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역학이란 무엇인가 - 원자부터 우주까지 밝히는 완전한 이론, 개정판
마이클 워커 지음, 조진혁 옮김, 이강영 감수 / 처음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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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협찬받고 쓴 서평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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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점   ★   F






미국의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먼(Richard Feynman)은 양자역학의 악명 높은 난해함을 냉소적으로 표현했다. 이 세상에 양자역학을 이해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파인먼이 누구인가? 양자전기역학(quantum electro dynamics, QED)을 만든 공로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과학자다. 그는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다음으로 물리학을 가지고 논[주1] 위대한 과학자로 손꼽힌다. 누군가는 생전에 괴짜다운 면모를 뽐냈던 파인먼 씨가 농담을 잘한다[주2]라고 생각할 것이다.

 

파인먼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이 세상 모든 과학자가 양자역학을 모른다는 뜻이 된다. 하지만 파인먼은 과학자들의 무능함을 비아냥거리려고 그런 말을 한 것이 아니다. 양자역학은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주 작고 작은 세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이론이다. 미시적인 양자 세계는 우리의 직관을 완전히 뛰어넘는 공간이다. 그곳에는 우리가 평소에 상식이라고 알고 있는 물리법칙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양자역학을 배워서 익히기는 했지만, 양자 세계를 모르는 우리가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하지 못한다.

 

양자역학이 난해하다고 해서 그냥 모른 채 지나칠 수 없다. 우리는 양자로 이루어진 존재이며 양자 세계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양자역학은 세상을 가장 명확하게 이해하는 데 필요한 이론이다. 양자역학의 실체가 알려지면서 원자로 이루어진 모든 물질의 본질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양자역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전에 우선 이 세상이 양자 세계가 아니라고 상상해보자. 양자역학이란 무엇인가》(원제: Quantum Fuzz: The Strange True Makeup of Everything Around Us) 서문은 우리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고 여기는 양자 세계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원자는 모든 물질을 구성하는 가장 작은 단위다. () 양자 세계 속에 있는 원자는 지금의 원자와 다른 특성과 구조로 되어 있을 것이다. 아니, 원자 자체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면 비 양자 세계에 우주가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고, 생명체가 탄생하지도 못했다. 우리로선 그저 상상하고 추측할 수밖에 없는 비 양자 세계야말로 양자 세계보다 더 이상하고 기묘하다. 우리는 양자 세계를 살아가고 있음에 감사해야 한다.







양자역학이란 무엇인가2018년에 나온 책의 개정판이다. 입자물리학 관련 도서를 집필했고, 번역했던 이강영 교수가 이 책의 감수를 맡았다. 그러나 이 책은 개정판인 척하는 구판이다. 구판에 있는 오자는 전혀 고쳐지지 않았다. 역자와 감수자는 과학계의 최근 동향과 연구 성과를 반영하지 않았다.



* 21


 이 세상은 양자 세계이지만 수십 년간의 실험과 이론을 통해 비로소 알려졌다. 1900년부터 원소의 화학적 성질, 주기율표, 원자의 크기, 우리의 크기가 현재와 같은 이유, 그리고 당시까지 존재한 인습적이고 고전적인 시각(예를 들면 사과의 낙하와 행성의 궤도를 설명하는 뉴턴 운동의 법칙)에 어긋나는 여러 현상을 설명하는 급진적이고도 새로운 이론이 전개되었다.

 새로운 견해를 대개 양자론이라고 지칭하며, 이러한 견해를 설명하고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계산법으로 통합한 수학적 접근을 양자역학이라 한다.



뉴턴 고전역학(이 책에서는 고전 뉴턴 물리학이라고 표기되어 있다)의 핵심은 운동법칙(1 법칙: 관성의 법칙, 2 법칙: 가속도의 법칙, 3 법칙: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이다. 그런데 이 책에 고전역학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없다


과학을 이해하는 데도 순서가 있다. 고전역학에 대한 기초 지식 없이 양자역학을 선뜻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양자역학은 뉴턴의 운동법칙 등 고전역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탄생한 이론이다. 고전역학은 원인과 결과가 있는 현상을 설명하는 데 유용하다. 하지만 양자역학은 고전역학과 다르게 확률론에 기반을 두고 있다. 하이젠베르크(Werner Karl Heisenberg)의 불확정성 원리에 따르면 양자의 위치와 운동량은 동시에 측정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움직이는 양자를 확률적으로만 알 수 있다.




* 46





 러더퍼드는 뉴질랜드의 노동자층 가정에서 열두 명의 아이 중 한 명으로 자라났다. 장학금을 받으며 학업을 이어 나가던 러더퍼드는 1895년 케임브리지에 들어가 톰슨 밑에서 공부를 하게 된다. [중략]

1898년에는 톰슨의 강력한 추천으로 몬트리올의 맥길대학교 교수로 임용된다. 그곳에서 러더퍼드는 방사성 원소를 연구했다. 1901년 동료 교수인 프레더릭 소디와 함께, 하나의 방사능 원소는 (나중에 헬륨 핵으로 확인된) 알파 입자를 방사하며 다른 원소로 변형될 수 있음을 발견했다(한 원소가 그 방사성의 절반을 잃는 시간을 말하는 반감기라는 용어를 만든 사람이 바로 러더퍼드다). 이 연구로 그는 1908년에 노벨화학상을 수상했고 맨체스터대학교 교수직으로 승격 제안을 받았다. 소디는 2년 뒤 수상했다.


[원문, 41]


 Rutherford was one of twelve children raised in a working-class family in New Zealand. Through a series of scholarships Rutherford had come to Cambridge in 1895 to study under Thomson. [중략]

With Thomson’s high recommendation, he was appointed in 1898 to professor at McGill University in Montreal. There he worked with radioactive elements. In 1901 with fellow professor Frederick Soddy he discovered that one radioactive element could transform into another through the radiation of alpha particles, later recognized as helium nuclei. (It was Rutherford who coined the term half-life to describe the time over which an element would lose half of its radioactive.) For this work he would in 1908 be recognized with a Novel Prize in Chemistry and the offer of a promotion to professorship at the University of Manchester. Soddy would get the Prize two years later.

