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의 축제 1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51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지음, 송병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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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964] 염소의 향연

 

 

활자는 반짝거려서 하늘 아래서 

간간이 자유를 말하는데  

나의 영(靈)은 죽어 있는 것이 아니냐    

 

 - 김수영 <사령(死靈)> 중에서 -

 

 

  혼돈의 격랑 속에 빠져든 튀니지     

견고히 유지될줄 알았던 23년 간의 ' 철통 ' 독재정권은 그렇게 한순간에 무너져버렸다. 

만성적인 실업률 문제와 높은 물가에 시달려온 튀니지 국민의 억눌려 있던 불만이 한 청년 노점상의 분신으로 폭발한 것이다.  그의 분신 소식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블로그를 통해 도시 전역으로 퍼져나갔고 곳곳에서 시위가 일어났다.  

이번 시위에는 벤 알리 대통령의 장기 집권에 따른 부정부패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이번 민중 봉기의 도화선인 된 요인도 있었다. 튀니지 정부는 무장경찰을 동원해 국민의 시위를 강제 진압했고, 이 과정에서 6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하지만, 강력한 진압으로만으로도 민중들의 분노를 잠재우지 못했다.  결국, 벤 알리 대통령은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난 뒤에 23년간 쥐고 왔던 정권의 지휘봉을 놔둔 채 해외로 도피하고 말았다.   

대통령의 도피 소식을 듣은 수천 명의 시위대들은 독재의 억압에서 벗어났다는 기쁨에 일제히 환호하였다.  공석이 된 대통령직은 무하마드 간누시 총리가 임시로 맏게 되었으며 여야 통합정부 추진 및 새 대통령을 뽑는 선거를 실시할수 있도록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민주화를 향하기 위한 길은 멀고도 험난하기만 하다. 튀니지 전역에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되어 있지만 약탈과 방화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직도 일부 지역에서는 옛 집권여당의 해체를 요구하는 시위가 격화되고 있다. 임시 대통령직을 맡은 간누시 총리는 벤 알리 독재정권 하에서 10여 년간 총리를 지냈기 때문이었다.   

많은 튀니지 국민들은 독재정권을 붕괴시켰음에도 불구하고, 독재정권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다시 중용되었다는 점에서 눈엣가시였을 것이다.  퇴진 압박을 받고 있는 간누시 총리는 튀니지 최초의 민주적 대선을 치르고 난 뒤에 정계에서 물러날 것을 시사하였다.  그러나, 아직까지 대선 날짜가 확정되지 못한 상태이다.  

이번 튀니지 사태는 튀니지에서 흔한 꽃인 ' 재스민 ' 의 이름을 따서 ' 재스민 혁명 ' 이라고 불리우고 있다.   ' 민주화 ' 로 상징되는 재스민 꽃이 독재정권에 대한 상처만 남은 튀니지의 척박한 땅에 완전히 피우고 자라날 수 있을까?  현재 튀니지의 상황을 봐서는 재스민 혁명은 현재 진행형이며 미완성이다.  

 

    

 

  도미니카 독재자의 암살 = 혁명 , , , ?   

 

 


라파엘 레오니다스 트루히요 몰리나 (1891~1961)
 

그렇다면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장편소설 <염소의 축제>의 소재가 된 도미니카 공화국의 독재자 라파엘 레오니다스 트루히요의 암살은 과연 민주화를 위한 ' 혁명 ' 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트루히요의 오랜 독재정권의 압력에 시달려온 도미니카 국민들 입장에서는 독재자의 암살은 기존 사회를 변혁하는 하나의 ' 혁명 ' 으로 상징하며 생각할 것이다.   그러면,  소설 제목 그대로 ' 염소 혁명 ' 이라고 불러줘야 할까?   아니다,  이 소설에서 말하는 ' 염소 ' 는 도미니카 국민들이 혐오하는 트루히요를 가리키는 은어이다. 뭣도 모르고 사용하면 트루히요의 집권을 상징하는 엉뚱한 뜻이 되고 만다. 그렇다면 ' 염소 사망 혁명 ' 이라고 해야 되나?  

이 소설에서는 ' 염소 ' 트루히요를 향한 도미니카 국민들의 분노가 묻어나 있다. 한 때 독재자의 총애를 받았던 각료의 딸인 우라니아 카브랄은 이제는 이빨 빠진 호랑이나 다름 없는 늙은 아버지를 향해 그동안 품어왔던 독재자의 증오를 드러내고 있으며 트루히요를 암살하는 목적을 가진 암살자들은 트루히요 독재 정권에 의해 삶 전체가 파멸당한 아픈 과거의 상처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  

그런데, 1권에서는 트루히요의 통치를 혐오하는 이들에게는 기존의 체제에 대한 분노 그리고 전복하고 싶은 열망은 가지고 있지만 ' 혁명 ' 이라는 실천적인 행동을 제대로 꿈 꾸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어떻게 보면, 무려 32년이라는 독재자의 군림 기간을 오랫동안 정신적인 고통에 시달려야했던 도미니카 공화국의 국민들에게 ' 혁명 ' 이라는 단어와 행동은 그림의 떡일지도 모르겠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우라니아와 트루히요의 암살을 꿈꾸는 이들의 머리 속에는 트루히요에 대한 안 좋은 기억만 있는게 아니라 트루히요가 국민들에게 선사했던 영광의 기억들도 잊지 못한 채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우라니아 카브랄 - ' 염소 ' 에게 뺨 맞고 ' 아버지 ' 에게 가서 눈 흘긴다      

우라니아는 트루히요가 암살되기 전에 미국으로 떠났다가 35년 만에 다시 고국으로 돌아온 여인이다.  그러나, 오랜만에 재회하게 된 병상에 있는 자신의 아버지에게 매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독재자 밑에서 충성을 바쳐야만 했던 각료의 딸로 자라야했던 우라니아는 그동안 쌓아 두고 있었던 불쾌한 기억과 독재의 마력에 사로잡혔던 아버지에 대한 원망함을 뱉어내고 있다.     

" 아빠는 불쾌한 것들을 기억에서 제거했어요. 나에 대한 불쾌한 기억,  우리에 관한 불쾌한 기억도 이미 지우셨나요?   난 아니에요.  하나도 지우지 않았어요.  지난 35년 동안 단 하루도 잊지 않았어요.  아빠, 난 결고 잊지 않았고, 아빠를 용서하지 않았어요.  

 (중략) 

내가 왜 아빠를 용서할 수 없었는지 아세요?   , , ,   

너무나 오랜 세월 동안 수령님에게 봉사했던 탓에, 아빠는 양심의 가책이나 감성, 그리고 최소한의 청렴성과 최소한의 판단력도 상실했어요.  아빠 동료들처럼 말이에요. 아마 온 나라가 그랬을지도 모르죠.  그게 역겹게 죽지 않으면서 권력에 남아 있을 수 있는 필수조건이었나요?  아빠의 수령님처럼 비정하고 괴물 같은 인간이 되고, 로살리아를 강간하고서 마리온 병원 앞에 내팽개친 후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즐거워하는 인간이 되어야 했나요? "  

 -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염소의 축제 1> p 180~181 -

 

' 아버지는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 ' 고 말하고 있는 우라니아의 강경한 입장은 트루히요의 독재정권에 무참히 짓밟혀야만했던 그녀의 불우한 어린시절에 대한 기억에 의해서 발현되고 있다. 권력욕에 눈이 먼 아버지는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 어린 우라니아를 트루히요의 희생물로 바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조건 ' 아버지 ' 를 원망한다고해서 독재정권에 대한 트라우마를 완전히 지울 수 없을 것이다. 그녀는 대화할 때 항상 트루히요를 ' 수령님 ' 이라고 지칭하고 있다. 독재자에 대한 조롱을 담은 뜻에서 말한 것일수도 있지만 그녀 역시 트루히요 정권의 혜택을 입고 성장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런 그녀의 독재자에 대한 비판과 분노는 과연 정당성이 있을까?  그것도 이미 이성 능력이 상실된 늙은 아버지에게.  분명, 그녀의 아버지도 트루히요의 통치를 묵인한 것도 그의 인생에서 커다란 과오라고 느끼고 있을 것이다.  ' 염소 ' 트루히요에게 뺨 맞은 것을 우라니아는 괜히 ' 아버지 ' 에게 가서 눈을 흘기고 있다.   이미 죽고 없는 천하의 악질 ' 염소 ' 를 탓하면 뭐하랴.  독재정권에 대한 원망을 자신의 아버지에게 표출하고 있지만, 우라니아나 그녀의 아버지나 독재자에게 상처받은 불행한 인물이다.   

