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  

"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줄 알았지. "

- 버나드 쇼의 묘비명 -

 

 

 

  

 


 

 

 

 

 

 

버나드 쇼의 저 묘비명처럼 우물쭈물하다가 독서모임 발제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다. 니체의 사상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싶은 나머지 자진해서 발제자로 나섰건만 복학 기간이 맞물리는 동시에 급격하게 바빠지게 되면서 발제 준비에 소홀히 하고 말았던 것이다.  

비록 나에게 주어진 3주라는 기간을 통해 한 번 읽는데도 쉽지 않은 니체의 책을 읽고 온전히 이해하여 발제를 준비한다는게 적은 기간일 수도 있지만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준비한다면 충분히 이루어낼 수 있었다.  

아포리즘으로 이루어진 문장의 통일성이 떨어진 니체의 글을 쉽게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차라투스트라> 이 책 한 권만으로 니체의 사상을 완전히 이해할 수도 없는 것이다.  자신의 사상을 담은 이 책이 얼마나 읽기에 어려웠으면 니체도 <차라투스트라>는 수백년 뒤에서야 자신의 책을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이다.  독서의 어려움은 비단 나뿐만 아니었다. 모임에 참여하신 조원분들도 니체의 책을 읽는데 어렵다고 고충을 털어놓기도 하였다.  물론 개인적인 사정으로 어제 모임에 참석하지 못한 분들도 있었지만 다른 날보다 참석하신 분들이 많지 않았다. (나를 포함해서 총 9명이 참석하였다)  

개론서를 통해서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니체가 말하고 있는 위버맨쉬, 영원회귀, 힘에의 의지 등과 같은 사상적 주제들은 <차라투스트라> 이전에 썼던 책들에서부터 언급되고 있다. <차라투스트라>는 그동안 자신이 축적하고 있었던 사상을 총체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나름 발제문이라고 니체의 생애를 간략하게 정리를 했는데 내가 읽었던 개론서에서 참고한 것이다. 

 

 

 

   

 

 

 

 

원래는 고병권의 책과 웅진에서 나온 <How to Read 니체>를 참고하려고 했으나 공교롭게도 고병권의 책은  대출중이었고 나머지 한 권은 도서관에서 소장하지 않았다.  다행히 생각의 나무에서 출간하고 있는 인문교양 시리즈인 ' 테이크아웃 클래식 '  의 <니체>를 읽게 되었다.  비록 발제 준비를 위해서 중요한 내용만 발췌하여 읽었지만 ' 테이크아웃 클래식 ' 시리즈에 나온 니체 개론서도 읽어볼만 했다. 

<30분에 읽는 니체>는 니체의 방대한 사상을 압축하여 정리하였다.  제목처럼 30분은 아니더라도 한 두시간만 읽으면 니체의 주요 사상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도 고병권의 책이 니체 개론서로 인지도가 높아서 그런지 모임에 참석하신 분들 중에서 두 세 분 이상은 이 책을 읽어보셨다.    

 

모임을 위해서 쓴 발제문은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모임 전날에 급하게 쓴 것이라 내용이 부실한 면이 있다.  부족한 내용의 발제문 때문에 모임에 참석하신 분들에게 내용이 제대로 전달했을지 모르겠다.   미흡한 준비 부족에다가 원활하지 못한 스피치 실력 때문에 발제 내용이 모임에 참석하신 분들에게 제대로 이해했을지 모르겠다.  지금도 생각하면 많이 아쉬우면서도 손발이 오글거린다.     

그래도 이번 경험을 통해서 가까이 다가서기가 어려웠던 니체의 사상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었으며 개인적으로 니체의 사상에 대해서 알고 싶은 지적 욕구도 생기게 되었다. 어려움도 많았고 아쉬움이 많았던 [차라투스트라] 모임은 지나갔지만 니체를 이해하기 위한 첫 걸음을 할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다.   

  

  

  

 발제문 - 니체의 생애  

 출생 그리고 유년시절

니체는 1844년 10월 15일 프로이센의 뢰켄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개신교 목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이름은 프로이센의 왕인 프리드리히 빌헬름 4세에게서 따온 것인데 재미있게도 빌헬름 4세의 생일과 같다. 
 
니체가 태어난지 2년 뒤에 니체의 여동생인 엘리자베스가 태어났고, 뒤를 이어 남동생인 루트비히가 태어났다. 그러나 니체가 5살 때 아버지는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게 되었고 유일한 남동생마저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 후 가족은 할머니와 두 이모들이 살고 있는 나움부르크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이 때부터 니체는 니체 가문 중에서 유일한 남성이었는데 아버지의 부재의 영향 탓인지 여동생 엘리자베스는 니체를 숭배하다시피 하였다.  

 
니체의 유년시절 중에서 독특한 점은 아버지에 대한 어린 니체의 생각이다. 니체의 아버지는 루퍼파의 교리를 따르는 경건하고 엄격한 성격의 목사였는데 니체는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호의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 완벽한 아버지의 상!  아버지는 혼과 감수성을 가지고 그리스도의 덕으로 치장하고 평안 속에 살았다.그는 행복한 삶을 살았다.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사랑받았다. "

- 13살 때 니체가 쓴 글 중에서 -

 

" 아버지의 모습은 내 영혼 속에서 아직도 살아있다. 인자한 얼굴을 하고 있는 높은 동경의 대상, 행복하고 친절한 모습, 어디서나 사랑받고 환영받는 사람, 가정에서는 자상한 가장, 자비로운 아버지, 그는 이 땅 위의 성인으로서의 완벽한 모델이다. "

 - 16살 때 니체가 쓴 글 중에서 - 

 


대체적으로 니체 연구가들은 아버지의 죽음이 어린 니체에 정신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하는데 니체는 자신의 아버지처럼 가부장적인 모습을 동경하였으며 자신의 운도 오래 가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었다고 한다. 

 

 


 학창 시절 그리고 젋은 나이에 교수가 되다  

14세 때 프포르타 공립학교에서 엄격한 고전 교육을 받고 1864년 20세 때 본 대학에 입학하여 리츨 교수 밑에서 고전문헌학에 몰두하였다. 그리고 그가 고전문헌학에만 공부한 것은 아니었다. 목사의 아들로 태어났으며 아들인 니체 역시 목사가 되기를 바라는 어머니의 바람 때문에 신학도 동시에 공부하게 된다.  그러나 이 때부터 니체는 이미 신의 존재에 대해서 회의심을 느끼기 시작하고 있었다.


결국에는 신학 공부를 중도에 포기하고 고전문헌학 공부에만 몰입하게 되는데 평소부터 학교에서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로서 알려지게 되면서 니체는 24살이라는 나이로 스위스 바젤 대학의 고전문헌학 교수로 임명되었다. 젋은 교수 니체는 바젤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교수로서 성공의 탄탄대로를 걷고 있었지만 그의 마음 속에는 문헌학이 아닌 철학 공부에 대한 열망이 솟아오르기 시작한다. 
 

 

 

 니체가 만난 사람들

특히 본격적으로 철학의 세계를 접하게 된 커다란 계기가 쇼펜하우어의 만남이었다.  

 

 

 

 

 

 

   

 * 지만지에서 나온 판본은 축약본임.




우연히 헌책방에서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라는 책을 발견하게 되면서 쇼펜하우어의 사상에 깊은 감명을 받게 된다.  이 때부터 니체는 쇼펜하우어의 철학에 심취하게 된다.    

 

 

 

 

 

 

  

 

이 시기 때 쇼펜하우어 이외에도 니체의 정신적인 교류를 하게 되는 사람을 연이어 만나게 되는데 음악가 리하르트 바그너와 미술사가 야콥 부르크하르트이다.  그 중에서도 바그너와의 관계는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당시 인기 있던 작곡가였던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뉘른베르크의 명가수>를 감상한 이후 그의 음악에 대해서 완전히 매료되었으며 공교롭게도 바그너도 쇼펜하우어의 사상에 관심이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도 한 몫을 하게 되어 두 사람 간의 관계는 급속도로 친해지게 되었다.  

  

 

 

 


 

 

 

 

 

니체는 바그너의 열렬한 신봉자로서 자신의 처녀작인 <비극의 탄생>에서 고대 그리스의 문화를 이을 수 있는 새로운 문화가 바로 바그너의 음악이라고 바라보았다.  이 책의 출간으로 인해서 책에 대한 평가에 대한 호불호가 엇갈리게 되었는데 바그너주의자들은 극찬했지만 반대로 자신의 동료 문헌학자들과 그의 스승인 리츨은 니체의 주장에 대해서 강한 반발을 하고 나섰다.


이후로 니체는 고전문헌학으로부터 거리가 멀어지게 되었으며 여전히 바그너의 신봉자로서 활동을 하였는데  바그너의 음악들을 공연하는 바이로이트 축제에 니체는 자주 들릴 정도였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의 우정은 오래 가지 못했다.  바그너는 니체를 정신적인 교감으로 연결된 동료가 아닌 자신의 사상을 전파하기 위한 2인자로 여겼다. 그리고 바그너의 반유대주의자 성향이 니체에게는 바그너로부터 거리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결국 바그너와 니체는 결별을 하기에 이르렀다. 

 

 

 

 루 살로메와의 만남  


 


왼쪽부터 루 살로메, 파울 레 그리고 니체
 



유년시절부터 달고 살았던 두통과 그 밖의 병들 때문에 니체의 건강은 극도로 나빠지게 되면서 바젤 대학 교수직을 물러나게 되었다.  그 후로 니체는 건강 요양할 겸해서 10년 동안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에서 방랑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홀로 자신의 사상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데 본격적으로 몰두하기도 했다. 

