성이 주목받지 못한노동자에게 무관심한 세상에 만들어진 작업복은 투명한 옷이다노동자의 몸을 제대로 보호하는 기능이 없는 작업복은 입으나 마나다결국 제대로 만들어진 작업복을 입지 않는 노동자는 일하다가 다치기 쉬운 벌거벗은 사람.



저기서 일하는 노동자는 옷을 입었는데, 

작업복이 아니에요

벌거벗은 노동자예요.” 



경향신문 작업복 기획팀에 소속된 기자들이 벌거벗은 노동자들을 세상에 알렸다. 기자들은 그동안 잘 보이지 않았던 작업복의 열악한 실태를 취재했다. 신문에 연재된 기획 시리즈 <당신은 무슨 옷을 입고 일하시나요?>는 이번에 당신의 작업복 이야기: 차별과 위험으로 박음질된 일터의 옷들이라는 책으로 나왔다.


고용주는 노동자에게 작업복과 안전 장비를 지급해야 한다. 그렇지만 작업복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여전히 많다. 그들은 잘 안 입는 평상복을 가져와서 입거나 직접 작업복을 제작해서 입는다. 어떤 고용주는 예산이 부족해서 품질이 좋은 작업복을 배급할 수 없다고 말한다. 아무나 할 수 없는 힘든 일을 하거나 산업 재해가 일어나기 쉬운 위험한 일터에 일하는 노동자들은 자신이 작업복을 걸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회사가 지급한 작업복의 문제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노동자다. 몸에 맞지 않는 작업복은 일할 때 불편하다. 엉터리 작업복은 일하다가 다칠 수 있는 원인이 된다. 하지만 고용주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귀담아듣지 않는다.


남성 노동자가 많은 일터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는 남성의 신체 치수에 맞춘 작업복을 입는다여성 노동자는 본인의 몸에 맞는 작업복을 만드는 재단사가 된다그들도 벌거벗은 채로 일한다호텔, 은행, 항공사, 백화점 등에서 일하는 서비스업 노동자들이 입는 유니폼은 작업복에 속하지만, 여성 노동자들을 차별하게 만드는 옷이다. 여성 노동자가 몸에 딱 달라붙은 유니폼을 입으면 벌거벗은 여성이 된다. 작업복이라 할 수 없는 옷을 입고 일하는 벌거벗은 여성은 성범죄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외모만 부각하는 유니폼을 입은 여성은 노동자로 대우받지 못한다.


옷과 관련된 영어 속담 중에 ‘Clothes make the man’이라는 말이 있다. 옷이 사람을 만든다라는 뜻이다. 이와 비슷한 우리말 속담은 옷이 날개. 보잘것없는 사람도 멋진 옷을 입으면 품위가 느껴진다우리는 옷을 잘 입으면 멋있어 보인다고만 생각한다. 절대로 그렇지 않다. ‘사람을 만드는 옷에 작업복도 반드시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일할 때 입는 작업복이 없으면 일하는 데 지장이 생긴다. 작업복이 없는 노동자는 일하다가 크게 다칠 수 있다작업복은 일하는 노동자를 만들지 않는다. 작업복은 건강하게 일하는 노동자를 만든다




<당신은 무슨 옷을 입고 일하시나요?>가 다시 연재된다면 기자들이 장애인 노동자의 작업복에 대해서 취재했으면 좋겠다. 경기도 안산에 작업복 전용 세탁소가 있다고 한다. 세탁소에 일하는 노동자 모두 장애인이다. 장애인 노동자는 무슨 옷을 입고 일할까?

   


관련 기사 출처


<[경기도 블루밍 작업복 세탁소에 가다

쇳가루 · 화학물질 찌든 작업복 맡겨 주세요”> 

매일노동뉴스, 20231014, 강석영 기자.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7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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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샷 뒤의 여자들 - 피드 안팎에서 마주한 얼굴
김지효 지음 / 오월의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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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서울 독서 모임 <수레바퀴와 불꽃

아홉 번째 선정 도서


(모임 날짜: 2024년 4월 27일 토요일)





