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드의 부활...? 

올해 상반기 세계고전문학 출판 경향에서 주관적 입장으로 봤을 때 눈에 띄는 점이 마르키 드 싸드 (1740~1814) 작품의 출간이다.   

싸드라고 하면 먼저 떠오는 것인 싸디즘(Sadism)의 원형, 포르노그래피를 방불케하는 악명 높은 내용임에도 이탈리아의 감독 파올로 파졸리니 감독의 영화와 함께 고전의 반열(?)에 올랐고 국내 헌책방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절판된 번역본을 구하기가 쉽지 않기로 유명한 <소돔 120일>의 작가, 정상적인 사람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평생을 방탕한 스캔들 그리고 감옥, 정신병원 생활을 한 세기의 반항아 등 독자와 학자들 사이에서 평가의 호불호가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작가 중의 한 사람이다.    

<소돔 120일>과 더불어 싸드의 작품들은 도착성욕을 묘사한 것이 많아  외설과 부도덕의 이유로 모든 검열을 받아야 했던 관계로 오랫동안 그의 문학적 가치는 묵살되곤 하였다. 거기에다가 가학증이라고 불리우는 사디즘을 낳게 한 그의 독특한 성적 취향은 오히려 자신이 썼던 소설보다 자신의 이름을 후세에 더욱 알리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그래서 다른 나라보다 성적 개방 정도가 낮은 우리나라에서 싸드의 문학이 정착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소돔 120일> ' 고도 ' 라는 출판사에서 번역자 이름 없이 출간되었다가 절판되었지만 지금은 10만원을 호가하는 귀한 책(?)이 되어버렸다. (싸드의 문학적 가치가 재인정되어서 뒤늦게서야 빛을 보는 것이 아니라 포르노를 연상케하는 내용에 대한,  단순히 싸드의 소설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이런 기현상이 생겼을거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해본다)  <소돔 120일>이 출간되기 7년 전에는 ' 장원 ' 이라는 출판사에서 싸드의 단편소설 5편을 수록한 <사랑의 죄악>(이형식 역)이 출간된 적이 있었지만 이 책 역시 절판 상태이다.  

 

           

  

 

 

 

 

 

국내에 싸드의 문학이 묻히려고 하고 있을 즈음에 열림원에서 <사랑의 범죄>가 출간되었는데 이 책은 장원에서 출간된 <사랑의 죄악>에 수록된 단편소설 5편 중 3편이 수록되어 있다.  

장원 <사랑의 죄악>에 수록된 단편소설은 [팍스랑즈, 혹은 야망의 죄] [플로르빌과 꾸르발, 혹은 숙명] [도르쥬빌, 혹은 미덕 때문에 죄를 짓게 된 사나이] [쌍세르 백작부인 혹은 딸의 연적이 된 어머니] [으제니 드 프랑발], 총 5편이며 열림원 <사랑의 범죄>에는 [도르쥬빌] [쌍세르 백작부인] 을 제외한 세 편이 수록되어 있다.   

(* 간혹 헌책방에 가게 되면 운이 좋으면 <사랑의 죄악>이 굴러다닐 수 있는데 나 역시 자주 들리는 헌책방에서 구하게 되었다. 열림원 <사랑의 범죄>는 현재도 판매 중인데 두 판본에 수록된 작품의 차이를 알고 구입하면 좋을 것이다) 

  

 

 

 

 

 

 

 

  

 

 

 

 

 

 

 

 

 

뒤이어, 싸드의 문학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사드 관련 책들이 나오기 시작하였고 대화체의 작품인 <사드의 규방철학>(이충훈 역, 도서출판 비)도 국내에 소개되었고 최근에는 민음사에서 <밀실에서나 하는 철학>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나왔다.

<How To Read 사드>(웅진지식하우스)를 쓴 존 필립 는 사드의 문학을 접할 때 먼저 <사드의 규방철학>을 먼저 볼 것을 권하고 있을 정도로 <소돔 120일><미덕의 불운><알린느와 발꾸르>와 함께 사드 문학의 근간을 이루는 작품으로 손꼽히고 있다. 

  

 

 

 

 

 

 

 

 

  

그리고 싸드 문학의 대표작으로 알려진 <미덕의 불운>(열린책들)이 출간되어 왠만한 싸드의 작품이 국내에 소개되었다.  이 작품 역시<사랑의 죄악>을 번역했던 이형식 서울대 불어교육과 교수에 의해 소개되었다.   실제로 싸드는 이 작품을 발표한 이후 소설에 등장하는 자매 쥐스띤느와 쥘리에뜨를 내세운 후속작들을 내놓게 되는데 <쥐스띤느 혹은 미덕의 불운>(1791년 작) <新 쥐스띤느 혹은 미덕의 불운, 그의 언니 쥘리에뜨의 이야기>(1797년 작) 이 있다.  

 

     

 

  마조히즘의 유래     

 

 

 

 

 

 

 

 

 

 

싸디즘이 성적 대상에게 고통을 줌으로써 성적인 쾌감을 얻는 이상 가학증이라고 하면 항상 대응되는 또 다른 비정상적인 성적 행위로 언급되는 것이 바로 마조히즘(Masochism)이다. 마조히즘은 반대로 가해자로부터 고통을 받음으로써 성적 쾌감을 얻는 경향이다.  

싸디즘이 마르키 드 사드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면 마조히즘 역시 레오폴트 폰 자허마조프(1836~1895)라는 작가의 이름에서 유래되었으며 이 두 정신의학적 용어는 독일의 정신의학자 크라프트에빙(1840~1902)이 처음으로 하나의 개념으로 정립하였다.

자허마조프 역시 싸드 못지 않게 실제로 독특한 성적 도착증을 가지고 있었는데 자신의 경험에서 탄생된 작품이 <모피를 입은 비너스>이다.   

자허마조프는 젋은 미망인 파니 폰 피스토르와 사랑에 빠지게 되었는데 소설 속 인물들처럼 실제로 이 두 사람은 노예 계약서(!)를 작성하였고 자허마조프는 실레로 그녀 앞에서 노예 노릇을 자처하면서 그녀가 무자비하게 채찍질을 휘두를 때 성적 쾌감을 얻었다.    

어떻게 보면 자허마조프의 성적 쾌감을 얻는 방식과 과정은 싸드보다 양호한 편이다.  

자허마조프는 사랑하는 여인 파니 폰 피스토르와 노예 계약을 맺음으로써 노예 계약서에 있는 내용대로 자신의 성적 쾌락을 정당하게(?) 얻고 있다. 반면에 싸드는 인간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자신의 욕구대로 충실히 반영하는 사티로스(Saturos)적 인물이다.   당사자에 대한 감정을 이해하지도 않으며 순전히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 강압적으로 행하는 것이 싸디즘의 특징이다.

 


알렉산드르 카바넬 <사티로스와 님프> 1860년 

사티로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반인반수(半人半獸)의 괴물이다. 

장난이 심하고 주색을 밝히기로 유명한 캐릭터인데  

오늘날에는 정욕의 화신으로 상징되고 있다,  

영어에서 ‘호색한’ 을 뜻하는 Satyric은 사티로스에서 파생된 낱말이다. 

  

오늘날에는 싸디즘과 함께 마조히즘 성향을 가진 사람에 대해서 호의적으로 보지는 않지만 자허마포즈가 <모피를 입은 비너스>를 발표했던 당시에는 마조히즘이 어느 정도 허용되는 분위기였다. 실제로 자허마조프는 마조히스트들에게 수많은 팬레터를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생전에 동시대로부터 외면받았던 싸드에 비하면 자허마조프는 화려한 명예를 누렸다.   

그는 역사학 교수로 활동했었고 그의 마조히즘적 성향의 작품에 대한 비난이 당대의 독자들 사이에서 빗발쳤음에도 불구하고 말년에는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을 정도로 자신의 인생 중 가장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하였다. 

 



  

  <모피를 입은 비너스> 제베린 & 반다 vs  

  <으제니 드 프랑발> 프랑발 & 으제니  

 

싸드와 자허마조프. 이 두 작가는 인간의 숨겨져 있는 성(性)에 대한 본성을 날카롭게 묘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후대의 문학가들로부터 문학적 가치를 인정받았지만 자신의 이름에서 유래된 정신의학적 용어에 대한 인식탓인지 여전히 그들의 문학에는 외설적이라는 이미지가 여전히 남아 있으며 고전이라고 불리고 있어도 독자들에게 선뜻 읽기가 부담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외설적이라는 선입견을 벗어내고 이들의 작품을 읽게 된다면 이들의 작품이 순전히 외설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이 두 작가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의 성격과 행위는 정상적이라고는 볼 수는 없지만 일정한 줄거리도 없이 그저 남녀 간의 음란한 성행위만 강조하여 보여주는 3류 포르노그래피보다는 약한 편이다.    

싸드의 소설을 포르노그래피보다는 줄거리가 있지만 허술하기 짝이 없는 막장에 가까운 에로영화와 같다고 해야되나...?    

싸드의 작품 중에서 지금까지 읽어본 것이 이형식 교수가 번역한 열린책들의 <미덕의 불운>과 <사랑의 죄악>인데 특히 <사랑의 죄악>에서 수록된 <으제니 드 프랑발> 이라는 단편소설은 인상 깊다.   

