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 좋은 []

 

EP. 16



2022102일 일요일

직립보행





오랜만에 대구 중구 삼덕동에 있는 책방 직립보행을 방문했다. 마지막으로 이곳에 간 날이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군. 책방 안에 손님은 없었고, 부부 책방지기는 책을 읽고 있었다. 아직도 두 분의 성함을 모른다. 남편분은 사모님을 보행이라고 부르던데, 그렇다면 남편분에게는 직립이라고 불러야 하나. 그런데 발음이 어려워. 남편분은 책방지기’, 사모님을 보행 쌤이라고 부르겠다.






                              평점


           1점  ★  F





* [절판] 에드거 앨런 포 우울과 몽상(하늘연못, 2002)




책방지기는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의 단편소설 전집 우울과 몽상을 읽고 있었다. 우울과 몽상은 절판되기 전만 해도 번역이 안 좋은 책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보행 쌤이 읽고 있는 책은 확인하지 못했다. 보행 쌤은 철학 분야의 책을 주로 읽는다. 이름만 들어도 현기증이 나는 하이데거(Heidegger)들뢰즈(Deleuze)의 저서를 무난하게(!) 읽을 정도로 철학에 조예가 깊다.


부부 책방지기와 나, 이 세 사람은 만나자마자 이야기의 꽃을 활짝 피웠다. 대화의 시작은 니체(Nietzsche)였다. 니체의 철학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대화의 주제가 기독교로 바뀌었다. 그러다가 사이비종교(신천지)까지 언급하게 됐다


세 사람 모두 최근에 신천지 교인을 만난 적이 있다내가 책방 방문이 뜸했던 시기에 포교 목적으로 책방에 자주 방문한 교인이 있었다고 한다. 처음에 그 사람은 자신이 읽고 있던 책을 책방에 팔았다. 그러면서 자기는 이제부터 오로지 성경 한 권만 읽겠다고 하면서 자신을 신천지 교인이라고 밝혔다. 부부 책방지기는 신천지 교인에게 포교 목적으로 책방에 오지 말라고 했지만, 계속 찾아왔다고 한다. 심지어 교인 한 명과 같이 책방을 방문하기도 했다. 다행히 지금은 신천지 교인이 책방에 오지 않는다고 한다.


세 사람은 사이비종교를 비판하는 대화를 한참 나누다가 동성애에 반대하는 기독교까지 비판했다. 101일 토요일에 대구 퀴어 문화 축제가 열렸다퀴어 문화 축제가 열리면 기독교 단체들은 동성애와 퀴어 문화 축제 반대 시위를 벌인다. 그들은 여전히 동성애를 인류를 타락시키는 질병이라고 주장하며 종교의 힘으로 동성애자를 정상적인 인간으로 되돌릴 수 있다고 믿는다(탈동성애 운동). 하지만 동성애에 반대하기 위해 그들이 내세우는 논거는 이미 20년 전에 과학적인 연구와 조사를 통해서 오류로 밝혀졌다.

 








                               평점


        4점  ★★★★  A-







* [개정판] 유시민 국가란 무엇인가(돌베개, 2017)




책방지기는 유시민의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자신의 감상을 밝혔는데, 이 책이 타 국가 및 민족에 배타적인 태도를 보이는 국가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아서 아쉽다고 말했다. 이렇게 우리의 대화는 책으로 시작해서 책 밖에 있는 세상으로 대화 범위를 확장하다가 다시 책으로 돌아왔다.


책방에 왔으니 그냥 갈 수 없다. 세 권의 책을 샀다.
















 

* [절판] 피에르 카반느 마르셀 뒤샹: 피에르 카반느와의 대담(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2002)

 

* 페퍼 슈워츠, 마사 켐프너 인간의 성에 관한 50가지 신화(한울아카데미, 2019)




피에르 카반(Pierre Cabanne)은 예술 비평가로, 그가 쓴 책 몇 권이 국내에 번역되었다. 1966년에 이루어진 카반과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의 대담을 정리한 책은 1967년에 출간되었고, 십 년 후에 2, 1995년에 3판이 출간되었다번역본은 3판을 저본으로 삼았다뒤샹의 예술관과 본인 작품에 대한 뒤샹의 해설을 확인할 수 있다.


인간의 성에 관한 50가지 신화성에 관한 잘못된 통념 50가지와 이를 반박하는 연구 결과들을 소개한 책이다. 앞서 언급한 동성애를 질병으로 보는 믿음과 탈동성애 운동 역시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비과학적인 통념이다.








[절판] 샤를 보들레르, 박은수 옮김 《보들레르 시 전집》 (민음사, 1995)




마지막 한 권은 좀처럼 구하기 힘든 희귀본이다. 박은수 전 숙명여대 불문학과 교수가 번역한 보들레르 시 전집이다. 보들레르(Baudelaire)의 시집 악의 꽃 뿐만 아니라 보들레르가 젊은 시절에 쓴 미발표 시까지 수록되어 있다. 보들레르 시 전집의 번역 대본은 보들레르 연구의 권위자 클로드 피슈아(Claude Pichois)가 엮은 시 전집이며 플레야드 총서(Bibliothèque de la Pléiade) 1권이다. 여러 학자의 연구 성과가 반영된 상세한 주석을 담은 결정판이다.