 


프레더릭 소디(Frederick Soddy) ‘2년 뒤 수상했다(Soddy would get the Prize two years later)라는 내용은 오류다. 소디가 노벨화학상을 받은 연도는 1921이다. 1910년 노벨화학상 수상자는 독일의 오토 발라흐(Otto Wallach)저자는 소디의 노벨상 수상 연도를 착각했고, 역자와 감수자는 저자의 오류를 확인하지 못했다.




* 233





 블랙홀은 이론에서 먼저 발견되었다. 별과 같이 질량이 어마어마한 물체가 자신의 중력 때문에 어떻게 되는지 알아보려고 러시아의 천문학자 카를 슈바르츠실트(Karl Schwarzschild)1916년에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을 적용해 질량이 충분히 크다면 크기가 무한정 쪼그라들고 밀도는 점점 더 높아지다가 결국 시공간의 특이점에 다다르게 된다고 계산했다.

 


슈바르츠실트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났다.




* 235~236


 블랙홀이라 생각되는 것은 발견했으나 사실 블랙홀이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발견한 것뿐이다. ‘블랙(, 어떤 빛이나 물질도 발산, 반사하지 않음)’이 되려면 물체가 보여서는 안 된다. 이들이 함유하는 에너지와 물질의 질량과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으로 이들을 찾아낸다. [중략]

 블랙홀이 있다는 가장 강렬한 시각적인 증거는 아마도 근처의 별에서 빼앗아 삼키거나 블랙홀 궤도에 흡수되는 물질에서 발산되는 빛일 것이다.



2019410일에 세계 최초로 촬영한 M87* 블랙홀(처녀자리 A 은하 중심에 있는 블랙홀) 사진이 공개되었다. 사진에 나온 검은 부분은 사건의 지평선이다. 블랙홀에 빨려 들어간 빛은 빠져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블랙홀의 별칭은 포웨이(Pōwehi)’






M87* 블랙홀 사진 (2019년)







궁수자리 A* 블랙홀 사진 (2022년)




2022년에 우리은하 중심에 있는 초대질량 블랙홀(Sgr A*, 궁수자리 A*)을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이 책이 출간된 지 2년 후에 블랙홀의 실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각적인 증거들이 나왔다(참고 도서: 하이노 팔케 & 외르크 뢰머 공저, 김용기 & 정경숙 공역, 이것이 최초의 블랙홀 사진입니다: 천문학의 역사와 블랙홀 관측 여정, 에코리브르, 2023년)




* 340





 이러한 굽은 구조는 70년 전 노벨상 수상자인 화학자 라이너스 폴링(Linus Pauling)이 화학적 결합의 본성에 대한 그의 연구에서 처음으로 설명했다.

 


양자역학이란 무엇인가원서가 출간된 해는 2017이다. 이 책이 나온 연도를 기준으로 70년 전은 1947이다. 라이너스 폴링이 노벨화학상을 받은 해는 1954이다. 따라서 사실에 맞게 고쳐 쓰면 ‘63년 전이다. 1947년 노벨화학상 수상자는 로버트 로빈슨(Robert Robinson)이다.




* 361





 초전도성을 흥미롭게 상업적으로 이용한 부문은 자기부상열차다. 영구자석과 전자기 기술을 사용한 열차를 개발해 왔고, 일부는 이미 가동 중이다.

 일본은 유명한 신칸센(탄환 열차)의 후임으로 세계에서 가장 진보된 초전도 자기부상열차를 개발 중이다. 야마나시 시험 철로에 있는 자기부상열차 한 대가 그림 19.1에 보인다. 또 다른 자기부상열차는 시속 361마일(581km/h)로 달리는 고속열차로서 (2003년에) 세계기록을 세웠다.



2015 421일에 일본의 야마나시 시험 철로를 주행한 L0 시리즈(L0 Series)의 속도가 시속 375마일(603km/h)에 도달함으로써 2003년의 기록을 경신했다. 그림 19.1의 설명문에 있는 ‘2103‘2013의 오자.




* 28





아이작 뉴튼 아이작 뉴턴



83, 154에도 뉴튼이 나온다.





* 142





매리 메리(Mary)





* 157





베자민 슈마허 베냐민(벤저민, Benjamin) 슈마허





* 185





보스톤 보스턴(Boston)





* 199





카톨릭 가톨릭






* 230





 중심에서 갑자기 추가로 융합되aus 열이 나 둘러싸고 있는 수소 껍질까지 융합한다.



융합되면의 오자. 컴퓨터 자판의 한글 자모 은 알파벳 A, U, S에 해당한다. 영문으로 바꾸지 않은 상태에서 을 입력하면 ‘aus’가 나온다.





* 281





이와 관련해선 그린의 멀티 유니버스 읽어보길 다시금 제안한다.





* 346





챨스 찰스(Charles)






[1] 존 그리빈 & 메리 그리빈 공저, 김희봉 옮김, 나는 물리학을 가지고 놀았다: 노벨상 수상자 리처드 파인만의 삶과 과학, 사이언스북스, 2004, 절판

 

[2] 리처드 파인먼, 김희봉 옮김 파인만 씨, 농담도 잘하시네!, 사이언스북스, 2000년, 전 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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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07 18: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23-05-08 21:23   좋아요 0 | URL
캐런 바라드 때문에 최근에 읽은 게 아니고요.. ㅋㅋㅋㅋ 이 책이 1월에 나왔는데, 그때 이미 다 읽었어요. 서평 쓰기를 미루다가 이제야 쓴 거예요... ^^;;

테오리아 2023-11-28 0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칼 슈바르츠실트는 러시아 사람이 맞습니다.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으로 유명한데 1차 세계대전에 러시아군으로 징집되어 전선에서 연구한 결과였죠. 그러나, 전선에서 살아남지 못하고 젊은 나이에 전투현장에서 사망했습니다.

cyrus 2023-11-28 09:35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테오리아님.

저는 서평을 쓸 때 외국 인명 이름 옆에 원어명도 함께 씁니다. 카를 슈바르츠실트를 독일어로 표기하면 ‘Karl Schwarzschild’입니다. 슈바르츠실트의 러시아어 이름을 본 적이 없어요. 혹시 러시아어로 어떻게 쓰는지 알려주실 수 있어요?