<으제니 드 프랑발>은 으제니라는 여자와 그녀의 아버지인 프랑발와의 근친상간적 사랑을 그린 이야기다.  기존의 상식을 벗어나는 그의 인물 설정 방식은 정말 싸드가 아니라면 나올 수 없는 발상이다.  독자들에게 관음증을 불러일으키는 싸디즘적 장면과 사회를 지배하는 관습과 윤리, 종교를 무시하는 싸드의 사상이 반영되고 있으며 비록 내용 구성면에서는 허술한 감이 있지만 한 편의 반전 드라마를 보듯이 흥미진진한 사건들이 펼쳐진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열림원 <사랑의 범죄>를 읽어보시길) 

그리고 자허마조흐의 대표작 <모피를 입은 비너스>에서는 귀족 청년 제베린과 연상인 미망인 반다와의 노예 관계적 사랑을 그리고 있다.   

싸드의 단편소설 <으제니 드 프랑발>과 자허마조프의 <모피를 입은 비너스>에 등장하는 두 커플들은 우리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성적 쾌감을 충족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행위를 단순히 자신의 성적 욕구 쾌감을 해소하기 위한 일시적인 방식이 아닌 상대방과 자신과의 관계를 이어주고 있는 ' 사랑 ' 이라는 감정과 연관지어서 생각하고 있다.    

 

   

  사랑 vs 쾌락

내가 볼 때 그리스 사람들의 밝은 관능은 고통 없는 기쁨이에요. 그건 내가 평생 추구하고자 하는 이상이지요. 나는 기독교나 현대인들, 즉 정신의 기사들이 설교하는 그런 사랑을 믿지 않거든요. 자, 나를 잘 보세요. 나는 단순한 이단자보다 더 나쁜 여자에요. 나는 이교도에요.  

(중략) 

나는 괴테의 <로마의 비가>에 나오는 이 구절이 늘 너무나 좋았어요. 자연 속에는 ' 신들끼리 사랑을 나누었던 ' 영웅 시절의 사랑이 들어 있어요. 그 당시에는 ' 눈길은 곧 욕망으로 이어졌고, 욕망은 그 쾌감으로 번졌지요' .  다른 모든 것은 다 인위적이고 꾸민 것이고 가짜죠. 기독교를 통해서 - 그 끔찍한 상징인 십자가가 나는 늘 무서웠어요. -  뭔가 낯설고 적대적인 것이 자연과 자연이 지닌 순진무구한 충동 속에 개입되게 되었죠.  

- 자허마조프 <모피를 입은 비너스> 김재혁 역, 펭귄클래식코리아, p 35 -   

 

반다의 충동적이면서도 자유분방한 사랑은 당시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기독교적 윤리와 사랑에 반하고 있는데 싸드의 반 기독교적 사상과 유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에 반다는 자신을 사랑의 노예로 삼아달라는 제베린의 요구에 수긍하지 못했지만 그녀도 점차적으로 기이한 관계를 통해서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색다른 쾌감을 느끼게 된다.  

평소에는 제베린을 사랑스러운 연인처럼 대하다가 모피를 입는 순간 채찍질을 휘둘러 제베린을 노예처럼 난폭하게 다루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제베린은 그녀가 휘두르는 채찍질을 맞아가면서 성적 쾌락을 얻음으로써 전형적인 마조히즘을 보여주고 있다면 반대로 반다는 채찍질에 맞아 고통스러워하는 제베린의 모습을 통해서 그녀 역시 가해자 입장에서의 성적 쾌감을 얻게 되는 싸디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 쾌감에 사로잡힌 나머지 그녀는 제베린뿐만 아니라 여행 중에 만난 독일의 젋은 화가에게도 똑같은 행위를 하게 된다.  

 

반대로 <으제니 드 프랑발>은 프랑발 귀족이 주인이고 으제니가 노예 관계로 설정되어 있다. 재미있는 점은 근친상관이면서도 노예적인 관계가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학습의 효과 덕분이다. 프랑발 귀족은 으제니가 태어나는 순간 어머니와의 관계를 단절시키는 동시에 그 당시 어린이들이 배워야하는 기독교적 윤리와 관습 대신에 쾌락과 본능 충족을 강조하는 자신만의 가치관(?)을 가르친다.  평생 프랑발 귀족의 교육에 세뇌당하듯이 성장한 으제니는 자연스럽게 프랑발 귀족에게 반할 수 밖에 없게 되고 오직 프랑발 귀족의 말이 옳다고 생각하게 된다.  

  

제가 열렬히 숭배하는 유일한 사람이 아닌 그 누구에게 저를 바칠 수 있으리까!   

(중략) 

아! 즐기세요. 나의 애정 깊은 오라버니시여. 나의 가장 좋은 친구여. 그대의 으제니를 그대의 재물로 삼으시오. 사랑하는 그대의 손에 의해 재단에 올려진다면 이 으제니는 영원한 승리자가 될 거예요. 

- 사드 [으제니 드 프랑발], 이형식 역, 장원 <사랑의 죄악> 수록, p 225 - 

 

결국 으제니는 쾌락과 욕망에 사로잡힌 자신의 모습이 프랑발 귀족을 향한 사랑이라고 믿게 된다. 프랑발의 음침한 교육에 의해서 왜곡된 사랑의 방식을 답습하게 되는 것이다.   

 

    

 

  사랑의 두 얼굴   

 

 

 

 

 

 

 

 

 

싸드와 자허마조프의 소설 속 두 커플은 서로 간의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서 기이한 관계를 맺게 되었지만 실상 서로 자신들의 욕구와 쾌락을 총족하는 모솝을 보여준 사육의 관계로 남게 되었다. 누구로부터 비롯되어서 기이한 관계를 가졌는가를 떠나서 반디와 으제니는 사육으로 변질된 사랑의 관계를 쉽게 벗어나지 못했다.   결국 그들이 생각하고 있던 사랑은 자신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마저 고통만 안겨주는 무시무시한 사육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사랑이 우리가 생각하는 정상적인 사랑의 모습을 벗어난다고해서 비난할 수는 없다.  싸드와 자허마조흐가 소설을 통해서 보여준 사랑의 형태는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사랑의 이중적인 모습이기 때문이다.


 

 


자크 루이 다비드 <비너스로부터 무장해제당하는 마르스> 1824년

 

바다 한가운데의 거품으로부터 탄생된 비너스는 서풍의 신 제퓌로스의 도움으로 조개에 실려 퀴프로스 섬이라는 곳에 상륙하게 된다.  오늘날에는 이 섬을 사이프러스라고 불리고 있는데 사이프러스 섬에 사는 사람을 영어로 ' 사이프리언 ' 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단어에는 ' 음탕한 여자 ' 라는 뜻도 담겨져 있다고 한다.  사이프러스 섬을 사는 사람을 음란의 상징으로 불리게 된 까닭은 비너스 때문이다. 비너스가 가지고 있는 수많은 별명 중에는 ' 아프로디테 포르네 ' 라는 것이 있다.  직역하면 ' 음란한 아프로디테 ' 라는 뜻이다. 

비너스가 사랑의 여신에서 음란한 여자로 불리게 된 이유는 그녀가 항상 두르고 다니던 마법의 허리띠 때문이었다.  ' 케스토스 히마스 ' 라고 불리는 이 허리띠를 비너스가 매고 있으면 신이든 인간이든 누구든지 비너스의 유혹을 쉽게 벗어나지 못했다고 한다.   

난폭하기로 유명한 전쟁의 신 마르스(아레스)도 비너스의 치명적인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그 허리띠에는 춘화도가 그려져 있을 정도라니 비너스를 육체적인 사랑의 여신으로 만들기에 충분하다. 

신화 속에 등장하는 비너스의 모습은 이 세상에는 정신적 가치가 강조되는 절대적인 사랑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육체적인 사랑의 접촉이 허용되는 음란한 사랑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재미있게도 故 이윤기는 이런 비너스의 음란한 면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모든 남성을 유혹할 수 있는 비너스의 허리띠는 음란함의 상징이 아닌 인류 종족의 보존을 위한 번식력의 상징이라고 평을 하고 있다.

하지만 순수함과 음란함이 균형적으로 공존하고 있는 사랑이 지나치게 음란한 감정에 치우치게 되면 좋지 않은 결말을 초래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최근에 모 스포츠 선수와 여 아나운서 간의 불미스러운 스캔들의 과정과 결말에서 그 교훈을 찾을 수 있다.    

반디가 입었던 모피는 비너스의 허리띠처럼 제베린과 그 밖의 다른 남자들을 쉽게 유혹하고 굴복할 수 있었겠지만 모피는 그저 아름답게 보이는 모피일뿐이다.  연약하고 도도한 반다가 채찍질을 휘두르면서 강압적인 모습으로 변할 수 있었던 것은 모피를 입은 반디가 아름다워서 그런 것이 아니다. 