이 때 루 살로메라는 러시아 출신의 여성을 만나게 되었는데 니체의 인생에서 가장 불행한 시절을 겪게 된다. 철학자이며 자시신의 친구인 파울 레의 소개로 루 살로메와의 만남이 시작되었는데 그 전에 파울 레는 살로메에게 두 번이나 청혼을 했지만 거절당했던 일이 있었다.  루의 지적인 품성에 빠져들게 된 니체도 루에게 두 번이나 청혼을 했지만 역시 거절당하고 말았다.  
 
두 남자의 네 번의 청혼을 거절한 루는 플라토닉한 삼각 관계를 유지하기를 바랬을 뿐 사랑을 나누는 애인이 되는 것을 스스로 거부하였다.  결국 루의 제안으로 인해서 니체와 파울 레와의 관계도 어긋나게 되었고 니체는 마음 속으로 루에 대한 사랑앓이의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불행한 말년  

 
루 살로메와의 사랑 실패 이후인 1882년부터 세상을 떠난 1900년까지 니체는 또 한 번 외톨이 삶을 살게 되었고 건강 역시 급격하게 나빠지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정신질환까지 시달리기까지하면서 그의 삶을 점점 피폐해져만 가고 있었다.  하지만 학문에 대한 그의 정신적인 불꽃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이 때부터 자신의 대표작이라고 자화자찬했던 <차라투스트라>에서부터 <선악의 저편> <도덕의 계보> <디오니소스 찬가> <안티 크리스트> 등이 발표되었다.

 
무엇보다도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고통스럽게 만든 병보다 니체의 삶을 괴롭혔던 것은 바로 니체의 여동생 엘리자베스였다. 니체를 절대적으로 믿었던 엘리자베스는 반대로 반유대주의자인 남편을 만나 결혼하였고 심지어 니체와 루 살로메와의 관계를 깨뜨리기 위해서 이간질시키기도 하였다.  그리고 니체가 죽은 이후 오빠의 명성을 이용하여 이탈리아의 무솔리니와 독일의 히틀러와 같은 독재자들 앞에서 홍보를 펼쳤다.  엘리자베스는 니체가 남긴 유고를 제멋대로 정리, 해석하여 니체에 대한 부정적이면서도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는 원인이 되었다.  이로 인해 니체는 한순간에 ' 나치주의자 ' 로 전락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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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1-03-13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실'이라는 낱말이 떠오릅니다.

아버지와는
너무 일찍 아버지를,

루 살로메와는
사랑을 얻기도 전에 사랑을,

여동생과는
그나마 펼쳤던 자신의 사상을,

,,,


cyrus 2011-03-14 23:56   좋아요 0 | URL
어떻게 보면 니체의 삶이 불행했어요, 불행하고 어두운 삶을 산
사람들은 생각이나 사상도 어둡기 마련인데 반면에 니체는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워요. 삶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쇼펜하우어와는 정반대의 생각을 하고 있는거죠.

세실 2011-03-14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 글 읽으니 니체를 어느 정도 알겠어요. 이해하기 쉽게 발제를 하셨네요^*^
루 살로메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와도 염문을 뿌렸죠. 수수하긴 했지만 여럿 남자를 울린 팜므파탈의 전형이기도....

cyrus 2011-03-14 23:58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세실님 ^^
니체의 생애를 급하게 압축해서 적은거라 많이 부족해요.
평전 같은 거 보면 니체와 관련된 흥미로운 일화도 많이 있답니다.

반딧불이 2011-03-15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체의 삶을 간략하게 잘 정리하셨네요. 이런 이력이 그의 작품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못내 궁금해지는데요. 짜라투스트라에 대해서도 기대하겠습니다.

cyrus 2011-03-14 23:59   좋아요 0 | URL
발제문을 너무 급하게 정리하다보니 사상적 맥락에 대한 내요을
많이 놓쳤습니다. 그만큼 니체의 사상이 좀 방대하거든요.
하지만 이번 <차라투스트라> 독서를 계기로 니체의 사상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려고 합니다.
 

  

 

  근황  

복학한지 이제 9일 밖에 안 지났다.  아직은 개강 첫 날이라 두꺼운 전공과목 책을 1페이지부터 열심히 볼 시기는 아니라서 현재로써는 여유롭다.  거기에다가 이번 1학기 때 들어야할 수업 모두 야간에 편성되어서 오전에는 시간이 널널하다.    

요즘 부모님이 맞벌이하시다보니 오전동안에는 가정주부가 된다. 오전에는 집 안에 혼자 있다보니 집 안 청소, 설거지를 한다거나 혹은 압력밥솥에 있는 밥이 모자란다 싶으면 미리 밥을 해놓고 학교로 간다.  가끔 빨래도 하게 된다.  군대에서 손 빨래, 발 빨래, 세탁기 빨래 등 온갖 빨래 경험이 있어서그런지 지금은 그렇게 힘들지 않다.  다만 빨래할 시간 때문에 책 읽고 알라딘 블로그할 시간이 빼앗긴다는 생각이 들어서 애가 탄다. 

그리고 독서모임 날도 얼마 남지 않아서 슬슬 발제 준비를 마무리 해야된다. 니체의 <차라투스트라>에 대한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하고 이번 모임에 참여하신 분들을 위해 페이퍼 형식으로 프린트도 해야한다.   수업 강의 때문에 프린트할 자료도 많은데,,,   올해에는 A4 용지 사는데 은근히 돈이 새어나갈거 같다.  

 

 

  페이퍼 작성의 목적    

올해에는 읽었던 책에 대한 리뷰나 페이퍼 작성 횟수가 작년보다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래도 시간 나는대로 간간이 포스팅하려고 한다.   그 대신에 전공 과목 강의에 대한 내용을 정리한 페이퍼강의 관련 레포트와 연관된 글을 올릴 예정이다.  대부분 전문적인 내용이 많을수도 있지만 왠만하면 우리 실생활에 관련되며 사는데 도움이 되는 내용 위주로 쓰고 싶다.   

행정학이라고 하면 지루하고 어려운 과목 혹은 공무원을 되기 위한 외워야 할 암기식의 과목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꼭 그렇지만 않다.   단지 행정학을 배우지 않았다거나 행정 실무에 대해서 자세히 모를 뿐이지 행정학에도 분명히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내용이 있다.  

1학년 때 전공기초과목으로 [행정학원론] 이라는 과목을 들었을 때 지금도 기억이 남는 내용이 있다.  

주민등록등본을 인터넷을 통해서 무료로 발급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 때까지만해도 동사무소에 찾아가서 돈을 내고 발급했었다.  행정학을 전문적으로 배우고 있다거나 동사무소 직원들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그 때 당시 행정 실무에 대해서 전무했으며 이제 막 사회에 걸음마를 하기 시작했던 20살의 나에게는 커다란 충격이었다.   그 이후로 전공 자체를 단순히 등록금을 타기 위한 억지로 알아야하는 과목이 아닌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내용을 알기 위한 과목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비록 전공을 배우고 있는 학부생 신분이라서 전문성이 떨어질 수도 있으며 한창 많이 배워야 할 때라서 자칫 잘못된 내용을 기록할 우려도 있다.   대학원생이나 교수 신분이라면 나름 정리하는데 그리 어렵지 않은데 말이다.  하지만 앞으로 쓰게 될 행정학과 관련된 글이 그동안 행정학에 대해서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거나 자세히 몰랐던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들을 소개하도록 노력을 하겠다.     

 

 

 

  행정통계론

통계 수치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도 ' 통계학 ' 이라는 이름의 학문은 많이 들어봤을 터이다. 그런데 ' 행정 ' 이라는 단어가 붙인 통계론은 생소할 것이다. 

행정통계론에 대한 과목 소개를 수업계획서를 인용하여 소개하자면 , , , 

행정통계론은 행정현상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정보를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며 이는 행정현상과 관련된 현재 및 과거의 정보 뿐만 아니라 미래 발생 가능한 현상을 예측가능하게 한다. 즉, 합리적 의사결정이 필수적인 현대 행정에서 행정통계론은 매우 중요하며 정보화 시대에 필요한 교과목이다. 

이름은 행정학과 접목된 통계학과 관련된 학문의 일종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통계학에서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내용들을 다루고 있다.  그래서 그냥 통계학 과목이라고 보면 된다.  

인용된 수업계획서에서 읽어보면 알 수 있듯이 통계는 우리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쓰이는 실용적인 학문이다.   대입수험생은 학교별 예년 경쟁률을 참고해서 대입원서를 작성하며, 점포를 내려는 사업가는 그 지역의 유동인구와 제품 선호도 및 유사점포의 이익률 같은 것들을 참고해서 결정한다. 그리고 강수확률을 정한 기상 예보는 다음 날에 우산을 챙겨야 할 것인지 말 것인지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블루슈머 (Bluesumer)   

 

 

 

 

 

 

 

  

 

기업은 시시때때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를 반영하여 새로운 시장 창출을 통해서 고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이다.  오늘날과 같은 수많은 경쟁 기업이 넘쳐나고 있는 시대에서 하나의 기업이 치열한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전에도 발견하지 못했던, 경쟁자도 없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그래서 2000년대에 들어서 나온 새로운 경영전략이 바로 ‘ 블루오션 전략 ’ 이다. 2005년 2월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 출판사에서 같은 제목의 단행본이 출간되자마자 세계적 베스트셀러로 주목받으며 국내를 포함한 전세계적으로 경영자들의 필독서로 자리매김하였다.  레드오션으로 표현되는 예전의 경쟁의 원리에서 벗어나, 발상의 전환을 통해 고객이 모르던 전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개척의 새로운 시장 즉 경쟁자가 없거나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새로운 시장을 발견하여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잡으려는 블루오션 전략이 기업의 중요한 이슈가 되면서부터 블루슈머(Bluesumer)를 찾아내는 일도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블루슈머란  ‘ 블루오션 ’과 소비자를 뜻하는 Consumer의 합성어로, 블루오션에 존재하는 소비자라는 의미이다.   