    

 

  트루히요 -   정말 ' 염소 ' 같았던 독재자     

출간 당시 트루히요주의자들의 항의가 거셀 정도로 <염소의 축제>에 등장하는 트루히요는 이중적인 인물로 등장한다.  군중이나 수많은 군인과 각료들 앞에서는 ' 조국의 아버지 ' 라고 불리우는 위대한 수령님이지만 전립선 문제로 가끔식 소변이 새기도 하며 발기도 잘 되지 않은 별 볼일 없는 노인이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성적 욕구를 주체하지 못해 수많은 여자들과 거리낌없이 동침한 호색가였다.    

' 독재자 ' 로서의 트루히요의 모습뿐만 아니라 ' 인간 ' 으로서의 트루히요의 모습까지 묘사하고 있다.  비록, 작가의 묘사가 허구적이지만 잔혹한 독재자의 실상을 폭로하는듯한 효과를 낳고 있다. 바르가스 요사는 이 소설을 통해서 트루히요주의자의 분노를 사게 만든 것에 만족한다고 밝힐정도였으니 트루히요를 제대로 조롱이 담긴 비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암살자들 사이에서 그를 가리킬 때 은밀히 사용하는 ' 염소 ' 라는 별명답게 트루히요는 은근히 자신의 권력이 전복될까봐 두려워하기도 한다.  분명, 자신은 국민들을 분노케하는 비윤리적인 정치를 펼쳤음에도 그는 ' 조국 ' 도미니카 공화국을 위해 열심히 했다고 자부심 같지 않은 자기 위안을 삼는다. 그리고 아무리 자신의 동지라도 예민하게 의심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언제 마주칠지 모르는 적을 경계하면서 풀을 뜯어먹는 염소처럼 독재자 트루히요도 ' 염소 ' 처럼 마음 속에는 언젠가는 혁명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면서도 암살당하여 죽을 때까지 독재자로서의 권력을 마음껏 누려왔다. 
  

 

 

  살바도르, 아마디토 외 트루히요의 암살자들 - ' 염소 ' 를 기다리며   

 

블라디미르:  오늘 밤에는 못 오겠다는 얘기겠지?  /  소년: 네.  

블라디미르:  하지만 내일은 온다는 거고?  /  소년: 네.  

블라디미르:  내일은 틀림없겠지?  / 소년: 네. 

   침묵.  

- 사무엘 베케트 <고도를 기다리며> 제2막중에서 , 민음사, p 153 - 

 

1961년 5월 30일. 살바도르, 아마디토, 안토니오 임베르토, 안토니오 델라 미사 등은 트루히요를 암살하기 위해서 한 자리에 모이게 된다.  그러나, 독재자 ' 염소 ' 를 암살하기가 마냥 쉽지가 않다.  예정된 시간이 다가오는데 불구하고 염소가 나타나지 않자 조금씩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몇 명은 과연 거사를 치를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고 있다.  

 ' 과연 염소는 등장할 것인가? '  

염소가 등장할 때까지 이들은 지루함을 때우기 위해서 염소의 시대를 회상한다. 암살자들은 과거를 기억하기 싫어하지만 와신상담하는 심정으로 자신들의 체험담을 고백하고 있는데 이들 중에는 한 때 트루히요 밑에서 일한 적이 있는 숨길 수 없는 경력을 가지고 있다.  살바도르는 트루히요 덕분에 중위로 승진했으며 안토니오 델라 마사는 진심으로 트루히요 신봉자가 되어본 적이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 역시 트루히요 밑에서 군 경호원으로 활동하였다.  

안토니오 델라 마사는 진심으로 트루히요 신봉자가 되어본 적이 없었다.  (중략) 

그는 역겨움을 참지 못해 이를 악물었다. 한 번도 그를 위해 일하지 않은 때가 없었기 때문이다. 군인 신분이건 민간인 자격이건, 그는 자선가이자 새로운 조국의 아버지의 재산과 권력을 지키기 위해 20년 넘게 이바지하고 있었다. 그것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큰 오점이다. 그는 결코 트루히요가 그에게 내민 덫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그를 증오하면서도, 심지어 타바토가 죽은 후에도 그는 계속해서 그를 위해 봉사하고 있었다.  

-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염소의 축제 1> p 146 -

 

그리고, 안토니오는 4년 전에 트루히요를 암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원수를 살해하지 못했다.  염소를 살해하고 난 뒤에 찾아오게 될 후환이 두려워서 죽이지 못한 것이 아니다.  오랜 독재 체제동안 염소를 봉사해온 탓에 자신도 모르게 ' 혁명 ' 에 대한 강렬한 열망과 이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안토니오는 그것을 알면서도 왜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은 아니었다. 

 (중략) 

그것은 두려움보다 더 난해하고 딱히 뭐라고 정의내릴 수 없는 것이었다. 마비 상태,  즉 결단력과 이성과 자유의지가 잠들어버렸기 때문이다.   

 (중략)

날조된 연국의 유일한 관객이었던 안토니오 역시 그 순간 마비 상태가 되어 그런 뻔한 거짓말을 잠자코 듣기만 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를 죽이지 못했고, 국가의 역사가 되어버린 악마의 연회도 종지부를 찍지 못했다. 

-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염소의 축제 1> p 158 -

 

결국, 암살자들이 그토록 기다리고 기다리던 ' 염소 ' 트루히요는 1권이 끝나는 무렵에 등장한다. 그리고 암살자들은 도미니카의 운명이 달린 회심의 총알 한 발을 자신의 사냥꾼인 염소를 향해 날린다.    

1권에서 암살자들의 묘사는 트루히요를 살해하기 위해서 계속 기다리는 장면만 쭉 이어져있다.  

이들에게 ' 염소 ' 를 기다린다는 것은 조국의 미래를 위한 중대한 거사를 기다리는 것이다. 그들은 반드시 트루히요가 나타날 것이라고 확신한다.  기다리는 동안에 트루히요의 집권 시절에 대해서 대화만 나누는 장면은 트루히요 정권에 대한 기나긴 절망 그리고 트루히요 암살 이후 겪게 될 암살자 혹은 국가의 운명에 대한 기대와 불안으로 가득찬 도미니카 공화국 국민들의 심리 상태를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트루히요를 기다리는 지루함을 달래기 위하여 대화를 나누지만 과거의 아픈 기억들만 들춰내는, 암살자들 입장에서는 기억하기 싫은 씁쓸한 내용들이다.  결국, 1권 전체 내용을 차지하고 있는 염소를 기다리면서 나눴던 대화는 암살자들 입장에서는 무의미한 것이다.   

과거에 대해 나눈 무의미한 대화는 오히려 이들의 염소 암살 계획에 방해하는 작용이 되기도 한다. 살바도르는 자신이 원하던 암살이 수포로 돌아갈까봐 걱정하기도 한다.  

32년이나 유지된 트루히요의 독재정권 그리고 트루히요를 살해하기 위해서 오랜 시간동안 기다린 시간 때문에 도미니카 공화국의 국민들은 혁명에 대한 결단성마저 상실되었던 것이다. 제대로 된 ' 혁명 ' 을 꿈꾸지 못한 도미니카 공화국 국민들 앞에 독재자는 어리석게 ' 혁명 ' 앞에 겁을 먹고 불안에 떨고 있었다.   

 

 

  참으로 이상한 나라 

도미니카 공화국의 염소 ' 트루히요 ' 는 1961년 5월 30일, 암살자들의 총탄에 쓰러졌다. 그리고, 도미니카 공화국은 드디어 독재자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소설의 1권만 읽어도 독자들은 소설 속 중심인물인 독재자가 암살되었다는 사실을 미리 알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1권만 읽고 이 책을 덮어서는 안 된다.  