반디는 모피를 입은 비너스가 아니라 자신의 성적 쾌락에 집착하는 아프로디테 포르네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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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05-29 0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드의 책이 지금 절판이군요. ㅎ
그래서 대학 도서관에는 좀 너덜너덜한 상태로 있는 건가.. 싶어집니다. ^^

요즘 서구의 신화를 좀 공부하는 중인데 어디선가 보던 그림들이 여기에 있네요~
늦은 시간 페이퍼 잘 보고 갑니다 Cyrus님!!

cyrus 2011-05-30 11:15   좋아요 0 | URL
한 번은 대학 도서관에 있엇을 때 <소돔 120일>이 있는가
찾아본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자료검색창에는 소장되어 있는데
하권만 있더라구요. 아마도 누군가가 대출했는데 반납을 안 했던가봐요 ^^;;
왠만한 도서관에도 사드의 소설은 보존서고에 보관되어 있더군요.

stella.K 2011-05-29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의 범죄가 좀 궁금하긴 해요.
하지만 제가 시루스님 이 페이퍼에서 언급한 책들을 읽을 자신이 없더라구요.
규방철학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어제, 최승호, 김언희 시인 독자와의 만남에 다녀왔는데
시를 좋아하지 않아 이런데 가면 좀 좋아질까 싶어 간건데
시가 워낙 독특해 오히려 기겁하고 왔습니다.
말하자면, 사드의 책도 그럴 것 같다는 거죠...ㅋㅋ

cyrus 2011-05-30 11:16   좋아요 0 | URL
읽으라고 권하기에는 좀 애매한,, 작가인거 같아요 ^^;;
그렇다고 비약이 심할 정도의 묘사는 생각보다 없는데 말이죠. ^^

2011-05-30 02: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30 1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스피 2011-05-30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ㅎㅎㅎ 장원판 소돔 120일과 국내에서 처음 번역된 모피를 입은 비너스는 오래전에 구한책인데 이사를 가면서 어디 박스속에 숨었는지,혹은 분실했는지 모르겠군요ㅜ.ㅜ
cyrus님 글을 읽으니 다시금 읽어보고 싶네요^^

cyrus 2011-05-31 13:43   좋아요 0 | URL
사드의 절판된 책이라면 나름 레어템일텐데,, 이번 기회에 한 번
찾아보시는 것도 좋을거 같아요 ^^

꽃도둑 2011-05-31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드의 글을 읽는데는 용기를 필요로하지 않을까 싶어요.
들었다가 놨다가 결국 읽지 못한 경험이 있어서,,, 왜 두려워 했는지 모르겠어요..
사이러스님 페이퍼를 읽으면서 다시 용기내봐?..할만큼 멋지게 쓰셔서..어찌될지는 모르겠네요.^^ 아..신간평가단 끝나자 왜 이리 게을러지는 지 모르겠네요. 나름 하는 일이 있어서 시간 내기는 좀 글치만..사이러스님 글에 자극 좀 받아가야겠어요.

cyrus 2011-05-31 13:45   좋아요 0 | URL
정말 오랜만이에요. 꽃도둑님 ^^

저도 처음에는 읽을 용기가 선뜻 나지 않았는데,, 자허마조흐 덕분에(?)
읽게 되었어요. 이제 기말고사가 다가오는데 시험 공부하라 과제물 준비하라
또 한 번 잠수를 타야될거 같아요 ^^;;

마녀고양이 2011-06-01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사드는 접하지 못 했지만
프랑스 소설(영화화도 된) 'O의 이야기'를 대학 시절 읽고
큰 충격을 받았었습니다. 또한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작가 앤라이스의 소설 '섹스 클럽'도
비슷한 맥락을 가지고 있죠. 제게 충격은 음란한 묘사보다는
인간의 욕구에 대해서 였습니다.

그것은 미약할 수 밖에 없는 인간의 누군가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힘과
존재 의미를 알 수 없는 인간에게 누군가가 의미를 부여해 주기에 자신을 양도할 수 있다는 안도감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었습니다. 누군가 휘둘러준다는 것, 어떤 의미로든,
그것은 가끔 제게서 책임과 의무를 내려놓는 홀가분함을 주거든요.

cyrus 2011-06-01 16:47   좋아요 0 | URL
마고님이 언급하신 그 책 읽어봐야겠는데요 ^^;;
저는 솔직히 말하자면 싸드와 자허마조흐의 소설을 읽으면서 선정적인
장면이 기억이 남는데,, ^^;; 마고님은 인간의 욕구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보셨다니, 욕구에 대한 마고님의 댓글 내용이 수긍이 가네요.
역시 심리학을 공부하셔서 그런지 관점이 남다르시는군요 ^^

루쉰P 2011-06-02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돔 120일>은 제가 일했던 헌 책방에 한 권 소장돼 있었는데 그 가격에 너무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왜 그리 비싼가 항상 궁금했는데 이 리뷰를 읽으니 이해가 되네요.

육체적 사랑..그것을 사랑으로 부를 수 있는지가 영 꺼림직해요. 물론 남자로서 여자를 육체적으로 갈망하는 것이 아니라면 위선이겠지만 결국 사랑이라는 것이 정신과 육체 둘 중 한 면만 취해서는 불균형의 극치를 보여준다고 여기거든요. ^^

사디즘이나 마조히즘 역시 공감할 수 없는 사랑의 종류이기는 해요. 치밀한 분석을 보고 아주 많은 도움을 받아가요. ㅋㅋㅋ

cyrus 2011-06-02 23:43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나온지 꽤 오래 되었고 절판된 책은 헌책방매니아들 사이에서는
고가에 거래되는가봐요.

저도 육체적 사랑에 너무 치우친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라고 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싸드와 자허마조흐의 소설을 읽으면서 여러 번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루쉰P 2011-06-10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라 2관왕이시더라구요. ^^ 완전 대단하세요. 알사탕 8천개!! 뜨아~~
 

 

 

 

 

 

 

 

 

 

 

 

방금 쓴 페이퍼에도 언급했지만 다음 달인 6월의 독서모임 선정도서로  

허균의 <홍길동전>과 나머지 한 권은 앙드레 지드의 대표작 <좁은 문>이에요.  

 

 

항상 공식출판사 카페에 독서모임 선정도서 공지사항을 읽게 되면  

선정도서에 대해서 말 못하는 불만들이 느끼기도 하는데 

내심 허균의 <홍길동전>보다는 김시습의 <금오신화>가 선정되면 참 좋았을거 같다는 

생각도 한 적이 있었아요.  지금까지 읽은 우리나라 고전소설 중에서  

김시습의 <금오신화>를 재미있게 읽었거든요.  ^^ 

   

그리고 또 하나의 불만은 신기하게도 집에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이 선정되더라구요.

<홍길동전>은 민음사 판본을 가지고 있고, <좁은 문>도 펭귄클래식 판본을 이미  

가지고 있답니다.

 

같은 책은 한 집 한 책장에 꽂을 수 없는 법. 이번에도 북 셰어링을 하려고 해요.

제가 드리고 싶은 네 번째 책은 바로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이에요.   

 

먼저 댓글 or 비밀 댓글을 다시는 한 분에게 우선적으로 드릴거구요,, 

댓글 참여도와 그 날의 기분(?)에 따라서 몇 분 더 추가로 드릴 수 있으니  

정말 이 소설,,  읽고 싶으시다면 주저하지 마시고 댓글을 달아주세요. 

댓글 응모 기간은 지금 이 글이 게시된 시간부터 오늘 밤 10시까입니다.

 

독서모임에 참석하게 되면 꼭 해야하는 것이 독서모임 선정도서를 읽고 리뷰를  

의무적으로 써야해요,   참고로 저는 작년에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 리뷰를 

써본 적이 있는데 읽고 또 써야 겠네요. ^^;; 

 

오랜만에 작년에 썼던 <좁은 문> 리뷰를 보니 감회가 새롭기도 하네요  ㅎㅎ 

그래서 작년에 쓴 리뷰, 먼댓글로 달아봅니다.   

 

이제 축제가 끝나겠다, 다음 주부터 슬슬 기말고사 공부 모드에 준비해야되는 시기가 

다가오네요.  시간 한 번 참 빠릅니다그려 ^^;; 

  

 

 

 

 

 

 

 

 

 

 

이번 주에는 미루었던 독서모임 선정도서 리뷰를 써야겠습니다. 아마도 이 기간이야말로   

여유롭게 쓸 수 있는 시간인거 같아요,  기말고사 공부도 틈틈이 해야하고 과제물도  

해야햐거든요,,. -_-;;   

 

막상 기말고사 앞두고 있는 생각을 하니 즐거운 축제의 여운이 잊혀지지가 않네요. 

역시 뭐니뭐니해도 대학 축제는 대학생활 중에서 제일 즐거운 시간인거 같습니다.   

특히 OT, MT를 가지 않는 아웃사이더인 저에게는 유일한 낙이에요. 

5월달의 축제는 이제 즐거운 추억으로 뒤로 하고  

이제 슬슬 해야할 일들을 차곡차곡 해나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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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공감이 아니라, 사랑이어야 한다
    from 男兒須讀五車書 2011-05-27 00:30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를 힘쓰라. - 누가복음 13장 24절 ↳ Re: 굳이, 그 힘든 좁은 문에 들어가기 위해서 힘을 써야 할까? - cyrus도대체 나는 누구랑 결혼한 거야?‘나는 영국과 결혼했다.’ 영국의 여왕 엘리자베스 1세는 영국의 발전을 위해서 한평생 동안 헌신하는 대신에 사랑과 결혼을 포기해야만 하는 자신의 상황을 재치 있게 표현하였다. 본인 자신도 한번쯤은 사랑을 하고 싶은 여성이었으니 몰래 남자 귀족들과 연분을 나누었고, 그들과의 스캔들도
 
 
아이리시스 2011-05-27 0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저는 [좁은 문] 읽었어요. 다 기억한다고 생각했는데 주인공 이름이 생각 안나지만 암튼 읽었어요,ㅋㅋㅋ 시루스 님은 제가 가진 책이랑 읽은 책만 셰어링 해요, 호호. 뭐 불만은 아니지만요. 제가 책선물 드려도 모자랄 판에..