그런데,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서 몇 분은 블루슈머랑 통계란 무슨 상관이 있냐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통계청이 선정한 2009년 블루슈머 10 

 

사실은 블루슈머라는 용어는 우리나라 통계청에서 만들어낸 신조어이다. 통계청은 한국의 사회지표, 경제활동인구, 생활시간조사 등 주요 통계자료를 분석하여 2000년대 중반부터 해마다 올해 주목해야 할 블루슈머를 선정하고 있다.   통계청에서 집계한 블루슈머 관련 지표를 통해서 기업은 시장 창출 계획을 세운다.  주요 통계 분석을 통해서 시장 변화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그만큼 통계 자료라는 수치는 우리 사회 실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자료인 것이다.  

 

  

  통계의 허와 실

하지만 통계도 어떻게 사용하는냐에 따라 도움이 될 수 있으며 혹은 손해를 볼 수 있다.  최근에는 통계의 중요성이 더욱 대두되어 새롭고 다양한 통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으며 통계청은 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지표들을 개발 중이다. 그래서 특정한 사회 현상에 적용하고 분석할 수 있는 통계 분석들도 새롭게 등장하게 된다.     

무조건 하나의 통계 분석 방식이 모든 사회 현상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만약에 각기 다른 분석 방식을 하나의 사회 현상에 적용하면 서로 다른 통계 결과가 나오게 된다.  이런 오류를 피하기 위해서는 사회 현상에 걸맞는 통계 분석 방식을 제대로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잘못된 통계 분석 방식을 적용한다고해도 그 결과는 무용지물이다.  그리고 통계 집계에서 제일 먼저 고려해야 되는 것인 표본 집단 설정이다. 표본 집단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서 통계 수치 결과도 크게 달라지게 된다.   통계학에 능통한 전문가라도 표본 집단 또는 분석 방식을 잘못 설정하여 집계하면 엉뚱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그래서 통계 수치를 무조건 신뢰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 교수님의 설명을 빗대어 표현하자면 통계에는 95%의 정확성과 5%의 오차가 있기 마련인데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통계는 95%의 정확성만 보고 있다고 하였다.  즉, 통계의 5%의 오차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생활에서 통계 자료를 유용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통계 자료에 나온 수치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분석할 줄 알아야한다. 그러기위해서는 이 통계 자료가 어떤 방식으로 집계를 했으며 이 자료를 어떻게 볼 것인지 분석 방법을 제대로 알고 있어야하는 것이다. 단순히 숫자만 안다고 해서 통계 자료를 바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통계는 미래의 삶을 위한 지표로써 더욱 막중한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정확한 판단의 기초자료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정확한 결과가 산출할 수 있도록 통계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통계에 대해서 국민들이 우호적인 관심을 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통계는 단순히 정책 반영, 시장 창출에 의의를 두는 정부와 기업에 사용하는 어려운 수치가 아닌 국민들의 삶의 질을 보다 향상시킬 수 있는 삶의 지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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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3-10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얼마전에 각종 증명서를 뗄 일이 있었어요.
졸업증명서,성적증명서, 국시원 합격증명서, 뭐 이딴 거였는데...
제가 대학원을 원주로 다녀서 아주 난감했었는데...
동사무소에서 다 한번에 해주더군요.

그런데,,,동사무소까지 갈 것도 없더라구요.
다 인터넷으로 해결되더라구요~

복학생의 근황, 참 재밌어요.
저보다 더 바쁘신 듯도~^^
저랑 다른 점은 저는 빨래,청소보다...먹는 음식 만들기에 주력한다는~

암튼, 건강이 최우선이에요, 홧팅~!!!

cyrus 2011-03-11 18:41   좋아요 0 | URL
맞아요. 모르면 손해를 보게 된다니까요 ^^;;
사실 이번 전공 수업 들으면서 행정 실무에 대해서 더 자세하게
배웠으면 좋겠어요. 이론 공부에만 치중하는 수업은 별로인거 같아요.

요즘 나름 운동을 하고 있는데 건강이 최우선이죠,
나무꾼님도 건강하세요 ^^

카스피 2011-03-11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통계는 수치도 중요하지만 해석도 중요합니다.현 대통령의 지지율이 50%란 통계가 나왔다고 청와대가 좋아하던데 대낮에 전화 통화를 걸어 지지율을 조사했으니(대강 40대 이상 주부층이나 장년층이겠죠),당연히 그런 결과가 나올수 밖에 없죠.만일 대학가 입구엥서 조사했다고 그런 통계가 나왔을까요^^

cyrus 2011-03-11 18:42   좋아요 0 | URL
통계론 강의 시간 때 교수님도 그 사례를 언급하셨어요,
대통령 지지율 측정에 대해서요 ^^ 통계 수치를 해석하는 방법
역시 중요한거 같아요.



아이리시스 2011-03-11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몇 년 전부터 등본 인터넷 발급을 수없이 했는데요. 세상 참 편해지긴 했죠. 시루스님 학교생활 잘하고 계신 거예요? 방학 지나고 개강해서 학교가면 두세시간 앉아있는 게 진짜 고통스럽고 그랬던 기억이 나요. 공부하고 싶은 분야는 제법 있지만 저는 정말로 학교는 다시 가고 싶지 않은 것 같아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yrus 2011-03-12 09:30   좋아요 0 | URL
네, 지금은 학교 생활 할만해요. 3년만에 학교를 다니게 되니
복학생 티를 낼 때도 있지만요,, ^^;; 새로 지은 건물들이
생기고나니깐 가끔 강의실 찾는데 애먹기도 합니다. ㅎㅎ

노이에자이트 2011-03-17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연예오락 프로그램에서 전국의 6개 광역시를 쓰라고 하니 한 팀도 모르더라구요.그것도 전부 광주만 뺐어요.광역자치단체, 기초자치단체 정도의 지방행정 지식은 필요한데 말이죠.광주를 전남 광주시라고 잘못 알면 당연히 광주가 광역시인줄 모르겠죠.

cyrus 2011-03-13 14:11   좋아요 0 | URL
저도 사실은 전공은 행정학이면서도 실무 내용에 대해서 너무 모르는거
많습니다. 이번 학기에 수강하는 전공과목 중에 <지방행정론>이 있는데
지방행정 지식에 대해서 제대로 배워야겠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03-13 15:08   좋아요 0 | URL
지방자치단체들의 방만한 재정운용에 대한 기사에 관심이 있어서 자세히 읽다 보니 전문적인 용어도 알게 되더라구요.지방교부세에 대해 관심이 생기고 있어요.
 
비어즐리 또는 세기말의 풍경
박창석 지음 / 한길아트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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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들레르는 자신의 시를 악의 꽃이라 불렀다. 나는 너의 그림을 죄의 꽃이라 부를 것이다.  

- 비어즐리의 일러스트에 대한 오스카 와일드의 말 -

  

  

 

  세기말의 일러스트레이션, 비어즐리 

   

 


[클라이막스], 오스카 와일드의 희곡 <살로메> 일러스트, 1894년

    

어느 여인이 목이 잘린 얼굴을 든 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여인은 자신의 손에 들고 있는 머리를 무서워하기보다는 정면으로 마주 보고 있다. 잘린 머리 앞에서 사람들은 지레 겁을 먹기 마련인데 이 여인은 무섭지 않은가 보다.  오히려 잘려 나간 머리를 든 채 공중부양을 하면서 그윽하게 미소를 짓고 있는 여인의 표정이 더 무섭고 기괴하게 느껴진다. 

영국의 유명 일러스트레이션 오브리 비어즐리는 성서 속의 인물을 퇴폐적인 팜 파탈(femme fatal)로 묘사하고 있다. 헤롯 왕의 딸인 살로메가 자신이 사랑했던 세례 요한의 머리를 소유하게 되면서 키스를 하려고 하는 장면이다.  오스카 와일드의 희곡 <살로메>의 일러스트를 담당한 비어즐리의 파격적인 묘사는 희곡 출판 판매 처분까지 내릴 정도로 커다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흑백의 강렬한 대조와 섬세한 선묘와의 조화가 이루고 있는 단순하고 평면적인 형태묘사는 퇴폐적 분위기로 가득 찬 환상의 세계를 만들고 있다.  당시 사회를 주름 잡고 있던 부르주아와 보수적인 예술가들에게는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단지 사회를 문란하게 만드는 퇴폐적인 그림이라고 낙인이 찍히게 된다.   

비어즐리의 <살로메>는 인간의 이성과 상반되는 광기 어린 치명적인 사랑을 잔혹하게 그려냄으로써 비어즐리라는 이름을 널리 알려지게 한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지만 그 단지 이 작품 때문에 비어즐리가 기성 사회로부터 비난의 뭇매를 맞아야했던 것은 아니다. 