마르셀 뒤샹: 피에르 카반느와의 대담보들레르 시 전집은 희귀본이라서 가격이 정가보다 높게 책정되어 있었다. 마르셀 뒤샹: 피에르 카반느와의 대담4만 원, 보들레르 시 전집363백 원이다. 그리하여 책 세 권의 총합 가격은 98,200원이다.

 






                             평점


       4점  ★★★★  A-






* [개정 증보판] 에드워드 사이드 오리엔탈리즘(교보문고, 2015)




나는 비싼 책을 고르면 책값을 깎아달라는 식의 가격 흥정을 절대로 하지 않는다. 정직하게 98,200원을 냈다. 책방지기는 비싼 책만 고른 내게 미안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더니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Said)의 오리엔탈리즘을 덤으로 주셨다사 놓고 안 읽은 책이 엄청 많아서 이제 책을 놔둘 자리가 없다. 그래도 좋은 책을 우연히 만나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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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10-03 14: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동성로집회사진 봤어요. 문구도 부끄럽고 , 차별반대법이 통과되지 못하는 것이 속상하고 ㅠㅠ 귀한 책들 사셨네요. 오리엔탈리즘 한 권만 아주 예전에 읽어봤습니다 ~~ 신천지포교 이제는 대놓고 하더리고요. ㅠ

cyrus 2022-10-04 22:10   좋아요 1 | URL
제가 만난 신천지 교인은 본인이 심리상담사라고 하면서 상담을 무료로 해준다고 했어요. 상담사는 자신과 상담하면 신학이나 성경에 대해서 질문할 수 있다고 말했어요. 처음에 그 말을 듣고는 의아했지만, 신학에 큰 거부감이 없어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어요. 다음에 만났는데 상담사가 자신이 신천지 교인이라고 밝혔어요. 그다음부터는 만나지 않았고, 연락 차단했어요.

감은빛 2022-10-03 15: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내를 ˝보행˝이라고 부른다니 독특하네요.

이번에 다루신 책들은 접해 보지 못한 책들이 많네요. <오리엔탈리즘>은 대학생 때 문화인류학 수업을 들으며 읽었던 기억이 있고, 유시민의 <국가란 무엇인가> 는 서점에서 들춰봤던 기억이 나네요. 다른 책들은 모두 처음 들어봐요.

처음 이 글을 읽기 시작할 때 에드거 앨런 포의 책이 평점 1점이길라 의아했는데, 번역 문제 때문이었군요.

cyrus 2022-10-04 22:13   좋아요 1 | URL
다음에 만나면 두 분 성함을 알아야겠어요. 책방에 자주 갔는데, 정작 두 분 성함을 모르고 있었어요. ^^;;

감은빛 2022-10-03 15: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저 얼마전에 동네에서 기후정의행진 홍보하는 피켓을 들고 지하철 역 앞에 서 있었는데, 그 근처에서 포교하던 신천지 교인들 중 한 명이 저에게 와서 말을 걸더라구요. 얼굴이 동그란 느낌의 중년 여성이었는데, 어디서 왔는지, 그러니까 무슨 단체 소속인지를 무지 궁금해하며 여러 번 묻더라구요. 제가 별 말을 하지 않았더니 자신도 그리고 자기 교회도 기후문제에 관심이 많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교회에서 많이 알려달라고, 그리고 토요일 기후정의행진도 나오시라고 했더니 웃으며 본인이 있던 자리로 돌아갔어요. 요즘 부쩍 동네에 신천지 포교활동이 활발한 느낌이네요.

cyrus 2022-10-04 22:19   좋아요 1 | URL
아마도 그 신천지 교인은 감은빛님에 관한 개인 정보를 확인해서 포교 대상으로 적합한지 아닌지 판단했을 거예요. ^^;;

바람돌이 2022-10-03 16: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방에 가서 책을 사고 책방지기님들과 책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좋네요.
뭔가 굉장히 행복한 하루일듯 해요.
오리엔탈리즘은 다 읽은 책인지 저도 딱 오리엔탈리즘만 읽었네요. ㅎㅎ

cyrus 2022-10-04 22:20   좋아요 2 | URL
정말 즐거웠습니다. 오랜만에 애서가를 만나서 대화를 했거든요. ^^

새파랑 2022-10-03 17: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대학교때 에드거 엘런 포 <우울과 몽상> 저책으로 읽었었는데 이렇게 보니 반가우면서도 번역이 안좋은 책이었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알게되었습니다 😅

cyrus 2022-10-04 22:24   좋아요 2 | URL
제가 알기로는 오역 몇 개 있었고요, <저승과 진자>라는 소설의 결말을 엉터리로 번역했어요. ^^;;

stella.K 2022-10-03 2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기독교 진영에서는 기독교가 왜 동성애를 반대하고 있는지를
그렇게 알고 있구나. 좀 충격적인데? 그거 아닌데...
암튼 신천지도 그렇고 단순한 사항은 아니다.ㅠ