좋은 책은 좋은 주인을 찾아 가길 바랍니다~^^

cyrus 2011-05-27 15:34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정말 몇 몇 분들에게 꼭 책 선물하고 싶은 마음은 간절한데
말이죠 ^^;;

순오기 2011-05-27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도 5~6년 전에 초등 학부모 독서회에서 <좁은문>을 토론도서로 선정했었는데
학창시절에 읽고 느꼈던 것과는 너무나 다른 감상이어서 다들 놀랐더랬죠.ㅋㅋ
하긴 결혼 10년~ 20년차의 엄마들이니 당연히 미혼때의 정서와는 다르겠지만...^^

<좁은문> 저도 갖고 있지만, 이왕 대박난 김에 우리동네 주민센터도서실에 더 보탤까요...^^

cyrus 2011-05-27 15:35   좋아요 0 | URL
비록 얇은 분량의 한 권이지만 나름 유명한 고전이라 주민센터도서실
도서목록에 포함되어도 좋을거 같은데요. ^^

네오 2011-05-27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이벤트군요~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 리뷰글 잘 읽었습니다. 미루어 짐작컨데,,,,미적판단, 정지척입장, 개인의 취향을 고려해볼때(^^) 제인 오스틴의 19세기 틴에이저의 소설들, 브론테 자매의 비극적 소설들과 멜로물, 버지니아 울프의 모더니즘 계열의 소설들을 좋아하실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cyrus 2011-05-27 15:35   좋아요 0 | URL
ㅎㅎ 요즘 브론테 소설을 감명깊게 읽어서 그런지 여성 작가의 소설들에게
자연스럽게 눈이 가게 되네요. ^^

saint236 2011-05-27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좁은문이라..아직 섭렵하지 않은 것이군요. 북 쉐어링 페이퍼 보고...바로 넘어 왔습니다.^^

cyrus 2011-05-27 15:36   좋아요 0 | URL
관심 있으시다면 댓글 달아주셔도 되요 ^^

stella.K 2011-05-27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책은 한 집 한 책장에 꽂을 수 없는 법.
댓글 참여도와 그 날의 기분(?)에 따라서 몇 분 더 추가로 드릴 수도 있다.ㅋㅋㅋ
시루스님도 어지간한 기분판가 봐요. 꾸준하시고...
아무튼 멋집니다. 줬던 사람에게 또 주면 재미없을 것 같으니
저는 이번엔 빠지겠습니다.
좋은 주인 찾아 갔으면 좋겠습니다.^^


cyrus 2011-05-27 15:37   좋아요 0 | URL
오늘은 참여도가 저조하네요. 한 분이라도 책 선물해드리고 싶은데,,
일단 오늘 마감 시간까지 지켜봐야겠습니다 ^^;;

2011-05-28 1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28 2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1-05-28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틀림없이, 좁은 문 읽었는데 하나두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흐흐, 아직 아무도 안 하셨나요?
시간이 지났지만, 혹시라도 있다면 저 주세요!!! 네?

금오신화 못 읽은거 같아요, 아 읽고 싶다.....
맨날 읽고 싶다고 타령하고 못 읽는건 제 책임인거죠?
저는, 행복의 지도 리뷰를 10일째 쓰고 있답니다.. 이런이런. ㅠㅠ

cyrus 2011-05-28 20:30   좋아요 0 | URL
ㅎㅎ 저는 작품 속의 남녀 주인공의 이름이 가물가물하더군요.
읽은지 1년도 안 되었는데 말이죠 ^^;;

반응이 없어서 다른 분한테 드릴려고 했는데,, 정말 다행이네요.
마고님께 책 선물 꼭 하고 싶었어요 ^^
저는 미뤘던 독서모임 리뷰를 써야하는데,, 리포트 때문에
쓸 시간이 없더라구요 -_-;;

<금오신화>도 읽고 싶으시다면 원 플러스로 드릴 수 있는데,,ㅎㅎ
답글 확인하시면 댓글이나 쪽지로 주소 알려주세요 ^^


2011-05-28 2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28 2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제, 알라딘 인문학 스터디 6기 ' 여섯 가지 주제로 본 우리 고전문학 ' 이라는 주제로 마지막 강연이 대구에서 진행되었다.  

평소에 알라딘 인문학 스터디에 관심이 많았는데 대구에 사는 나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한 달에 두 번 하는 독서모임 때문에 서울에 왕래하는 것도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다가 알라딘 인문학 강연이 주말이 아닌 평일에 진행되어서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이 마땅치가 않았다.  

그러다가 우연하게 인문학 강연이 대구에서 진행된다는 공지사항을 확인하는 순간, 절호의 기회다 싶어서 댓글로 신청하였다.  강연 장소도 평소에 많이 가본 도서관이었고 운이 좋게도 강연 날짜가 학교 축제 기간이라 당연히 휴강할 것이라는 예상 하에 강연에 참석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강연 이후로 오랜만에 참석하게 되는 강연이라서 예습 차원으로 이 두 책을 읽을 정도로 강연 날짜가 오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수요일에는 유익한 강연을 듣고, 목요일에는 다른 학교 축제에 가서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과 실컷 놀려고 이번 한 주의 스케줄을 딱 잡았다.     

하지만 강연에 대한 큰 기대감은 한 통의 문자 하나로 인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강연 전날에 모 교수님에게 문자가 온 것이다. 원래 축제 기간에는 휴강한다는 공지의 문자가 오기 마련인데 이 교수님은 7시 30분까지 학교 축제 현장으로 오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셨다.  하필이면 교수님이 오라는 날짜와 시간이 알라딘 강연 날짜와 겹치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교수님의 문자를 확인하는 순간, 황당하였다.  문자 내용으로 봐서는 축제 기간에 수업하는 것은 아닌 것은 확실한데 교수님의 문자 한 통 때문에 계획된 일정이 틀어져버려셔 약간 속이 상했다.   나는 그 날 알라딘 강연에 참석할 것인가, 아니면 학교에 가야할까 많이 고민했다. 왠지 학교에 안 가면 결석 처리될 거 같고, 그렇다고 대구에서 하게 된 알라딘 강연이 허무하게 놓치는게 아쉬웠다.     

 

결국 고민 끝에 알라딘 강연을 포기하고 학교로 향했다.   

학교로 향하는 버스를 타는 내내 머릿속에는 강연에 참석하지 못한 아쉬움이 자꾸 맴돌았다. 하지만 아쉬움의 여운은 오래 가지 않았다.  

학교에 도착해서 문제의 모 교수님을 만났는데 축제를 즐길 겸 학생들과의 친목을 도모 목적으로 같이 주막에서 술 마시자고 문자를 보낸 것이었는데 ,,,  

스쿨버스 타는 시간인 11시까지 3시간동안 교수님과 몇 몇 친한 학생들과 술을 많이 마셨다. 내가 만난 교수님은 아직 결혼하지 않은 여교수님이다. (대략 나이를 추정해서 높게 잡으면 40 정도,,,?  노처녀일거라고 예상됨)  그런데 생각보다 술을 잘 마셨다.  

첫잔부터 나에게 소주+맥주 폭탄주를 건네셨다. 

ㅎㅎ 이거 뭐,,   누군가 나에게 소맥을 건낸다는 것은 나에게 도전 신청하는거나 다름이 없다. 나는 술판을 소맥으로 시작하면 소맥으로 원샷 스트레이트로 술판을 마무리한다.   역시 술 중에 금방 취기가 오게 만드는 것이 소맥이 최고 아닌가?  ^^;;  

어느 정도 취기가 오게 되자 나는 어떻게든 교수님 일찍 보낼려고(?) 소맥을 자꾸 권했다. 여교수님답게 못 마시겠다고 내숭은 떨면서도 잘 마셨다 ㅎㅎ;;

역시 마음이 복잡하거나 힘든 일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는 건 역시 술 밖에 없는거 같다. ^^;; 

  

  

 

공교롭게도 일정이 겹치는 바람에 고전문학에 대한 글을 작성하려는 계획이 무산될뻔했는데 운이 좋게도 다음 달 펭귄클래식 독서모임 선정도서 중에 너무나도 유명한 고전문학 작품이 선정되어서 ' 그 작품 ' 에 대한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그 작품이 바로 허균(1569~1618)의 <홍길동전>이다.   

굳이 길게 설명 안 해도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유명한 고전소설이다.  

 

 

   집에 민음사 문학전집 세트 중의 한 권으로  

   소설가 김탁환 씨가 풀어 쓴 <홍길동전>을 가지고 있다.  

   민음사판 <홍길동전>의 눈에 띄는 특징이라면 백범영 씨의  

   일러스트가 있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읽는데 지루할 수 있는  

   고전소설 속에 일러스트가 삽입되어 있으면 읽는 흥미를  

   유발할 수 있다.  이번 기회에 민음사 판본도 읽어봐야겠다.  

    

 

 

 

펭귄과 민음사 판은 공통적으로 경판 24장본과 완판 36장본과 수록되어 있는데 부록은 다르다. 

펭귄 판 부록에는 경판 24장본 목판 방각본이, 민음사 판에는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는 완판 36장본 영인본이 실려 있다.  

 

  

 

     <홍길동전>은 펭귄클래식, 민음사 전집만 포함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책세상판 세계문학전집에도 출간되었다.

     책세상에서 나온 세계문학전집은 민음사, 펭귄클래식 전집에 

     비해 인지도가 낮지만, 책세상 전집은 다른 문학전집과 다르게  

     번역자가 쓴 작가와 가상 인터뷰라는 내용을 부록으로 싣고 

     있어서 눈여겨 볼 만한다.  

 

 

 

 

 

 

 

 

 

 

 

특히 책세상 판의 <홍길동전>을 풀어 쓴 분이 허경진 연세대 국문학과 교수다.  (우연하게도 <홍길동전>의 저자인 허균과 같은 성씨다)   

최근에 독서모임에 같은 조에 속한 일명 ' 반장님 ' 이라는 분의 글을 통해서 알게 되었는데 이 분이 지금까지 쓴 고전문학 관련 저작물 중에는 <허균 평전>(돌베개, 2002), <허난설헌 시선>(평민사, 2008). <매창 시선>(평민사, 2007) 을 집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허난설헌(1563~1589이라면 허균의 누나이며 허균 못지 않게 천재적인 시작(詩作) 능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불행한 삶을 산 비운의 여류 시인이며 매창(1573~1610)은 허균과 교류 관계를 가진 기생이며 여류 시인으로 활동했다.   

