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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쉽지 않겠어.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4월의 세계문학]

* 오에 겐자부로, 서은혜 옮김 개인적인 체험》 (을유문화사, 2009)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郎)의 소설 개인적인 체험을 절반 정도 읽다가 갑자기 뇌에서 탄식의 한 줄 평이 삐져나왔다개인적인 체험》은 오에의 대표작이지만, 쉽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 아니다.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2024년 11월의 세계문학]

* 실비 제르맹, 김화영 옮김 프라하 거리에서 울고 다니는 여자》 

(문학동네, 2006)

 




내가 기억하기로는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약칭 세속’) 독자이자 개인적인 체험을 추천한 정현정 님비현실적인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작년 11월의 세계문학 도서였던 실비 제르맹(Sylvie Germain)프라하 거리에서 울고 다니는 여자를 힘겹게 읽었다고 했어요. 솔직하게 말해서 이 책을 선정한 나도 어려웠다.


개인적인 체험에 종종 비현실적인 묘사들이 나온다무엇보다도 소설 속 인물들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주인공 버드(bird)’뇌에 혹이 달린 첫아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현실 도피형 인간이다괴로운 버드는 옛 여자 친구 히미코(火見子)를 만나고그녀와 섹스를 한다개인적인 체험을 먼저 읽은 대다수 독자는 버드와 히미코의 성관계 묘사가 장황하다고 지적했다그리고 과거에 히미코를 강간한 자신의 야만적인’ 행동을 반성하면서도 히미코에게 찾아가 정욕(情慾)을 채우는 유부남 버드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는 독자의 반응도 있었다.




















* 오에 겐자부로, 박승애 옮김 오에 겐자부로: 사육 외 22(현대문학, 2016)

 

* 프란츠 카프카, 이주동 옮김 변신: 단편 전집(솔출판사, 2017)

 

* 프란츠 카프카, 전영애 옮김 변신. 시골 의사(민음사, 1998)

 




오에의 단편 소설 공중 괴물 아구이(단편 선집 오에 겐자부로: 사육 외 22에 수록되어 있다)개인적인 체험과 비슷한 설정의 작품이다실제로 이 두 작품은 1964년에 발표되었다. 아구이(アグイー)머리에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의 영혼이다. 이 아이의 아버지는 ‘D’라는 이름의 음악가. 소설에 묘사된 아구이의 모습이 특이하다. 아구이는 캥거루만 한 크기의 커다란 아기의 모습이고, 면으로 된 속옷만 입고 있다. D는 공중에 있던 아구이의 영혼이 가끔 어깨에 내려와 앉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구이가 보이지 않는다. 공중 괴물 아구이카프카스러운(Kafkaesque)’ 소설이다. ‘카프카스러운은 체코의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의 작품에서 유래된 용어. 카프카의 소설들에서도 황당무계하고, 불쾌한 묘사들이 나오는데, ‘Kafkaesque’독자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어두운 분위기를 뜻한다.


















* 볼프강 카이저, 이지혜 옮김 미술과 문학에 나타난 그로테스크(아모르문디, 2023)




‘Kafkaesque’의 의미와 유사한 문학 용어가 그로테스크(grotesque). 그로테스크는 비합리적이고, 우스꽝스럽고, 괴이한 것을 뜻한다. 카프카의 소설들 역시 그로테스크하다고 할 수 있다. 카프카의 대표작 <변신> 아주 유명한 그로테스크한 소설이다.





















* 오에 겐자부로 & 오자키 마리코

윤상인 & 박이진 함께 옮김

오에 겐자부로, 작가 자신을 말하다(문학과지성사, 2012)



* 린즐리 캐머런, 정주연 옮김 빛의 음악: 장애 아들을 작곡가로 키운 오에 겐자부로의 이야기(이제이북스, 2007)





카프카(Kafka)’갈까마귀를 뜻하는 체코어 단어이기도 하다. 오에는 처음에 첫 아이의 이름을 가라스(からす: 까마귀)’로 정했다. 그러나 작가의 어머니는 아들의 작명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결국 오에는 어머니에게 사과하고, 이름을 다시 지었다고 한다. 오에 히카리(ひかり: ). 까매질 뻔한 아이의 이름은 다행히 빛을 받으면서 환해질 수 있었다.


