위키피디아 영문판
‘칼 슈바르츠실트’ 항목(https://en.wikipedia.org/wiki/Karl_Schwarzschild) 내용 일부를 인용해 보겠습니다. 위키피디아 항목 내용에도 오류가 있을 수 있어요. 이런 내용이 있다는 것만 참고하세요. 영어 공부를 안 한 지 오래돼서 인용문 번역이 어색하거나 오역이 있을 거예요.

Karl Schwarzschild was born on 9 October 1873 in Frankfurt on Main, the eldest of six boys and one girl, to Jewish parents.

칼 슈바르츠실트는 1873년 10월 9일 프랑크푸르트 마인에서 유대인 부모의 9남 10녀 중 맏이로 태어났다.

At the outbreak of World War I in 1914 Schwarzschild volunteered for service in the German army, despite being over 40 years old. He served on both the western and eastern fronts, specifically helping with ballistic calculations and rising to the rank of second lieutenant in the artillery.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슈바르츠실트는 마흔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독일군에 자원입대했다. 그는 서부 전선과 동부 전선에서 복무했으며, 특히 탄도 계산하는 임무를 인정받아 포병 중위로 진급했다.

While serving on the front in Russia in 1915, he began to suffer from pemphigus, a rare and painful autoimmune skin-disease.

러시아 전선에서 복무 중이던 1915년에 그는 희소병(희귀병)인 자가면역성 피부병인 천포창에 걸려 통증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In March 1916 Schwarzschild left military service because of his illness and returned to Göttingen.

1916년 11월, 슈바르츠실트는 병으로 인해 군 복무를 그만두고 괴팅겐으로 돌아왔다.

슈바르츠실트는 물리학이나 상대성이론을 주제로 한 책에 꼭 한 번은 언급되는 과학자입니다. 하지만 그를 비중 있게 다룬 책은 전무합니다. 국내 출간된 책 중에 유일하게도 《슈바르츠실트가 들려주는 블랙홀 이야기》(송은영, 자음과모음, 2010년)가 있습니다. 이 책에 슈바르츠실트의 생애에 관한 내용이 있어요. 인용해보겠습니다.

나, 슈바르츠실트는 독일의 천체 물리학자입니다. 나는 얼마든지 병역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쌓은 학문적인 업적이 화려했거든요. 그러나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조국을 사랑하는 사람이었으니까요.
하지만 1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 러시아에 머무는 동안 나는 고치기 어려운 피부병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피부에 물집이 생겼다가 터지면서 출혈과 통증을 유발하는 질병이었지요. 병은 점점 악화되었고, 나는 병가 처리되어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다 결국 두 달 만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지요. 나는 요절한 천재 학자인 셈입니다. (《슈바르츠실트가 들려주는 블랙홀 이야기》 <첫 번째 수업-블랙홀의 탄생> 중에서)

답글이 길어졌군요. 슈바르츠실트가 독일인이라는 제 견해의 근거들을 제시했습니다. 테오리아님이 제 답글을 확인하셨으면 슈바르츠실트가 러시아 사람인 근거를 알려주세요. 그 근거가 타당하면 인정하겠습니다. 그러면 ‘슈바르츠실트는 독일인’이라는 제 견해가 틀렸음을 공개 글을 쓰겠습니다. 블로그 글에 적힌 오류가 고쳐지지 않은 채 남아 있으면 다른 사람들이 보면 안 되잖습니까? 답변 기다리겠습니다. 독감 조심하시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
 




그것이 삶이었는가? 좋다! 한 번 더!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중에서, 김인순 옮김, 208)





최근 들어 내가 읽고 있는 책들에 신기한 공통점이 있다. 이 책들 모두 예전 독서 모임에 활동하면서 한번 읽은 것들이다.

















[대구 장르문학 전문 서점 <환상 문학>-금요 독서 모임 5월의 책] 

* 올더스 헉슬리, 안정효 옮김 멋진 신세계(소담출판사, 2015)



[우주지감-나를 관통하는 책 읽기 20181월의 책]

올더스 헉슬리, 이덕형 옮김 멋진 신세계》 (문예출판, 2018)

올더스 헉슬리, 이덕형 옮김 멋진 신세계》 (문예출판, 1998)



















[대구 장르문학 전문 서점 <환상 문학>-금요 독서 모임 5월의 책] 

* 조지 오웰, 한기찬 옮김 1984(태일소담출판사, 2021)


* 조지 오웰, 정회성 옮김 1984(민음, 2003)




20181월에 나를 관통하는 책 읽기모임에 처음 참석했다. 선정 도서는 멋진 신세계였다. 내가 읽은 것은 문예출판사 판본이었다


당시 나를 관통하는 책 읽기 모임은 오전 반저녁 반으로 나누어서 진행되었다. 나는 저녁 반(2018125)’에 참석했고, 모임 장소는 <읽다 익다>였다. 책방 안에 중년 여성 한 분이 혼자 있었고, 그분은 클래식 음악을 듣고 있었다. 그분은 어색함을 깨뜨리려고 내게 먼저 말을 걸었다. 클래식 음악에 대해 한참 대화하다가 그분이 대화 주제를 바꾸더니 페미니즘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나는 페미니즘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고, 우리는 페미니즘과 관련된 대화를 쭉 이어 나갔다. 그러더니 그분은 자기가 참석하고 있는 대구 페미니즘 독서 모임이 있다면서 소개했다. 그 모임명은 <레드스타킹>이다.






사진 출처: <환상 문학>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p/CrKP2wDJqyh/




이번 달 <환상 문학> 금요 독서 모임 도서의 주제는 디스토피아. 멋진 신세계조지 오웰(George Orwell)1984는 가장 유명한 디스토피아 고전이다. 이 두 권을 이번 달에 읽어야 한다(!)512일은 멋진 신세계독서 모임이 있는 날이고, 526일에 1984독서 모임이 진행된다198420대 때 읽은 책이라서 올해 다시 읽는다.




















[대구 인문학 서점 <일글책>-온라인 독서 모임 5, 6월의 책]

* 움베르토 에코, 이윤기 옮김 장미의 이름: 디 에센셜 1(열린책들, 2022, 교보문고 한정판)


[우주지감-나를 관통하는 책 읽기 2018년 5월의 책]

움베르토 에코이윤기 옮김 《장미의 이름(열린책들, 2009, 2)



움베르토 에코이윤기 옮김 《장미의 이름 작가 노트》 (열린책들, 2009)




정확히 5년 만장미의 이름를 다시 읽는다. <일글책-온라인 독서 모임>하루 10분 책을 읽는 모습을 타임랩스(동영상)로 촬영해서 카톡 채팅방에 인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크고 아름다운 벽돌 책 장미의 이름: 디 에센셜 1를 두 달에 걸쳐 완독하는 것이 <일글책-온라인 독서 모임>의 목표다.