독재자 ' 염소 ' 가 죽었다고 해서 2권까지 읽을 필요가 없다고 섣불리 판단하는 것은 곤란하다. 독재자의 암살사건을 주제로 해서 독재자의 어두운 면모만을 고발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독재자 ' 염소 ' 밑에 32년 간 인권과 자유를 유린당한 채 살아야했던 도미니카 공화국의 국민들의 분노와 애환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아직은 도미니카 공화국에는 트루히요가 남긴 흉물스러운 역사의 상처가 곳곳에 남아있다. 그리고 정권이 바뀌고 난 지금도 도미니카 공화국은 여전히 경제난에 허덕이고 있다.   지금도 국민들 중 대부분은 트루히요 시대를 추억하고 과거의 향수에 젖고 있을 것이며 또 어떤 국민들은 트루히요를 증오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직도 ' 트루히요 ' 라는 유령 하나 때문에 국민들 간의 단합성이 제대로 이루어져 있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미 일어난 역사에 대해 한번씩 가정을 해보게 된다. 만약에 도미니카 공화국도 튀니지처럼 국민들이 칼과 무기를 들고 독재정권을 타도하는 혁명을 일으켰다면 나라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렇게 된다면, 트루히요는 튀지니 대통령처럼 해외로 도피할 수도 있을 것이며 오랜 혼란 끝에서야 민주화를 향한 과도기적 정부가 세워졌을 것이다.  그리고, 해외로 망명 간 트루히요는 살아서도 세계인들의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도미니카 공화국의 포악한 독재자라는 이름으로. 

그런데, 도미니카 공화국의 정권 재정립 과정은 허무하면서도 어정쩡하게 되어 끝나버린 감이 있다.  독재자 ' 염소 ' 가 암살당함으로써 도미니카 공화국에도 일시적으로나마 평화와 안정이 찾아왔겠지만 32년 간의 독재정권 시절을 생각하면 도미니카 국민들 스스로 독재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마땅한 비판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독재정권이 자신들에게 주는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뻔히 알면서도 국민들은 ' 혁명 ' 을 꿈꾸지 않았다.   만약에 ' 염소 ' 암살자들이 트루히요를 살해하지 않았으면 또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하다. 

' 발칸의 도살자 ' 라고 불렸던 구 유고슬라비아의 대통령 밀로셰비치는 자신이 저질렀던 반인륜적 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비록 재판이 진행되는 기간 중에 복역 중에 사망하였지만)  ' 크메르루주의 수장 ' 캄보디다의 폴 포트는 공개재판에서 반역죄를 선고받았으며 오늘날에도 그가 이룩한 피 비린내 나는 살육의 역사는 잊혀지지 않고 있다.    

대부분 역사 속 독재자들은 국민들이 일으킨 혁명에 의해 무너졌으며 자신들이 저지른 죄만큼 국민들로부터 심판을 받았다.  그런데, 트루히요는 , , , ?       

지금도 도미니카 공화국에 사는 국민 아무나 한 사람 붙잡아서 묻고 싶다.  

 " 라파엘 트루히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  

과연, 그 사람은 트루히요를 찬양할 것인가, 아니면 증오할 것인가?    

정말, 도미니카 공화국이란 나라는 참으로 이상한 나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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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조부 2011-01-25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에 이 작가 책 새엄마찬양 읽었는데 잘 읽히더라~

오늘 축구 어떻게 될까? ㅋ 한창 경기중이겠군 ㅎㅎ

cyrus 2011-01-26 14:07   좋아요 0 | URL
그래요. 이 책 두권짜리라서 처음엔 겁먹었는데,,
내용만 좀 길뿐 읽어볼만했어요. 형이 말한 그 소설도 읽어봐야겠어요^^
어제,, 축구 경기 생각하면,, 어휴~~~ -_-;;

blanca 2011-01-25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리뷰 잘 읽었어요. cyrus님, 저는 이런 사회비판적이고 저돌적으로 욕먹을 각오를 하고 쓴느 작가들이 부럽고 좋더라구요. 노벨문학상이 괜히 간 게 아니군요.

cyrus 2011-01-26 14:09   좋아요 0 | URL
그렇죠. 자세한건 모르겠는데 이 작품 덕분에 노벨상을 수상한거 같아요.
이 작가의 정치활동 때문에 비판받는 부분은 있지만,,
그래도 작가의 이력을 떠나서 문학성은 대단한거 같습니다. ^^

2011-01-26 14: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26 14: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26 15: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1-01-26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염소가 독재자를 가리키는 거였군요~ 이런 리뷰 쓰는 분, 부러워요!^^
우리도 바숫한 상황을 겪었음에도 그를 기리고 그리워하는 사람도 많다는...
더구나 대를 이어도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네요.ㅜㅜ

cyrus 2011-01-26 14:16   좋아요 0 | URL
소설 속 도미니카 공화국의 현실을 보면서 우리나라 시절을 보는거
같았어요. 소설 속 주변인물들 중에는 아직도 독재자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간간이 나오기도 하거든요.

마녀고양이 2011-01-26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으로 이상한 나라, 그거 우리도 마찬가지잖아요.
우리는 두고두고 이상한 나라잖아요.

일제 정산도 이루어지지 않고, 군사 독재 정권에 대한 정산도 이루어지지 않고,
거기다....... 지금 정부도 압도적인 투표로 뽑아준 나라잖아요. 크크.

cyrus 2011-01-26 14:17   좋아요 0 | URL
맞아요. 새벽에 2권을 읽었는데, 독재자를 암살한 인물들의
최후가,,, 이거 알려주면 스포니까, 기회가 된다면 읽어보시면
좋을거 같아요. ^^

꽃도둑 2011-01-26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저도 리뷰 응모했어요. 상품에 눈이 멀어서,,,ㅡ.ㅡ
이렇게라도 자극제가 없다면 리뷰 쓰기 정말 힘들거든요.
신간평가단 끝나면 아마도 절필에 가까운 만행을 저지르지 않을까 싶은데...
이런 리뷰 이벤트 많았음 좋겠네요...^^

cyrus 2011-01-26 14:19   좋아요 0 | URL
저는 상금에 눈이 멀어서,, ^^;;
하지만, 이런 이벤트도 좋은 점이 많은거 같아요.
꽃도둑님 말씀대로 자극제가 되니까요. 그리고 덕분에
이전에 알지 못했던 작가나 책을 읽게 되구요. ㅎㅎ
꽃도둑님에게도 좋은 결과 있기를 바라요 ^^

아이리시스 2011-01-26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상금에 눈멀었어요? 저도 예전에..
한동안 많이 응모했는데 이제 자신 없어요. 5만원, 10만원은 여러번 걸렸는데 이제 진짜 대단한 리뷰쓰는 분이 많아요, 무서워요.ㅠㅠ

저의 진짜 대박은 <1Q84>로 50만원 상금탔던 거예요.(갑자기 자랑질로 돌변 -_-;) 그때 1등은 100만원이었거든요. 제가 2등이었어요, 크크.

그것보단, 이 책 꼭 읽어보고 싶었는데 시루스님 리뷰보니 반가워요. 노벨상수상작을 읽을 때는요, 해당국가 역사공부부터 해야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문학 대신 역사서 먼저 읽고나서 읽어야..^^

저도 이거 보고 싶었지만 어려웠어요. 어려운 책 보기 싫었어요.(공부가 가장 쉬웠어요 모드로) 시루스님은 어려운 책 많이 보시니까 거뜬하셨네요, 리뷰 보니까, 아하하. 어느 나라나 투쟁은 있었네요. 우리만 그런 건 아니었어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시대를 담아내는 문학가들은 여전히 너무 멋있어요. 좋은 결과 기대하겠습니다.^^

다이조부 2011-01-27 15:39   좋아요 0 | URL


50만원짜리 ~ 대박 ㅋ

cyrus 2011-01-27 19:32   좋아요 0 | URL
와~~~!! 대박!! 2등 50만원도 꽤 적지 않은 액수인데,,
대단하세요. 작년에 무라카미 하루키 이벤트 했던거 기억이 나요.
전 <1Q84>을 읽어보지 못해서 참가 안 했어요.
저는 정말 자신 없어하는 이벤트는 아예 쳐다보지 않거든요,,^^;;
<1Q84> 책 자체가 1권짜리가 아닌 것도 있구요.. ㅎㅎ;;


이 책 읽기 전에 어려울줄 알았는데,, 그렇게 어렵지 않았어요.
그냥 분량이 많아서 중간에 지루한거 빼고는 괜찮았어요 ^^

노이에자이트 2011-01-28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튀니지와 도미니카 독재자를 연결하여 아주 좋은 정보를 제공하는 글입니다.아이티의 뒤발리에와 함께 도미니카의 트루히요는 악명이 높았지요.얼마 전 모 신문은 튀니지의 피플파워를 전하면서 북한에 어서 대북심리전을 전개해 김정일 김정은 정권을 무너뜨려야 한다는 주장으로 연결하더군요.

cyrus 2011-01-28 21:01   좋아요 0 | URL
이런게 도미노 현상이라고 하나요..?
튀니지 혁명 이후로 이집트에서도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더군요.
생각보다 지구촌에는 장기집권을 누리는 권력자들이
아직도 많은거 같아요.