세상에 처음 나오자마자 혁명이라는 단어와 동일시된 책이 있다. 이런 책은 오랫동안 세상을 지배해 온 관습과 도덕을 파괴할 정도로 무시무시한 힘을 가졌다. 혁명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책은 엄청 뜨겁다. 그 책을 펼치자마자 확 퍼져 나오는 뜨거운 열기는 독자들의 눈빛을 달군다. 종이 위에 펼쳐진 혁명을 느낀 독자의 눈은 뻘겋게 달아오른다. 책의 열기에 흥분한 독자는 혁명가가 된다하지만 책에서 뿜어나오던 혁명의 불꽃은 오래 가지 못한다. 시간이 지나면 뜨겁게 활짝 핀 혁명의 불꽃은 점점 시들어 간다. 불꽃이 완전히 사라진 책은 한 줌의 재가 된다. 햐안 재 속에 뜨겁지 않은 과거가 된 단어, 혁명이 남아 있다. 후세 사람들은 수많은 혁명가를 키운 책을 기억하거나 칭송하기 위해 고전이라고 부른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세상을 다시 한번 흔들 만한 열기와 힘을 여전히 품고 있는 책도 있다. 이런 책은 휴화산과 같다. 과거에 세상을 요동칠 정도로 크게 한 번 혁명을 분출했지만, 지금은 멈춘상태다책 속의 혁명은 완전히 죽지도 않았고, 케케묵은 과거도 되지 않았다휴화산 같은 책은 한동안 조용히 있다가 언젠가는 다시 터진다. 다시 한번 혁명을 일으킬 만한 힘이 충분히 남아 있다. 그래서 과거에 혁명이라 불리던 책들은 지금 다시 봐도 새롭다







[대구 페미니즘 독서모임 <레드스타킹> 첫 번째 선정 도서, 2017년 10~11월 총 6주 모임 진행]

* 슐라미스 파이어스톤, 민예숙 · 유숙열 함께 옮김 성의 변증법(꾸리에, 2016)


* 한우리 기획 · 옮김 페미니즘 선언: 레드스타킹부터 남성거세결사단까지, 드센 년들의 목소리(현실문화, 2016)




슐라미스 파이어스톤(Shulamith Firestone) 스물다섯 살에 쓴 성의 변증법(The Dialectic of Sex)1970에 나온 책이다. 이 책을 읽고 페미니스트가 된 여성이 많다. 성의 변증법은 가히 혁명적인 책이라 할 만하다파이어스톤은 여성의 삶을 억압하는 가족 제도를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그녀는 비혼과 비출산을 제안한다. 파이어스톤은 1970년대 초반 당시에 현실성 없는 공상과학 기술로만 알려진 인공 생식(artificial reproduction)을 진지하게 논의한다. 그녀는 인공 생식이 가능해지면 여성은 고통스러운 임신과 출산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으며 남성 또한 출산하고 양육 노동을 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시대를 앞서간 이 책을 고전이라고 부르는 독자들이 많다. 그렇지만 나는 성의 변증법을 고전이라는 진부한 단어 대신에 휴화산 같은 책이라 부르고 싶다.






2018년에 만들어진 <레드스타킹> 책갈피.


책갈피 뒷면에 모임 때 읽은 책들과 다음에 읽을 책 제목이 나열되어 있다나는 2018212일 월요일에 처음으로 <레드스타킹> 모임에 참여했다이때 네 번째 선정 도서인 케이트 본스타인(Kate Bornstein)젠더 무법자: 남자, 여자 그리고 우리에 관하여(바다출판사, 2015, 절판)를 읽었다.




파이어스톤의 생각은 그녀가 세상을 떠난 후에 또 한 번 혁명의 불꽃이 되어 피어올랐다. 국내의 젊은 급진적 페미니스트(Radical feminist)들은 SNS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비혼과 비출산을 생물학적 여성을 위한 삶의 강령으로 내세웠다. 그들은 여성의 몸을 통제해서 남성의 욕망만 충족시키는 연애를 거부하기 위해 비연애와 비 섹스를 주장했다. 파이어스톤은 출산과 가족 제도를 비판했지만, 연애와 섹스를 완전히 거부하지 않았다. 그녀는 신나는 에로티시즘(성의 변증법225)’을 옹호했으며 에로틱한 불꽃이 없는 삶은 지루하다라고 했다. 그리고 모든 여성과 아이들에게 성적 자유를 허용하는 세상을 꿈꿨다(같은 책, 297).


파이어스톤은 사랑을 다루지 않은 급진적 페미니즘 책은 정치적으로 실패작이라고 했다(같은 책, 183). 그녀는 출산보다 훨씬 더 여성의 삶을 억압하는 요인이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그녀가 비판하는 여성의 사랑은 남성으로부터 끊임없이 승인(approval)받기 위해 헌신하고, 남성의 경제적 능력에 의존하는 형태다. 주체적인 삶을 살지 못한 여성은 절박한 심정으로 연애에 매달린다. 좋은 남자를 만나 연애하면 결혼할 수 있고, 한 남자로부터 사랑받는 행복한 여자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남성에게 사랑받지 못한 여성은 남성의 승인을 받지 못한 여성이 된다. 여성은 자신들의 존재를 보여주기 위해서사랑을 한다. 이러한 불평등한 관계가 만든 연애를 끊지 못한 여성은 진짜 나를 잃어버린 채 살아간다. 이 여성은 언젠가 남편이 될 사랑꾼을 잘 만나서 잘살고 있다고 만족하지만, 그녀의 삶은 남성의 감정과 욕망에 끼워서 맞춰져 있다.