사진 출처: <일글책>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p/CrnQGGHrfIt/




장미의 이름: 디 에센셜 1장미의 이름 작가 노트가 수록되어 있다. 그리고 장미의 이름번역에 문제를 제기한 강유원이 번역한 <장미의 이름을 여는 열쇠>라는 글도 실려 있다. 이전에 나온 두 권짜리 번역본에 없는 글이다.


















[<카페 스몰토크> 니체 읽기 모임 도서]

* 프리드리히 니체, 박찬국 옮김 비극의 탄생(아카넷, 2007)


[<카페 스몰토크> 니체 읽기 모임 도서]

* 프리드리히 니체, 김인순 옮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열린책들, 2015)



2021년과 2022년은 읽고 서평을 쓰는 삶으로서 제대로 살아가지 못한 해였다. 그래도 2년 동안 <카페 스몰토크-니체 읽기 모임>을 한 것이 내 삶에서 가장 큰 수확이었다<카페 스몰토크><레드스타킹> 모임 장소이기도 하다니체 읽기 모임은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끝으로 작년 말에 마무리되었다.


비극의 탄생을 다시 읽고 싶어서 올해 1월부터 시작된 <일글책-시카고 플랜 인문 철학 고전 읽기 모임>을 신청했다. <일글책-고전 읽기 모임> 공지 게시글이 나오기 전인 연말에 나는 비극의 탄생을 다시 읽을 겸 고대 그리스 비극도 읽으려고 했다. 신기하게도 <일글책>이 내 독서 계획 실행에 일조한 셈이다. <일글책-고전 읽기 모임>이 없었으면 계획만 세우고 안 읽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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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05-05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장미의 이름은 두 권으로 나온 책이었는데, 요즘엔 합본이 되어서 한 권으로 나왔을거예요.
저는 이윤기 번역본을 읽었는데, 지금은 작고하셔서, 시간 지나면 다른 번역자의 책도 나올 수 있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cyrus님, 편안한 휴일 보내세요.^^

cyrus 2023-05-07 11:39   좋아요 1 | URL
새로운 역자의 번역, 주석이 새로 추가된 <장미의 이름> 번역본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

새파랑 2023-05-06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묻고 더블로가‘ 인건가요?ㅎㅎ 독서모임하면 책도 잘 읽히고 더 재미있을거 같습니다~!!

cyrus 2023-05-07 11:40   좋아요 1 | URL
읽을 책이 너무 많아서 힘들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어요. 일단 지금은 아주 좋습니다. ^^
 




그리스 신화에 묘사된 아테나(Athena)지혜의 신이다. 아테나는 호메로스(Homers)의 서사시 오디세이아에서 주인공 오디세우스(Odysseus)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녀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오디세우스를 위해 여러 차례 도와준다.














 

 

* 호메로스, 김기영 옮김 오뒷세이아(민음사, 2022)

 

[대구 인문학 책방 일글책 - 고전 읽기 모임 두 번째 도서]

* 호메로스, 천병희 옮김 오뒷세이아(도서출판 숲, 2015)

 

 


멘토의 어원으로 알려진 나이 많은 현자 멘토르(Mentor)의 정체는 아테네다. 지혜의 신은 멘토르로 변신하여 방황하는 오디세우스의 아들 텔레마코스(Telemachus)에게 용기를 주고 격려해준다.


한 권의 책을 펼치는 순간 독자는 모험가가 된다독자는 글자들이 헤엄치고, 출렁이는 종이 바다를 항해한다. 모험의 목적은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보물을 찾는 것그 보물은 바로 독자 본인의 진짜 모습이다그 보물을 얻으면 본인의 취향을 알게 된다자신의 취향을 만족시키면서 책을 읽는 독자는 해일처럼 거칠게 다가오는 수많은 책에 휩쓸리지 않는다또 지식인들이 만든 에 들어갈 수 있다.
















[대구 페미니즘 독서 모임 레드스타킹’ 4, 5월의 책]

/성이론 통권 제47》 (여성문화이론연구소, 2022)




4월 한 달 동안 /성이론 통권 제47를 읽었다. 내겐 너무 힘든 모험이었다이 책에 나오는 지식인들의 섬들은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다. 섬들에 사는 지식인의 생각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각자만의 방식으로 지적 영토를 구축하고 있는 섬의 지배자들은 다음과 같다. 주디스 버틀러(Judith Butler), 로지 브라이도티(Rosi Braidotti), 캐런 바라드(Karen Barad), 엘리자베스 그로스(Elizabeth Grosz) 등이 있다. 버틀러를 제외한 나머지 세 명은 신유물론 페미니스트들이다/성이론 통권 제47의 기획 특집으로 분류된 글들의 주제는 신유물론과 페미니즘이다. 기획 특집 첫 번째 글 신유물론()과 페미니즘, 그리고 버틀러 비판은 신유물론 페미니스트들의 주요 사상을 소개하고, 이들이 어떻게 버틀러를 비판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책방 <직립보행>의 부부 책방지기는 내겐 아테나와 같은 존재이다. 특히 보행님은 버틀러, 들뢰즈(Deleuze), 미셸 푸코(Michel Foucault), 로저 브라이도티 등 포스트모더니즘 사상가들의 책을 섭렵한 분이다. 그분께 조언을 구하고 싶어서 책방에 가려고 했다. 그런데 하필 4월 마지막 주말은 <직립보행> 휴무일이었다. 진작에 제대로 물어볼 걸 그랬어.


난공불락의 요새와 같은 신유물론 페미니스트들의 섬 주변을 마냥 혼자 배회할 수 없다. 모험이 실패했으면 다음 여정을 위해 노선을 변경해야 한다/성이론 통권 제47제일 마지막에 실린 성평등 전주 예술인 전시 퇴출 사건의 쟁점들: 검열과 차별의 기준점이 된 페미니즘페미니스트들의 과도한 검열을 비판한 글이다.