오에는 도쿄대학 불문학과 출신이다. 그를 가르친 스승은 프랑수아 라블레(Francois Rabelais)를 일본에 소개한 와타나베 가즈오(渡辺一夫)라는 불문학자다. 라블레의 소설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과장되고 우스꽝스러운 그로테스크한 묘사가 가득하다. 문학청년 오에는 스승이 번역한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를 읽고,자유 검토의 정신을 처음으로 이해했다고 회상한다. 자유 검토의 정신은 학교에서 배운 상식을 자유롭게 조사하고 검토하는 태도이다. 자유 검토의 정신을 문학으로 습득한 덕분에 오에는 개인의 자유와 인간성을 억압하는 일본 사회제도와 군국주의를 비판하는 지식인이 될 수 있었다.


















 

* 오에 겐자부로, 이민희 옮김, 남휘정 해설

새로운 문학을 위하여: 오에 겐자부로의 소설론의 결정판!(오에 컬렉션 1, 21세기문화원, 2024)


* 오에 겐자부로, 남휘정 옮김

읽는 행위: 부서지는 인간, 활자 너머의 어둠(오에 컬렉션 2, 21세기문화원, 2024)


* 오에 겐자부로, 정상민 옮김 쓰는 행위: 문학 노트(오에 컬렉션 3, 21세기문화원, 2024)





그래도 몇몇 독자들은 비판적인 지식인이 소설에 야한 묘사를 많이 쓰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오에는 자신의 소설 속에 성적인 요소를 도입하는 이유를 밝혔다. 그는 우리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때로는 애써 숨기거나 부정하는) 성적인 것에 대한 기괴한 열정을 소설로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작가는 위가 성적인 열정을 인정하는 순간, 자신의 일상에 일어난 어두운 균열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오에의 소설과 문학론을 주제로 한 글을 읽으면 세계문학 지도를 여러 장 만들 수 있다이 세계문학 지도만 있으면 오에의 문학 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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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5-04-01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독서 모임의 멤버는 정해져 있지 않나요?
누구나 참여 가능?

stella.K 2025-04-01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쉽지 않겠어.’ ㅎㅎ
‘오에 겐자부로, 작가 자신을 말하다‘ 가지고 있는데 아직도 안 읽고 있다. ㅠ
그런데 오에 되게 좋은가 보다.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약칭 세속’) 도서 선정 투표에 총 20명이 참여했습니다. 투표에 참여한 모든 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 덕분에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4월의 책을 고민 없이 정할 수 있었습니다.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4월의 세계문학]

* 오에 겐자부로, 서은혜 옮김 개인적인 체험》 (을유문화사, 2009)




가장 많은 득표수는 9였습니다. 9표를 받은 책은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郎

)의 장편소설 개인적인 체험입니다. 개인적인 체험를 추천한 세속 독자는 정현정 님입니다. 현정 님은 작년에 프랑스의 작가 아니 에르노(Annie Ernaux)를 추천했던 분입니다. 9월 말에 진행된 <세계문학 속으로>의 표제는 당신의 에르노였습니다.[주] 각자가 읽은 에르노의 작품에 대해서 자유롭게 말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세속이 읽는 일본 문학은 에도가와 란포(江戸川乱歩, 20247월의 세계문학)에 이어서 두 번째입니다.











올해는 오에 겐자부로가 태어난 지 9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개인적인 체험1964년에 발표된 오에의 장편소설입니다. 장편, 중편, 단편소설들을 아우른 오에의 초기작 중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입니다.


1963년에 오에의 아들 히카리(大江光)가 태어났습니다. 히카리는 발달장애가 있었습니다. 의사들은 평생 장애인으로 살아야 할 히카리를 태어나지 말아야 한다고 종용했지만, 오에는 수술을 통해서 히카리를 살리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듬해에 나온 개인적인 체험장애인의 아버지로서 살아가게 되는 작가 본인의 모습이 스며든 자전적 소설입니다.