인생샷 뒤의 여자들: 피드 안팎에서 마주한 얼굴은 소위 인생샷이라고 부르는 셀카를 자주 찍는 여성들의 감정 상태와 생각들을 다각도로 분석한 책이다. 저자는 젊은 여성들이 왜 인생샷 찍기를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고 싶어서 열두 명의 20대 여성을 직접 만나서 인터뷰한다기성세대는 셀카 문화를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일로 치부한다. 어른들이 보기에 요즘 젊은이들은 한참 멋 부리고 싶어서 안달이 난 철부지다. 하지만 인생샷 뒤의 여자들은 셀카를 단순히 보여주기식 문화로만 바라보는 기존 분석을 거부한다. 이 책의 저자가 만난 여성들이 셀카를 즐기는 이유는 다양하다. 딱 한 가지 이유만 집어서 셀카 찍는 여성들을 명확하게 정의하기 어렵다. 그녀들도 셀카 문화의 부작용을 안다. 그러면서도 인터넷 세상에서 만난 익명의 타인에게, 또는 인터넷 세상 밖에 만나는 실제 타인에게 잘 보이기 위해 셀카를 찍는다. 비록 실제 모습과 다르지만, 그녀들은 셀카를 여러 번 보정하면서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은 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SNS는 자신이 타인으로부터 사랑받음’, ‘존중받음’, ‘인정받음을 확인해야지 관계가 맺어지는 만남의 장소. SNS에 접속한 여성들은 익명의 타인들이 좋아할 만한 셀카를 찍어서 온라인 인맥을 넓힌다. 내가 찍은 셀카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은 ‘SNS 친구가 된다. SNS 친구의 수를 많이 늘리려고 타인의 셀카에 좋아요를 눌러준다반면 셀카를 찍되 보정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여성들도 있다. 이들은 타인의 시선에 의식하지 않으며 최대한 자신의 모습을 꾸밈없이 보여주려고 한다.








인생샷 뒤의 여자들사랑과 인정 욕구를 모두 다룬 페미니즘 책이다. 만약 저자가 럽스타그램’ 관련 사진(연애하는 이성과 같이 찍은 사진 또는 남자/여자친구가 여자/남자친구를 찍어준 사진)을 찍는 여성페미니스트로 인정받기 위해 SNS 계정에 탈코르셋사진을 찍어서 공개한 여성을 만나지 않았으면, 이 책은 ‘2% 부족한 실패작이 되었을 것이다저자는 연애하는 여성들이 사랑꾼남자친구의 선택을 받은 행복한 여성임을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해 럽스타그램 사진을 남긴다고 분석한다. 결국 여성들은 한 남자뿐만 아니라 타인에게 승인을 받기 위해 사랑을 하고 사진을 찍어서 모두에게 공개한다. 저자는 연애하는 여성들 사이에 유행하는 럽스타그램에서 불평등한 이성애 중심 성별 권력 구조를 읽는다. 파이어스톤이 지금 살아 있었으면 럽스타그램에 대한 저자의 비판적 분석에 동의할 것이다.

 

젊은 페미니스트들은 SNS에서 남성 중심 문화를 향해 줄기차게 비판해 왔다. 그녀들의 공개 발언은 불평등한 사회구조의 문제점을 널리 알리는 데 이바지했다. 하지만 저자는 SNS 여성 운동이 페미니스트가 된 나를 전시하는 기능으로 사용되는 점을 비판한다. 페미니스트는 동료 페미니스트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페미니즘적 발언을 하고, 페미니즘에 반하는 발언과 이미지를 되도록 SNS에 공개하지 않으려고 스스로 검열한다.


모든 남성이 선호하는 ‘완벽한 여성이 없듯이 이 세상 모든 페미니스트로부터 인정받는 완벽한 페미니스트도 없다. 페미니스트도 연애할 수 있으며 결혼도 할 수 있다. 예전부터 비혼, 비연애, 비 섹스를 줄기차게 주장해 오던 페미니스트가 누군가를 사랑해서 결혼한다고 하면 그녀를 배신자라고 비난하며 ‘페미니스트가 아니다라면서 조롱해야 할까? 페미니즘과 연애/결혼이라는 갈림길 앞에 선 페미니스트들은 서로 다른 삶의 방식이 부딪힐 때 어떤 삶이 자신에게 좋은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혼란스럽고 모순적인 삶의 길을 동시에 가기로 결정했다.[주1] 힘든 결정을 내린 그녀들을 응원해줘야 한. 어떤 페미니스트는 죽을 때까지 일상생활에서 페미니즘을 실천하면서 살아가기로 결심했을 것이다. 그녀의 결정 또한 쉽지 않은 일이라서 당연히 응원해줘야 한다. 하지만 페미니스트 정체성을 인정받으려고 여러 갈래로 이루어진 인생길들을 하나둘씩 제거하면서 살아가는 것은 지루하고 때로는 위태롭다. 인생의 재미만 놓치는 게 아니라 살아가면서 마주치게 될 자신의 한계를 애써 외면한다SNS에서 유명해지기 시작하면 자신의 단점을 끝까지 숨겨야 한다. 자신의 진짜 삶을 스스로 갉아먹으면서까지 여성 운동을 하고, 페미니스트로 승인받기 위해 애쓰면서 산다면 진짜 나는 사라지고 없다.