그리고 청백리에 녹선될 정도로 청렴결백한 관직 생활로 알려진 허엽과 그들의 자녀인 장남 허성과 차남 허봉, 삼남 허균 그리고 딸 허난설헌으로 이루어진 일명 허 씨 패밀리는 중국와 일본에도 알려질 정도로 유명했다고 한다.  

   

  

이왕에 허균의 <홍길동전>을 읽는 김에 허난설헌의 한시도 읽어보고 싶어진다.  

고등학생 때 우연히 문제집에서 본 허난설헌의 <빈녀음>(貧女吟) 중 제2수가 기억이 남는다.   

 

手把金剪刀(수파금전도)
夜寒十指直(야한십지직)
爲人作嫁衣(위인작가의)
年年還獨宿(년년환독숙)  



가위로 싹둑싹둑 옷 마르느라면 

추운 밤에 손끝이 호호 불리네 

시집살이 길옷은 밤낮이건만 

이 내 몸은 해마다 새우잠인가

 

남을 위해 밤을 새워 하는 바느질과 자신의 불우한 삶을 대비시켜 조선 시대의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겪어야 할 사회적 불평등, 즉 문학적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이라는 귀속 지위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한 허난설헌 본인의 처지를 이입시킴으로써 표현하고 있는 그녀의 대표작이다.     

그리고 허난설헌이 쓴 한시 중에서 가장 비장감이 느껴지는 시가 곡자(哭子)이다. 시의 제목을 풀이하자면 ' 죽은 자식 앞에서 울다 ' 라는 뜻이다. 어머니가 자식을 잃은 슬품을 가장 리얼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것도 한 명도 아닌 두 명의 핏덩어리들 말이다.

  

去年喪愛女(거년상애녀)
 
今年喪愛子(금년상애자)

哀哀廣陵土(애애광릉토)

雙墳相對起(쌍분상대기)

簫簫白楊風(소소백양풍)

鬼火明松楸(귀화명송추)

紙錢招汝魂(지전초여혼)

玄酒奠汝丘(현주전여구)

應知弟兄魂(응지제형혼)

夜夜相追遊(야야상추유)

縱有腹中孩(종유복중해)

安可冀長成(안가기장성)

浪吟黃臺詞(낭음황대사)

血泣悲呑聲(혈읍비탄성) 


지난 해 사랑하는 딸을 잃고

올해엔 아끼던 아들을 보내었네.

슬프고 슬프다, 이 광릉 땅에

두 개의 무덤이 마주 서 있네.

백양나무 숲엔 쓸쓸히 바람 불고

도깨비불은 송추에서 번쩍인다.

지전으로 너의 혼을 부르고

현주(玄酒)를 너의 무덤에 뿌린다.

응당 너희 남매의 혼은

밤마다 서로 좇으며 놀리라.

비록 뱃속에 아이가 있다한들

어찌 장성하기를 바랄 수 있으리.

아무렇게나 황대사 읊으며

흐르는 피눈물 소리죽여 슬피 운다. 

 

 

         허경진 교수의 <허균 평전>과 같이 읽어보면 좋을 책이  

         <한국사 이야기> 시리즈의 저자인 이이화 선생이 쓴  

         <허균>(한길사, 1997)도 있지만 워낙에 오래 전에 출판된 

         책이라 절판 상태이다.   

         하지만 허균의 누나인 <허난설헌 평전>(장정룡 저,  

       새문사, 2007)가 출간되어서 보조적으로 읽어보면  

         좋을거 같다.   

 

 

 

정말 오랜만에 알라딘 서재에 고전문학과 관련된 글을 쓰게 되었다. 그동안 너무 우리나라 고전문학 독서를 소홀히 한거 같다.   알라딘 고전문학 강연에 참석하지 못한 아쉬움을 허균의 <홍길동전>과 허난설헌의 섬세하고 가슴 찡하게 만드는 한시를 감상하면서 달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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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5-27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문학 강좌 4강 <고전문학, 이상향을 꿈꾸다> 광주 강연(이형대 교수)에 참석했었죠. 후기는 안 올렸지만...
허경진 교수가 풀어 쓴 난설헌 시집과 매창 시집은 저도 갖고 있어요.
난설헌 삶과 문학을 조명한 이경혜가 다듬어 쓴 <스물 일곱 송이 붉은 연꽃>이란 책도 좋아요.^^
작년 가을에 홍길동전과 허균에 대한 독서 토론 후 매창공원과 홍길동 테마파크를 돌아봤지요. 제 서재 문학기행&테마여행 카테고리에 홍길동 테마파크 사진은 올렸고 매창공원은 아직 못 올렸네요.ㅜㅜ

cyrus 2011-05-27 15:39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이 소개하신 책 제목,, 허난설헌 관련 도서를 검색할 때
봤어요, 그 책도 한 번 읽어봐야겠어요. ^^
매창공원과 홍길동 테마파크라는 장소도 있었군요, 처음 알았습니다.

2011-05-27 1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27 15: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1-05-28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흐, 소맥 원샷.
아..... 맛나게 주조한 분의 소맥은 정말 맛있죠!
책도 읽고 싶고, 소맥도 먹고 싶다.
요즘 하고 싶은게 많은 것을 보니,
제가 시험 때가 되었고, 살고 싶은 욕구가 많다는 것을 확인합니다!

홍길동전 잼나게 읽으셔여!

cyrus 2011-05-28 20:33   좋아요 0 | URL
저는 주조는 자신 없어요. 그냥 섞어서 마시면 소맥 폭탄이라고
생각하면서 마셔요 ^^;; 저도 이번주 들어서 할 일이 많아졌어요.
방학도 다가오는데 알바도 구해봐야되구요 -_-

루쉰P 2011-06-02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강의를 못 들으셨다니 정말 속상하셨겠어요. 전 예전에 박홍규 교수님과 로쟈님의 대담에 출판사 덕분에 당첨돼 참여를 했었는데 좋아하는 작가를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들으니 너무 좋더라구요.^^

그래도 홀로 고전문학을 독파하시다니 대단하세요. ㅋ 그나저나 대구라고 하시면 지금 엄청나게 더우시겠네요. ^^

cyrus 2011-06-02 23:45   좋아요 0 | URL
저에게는 절호의 기회였는데,, 지금 다시 생각하니, 아쉬움이 남네요.
역시 인생에 도움이 되는 공부 방법으로 명사 강연 같은 곳에 가보는 것도
좋은거 같아요. ^^

오늘 날씨 무척 덥더군요. 여기는 벌써 초여름입니다. ㅎㅎ
 
미친 등록금의 나라 - 반값 등록금, 당장이라도 가능하다 지금+여기 1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지음 / 개마고원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어느 여배우의 1인 시위  

 

  

 

"반값 등록금 공약, 안 지키면 우리가 반만 내버리자", "미친 등록금의 나라, 이제는 바꿉시다"  

영화배우 김여진씨가 등록금 인하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하여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이는 등록금넷과 참여연대가 함께 하는 반값 등록금 현실화를 주제로 헌 릴레이 시위에 동참한 것이다. 김여진 씨는 " 미친 등록금의 나라, 이제 반만 내버리자! " 라는 문구가 쓰여진 피켓을 들고 홀로 광화문 광장 앞에 섰던 것이다.   

김여진 씨의 1인 시위에 대한 뉴스를 처음 접하게 된 사람들에게는 영화배우가 자신이 출연하는 영화 홍보다 아닌 생뚱맞게 대학 등록금 문제에 관여하는지 이해하지 못할 수 있겠다.  어떻게든 자신의 이름을 어필해보려고 별 수작을 다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김여진 씨의 독특한 행보는 그저 배우라는 수식어가 붙어다니는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한 일회성의 퍼포먼스가 아니다.  지난 달 모 케이블 방송에 출연하여 반값 등록금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소신 있게 발언하기도 하였으며 시위하기 전날에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서 이미 시위 사실을 예고한 바 있었다.  

이후로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 개념 연예인 " 이라고 불리우면서 그녀의 행동에 응원과 격려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하였다.  김여진 씨의 행보는 대학 등록금 문제에만 그치지 않았고' 쥐벽서 티셔츠' 판매 운동에도 적극적으로 주도하는 등 최근 국내에 떠오르고 있는 정치 현안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등록금 폭탄, 이제서야 관심?

김여진 씨의 ' 반값 등록금 ' 1인 시위로 인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져서 그런 것일까?  폭발하기 일부 직전인 ' 대학 등록금 폭탄 ' 에 대한 점차적으로 고조되는 국민들의 불만을 정부는 가만히 지켜볼 수 없었던가 보다. 