 

현정 님은 우리 사회에 여전히 보이지 않는(보여서는 안 되는) 문제로 취급되는 장애에 대해 논의해 보고 싶어서 개인적인 체험을 추천했습니다.

















* 장 폴 사르트르, 임호경 옮김 구토(문예출판사, 2020)

* 장 폴 사르트르, 방곤 옮김 구토(문예출판사, 1999)




지난주 토요일에 개인적인 체험을 읽기 시작했는데요, 이 소설은 일본 작가가 쓴 소설이라기보다는 유럽 작가의 소설처럼 느껴졌어요. 오에는 어렸을 때부터 서양 문학 작품들을 즐겨 읽었습니다. 대학 시절 불문학을 전공했고, 졸업 논문 주제는 프랑스의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Jean-Paul Sartre)였어요. 개인적인 체험에 주인공인 버드(Bird)가 구토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사르트르의 소설 구토를 연상시킵니다.



















* [절판] 오에 겐자부로, 정수윤 옮김 읽는 인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의 50년 독서와 인생(위즈덤하우스, 2015)

 

* 윌리엄 블레이크, 서강목 옮김 블레이크 시선(지식을만드는지식, 2012)

 

* [절판] 윌리엄 블레이크, 김종철 옮김 천국과 지옥의 결혼(민음사, 1990)




버드의 옛 여자 친구 히미코(火見子)는 영국의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의 시집 천국과 지옥의 노래지옥의 잠언에 있는 구절을 인용합니다. 오에는 정신적으로 힘들 때마다 블레이크의 시를 원문으로 자주 읽었다고 합니다. 블레이크는 오에의 문학 세계에 큰 영향을 준 작가입니다. 오에의 소설을 읽기 전에 오에의 문학 강연을 모은 읽는 인간을 먼저 읽는다면 서양 문학이 녹아든 오에의 문학 세계를 이해할 수 있어요. 이 책에 오에와 블레이크의 문학적 연관성을 알 수 있는 글이 있습니다.










오에가 1994년에 노벨 문학상을 받게 되자, 이듬해에 본격적으로 오에의 작품들이 우후죽순 국내에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반일 정서가 지금보다 심했음에도 국내 작가와 지식인들은 일본의 군국주의와 핵무기 개발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오에를 민주주의자로 평가했습니다. 90년대 출판계를 주름잡았던 출판사 고려원24권으로 구성된 오에 겐자부로 소설 문학 전집을 기획하여 출간했습니다. 개인적인 체험을 포함한 몇몇 작품은 새로운 번역으로 다시 태어났지만, 그 외 나머지 작품들은 절판되어서 만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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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5-03-24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에가 됐구만. 좀 어렸잖나? 난 노벨문학상 알러지가 있는지 무조건 다 어려운 줄 알아. ㅋㅋ 지난번 채식주의자도 겨우 읽었다. 😂

cyrus 2025-03-31 22:29   좋아요 0 | URL
역시 노벨문학상 작가의 소설은 어렵네요.. ㅎㅎㅎ 그래도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 흥미로워요. ^^

카스피 2025-03-24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에 겐자부로 전집중 몇권이 있는데 SF경향이 있는 작품만 수집하다보니 다 모우지 못한 것이 좀 아쉽더군요.

cyrus 2025-03-31 22:30   좋아요 0 | URL
제가 자주 가는 헌책방에 고려원 오에 겐자부로 전집 3권이 있어요. 두 권은 타 출판사에서 재출간되었고, 나머지 한 권은 재출간되지 않은 작품인데, 이 한 권이 가격이 제일 비쌉니다.. ㅎㅎㅎ

그레이스 2025-03-24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 체험, 좋았던 작품요!

cyrus 2025-03-31 22:33   좋아요 1 | URL
무슨 내용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데도 계속 읽고 싶어져요. 오에의 문학 취향을 알고 나니까 소설 내용을 조금 이해가 되더라고요. ^^
 




이번 달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모임 일정이 한 주 앞당겨졌습니다. 금요일인 내일이 바로 모임 날인데요. 원래대로라면 모임 날은 다음 주 금요일입니다. 그런데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3월의 세계문학 도서 책상은 책상이다를 추천한 조약돌 님의 개인 사정으로 인해 날짜가 변경되었어요.