[주1] 페미니스트의 삶을 포기하고 연애와 결혼을 선택하는 여성도 있다. 내가 아는 페미니스트는 결혼을 했는데, 과거에 자신의 블로그에 남긴 페미니즘 관련 글들을 모조리 지웠다(비공개로 전환한 것일 수도 있다).




* 33



 



 얼짱 1기였던 구혜선은 당시 인기 프로그램이었던 MBC 시트콤 <논스톱 5>의 주인공이 되었고, 박한별은 영화 <여고괴담>에 캐스팅되었다. [2]


[2] 박한별이 주연으로 데뷔한 첫 영화는 2003년에 개봉된 <여고괴담 3-여우 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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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깨비 2024-05-16 10: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읽은 책 중에 페미니즘 문학이라 볼 수 있는 책은 부끄럽게도 82년생 김지영이 다인 것 같습니다. 좀 더 분발해야겠어요. 공교롭게도 저는 어제까지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를 한방에 몰아보고 (장장 6시간의 편집영상이에요!) 오늘부터는 아들과 딸을 보고 있는데요. 재미는 있는데 아들과 딸은... 혈압 오르네요. 이 두 드라마가 모두 90년대에 방영된 작품인데 (저는 당시 초등학생), 지금 다시 보면서 아니 미친거 아님? 하는 말이 절로 튀어나오는 걸 보니 그래도 지난 30년간 장족의 발전이 있었습니다.

cyrus 2024-05-20 05:44   좋아요 1 | URL
두 편의 드라마가 했던 시기에 저는 ‘국민학교’에 입학하기 전이었어요.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드라마를 몇 년 후에 다시 보면 ‘이건 좀 아니다 싶은’, 그런 감정을 느낄 거예요. ^^

stella.K 2024-05-16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종횡무진이군. 건강 잘 챙겨라.

cyrus 2024-05-20 05:46   좋아요 0 | URL
저의 관심사와 취향과 관련되어 있고, 그걸 드러낼 수 있는 모임이라면 꼭 가보려고 해요. ^^

공쟝쟝 2024-05-20 12: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성의 변증법>이 휴화산 같다는 말에 동의해요.
<인생샷> 책을 읽지는 않았지만 눈여겨보고 있었거든요. 시간내서 읽어봐야지 싶은 데, (이미 독후감으로 배불렀다 ㅋㅋㅋ) 인정과 승인의 욕구를 좀처럼 포기할 수는 없지요. 그리고 그 욕구가 대단히 질긴 것은 여성이 사회화되는 과정과도 긴밀하고요. 페미니스트도 각성한대도 저 밑바닥 무의식까지 후벼판 뒤, 그런 욕구에 대해서는 돌봐주고 살펴봐주고 인정 해주는 과정까지도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여성이 마주보는 것은 수천년의 규범이니까. 그리고 그건 평생해야죠. 한번에 안됨. 선언 만으로 해방이 온다면 해방은 진즉에 끝나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페미니즘을 읽는 건 매번 긴장하게 되는 독서인 것 같아요.
독후감 잘 읽었고 인생샷 책은 계속해서 ㅋㅋㅋ 눈여겨 두도록 하겠습니다. (바쁘다 바빠) 읽지는 않았지만, 읽을 예정이며, 이른 댓글로나마 지금을 사는 여성들에게 필요하고 좋은 연구와 그 노고에 감사의 박수를 보냅니다.

cyrus 2024-05-21 06:56   좋아요 0 | URL
맞아요. ‘긴장하게 되는 페미니즘 독서’라는 표현에 공감해요. 페미니즘에 대한 글을 쓸 때도, <인생샷 뒤의 여자들> 리뷰를 쓰면서도 긴장했어요. 섣불리 생각하면서 쓰지 않으려고 나름 노력하고, 단어와 문장을 여러 번 쓰다가 지우고를 반복했거든요. 그렇게 쓰다 보니 글의 분량이 길어졌어요.. ^^;;
 