사실 비어즐리는 <살로메> 일러스트보다 좀 더 퇴폐적이면서도 더 야한 그림들을 그려냈다. 일러스트 묘사의 선정성 때문에 여기서 소개하기에는 그렇지만 고대 그리스 비극 작가 아리스토파네스의 <라시스트라타>에 수록된 일러스트들은 현대 성인만화를 보는듯한 노골적이고 거침 없는 성적 묘사로 가득하다.  원작 속에서 여성의 권리 신장과 반전(反戰)을 주장하고 있는 의로운 여주인공인 라시스트라타는 비어즐리는 한순간에 음탕한 여인으로 바꿔 놓았다. <라시스트라타> 일러스트에 나오는 여성 인물들은 가슴은 물론 음부까지 적나라하게 노출하고 있으며 남성들의 성기 역시 과장되게 그려지고 있다.   

만약에 비어즐리의 일러스트가 우리나라에 나오게 된다면 선정성 시비 때문에 ' 제 2의 이현세 ' 논란이 재현될 수 있었을 것이다.  오죽했으면 퇴폐적인 일러스트를 수록하고 있었던 문학잡지 <옐로 북>은 세상의 압력을 견디지 못한 채 폐간될 정도로 비어즐리과 그의 일러스트는 사회의 미풍양속을 해치는 주범으로 낙인 찍혀야 했다. 반면에 유미주의 예술가들은 비어즐리의 일러스트에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들에게는 에로틱하고 퇴폐적인 비어즐리의 일러스트가 한 송이의 아름다운 꽃으로 보였을 것이다.   비어즐리의 예술성을 ' 죄의 꽃 ' 이라고 비유한 오스카 와일드의 말이 전혀 틀린 말이 아닌 것이다.  

 

   

 

  오스카 와일드와 비어즐리, 세기말의 두 예술가의 얕궂은 운명   

 

 


     오스카 와일드 (1854~1900)     오브리 비어즐리 (1872~1898)    

   

국내에 비어즐리의 일러스트와 그의 생애를 볼 수 있는 책은 <비어즐리 또는 세기말의 풍경>이 유일한 텍스트이다.  비어즐리의 파격적인 일러스트가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시각적인 충격을 주고 있지만 오스카 와일드와의 관계 역시 비어즐리의 생애를 논할 때 무시할 수 없는 내용이다.

오브리 비어즐리와 오스카 와일드,  이 두 사람은 자신들이 지향하고 있는 심미주의적 가치라는 하나의 끈을 통해서 예술적인 교류 차원의 친분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고 비어즐리 덕분에 오스카 와일드는 오늘날에도 유미주의적 문학의 대명사로 만들어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들의 우정은 오래가지 못한다. 비어즐리가 본격적으로 잡지 <옐로북>을 통해서 자신의 예술성을 담아낸 일러스트를 창작하는데 몰두를 하게 되면서부터 와일드와의 관계가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와일드의 동성애적 스캔들로 인해 오스카 와일드의 작품의 일러스트를 담당했던 비어즐리마저 동성애 혐의가 짙은 의혹을 받게 된다.      

 


 

비어즐리가 그린 오스카 와일드의 캐리커처, 1893년 

박창석, <비어즐리 또는 세기말의 풍경> p 26 

 

오스카 와일드가 비어즐리를 동성애적인 감정을 느꼈는지 오늘날에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와일드와 비어즐리가 결정적으로 불화를 초래하게 된 이유는 여러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동성애자인 와일드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자신에 대한 비어즐리의 사랑이 식어버렸음을 알게 된 후부터 생긴 질투 때문에 관계가 틀어질 수도 있고 아니면 그의 독창적인 유미주의적 예술성을 동경하는 나머지 질투로 바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옐로북>이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와일드와 비어즐리의 관계를 한순간에 갈라질 수 있었던 것일까?  

 


 

<옐로북> 창간호 표지(1894년 4월),  p 38 



비어즐리의 <옐로 북>에서의 활동은 <살로메> 일러스트보다 더 대중적인 명성을 안겨 주었으며 오늘날에도 <옐로 북>에 수록된 일러스트가 더 예술적인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문학가 E.F. 벤슨은  " 비어즐리가 없는 <옐로 북>은 무미건조하다 " 라고 평가내릴 정도로 <옐로 북>은 비어즐리 단 한 사람 덕분에 세기말 퇴폐문학의 산물로 인정받고 있다. 이토록 비어즐리에게 <옐로 북>은 자신의 퇴폐적인 예술성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는 자유로운 표현의 장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살로메>와 오스카 와일드의 생애에도 비어즐리가 없었다면 무미건조했을 것이다.  그리고 비어즐리의 생애 역시 무미건조한 삶이 아닌 파격적인 삶을 살다 간 세기말이 낳은 기인이었다.  

비어즐리는 자신의 일러스트에 벌거벗은 누이를 그릴 정도로 누이에 대한 깊은 애착심을 느꼈는데 결국에는 누이와 근친상간이라는 극단적인 관계까기 맺게 된다.  오스카 와일드의 동성애 스캔들만큼 비어즐리의 근친상간 스캔들도 영국 사회에서는 대단히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이 사건 이후로 비어즐리는 기성 사회로부터 멀어지게 되었으며 ' 패륜적 댄디 ' 라는 좋지 않은 이미지를 얻게 되었다. 

비어즐리와 와일드의 삶에서 무척 흥미로운 사실은 두 명 다 기성 사회로부터 배척당한 아웃사이더였으며 동성애와 근친상간이라는 일탈의 사랑으로 인해 스캔들을 겪었다는 점에서 서로 닯은 점이 있다.   

그리고 더 신기로운 사실이 또 있다. 와일드는 동성애 스캔들로 인해서 프랑스 남부지방에 위치하는 망통이라는 곳으로 추방하게 되었는데 공교롭게도 비어즐리는 결핵 때문에 요양 차 망통에 머물렀던 것이다.  이 두 사람은 같은 지역에 있었지만 이미 앙숙이 된 사이였으니 서로 왕래가 없었던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이 두 사람은 죽기 전에 가톨릭에 심취했다고 하는데 이렇듯 두 사람의 운명에 서로 비슷한 부분이 많다.  

 

  

 

  예술성으로 가득한 비어즐리의 일러스트   

비어즐리는 독학으로 미술을 공부하였지만 당시 활동하고 있었던 라파엘 전파에드워드 번 존스 그리고 유럽으로 전해내려 온 일본의 풍속화 우키요에의 영향으로 자신만의 섬세하고 장식적인 양식을 확립하였다. 

비어즐리가 활동하던 세기말 유럽에는 일본 미술의 영향과 일본적인 취향을 즐기고 선호하는 자포니즘(Japonism)이 유행하였는데 많은 화가들 가운데 일본 미술의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그 영향은 매우 컸다. 비어즐리 역시 자포니즘 유행을 지나칠 수 없었다.   

 

 


호소다 <A beauty in the snow>, 일본 우키요에 
 

 


 

[공작무늬 치마] 중 일부, <살로메> 일러스트, 1894년 

p 84 

  

<살로메> 일러스트 중의 하나인 [공작무늬 치마]에서 살로메가 입고 있는 화려한 옷이 일본의 전통 의상인 기모노를 연상시키고 있다. 게다가 그녀의 머리에는 장식된 휘황찬란한 공작 깃털은 동양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의 일러스트가 독창적인 것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캐릭터의 이미지가 아닌 자신만의 해석을 통해서 새로운 성격과 예술 양식이 부합된 캐릭터로 재창조한다는 점이다.  비어즐리는 오스카 와일드의 희곡 작품의 일러스트에 참여할 정도로 나름 문학에도 조예가 깊었으며 문학적 감수성을 가지고 있었다.

성경 속에서 단 몇 줄도 언급 안 되는 헤롯 왕의 의붓딸을 비어즐리는 자신의 상상력을 가미하여 화려한 요부 살로메로 탈바꿈하였다.   

  


 

[숲 속의 알리바바] ,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 일러스트, 1897년 

p 188

 

이뿐만 아니라 비어즐리는 유명한 문학 작품의 일러스트 작업에 참여했는데 요절함으로써 미완성으로 남게 된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 일러스트에서 또 한 번 그의 독창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림 속 알리바바는 우리가 알고 있던 슬기롭고 의로운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뚱뚱한데다가 얼굴의 미소에는 간사함이 흘러 넘친다.  그리고 그의 모은 화려한 옷과 장식으로 치장되어 있다.  비어즐리는 <아라비안 나이트> 속의 알리바바가 아닌 탐욕으로 가득찬 세기말 풍조에 걸맞는 19세기 말의 알리바바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검은 고양이], 1894년 

p 173

 

비어즐리가 사용하는 흑백 대조는 에드거 앨런 포의 공포소설 <검은 고양이>을 위한 그림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애꾸눈 검은 고양이와 흰 색으로 처리된 여자의 대조는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강조하고 있다.

    


 


[지크프리트] , 바그너의 오페라 <니벨룽겐의 반지> 일러스트, 1892~93년 

p 180

 

이 일러스트는 비어즐리가 자신의 모든 예술 양식을 최대한 발휘한 작품이라고 강한 애착을 보였을 정도로 뚜렷한 흑백 대조 묘사뿐만 아니라 섬세한 선묘 그리고 자포니즘적인 영향까지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오늘날의 일러스트에 가까운 형태가 구현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기존에 알려져 있는 퇴폐적이고 음란한 일러스트가 아닌 온전히 예술성이 갖춰진 비어즐리의 몇 안 되는 작품이다. 