 

책상은 책상이다가 아주 얇은 책이라서 금방 다 읽었지만, 문제는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4월의 세계문학 도서를 아직 정해지지 않았어요. 정말 책 한 권 고르기가 정말 어렵군요.

 

그래서 저는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독자님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어요. 다음 달 책은 투표로 해서 결정하자고요. 우리뿐만 아니라 모임과 전혀 관련 없는 사람들도 참여하는 투표로요.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독자님들 각자가 책 한 권을 고릅니다. 투표 이벤트를 준비하는 저를 제외한 독자들은 다른 분의 추천 도서를 모릅니다. 투표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저는 독자분들의 추천 도서를 공개하지 않습니다.

 

투표 창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저의 알라딘 블로그와 저의 인스타그램 계정

 

2. 오프라인 모임 앱 소모임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모임에 가입된 분들만 투표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3. 제가 참석하는 서울 독서 모임 <달의 궁전><수레바퀴와 불꽃> 카톡 단톡방 투표

 

이 세 가지 투표 창구의 투표수를 합산해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책이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4월의 세계문학 도서로 선정됩니다.


 

총 여섯 권의 후보 도서를 소개하겠습니다.

 




[후보 도서 1]






토머스 드 퀸시

김석희 옮김 

어느 영국인 아편쟁이의 고백》 

(시공사, 2010년)





[후보 도서 2]





아사이 료

민경욱 옮김 

정욕: 바른 욕망

(리드비, 2024)





[후보 도서 3]





오에 겐자부로

서은혜 옮김

개인적인 체험

(을유문화사, 2009)





[후보 도서 4]





아서 C. 클라크

김승욱 옮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황금가지, 2017)






[후보 도서 5]





실라 헤티

구원 옮김

마더후드

(코호북스, 2024)





[후보 도서 6]






스티븐 레비츠키, 대니얼 지블랫

박세연 옮김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

우리의 민주주의가 한계에 도달한 이유

(어크로스, 2024)






알라딘 블로그에는 투표 기능이 없어요. 그래서 댓글(비공개 댓글 포함)로 한 권 또는 두 권 이상의 책 제목을 남기면 됩니다. 여섯 권 모두 고르셔도 됩니다.

 

댓글 투표 기한은 3월 21일 금요일 자정입니다.

많은 참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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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5-03-20 10: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 흥미롭고 좋은 것 같긴한데 난 읽는다면 정욕과 마더 후드를 읽을 것 같고, 하나만 고르라면 정욕을 먼저 읽을 것 같다. 그 정욕이 그 정욕이 아니었구만. 그래서. ㅋ
난 요즘 그믐이란 곳에 가고 있는데 거기엔 벽돌책 깨기 모임이 있더라고. 이번 달엔 권보드래의 3월 1일의 밤을 읽고 있는데 700페이지 내외의 책을 읽고 있는데 그나마 이 책은 얉아서 첨 참여해봤어. 내가 이 나이에 백돌책 깰건 아니잖아. 근데 그냥 할만해. 다음 달엔 무슨 셰익스피어에 관한 책을 읽는다는데 중고책 있으면 참여해보려고. ㅋㅋ

cyrus 2025-03-20 21:58   좋아요 0 | URL
댓글이 많아야 5개 달릴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사람들 투표 참여가 저조하네요.. ^^;; 책 소개를 안 해서 그런 걸까요?