안 보는 동안 너의 책방 탐방은 계속되고 있었군.

cyrus 2022-10-04 22:29   좋아요 2 | URL
올해 여름부터 책방 방문이 뜸해졌는데 사실 일부러 책방에 안 간 거예요. 왜냐하면 책방에 가면 책을 사게 되니까요. ^^;;
 




독서 모임을 위해 읽어야 하는 책 중에 나랑 맞지 않는 책이 종종 있다. 그런 책을 만나면 읽고 싶은 마음이 안 생긴다. 그래도 끝까지 다 읽으려고 노력한다. 더 이상 읽고 싶지 않으면 책 읽기를 포기하고, 다음 모임에 불참한다. 지난 8월부터 읽기 시작한 페미돌로지는 날 힘들게 한 책이다.







  평점


  3점 ★★★ B







[레드스타킹 8~9월에 읽은 책류진희허윤김주희 외 페미돌로지아이돌+팬덤+산업의 변신》 (빨간소금, 2022)



 

 


나는 아이돌 팬덤 문화를 모르고, 그 유명한 BTS의 노래를 단 한 곡이라도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다. 노래 제목만 알고 있다. 이 책에 BTSBTS 팬덤인 아미(A.R.M.Y)를 페미니즘적 관점과 퀴어 관점으로 분석한 글이 여러 편이 있는데, 읽는 데 몰입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페미돌로지를 읽은 다른 분들도 독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그래도 끝까지 읽긴 잘했다. 오탈자와 글쓴이의 오류를 확인할 수 있었으니까.






* 57





민혜경 민해경






* 59~60

 

 남성 연예인들의 무교양은 종종 풋풋한 미성숙이나 거침없는 용감함으로 여겨졌다. 보이그룹은 멤버의 역사 인식과 관련한 논란이 생기더라도 당사자가 아닌, 대체로 소속사 차원의 해명 혹은 사과 표명으로 신속히 마무리됐다. 비슷하게 역사 관련 퀴즈에 오답을 외치거나, 설사 전범기를 연상시키는 의상으로 논란이 되어도 특별히 남성 아이돌은 인구에 회자하거나 인상에 각인되지 않았다.[]

 강조컨대 역사 인식 부족에 따른 사회적 불쾌감이 유독 걸그룹을 통해서 더 강렬하게 일어난다. 이는 글로벌을 주장하는 초국적 한류가 오히려 민족의식을 촉발하는데, 유독 이 민족국가 사이의 경계가 여성을 통해 상상되기 때문이다.



[] 전범기는 전쟁 범죄의 줄임말 전범()’를 조합한 신조어. 일본 자위대의 공식기(公式旗) 명칭은 욱일기(旭日旗).


욱일기 논란에 휘말린 국내 가수는 다음과 같다.



1. 2000, 서태지

모 스포츠신문이 서태지 6집 타이틀곡 <울트라맨이야> 뮤직비디오에 욱일기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문제의 발단은 드럼에 그려진 무늬였는데 사실은 태극기를 형상화한 디자인이었다. 그리고 보도문은 스포츠신문이 꾸민 조작인 것으로 판명됐다. 본래 드럼의 무늬는 검은색이었으나 신문사 측이 붉은색으로 바꾼 것이었다.

 

2. 2007, 빅뱅의 탑과 GD

탑과 GD가 욱일기가 그려진 옷을 입었다. 양현석 대표가 사과했다. GD가 입은 문제의 옷에 프린팅된 것은 욱일기라기보다는 욱일기가 떠올리게 하는 무늬에 가깝다.

 

3. 2012, 걸스데이의 혜리

욱일기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연습 무대에 올라 논란이 됐다. 문제의 티셔츠는 일본 팬이 준 선물이었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소속사는 사과했으며 걸스데이 외국 팬 페이지에도 사과문이 공개되었다.

 

4. 2012. VIXX(빅스)

욱일기가 그려진 모자를 착용하고 출연했다.

 

5. 2013. 트러블메이커(현아, 장승현)

현아와 장승현은 트러블메이커 활동 당시 욱일기가 있는 후드티를 입고 셀카 사진을 찍어 올렸다. 그러나 문제의 디자인은 욱일기가 아닌 꽃봉오리 모양이다.

 

6. 2016. 티파니

광복절 전날에 소녀시대의 티파니가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욱일기 이모티콘을 올렸다. 티파니는 자필로 쓴 사과문을 공개했다. 나무위키에 티파니 광복절 욱일기 게시 사건항목이 있다. 워마드는 티파니를 향한 대중과 미디어의 과도한 비난 여론이 여성 혐오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티파니 방송 하차에 반대한다는 의미로 태극기와 욱일기를 합성한 사진을 게시했다. 반면 소녀시대 팬들은 이러한 워마드의 반응에 반감을 드러냈다.





* 108



 

 힙합 레이블 일리네어레코즈(ILLIONAIRE RECORDS)의 사장 도끼[2]는 기획사 음악의 대척점으로 인디 정신을 이야기하며, 자신이 하는 이야기는 진짜라는 점을 강조한다.