소녀, 농약, 좀비는 요절한 소녀의 삶을 신유물론적 관점으로 분석한 글이다. 소녀는 경제발전이 국가 생존의 문제로 강조하던 1970~1980년대를 살았다. 10년 동안 우리나라는 단기간에 산업화를 이루었다. 하지만 국가 주도의 경제발전은 열악한 작업 환경 속에서 저임금을 받으면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쓰러지게 했다. 경제가 발전할수록 인구가 급속히 늘어나자, 박정희 정권은 식량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농업 정책을 내세운다. 정부는 쌀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 전국 농촌에 통일 벼를 보급했고, 농약과 제초제 사용량이 늘어났다. 일찍 노동 현장에 뛰어들기 위해 농촌을 떠나, 도시로 온 소녀는 1988년에 제초제를 마시고 자살한다


이 글에 언급된 좀비는 자본주의 체제에 밀려나거나 소외된 하층민 또는 노동자다. 그들은 국가의 부름에 응답하여 피와 땀을 흘리면서 노동력을 제공했지만, 인간으로 대우받지 못했다. 노동자들은 자신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기 위해 파업에 돌입한다. 그렇지만 자본주의 체제에 익숙해진 국민 대다수는 경제가 성장해야 내가 더 잘 살 수 있다고 믿는다. 부르주아는 자신이 남들보다 더 열심히 일해서 가난에 벗어났다고 확신한다. 그들의 눈에는 일하지 않고 파업하는 노동자들이 자본주의를 물어뜯으려고 달려드는 위험한 좀비로 보였을 것이다. 경제적으로 건강한 부르주아는 가난한 좀비가 되고 싶지 않다.


소녀, 농약, 좀비고쳐야 할 곳이 있다.

 

 

* 63쪽 주 43

 

 DDT디클로로디페닐트리클로에탄의 약자이며 [중략] 1874년 독일에서 처음 합성된 DDT가 살충 작용이 있다는 사실이 1939년 스위스 화학자 파울 헤르만 뮐러에 의해 밝혀진 후 2차대전 중 말라리아와 장티푸스를 예방하는 목적으로 대거 사용되었고 194510월 미국에서는 살충제로 일반인들에게 시판이 되기도 했다.



DDT의 정확한 명칭은 디클로로디페닐트리클로로에탄이다. ‘한 글자가 빠졌다.

















* [절판] 로버트 E. 하워드 외, 정진영 엮음, 좀비 연대기(책세상, 2017)



* 64


 ‘좀비는 원래 (god)’이라는 뜻의 니제트어와 콩고어인 ‘nzambie’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여기에 아이티의 민속종교인 부두교 전설에 등장하는 비약 노예이야기가 보태져 오늘날 회자되는 좀비 이미지가 탄생하였다. 부두교의 전설에 따르면 사람에게 약물을 써서 가사 상태로 만든 후 장례를 치르고 매장한 뒤 그 무덤을 파서 다시 살려내면 그 사람은 살아있는 상태지만 인지능력이 이전에 비해 현격히 떨어진 상태가 되는데 그렇게 된 사람을 농장 노예로 팔아 노예노동을 하게 만들 수가 있다. 이 이야기는 1929년에 마법의 섬(Magic Island)(윌리엄 브룩)이라는 소설에 등장했고 [생략]



작가 이름이 잘못 적혀 있다. 윌리엄 시브룩(William Seabrook)’이다. 번역된 마법의 섬은 좀비를 소재로 한 단편 공포소설 선집 좀비 연대기에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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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3-05-02 22: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후.. 어려울 건 알지만 47호 땡투하겠습니다!!!! 사놓고 안 읽겠지만 ㅋㅋㅋ 현시점의 제가 가장 읽고 싶은 사람들은 앨러이모 / 버라드 / 그로츠 거덩요 ㅋㅋㅋ 알려쥬셔서 감사합니다!!!!

cyrus 2023-05-05 09:00   좋아요 1 | URL
땡스투 감사합니다. 사실 저도 <여/성이론> 읽다가 어려워서 내용 정리를 하지 못했어요. 신유물론 관련 글 본문 바로 밑에 참고문헌이 언급된 주석이 있어요. 읽어야 할 책이 많던데 살까 말까 고민 중이에요. 저는 캐런 버라드에 대해서 알고 싶어요. 일단 양자역학부터 다시 공부해야겠어요... ^^;;

공쟝쟝 2023-05-05 11:01   좋아요 1 | URL
버라드 관련한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양자역학 ㅋㅋㅋ 저는 김상욱 박사님 좋아해서 그냥 그 정도 수준으로 이해하고 읽어도 무리는 없었습니다. 벵하민 라바투트의 지적인 소설 <우리가 세상을…>도 재밌게 읽었던 터라 도움되었는데, 다 버라드 읽으려고 과거의 내가 한 거구나 해서 뿌듯함!!!

레삭매냐 2023-05-05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빡신 독서모임 중독자!

대단하십니다 고저.

cyrus 2023-05-05 09:01   좋아요 1 | URL
이번 달에 달궁 모임 하면 참석하겠습니다! ^^
 




오레스테이아(Oresteia) 3부작은 고대 그리스 비극 작가 아이스킬로스(Aeschylos)의 대표작이다. <아가멤논>, <제주를 바치는 여신들>, <자비로운 여신들>로 구성되어 있다.
















[대구 인문학 책방 일글책 - 고전 읽기 모임 세 번째 도서]

* 아이스킬로스, 천병희 옮김 아이스퀼로스 비극 전집(도서출판 숲, 2008)

 


[대구 책방 서재를 탐하다 & 읽다익다 - 우주지감 나를 관통하는 책 읽기’ 20219월 도서]

* 천병희 옮김 그리스 비극 걸작선: <오이디푸스 왕> 3대 비극 작가 대표 선집(도서출판 숲, 2010)

아이스킬로스의 <아가멤논>만 수록되었음


 
















* 아이스킬로스, 두행숙 옮김 오레스테이아(열린책들, 2012)

* 아이스킬로스, 김기영 옮김 오레스테이아 3부작(을유문화사, 2015)




오레스테이아는 오레스테스 이야기라는 뜻이다. 오레스테스(Orestes)는 트로이 전쟁에 참전했던 그리스 미케네(아르고스)의 왕 아가멤논(Agamemnon)의 아들이다. 고대 그리스는 여러 개의 도시 국가로 이루어져 있었다. 아가멤논은 그리스 군의 총사령관이 되어 모든 도시 국가들의 병력을 결집한다. 수많은 부대를 이끌고 출항하려는 순간 뜻밖의 문제가 생긴다. 함선들을 움직여 줄 바람이 불지 않은 것이다. 예언자 칼카스(Kalchas)아르테미스(Artemis)의 분노를 잠재울 수 있는 제물을 바치면 출항할 수 있다고 예언한다. 그런데 칼카스가 지목한 제물은 바로 아가멤논의 딸 이피게네이아(Iphigeneia). 결국 아가멤논은 이피게네이아를 신에게 제물로 바치고 전쟁터로 향한다.