<정욕>과 <마더후드>에 투표한 것으로 할게요. 그런데 <정욕> 제목 때문인지 이 책을 선택한 분들이 많아요. ㅎㅎㅎ

그믐이라는 독서 모임, 인스타그램에서 본 것 같은데, 어떤 모임인지 궁금하네요. ^^

2025-03-21 1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25-03-23 23:13   좋아요 1 | URL
복수 투표하기를 정말 잘했어요. 복수 투표 방식 없었으면 득표수가 더 적었을 거예요.. ^^;;
 





대구 독서 모임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






2월의 세계 문학

차학경 《딕테

김경년 옮김, 현대문학 (2024)







2025년 2월 28일 금요일저녁 8시~10시 20분

장소: 인더가든



<세계문학>을 만든 독자들

조약돌, 향기, 최해성(모임 후기 엮은이)






지난주 수요일 저녁에 카페 <small talk>의 주인장 김 사장님을 만났습니다. 김 사장님은 철학책 독서 모임(니체, 미셸 푸코, 레비나스)을 함께 했던 분입니다. 우리는 고요한 어둠이 채워진 <small talk>에서 대화를 했습니다. 말을 주고받는 중에 김 사장님은 본인이 선호하지 않는 독서 모임을 얘기했습니다. 김 사장님은 참석자들의 시시콜콜한 일상을 확인하는 대화가 많은 독서 모임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어요. 이런 모임에 책은 뒷전입니다. 결국 모임 참석자들의 돈독한 관계를 확인하는 사교 모임이 되고 맙니다. 김 사장님의 말에 저도 이런 유형의 모임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공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쑥 걱정이 들었습니다. 독서 모임을 꾸리기 시작한 지 이제 일 년 지난 제가 다른 독서 모임을 비판할 처지가 아니더라고요


<세계 문학 속으로> 2월의 책 딕테》는 독자들이 읽기 쉽지 않은 책이에요. 독서 모임을 만들기로 결정한 독자들은 딕테》를 읽는 내내 무엇을 얘기하면 좋을지 생각을 엄청 많이 했을 거예요(그리고 본인의 결정을 후회했을 겁니다)책에 대한 흥미가 없으면 그 책이 어떤지 얘기할 수 없습니다. 책과 친해지지 못한 독자들은 독서 모임에 나오면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것보다 다른 분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자세로 일관합니다. 어떤 독자는 책과 전혀 관련이 없는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김 사장님과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온 후에 딕테를 다시 펼쳤어요. 이틀 후에 있을 독서 모임에 겉도는 독자들이 한 분이라도 나오지 않게 모임을 어떻게 진행할지 생각해 봤습니다.


2월의 <세계 문학>을 만든 독자는 조약돌 님과 향기 님입니다. 두 분과의 인연은 2년 전 대구 책방 <일글책> 고전 읽기 모임에서 시작되었어요. 만나자마자 두 분은 책이 어렵다면서 푸념을 늘어놓았습니다. 저는 두 분의 반응을 이미 예상했었습니다독서 모임에 참석하지 못한 분들도 그렇게 느꼈을 거예요. 제가 고른 책이 어렵다, 재미없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은 사소한 감정이 아닙니다. 감상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에 개인의 취향과 관심사가 스며 들어 있어요. 저는 책을 어려워하는 독자들의 반응도 눈여겨보면서 다음 독서 모임을 위해서 함께 읽을 책을 신중하게 고르려고 합니다.


딕테는 차학경 작가의 자서전적인 글입니다. 이 책을 처음 만난 독자들은 작가의 관점에서 읽으려고 시도합니다. 역자와 작가의 친오빠가 쓴 해설은 차학경의 생애와 예술 세계를 이해하는 데 참고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들이 재구성한작가의 시선으로 딕테를 읽는다고 해서 딕테에 친근감을 느끼기는커녕 오히려 더 낯설게 느껴질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한 달 전인 1<세계 문학 속으로> 모임을 마무리할 때 딕테를 읽을 때 차학경 작가를 찾기 위해서 읽지 말고, 그 글에서 드러내는 나 자신을 찾기 위해서 읽어보라고 제안했어요. 이때 제가 했던 말을 금시초문이라는 독자들이 있다면, 독서 모임을 능숙하게 진행하지 못한 저의 불찰입니다딕테를 쉽게 읽는 저만의 방식을 소개한 글 한 편 쓸 걸 그랬나 봐요.


딕테77쪽에 프랑스어로 쓴 문장이 나옵니다.