[2] 일리네어레코즈의 영문 표기는 ‘1LLIONAIRE RECORDS’. 앞 글자는 알파벳 I가 아니라 숫자 1이다


일리네어레코즈는 도끼(Dok2)더 콰이엇(The Quiett)이 함께 설립한 힙합 레이블이다. 2018년에 도끼는 미국 활동을 위해 레이블 대표직을 그만두었으며 202026일에 탈퇴했다. 페미돌로지의 초판 발행일은 2022225일이다. 따라서 힙합 레이블 일리네어레코즈 전() 대표 도끼라고 써야 한다.






* 115쪽 각주






사림 사임






* 129

 

 사이프레스 힐(Cypress Hill)Insane in the Brain에서 많이 빌린 서태지와 아이들의 컴 백 홈[3]과 미국 힙합 문화의 강력한 영향은 아이돌 팝 장르 전반에 뚜렷이 보인다.



[3] 많이 빌린이라는 표현은 표절의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1995<Coma Back Home>을 둘러싼 표절 논란이 일어나자 서태지 측은 모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Coma Back Home>을 사이프레스 힐에게 보내겠다고 해명했다. 1996년에 잡지 <뮤직라이프>를 통해 표절 의혹을 반박했다. 서태지 측에 따르면 <Coma Back Home>이 담긴 테이프는 사이프레스 힐에게 전달되었고, 표절이 아니라는 사이프레스 힐의 답변을 확인했다. 이와 관련해서 KBS <연예가 중계>는 사이프레스 힐과의 인터뷰를 기획했으나 표절 논란 이슈가 한참 지나버린 탓에 인터뷰 기획을 접었다고 한다. <Coma Back Home> 표절 논란은 흐지부지 마무리가 된 탓에 지금도 <Coma Back Home>이 표절곡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유튜브에 <Coma Back Home>이 표절곡임을 주장하는 사람이 올린 동영상이 있다.






* 195




 

 더 과거에는 오마이걸바나나 알러지 원숭이[4]라는 곡을 내고 활동하자, 성인 여성의 불필요한 유아화와 그에 대한 물신화의 위험성에 항의하기도 했다.



[주4] 바나나 알러지 원숭이효정, 유빈, 아린으로 구성된 오마이걸의 유닛 그룹인 오마이걸 반하나의 타이틀곡이다.






* 235, 237






인쇄 오류. 9장 제목(‘아이돌의 자필 사과문: 소비하는 팬덤, 소진되는 팬심’)이 있어야 할 자리에 10장 제목(‘다시 만나는 여덕’)이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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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917페미돌로지》(3부) 함께 읽기, 세 번째 모임 후기

장소: 카페 스몰토크






독서 모임 후기를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군요. 글 한 편 쓰는 일이 이렇게 힘든 일이었나요? 제가 게으른 것도 있지만, 지난달부터 읽기 시작한 페미돌로지가 제게는 여전히 낯설고 어려운 책이라서 그래요
















[레드스타킹 8~9월에 읽은 책류진희, 허윤, 김주희 외 페미돌로지: 아이돌+팬덤+산업의 변신(빨간소금, 2022)





페미돌로지(Femi-dology)페미니즘과 아이돌로지(Idology, 아이돌 연구)를 합친 조어입니다. 페미돌로지의 정의를 쉽게 풀어 쓰면, 페미니즘의 관점으로 아이돌 산업과 팬덤을 분석하는 일입니다. 페미돌로지총 열두 명의 필자가 쓴 글이 실려 있습니다. BTS를 포함한 아이돌을 주제로 한 글이 많은 편이라서 흥미롭지만, 아이돌 중심의 대중문화의 전반적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면 글이 어려울 수 있어요. 유행의 흐름에 저만치 떨어진 채 사는 제가 페미돌로지를 힘겹게 읽는 이유가 이렇습니다.

 

페미돌로지3부에 배치된 세 편의 글은 아이돌 팬덤의 활동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7항상 함께할 거예요의 이면아이돌과 팬의 친밀한 관계가 막대한 수익이 창출되는 아이돌 산업으로 확장되어가는 현상을 분석합니다. 오늘날의 팬은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일거수일투족을 볼 수 있는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즐깁니다. 매니지먼트사는 소비자인 팬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콘텐츠와 상품을 기획하고 출시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팬이 자발적으로 만든 콘텐츠(팬픽, 팬아트 등)는 판매할 수 없는 상품이 되고 맙니다. 글쓴이는 이러한 팬의 활동을 무보수 노동 및 소비라고 말합니다. [주: 사실은...]