노이에자이트 2011-01-28 21:48   좋아요 0 | URL
무바라크 그 양반도 30년 가까이 집권하고 있지요.상상외로 시위가 크게 번지고 있더군요.

starover 2011-01-30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미니카 공화국의 독재자 트루히요....... 그 사건을 소재로 하다 보니 나름의 역사적 지식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염소' 같은 트루히요가 벌이는 '축제'....... 그러나 정작 그 축제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염소'....... 뭔가 의미심장한 제목 같습니다.

cyrus 2011-01-30 17:15   좋아요 0 | URL
직접 읽어보시면 제목의 ' 축제 ' 라는 의미에 대해서 알 수 있을거에요.
분량이 좀 많고 재미있다고 말할순 없지만,,^^;; 주제나 내용면에서는
대단한거 같습니다. ^^
 
<리영희평전>을 읽고 리뷰를 남겨주세요
리영희 평전 - 시대를 밝힌 '사상의 은사'
김삼웅 지음 / 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불우한 시대에 태어난 사상의 은사    

리영희 교수가 세상을 떠난지도 이제 막 한 달하고도 20여 일이 지났다. 조금 있으면 두 달을 채우게 된다.  12월 5일. 유난히도 시끌벅적한 2010년의 마지막 끝자락에 리 교수의 죽음은 어두운 장막으로 가려진 시대의 등불이 꺼졌음을 알리는 슬픈 날이었다.  부고 소식이 모든 매스컴으로 전파되자마자 끝이 없는 추도의 물결이 이어졌던게 엊그제같은데 지난 주 토요일에 봉은사에서는 리영희 교수 추모 49재가 열렸다.     

하지만, 영영 다시 볼 수 없는 이 위대한 인물을 진심으로 추모하기에는 세상은 너무 매정했다. 아니, 그가 이 세상을 떠나기에는 너무 이른 감이 있었고 시기가 좋지 않았다.  리 교수가 세상을 떠나기 며칠 전에 일어난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행위는 전쟁이라는 앞을 예상할 수 없는 공포에 국민들은 또 한 번 몸을 떨어야했고,  정부는 천안함 도발 사건보다 더 강력한 대북 제재를 가함으로써 대북 관계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 이르고 말았다.  혼란스러운 사회 분위기 속에서 리 교수의 업적에 대한 그 어떤 뚜렷한 대중적인 평가를 할 기회가 없었다. 그의 사상이 제공해준 영향분을 먹고 자란 후대의 지식인들은 대선배 아니 은사의 업적을 재조명했을 뿐이다.  

젋은 사람들에게 ' 리 영 희 ' 이 석자의 이름은 생소했으며 바쁘고 먹고 사는게 중요한 대중들의 머릿속에는 젊은 시절, 민주화 운동의 불꽃을 피워준 시대의 은인은 쉽게 잊혀져가고 있었다.

리 교수는 생전에 독재, 군부정치세력들이 왜곡한 시대에 정면으로 맞선 공로로 실천적인 지식인이라는 명예로우면서도 뒤늦은 훈장을 달게 되었지만, 그 훈장을 달기까지에는 여러 번 고초를 겪어야했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로 이어지는 3권 정부 시절동안 세상의 진실을 알리고자한 지식인과 사회운동가들은 억울한 누명을 씌운채 감옥을 드나들었는데, 연속으로 감옥살이를 한 이는 유일하게도 리영희뿐이다.   

리영희는 ' 친북 좌파 ' , ' 빨갱이 ' 라는 좋지 않은 별명을 들은채 그렇게 감옥을 제 집처럼 드나들었다.  복역한 이후에 권력의 음모로 인해 빼앗겨버린 자신의 명예를 복권했지만, 자신의 등 뒤에 권력이 붙여 놓은 ' 친북 좌파 ' 라는 명함은 리영희 본인 스스로도 죽기 전까지 떼어내지 못하고 말았다.  

     

 

  때 늦은 사상의 은사와의 만남   

' 불운 ' 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그야말로 시대를 잘못 타고난 그의 운명은 혼이 떠나가버린 육체가 되어서도 이어지는가 보다. 공교롭게도 리영희가 세상을 떠난 후 5일 뒤에 초판 1쇄가 발행된 것이다.  이 책의 출판사인 책보세의 발행인 김이수 씨는 리 교수가 그토록 고대하던 책을 접하지 못한채 세상을 떠난 것에 대해 편집후기 말미에 뒤늦은 안타까움이 묻어난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었다. 

부고 소식 덕분에 뒤늦게나마 평전으로나마 그의 활동 이력과 사상을 알아본다는 것도 어떻게 보면 ' 불운 ' 이기도 하다.   

지금도 대중들과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 최고의 불온 도서 ' 로 회자되고, 우리 시대에 잊혀서는 안 될 최고의 명저로 손꼽히는 <전환시대의 논리>와 그 밖에 <우상과 이성><새는 ' 좌우 ' 의 날개로 난다>를 한 번도 읽어보지 못한 내가 감히 사상의 은사의 업적을 함부로 논하고 있다는 것이 불경스러운 일이 아닌가 모르겠다.   

평전과 더불어 리 교수의 마지막 책이 되고만 대담짐 <대화>를 읽었지만 평소에 들을 수 없었던 그의 생의 이력과 일화들이 눈에 띌 뿐이다.  <리영희 평전>에는 이전에 리 교수의 업적을 조명한 책들뿐만 아니라 생전에 리 교수가 쓴 책과 칼럼 그리고 대담집의 내용들을 인용하여 ' 리영희 사상의 정수 ' 들을 담아냈지만, 평전만으로는 그가 말하고자 하는 시대비판의 목소리의 울림을 느끼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 이 책에 마지막 부분에 있는 세상을 떠나기 전에 한 저자 김삼웅과의 인터뷰 내용이 그나마 저자의 생생한 육성을 느낄 수 있다.

노래 실력 좋은 가수는 라이브로 부르는 무대 현장에서 직접 가봐야 그 가수의 진면목을 제대로 알 수 있는 것처럼 배우고 알려고 하는 지성의 사상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직접 그가 쓴 책을 읽어보는 것이 우선이다. 저자가 쓴 책이야말로 저자의 목소리인 것이다.  

  

  

  리영희, 굴곡의 대한민국 현대사 그리고 현재의 대한민국

제대로 그가 쓴 책들을 접해보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리영희 평전>이 리영희 사상의 진면목을 보여주기에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리영희 선생이 자신에 대한 평전을 직접 읽어보셨다면 무슨 말을 했을까?) 

<리영희 평전>을 쓴 김삼웅은 리영희와 관련된 수많은 책들과 자료를 무작위로 인용하지 않았다. 시대적인 상황에 맞게 적재적소로 인용, 배치되었음을 물론이고 나 같은 리영희 사상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한 독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핵심적인 정수들을 가려 뽑았다.

그리고 이 책은 단순히 리영희라는 ' 굴곡 ' 의  현대사를 살다간 노학자의 업적을 띄워주려는 평전의 일반적인 서술 방식에만 치중하기보다는 리영희가 살았던 ' 굴곡 ' 의 현대사까지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리 교수가 바라본 대한민국의 현대사의 모습은 지금과 별반 다를게 없다는 점이다. ' 부정 ' , ' 왜곡 ' , ' 최악 ' 이라는 단어를 써가면서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정권에 대해 서슴없이 지적하고 비판했던 그의 날카로운 목소리는 지금도 유효하다.    

남한은 북한이라는 형제와 싸우기 위해서, 미국이라는 억센 사내를 집안에 불러들여, 안방 아랫목에 모셔놓고 수십 년간 알몸으로 시중들어 왔다. 북한이라는 형제가 남한보다 강하고 우월했던 1970년대 후반까지라면, 그 사내가 이마를 살짝 찌푸리기만 해도 만면에 아양을 떨면서 치마를 걷어 올리는 것은 살기 위해서였다. 사내는 지난날의 상황을 교묘히 이용하여 성적 사디즘을 즐겼다. 지금은 그에 그치지 않고 집주인의 목숨 보호자를 자처하게 되었다. 