김여진 씨의 1인 시위가 벌여진지 1주일 뒤에 황우여 한나라당 대표가 무상등록금을 포함한 모든 등록금 인하 방안을 검토한 후 이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겠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던 것이다. 집권당의 최고위급 인사가 일종의 공약을 하게 되자 서민층 학부모들은 혹시나 하는 기대감도 적잖게 나타내 보이고 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도 황 대표의 입장에 대해서 포퓰리즘 의혹을 앞세우면서도 차질없는 약속 이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명박 대통령이 2대선공약으로 내걸었다 은근슬쩍 사라지고, 민주당의 복지정책을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하던 한나라당 수뇌부에서 제기한 문제여서 향후 추이에 더욱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지금도 친이계 인사들은 황 대표의 입장에 대해서 반대의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대학 등록금에 대한 정치적 현안이 본격적으로 공론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 사이에서는 ' 반값 등록금 ' 현실화 여부에 대한 의구심이 지배적이다.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막상 본선에 들어가자 공약을 내세운 적이 없다고 밝힌 변명 같지 않은 변명을 했던 이력이 있는데다가 지난 5년간 등록금이 30% 넘게 폭등할 때까지 ‘ 남의 나라 불구경 ’ 하듯 묵묵부답 무관심으로 일관하던 여당이 이제서야 관심을 갖게 되자 야당과 국민들이 그들의 입장에 반신반의하는 태도를 보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대체적으로 이번 일도 선거가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비관적 시각이 많은 편이다.  

 

  

  ' 대학 등록금 ' 포퓰리즘보다 더 심각한 것은,,, 

하지면 여기서 반값 등록금 도입에 대한 사회적 현안이 그저 차기 대선의 포석을 위한 정부의 포퓰리즘 공약으로 남게 되는 것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그리고 국민들은 이 문제점에 대해서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대학 등록금 문제에 대해서 표면적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점과 등록금 인하 방안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검토마저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쟁에서 총이 없다는 것은 죽음이나 다름 없듯이 대학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는데 문제의 원인과 요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그저 ' 반값 등록금 ' 을 외치면서 총장실을 점거하고, 삭발 투혼을 벌여봤자 고착화된 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 없을 뿐더러 오히려 경과될수록 더 악화될 뿐이다.  

우리나라 대학의 등록금 수준은 OECD 국가 중 미국에 이어 2위로 비싼 편이다. 그야말로 한 해 등록금 1000만원 시대를 맞게 된 것이다. 서민은 물론이고 중산층이라도 자녀 둘을 대학에 보내려면 빚을 얻어야 할 판이다. 학생들은 등록금을 벌기 위한 ‘ 알바 ’ 에 매달려 제대로 공부하지 못하거나, 제때 졸업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비싼 등록금 때문에 자살하는 학생마저 나오는 악순환의 현실이 반복되는 것이다.   

  

 

  대학의 '보수' 는 어떻게 지배하는가 

최근에 김여진 씨가 동참하였던 시위를 주도한 등록금넷과 참여연대가 공동으로 기획한 <미친 등록금의 나라>에서는 우리나라가 정말 ' 미쳤다 ' 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치솟은 대학 등륵금 인상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도 이를 구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고 있지 않는 현실에 대해서 국민들이 대학 등록금 인상의 구체적인 원인과 과정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고 있거나 혹은 대학 등록금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문제 해결책의 방향을 잡지 못하게 만드는 장애물이 되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국민들이 대학 등록금 문제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려는 패배주의적 인식의 배경에는 대학 등록금 인상을 옹호하는 입장 세력(대학총장, 학교법인 관계자 등이 만들어낸 왜곡된 레토릭이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보수주의자들의 담론, 주장, 수사법과 같은 정치 언어 분석을 통해서 보수주의자들의 생각을 파헤친 앨버트 O. 허시먼<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에서 소개되고 있는 세 가지 반동 명제로 비유하자면 다음과 같다.       

 

  1) 역효과 명제 : " 대학 무상교육을 도입하면 나라살림 결딴 난다 "  

2010년 정치권은 무상급식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전면 무상급식을 당론으로 내세운 민주당 등 야권은 6·2 지방선거를 휩쓸기 시작했고, 여기서 더 나아간 것이 무상교육과 반값 등록금 정책이다. 아이러니한 점은 이때도 등록금 정책을 주장한 쪽은 한나라당이었다는 것이다. 무상급식이란 이슈를 무상교육과 등록금 조정으로 막아보려한 셈이다. 실제로 무상급식을 처음 도입한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과 그에 맞선 보수세력의 정진곤 전 청와대 교육수석도 그랬고, 곽노현 서울 교육감과 맞선 보수 후보들도 비슷한 공약을 내세웠다.  

일부 여당의 정계 인사들이 야당이 제시한 ' 무상 ' 관련 정책의 비현실성을 이유로 비판을 하였고기회의 평등이 아닌 결과의 평등에 집착하는 좌파의 평등지상주의 논리에 따른 것이라고 색깔론적인 비판도 서슴치 않았다.  국가 재정이 거덜나든 말든 ‘ 보편적 복지 ’ 라는 그럴 듯한 이름의 포퓰리즘을 내세워 선거에서 표만 많이 얻으면 된다는 식의 무책임한 정략일뿐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 무상 ' 이라는 단어가 ' 완전 공짜 ' 라는 동등한 의미라고 생각하는 국민들의 잘못된 인식과 맞물려 경제적 상황을 근거로 한 실현불가론이 지배하여 진보적인 입장을 가진 사람들마저도 무상교육에 대해서 회의적 입장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보육, 의료, 주거 등과 같은 복지 관련 부분에 투자해야 할 예산 수요가 늘어나는 사회적 상황 속에서도 정부는 4대강 사업 재정 지출을 늘리는데만 급급하고 고소득자들의 소득제를 감면해주는 ' 부자 감세 ' 를 추진하는 등 정부가 스스로 복지정책을 위한 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 여건을 무너뜨리고 있다.  이런 재정적 문제를 해결하는 조세제도가 개혁이 이루어진다면 충분히 대학 무상교육 도입이 가능하다.

  

  2) 무용 명제 : " 그렇게 난리쳐 봤자 등록금 문제는 해결 안 돼 "    

1990년대에 우리나라에 불어온 신자유주의라는 바람은 경제, 사회뿐만 아니라 대학가에도 불어왔다.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시장주의 경제학자나 보수적인 교육가들은 대학도 시장 체제에 편입시키려 한다.  그리고 대학됴 기업 못지않게 수익을 창출할 수 있으며 정부의 대학 지원을 반대한다. 이런 추세 덕분에 산학협력 활성화, 민간기금 확보, 적립금 펀드투자와 부동산 개발이라는 명목하에 대학 등록금이 사용되어졌으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등록금이 인상되었다.  결국에는 대학의 시장화를 부추기는 경제적 보수 세력이 만들어낸 기형적인 논리에 인해서 대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의 호주머니를 거덜나게 만든 것이다. 

대학 등록금에 대해서 사람들이 제일 많이 착각하는 것이 등록금은 대학생이 직접 내야하는 수익자 부담 원칙이라는 점이다.  물건을 구입하게 되면 이에 대한 일정한 값을 지불하는 것처럼 등록금이 비싸더라도 대학교육이라는 상품을 구매한 대가로 당연히 지불해야한다고 생각하며 그 가격은 시장논리에 따라 결정된 것이므로 이를 해결하기가 어렵다고 인식하게 된다.  그래서 몇 년동안 등록금 동결과 인하를 요구한다해도 취업에 매달려야하는 대학생들이 시큰둥해하는 반응을 가지게 마련이다.    

 

  3) 위험 명제:  " 대학 등록금을 내리면 대학교육의 질이 떨어질 것이다 "      

앨버트 O 허시먼은 위험 명제의 전형적인 특징을  “ 지배적인 여론 상황 때문에 정면으로 공격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펼치는 논리 ” 라고 말한다. 즉, 우회하여 공략하는 방법이라는 의미다.   

2010년 초 한국장학재단을 방문했던 이명박 대통령은 " 등록금이 싸면 좋겠지만 너무 싸면 대학교육의 질이 떨어지지 않겠냐 " 는 우려 아닌 우려로 등륵금 정책에 대한 답변을 대신한 바 있다. 얼핏 듣기엔 ' 등록금이 싸면 좋겠다 ' 는 바람 같지만, 정작 전하고자 하는 요지는 ' 저렴한 등록금과 질 높은 교육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 는 주장이다. 

- <미친 등록금의 나라> p 77 -

   

등록금 인하를 원하는 여론 속에서도 정부와 대학 관계자들은 ' 등록금 액수 ' 와 ' 교육의 질 ' 이라는 대립구도를 결부시켜 설정하게 함으로써 어떻게든 민감한 사안을 우회적으로 해결하려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등록금이야말로 학생들을 위한 교육환경 개선뿐만 아니라 복지 향상에 직결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1980년대 민주화 운동 시절에 대학생활을 한 부모들은 자기 자식이 질 높은 대학교육을 받기를 희망하면서 묵묵히 비싼 등록금을 내고 있다. 

그러나 등록금 수준이 세계 2위에다가 미국 대통령이 칭찬할 정도로 다른 나라보다 교육열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대학 교육 수준은 선진국의 대학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오히려 우리나라 대학은 지나치게 학생이 내는 등록금에 의존하는 재정수입 구조를 가진데다가 부족한 교육공간 확보 및 개선이라는 이유를 들어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특히 학교법인(일명 사학법인)이 대학을 자신의 수익 창출 목적을 위해서 무리한 시설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학교법인의 엉뚱한 예산 사용이 대학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기는커녕 떨어뜨리고 있다.  

     

 

  대학 등록금 문제, 적극적 결단이 필요할 때

반값 등록금에 대한 반발 여론이 점화되기 시작하자 한나라당 지도부도 “ '반값 등록금'이라는 말 대신 '등록금 부담 완화'라는 용어를 써야 한다 ” 고 분명히 했다.  포퓰리즘 논쟁의 연장선상에서 접근시 문제는 심각한 이분구도로 비추어 질 수 있으나 교육비의 상승은 다른 측면이다. 현 사교육비 급증에 따른 계층간 교육장벽의 높이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사회통합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 장기적 안목에서 대학등록금 문제를 반드시 접근해야 한다.