 

  

 

  고단한 삶, 잠시라도 잊게 해다오     

 

 


에두아르 마네 <압생트를 마시는 남자> 1859년

  

비어즐리가 요절하기 전에 남은 생의 에너지를 쏟아부어가면서 완성한 일러스트가 음란한 일러스트로 유명한 <라시스트라타>인데 벌거벗은 나체의 여자들이 즐비한 비어즐리의 일러스트만 보게 된다면 비어즐리를 ' 변태 일러스트 ' 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를 유럽 세기말에 활동한 악명 높은 성인 만화가로 평가한다는 것은 세기말을 대표하는 유행 사조인 유미주의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받아들이게 되는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가 묘사하고 있는 에로티시즘은 세기말 사회의 화려한 이면만 미화하는 것이 아니라 세기말 유럽의 부르주아 계급의 이면에 숨겨진 퇴폐성과 변태성을 강조하고 있다.  인간의 내면에 숨겨진 퇴폐성은 결국에는 불확실한 미래와 냉혹한 자본주의로 가득찬 현실에서 벗어나고픈 동경이 만들어낸 쾌락주의적 욕구인 것이다.  세기말을 살다간 수많은 예술가들은 매음굴을 들락날락거렸으며 독하기로 유명한 압생트(absinthe)를 즐겨 마시면서 삶의 고뇌를 감각적인 쾌락을 통해 잠시나마 잊으려고 하였다.   

예술가들 사이에서는 압생트를 ' 창조력에 도움이 되는 술 ' 로 알려지게 되면서 상당히 인기가 있었다. 그러나 상습적으로 마시게 되면 환각 상태를 유발하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독특한 일러스트를 만들어낸 비어즐리는 한 때 정신적으로 불안정하기도 했었는데 퇴폐적인 미에 대한 지나친 탐닉이 정신착란을 불러일으키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한 때 동지였던 오스카 와일드는 그의 일러스트를 압생트라고 표현한 적이 있었는데 비어즐리에게 퇴폐적이면서도 음란한 일러스트는 기성 사회로부터 멸시를 받아야만했던 세상에 대한 고단함을 잠깐이나마 벗어날 수 있는 현실도피, 또는 눈으로 즐길 수 있는 자신만의 압생트였다.    

이토록 지식인과 예술가들이 비어즐리의 일러스트 속 흑백으로 이루어진 세상을 열광했던 이유가 세기말이라는 이름 아래 암울한 사회에 잠시나마 현실을 도피하고 싶었던 그들만의 우울과 고독 때문인 것이다.  비어즐리의 일러스트를 먼저 보기 전에 비어즐리의 생애와 그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를 먼저 이해하고나서 그의 퇴폐적인 일러스트를 접하게 된다면 어느 누구도 발견하지 못했던 세기말적 우울과 고독이 묻어나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P.S  

오스카 와일드나 아르누보 양식 혹은 비어즐리의 일러스트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며 국내에서 비어즐리의 일러스트를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예술 관련 도서는 이 책이 유일하다.  

그러나 이 책의 옥의 티는 오스카 와일드의 문학 작품에 대한 정보에 대해 살짝 미흡한 점이다. 저자가 만화 전공임에도 불구하고 오스카 와일드와 비어즐리와의 관계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저자의 공은 칭찬해줄만하지만 오스카 와일드의 <살로메> 텍스트를 직접 읽어보지는 못한 거 같다. 


[춤의 대가] , <살로메> 일러스트, 1894년 

p 104
 

[춤의 대가]라는 <살로메>의 일러스트를 소개한 저자의 내용을 인용하면 , , ,  

쟁반 받침대를 일본판화의 실루엣 효가를 차용해 남근 모양의 실루엣으로 표현하였다.  (p 105) 

라는 문장이 있다.   그런데 여기서 저자가 말하는 ' 쟁반 받침대 ' 는 텍스트를 읽지 않아서 생긴 오류의 내용이다.   즉, 일러스트에 있는 검고 기다란 형체는 쟁반 받침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민음사에서 나온  <오스카 와일드 작품선>(정영목 역)에 보면 이런 내용이 있다. 

크고 검은 팔, 사형 집행인의 팔이 우물에서 나온다. 손에 쥔 은 방패 위에 요카난(요한)의 머리가 있다.  (p 206) 

결국에는 일러스트에 대한 정확한 설명을 하자면 쟁반 받침대가 아니라 요한의 머리를 자른 사형 집행인이 내민 팔인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되면 먼저 오스카 와일드의 <살로메>를 먼저 볼 것을 권한다.  그러면 훨씬 비어즐리의 일러스트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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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11-03-08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을 안 할 수 없는 포스트군요. 흥미롭게, 누군가에게 옛날 이야기를 듣는 듯이,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비어즐리라는 이름 처음 들었는데, 많이 흥미가 생겼어요.^^

cyrus 2011-03-09 09:37   좋아요 0 | URL
오스카 와일드의 희곡이랑 이 책을 같이 읽어보면 더 재미있을겁니다. ^^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3-08 0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르누보 양식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비어즐리지만 이렇게 자세하게 들여다 본적은 없는것 같네요^^ 저에게 아주 유용한 포스트라 마음으로는 추천 열 번 했어요 ㅎㅎ

cyrus 2011-03-09 09:40   좋아요 0 | URL
아르누보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한 내용이 없어서 아쉽지만
그래도 국내에 비어즐리의 예술에 대해서 이 책만큼 상세하게 소개한 책은
없을거에요 ^^

아이리시스 2011-03-08 0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핑크핑크핑크핑크.................... 핑크표지예요, 제가 좋아하는.
근데 이건 좀 미친 핑크네요.
아르누보, 비어즐리........ 저도 배우고 갑니다.
살로메는 볼 때마다 후덜덜, 흑.

cyrus 2011-03-09 09:41   좋아요 0 | URL
지금은 저런 잔혹한 일러스트는 약과이지만 그 당시 사람들은
얼마나 놀랬을까요? ^^;;

양철나무꾼 2011-03-08 0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월터크레인이 그린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그림책들을 보고 깜짝 놀랐던 게, 일본풍의 그림투성이어서 였어요.
여기서 '자포니즘'을 또 보게 되다니 반가운걸요~^^

cyrus 2011-03-09 09:43   좋아요 0 | URL
비어즐리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일러스트레이션이라는 직업도 나오지
않았을거 같아요. 그만큼 비어즈리가 일러스트의 선구자로서 평가받기도
하죠. ^^

굿바이 2011-03-08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어즐리를 열심히 연구하던 친구가 있었는데, 이 페이퍼를 보니 그 그림들이 생각납니다.
우키요에와 관련한 이야기들도 해주었는데 가물가물 하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cyrus 2011-03-09 09:44   좋아요 0 | URL
비어즐리에 대해서 열심히 연구하신 분이라면,, 전공이 예술 혹은
만화 분야쪽이겠네요. ^^

잘잘라 2011-03-08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300에 나오는 페르시아왕 볼 때 느낌하고 똑같아요.
알리바바 일러스트요.
위 아래 머리 잘린 그림보다 훠얼씬 징그럽단 느낌.. ㅡㅡ;;

cyrus 2011-03-09 09:45   좋아요 0 | URL
비어즐리의 일러스르를 보면 약간 과장되게 표현한게 많아요.
오히려 그렇게 표현하게 되니 그의 일러스트를 한 번 보게 되면
잘 잊혀지지 않은거 같습니다 ^^

마녀고양이 2011-03-08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어즐리의 그림은 어쩐지 처절한데요.. 굉장히 처절해요.
압생트는 환각 물질이 강하게 있어서, 지금은 판매 금지 술이죠.
고흐와 같은 동시대 예술인의 애호술이었다 하죠. 비어즐리의 그림은
딱 그런 느낌이네요........ 슬퍼요.

야하다 하니 생각나는데,
데카메론을 고전이라 읽었을 때 당혹감과
'SXE, 잃어버린 자유, 춘화로 읽는 성의 역사'에 담긴 그림을 숨어서 읽던
기억이 납니다.

cyrus 2011-03-09 09:48   좋아요 0 | URL
어떻게 보면 비어즐리도 와일드 못지 않게 불우하게 살다갔죠.
생전에 자신의 작품들은 제대로 인정받지도 못했고요,,
비어즐리와 같이 당시 사회로부터도 무시당한 세기말의
아웃사이더 예술가들이 압생트나 매음굴에 집착하는 이유가
불우한 삶을 어떻게든 잊기 위한 극단적인 선택이라고 생각되네요.

카스피 2011-03-08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읽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이 생기는 리뷰입니당^^

cyrus 2011-03-09 09:50   좋아요 0 | URL
이 책에는 제가 포스팅한거 이외에도
다양한 비어즐리의 일러스트를 볼 수 있답니다. 그런데 좀 야한게
많답니다. ^^;;

노이에자이트 2011-03-09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에 살로메도 군인들의 방패에 눌려 죽지요...요카난의 피맛을 본 후에...
 