 

8저항하는 팬덤과 소비자-팬덤의 모순적 공존은 소비 위주로 활동하는 팬들의 행동이 아이돌 산업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비판적으로 검토합니다. 글쓴이는 아이돌이 크게 성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음원을 많이 사거나 아이돌 관련 상품을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팬덤의 행위가 결국 능력과 경쟁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적 성공을 부추긴다고 주장합니다. 소비를 일절 하지 않은 팬은 팬덤으로 취급받지 못합니다. 그러니까 이제는 어떤 가수를 좋아한다고 말만 해도 그 가수의 팬덤 축에 끼지 못하는 거죠. 최근 들어 데뷔하자마자 실시간 음원 순위나 음악방송 1위에 단기간에 오른 아이돌이 많아졌어요. 반면에 꽤 오랫동안 활동했음에도 1위 한 번 오르지 못한 아이돌도 있어요. 1위 가수가 된다는 것은 상업적으로 성공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매니지먼트사는 자신이 만든 가수를 널리 알리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홍보할 것이고, 팬덤은 가수의 앨범이나 디지털 음원을 소비합니다. 심지어 가수의 방송 출연이 뜸하거나 신곡이 영 마음에 들지 않으면 팬덤은 매니지먼트사의 운영 방식을 비난합니다. 방송 출연 횟수가 많으면 음악 순위 상위권에 진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쯤 되면 가수와 매니지먼트사를 향해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솔직하게 말할 정도로 팬의 영향력이 강해졌습니다.

 

가수가 조금이라도 논란을 일으킬만한 발언이나 행동을 하면 팬들은 강도 높게 비판합니다. 그리고 사과문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아이돌을 포함한 공인은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리면 자필 사과문을 공개합니다. 9아이돌의 자필 사과문: 소비하는 팬덤, 소진되는 팬심은 자필 사과문이 유행처럼 돼버린 현상을 분석합니다. 아이돌은 팬들에게 친밀감을 드러내야 합니다. 그래서 항상 팬들이 원하는 모습이나 방송 콘셉트를 유지한 채 생활하기 때문에 감정 노동인 셈이죠. 여기다가 팬들에게 미운털 박히면 분노한 팬심을 달래기 위해 자필 사과문을 씁니다. 이런 행위 또한 감정 노동에 해당합니다. 때론 팬들의 지나친 친밀성은 아이돌 개인의 주체성마저 비난 대상으로 몰아세우게 합니다. 여자 아이돌이 페미니즘 도서를 읽었다는 이유만으로 팬들은 그녀를 페미니스트 또는 남성 혐오자라고 비난했습니다. 어떤 팬은 비난받은 가수의 사진이 있는 굿즈를 훼손한 인증 사진을 올리기도 했어요.

 

최근 HYBE 공식 유튜브 채널에 걸그룹 르 세라핌의 데뷔 과정이 담긴 다큐멘터리가 공개됐어요. 이 영상에서 매니지먼트사 팀장은 멤버들에게 자기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식단 관리와 다이어트를 하라고 지적했습니다. 계속해서 식단 관리와 다이어트를 병행하고 있는 멤버들은 팀장의 엄한 지적을 받은 게 서러웠던지 눈물을 흘리기도 했어요. 문제의 영상이 공개되자 팬들은 아이돌에게 다이어트를 강요하는 매니지먼트사를 비난했습니다. HYBE는 왜 논란이 될 만한 장면을 편집하지 않은 채 그대로 영상을 공개했을까요? 팬들이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는 아이돌 산업을 비난해도 아이돌 그리고 아이돌이 되려고 하는 연습생들은 지금도 굶주려가면서 다이어트를 하고 있습니다. 팬들에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이 악물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매니지먼트사 중심의 아이돌 산업에 저항하는 팬덤과 아이돌을 친밀한 상품으로 소비하는 팬덤이 공존하는 문화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주: 사실은...] 퇴고하면서 삭제한 문장은 이렇다.



 ‘입덕을 유발하는 팬픽과 팬아트를 자발적으로 만드는 팬들의 모습을 적절하게 설명할 수 있는 속담이 있어요.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가져간다. 수고하는 사람은 따로 있고 그 일에 대한 대가는 다른 사람이 받는다는 뜻이죠.



레드스타킹 인스타그램 계정에 등록되는 모임 후기는 레드스타킹 단톡방에 먼저 공개한다. 그곳에서 피드백이 이루어진다모임 회원 한 분이 내가 인용한 속담에 있는 되놈이 인종차별적인 단어라는 사실을 알려줬다그래서 문제의 속담이 삭제된 것이다되놈은 만주 지방에 살았던 여진족 또는 중국인을 낮잡아 부르는 멸칭이다씻지 않아서 더러운 중국 한족을 가리켜 ’라고 표현한 고려시대의 기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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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10-02 12: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되놈에 대신 뭘 넣는게 좋을까요? 장사꾼? ^^*
시도때도 없이 K를 붙여 인기를 표현하는 것도 이상하고
과도하게 외모지상주의로 아이들의 피와 땀을 팔아 수익을 올리는게
좋아보이진 않더라구요. 사생활도 주관도 없어지는 감정노동 맞네요!

cyrus 2022-10-02 12:43   좋아요 2 | URL
아무래도 ‘장사꾼’으로 쓰는 게 낫겠죠? 그런데 이렇게 쓰면 장사꾼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생길 것 같아요. ^^;;

새파랑 2022-10-02 21: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항상 유행을 못따라간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ㅋ 따라가려고 생각하지도 않지만 😅 대중의 관심을 받고 산다는게 부가 따르기는 하지만 편하지는 않을거 같아요~!!

cyrus 2022-10-03 13:53   좋아요 0 | URL
요즘 아이돌은 브이로그 같은 방식으로 실시간으로 팬들과 소통해요. 연예인으로서의 이미지를 유지한 채 팬들 앞에 보여야 하는데, 이 또한 감정 노동이죠. 그렇지만 대부분 사람은 아이돌과 팬들의 만남을 아이돌의 본업이라고 생각할 뿐, 노동으로 보지 않아요.
 