 

 


방출하라. Ne te cache pas. Révéle toi. Sang. Encre.


 


프랑스에서 태어난 말을 우리말로 풀어 쓰면 이렇습니다. 자신을 감추지 말라. 자신을 드러내라. 혈액. 잉크.” 저는 이 문장을 보는 순간 딕테와 친해지면서 읽을 수 있는 방식을 발견했어요딕테》는 독자 자신을 스스로 드러내면서 읽는 책이라고 확신했어요.


저는 향기 님에게 <세계 문학> 2월 모임에 꼭 참석하라고 부추겼어요. 향기 님은 러시아어를 전공했어요. 영어, 중국어, 일본어를 꾸준히 공부하고, 외국어 원서를 즐겨 읽는 독자입니다차학경 작가는 어린 시절에 거대하고 낯선 땅 미국에 정착했습니다. 그녀는 미국을 제2 고향으로 인식하면서 살아가 보려고 했지만, 모국어의 모습과 완전히 다른 외국어에 적응하지 못했어요. 차학경 작가는 영어를 미국인처럼 정확하게 말하지 못하는 본인의 모습을 입으로 흉내 내는 짓(딕테, 13)’이라고 표현합니다


저는 딕테를 읽은 향기 님이라면, 외국어를 공부하면서 느낀 작가의 고충을 어느 정도 이해할 거로 생각했어요. 향기 님은 중국어의 성조(聲調, tone)를 최대한 정확하게 내기 위해서 거울 앞에 서서 중국어를 읽은 적이 있다고 했어요. 거울에 비친 입 모양을 확인하면서 성조를 연습했던 거죠.

















[대구 책방 <일글책고전 읽기 모임 선정 도서 (2025년)]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김재홍 옮김 · 해설 자기 자신에게 이르는 것들(그린비, 2023)




딕테에 대한 감상을 나누는 데 걸린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어요. 두 분의 근황과 딕테감상을 충분히 확인했다고 해서 독서 모임을 일찍 마무리할 수 없어요. 그래서 저는 딕테를 가방에 넣고, 제가 참석하지 않은 ‘다른 독서 모임의 책을 꺼냈어요. 그 책은 바로 로마의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Marcus Aurelius)명상록이었어요. 이 책이 올해 첫 <일글책> 고전 읽기 모임 선정 도서였어요


<일글책>이 고른 번역본은 김재홍 번역의 자기 자신에게 이르는 것들입니다. 자기 자신에게 이르는 것들명상록의 원제입니다. 마르쿠스는 연약한 자신의 참모습을 돌아보기 위해 잉크로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글을 썼어요역자 김재홍 교수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 고전을 번역하고 연구하는 학자들의 연구 단체인 정암학당의 공동 이사입니다.


지난달 <세계 문학> 모임이 끝난 후에 조약돌 님은 저에게 명상록에서 자살을 긍정하는 대목이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거든요자살에 대한 철학자 마르쿠스의 견해를 어떻게 보는지 물으셨어요그때부터 김재홍 교수의 명상록을 읽기 시작했어요마르쿠스는 스토아학파 철학자입니다. 스토아학파는 진정한 삶을 살 수 없는 상황에 이르면 자살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들이 정의하는 자살은 이성에 맞는 벗어남입니다. 조약돌 님은 스토아 철학적인 자살을 회의적으로 보고 있었어요. 우리는 스토아학파의 자살할 권리를 주제로 철학적인 대화를 하면서 모임을 마무리했어요.






 

 











* 캐시 박 홍, 노시내 옮김 마이너 필링스: 이 감정들은 사소하지 않다(마티, 2021)





딕테함께 읽어야 하는 책으로 자주 거론되는 책이 한국계 이민자 출신의 미국 작가 캐시 박 홍(Cathy Park Hong)마이너 필링스입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차학경 작가의 죽음을 이르게 한 성폭력 및 살인을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한 미국 사회와 동료 예술가들의 미온적인 반응(차학경의 죽음을 예술적으로 미화하는 태도)을 지적하면서 미국의 유색인 여성들이 경험하는 차별을 고발합니다


마이너 필링스210딕테의 내용 일부가 언급된 문장이 나옵니다. 차학경 작가는 딕테에 미국 하와이에서 이주 한인들과 함께 독립운동을 한 이승만과 독립운동가 윤병구(1880~1949)미국 대통령 루스벨트에게 보낸 탄원서(편지)를 인용합니다.



