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 전날 금요일이 7개월 간 했던 편의점 아르바이트 대장정의 마지막이라서 그런가요... ?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채 초고속 스피드로 아침 식사를 간단히 하고나서 서울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실으면 피곤했었는데 그 날 따라 서울로 가는데 별로 피로감을 느껴지지 않았어요.
타면서 중간에 1시간 정도 잠을 자긴 잤지만요 ,,, ^^;;
대구에서 서울로 가는 KTX를 타고 가면 두 시간 정도 걸리는데
대구에서 서울까지 왕복으로 KTX 타고 갈 돈이 마땅치 않아서 그나마 기차표가 싼 무궁화호를
애용합니다. 항상 9시 20분에서 40분 사이에 출발하는 서울로 향하는 무궁화호를 타는데
도착하면 점심 시간 지나는 1시 40분 정도에 도착하는 편입니다.
거의 세 네 시간 정도 걸린다고 보시면 되요. -_-;;
만약에 9시 넘어서 출발하는 무궁화호를 타면 , , , 독서모임 장소 시간에 늦게 되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 맞춰 출발했는데 지난주 금요일에 있었던
광명역 탈선 사고 때문에 도착 시간으로부터 무려 24분이나 연착되는 불운(?)을 겪었습니다.
넉넉히 1시 40분쯤에 도착하면 점심으로 햄버거라도 먹을 수 있는데
2시 조금 넘어서 도착하는 바람에 점식 먹는건 고사하고
이번에 독서모임 장소로 결정된 카페 정글이라는 곳으로 가기 위해서 바로 버스를 탔습니다.
(참고로 제가 타 버스는 603번입니다)
원래 저도 디카를 챙기고 왔어야하는데 하필이면 아버지께서 선수치고 먼저 가져가시는 바람에 그 날의 모임을 사진으로 담아내지 못했어요. ^^;;
그래서 카페 정글 사진을 대체하기 위해서 광고사진을 퍼왔어요,(특정 카페 홍보용 아닙니다)
혹시 이 곳에 가본신 분들 있나요?
서울 지리를 잘 몰라서 못 찾을줄 알았는데 홍대역 지난 뒤 경남예식장 쪽에서 내리자마자 약도의 화살표 방향으로 쭉 가니깐 정글 카페 건물이 바로 찾을 수 있었습니다.
호기심 반 두려움 반으로 카페 안으로 들어섰는데 책과 커피를 함께 하는 손님들이 꽉 들어차있었습니다. 살면서 처음으로 북 카페 같은 곳에 처음 가봤는데 실제로 건물 안이 무척 좋았습니다. 북 카페 처음 가본거라 이 카페를 강력 추천할 정도는 못하겠지만 혹시 시간이 된다면 날씨가 풀릴 때 여기에 들려보는 것도 참 좋을거 같아요.
제가 참석하게 될 독서모임은 카페 안에 마련된 세미나실에서 했습니다. 제가 대학생 시절에 도서관 안에 스터디 모임 방이 있는데 세미나실이 얼핏 단체 스터디 모임할 때 사용하는 공부방 같았어요. 방음 시설도 잘 되었고요.
(사진은 모임 때 참석하신 분이 직접 찍으신 겁니다)
이번 독서모임조에서 반장 역할을 맏게 된 분이 첫 독서모임을 발제하시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반장님께서 이 직접 책에 대한 내용에 대해서
간단히(?) 정리하고 프린트해오셨습니다.
그런데 정말 독서모임을 이끌 반장님답게 준비를 철저히 하셨습니다,
개인당 A4 3장(!)으로 돌릴 수 있도록 준비하셨는데
토론하게 될 책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토론하기 위한 수많은 주제거리들을 담고 있는데
로베르토 아를트의 <7인의 미치광이>에 대해서 모르시는 분들이 많아서
여기서 프린트된 발제문과 토론하면서 기록한 내용들을 발췌해서 올려봅니다.