등록금 인하는 단순히 당정의 의지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당장 천문학적 규모의 재원이 조달되지 않고선 추진이 아예 불가능하다. 3년 연속 동결로 아우성을 치는 대학에 인하 분을 떠넘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국가 재원으로 부담해야 하는 데 우선 순위에서 얼마나 타당성이 있는지는 철저히 떠져봐야 할 일이다. 재원 대책없이 무상 운운하는 건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다. 

그리고 정부뿐만 아니라 대학가에서도 등록금 인하 문제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재단적립금이라는 명목으로 대학 금고에 잠을 자고 있는 비용을 등록금 인하 해결에 사용될 수 있다.이미 ' 등록금 인하 ' 라는 검을 빼낸 이상 이제까지 등록금 인상으로 재미를 본 대학이 논의에서 발을 빼서는 안 될 것이다.  

올해 5월에 있었던 최대 사회적 이슈를 손꼽히게 된다면 단언 ' 대학 등록금 인하 ' 논쟁일 것이다. 작년에 쟁점화되었던 무상 교육, 무상 급식에 이어서 또 한 번 대학과 관련된 복지정책을 놓고 국민과 정부 간의 팽팽한 접전이 오고 갈 것이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공론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교의 반응은 천차만별이다. 몇 몇 대학 광장에서는 대학생들이 여전히 ' 반값 등록금 ' 을 요구하는 시위에 분노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반면에 어느 학교는 학교 축제에 초청된 인기가수의 공연을 보면서 환호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등록금 때문에 사람이 죽어나갈 정도로 대한민국은 미쳐 가고 있는데 요즘 대한민국 젋은이들, 등록금 때문에 자신의 청춘이 시들어가고 있는 것도 모른채 학교를 찾은 인기가수에 미칠 정도로 열광하는거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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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5-25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년에 대학원 가고 싶어하는 저로서도 굉장히 관심있는 논제입니다.

요즘 하두 사회가 이상해서,
위에 동동 떠있는 이슈들만 보면 한도 끝도 없는 문제와 아이러니한 상황만 보이구요.
저는 우리나라의 사람들이 왜 '복지' 라고 하면 좌파 취급을 하는가에 대해서
'열심히 해서 성취해야만 하는거다' 라는 생각과 '열심히 안 해서 그 모양 그 꼴이다' 라는
인식이 뿌리박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우 경직된 사고인거죠. 모 아니면 도.

그리고 부정부패가 만연하다보니
정직하게 하면 바보가 되는 사회에서 누구도 신뢰할 수 없으니
내게 직면된 일이 아니면 신경도 안 쓰는 '내코가 석자다' 사회도 문제라 생각합니다.

마녀고양이 2011-05-25 12:37   좋아요 0 | URL
제가 요즘 딜레마에 빠져있는데,
아파트 경비 용역의 시급이 굉장히 작거든요.
내년부터 인상된다고 하는데 그러면 관리비가 무려 10만원 가까이 올라가요.
안 그래도 2년 사이에 두배로 뛰었는데, 거의 30만원 넘게 생겼어요.
그래서 감시 단속적 근로자의 법 적용 예외를 위한 서명을 받는데
이걸 안 하자니 당장 내야할 관리비가 문제이고
서명을 하자니 돈을 적게 받는 경비 아저씨와 사회에 죄송하고 머 그런. ㅠㅠ

cyrus 2011-05-26 16:34   좋아요 0 | URL
맞아요, 요즘 반값 등록금에 대한 이슈가 떠오르자마자 조중동 사설에서는
반값 등록금 반대 입장의 내용이 나오더군요. 재미있는 것은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내용과 유사하더라구요. 등록금을 반값으로 낮추면 국가 재정이
파탄난다는 식으로요.

아파트 경비 용역과 관련된 마고님 상황 충분히 이해갑니다.
저도 루쉰님처럼 비싼 등록금만 축내는 학교를 당장 그만두고 싶지만,,
워낙에 대학 졸업이 사회에서 우선시되다보니 저뿐만 아니라
대학생들도 이런 딜레마에 빠져있을겁니다. ^^;;

루쉰P 2011-05-25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을 자퇴해서 그런지 몰라도 말이죠. 저 역시 자퇴의 기준이 비싼 등록금을 내고 그 따위 교육을 받아야 하나란 생각에 과감하게 때려쳤어요.
등록금을 많이 내든 안 내든 교육이 개판인 것은 확실합니다. 답답해요. 정말...

cyrus 2011-05-26 16:35   좋아요 0 | URL
에구,, 저도 마음만 먹으면 학교 그만 두고 싶은데 말이죠.
하지만 요즘 사회에 대학 졸업이 강조되다보니 쉽지 않은거 같습니다. ^^;;

아이리시스 2011-05-26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요, 왜 저 배우가 갑자기 등록금 투쟁을..^^ 이건 뭐 하루이틀 일이 아니니까요. 솔직히 전 졸업도 했고.. 아.. 또 갈 일이 있을지도..^^ 그리고 제 자식도.. 헐;;

저는 대학이 아니라 고등학교도 검정고시로 간단하게 따고 하고싶은 걸 배울걸 그랬어,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막상 이래도 제때에 용기를 갖는 건 굉장한 용기가 아닐까 싶어요.^^

cyrus 2011-05-26 22:35   좋아요 0 | URL
등록금 인하 문제에 대해서 제대로 매듭을 짓지 못하면 정말
다음 세대들에게 악순환이 되물림될거에요. 이번 기회에
여당이 언급한 등록금 문제가 원만히 잘 해결되었으면 좋겠어요 ^^

루쉰P 2011-06-10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나 사회적 정의를 위해 불꽃 리뷰를 쓰신 cyrus님이 이달의 당선작이 되실 줄 알았습니다. 너무 축하드리고 알사탕으로 기말 고사 잘 보셨으면 합니다. ^^

cyrus 2011-06-14 14:48   좋아요 0 | URL
마음은 사회적 정의를 외치는데 정작 실천은 못 하는 젋은 소시민이랍니다.^^;; 오늘부터 시험을 치르게 되었는데 시험 잘 보겠습니다. ^^
 
제인 에어 세트 - 전3권 펭귄클래식
샬럿 브론테 지음, 류경희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1001-101] 제인 에어

 

  

  여성들의 필독 도서, <제인 에어>

모 출판사에서 출간된 <제인 에어> 뒷표지를 보게 되면 ' 딸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고 싶은 일본의 부모들이 선물하는 책 1위 ' 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그저 일본인들에게만 제인 에어의 매력에 사로잡힌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제인 에어>는 항상 ' 청소년 필독 독서 ' 라는 거룩한 타이틀의 목록 속에서 빠지지 않았다. 사실 ' 청소년 ' 이라기보다는 순수한 사랑을 꿈꾸었던 ' 청소녀 ' 들이 축약본으로나마 읽었을 것이다.  셜롯 브론테의 <제인 에어>는 지금으로부터 160여 년 전에 쓰여진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된 횟수도 자그마치 총 22회에 달할 정도로 현재까지도 제인 오스틴의 소설과 함께 로맨스 소설의 고전으로 불리우며 미래를 꿈꾸는 젋은 여성들의 위한 도서로 손꼽히고 있는 것이다. 

<제인 에어>의 줄거리 전개는 부모를 잃고 새엄마와 이복언니의 구박을 받던 소녀가 왕자님을 만나 행복하게 살았다는 신데렐라 이야기식과 유사하다. 소설 제목의 동명 여주인공인 제인 에어는 일찍 부모님을 잃고 자신을 학대하는 숙모 밑에서 자라면서 불우한 유년 시절을 보냈지만 귀족 로체스터를 만나 행복하게 산다는 이야기인데 설정만 놓고 보면 오늘날 우리나라 드라마에서도 볼 수 있는 신데렐라식 스토리의 전형이다.   

하지만 극적인 해피엔딩을 위해서 말도 안 되는 설정들을 집어넣는다거나 어떻게든 결말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서 과도하게 줄거리 전개를 생략해버리는 요즘 드라마와는 다르게 <제인 에어>에는 여주인공이 당당히 사회의 역경을 뛰어넘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행로, 그리고 여주인공의 다양한 심리적 변화들을 볼 수 있는데 독자 입장에서는 여성의 지위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던 보수적인 사회 속에서 당당함과 꿋꿋함을 드러내는 여주인공의 모습을 반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무엇보다도 귀족과 가정교사라는 신분의 차이에 불구하고 제인 에어는 사랑 앞에서도 당당함을 잃지 않는 제인 에어의 모습은 남성이 만들어 낸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적 억압에 시달려야했던 소설이 출간되었던 그 당시 빅토리아 시대의 여성들에게는 쉽게 공감하고 동경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과연 우리는 <제인 에어>를 제대로 읽었을까?

하지만 어렸을 때 <제인 에어>를 어린이용 축약본으로 읽었던 여성들이 수십년이 지난 오늘날, 원전에 충실한 번역본으로 나온 <제인 에어>를 읽었다면 어렸을 때의 감동과 낭만이 또 다시 재현될 수 있었을까?   단순히 로맨스적인 요소가 가미된 여주인공의 극적인 성공 스토리라는 이유만으로 청소년 필독 도서가 되었을 것이다라고 인식하고 있다거나 혹은 아직까지도 <제인 에어>를 그저 그런 여주인공의 성공 스토리를 그린 순수 로맨스 소설 또는 어린이용 동화라고 생각하는 독자가 있다면 <제인 에어>의 문학적 가치를 자칫 소홀히 할 우려가 있다. 아니, 우리는 <제인 에어>를 제대로 읽지 않았을 수도 있다.