종과 종이 만날 때 - 복수종들의 정치 아우또노미아총서 80
도나 해러웨이 지음, 최유미 옮김 / 갈무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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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도나 J. 해러웨이(Donna J. Haraway)20세기 후반기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한 철학자 중에서 독특한 위치에 있다. 그녀는 철학은 물론 문학, 생물학, 과학기술학, 페미니즘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새로운 문제와 관점을 제시하면서 얽히고설킨 지적 모험의 지평을 열어놓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화려한 명성에 비해 생소하고 까다로운 학자가 해러웨이다. 그녀는 인공지능 기술과 유전공학의 발전 속에서 과학과 페미니즘을 접붙인 철학자로 명성을 누렸다. 해러웨이는 1985년에 발표한 논문사이보그 선언(A Cyborg Manifesto)에서 남성 중심 과학이 초래한 여성과 과학기술의 분리된 관계를 비판하고, 인간과 비인간인 기계 사이의 경계를 무너뜨린다그녀에게 사이보그는 /, 백인/흑인(을 포함한 유색인), 인간/비인간(동식물, 기계) 등의 근대적 이원론을 극복하는 존재이다.


해러웨이의 이원론 해체는 단순히 공동체 안에 있는 서로 이질적인 의견과 정체성을 하나로 융합하기 위한 숙원의 과제가 아니다. 다양한 의견과 정체성이 만날 때 생기는 모순을 이해하고 적응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면 서로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면서 돌보는 주체적인 결속이 가능해진다근대적 이원론의 재료인 인간중심주의는 지구상 모든 존재의 공존을 도모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인간중심주의는 단절과 차별, 갈등과 혐오를 조장하기 때문이다. 해러웨이는 한쪽만 일방적으로 우위에 있게 만드는 모든 형태의 인간중심주의를 거부한다해러웨이의 사이보그는 인간, 기계, 동물, 주류로부터 배제됐던 그 밖의 존재와의 만남을 선호한다. 그들은 모순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합일이라는 이름을 내세워 모순을 외면하거나 억압하지 않는다. 모순에 응답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인간중심주의를 넘어선 세상을 만들려는 해러웨이의 지적 모험은 2003년에 나온 반려종 선언(The Companion Species Manifesto)에서 이어진다해러웨이가 첫 번째 지적 모험에서 만난 존재가 사이보그라면, 두 번째 모험 중에 만난 존재는 개는 인간과 아주 친한 반려동물이다. 개를 애완동물이 아닌 반려동물로 보는 관점은 개와 인간의 친밀한 관계를 강조한다. 그렇지만 개를 친근하게 바라보는 인간의 눈앞에 인간과 비인간을 무 자르듯이 구분하는 인간중심주의가 아른거린다. 인간중심주의를 투과한 인간의 시선에 비친 개는 반려동물이다반려동물이라는 언어로 된 철창에 갇힌 개는 인간의 손길을 받으면서 자라는 수동적인 존재가 된다반려동물은 인간이 허용한 관계의 영역 안에서 살아간다. 인간이 만든 도시는 반려견이 죽을 때까지 살아야 하는 거대한 감옥이다. 반려견은 산책할 때마다 목줄과 입마개를 착용한다. 인간의 보호와 통제에 벗어난 반려견이 인간을 공격하는 순간, 그들은 동물이 되고 안락사해야 할 존재가 된다.


해러웨이는 반려종 선언에서 온정적이지만, 여전히 개를 인간에게 의존하는 비인간으로 보는 인간중심주의에 갇힌 개를 구출한다. 반려종은 사이보그와 마찬가지로 종(, Species)의 경계 위를 자유자재로 넘나든다반려종에 속한 개와 인간은 자연과 문화 또는 동물과 인간으로 구분되는 이원론을 아늑한 거처로 삼지 않는다. 거처 밖에 이원론에 맞지 않은 기이하고, 잡다한 존재들이 돌아다닌다. 해러웨이는 이들을 묶어 크리터(critter)’라고 부른다크리터와의 만남이 지속되면 범주가 무의미해지고, 모든 존재가 뒤죽박죽 섞인 관계망이 만들어진다. 이 관계망 속에서 종과 종은 서로에 대해 관심을 멈추지 않으며 차이를 존중하면서 만난다. 해러웨이는 서로 영향을 주면서 돌보는 함께 되기(becoming with)의 삶을 강조한다.