아저씨의 꿈 열린책들 세계문학 123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박종소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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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코디미로군요! " 

- 도스또예프스끼 <아저씨의 꿈>중에서,  p 216 -

  
 

 

 

  익살과 해학이 넘치는 소설  

도스또예프스끼의 유명한 대표작들을 열거하게 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이 <죄와 벌><백치><까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이다.  이들 작품들은 도스또예프스끼의 문학 인생 중 후기를 대표하는 불후의 명작이면서도 인간 존재의 근본 문제, 신, 이념 등 그리 가볍지 않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읽는데 쉽지가 않다. 

하지만 <아저씨의 꿈>은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도스또예프스끼적인 문학 세계과 상반되는 소설이다.  이 소설은 도스또예프스끼가 기나긴 시베이라 유형 생활을 끝마치고 난 후에 본격적으로 작가 생활을 다시 하기 위해서 썼던 것인데  이 시기부터가 도스또예프스끼 문학 인생에서 과도기에 해당한다.  도스또예프스끼의 문학을 거대한 산으로 표현하자면 이제 막 중반에 이르렀을뿐이다. <죄와 벌><까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이라는 험한 산봉우리에 등정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지극히 주관적인 느낌이지만 지금까지 읽은 도스또예프스끼의 작품들 중에서 무척 재미있게 읽었던 것이 바로 이 소설이다.  소설 속의 사건 전개가 한 편의 코믹한 드라마를 연상케 한다.  평소에 생각하고 있었던 중후한 도스또예프스끼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익살과 해학이 넘치는 분위기의 소설이라서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 아저씨 ' 공작 노인의 꿈, ' 어머니 ' 마리야의 꿈

세속적이면서도 허영심으로 가득한 귀족 부인인 마리야 알렉산드로브나가 자신의 딸인 지나를 부유하면서도 노화 때문에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공작 노인에게 시집을 보내기 위해서 계략을 꾸민다는 에피소드이다.  자신의 딸에게는 할아버지뻘이 되는 늙은 공작에게 시집을 보내려고 하는 마리야의 계략에는 자신의 부귀영달을 누리려고 하는 속셈이 숨겨져 있다.  

그러나 지나는 이미 어머니의 속셈을 눈치를 채고 공작 노인과의 결혼을 반대하였다. 사실 그녀는 폐평으로 생사를 넘나들고 있는 가난한 가정교사를 짝사랑하고 있었으며 아직까지도 마음 속에는 가정교사를 향한 사랑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누가 늙어빠진 영감쟁이와 결혼을 하겠는가?  

특히 소설 속 공작 노인은 과장될 정도로 치매기 가득한 희화적인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자신이 왕년에 나폴레옹과 시인 바이런, 음악가 베토벤을 만났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만났는지 모르겠다는 식으로 횡설수설하는 코믹한 캐릭터이다.

공작 노인과 딸의 결혼이 성사되느냐에 따라서 자신의 여생의 행로가 결정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마리야는 딸의 완고한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 공작과의 결혼이야말로 부와 명예로 가득한 삶을 위한 지름길이라는 식으로 간곡하게 사정을 한다.    

그 당시 유럽 사회에서는 상류층으로 진출하여 부유한 삶을 살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는 상류층 집안과의 혼사를 맺는 것이었다.  어머니의 말이 부정할 수 없는 지극히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삶의 중대한 결정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지나는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공작 노인과 청혼을 하게 된다.  자신도 공작 노인과의 결혼이야말로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한 선택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한편 그런 지나를 사모하는 또 다른 남자가 있었는데 젊은 관리 모즈글랴꼬프는 한 때 지나에게 고백을 했다가 퇴짜 맞은, 아픈 경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는 지나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지 않았다. 우연히 마리야의 계략을 알게 된 모즈글랴꼬프는 지나와 늙은 공작과의 결혼을 어떻게든 막기 위해서 공작에게 접근하기 시작한다.  그는 이 결혼은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으며 지나의 청혼은 한낱 꿈 속에 있었던 일이라는 식으로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공작 노인에게 늘어놓는다.    

치매기가 있는 공작 노인은 모즈글랴꼬프의 어설프게 짝이 없는 속임수를 곧이 곧대로 믿어버린다.  결국에는 모즈글랴꼬프의 계략 때문에 지나와 공작 노인의 결혼은 파기되었고 마리야의 계락마저 물거품이 되어버린다.  이 기회에 틈타 모즈글랴꼬프는 다시 한 번 지나에게 고백을 하게 되지만 도리어 또 한 번 실연을 당하게 된다.  지나는 이전부터 쭉 모조글랴꼬프의 계락을 이미 눈치 채고 있었으며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서 비겁한 속임수를 썼다는 이유만으로 청혼을 거절한다.  

' 사랑 ' 이라는 이름으로 둘러싼 간계가 실타래처럼 꼬여 버리는 바람에 아리따운 처녀와의 사랑을 꿈꾸었던 공작 노인 ' 아저씨 ' 의 꿈은 산산히 부서지게 되었고 화려한 여생의 앞날을 고대하던 마리야의 장밋빛 꿈마저도 한순간에 사라지게 되었다.  그리고 모즈글랴꼬프는 자신이 만든 속임수로 인해 스스로 무덤을 파는 꼴이 되고 말았다.     

 

 

  최후에 웃는 자는 마리야와 지나  

 

 


SBS 주말 드라마 <웃어요 엄마>에서 출연중인 이미숙 씨  

자식의 성공을 통해서 자신의 안락한 행복을 누리려고 하는  

어머니 조복희로 등장하고 있다. 

 

자신의 딸을 통해서 사교계 상류층으로서의 명성과 부귀를 통해 안락한 삶을 누리고 싶어하는 마리야의 모습은 S 방송국 주말 드라마 <웃어요 엄마>에 등장하고 있는 조복희(이미숙 분)와 유사하다.    

조복희는 자신의 딸인 신달래(강민경 분)를 무명 연예인에서 톱 스타 연예인으로 만들기 위해서 일거수일투족 딸을 감시하고 최대한 자신의 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다. 그리고 제일그룹 사장인 구현세(박성민 분)과 정략결혼을 시키려고까지 한다.  연예인이라는 이름으로 살아야하는 말 못하는 정신적 고통과 오직 명예 때문에 진정한 사랑을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억지 결혼에 신물이 난 신달래는 자살을 선택하게 된다.  

드라마 초반부터 딸의 출세에 눈이 먼 나머지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끝없이 다그쳤던 조복희는 후반기에 이르러면서 자신의 딸이 불치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녀를 위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주는 딸을 지극히 사랑하는 진정한 어머니의 모습으로 돌아오게 된다.  

과연 드라마 제목처럼 조복희는 고통의 시간을 이겨내고 마지막에는 웃을 수 있을지 결말을 끝까지 지켜봐야하지만 소설 속 마리야는 결혼 파기라는 굴욕을 깨끗이 씻어내고 웃을 수 있었다.  

김중배의 다이아몬드 때문에 이수일과의 사랑을 파기시켜버린 심순애처럼 사랑의 참된 가치를 강조하였던 지나도 정신적인 교감보다 물질적 가치가 중요시되는 사랑의 현실을 무시할 수 없는가 보다.  지나는 예전에 연분을 맺은 가난한 가정교사이 아닌, 자신에게 두 번이나 고백을 한 모즈글랴꼬프도 아닌, 고위직 장군의 아내가 되고 만다.  

결말에는 마리야가 어떻게 되었는지 상세한 속사정을 알 수 없지만 지나가 고위직 장군과 결혼을 했으니 마리야는 마음 속으로 웃었을 것이다. 자신이 그토록 바라던 상류층 인사와의 혼사가 이루어졌으니 이제 여생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으니까.  

이 소설에서는 딸의 결혼에 집착하며 엄격하기만한 마리야와 반대로 우스꽝스러운 노인으로 등장하는 공작의 등장이 돋보이지만 지나라는 인물 역시 쉽게 무시할 수 없다.  소설 전반부에서는 사랑이라는 정신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여성으로 등장하지만 결말에서는 고위직 장군과 결혼함으로써 세속적인 사랑을 선택하는 입체적인 인물이다.   

사랑에 실패를 하게 된 공작 노인과 모즈글랴꼬프의 모습과는 무척 대조적이다.  결국 이 소설에서 최후에 웃는 자는 마리야와 지나, 두 모녀인 셈이다.  

 

 

  사랑보다는 다이아몬드

이 소설은 얼핏 도스또예프스끼의 처녀작 <가난한 사람들>의 전개와 유사하다. <가난한 사람들>에 등장하는 가난한 하급관리인 마까르 제부쉬낀바르바라 알렉세예브나가 결정적으로 이별을 맞이하게 되는 이유가 물질적인 안정을 영위할 수 있는 잘 사는 사람과의 만남이었다.    이 소설에서도 바르바라는 마까르보다 더 잘 사는 부유한 남자를 만나 결혼하게 되면서 서신을 나누면서 오랫동안 유지해오던 애틋한 사랑은 슬픈 결말로 끝나게 된다.   

앞에서도 잠깐 심순애를 언급했지만 <가난한 사람들>의 바르바라와 <아저씨의 꿈>의 지나, 이 세 여인의 공통점은 부모가 시키는 대로 부유한 권세가와 결혼을 하고마는 봉건적인 사회체제를 벗어나지 못하는 여성으로 그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아름다운 플라토닉 러브는 엄격한 가족 제도와 명예 그리고 부(副)가 만들어낸 상류 사회가 만들어낸 사회적인 장애물을 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무조건 나쁘다고만 매도할 수 없다. 이 여성들에게는 견호하게 세워진 사회적인 장애물을 뛰어 넘으려고 하는 의지가 미약했고 지금도 그 장애물은 무너지지 않았다.  