 




 차(학경)딕테를 어떻게 풀이해야 할지 전혀 안내하지 않는다. 프랑스어를 번역하거나 이승만 대통령이 프랭클린 D. 루스벨트에게 보낸 편지의 맥락을 짚어주거나 칼 드레이어 감독의 영화 잔 다르크의 수난에 나오는 프랑스 배우 르네 잔 팔코네티의 사진에 설명 붙이기를 거부한다. 독자는 나름대로 단서를 연결해 퍼즐을 풀어가는 탐정이 된다.


(마이너 필링스중에서, 210)

 


루스벨트라는 성()을 가진 미국 대통령은 두 명입니다. 시어도어 루스벨트(Theodore Roosevelt, 1858~1919)프랭클린 루스벨트(Franklin Roosevelt, 1882~1945). 이승만과 윤병구가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탄원서는 1905년에 써졌고, 당시 미국 대통령은 시어도어 루스벨트입니다.







책 속에 있는 오류와 오역은 사소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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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5-03-01 21: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yrus님, 주말에 독서 모임 하시는군요. 차학경 <딕테>는 소개를 읽어보고 난해할 것 같았는데, 모임도서로 읽으면 각자의 경험을 살려서 이야기 할 수 있어서 좋았을 것 같아요.
여러 책들을 구매하거나 고르다보면 늘 비슷하거나 취향에 맞는 책을 고르게 됩니다만, 모임으로 정해진 책을 읽으면 조금 더 다양하게 읽게 될 것 같습니다.
페이퍼 잘 읽었습니다. 주말 잘 보내시고, 좋은 하루 되세요.^^

cyrus 2025-03-03 16:49   좋아요 1 | URL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는 매월 마지막 금요일에 하는 독서 모임이에요. 사실 독서 모임을 주말에 하고 싶은데, 이러면 주말에 개인적인 일(독서, 글쓰기, 서울 여행)을 할 수 없어서 금요일 저녁에 하게 됐어요. ^^

페크pek0501 2025-03-06 11: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독서 모임에서 책 얘기가 끝나고 나서 멤버들의 일상 이야기를 듣는 게 좋던데요. 남들은 어찌 살아가는지 어떤 생각, 어떤 고민을 하고 사는지 알 수 있는 기회가 되거든요. 남들 얘기에 경청하는 게 글쓰기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제가 영화 모임에서 만난 한 분은 심리 상담사였는데 많은 사례를 들려 줘서 견문 넓히는 데 도움이 됐어요.^^

cyrus 2025-03-10 06:33   좋아요 1 | URL
내가 혼자 책을 읽을 때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독서 모임에 참석하면 알 수 있어서 좋아요. 저는 독서 모임 후기를 쓸 때 모임에 참석한 분들의 견해를 많이 써보려고 해요. ^^
 





세계 문학 전문 독서 모임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20246월 마지막 금요일 밤에 태어났습니다. 독서 모임이 태어난 요람은 술과 책을 파는 책방이었어요. 하지만 그 책방은 지난달에 문을 닫았어요. 새로운 가게가 책방을 덮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 독자들의 책과 문학 사랑은 언제나 펼쳐져 있습니다.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 독자들은 새로운 장소에 정착하여 올해도 책과 생각을 펼치려고 합니다.