사이보그 선언반려종 선언은 나온 지 상당히 오래된 글이다. 이 두 편의 글은 2019년에 번역되었다(해러웨이 선언문: 인간과 동물과 사이보그에 관한 전복적 사유, 황희선 옮김, 책세상). 우리말로 번역되기 전까지 사이보그 선언반려종 선언은 일부만 인용된 채 소개되었다. 길어야 서너 줄인 인용문은 해러웨이의 철학을 설명하는 글에 박힌 장식품에 가까웠다. 그동안 독자는 해러웨이의 철학을 장식품에 의존하면서 장님이 코끼리 만지듯이접근해야 했다. 이러면 얽히고설킨 해러웨이의 철학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자기가 보고 싶은 부분만 보려는 오독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래서 해러웨이는 이해하기 까다로운 철학자다종과 종이 만날 때: 복수종들의 정치(When Species Meet, 2008)해러웨이가 쓴 사이보그 선언반려종 선언의 주석서반려종 선언에 일부만 소개된 스포츠 기자 딸의 노트도 수록되어 있다. 해러웨이는 스포츠 기자로 살아온 장애인 아버지의 삶과 가족 전체의 일상에 영향을 준 반려종을 되돌아본다(respecere).[주1] 독자는 스포츠 기자 딸의 노트에 기록된 그녀의 지적 모험을 유쾌하고 따스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다해러웨이는 반려 종 선언의 초기 원고를 토대로 종과 종이 만날 때2장과 4장을 썼다. 그래서 종과 종이 만날 때134쪽에 있는 사진은 해러웨이 선언문222(반려 종 선언)에도 나온다.


종과 종이 만날 때을 혼자 읽어도 버겁다면, ‘반려 독서를 해보면 어떨까. ‘반려(companion)’는 라틴어 쿰 파니스(cum pains)’에서 유래됐다. 쿰 파니스는 빵을 함께 하다(먹는다)’라는 뜻이다. 해러웨이가 강조한 반려는 식탁에 함께 앉아 서로 마주 보고, 서로 돌보면서 식사하는’ 존재. 내가 생각하는 해러웨이식 반려 독서는 이렇다. 여러 사람이 탁자에 함께 앉아서 혼자 읽은 책을 다시 본다(respecere). 반려 독서에 참여한 사람들은 각자가 읽은 내용을 알려주고, 이에 대한 자기 생각을 밝힌다. 이 모임에서 본인 생각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말자. 그리고 상대방의 의견이 내 의견과 다르더라도 존중해주고 받아들이자. 반려 독서의 목적은 지식을 더 많이 얻기 위한 것이 아니다. 반려종인 우리는 ‘함께 읽기를 통해 서로 다른 지식과 정체성이 만나면 생기는 차이(또는 모순) 속에서 함께 번영하는 법[2]을 배워야 한다.






[주1]레스프레체라고 읽는다. respecere는 종의 어원인 specere로부터 나온 말로 respect의 어원이다. specere보다라는 의미이므로 respecere 거듭해서 보다는 뜻이다. (종과 종이 만날 때: 복수종들의 정치, 1장 종과 종이 만날 때: 서문, 31쪽 각주)


[주2] 종과 종이 만날 때, 371






※ 미주(尾註)알 고주(考註)

 


* 196




 

P. T. 바눔 P. T. 바넘(P. T. Barnum)

 

 




* 198쪽 각주(옮긴이 주)

   




 마거릿 생어(Margaret Sanger, 1883[주3]~1966)는 간호사로산아제한 운동을 활발히 벌였던 여성 운동가이다.


[주3] 마거릿 생어의 출생 연도는 1879이다.

 

 




* 204




 

콜로라도 록키즈(Colorado Rockies) 콜로라도 로키스

   

 

 



* 후주, 381


 



A. N. 화이트헤드, 과학과 근대세계, 오영환 옮김, 서광사, 1990.

[주4]

 


[주4] 2008개정판이 출간되었다.

 

 




* 후주, 402


 



낸시 파머, 아프리카 소녀 나모, 김백리 옮김, 느림보, 2007.[주5]

 

[주5] 초판이 출간된 연도는 2005이다.

 

 




* 후주, 428

 




Brian Harre Brian Hare [주6]

 

 

[주6] 브라이언 헤어는 작년에 화제가 된 책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친화력으로 세상을 바꾸는 인류의 진화에 관하여(이민아 옮김, 디플롯)의 공동 저자 중 한 사람이다.

 

 




* 후주, 448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의 닥터 아인의 마지막 비행[주7]



[주7] 번역명: 아인 박사의 마지막 비행, 이수현 옮김, 체체파리의 비법, 아작, 2016.

 


 



* 후주, 449

 




드니 디드로의 달랑베르의 꿈[주8]

 


[주8] 김계영 옮김, 한길사, 2006.