사랑이 1순위인 결혼보다는 더 잘 사는 것에 1순위로 두고 있는 취집을 선호하는 오늘날의 결혼 세태와 월평균 수입이 400만원이 넘어야 행복한 결혼생활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20, 30대 남녀의 결혼관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현실도 사랑으로만 밥 먹고 살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랫동안 연인의 끈을 이어가면서도 밥을 먹고 살기 위해서는 물질적인 가치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심순애는 김중배와 결혼 이후에도 이수일에 대한 사랑을 못 잊어서 괴로워하는데 도스또예프스끼의 소설 속에 사랑에 실패하는 여성들은 이상하게도 사랑의 후유증 때문에 괴로워하는 묘사가 없다. 반면에 남자들이 더 고통에 시달린다. <가난한 사람들>의 마까르는 부당한 현실 때문에 이루어진 사랑의 실패 앞에서 괴로워하고 <아저씨의 꿈>의 모즈글랴꼬프는 고위직 장군의 아내가 된 지나의 모습을 보면서 억지로 인생의 쓴 맛을 삼켜내고 있다.   

과연 지나는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할 수 있었을까?  그녀의 생애에서 첫 사랑은 가난한 가정교사였다.  마음이 여린 그녀 역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 병 때문에 고통 속에서 살다 간 가정교사를 그리워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랑과 행복으로 번쩍거리는 다이아몬드 앞에서 갈등을 하고 괴로워하는 여성의 고뇌를 세밀하게 묘사한 소설 한 편을 코믹한 드라마가 아닌 정말로 진지하게, 도스또예프스끼가 마음 먹고 제대로 썼다면 어떤 작품이 나왔을지 내심 궁금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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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1-03-07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다이아몬드보다 사랑이요^^

cyrus 2011-03-07 22:02   좋아요 0 | URL
저도 명예, 부보다는 사랑이 우선이에요. ^^

stella.K 2011-03-07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스토옙스키가 코믹소설도 썼군요.
그 할배는 항상 심각하다고만 생각했는데...
물질만능의 사회일수록 사랑을 믿지 않는 것 같아요.
사랑은 언제든 식을 수 있지만 물질은 영원하다 내지는 오래 간다고
보잖아요. 이것저것을 다 떠나서 빨리 결혼해서 자손을 번식시키고
인류 공영에 이바지하다 죽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큭~

cyrus 2011-03-07 22:04   좋아요 0 | URL
전에 다른 소설들은 심각한 주제에다가 약간은 지루하기 마련인데
이 소설은 재미있게 읽었어요. 분량도 그리 많지 않은 중편인 것도
있구요 ^^

마녀고양이 2011-03-07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스토예프스키가 남자라서 그런걸까요?
여자는 사랑에 목 매지 않지만, 남자는 진정한 낭만을 안다는 듯한. ^^
사회를 뛰어넘기란 쉽지 않죠... 그리고 인간의 본질은 비슷한거 같아요.

사이러스님, 고전 참 많이 읽으시네요. 감탄스러워요.

cyrus 2011-03-07 22:04   좋아요 0 | URL
고전도 읽어보면 무척 재미있는게 많아요. 단, 니체 같은
철학고전은 제외에요 ^^;;

노이에자이트 2011-03-07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스토예프스키의 해학이 가장 두드러진 소설이 또 몇 편 있는데 단편으로 '악어', 장편으로 <스쩨빤치꼬보 마을 이야기>가 있습니다.도스토예프스키 하면 칙칙하다는 것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읽어보면 괜찮을 작품이죠.

cyrus 2011-03-07 22:06   좋아요 0 | URL
<아저씨의 꿈>이 발표되고 난 후 다음 소설이 <스쩨빤치꼬보 마을 사람들>
이더군요, 지금 연도순으로 차근차근 읽어나고 있는데 다음 소설도
무척 기대가 됩니다.

아이리시스 2011-03-08 0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죄와벌>도 못 읽어가지고~~~~~~~~~~~~~ 아 부끄러워, 부끄러워.
이건 그것보다 좀 얇나요? 물론, 두꺼워도 더 빨리 읽히는 내용이 있다는 걸 잘 알지만.^^
 

 

 

 

 

 

 

  

 

  

 

원래 이번 주 월요일 아니면 3.1절 때 모임 후기를 작성하려고 했었는데 입학식 & 개강식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  모임 때 나눴던 내용들을 지금 정리하자니 쉽지가 않군요. 

이상하게도 꼭 모임 차 서울에 가게 되면 날씨가 어제보다 안 좋아진다거나 가기 전날에 기차 사고가 나는거 같아요.  

2월 12일 모임 같은 경우에는 2월달 들어서 가장 추웠던 날씨였습니다. 게다가 그 전날에 서울로 가는 KTX가 탈선되는 사고가 일어나는 바람에 철로 공사로 인해 도착 예정 시간에 무려 20분이나 연착되기도 했었거든요.   그래서 그 날 모임에 조금 늦을뻔했습니다.

다음 모임에는 절대로 늦지 않으려고 일찍 역으로 나섰건만 , , ,  

하필이면 2월 25일, 26일 연속으로 서울로 가는 KTX가 탈선되거나 갑자기 멈추는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도 모임 장소에 도착하는데 또 늦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별 탈 없이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 주 토요일 (3월 12일)에 있을 세번째 모임에는 제가 니체의 <차라투스트라> 발제자로 나서게 되어서 서울로 향하는 기차에서 읽으려고 니체의 책을 챙기고 나왔는데,,,, 

읽기 시작한 지 20분만에 잠이 오기 시작하더군요,,, -_-;; 

 

 

 

 

이번 모임 선정도서가 첫번째 모임 도서였던 로베르토 아를트의 <7인의 미치광이>보다 내용이 쉬웠고 오스카 와일드는 너무나도 유명한 작가이기에 전에 있던 모임보다 대화 분위가가 한결 좋아졌고 그렇게 큰 부담이 없었습니다. 

첫번째 모임처럼 그 전에 미리 뽑은 발제자분이 대화를 주도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발제자께서는 아이패드를 통해서 오스카 와일드의 생애를 간략히 소개하셨습니다. 아이패드를 통해서 오스카 와일드의 생전 모습과 그의 묘비를 사진을 통해서 보게 되었는데 특히 와일드의 묘비가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오스카 와일드의 묘비를 잘 보시면 붉은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 붉은 흔적은 와일드의 무덤을 다녀간 수많은 관광객(특히 여성)들이 남긴 입술 자국입니다.  

(제가 포스팅한 사진은 묘비의 뒷면입니다. 묘비의 앞에는 뒷면보다 수많은 키스 자국이 남아 있습니다.)  묘비에 키스 자국을 꾹 남기는 것이죠.  여성 관광객들이 와일드의 묘비에 키스를 하는 것은 오스카 와일드를 추모하기 위한 표시이며 수백년이 지난 지금도 그의 문학을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발제자분께서 오스카 와일드의 시 한 편 을 소개해주셨는데 사실 오스카 와일드는 극작가와 소설가일뿐만 아니라 시인으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그가 문학적으로 데뷔할 수 있었던 처녀작의 장르도 시였습니다.   

그러나 오스카 와일드의 시가 국내에 많이 소개되지 않았기에 그가 쓴 시가 생소하게 여겨지기도 합니다.  발제자분이 소개한 시는 ' 장미와 후회 ' 라는 제목의 시였습니다.  발제자분의 설명에 따르면 이 시는 자신이 사랑하던 여인에게 향한 일종의 세레나데였다고 합니다.  

시 제목 옆에  To L.L. 이라는 표기가 있는데 L.L. 은 와일드가 한 때 사랑했던 여인의 이니셜입니다.  원래는 영문이랑 같이 프린터를 해서 소개했는데 여기서는 우리말로 번역된 시를 소개하겠습니다 

 

장미와 후회  

(Roses and Rue - To L.L. )  

 

오랫동안 묻어 두었던 이 보물을 파내도 되지 않겠습니까?
그것이 그 기쁨만큼 가치가 있다해도
우리는 사랑의 노래를 결코 배우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헤어져 있었습니다.

사라진 정열적인 과거를 다시 불러올 수 있겠습니까?
다시 한 번 그 추억을 되돌이킬 수 있겠습니까?
그만큼 아픔을 느낀다고 해도

담쟁이가 무성하던 저택가에서 만나곤 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한 마리 새처럼 예쁜 단어를 하나 하나 읊조리던 당신

당신은 언제나
한송이 꽃처럼 소나기를 두러워했습니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을 때 놀라서 뛰던 당신을 기억합니다.

그 방과
따뜻한 6월의 비 속에서
흠뻑 젖은 창을 두드리던 라일락 꽃을 기억합니다.

안녕이라면 흔들던 당신의 손
그 손의 파란 혈관들
안녕이라고 말하는 당신의 목소리는 신경질적인 외침이었습니다.

' 당신은 인생을 허비했습니다. '
그것은 비수와 같은 말
정원의 문으로 달려나갔을 때는 이미 너무 늦어 있었습니다.

만일 당신 때문에 내 가슴이 부서져야 한다면
음악을 만들어 내면서 부서질 것입니다.
시인의 가슴은 그렇게 부서집니다.

뇌의 작은 상아색 세포 하나가
신이 만드신 천국과 지옥을 담을 수 있다는 사실을
그 전까지 아무도 내게 말해주지 않았다는 것은.