 

아가멤논의 아내 클리타임네스트라(Clytemnestra)는 딸을 죽인 남편에 앙심을 품는다. 그녀는 아이기스토스(Aegisthus)를 정부(情夫)로 삼아 아가멤논을 복수하기로 결심한다. 아이기스토스의 아버지 티에스테스(Thyestes)는 미케네 왕권을 차지하기 위해 이복형 아트레우스(Atreus)와 다툰다. 아트레우스는 아가멤논의 아버지다. 아트레우스의 아내 아에로페(Aerope)와 티에스테스의 간통 관계가 발각되면서 아트레우스는 끔찍한 복수를 실행한다. 그는 티에스테스의 세 아들을 죽인 다음 그들의 신체 일부를 음식으로 만든다. 그리고 동생을 초대해 그에게 음식을 내놓는다. 아들들의 죽음을 알지 못한 티에스테스는 인육으로 만든 음식을 먹는다. 이때 아트레우스는 티에스테스의 눈앞에 잘려 나간 시신 일부를 내밀면서 음식 재료를 밝힌다. 티에스테스를 추방하면서 아트레우스의 복수는 성공한다


하지만 두 형제의 복수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티에스테스의 열세 번째 아들 아이기스토스는 아가멤논을 죽여서 아버지의 원한을 갚기로 한다. 클리타임네스트라와 아이기스토스는 트로이 전쟁에서 승리한 뒤 십 년 만에 미케네로 돌아온 아가멤논을 살해한다. 오레스테이아 3부작 중 1부인 <아가멤논>은 두 사람이 아가멤논을 복수하게 된 계기를 보여준다2부부터 오레스테스의 복수극이 시작된다.


코로스(khoros, 노래를 부르면서 극의 전체적인 내용을 알려주는 사람들)의 우두머리인 코로스 장()은 아가멤논을 죽인 클리타임네스트라가 불경죄를 저질렀다고 비난한다. 클리타임네스트라는 자신의 복수가 정의로운 살인이라고 강조하면서 코로스 장의 비난에 떳떳하게 맞선다살인은 비윤리적 행위다. 이 자명한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독자는 코로스 장의 편에 서게 된다. 그래서 클리타임네스트라의 복수는 과연 정당한가?’라는 질문을 마주한 몇몇 독자라면 클리타임네스트라의 분노를 이해하면서도, 그녀의 살인 행위를 꾸짖는 코로스 장처럼 말을 할 것이다. 나는 이 견해가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클리타임네스트라의 살인 행위를 원한과 복수, 이 두 개의 단어만 가지고는 설명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런 식으로 설명하면 결국은 아무리 화가 나도 그렇지 꼭 잔인하게 죽였어야 했냐?’라는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다. 클리타임네스트라의 살인 행위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우선 1부 복수극의 발단인 아가멤논의 살인 행위에 무엇이 문제인지 따져 보자. 그러면 클리타임네스트라의 복수는 단순 살인이 아닌 국가 권력에 저항한 단독 행위라는 점을 이해할 수 있다.

 

아가멤논은 제단 옆에서 직접 딸을 죽여야 하는 자신이 불행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트로이 전쟁 참전을 위한 그리스 동맹의 서약을 저버릴 수 없다고 고집한다. 그러면서 딸의 희생은 신의 노여움을 풀기 위한 일이니 결코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윽고 손위 왕이 이렇게 말했다네.

복종치 않는다는 것은 진정 괴로운 일이오.

하나 내 집안의 작은 자식을 죽임으로써

제단 옆에서 이 아비의 손을

딸의 피로 더럽힌다면,

이 또한 괴로운 일이오.

그 어느 것인들 불행이 아니겠소?

하나 어찌 동맹의 서약을 저버리고

함대를 이탈할 수 있단 말이오?

처녀의 피를 제물로 바치기를 그토록

열망하는 것도 바람을 잠재우기 위함이니

부당하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오.

나는 만사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오.”


 

(<아가멤논> 205~217, 천병희 옮김, 37)




아가멤논은 도시 국가들의 군주 앞에서 내건 약속을 지켜야 한다. 전쟁에 승리해서 평화가 찾아오면 만사(萬事)가 잘될 것이다. 아가멤논은 전체를 위한 개인의 희생은 정당하다라고 인식하는 동시에 딸을 죽인 행위에 대한 죄책감을 덜어낸다. 그런데 아가멤논의 진짜 문제는 이피게네이아의 죽음 이후의 행보에 있다. 아가멤논은 이피게네이아의 희생을 기리는 만사(輓詞: 죽은 사람을 애도하는 글)를 공표하지 않았다. 또 그녀를 공적으로 애도할 수 있는 어떠한 장도 마련하지 않았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이피게네이아의 희생은 점차 미케네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 간. 그들은 그리스군의 승리를 간절히 염원한다. 클리타임네스트라는 한밤중에 사자(使者)가 불을 피운 것을 보게 되는데, 그 불이 승전보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환성을 지를 정도로 크게 기뻐한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리스군의 승리라고 확신한 클리타임네스트라의 반응에 비웃는다.




얼마 전 불의 첫 사자(使者)가 밤중에 와서

일리온이 함락되고 파괴되었음을 알렸을 때

나는 기뻐서 크게 환성을 질렀어요. 그러자 많은

사람들이 이런 말로 나를 나무랐지요. “불의 신호를

믿고 트로이아가 이제 폐허가 되었다고 생각하세요?.

쉽게 감격하는 게 여자에게 어울리는 일이긴 하죠.”

