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쉽지 않겠어.’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4월의 세계문학]
* 오에 겐자부로, 서은혜 옮김 《개인적인 체험》 (을유문화사, 2009년)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郎)의 소설 《개인적인 체험》을 절반 정도 읽다가 갑자기 뇌에서 탄식의 한 줄 평이 삐져나왔다. 《개인적인 체험》은 오에의 대표작이지만, 쉽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 아니다.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2024년 11월의 세계문학]
* 실비 제르맹, 김화영 옮김 《프라하 거리에서 울고 다니는 여자》
(문학동네, 2006년)
내가 기억하기로는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약칭 ‘세속’) 독자이자 《개인적인 체험》을 추천한 정현정 님은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작년 11월의 세계문학 도서였던 실비 제르맹(Sylvie Germain)의 《프라하 거리에서 울고 다니는 여자》를 힘겹게 읽었다고 했어요. 솔직하게 말해서 이 책을 선정한 나도 어려웠다.
《개인적인 체험》에 종종 비현실적인 묘사들이 나온다. 무엇보다도 소설 속 인물들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주인공 ‘버드(bird)’는 뇌에 혹이 달린 첫아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현실 도피형 인간이다. 괴로운 버드는 옛 여자 친구 히미코(火見子)를 만나고, 그녀와 섹스를 한다. 《개인적인 체험》을 먼저 읽은 대다수 독자는 버드와 히미코의 성관계 묘사가 장황하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과거에 히미코를 강간한 자신의 ‘야만적인’ 행동을 반성하면서도 히미코에게 찾아가 정욕(情慾)을 채우는 유부남 버드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는 독자의 반응도 있었다.
* 오에 겐자부로, 박승애 옮김 《오에 겐자부로: 사육 외 22편》 (현대문학, 2016년)
* 프란츠 카프카, 이주동 옮김 《변신: 단편 전집》 (솔출판사, 2017년)
* 프란츠 카프카, 전영애 옮김 《변신. 시골 의사》 (민음사, 1998년)
오에의 단편 소설 『공중 괴물 아구이』(단편 선집 《오에 겐자부로: 사육 외 22편》에 수록되어 있다)는 《개인적인 체험》과 비슷한 설정의 작품이다. 실제로 이 두 작품은 1964년에 발표되었다. 아구이(アグイー)는 머리에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의 영혼이다. 이 아이의 아버지는 ‘D’라는 이름의 음악가다. 소설에 묘사된 아구이의 모습이 특이하다. 아구이는 캥거루만 한 크기의 커다란 아기의 모습이고, 면으로 된 속옷만 입고 있다. D는 공중에 있던 아구이의 영혼이 가끔 어깨에 내려와 앉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구이가 보이지 않는다. 『공중 괴물 아구이』는 ‘카프카스러운(Kafkaesque)’ 소설이다. ‘카프카스러운’은 체코의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의 작품에서 유래된 용어다. 카프카의 소설들에서도 황당무계하고, 불쾌한 묘사들이 나오는데, ‘Kafkaesque’는 독자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어두운 분위기를 뜻한다.
* 볼프강 카이저, 이지혜 옮김 《미술과 문학에 나타난 그로테스크》 (아모르문디, 2023년)
‘Kafkaesque’의 의미와 유사한 문학 용어가 그로테스크(grotesque)다. 그로테스크는 ‘비합리적이고, 우스꽝스럽고, 괴이한 것’을 뜻한다. 카프카의 소설들 역시 그로테스크하다고 할 수 있다. 카프카의 대표작 <변신>은 아주 유명한 그로테스크한 소설이다.

* 오에 겐자부로 & 오자키 마리코,
윤상인 & 박이진 함께 옮김
《오에 겐자부로, 작가 자신을 말하다》 (문학과지성사, 2012년)
* 린즐리 캐머런, 정주연 옮김 《빛의 음악: 장애 아들을 작곡가로 키운 오에 겐자부로의 이야기》 (이제이북스, 2007년)
‘카프카(Kafka)’는 갈까마귀를 뜻하는 체코어 단어이기도 하다. 오에는 처음에 첫 아이의 이름을 ‘가라스(からす: 까마귀)’로 정했다. 그러나 작가의 어머니는 아들의 작명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결국 오에는 어머니에게 사과하고, 이름을 다시 지었다고 한다. 오에 히카리(ひかり: 빛). 까매질 뻔한 아이의 이름은 다행히 빛을 받으면서 환해질 수 있었다.
오에는 도쿄대학 불문학과 출신이다. 그를 가르친 스승은 프랑수아 라블레(Francois Rabelais)를 일본에 소개한 와타나베 가즈오(渡辺一夫)라는 불문학자다. 라블레의 소설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은 과장되고 우스꽝스러운 그로테스크한 묘사가 가득하다. 문학청년 오에는 스승이 번역한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를 읽고, ‘자유 검토의 정신’을 처음으로 이해했다고 회상한다. 자유 검토의 정신은 학교에서 배운 상식을 자유롭게 조사하고 검토하는 태도이다. 자유 검토의 정신을 문학으로 습득한 덕분에 오에는 개인의 자유와 인간성을 억압하는 일본 사회제도와 군국주의를 비판하는 지식인이 될 수 있었다.
* 오에 겐자부로, 이민희 옮김, 남휘정 해설
《새로운 문학을 위하여: 오에 겐자부로의 소설론의 결정판!》 (오에 컬렉션 1, 21세기문화원, 2024년)
* 오에 겐자부로, 남휘정 옮김
《읽는 행위: 부서지는 인간, 활자 너머의 어둠》 (오에 컬렉션 2, 21세기문화원, 2024년)
* 오에 겐자부로, 정상민 옮김 《쓰는 행위: 문학 노트》 (오에 컬렉션 3, 21세기문화원, 2024년)
그래도 몇몇 독자들은 비판적인 지식인이 소설에 야한 묘사를 많이 쓰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오에는 자신의 소설 속에 성적인 요소를 도입하는 이유를 밝혔다. 그는 우리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때로는 애써 숨기거나 부정하는) ‘성적인 것에 대한 기괴한 열정’을 소설로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작가는 위가 성적인 열정을 인정하는 순간, 자신의 일상에 일어난 ‘어두운 균열’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오에의 소설과 문학론을 주제로 한 글을 읽으면 ‘세계문학 지도’를 여러 장 만들 수 있다. 이 세계문학 지도만 있으면 오에의 문학 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