 

이번에 발제자분이 정한 대화의 주제는 " 사랑, 우정, 행복, 그리고 결코 아름답지 않은 현실 " 이었습니다.  네 가지 테마를 통해서 와일드의 단편소설에 대한 감상을 풀어놓았습니다.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그 때 메모한 내용들을 토대로 간략히 정리해봤습니다.   

 

 * 오스카 와일드의 단편소설들은 ' 사랑과 자제심 ' 에 대해서 다루고 있어서 인상 깊었다. 특히 좋은 부모를 원하는 아이들의 입장에서 쓴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 와일드의 단편소설 중에서 제일 읽기가 어려웠고 읽는데 이해가 가지 않았던 작품이 <어부와 그 영혼>이었다.  (사실 저도 읽는데 어려웠던 작품이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 단편이 한 편의 철학소설 같은 분위기가 느끼기도 했습니다) 

 * 와일드의 유명한 동화 <행복한 왕자><나이팅게일과 장미꽃> 같은 경우에는 정작 상대방을 위해서 죽음이라는 희생을 선택함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자신들에게 돌아오는 보답이 없었던거 같다.  와일드가 묘사하고 있는 이 희생적인 사랑에는 서로에 대한 소통과 공유가 없어서 읽는 내내 불편하고 마음이 아팠다. 

 * 어렸을 때는 <행복한 왕자>를 읽었을 때에는 ' 사랑은 위대하다 ' 라고 생각했었지만 지금까지 또 읽고 반복해서 읽을수록 의미의 깊이가 달라진다. 

  

저는 <헌신적인 친구>에 나오는 방앗간 주인의 이기적인 모습에 대해서 ' 쓰레기 ' 라고 분노 아닌 분노(?)를 표출하였으며 <비범한 로켓 불꽃>에서 등장하는 자만심으로 가득한 로켓 불꽃의 모습이 한편으로는 오스카 와일드의 성격과 생애를 연상시킨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어린 왕>에 등장하는 백성들의 모습을 통해서 오스카 와일드가 영국 빅토리아 시대에 성행하기 시작한 자본주의의 악영향을 미리 간파하고 있었다고 저의 개인적인 감상을 밝혔습니다.    

 

   

 이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은 예전에 쓴 <반자본 발전사전> 리뷰를 

 통해서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이외에도 더 많은 내용의 대화가 오고 갔는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대화의 몰입에 깊이 빠지는 바람에 일부러 펜을 놓았습니다. ^^;;     

메모하는데 너무 집착하게 되면 정작 중요한 이야기들을 놓칠까봐 쓰다 말았습니다.  오히려 모임에 참석하신 분들의 말에 깊이 귀 기울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역시 모임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뒷풀이인거 같습니다. ^^;;   

1차 뒷풀이는 고기집에서 독서모임 다른 조원들과 함께 합동 뒷풀이식으로 하게 되었고 2차는 남은 사람들과 함께 조용한 분위기의 호프집에서 못다 나눈 책 이야기와 세상 사는 이야기들을 나눴습니다.  

제가 대구로 돌아가는 기차를 타야해서 뒷풀이는 아쉽게도 금방 끝났지만,, ^^;;   그 날 모임도 무척 즐거웠습니다.  

지난 모임에는 간신히 대구로 가는 기차를 탔지만 그 때는 서울역으로 가는 지하철을 잘못 타는 바람에 기차를 놓쳤습니다.  다행히도 지갑에 돈의 여분이 적당히 남아 있어서 다시 기차표를 끊었습니다. ^^;;

하지만 이번에 새롭게 독서모임 조원이 되신  분 덕분에 따뜻한 커피도 얻어 마셔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기차 타는데 함께 기다려주기도 했습니다.   

 

대구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도 <차라투스트라>를 읽었는데,,,  

역시 만만치가 않더라구요,,  -_- 

 

지금 완독도 하지 않은 상태인데 이번 주 일요일까지 다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이러다가 니체가 사람 잡겠습니다. ^^;; 

 

아 ,,, !  

그리고 3월 26일날에 있을 네번째 독서모임 선정도서는 ,,,  

 

    

  

 

 

 

 

 

  

아나이스 닌의 <헨리와 준> 입니다.   

읽어보신 분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북회귀선>으로 유명한 소설가 헨리 밀러 와 그의 아내 준 밀러와의 만남을 토대로 쓴 아나이스 닌의 자전적인 일기입니다.   

아나이스 닌은 성(性)에 대해서 노골적으로 묘사한 작가로 알려져 있는데 이 일기 역시 헨리 밀러과 그의 아내 준에 대한 아나이스 닌의 애로틱하면서도 양성애적인 사랑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니체 때문에 아직 펼쳐보지 못했지만 19금 딱지가 붙여질 정도의 내용이 있을거라고 예상되네요. 다음 주 모임이 끝나는대로 얼른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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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03-05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잘 모르겠는데요? 그냥 스쳐지나가듯 본 것도 같구요.
제가 나름 알라딘에 있은지 오래되긴 했지만 반경이 그다지 넓은 건 아니어서
많은 분을 아는 건 아니랍니다. 낮가림도 있고...ㅠ

근데 꿈의 아이패드를 그분은 가지고 계시는군요. 부럽삼.
저 아는 분은 아이패드 사려고 책을 사람들한테 다 나눠주시더라구요.
그거 하나면 절판된 책도 검색이 가능하다고 하더라구요.
전 스마트폰은 별로 탐이 안나는데 아이패드는 정말 갖고 싶어요. 흐흑~

To L.L.은 무슨 이모티콘 같아요.ㅋㅋ
서재 대문 이미지도 바뀌고.^^

2011-03-05 1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1-03-05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니체를 읽으시는 것도 일이지만, 발제자라니...더 장난이 아니시겠는걸요~
학교생활하시랴,
독서하시라, 독서모임 활동 하시랴...젊으셔서 가능하신 일이겠죠~
그 젊음이 마냥 부러운 요즘입니다.

바쁠 때일수록 건강 유의하세요.
어떤가요? 모처럼 한가로운 주말인가요?^^

cyrus 2011-03-06 20:32   좋아요 0 | URL
네, 발제 준비는 그럭저럭 잘 되고 있습니다. ^^;;
내일부터 친구랑 같이 운동을 할려고 해요. 얼마나 오래갈지
잘 모르겠지만 정말 건강이 제일 중요하기도 하죠^^

잘잘라 2011-03-05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네요. 우와. 묘비가, 그리고 추모의 방법이 참 멋지네요.

cyrus 2011-03-06 20:35   좋아요 0 | URL
오스카 와일드의 묘비가 프랑스에 있는걸로 알고 있는데 최근에는
키스 자국 때문에 묘비 관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하네요.^^;;

노이에자이트 2011-03-05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부와 그 영혼'은 '인어공주','아라비안 나이트','그림자를 팔아버린 페테 슐레밀'의 느낌이 모두 나는 요상한 매력이 있더군요.그리고 와일드 소설에 늘 나오는 살인도 나오구요.이슬람 왕국에 가는 여행 중 누비아 흑인을 찔러죽이는 장면이 있잖아요.그 덕에 누비아 왕국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지요.한때 상당한 세력을 떨친 왕국이어서 서양문학에도 종종 나오지요.

cyrus 2011-03-06 20:36   좋아요 0 | URL
맞아요. <행복한 왕자>에서도 제비가 이집트 풍경을 언급하고 있는데
어쩌면 와일드도 오리엔탈리즘에 심취했을 것 같다는 개인적인 생각도
하게 됩니다.

마녀고양이 2011-03-05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제자분이 제시하신 주제 너무 좋은데요.
'사랑, 우정, 행복, 그리고 결코 아름답지 않은 현실' 이라니.
그 자체만으록도 팍팍 와닿아요. 그리고 모임 참석하시는 사이러스님이 점점 부러워져요.

그런데 차라투스트라 읽다가 주무셨군요? 아하하.
다행이다..... 저만 그런게 아니어서!

cyrus 2011-03-06 20:37   좋아요 0 | URL
지금 이제서야 절반 정도 읽었어요, 그런데 한 번으로 읽기에는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기는 힘드네요. 니체의 <차라투스트라>가
아포리즘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여러 번 읽어야지 이해가 되는거 같아요.
곳곳에 비유하는 것도 많구요,,^^;;

아이리시스 2011-03-06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시 좋다, 부지런한 시루스님, 어디 계세요? 돌아와요~^^

cyrus 2011-03-06 20:38   좋아요 0 | URL
시 무척 좋죠. 와일드는 시에다가 소설, 희곡까지 쓰니 다방면으로
뛰어난 문학가인거 같아요 ^^

2011-03-06 2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06 2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anca 2011-03-06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키스 자국! 팬들도 왠지 오스카 와일들를 닮았군요. <행복한 왕자>는 정말 너무 슬퍼서 어렸을 때도 막 싫었던 기억이 나요. 그리고 저 <헨리와 준> 예전에 주문하려다 만 책인데 리뷰가 정말 정말 기다려지는군요! 개강하시고 한창 바쁘시겠어요.

cyrus 2011-03-06 23:47   좋아요 0 | URL
이번 주는 아직 개강 기간이라서 특별히 바쁜 일은 없답니다.
아마도 다음주부터 본격적으로 학업에 열중할거 같습니다.
많이 바쁘더라도 자투리 시간에 책은 읽어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