이런 말은 나를 제정신이 아닌 사람처럼 보이게 했죠.

그래도 나는 제물을 바쳤고, 그들도 여자인

나를 따라 시내 곳곳에서 기쁨의 환성을 질렸어요.

신전마다 향은 머금은 불을 피우고

향기로운 그 불꽃 위에 술을 부으며 말이오.

 


(<아가멤논> 586~595, 천병희 옮김, 52)

 


미케네 사람들은 불의 신호가 정말 그리스군의 승리를 뜻하는 것인지, 아니면 신들의 속임수인지 의심한다(<아가멤논> 종가, 475~478). 이 사람들은 클리타임네스트라가 쉽게 감격해서 섣불리 판단하는 어리석은 여자(두행숙 옮김, 열린책들)’라고 생각한다. 어떤 현상을 이해할 때 이성적으로, 신중하게 판단하는 행위를 중시하는 미케네 사람들이 분별력이 없는 어리석은 왕비를 따르겠는가
















[대구 페미니즘 독서 모임 레드스타킹’ 16번째 도서(2019년에 완독)]

* 주디스 버틀러, 윤조원 옮김 위태로운 삶: 애도의 힘과 폭력(필로소픽, 2018)




만약 아가멤논이 없었던 기간에 클리타임네스트라에게 통치력이 생겼더라면왕비는 이피게네이아를 애도했을 것이다. 주디스 버틀러(Judith Butler)폭력, 애도, 정치라는 글에서 국가가 애도해야 하는 대상을 알리는 공적 부고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공적 부고에 속한 고인은 국가의 발전에 이바지했거나 국가를 위해서 목숨을 바친 사람들이다반면 공적 부고 명단에 없는 이름들은 애도 불가능한 대상으로 돼버린다. 심지어 국가는 그들을 애도하는 시간을 빼앗을 뿐만 아니라 애도할 수 있는 공간마저 허용하지 않는다.


버틀러는 애도 대상을 차등적으로 분류하는 기준이 슬픔의 위계질서까지 만든다고 비판한다. 나라를 위해 헌신하다가 세상을 떠난 군인, 테러로 목숨을 잃은 무고한 시민, 일면식도 없는 타지 사람을 구하다가 세상을 떠난 외국인 등의 소식이 알려지면 사람들은 함께 슬퍼한다. 하지만 성전환 수술 이후 강제 전역 처분을 받은 군인의 죽음, 국가가 미리 대처했다면 일어나지 않을 수 있는 사회적 재난을 피하지 못한 시민, 제대로 된 작업복을 입지 않은 채 일하다가 목숨을 잃은 외국인 노동자의 죽음에 슬퍼하지 않는다. 슬픔은 잠시뿐. 국가와 국민은 합심해서 그들만의 공적 부고 명단을 작성하고, 명단에 어울리지 않는 이름을 배제한다평범한 우리도 내 주변 사람들의 죽음을 애도하는 일상을 규제하는 국가 권력의 공모자가 될 수 있다. 버틀러는 개인 또는 집단을 위한 애도와 슬픔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사회에 끊임없이 문제 제기해야 한다면서 재차 강조한다.



 우리는 어떤 조건하에서, 어떤 배제의 논리에 따라, 어떤 삭제와 이름 지우기를 통해서 애도가능한 삶이 결정되고 유지되는지를 물어야 한다.

 

(폭력, 애도, 정치중에서, 위태로운 삶71)

 



이피게네이아는 잊힌 것이 아니라 지워졌다. 전쟁이 끝나면 살아남은 자들은 전사자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억해야 한다아가멤논과 미케네 사람들은 공적 부고에 전사자들의 이름만 빼곡히 적는다. 명단에 이피게네이아의 이름을 적을 여백이 없다. 그러는 사이 이피게네이아 단 한 사람의 희생은 애도할 수 있는 죽음으로 인정받지 못한다클리타임네스트라는 딸의 죽음을 진심으로 애도하지 않는 남편의 태도에 분노했다그녀의 살인 행위는 단순히 딸을 죽인 남편에 대한 복수가 아니다아가멤논은 불평등한 애도 분위기를 조성한 국가 권력 그 자체다. 국익을 위한 개인의 희생을 가볍게 보는 권력을 무너뜨릴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클리타임네스트라였다그렇지만 미케네 사람들은 그녀의 편이 되어 주지 않는다. 허망하게 죽은 트로이 전쟁의 영웅아가멤논을 애도한다. 아이기스토스는 잃어버린 권력을 되찾기 위해 피의 복수에 동참했다. 이런 그가 원수의 딸을 알기나 할까? 만약 이피게네이아가 아들이었다면? 과연 아가멤논은 자신이 죽인 아들을 어떤 방식으로 애도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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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 속의 영원 - 저항하고 꿈꾸고 연결하는 발명품, 책의 모험
이레네 바예호 지음, 이경민 옮김 / 반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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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점  ★★★★★  A+









이 생명 이제 저물어요. 언제까지 그대를 생각해요.

노을 진 구름과 언덕으로 나를 데려가 줘요.

나의 별들도 가을로 사라져. 그대 날 위해 울지 말아요.

내가 눈감고 바람이 되면 그대의 별들도 띄울게.

 

- 이문세 5집 수록곡 <시를 위한 >(1988) 중에서 -





책은 물건이 아니다. 책은 생명 그 자체다. 최초의 책은 미생물들의 보금자리인 흙으로 빚어져서 만들어졌다. 흙을 비옥하게 만들어주는 미생물들은 책의 일부가 되었다. 책은 이 세상의 모든 지식과 이야기를 활짝 피우게 하는 토양이다인류는 기름진 책을 펜으로 경작(culture)했고, 책 위에서 자란 교양(culture)을 먹으면서 자라왔다고대 이집트인들은 갈대로 책을 만들었다. 우리는 그 갈대를 파피루스(papyrus)’라고 부른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이집트 파라오의 딸은 파피루스 밭에 버려진 갓난아기를 건져낸다. 공주는 그 아기를 아들로 삼아 모세(Moses)’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그녀는 모세의 목숨만 건지지 않았다. 갓난아기가 이스라엘 백성을 이끄는 위대한 지도자가 되기까지 만들어지게 될 한 편의 이야기까지도 건져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인간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하지만 이름이 영원히 기억되려면 우선 그 이름을 빛나게 해주는 이야기가 남아 있어야 한다. 북간도에 있는 어머니를 그리워하던 청년 윤동주는 가을 밤하늘을 가득 채운 별을 헤면서 여러 사람의 이름을 부른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 그리고 그가 사랑한 시인들의 이름까지. 동주가 언급한 소중한 사람들은 너무나도 멀리 있다. 그렇지만 이네들의 이야기는 동주의 가슴 가까이에 있다. 불행하게도 동주는 조국의 광복을 보지 못한 채 일찍 눈 감았고 바람이 되었다. 그가 원고지에 띄운 평범한 사람들의 이름과 이야기는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되었다.