100단어로 읽는 중세 이야기 - 어원에 담긴 매혹적인 역사를 읽다
김동섭 지음 / 책과함께 / 2022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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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협찬받고 쓴 서평이 아닙니다.



평점


2.5점   ★★☆   B-






언어를 쪼개 보면 그 속에 무엇이 들어있을까? 언어를 만들고 썼던 사람들의 생활양식과 사고방식이 있다. 말의 유래를 살펴보면 그것이 만들어지게 된 시대적 배경을 확인할 수 있다. 알고 보면 언어는 만질 수 없는 유물이다. 100단어로 읽는 중세 이야기는 유물과 같은 100가지 영어 단어를 소개한 책이다. 100가지 단어에 중세 유럽의 역사가 새겨져 있다.

 

영국과 프랑스는 중세 유럽을 대표하는 강대국이었다. 이 두 나라는 여러 차례 전쟁과 휴전을 되풀이하면서 백년전쟁(1337~1453)을 치렀다. 현대 영어가 영국과 미국의 언어라면, 중세 영어는 영국과 프랑스의 언어다. 북유럽에서 터를 잡고 살던 노르만족은 세력 확장을 위해 서유럽 쪽으로 눈을 돌렸다. 프랑스에 정착한 노르만족은 1066년에 영국을 정복하는 데 성공했고, 그 이후로 프랑스어는 영어가 되었다.

 

‘e-mail’mail은 원래 중세 영어가 된 프랑스어다. mail의 어원은 ‘malle’. malle은 지갑, 여행 가방을 뜻한다. 비스킷(biscuit)두 번 구웠다라는 뜻을 가진 프랑스어에서 유래된 말이다. 중세에 만들어진 빵은 하루만 지나도 딱딱해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런 빵은 장기간 여행을 하는 사람들을 위한 휴대 식량이 되기에 부적합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두 번 구운 빵이 나왔는데 그것이 바로 비스킷이다. 비스킷은 크기가 작아서 휴대하기 편하고, 오래 보관할 수 있다. 노르만족은 영국 사법 제도의 기틀을 다졌다. 영국 법정 단어 대부분은 프랑스어에서 유래되었다. 중세의 재판은 영주의 땅인 마당에서 진행되었다. 마당을 뜻하는 프랑스어 cour법정(法庭)’을 뜻하는 영어 court가 되었다.

 

100단어로 읽는 중세 이야기는 단어가 된 중세 유럽사를 쉽게 풀어 쓴 책이다. 각 단어의 의미와 관련된 역사를 정리한 글의 분량이 길지 않아서 한 번 읽기 시작하면 금방 다 읽을 수 있다. 이 책을 쓴 저자는 중세 유럽과 문화에 관심이 많은 언어학자다. 역사 전문가가 아닌 유럽 언어 및 문화 전문가가 역사책을 썼다. 이렇다 보니 책 속에 역사적 정설로 잘못 알려진 내용이 버젓이 나온다. 문제는 이런 내용이 한두 개가 아니라는 점이다.[주] 이 정도면 100단어로 읽는 중세 이야기를 역사책이라고 소개하기가 민망하다.

 





[주] 책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는 811일에 작성된 배보다 배꼽이 큰 서평이라는 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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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개의 미생물, 우주와 만나다 - 온 세상을 뒤흔들어온 가장 미세한 존재들에 대하여
플로리안 프라이슈테터.헬무트 융비르트 지음, 유영미 옮김, 김성건 감수 / 갈매나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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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우주에 우리밖에 없다면, 엄청난 공간 낭비다.” 미국의 천문학자 칼 세이건(Carl Sagan)이 쓴 유일한 소설 콘택트(Contact, 1985)에 나오는 말이다. 소설의 주인공 앨리 애로웨이(Ellie Arroway)는 외계 생명체를 찾기 위해 일생을 바치는 천문학자다그녀는 광활한 우주 어딘가에 인간 이외에 또 다른 외계 지적 생명체가 있다고 믿는다. 실제로 세이건은 SETI(외계 지적 생명체 탐사) 프로젝트에 참여했다올해 92일에 작고한 미국의 천체물리학자 프랭크 드레이크(Frank Drake)1961년에 열린 SETI 프로젝트 회의에서 인간과 교신할 수 있는 외계 지적 생명체 문명의 수를 계산하는 일명 드레이크 방정식을 제안했다이 방정식을 이용해 계산해 보면 우주에 외계 지적 생명체가 존재할 만한 가능성이 있는 문명의 수는 수십 개에서 최대 수천만 개까지다드레이크 방정식이 나오기 전에도 이미 과학자들은 우주에 외계 지적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다양한 가설과 계산법을 제시했다. 인류와 비슷한 수준의 외계 지적 생명체는 당연히 존재한다는 믿음이 팽배했던 학계에 이탈리아 출신 미국의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Enrico Fermi)는 뼈 있는 질문을 던졌다. 도대체 그들은 어디에 있는데?”