(생각보다 수많은 내용들이 오고갔는데
발표하신 분들 경청하느라 상세히 적지 못했습니다. ^^;; )
1. 플롯과 구조 -
① 1장 : 충격-절망의 그림자-운명의 소용돌이-에르게타-증오심-발명가의 꿈-점성술사, 그리고 비밀조직-우우한 기둥서방-생애 최대의 굴욕-어둠의 장막-에르도사인,뺨을 얻어 맞다-나른 범죄를 통해서 '존재'한다-살인계획-나무 위에서의 연극
② 2장 : 절망의 늪-순수함과 어리석음-검은 집-관보-고통의 흔적-바르수트를 납치하다!
③ 3장 : 채찍질-점성술사,열변을 토하다-소극-황금을 찾는 탐험가-절름발이 창녀,이폴리타-도둑놈 소굴-에스필라 가족의 꿈-동상이몽-이폴리타의 환상-범행동기-무엇을 할 것인가?-에르게타,예수님을 만나다-자살한 남자-윙크
2. 인물, 감정, 시점
에르도사인, 에르게타, 바르수트, 점성술사, 우울한 기둥서방 아프네르, 황금을 찾는 탐험가, 절름발이 창녀 이폴리트, 엘사, 대위, 산파를 본 남자 브롬베르그, 현역소령, 에스필라 가족, 환상/기억 속 인물군
3. 묘사와 배경 - 1920~30년대 아르헨티나 슬럼가
4. 대화 - 작가가 묘사한 인물들 간의 대화를 읽었을 때 힘들었을 정도로 대체로 궤변적인 내용의 대화가 많았으며 아르헨티나 사회의 어두운 면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작품답게 우울한 분위기가 많았음.
5. 동일 척추 유사 작품
표도르 도스또예프스끼 <지하로부터의 수기>
아직 이 유명한 작품을 읽지 못해서 딱히 부연 설명할게 없네요. ^^;;
언젠가 이 도스또예프스끼의 소설을 읽게 되면 다시 한 번 아를트의 소설과 연계해서 페이퍼를 작성해보겠습니다.
7. 더 읽을 거리, 볼 거리 -
1) 로베르로 아를트 <화염 방사기>
* <7인의 미치광이> 내용의 결말을 알 수 있는 소설의 후속편, 국내 미번역, 참고로 이번 독서모임에는 편집자님도 참석하셨는데 현재로써는 <화염 방사기> 출간 계획이 없다고 하네요.
2) 가브리엘 마르케스 <백년의 고독>
마르케스라고 하면 라틴 아메리카 문학으로 상징되는 마술적 리얼리즘의 대표작가라고 떠오르게 됩니다. 반대로 로베르토 아를트의 문학은 마술적 리얼리즘과 다른 정반대의 성향이지만 처음에 읽었을 때는 환상과 실제를 넘나드는 소설 내용을 보면서 마술적 리얼리즘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워낙에 유명한 작품이니 읽어보면 좋을거 같습니다.
자유 토론 (우리의 서사 만들기)
1. 7인의 미치광이는 누구인가?
2. 나에게 일어 났으면 하는 극적인 사건은?
3. 내게 각인되어 있는 고뇌의 흔적은?
4. 내가 하는 엉뚱한 생각(상상,몽상)은?
5. '광기' 혹은 '미침'은 무얼까?
6. 내가 꾼 가장 멋진 꿈은?
7. 파괴적 충동은 과연 위험하기만 한 걸까?
8. 내가 생각하는 종교와 과학은?
9. 나에게 있어 돈과 국가는 무얼까?
10. 가학과 피학의 경험은 ?
11. 내가 미친 건 아닐까 생각한 순간은?
12. '범죄'가 이 사회에 주는 자극은?
13. 상상이 현실에서 그대로 이루어진 적이 있나?
14. 이 시대의 혁명가에 대한 생각은?
15. 내가 하는 질투는 ?
16. 내가 만들고 있는 '구리장미'는?
17. 이 세상에 행복은 있는 것일까?
18. 현실로 나타났으면 하는 나의 꿈과 열정은?
19. 어릴 적 겪은 수치심의 경험은?
20. 용기를 시험해 본 적이 있나?
21. 에르도사인의 사랑에 관하여 ? - 엘사, 이폴리타, 루시아나 어린창녀, 사팔뜨기 소녀.