갈대 속의 영원책을 애지중지해 온 사람들의 열정과 노력을 기리는 책이다. 과거에 만들어진 책들은 아주 연약했고 수명이 짧은 편이었다. 자유로운 독서를 허용하지 않는 권력자에 의해 파손되거나 망각의 시간에 흠뻑 젖어버린 책들은 지구상에 남아 있지 않다. 완전히 사라져버린 책들은 제목만 전해질 뿐이다. 책은 죽어서 제목만 남긴다. 다행히 운이 좋으면 내용 일부만 살아남는다. 책을 사랑한 사람들은 단순히 책만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는 독자로 살지 않았다. 책을 보존하는 보호자를 자처했다. 그들은 책이 사라지면 그 속에 있는 지식과 이야기도 같이 사라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이집트의 파라오 프톨레마이오스 3(Ptolemaeos III)는 책을 매우 좋아했다. 그는 세상에 있는 모든 책을 가지고 싶어 했다. 왕은 자신이 모은 책들을 보관할 수 있는 거대한 건물을 세웠다. 시간이 지나면서 왕의 개인 서재는 도서관이 되었다. 하지만 튼튼하게 도서관을 지었어도 연약한 책들을 완벽하게 보호하지 못한다. 도서관은 전쟁의 소용돌이 앞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책을 사랑하지 않은 권력자는 도서관을 파괴하거나 폐허가 된 도서관을 재건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의 허점을 적나라하게 공개한 책을 두려워한다. 용감한 독자는 책을 학살하는 권력자의 횡포에 맞서 싸운다. 책을 경작할 때 사용된 펜은 권력에 저항하는 무기가 된다.


알렉산드로스(Alexandros)는 트로이전쟁의 영웅 아킬레우스(Achilles)가 나오는 호메로스(Homer)일리아스를 가장 좋아했다. 이 한 권의 책에 푹 빠져버린 왕은 아킬레우스처럼 영웅담의 주인공이 되길 원했다. 그의 야망은 한 권의 위대한 책이 되는 것이었다책은 유한하고 불완전한 인류를 영원히 기억되고 완벽한 존재로 다시 태어나게 해준다. 책 덕분에 세상을 살다가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무덤으로 들어가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살아있는 모든 이야기가 다 좋을 순 없다. 책은 우리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해로운 이야기를 걸러내지 못한다. 부당한 권위를 두 눈 똑바로 보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지키는 책은 영원히 덮을 수 없다. 오히려 최악의 세상 한가운데에 펼쳐져 힘차게 펄럭거린다. 반면에 진실을 짓밟고 자유를 억압하는 자들의 이야기는 책이라고 할 수 없다. 그것은 종이책이 아니다. 못된 권력자와 불한당 앞에서 딸랑거리는 요란한 종(bell/servant)이다.


우리의 몸과 인생은 한 권의 책이다. 이제 우리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 수 있으며 한 편의 글로 기록한다. 내 삶을 기록해야 기억할 수 있다. 그러려면 나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해야 한다. 갈대 속의 영원은 책을 사랑한 사람들을 잊지 않은 책들, 만인의 사랑을 받는 책이 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 cyrus의 주석



* 25

 

 세상을 지배하려는 순간이 도래할 즈음, 마르쿠스 안토니우스는 커다란 선물로 클레오파트라를 현혹하고자 했다. 그는 금이나 보석이나 향연에는 클레오파트라가 눈 깜짝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 것들이야 매일 헤프게 썼으니 말이다. 한번은 술 취한 새벽, 도발적인 표정을 지으며 엄청난 크기의 진주를 식초에 녹여 마셔버린 적도 있었다.[주1] 그래서 그는 클레오파트라가 지루한 표정으로 무시하지 않을 만한 선물을 선택했다. 도서관에 비치할 20만 권의 책을 그녀의 발아래 가져다 놓은 것이다.

 


[주1] 클레오파트라가 자신의 진주 귀걸이를 식초에 녹여 마셨다는 일화는 과장된 전설이다. 식초에 든 진주는 녹긴 하지만, 순식간에 녹지 않는다. 진주가 녹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전설이 사실이라면 클레오파트라는 완전히 녹지 않은 진주를 삼켜야 한다. (참고: KISTI의 과학향기 칼럼, 클레오파트라, 진주 숨은 비밀?, 200578일 작성)






* 415



 

 고대의 두루마리가 교체되면서 우리는 시, 연대기, 모험, 허구, 사상의 보물을 영원히 잃어버렸다. 수 세기 동안 부주의와 망각은 검열이나 광기로 인한 파괴보다 훨씬 많은 책을 파괴해갔다. 그러나 우리는 말의 유산을 구하기 위한 큰 노력을 알고 있다. (얼마나 많았는지 알 수 없는) 도서관은 소장한 자료를 꼼꼼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획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 하나하[2] 모두 복사하는 참을성 있는 작업에 착수했다.


[2] 하나하나의 오자. 책 한 권을 꼼꼼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문장 하나하나 읽는 참을성이 있어야 오자 한 개 정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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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3-04-16 17: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원한 서사의 꿈이야말로
모든 닝겡들이 희망사항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아 그리고 보니 이스칸다르
는 자신의 위대한 페르시아
원정을 시로 표현해줄 호메
로스가 같은 이가 없음을
레알 한탄했다는 믿거나 말
거나 이야기가 있다고 합니다.

stella.K 2023-04-16 19: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멋진 책 같다.
그런데 나 자신을 사랑하려면
일기도 써야한다고 생각해. ㅎㅎ
암튼 너의 리뷰도 멋지고
책도 멋질 것 같다. 책 좋아하는 사람이면 꼭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