- 김삼웅 <리영희 펑전> p 146 -  

* 리영희 <새는 ' 좌우 ' 로 날개로 난다> [한미 관계의 본질을 알면] p 143 에서 재인용  

 

한 번 글을 쓰기 시작하면 ' 붓이 너무 곧다 ' 라는 최준기의 표현대로 호전적이면서도 직설적인 리 교수의 문장은 보는 이에게는 불편할 수도 있지만, 리 교수는 30년 전부터 이미 왜곡되어버린 한미 관계를 정확히 꼬집어 내고 있었다.   리 교수는 김삼웅과의 인터뷰에서 MB 정부는 ' 미국의 노예정권 ' 이며 지금의 실상은 일본으로부터 주권을 빼앗긴 1905년의 대한제국 시대와 흡사하다고 말했다. 여전히 반공 사상으로 가득찬 극우 세력의 망명을 떨치지 못한 채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1994년 5월 4일 영변 원자로에서 연료봉 추출을 시작했고, 6월 13일 IAEA(국제원자력기구)를 탈퇴하는 등 위기를 고조시켰다. 김영삼은 거듭된 강경발언으로 긴장을 증폭시키고 북한에서 ' 서울 불바다 ' 발언이 쏟아졌다. 미국은 영변 핵시설 정밀 타격을 검토하는 등 전쟁의 분위기가 한반도를 휩쓸었다. 존 샬리카슈빌리 미 합참의장이 클린턴 대통령에게 " 90일 이내 북한 제압 가능하다 " 는 한반도 전쟁 시나리오가 보고되고, 한국군 45만 명과 민간인 100만 명 사상, 경제적 피해 1조 달러 등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자 이 계획은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 김삼웅 <리영희 평전> p 476 - 

* <경향신문> 2010년 5월 28일

   

전쟁의 위기가 한반도에 고조되고 있었던 16년 전에 리영희는 <전쟁을 부추기는 자들이 있다> 라는 시론에서 김영삼의 문민정부가 과거의 군사정권이 만들어낸 고착화된 분단 및 극우 이데올로기와 미국의 군사적 예속상태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얕궂게도 16년 전의 한반도 정세는 정권이 여러번 바뀌고 난 지금도 똑같이 재현되고 있다. 천안함 호 침몰과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로 취한 MB 정부의 강경한 대북노선은 전쟁 위기론이 고조된 것은 물론이고 미국과 함께 서해에서 대대적인 모의 합동훈련을 실시함으로써 군사력을 과시하였다. 말로는 한미 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한 모의 훈련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부닥치게 될 북한과의 전면전을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리영희의 비유대로 미국은 한국에게는 절대로 놓칠 수 없는 ' 목숨 보호자 ' 인 셈이고 지금도 ' 목숨 보호자 '  라는 든든한 ' 빽 ' 을 믿고 있는 것이다. 이런 한미 관계 때문에 ' 한국 & 미국 & 일본 vs 북한 & 중국 & 러시아 ' 로 갈라진, 냉전체제의 구도가 재현되고 있다.  결국, 오늘날의 한국의 행보는 우리도 모르는 동안에 역사를 거꾸로 가는 퇴보의 시대를 걷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의 신문은 역대 정권과의 관계와 존재양식에서 ' 무법 ' 적인 강한 정권에겐 한없이 약하고 총칼을 차지 않은 문치성 정부에는 폭력적으로 포악했다. 같은 하나의 정권에게도 양면적으로 대응했다. 그 권력집단이 눈을 부라리면 언론(인)은 두 손을 비벼가며 정권을 찬송했다. 그토록 찬송을 바쳤던 권력이 기울기 시작하면 (금세 안면을 싹 바꾸고 누구보다 열렬히) 비방과 매도를 일삼았다.   

- 김삼웅 <리영희 평전> p 160 -  

* 리영희 <새는 ' 좌우 ' 로 날개로 난다> [끝내 변할 줄 모르는 언론인들의 기회주의]  

p 316~317에서 재인용

 

정치가 보편적인 가치를 추구해야지 어느 특정 집단또는 단체의 이익만을 대변해서는 안된다. 특정 이념을 가진 사람만을 위한 사회나 특정 기업 집단을 위한 사회나 모두 편향된 가치관이다.오늘날 ' 조중동 ' 으로 대표되는 언론 매체는 과거의 유신, 군부 정권 시절에 어떤 정치적인 편향이나 기업에 편향된 가치관을 심기위해 의도적으로 글을 올린다거나 일부러 삭제하기도 하였다. (재미있게도,  정권을 두둔한 ' 조중동 ' 의 편파적인 보도 내용과 이와 관련된 리영희 선생이 겪은 일화가 소개되어 있다)   특히, 오늘날의 ' 조중동 ' 은 정권이 달라질 때마다 정권의 대세에 따른 편파적인 이중잣대식 보도는 지금도 여전하다.   

   

  

  고인을 떠나보내는 슬픔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지난 토요일에 진행된 리영희 교수 추모 49재에서 명진 스님은 대한민국의 현실을 개탄하면서 " 리영희 선생의 극락왕생을 바라지 않는다, 선생이 형형한 눈길로 바라보다가 우리가 잘못을 하면 ' 이러면 안 되지 ' 하고 꾸짖어주시길 바란다 " 고 말했다. 리영희 교수와 같은 존재가 대한민국 땅에 꼭 있어야한다는 생각을 강조함으로써 " 그 때까지 눈감지 마십시오 "  라는 말로 추모사를 마무리하였다.   

명진 스님의 말에는 잘못 돌아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실상을 안타까워하기 보다는 사회의 잘못된 실상을 지적할 줄 아는 참된 지식인 한 명을 떠나 보내야한다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절실히 배어나고 있다.  

그런 신문기사를 보고 난 뒤에 느낀 기분 탓일까?   

굴곡이 심했던 자신의 활동을 회상하는 담담하면서도 겸손한 감회를 술회하는 리영희는 이미 자신의 학문 생활을 마무리짓는거나 다름 없는 ' 절필 선언 ' 을 미리 예상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다소는 외람되고 조금은 자화자찬적인 평가지만 1980년대에서는 나의 글과 책은 거의 무용지물이 되었다. 60~70년대에 나의 글들이 지녔던 일정한 의미와 역할은 거의 지향되고 초극되었다. 얼마나 반가운 발전인가!  이를테면 땅에 떨어진 한 알의 밀의 역할을 했다는 셈일까?  그렇다면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이냐!  

- <리영희 평전> p 407 -  

* 리영희 [30년 집필의 회상], <한길문학> 1990년 5월 창간호

자신 스스로 선고한 ' 절필 선언 ' 은 어떻게보면 운동 기능은 상실되었지만 호흡 기능은 유지되는 식물인간이라고 자처하는 거나 똑같은 것이다.  리영희에게 운동 기능이란 불의와 맞서 싸워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1990년대에 민주화의 길에 들어서면서부터 그동안 금서로 지정되었던 사회사상 서적들이 봇물 터지듯이 쏟아졌다. 이렇다보니, 70~80년대까지 민주화 운동권 인사들과 진취적인 사고를 가진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 경전 ' 이나 다름 없었던 리영희의 저서들은 시대가 변할수록 영향력이 약해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갑자기 찾아온 병마와 절필 선언 속에서도 노학자는 ' 우상 ' 에 갇힌 대중들의 ' 이성 ' 을 일깨워주는데 온 힘을 다했다.  자신의 사상적 지주였던 루쉰 의 말을 인용한대로 '  자신의 혀로 몸에 난 상처자국을 핥아내는 하이에나처럼  '  노구를 이끌고 불의와 몽매가 판치는 세상의 전투에 다시 뛰어들었다.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 플루타르코스의 말을 빌리자면, 리영희 교수가 고통 없는 극락으로 갔다는 것이 우리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것처럼 받아들어서는 안 된다.  그가 이승의 고통을 모른다고 해서 우리에게 해로울게 없다.  이미 우리 곁을 떠나간 이에 대해서 아쉬움 속에 슬픔과 미련에만 매달려서는 안된다.   

모진 고난을 숱하게 겪으면서 살다간 리영희 선생이 이승보다 더 나은 곳으로,  그가 그토록 가보고 싶어했던 앙코르와트 사원으로 가기 위한 것인 만큼 우리는 이를 위안으로 삼고 위로하는 것이 떠나간 고인을 위한 것이다.   이제 고인이 극락왕생할 수 있도록 축원해줘야 한다.

사상의 은사를 추모하고 위로할 수 있는 진정한 방법은 그가 떠나면서 남긴 수많은 유산들, 그가 쓴 수많은 글들은 다음 후손들에게도 읽혀져야하며 우리는 그의 글을 통해서 ' 우상 ' 에 갇히지 않고 ' 이성 ' 을 통해 앞을 내다볼 줄 아는 식견을 갖추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다.  