 

 




* 후주, 452

 





해리포터 영화에 나오는 여장을 한 발데모트 경 

볼드모트(Lord Voldem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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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10-07 22: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출판사에선 필독으로 읽어야 할 페이퍼 라고 생각합니다 ㅎㅎ
축하드립니다 *^^*

cyrus 2022-10-08 02:57   좋아요 1 | URL
이 글을 인스타그램에도 올렸어요. 출판사가 제 글을 확인했고, 오자를 고친다고 답변을 주셨어요. ^^

그레이스 2022-10-07 22: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이하라 2022-10-07 22: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cyrus님^^

서니데이 2022-10-07 22: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과학기술학자 임소연신비롭지 않은 여자들: 여성과 과학 탐구를 출간하기 전에 이 책에 포함된 내용을 소개하는 발표회에 발표자로 나섰다. 그녀는 이 자리에서 자신의 책 4장에 나올 입덧과 태반 형성의 연관성을 설명했다. 그러자 청중 한 명이 질문했다.





















[레드스타킹 7월에 읽은 책]

* 임소연 신비롭지 않은 여자들: 여성과 과학 탐구(민음사, 2022)

 


남편도 입덧한다고 하는데, 이 경우에 입덧의 원인은 사랑인가요?”

대답은 “그것은 입덧이 아닙니다.”


(신비롭지 않은 여자들72)




이 일화는 저자의 책 4장 후반부에 나온다저자에 따르면 입덧은 임신한 여성의 태반에서 비롯되는 물질적 현상이다. 음식물을 섭취하면 호르몬인 인슐린이 혈중 포도당 농도를 낮춰 몸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일을 한다. 인슐린은 태반에서 융모성 생식샘자극 호르몬(hCG)이 생성되는 것을 억제하기도 한다. 인슐린 수치가 줄어들고 hCG 분비가 늘어나면 입덧이 일어난다. 입덧이 잦은 임신 3~4개월에 태반이 형성된다.


청중은 쿠바드 증후군(Couvade syndrome)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쿠바드 증후군이란 아내가 임신했을 때 남편도 아내와 똑같이 신체적 증상과 정서적 반응을 겪는 현상을 말한다주로 메스꺼움, 두통, 감정 기복, 근육통 등 여러 증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증상은 대개 임신 3개월에 나타나 몇 달 만에 사라졌다가, 아기가 태어나기 한두 달 전에 다시 나타나기도 한다

















* 아민 A. 브롯, 제니퍼 애쉬 진짜 아빠 백과사전: 초보 아빠를 위한 세상의 모든 지식(보물창고, 2018)




쿠바드는 프랑스어로 부화를 뜻하는 쿠베르(couver)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쿠바드 증후군의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여러 가지 가설이 있다아빠들의 아빠라는 별명을 가진 미국 최고의 아빠 육아 전문가 아민 A. 브롯(Armin A. Brott)은 칼럼니스트 제니퍼 애쉬(Jennifer Ash)와 함께 쓴 진짜 아빠 백과사전에 여러 연구 결과를 인용하면서 쿠바드 증상이 나타나는 다섯 가지 원인을 제시했다.



1. 임신한 아내에 대한 동정 혹은 죄책감


임신한 아내가 입덧으로 고생하면 그 옆에서 지켜보는 남편은 자기 때문에 아내가 고생한다고 생각한다. 남편의 무의식적 죄책감이 메스꺼움과 진통 등을 유발한다.



2. 질투


임산부는 남편보다 훨씬 더 많이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다. 쿠바드 증후군을 겪는 남편은 부성을 과시해서 자신의 존재감을 알릴 수 있다.



3. 호르몬 생성


임산부의 몸속에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된다. 옥시토신은 엄마와 자녀의 친밀감 형성을 높여준다. 임산부와 같이 사는 남편의 몸속에서도 옥시토신이 생긴다. 그뿐 아니라 스트레스를 조절해주는 코르티솔과 모유 분비를 유도하는 프로락틴도 형성된다.



4. 가장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


결혼한 남자는 가정의 생계를 전적으로 책임지는 가장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배운다. 경제적 걱정이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는 노동 계급의 남성이 중산층 남성보다 쿠바드 증후군이 나타나는 경우가 더 많았다고 한다.



5. 아내와 태어날 아이에게 보내는 남편의 메시지


남편 자신이 가족 관계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임신한 아내에게 보여주기 위한 화학 반응이다. 쿠바드 증후군은 아내와 아이에 대한 진실한 사랑을 보여주는 동시에 남편이자 아버지가 된 남성이 훌륭한 부양자라는 것을 증명하는 방법일 수 있다.
