22. 살아있음을 확인하기 위해 많은 말을 토해낸 적이 있는가?
23. 우울과 불안은 '악'일까, '약'일까?
24. 꼭 깨고 싶은 나만의 고정관념이나 이 세상의 상식은?
25. 나의 '검은 집'은?
26. '범죄본능'은 인간에게 누구나 있을까?
27.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 낭패본 적은 있는가?
28. '자신감'이 가장 넘쳤던 순간은 언제 인가?
29. 이 시대의 '신'은 누구, 무엇 일까?
30. 과연 '초인'의 시대가 온다고 생각하는가?
31. 이 시대에 만연한 '거짓 현실'/'거대한 거짓말'은 뭐가 있을까?
32. 이 세상에 있는 미친놈들의 매니저는 누구일까?
33. '도시생활'과 '자연생활'에 대한 생각은?
34. 이 작품의 '창녀'와 이 시대의 '창녀'는 어떤 의미일까?
35. '생각'은 고통일까, 행복일까?
36. 내 인생의 '빛'과 '암흑'은 무얼까?
37. 누가 우리를 구원해 줄까, 구원 받을 수 있을까?
38. 왜 다른 이가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면, 우리는 불행에 빠지는걸까?
39. 지금, 운명에 맞서고 있는가?
40. '시간'이 두 갈래로 흐르는 경험을 해 본적이 있는가?
41. '육체'와 '정신'은 별개라 생각 하는가?
42. '낯섦'에 대한 공포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43. '까페 자살남 사건'으로 에르도사인은 변화 했을까? / '윙크 사건' 이후는 ?
44. 환상 속에서 현실을 발견하고, 그래서 현실을 그 환상으로 바꾸어 나간 적이 있나?
45. 내게 있어 '소설/책'을 읽고, 생각하고, 쓴다는 것은 무얼까?
토론거리가 무려 45개나 됩니다. ^^;;
독서모임을 위해서 발제를 준비하신 독서모임 반장님께 존경의 박수를, , , ^^
비록 이 모든 주제들에 대해서 다 이야기하지 못했지만
무려 4시간동안이나 작품에 대해서 다양한 의견들이 오고 갔습니다.
독서모임에는 책 내용에 대해서 간략히 소개하는 발제자와
토론 내용들을 기록, 정리하는 서기를 정했는데
오늘 첫 서기 역할을 맡게 되신 분이 열심히 토론 내용들을 적으셨습니다.
간략하게 저도 토론 내용들을 정리하자면 , , ,
* 작품을 읽으면서 아를트가 유독 ' 빛 ' 과 ' 어둠 ' 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한 것을 알 수 있었는데 실제와 환상을 넘나드는 분위기를 주는 효과가 있었다.
* 혁명을 꿈꾸고 있지만 궤변이나 다름 없는 유토피아에 집착하고 있는 점성술사(책 를 보니 허경영이 떠올렸다.
* 부부이면서도 정작 사랑의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에르도사인과 창녀 이폴리트의 대화를 보면서 이들이 자신이 겪는 삶에 대한 실망과 좌절에 쉽게 약한 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일상적인 나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감정 이입이 되기도 하였다.
* 점성술사가 후반부에서 자신의 동료들의 이름을 붙여준 꼭두각시 인형들이랑 대화하는 장면(책 p 346) 을 보면서 ' 7명의 미치광이 ' 들이 꿈꾸고 있는 혁명은 실패할 것이라는 복선인거 같다. 하지만 점성술사는 인형과 말을 거는 이유는 자신이 내재적으로 가지고 있던 혁명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이기기 위한 과정이다.
* 처음에는 읽었을 때 감정이입이 되지 못했지만 400여페이지나 되는 분량의 책을 다 읽고나니 완독 달성의 쾌감이 느껴졌다.
* 에르도사인의 무기력하고 무능력한 모습이 자신의 삶과 동일한거 같아서 연민을 느꼈다.
* 소설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은 발전이라는 이념에 숨겨진 20세기 초 아르헨티나의 사회적 약자들이며 우리 사회도 비슷한 사람들이 많이 있다.