1974년, 대한민국 사상사의 새로운 지평을 열게한 <전환시대의 논리>는 출판되자마자 금서 도서로 지정된 어려운 상황에서도 민주화 운동권 학생들은 정부의 날카로운 시선을 피해가면서 몰래 읽어나갔다.  그리고, 후배들이 대학에 들어오게 되면 선배들이 가장 먼저 권하는 책이 바로 리영희의 <전환시대의 논리>였다.  이런 독서의 되물림은 그 당시 냉전 이데올로기의 편견의 장막에 장님이 되다싶이한 대중과 지식인들의 눈을 확 뜨게 해주었으며 민주화 운동의 불길을 지펴준 기름 역할을 해주었다.

정치에 냉소적인 무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받은 연예인들을 추종하는 젊은 세대들에게는 리영희는 듣도 보지 못한 이름일 것이다.

1970~80년대의 <전환시대의 논리>가 갓 대학에 입학한 후배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필독서라고 한다면 대담집 <대화>와 이 <리영희 평전>은 오늘날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을 우리 젊은 세대들, 특히 리영희라는 지식인의 사상을 모르고 있다거나 그의 사상에 대해 알아보고 싶은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필독서라고 말하고 싶다.   리영희의 사상을 제대로 접할 수 있는 저작들을 먼저 읽는 것이 당연한 상례이지만, 그의 사상을 보다 입체적으로 알 수 있으며 그의 육성이 남아있는 대담집과 평전을 먼저 읽어보는 것도 리영희 사상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그의 사상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보고 곱씹는 것이야말로 그가 이승을 떠나면서 남기고 간 정신을 추모하고 유지할 수 있는, 고인을 진심으로 기리는 우리들의 자세이다.   


 
' 리영희 선생님, 이제 이승의 미련을 버리시고 부디 극락왕생하시옵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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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1-25 0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었는데, 솔직히 어떤 말도 늘어놓을 수가 없더군요.
근데 님의 이런 멋진 리뷰라니 말이죠.

전 명진스님의 추모사 때문에 삐질삐질 눈물인지 땀인지 모를 것을 흘렸는데, 님의 리뷰 마지막 구절을 보니...그래도 다행이네요.
<신과 함께>를 읽은 전력도 있고, 넘 슬퍼 어쩌지 못하겠더라구요~ㅠ.ㅠ

cyrus 2011-01-25 19:12   좋아요 0 | URL
혹시 49제 추모사에 참석하셨나요? 신문기사를 봤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고인을 기리기 위해서 찾아왔더군요.
저는 평전을 읽고난 뒤에 정말 이 훌륭한 분의 사상이
오랫동안 쭉 전해내렸으면하는 바람이 들었습니다.

starover 2011-01-25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정말 우리 시대의 거장들이 우리 곁을 떠나셔서 안타깝습니다. 최근의 박완서 선생님이나 리영희 선생님, 그리고 앙드레 김 같은 분들....... 또 덧붙여서 물만두 님(홍 윤) 같은 훌륭한 리뷰어들의 죽음 같은 것 말이죠.

cyrus 2011-01-25 19:13   좋아요 0 | URL
맞아요. 우리도 모르게 좋은 분들이 하나씩 우리 곁을 떠나는거 같아요.

굿바이 2011-01-25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짐작하건데, 선생님은 이승의 미련따위는 걷어치우셨을 것 같습니다.
책을 선물받았는데, 아직 읽지 못하고 있습니다. 부끄러운 마음이 선뜻 책을 읽지 못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저에게도 <우상과 이성>은 벼락이었고, 천지개벽이었습니다. 그나마 사람모습을 하고 살 수 있는 것은 다 선생님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빚진 마음은 그래서 늘 괴롭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cyrus 2011-01-25 19:15   좋아요 0 | URL
그래도 굿바이님 같은 분이 계셔서 아직 리영희 선생의 사상의 불꽃이
사그라들지 않았다고 느껴지네요. 앞으로도 쭉 리영희 선생 추모제나
학술대회가 꾸준히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도 해봅니다.

아이리시스 2011-01-25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영희 선생님의 부고소식 후,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책제목을 들었을 때 저도 모르게 맺히던 눈물은 뭐였을까요?

늘 무언가를 마음 먹기보다, 행동하기보다, 신념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일이 가장 대단하다는 생각을 다시 해봅니다.

앞서 가신 분들의 과제를 이어받아 우리가 고민해나갈 수 있을까요?

cyrus 2011-01-25 19:17   좋아요 0 | URL
그렇죠. 지금 돌아가고 있는 세상 봐서는 우리가 가지고 신념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게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마음 먹고 고민해나가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이 드네요.

다이조부 2011-01-25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존경하는 분이 별로 없는데 존경하는 어른이 돌아가셔서 나도 한동안 먹먹해지더라~

근데 이렇게 성의있는 리뷰를 쓰다니 ^^ ㅎㅎ

난 전에도 말했지만, 이 책을 쓴 분의 글이 이상하게 잘 안 읽혀서 아마 이 책은 패스할듯~

우선 리영희 프리즘 부터 읽을라고~

cyrus 2011-01-25 21:32   좋아요 0 | URL
글은 못써도 일단 한 번 쓰면 성의있게 쓰잖아요,,^^;;
저도 형이 소개한 <리영희 프리즘> 읽어보려고 해요. ^^

다이조부 2011-01-25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가 생각하는 지점이 어긋나는 부분이 있는거 같네 ㅋ

리뷰를 성의있게 쓰는것 에 난 별로 관심이 없거든~ ㅎㅎ

모든 일을 열심히 하자는 주의 도 아니고 말이지 ㅋㅋ


2011-01-26 12: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26 14: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암향부동 2011-02-15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방금 이 책을 읽고 리뷰 썼습니다. 나름 고인에 대한 존경의 뜻으로 정성을 다해 쓴다고 썼지만 cyrus님의 리뷰를 보니 제 리뷰가 많이 부족해 보이네요….

그리고 저도 cyrus님처럼 [대화]를 제외하고 고 리영희 선생님의 저작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이렇게 평전만 읽고 서평 혹은 리뷰를 쓴다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떤 형식으로 쓸까 고민 많이 하다가 책 평가쪽에 치우친 리뷰가 나오고 말았네요. 고인의 저작을 전부 읽고 다시 한 번 평전을 읽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좋은 리뷰 잘 봤습니다.

cyrus 2011-02-15 10:55   좋아요 0 | URL
저도 많이 부족한걸요. 평전에 보면 선생의 저작 내용이 인용되어서
이번 기회에 한길사에서 나온 저작집 읽어보려고 해요. 그리고 최근에
선생이 썼던 산문을 모인 <희망>이라는 책이 나왔더군요. 일단
도서관 희망신청은 했는데, 편집이 어떻게 되어 있을지 무척 궁금하네요.

꽃도둑 2011-02-18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보기에 사이러스님이 책 읽고 리뷰 써내는 게 거의 빛의 속도 같이 느껴져요...^^:
어떻게 그게 가능하죠?... 그저 놀랍고 신기해요. 진기명기전에 나가도 상 탈 것 같아요,ㅎㅎ 게다가 리뷰가 부실하지도 않고 튼튼하니 말입니다.
아무튼 대단한 재능과 성실성,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cyrus 2011-02-18 14:06   좋아요 0 | URL
작년에는 시간이 남아 돌아서 그런거였구요,, 다음 달부터는 하루에 포스팅
하는 것도 이제는 힘들거 같아요. 요즘에는 복학 기간이 슬슬 오고 있어서
그런지 블로그 관리도 소홀히하는 것도 있구요, ^^;; 그리고 간혹 쓴 글
보면 부실한 것도 많답니다. 며칠 전에 올렸던 <7인의 미치광이> 같은
경우에는 인물을 잘못 소개해버린 적도 있었구요,, 어쨌든 능력과 재능은
크게 미치치 못하더라도 성실성만큼은 저 스스로 인정합니다 ^^
 
하리하라의 몸 이야기 - 질병의 역습과 인체의 반란
이은희 지음 / 해나무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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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로이의 목마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보면, 그리스가 트로이를 격퇴시킬 때 결정적인 역할을 한 ' 트로이의 목마 ' 가 등장한다.   

그리스는 트로이를 함락시키기 위해서 오랜 시간동안 치열한 전쟁을 벌였지만 거의 패배할 정도로 이르게 된다. 승리의 반전을 위해서 오디세우스는 기막힌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거대한 목마를 만들어 그 안에 병사들을 매복시켜 트로이를 침략하기로 한 것이다.  오디세우스의 작전대로 목마를 트로이 성벽 앞에 놔둔채 거짓으로 퇴각한 척 한 발 물러났다. 성벽 앞에 떡하니 서 있는 거대한 목마를 본 트로이의 프라이모스 왕은 이 거대한 목마가 승리의 상징인마냥 도취되어 성 안으로 들여놓으려고 하였다.   