* [절판] 티나 캐시디 출산, 그 놀라운 역사(후마니타스, 2015)




아주 오래전부터 임신과 출산은 여성의 경험으로만 인식되어왔다.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은 산파가 되었다. 그렇다면 과거의 남편들은 아내가 힘겹게 출산하고 있을 때 뭐 하고 있었을까? 그들은 분만실 밖에서 아기가 무사히 태어나길 바라면서 기다려야 했다. 당시에 남성이 출산을 지켜보는 행동은 부도덕한 일로 여겨졌다. 놀랍게도 이 금기를 깬 남자들이 있었다1522년 독일의 의사 베르트(Wertt)와 몇몇 의사들은 출산 과정을 알고 싶어서 여장을 한 채 분만실에 들어갔다. 하지만 베르트의 무모한 속임수는 발각되었고, 분만실 잠입에 가담한 의사들과 함께 화형당했다임신과 출산을 여성의 영역으로만 규정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남성은 출산과 무관하다는 성 역할 고정관념(gender role stereotype)을 단단하게 만들어놓았다.


미국의 기자 티나 캐시디(Tina Cassidy)가 쓴 출산, 그 놀라운 역사에 남편을 출산에 배제하는 문화 속에서 묻힌 분만실 안의 남편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소수의 비서구권 원주민 사회에 남편이 아내 출산에 관여하는 문화가 있다분만실에 남편이 들어와서 안 된다고 믿은 서구인은 아내의 출산을 지켜보는 남편을 용인하는 원주민 사회가 야만적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원주민의 생활상을 연구한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Margaret Mead)브라니슬라프 말리노프스키(Bronislaw Malinowski)는 남편이 아내의 산고를 직간접적으로 체험하는 의식의 순기능에 주목했다.
















* 브로니슬라프 말리노프스키 야만 사회의 섹스와 억압 (비천당, 2017)




말리노프스키는 1927년에 발표한 야만 사회의 섹스와 억압에서 남자에게 출산의 고통을 체험하게 하는 전통 의식이 사회 유지에 필수적 기능을 작용한다고 썼다. 그는 쿠바드 증후군을 유발하는 전통 의식이 서구인들의 눈에는 터무니없어 보이겠지만, 아버지와 자식 사이의 도덕적 유대를 강조하는 부족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우주지감 나를 관통하는 책 읽기’ 2019년 7월에 읽은 책]

* 웬다 트레바탄 여성의 진화: , 생애사 그리고 건강(에이도스, 2017)




쿠바드 증후군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는 학자들은 분만실 안의 남편의 긍정적인 면을 강조한다. 국내에 여성의 진화라는 이름으로 출간된 책의 저자인 진화인류학자 웬다 트레바탄(Wenda Trevathan)[주]분만실 안의 남편옹호론자다. 그녀는 자신의 책 <Human Birth: An Evolutionary Perspective>(1987)에서 남편에게 출산 과정에 참여하도록 권장하는 몇몇 문화권을 소개한다. 그러면서 남편이 분만실에 들어가서 아내의 출산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부부 모두가 정서적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분만실 안의 남편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비판하는 학자들이 있다. 이들은 분만실 안의 남편문화가 임신에 대한 남성의 관음증적 호기심을 부추기며 임산부의 몸을 성적 대상화로 보는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여성의 출산 과정을 가까이서 본 남편은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겪을 수 있다. 이러면 아내와의 성생활이 불가능해지며 아기와 유대감을 형성하거나 아내를 곁에서 지원하는 데 어려워한다.


쿠바드 증후군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다가 평소에 눈길을 주지 않은 육아 및 출산과 관련된 책을 몇 권 집어 들게 되었다. 책을 보다가 확실한 생각이 들었다. 임신과 출산을 막연하게 알아선 안 된다는 점. 쿠바드 증후군의 실체를 인정하지만, 과학적으로 접근할 땐 회의주의적 시선을 유지하면서 바라볼 것.






[] 출산, 그 놀라운 역사에서는 웬다 트레버선으로 표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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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8-01 09: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입덧이 아니라 쿠바드 증후군이군요. 저 원인을 설명해놓은거 보니싸 진따 인간이란 얼마나 복잡하고도 오묘한 존재인지 싶네요.

cyrus 2022-08-02 18:57   좋아요 1 | URL
네, 임산부가 하는 입덧과 쿠바드 증후군의 증상인 메스꺼움은 달라요. ^^

mini74 2022-08-01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어요. 쿠바드 증후군, 남자입덧은 없는거군요.

cyrus 2022-08-02 18:59   좋아요 1 | URL
사실 쿠바드 증후군에 대해서 알아보기 전에는 저도 임산부의 남편은 입덧을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입덧이 생기는 원인을 자세히 알고 나니 ‘남편 입덧’이라는 표현을 쓰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어요. ^^

파이버 2022-08-02 20: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임산부의 남편이 하는건 입덧이 아니었군요;; 쿠바드 증후군이라니 인간의 몸과 마음은 정말 연결되어있는 것 같아요 신기하네요

cyrus 2022-08-03 07:01   좋아요 1 | URL
입덧의 원인을 잘 모르면 이게 메스꺼움과 비슷하다고 생각하기 쉬워요. 예전에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