*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 혁명 ' 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점성술사를 보니 판단력이 상실되었고 권력욕에 집착하는 권력자의 성향이 보였다.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 대통령과 비슷하다.
이번 독서모임에서 나눴던 주된 감상 내용은 소설 속 주인공에 대해서 자신의 삶을 비추어 설명한게 많았습니다.
저는 수험생 때의 시절과 최근 아르바이트에 전전했고 곧 취업 준비 전선에 뛰어들 현재의 삶을 투영하여 소설에 대한 감상을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 , , 막상 사람들 앞에서 책에 대한 감상을 실제로 말로 표현하는게 쉽지가 않았습니다.
사투리가 좀 심했고, 그동안 생각했던 것을 사람들 앞에서 말로 표현하니 마음 속으로 많이 떨렸고 머리속에 하얗게 백지장이 되곤 했었습니다. 머리속에 느겼던 것을 뭔가 말하고 싶었는데 막상 입으로 나오지 않더군요. -_-;;
모임에 참석하신 분들이 많지는 않았는데 평소에 이런 경험을 해보지 못한 터라 발표 내내 버벅거렸습니다. ㅠ_ㅠ
오늘 독서모임을 하면서 책 한 권 다 읽고 느꼈던 감상을 기록하는 것과 반대로 감상을 실제로 구술을 한다는게 차원이 다르다는 것 또한 느꼈습니다.
그동안 리뷰에 충실했던 저의 독서 방식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재고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역시 리뷰 많이 쓴다고해서 그 책을 자신만의 지식으로 만드는게 아니라는 것 또한 느꼈던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겸손하게도 처음으로 발제를 하게 된 반장님은 독서모임 진행을 위해서 이 두꺼운 책을 씹어먹는 듯이 읽었다고 말씀하시면서 말 못했던 고생함을 토로하면서 그동안의 모임 준비에 대해서 인상 깊게 표현했습니다. 다음 모임 준비뿐만 아니라 다음부터는 책 한 권 읽을 때 씹어먹는듯이 읽는 책벌레가 되어야 겠습니다. ^^;;
역시 사람들 만나는 모임에는 술이 곁들인 뒷풀이를 빼놓을 수 없죠 ㅎㅎ
아까 전 모임에는 초면이라 서로서로 어색함이 감돌았지만
술이 들어가는 순간부터 어색함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
그리고 책 이야기뿐만 아니라 인생살이 등 거의 3시간 정도 즐겁게 수다를 떨었습니다.
저는 대구로 가는 기차표를 미리 끊어서 2차 뒷풀이까지 참석 못했지만
토요일 독서모임 무척 즐거웠습니다.
2주 뒤인 2월 26일 토요일에는 , , ,
오스카 와일드의 단편선집인 <별에서 온 아이> 입니다.
국내에 많이 알려진 동화 <행복한 왕자>를 수록하고 있으며
참고로 작년에 이 책 리뷰를 썼습니다.
제 서재 태그에 펭귄클래식코리아를 클릭하시면
저의 리뷰를 보실 수 있지만 , , ,
책 내용 참고에는 별 도움이 안 되니
직접 읽어보시면 좋을거 같습니다. ^^;;
6월달까지는 한 달에 두 번 정도 독서모임이 있어서 많이 부족하지만 독서모임에 대한
이야기들을 정리하는 차원으로 후기를 블로그에 남길려고 계획중입니다.
처음이라 그런지 많이 산만한 글이었을겁니다.
그리고 참고로 제가 참여하는 독서모임은 단순히 책을 좋아하는 분들이 만나는 비공식적 모임이 아니라 펭귄클래식코리아에서 직접 주최 및 지원을 하고 있으며 기수제로 운영되고 있는 것임을 분명히 밝혀드립니다. 그러니 펭귄클래식 독서모임에 관심 있어하시는 분들은 많이 기다려야셔야하겠지만 다음 2기 모집 때 신청할 것을 부탁드립니다. 정확하게 2기 독서모임 모집이 언제인지 알고 있지는 않지만 만약에 2기 모집 공지사항이 뜨면 여기 제 서재에도 바로 공지하겠습니다.
그냥 이런 모임이 있구나 하고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