트로이 사람들은 자신들이 전쟁에 승리했음을 판단하였으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기 위해서 트로이 병사들은 비무장한채 화려한 향연의 즐거움에 빠져버렸다. 목마 안에 잠복하고 있었던 그리스 병사들에게는 이 때야말로 반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철옹성의 트로이 성벽 안으로 침투하기를 호시탐탐하던 그리스 군은 목마에 잠복하고 있었던 병사들 덕분에 쳐들어올 수 있었으며 결국, 전쟁은 그리스의 승리로 막을 내릴 수 있었다.  

호메로스의 서사시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으로 남게 된 ' 트로이의 목마 ' 는 오늘날에는 유용한 프로그램인 것처럼 위장하여 컴퓨터 사용자들로 하여금 거부감 없이 설치를 유도하게 만드는 악성 코드의 이름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트로이의 목마 안에 그리스 병사들이 몰래 잠입한 것처럼 컴퓨터 프로그램 안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악성 코드를 숨겨 놓은 것이다. 

   

 

  인간의 몸 속으로 침투한 미생물  

인류의 문명사를 되돌아보면 수많은 질병들이 등장하여 인류를 괴롭힌 사례가 많다. 중세 유럽를 휩쓸었던 페스트에서부터 스페인 독감,  오늘날에는 이전과 다른 새로운 형태의 신종플루까지.  그야마로 인간은 무수히 많은 질병들의 역습을 받아왔고, 견뎌내기 위한 다양한 대처방안들을 마련해왔다.  인간과 질병을 야기시키는 미생물과의 관계는 영원히 종결되지 않는 전쟁이기도 하다. 인류가 지구상에 등장하기 전부터 미생물은 벌써 이 지구상에 존재하고 있었는데 인간이라는 동물이 등장한 순간부터 미생물과의 치열한 전쟁은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미생물은 유독 ' 인간 ' 만을 노려서 질병을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동물의 몸 속에서 서식하던 미생물들은 좀 더 안정적인 번식을 위해서 삶의 터전을 인간의 몸 속으로 전향한 것이다.   

무엇보다도 아이러니한 것은 그리스 병사들이 목마를 통해서 적군의 내부로 침투할 수 있었던 것처럼 미생물들이 우리 몸 속에 침투하여 정착, 번식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인간들의 무지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이다.   

인간의 집단생활은 도시라는 공동체적인 공간을 형성하게 된다.  하나의 도시가 건설되면 그 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생활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도시에는 점점 인구의 수가 증가되어 도시의 생활 양식에도 큰 변화가 찾아온다.   오래전부터 문명이 발달하여 도시의 수가 늘어났다하더라도, 오늘날의 도시의 모습으로 구축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오늘날에는 질병의 등장을 쉽게 막을 수 있는 위생적인 관리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지만, 옛날의 도시의 풍경은 그야말로 악취와 쓰레기가 넘쳐난 비 위생적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런 비 위생적인 환경은 쥐, 바퀴벌레, 벼룩, 이, 진드기 등이 살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었다. 특히, 벼룩을 몸에 키우고 있는 쥐들로 인해서 유럽은 수 년 동안 페스트의 공포에 시달리게 되었다.  페스트의 역풍이 휩쓴 유럽에는 수많은 인구들이 사망하게 되는데 대규모의 인구 손실은 노동력의 손실로 이어졌으며, 이는 유럽 경제의 기반을 이루고 있던 장원제도와 봉건제도를 뒤흔들었다.  페스트 균을 가지고 있는 쥐 한 마리 때문에 수많은 유럽인들의 목숨을 단숨에 앗아갔던 것이다.   그러나, 무시무시한 질병의 세균을 번식할 수 있게 만든 원인은 애초부터 인류의 생활에서 비롯되었다.  그리고 도시의 발달만으로 미생물들이 번식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인류가 가축을 키우는 방식을 터득하는 순간, 그 전까지 동물의 몸 속에만 기생하던 미생물은 손쉽게 인간이라는 새로운 숙주로 옮길 수 있게 되었다.  

미생물이 인간의 몸 속에 쉽게 침투하고 번식할 수 있었던 것은 인간들이 만들어낸 생활 방식 그리고 노동력 보충과 식생활을 충당하기 위해서 도입된 가축 사육 방식 때문인 것이다. 문명을 발달할 수 있게 만든 진보의 과정 속에서 미생물들은 인간의 몸 속으로 쉽게 침투하였다. 

 

 

  미생물이 살아있어야 인간도 산다.  다만 , , ,

진보의 단계를 통해서 문명이 발달하면 발달할수록 오랫동안 인류는 자신들을 괴롭히는 질병의 명확한 존재와 발생하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  중세 시대 때 ' 신이 내린 가혹한 벌 ' 이라는 규정하던 페스트는 19세기 말이 되어서야 페스트 균의 정체와 전염 원인을 파악할 수 있었다.  

진보와 발전이라는 이름 아래 문명을 세우고 지구의 주인인마냥 기세등등한 인류는 미생물의 존재와 그 위력을 오랫동안 간파하지 못했다.  그리고 자신들이 만들어낸 진보의 발명으로 인해서 보이지 않는 적을 침투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주었다는 사실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트로이 군은 자신들의 눈 앞에 놓인 거대한 목마의 웅장함에 사로잡혀 자신들이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착각하였으며 무방비한 상태에서 승리의 향연을 즐겼다.  승리의 상징이라고 말하던 목마 안에 자신들의 목숨을 노리고 있었던 그리스 적군들이 숨어 있을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그나마 트로이 목마의 위험성을 직감한 이는 카산드라뿐이었다.  어떻게 보면 트로이 전쟁은 목마를 이용한 오디세우스의 계략으로 인해 승리했다기보다는 작은 방심이 패망의 지름길로 갈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과학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인류를 괴롭히는 악명 놓은 미생물과 질병의 존재를 규명하지 못한 부분이 많다.  하지만, 예전과는 다르게 오늘날에는 미생물이 질병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누구나 다 알고 있으며 질병의 위험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한 연구가 진행중이다.  

그리고, 미생물은 무조건 질병을 야기시키는 인류의 해로운 존재라고 말할 수 없다. 미생물은 종족 번식을 위해서 인간의 몸을 숙주로 선택했지만, 인류도 미생물 덕분에 지금까지 지구상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에 단번에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세균이 등장했다고 하자.  과연, 그 세균은 오랫동안 종족이 보존되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지만, 답은 세균들도 살아남지 못하고 멸종하게 된다.    미생물에게 숙주는 단순히 자신들이 살아갈 수 있는 먹잇감이 아니다.  살아갈 수 있는 보금자리이다. 너무 지나치게 숙주에 기생하여 영양분을 빼앗게 되면 그 숙주는 죽게 되며 숙주의 몸 속에서 살고 있던 미생물에게는 보금자리를 잃은거나 마찬가지다.  보금자리 없는 미생물에게는 찾아오는 것은 죽음이다.  그래서, 미생물은 일부러 독성을 낮추어 숙주와 공존하는 형태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장내에는 수많은 세균들로 가득하지만, 우리는 쉽게 배탈이 나지 않는다. 배탈이 나지 않은 이유는 장내에 오랫동안 살고 있었던 정상 세균이 외부에서 들어오는 세균들이 더 이상 침투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장내에는 면역세포들이 존재하고 있어서 항상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  이런 독특한 공생 관계 덕분에 장의 면역력을 증가시켜 배탈이 쉽게 발생하지 않는다. 

이렇듯, 미생물의 존재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비록 우리에게 해로운 질병을 선사해주지만, 미생물이 존재하고 있어야 우리 인간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 다만, 인간에게 해로운 존재인만큼 질병을 이겨낼 수 있는 의학적 방안을 찾기 위한 인간의 탐구는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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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1-24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리하라의 책을 두권이나 샀는데 아직도 못 읽고 있다눈,, 끙.

저는여, 임신해서 <우리는 어떻게 죽는가>를 읽었어요... 그리고
아주 심오한 경험을 했다눈. 크크. 사이러스님의 리뷰가 비슷한 느낌이네요.
미소생물학, 너무 신기하지 않아요? 공생과 경쟁. 결국 숙주를 죽이면 안 되는거잖아요.
숙주를 죽이면, 자신도 멸망하니 현명한 바이러스는 적절한 정도로 숙주를
공격하겠죠. 옮겨가는 방법도 고려해야 하구... 참... 심오한 세계예요.