 








* 버지니아 울프, 박인용 옮김, 보통의 독자(함께읽는책, 2011)




저를 포함해서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에 한 번이라도 참석하는 분들 모두 독자입니다. ‘독자는 책을 읽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저는 너무나도 단순해 보이는 단어에 다양한 의미를 넣어주고 싶어요. 제가 선호하는 독자는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가 말한 보통의 독자와 비슷해요. ‘보통의 독자특별한 문학 훈련을 받지 않은 독자예요. 여기서 울프가 표현한 문학 훈련은 문학 강연과 같은 교육입니다. 보통의 독자는 혼자 낯선 책에 다가가서, 스스로 생각하면서 책을 여러 번 쓰다듬은 독자입니다. 이런 독자(獨子)가 바로 보통의 독자(讀者)’입니다. 저는 보통의 독자독자(獨子)적인 독자(讀者)’라고 부르고 싶어요.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독자들이 만든 독서 모임입니다. 그래서 저는 올해부터 제가 아닌 다른 독자들이 추천한 책을 함께 읽어보려고 합니다.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지만, 3, 6, 9월은 다른 독자들이 추천한 책을 읽는 달입니다. 문학 분야의 책 이외에 인문학, 사회과학, 과학, 예술 분야의 책을 추천할 수 있습니다.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 3월의 세계 문학 도서를 추천한 독자는 조약돌님입니다. 조약돌 님은 20231월 토요일 아침에 시작된 <일글책> 고전 읽기 모임 정회원입니다. 지금도 꾸준히 <일글책>에 오십니다. 그 밖에 현대 철학 독서 모임도 참석하는데, 니체(Nietzsche)와 라캉(Jacques Lacan) 등을 읽기도 했습니다.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 3월의 세계 문학]

* 페터 빅셀, 이용숙 옮김, 책상은 책상이다(위즈덤하우스, 2018)

 

* [구판 절판] 페터 빅셀, 이용숙 옮김, 책상은 책상이다(예담, 2001)




약돌 님이 추천한 책은 스위스의 소설가 페터 빅셀(Peter Bichsel)의 단편 소설집 책상은 책상이다입니다. 이 책의 표제작 <책상은 책상이다>는 제가 중학생 시절에 만난 국어 교과서에 수록된, 너무나도 유명한 소설입니다. 작가 이름은 몰라도 <책상은 책상이다>를 기억하는 분들이 있을 거예요. 이야기는 단순해요. 한 남자는 책상을 책상이라 부르는 대신에 양탄자라고 부르기 시작합니다. 사물의 이름 바꾸는 일에 흥미가 생긴 남자는 의자를 시계, 신문을 침대라고 부릅니다. 책상은 책상이다에 실린 단편 소설들 속 주인공 모두 평범하지 않습니다. 열차 시간표만 암기하는 남자, 이미 만들어진 것을 자신이 발명했다고 믿는 발명가. 지구가 정말로 둥근지 직접 확인하고 싶은 남자.

 

약돌 님은 다르게 보기의사소통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으로 책상은 책상이다를 추천했어요. 저는 이 책을 2014년에 읽은 적이 있어요. 오랜만에 다시 이 책을 다시 만나면서,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푸코(Michel Foucault)의 책을 함께 펼쳤어요. 책상은 책상이다철학 소설입니다. 철학을 공부하면서 읽을 수 있는 책이면서도 철학자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바라볼 수 있어요. 책상은 책상이다의 매력은 철학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시선을 통과시킬 수 있는 투명한 책이라는 점입니다. 책은 투명할수록 독자들의 흥미로운 해석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책상은 책상이다보통의 독자들이 좋아할 만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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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5-02-25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상은 책상이다!
제가 몇 살 때 였는지는 잘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때 엄청 인기있는 책이었어요.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네요.
미셸 푸코의 어떤 책을 펼쳤는지도 궁금해요^^

cyrus 2025-02-26 06:44   좋아요 1 | URL
중학생 시절에 국어 선생님이 <책상은 책상이다> 소설집을 추천해 주셔서 작가를 알게 되었어요. 제가 지금 읽고 있는 푸코의 책은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입니다. ^^

stella.K 2025-02-25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통의 독자 나도 가지고 있는데 여태 못 읽고있다. 읽어야하는데... ㅠ 책상은 책상이다 사 봐야겠다. 잘 지내지?

cyrus 2025-02-26 06:46   좋아요 0 | URL
저도 <보통의 독자>를 샀는데, 어디에 있는지 못 찾았어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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