  

 

  <제인 에어> 속에 숨겨진 다양한 문학적 메타포

만약에 누가 나에게 <제인 에어>라는 책이 어떠냐고 물어보게 된다면 불행한 인생을 살았던 여주인공 제인 에어가 사회의 역경을 헤쳐나가는 신데렐라식 스토리의 소설이라고 대답하지 않겠다. <제인 에어>에는 단순히 샬롯 브론테의 <제인 에어>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라고 말하고 싶다.  

<제인 에어>라는 소설에 <제인 에어>만 있는 것이 아니라니,,, ?  아직 <제인 에어>를 접해보지 않은 사람은 물론, <제인 에어>를 읽어본 사람들도 이런 애매모호한 간략평을 쉽게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제인 에어> 속에 등장하고 있는 인물들의 대사나 여주인공 제인 에어가 자신의 인생을 고백하는 형식에서 나오게 되는 상황 묘사와 감정 전달의 내용에는 수많은 문학 작품들의 텍스트에서도 볼 수 있다.  펭귄클래식에서 나온 <제인 에어> 판본을 보게 되면 수많은 주해를 달고 있는데 주해를 보게 되면 샬롯 브론테가 다양한 독서 경험을 있다는 것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햄릿><맥베스><오셀로>존 버니언의 <천로역정>, 밀턴의 <실낙원>, 조지 바이런의 시 등 다양한 문학작품 속 문장 문학뿐만 아니라 <성서> 속 구절도 많이 인용되고 있다.   

여주인공 제인 에어가 마주하게 될 상황 전개라는 원관념은 독자들 앞에서 자연스럽게 숨김으로써 다른 문학작품에서 인용된 문장, 즉 보조관념만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형식의 문장을 사용하여 소설 전개에 대한 암시적 은유을 이루고 있다.

  

 

  샬롯 브론테의 분신, 제인 에어     

<제인 에어>가 오늘날에도 읽어야 하는 고전이라고 불리게 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사회 앞에서도 능동적으로 존재하는 당당한 여성상을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수백년 전 남성들이 지배하고 있었던 영국 빅토리아 사회에서 제인 에어의 등장은 보수주의자 입장에서는 썩 반갑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여성이 소설을 쓴다는 것은 그 당시로서는 생각할 수 없는 파격적인 행위였다.  그래서 샬롯 브론테는 ' 커러 벨 ' 이라는 남성 필명으로 <제인 에어>를 출간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작가인 샬롯 브론테가 자신 인생에서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발표한 이 소설의 성공을 바랬었는지 모르겠지만(원래 브론테가 처음 쓴 소설이 <교수>(배미영 역, 열린책들, 2009)이다. 이 소설은 수많은 출판사로부터 거절을 당할 정도로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할뻔하다가 그녀가 죽은 후에 공식적으로 발표되었다) 소설이 출간되자마자 독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게 되었다.  

<제인 에어>가 의외의 성공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사회적 억압 속에 억눌려 남자들을 위한 수동적인 존재였던 빅토리아 시대의 여성 독자들에게 공감을 주었을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분위기 속에서 표출할 수 없었던 사회적 신분의 상승에 대한 욕구를 제인 에어라는 가정교사의 이야기를 통해서 충족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제인 에어가 쓴 자서전이라는 형식을 통해서 작가인 샬롯 브론테 역시 엄격하고 보수적인 시대 속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가난한 생활을 맞아야하는 사회적 불만에 절망했을 것이며 동시에 절망의 해소를 소설 창작으로 승화시켰다.    

 

나는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가난이란 어른들에겐 달갑지 않은 일로 여겨진다. 아이들에겐 더 그렇다. 아이들은 열심히 일하는데도 맞이하게 되는 고상한 가난 같은 건 모른다. 아이들에게 있어 가난이란 그저 누더기 옷과 부족한 음식, 불 꺼진 난로 연료관, 거친 행동거지, 품위 없는 언행 같은 것들과 관련된 단어로 여겨질 뿐이다. 내게 있어서도 가난은 낙오란 말과 동의어였다.  

- 샬롯 브론테 <제인 에어 1> 류경희 역, 펭귄클래식코리아,  p 81 -   

 

재미있게도 제인 에어의 인생은 샬롯 브론테의 인생과 유사하다. 제인 에어가 존 리드 부인의 구박을 피하기 위해서 로우드 기숙학교에 입학했던 것처럼 샬럿 브론테도 실제로 어렸을 때 기숙학교에 경험한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제인 에어처럼 가정교사로 일한 전력이 있기도 하다.  ' 여성 ' 이라는 이유만으로 부당한 사회적 대우를 받았던 그녀의 경험이 제인 에어라는 자신과 유사한 가공적 분신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영화와 원작 사이 

 

인간이란 평온한 삶에 만족하며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건 헛된 일이다. 인간은 적극적으로 활동하며 살아야 한다. 그리고 인간은 그런 활동을 찾을 수 없으면 만들어낸다. 수많은 사람들이 내 운명명보다도 더 정적인 운명에 처해지고 있지만, 또한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운명에 대해 무언의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중략)

대체로 여성들은 지극히 온건한 심성의 소유자들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여성들도 남성들이 느끼는 만큼의 감정을 지닌 사람들이다. 여성들도 자신들의 능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 샬롯 브론테 <제인 에어 1> p 222 -

 

<제인 에어>가 고전으로 인정받게 되는 것은 거대한 사회의 장벽을 넘어 삶의 주체와 열정을 가지고 있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분명 문학사적 관점에서는 대단한 성취라고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제인 에어야말로 알파걸(Alpha Girl)의 원조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여성의 주제적 지위와 능력이 강조되는 사회의 시류 속에서 개봉된 캐리 후쿠나가 감독의 <제인 에어>는 국내 여성 관객들의 기대감을 고조시키기에 충분하였다.  

하지만 아무리 영화가 원작에 충실히하였다고는 하지만 이번에 나온 캐리 후쿠나가 감독의 <제인 에어>는 원작소설과는 살짝 다르다고 한다. (영화 내용 스포과 관련이 있기에 이에 대한 자세한 언급은 하지 않겠다)  <제인 에어>에 대한 어느 영화평에 의하면 방대함을 살리는 대신 주체적으로 사랑을 선택하는 여인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하는데 사회적 관습에 대항하여 적극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살고자 했던 주인공의 드라마틱한 인생유전을 통해서 여성 관객들에게 여주인공의 해피엔딩의 감동을 극대화하여 전달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영화에 대한 이미지가 강한 나머지 원작이 그저 멜로가 가미된 여주인공의 신데렐라형 스토리의 소설로만 인식된다면 <제인 에어>가 왜 고전이라고 불리우는지에 대해서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나는 독서모임을 통해서 원전으로 번역된 소설을 처음 읽게 되었는데 다양한 문학작품을 인용한 샬롯 브론테의 창작 능력과 섬세하게 묘사된 제인 에어의 심리묘사가 이 소설의 압권이라고 생각된다.  안 그래도 우리나라 사람들, 책은 잘 안 읽는 반면에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는 잘 보는 습성을 가지고 있는데 리메이크된 영화 혹은 어렸을 때 읽은 축약본에 대한 독서의 기억 때문에 정작 원작의 문학적 진가가 묻히는거 아닌지, 그리고 ' 제인 에어 ' 라는 자신의 분신을 창조한 샬롯 브론테라는 원작자의 이름이 잊혀지는거 아닌지 쓸데없는 기우(杞憂)를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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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5-24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월 초에 영화를 보고 원작을 다시 보는데 민음사 번역된 문장이 좀 별로라 호감도가 떨어져 1권 중간쯤 보다가 덮있어요.ㅜㅜ
펭귄 클래식으로 보면 괜찮을까요?^^

cyrus 2011-05-25 10:51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은 영화를 먼저 보셨군요, 저도 원작을 먼저 읽고나니 최근에 개봉된
영화가 무척 보고싶더라구요.

저는 민음사에서 나온 거 조금 읽어봤는데 펭귄클래식에서 나온 것이라는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이 판본이 좋다고 말할 능력이
없어서 민음사가 좋다, 펭귄클래식이 좋다라고 말 할 수 없네요 ^^;;

그리고 펭귄클래식 판본을 읽게 되면 영화를 먼저 본 사람들에게는 지루하게
느껴질 수가 있을겁니다. 원작에는 1840년대 영국 특유의 음습한
배경을 묘사하는 장면이 많은데다가 이야기 전개에 불필요한 장면도
많거든요. 아무래도는 영화는 원작에 충실하되 관객들에게 이야기의
중점을 최대한 전달하려다보니 영화로 봤던 느낌이랑 원작으로 보는 느낌과
차이가 있을겁니다. ^^

stella.K 2011-05-27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인에어를 제대로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역시 작가는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쓰게되는 것 같습니다.
소설이 허구라고는 해도 진실을 바탕으로 해야하는데
작가의 경험만큼 진실한 것이 어디겠습니까?
그것이 비록 주관적이라고 해도요.
알파걸의 원조에서 피식 웃음이 났지만, 그도 그러네요.
브론테가 그 시절 알파걸이란 말을 알았겠습니까?ㅋㅋ
아, 시루스님 보내주신 책 빨리 읽어야 하는데
늘 다른 책에 묻혀 아직도 못 읽고 있네요.ㅠㅠ

cyrus 2011-05-26 16:27   좋아요 0 | URL
읽기 전에는 큰 기대를 안했는데 막상 읽어보니 생각보다
재미있었어요. 천천히,, 생각날 때 읽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