 

57년간 SETI 프로젝트의 선봉대 역할을 했던 아레시보 전파망원경2020년에 해체되었다. 그래도 세계 각국 기관과 과학자들은 외계 지적 생명체에게 전파 신호를 보내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외계 지적 생명체가 실제로 있다면 그들은 우리가 보낸 전파 신호를 확인하고 우리에게 회답 신호를 보냈을 것이다페르미가 던진 질문에 제대로 한 방 먹어서 얼얼할 텐데 그래도 외계 지적 생명체가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그들은 외계 지적 생명체가 대답하지 않는 이유를 나름 그럴싸하게 설명한다. 그중 하나가 동물원 가설이다. 외계 지적 생명체가 우리를 동물원에 갇힌 동물처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다동물원 가설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외계 지적 생명체가 인간들이 자신들의 수준에 이를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고 주장한다인간이 지구와 우주의 중심이라고 보는 사람들은 외계 지적 생명체가 침묵하는 이유가 못마땅하다. 우주에서 외계 지적 생명체 이 XX들이 생까고 있는 거라면 우리는 쪽팔려서 어떡하나?”


외계 지적 생명체에게 지구와 인간의 존재를 알리려는 과학자들의 노력을 존중한다.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 그들은 인간 중심주의를 다 벗어버리지 못했다. 인간이 보기에 지구는 우리의 이다. 인간은 집주인이 되기 위해서 우리보다 먼저 지구에 살기 시작한 동식물을 학살했고, 그들의 삶의 터전을 파괴했다. 자연을 개발하는 데 성공한 인간은 우주도 개발하려고 한다우주 개발에 성공하면 우리의 집은 더 넓어진다그런데 우주에 정말 우리 인간만 있을까? 우리만 있다고 해서 공간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지구와 우주는 인간을 위한 터전이 아니다. 우주에 우리만 있는 게 아니다. 우주에 우리가 볼 수 없는 존재들이 살고 있다. 우리는 그들을 미생물이라고 부른다우주는 혼자가 아니다.


한 사람의 몸 안에 있는 미생물의 수는 드레이크 방정식으로 계산해서 나온 외계 지적 생명체 문명의 수보다 많다. 우리 몸 안에 100조 개의 미생물이 살고 있다미생물은 지구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미생물이야말로 가장 오래된 지구의 집주인이다미생물보다 한참 늦게 나타난 인간은 미생물이 만든 지구에 염치없이 얹혀살고 있다.


100개의 미생물, 우주와 만나다는 천문학 관련 팟 캐스트를 진행하는 과학 저술가 플로리안 프라이슈테터(Florian Freistetter)와 생물학자 헬무트 융비르트(Helmut Jungwirth) 함께 쓴 책이다. 두 사람은 과학 대중화를 위해 만들어진 모임인 사이언스 버스터즈(Science Busters)’ 소속 회원이다. 이 책은 우리 삶에 좋은 영향을 주거나 악영향을 주는 100개의 미생물을 소개한다. 우리는 수많은 미생물과 접촉(contact)하면서 살고 있으면서도 아주 작은 고마운 존재를 모른그저 미생물을 병을 일으키는 세균으로만 생각한다. 하지만 인간은 미생물 없이 살아갈 수 없다. 빵과 맥주는 미생물이 있어야 만들 수 있다. 방사성 폐기물은 우리가 만든 쓰레기인데도 버리지 못한다.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지 않게 보관하는 방법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지하 암염층에 묻는 것이다. 그렇지만 암염층에 물이 들어가면 방사성 물질로 오염된 물이 흘러나올 수 있다. 최악의 상황을 방지하려면 암염층에 사는 할로박테리움 노리센스(Halobacterium noricence)라는 미생물이 필요한데, 이 미생물은 방사성 폐기물의 확산을 막아준다인간이 우주에 정착하려면 미생물과의 접촉을 시도해야 한다. 우주 온실에 사용되는 비료는 소변이다. 그런데 소변에 있는 암모니아는 해롭다연두벌레라고도 불리는 유글레나 그라실라스(Euglena gracilis)는 암모니아를 흡수할 뿐만 아니라 광합성 작용을 통해 산소를 만들어낸다.






믹소트리카 파라독사

 


미국의 진화생물학자 린 마굴리스(Lynn Margulis)가 전자현미경으로 촬영한 사진. 린 마굴리스는 칼 세이건의 전처다. 




이 책에 미국의 철학자 도나 해러웨이(Donna Haraway)가 언급해서 유명해진 미생물 믹소트리카 파라독사(Mixotricha paradoxa)가 나온다. 믹소트리카 파라독사는 오스트레일리아 북부의 특정 지역에만 서식하는 흰개미 몸속에 있다. 이 미생물의 몸에 있는 25만여 개의 섬모는 박테리아다믹소트리카 파라독사에 섬모처럼 생긴 수많은 박테리아가 기생하고 있다그런데 박테리아가 없으면 믹소트리카 파라독사는 끈적한 소화액이 가득한 흰개미 내장 속에 살지 못한다. 박테리아의 도움을 받은 믹소트리카 파라독사는 보답으로 박테리아에게 양분을 공급해준다. 해러웨이는 이들의 공생 관계에 주목하면서 믹소트리카 파라독사를 독립적인 하나의 개체로 분류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한다두 생명체는 한 몸이 되어 서로 도우면서 살아간다.


세이건의 코스모스(Cosmos)를 읽으면 우리 몸을 구성하는 모든 원소가 모두 별 속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수십억 년 전 초신성 폭발로 우주를 떠돌던 별의 물질들이 뭉쳐져 지구를 만들고, 이것을 재료 삼아 모든 생명체와 인간이 만들어졌다. 이 책에서 세이건은 인간을 별의 먼지라고 했다. 100개의 미생물, 우주와 만나다를 읽으면 인간은 어떻게 생겨났는가?’라는 질문에 또 다른 대답을 할 수 있다. 병균에 맞서고, 우리 몸에 유익한 물질을 만들어서 공급해준 미생물 덕분에 우리는 지금 여기에 서 있다. 인간은 미생물로 만들어졌. 아주 오래된 우리의 친족(kind)인 미생물을 두려워하지 말자. 그들을 알면 더 잘 보인다.






※ 미주(尾註)알 고주(考註)



* 51





카톨릭 가톨릭

 





* 71





로버트 코흐 로베르트 코흐[주1]



[1] 코흐는 독일인이므로 ‘Robert’독일식으로 표기하면 로베르트. 94쪽과 222쪽에 로베르트 코흐로 표기되어 있다.






* 95





페트라의 접시 페트리의 접시






* 106






탐사선 호이겐스 탐사선 하위헌스 [주2]



[2] 네덜란드어 이름인 하위헌스의 구() 외래어 표기는 영어식 발음인 호이겐스였다. 토성 탐사선의 정식 명칭은 카시니-하위헌스(Cassini-Huygens)’.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SA), 이탈리아 우주국(ASI)이 공동으로 개발했다. 토성의 고리 사이에 있는 틈인 카시니 간극을 발견한 이탈리아 출신 프랑스의 천문학자 카시니와 토성의 가장 큰 위성인 타이탄을 발견한 하위헌스의 이름을 딴 것이다. 본체인 우주선 카시니호와 부속 착륙선인 하위헌스호로 이루어져 있어서 카시니호라고 부르기도 한다. 327쪽에 언급된 우주탐사선 카시니는 하위헌스호다.






* 167쪽


 세균은 아주 미세하다. 전형적인 박테리아는 1마이크로미터 정도의 크기다. 100만분의 1미터로, 우리 머리카락 지름보다 60배 정도 작다. 이런 점에서 1999년에 발견된 티오마르가리타 나미비엔시스(Thiomargarita namibiensis)라는 박테리아는 아주 거대하다.[주3] 최대 0.75밀리미터 크기다. 이 문장의 마침표만 한 크기다. 현미경 없이 맨눈으로 관찰할 수 있다.








[3] 세상에서 가장 큰 세균은 티오마가리타 마그니피카(Thiomargarita magnifica). 올해 623일 학술지 <사이언스>에 보고된 이 박테리아는 서인도 제도의 과들루프섬의 맹그로브 숲에서 발견되었다티오마가리타 마그니피카의 길이는 1cm로 일반 박테리아보다 5,000배나 크다(사진 출처: <“에베레스트만한 사람 나온 셈길이 1초거대 박테리아 발견>, 조선일보, 2022624)

 





* 308





 요나트는 2009년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토머스 스타이츠, 벤카트라만 라마크리슈난과 공동으로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그는 연구로 노벨상을 받은 네 번째 여성이었다. 노벨상을 받은 최초의 여성은 그보다 45년 전 상을 받은 도러시 호지킨(Dorothy Hodgkin)이었다.[주4]




[4] 노벨상을 받은 최초의 여성은 마리 퀴리(Marie Curie). 그녀는 1903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1911년에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 354





 울프사이먼 팀이 ‘GFAJ-1’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 모노호에서 서식하는 할로모나다세아(Halomonadaceae)에 과의[5] 박테리아는 유독한 비소가 보통의 생물에서 인이 하는 역할을 담당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5] 오자. 할로모나다세아과 또는 할로모나다과로 써야 한다.






* 377





 롭 던(Rod Dunn)집에서는 절대 혼자가 아니다: 미생물에서 다지류, 꼽등이, 꿀벌에 이르기까지 우리 집 자연사 [주6]




[6] 집에서는 절대 혼자가 아니다2020년에 집은 결코 혼자가 아니다: 생물학자의 집 안 탐사기(홍주연 옮김, 까치)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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