어느 책인지 까먹었는데,
아프리카의 미개척지에 있는 유인원을 건드리지 않는게 좋을거래요.
가장 좋은 예는 에볼라 바이러스. 그녀석은 유인원을 죽이지는 않지만,
인간에게 옮겨지면 치명적이라는군요.
인간과 접한적이 거의 없는 녀석이라서, 인간을 죽여먹는대요. ㅎㅎ.

cyrus 2011-01-24 14:27   좋아요 0 | URL
마고님이 구입하신 책 두 권이 뭔지 궁금하네요.^^
과학 관련 도서는 구입을 잘 안하는 분야의 책이기도한데,
두 권이나 구입하셨다니,, 하리하라의 책이 재미있고 유익해서
구입 가치로는 충분히 있는거 같네요. <우리는 어떻게 죽는가>라는
책도 읽어봐야겠어요. 좋은 책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카스피 2011-01-24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SF소설중에 블러드 뮤직이란 책이 있어요.오래전에 읽은 책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긴 한데 어느 과학자가 바이러스한테 지능을 부여하고 그 바이러스들이 발달하여 결국 인간의 몸속에서 문명을 건설한다는가 하는 내용인데 결론은 인간의 몸이 바이러스한테는 광활한 우주라는 뭐 그러 내용이더군요.

cyrus 2011-01-24 23:45   좋아요 0 | URL
그런 내용의 책이 있군요. 이제 SF소설에도 관심을 가져봐야할 거 같아요.
좋은 책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아이리시스 2011-01-25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혀 관심분야가 아닌 것도 이렇게 리뷰로 읽으면 좋군요.

저는 좀 똑똑해지고 싶을 때 시루스님 따라읽기 하면 딱 좋을 거예요.
이렇게 멋진 리뷰를 쓸 수는 없겠지만.^^

cyrus 2011-01-25 19:19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게 잘 쓰는 편이 아닌데요.^^;;
저는 아이리시스님이나 마고님, 양철나무꾼님 등과 같이
멋진 페이퍼를 쓰는게 부러워요 ^^
그리고 이렇게 엄청 읽고나도 나중에 뒤돌아보면 까먹어요,ㅎㅎ ^^;;
그래서 책 한 권 읽은 뒤에 뭐라고 기록을 남기는거 같아요.
정말 독서 후 기록이 중요하다는 걸 블로그를 하면서 느꼈어요.
 
<촘스키와 푸코, 인간의 본성을 말하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주세요
촘스키와 푸코, 인간의 본성을 말하다
아브람 노엄 촘스키.미셸 푸코 지음, 이종인 옮김 / 시대의창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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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작년에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한 권이 국내의 서점가를 강타하였다. ' 정의 ' 라는 단어를 필두로 하는 학자들의 다양한 관점을 담은 인문사회과학 도서들이 줄줄이 출간되었다. 그 영향을 힘입어 현존하는 시대의 진보적인 지성 노엄 촘스키와 68세대 철학자로 상징되는 미셸 푸코가 만나 인간의 본성, 정의, 정치 등에 대해서 열띤 대담을 정리한 책이 나오게 되었다.  

노엄 촘스키, 미셸 푸코.  서로가 지향하고 걷고 있는 학문의 길은 다르지만 시대를 대표하는 두 지성인의 만남은 지적 독자들에게는 흥분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1928년 출생인데 우리나라 나이로는 83세이다) 현재도 활발히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는, 한 때 최고의 지성인으로 몇 년 전에 그의 저작들이 무수히 쏟아져나와 서점가를 주릅 잡았던 촘스키였는데 , , , 

상전벽해(桑田碧海) 라는 말이 떠올리는 순간이다.  

이 책, , ,  생각보다 많은 주목을 받지 못한거 같다.  국내에 자리잡은 마이클 샌델 신드롬이 강력한 것도 있었지만 대다수 독자들에게는 ' 미셸 푸코 ' 의  전체적인 사상 체계를 접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선뜻 이 책을 고르기가 어렵게 만드는 선입견으로 비췄을 것이다.  사실, 나도 미셸 푸코의 그 유명한 저작들 <광기의 역사><감시와 처벌> 과 같은 책들을 한번도 읽어보지 못했고, 푸코의 사상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잡혀있지도 않은 백지 상태라서 처음에 읽기가 부담스러웠다.   

게다가 두 지성인의 대담은 베트남 내전으로 인한 이데올로기의 대립이 극심했던 1971년에 이루어진, 오래된 대담이기도 하다. (만약에 촘스키 신드롬이 불었던 시기에 이 책이 일찍 소개되었다면 반응이 어떠했을까?) 무려 30년이 지난 것이다.  30년이 지난 두 지성인의 대화가 책으로 나온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뜬금없기도 하다.  

스타버스트(Starbust)라는 천문학적 용어가 있다. 2개의 은하가 충돌하면 가스가 압축 생성되어 새로운 별들이 탄생되는 과정을 일컫는다. 두 사람의 대화를 진행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폰스 엘더르스의 말처럼 인문학의 산맥을 반대 방향으로 오른 지성인의 만남이라고 표현하였다.  서로 다른 루트로 인문학 산맥을 등정하고 있는 촘스키와 푸코가 산맥 정상에서 만나 이루는 지적 충돌의 논쟁은 대담을 지켜보는 이들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과 관점들을 제공하는 흥미로운 지적 활동이라는 점에서 읽어볼 가치가 있다.   

첫 대담 주제인 ' 인간의 본성 ' 에서부터 촘스키와 푸코는 서로 다른 의견을 내세운다. 

촘스키는 어린아이의 언어 습득 능력을 들어 '인간의 본성' 이 존재한다고 말하는 반면 푸코는 그건 역사적, 사회적 제약을 받는 인식론적 지표일 뿐 과학적 개념이 아니라고 말한다.  ' 본성 ' 에 대한 대화의 출발점이 시작하자마자 다른 만큼 정치, 권력, 진리에 대한 그들의 견해도 서로 다르다.    

그리고 ' 정의 ' 에 대해서는 촘스키는 인간성의 바탕에 깔려있는 것이야말로 ' 정의 ' 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대중이 이룩하려는 사회 혁명은 바로 정의를 달성하려는 것이고 인간의 근본적인 욕구를 실현하려는 것이며, 혁명이 단지 어떤 집단에 권력을 넘겨주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푸코는 정의라는 개념은 특정 정치경제 권력의 지배 수단으로서 혹은 그러한 권력에 대항하는 무기로서, 여러 다른 유형의 사회에서 발명, 유통된 개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사실, 대중들을 위한 지성인의 대담이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촘스키와 푸코의 사상 체계의 틀이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이 책을 접했다간 낭패 볼 수 있다.  다행히도, 나 같은 무지한 독자들을 위해서 이들이 말하고 강조하고 있는 주요 특정 내용을 책 중간중간에 말머리로 표시되어 있다.  말머리 편집 덕분에 이들이 나눈 대화들을 간략히 정리할 수 있었다. (비록 인용한거나 다름 없지만)    

 

사족으로 부족한 글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이번 신간평가단 도서중에서 읽기 어려웠던 책인거 같다.   

읽었던 책을 소개하고 내용을 간략히 정리한 이 글 한 편 쓰기 위해서 이 책의 1장은 틈만 나면 여러번 읽었다. 김득신은 <사기열전>의 '백이편' 을 수만번 읽고나서야 그마나 내용을 이해했다던데 , , ,    

김득신 정도의 득도까지는 안 되었지만, 이 책을 통해 촘스키와 푸코라는 지성의 양대 산맥에서 헤맨 것은 보다 나은 성숙을 위한 정신의 성장통이라고 위안을 삼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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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01-23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래도 촘스키나 푸코는 어렵긴 어렵죠?
그래도 이 책은 좀 쉬울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ㅠ

cyrus 2011-01-23 20:14   좋아요 0 | URL
촘스키나 푸코의 사상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해서 저에게는
읽는데 좀 어려웠어요. 그렇다고, 제 리뷰만으로
벌써부터 기 죽지 마세요^^;;

마녀고양이 2011-01-24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그래도 이책 어렵지 않아요 하고 물어보려니까...
페이퍼 맨 뒤에 써놓으셨네요. 크크.

저는 노엄 촘스키와 미셸 푸코의 글을 보면,
천재란 이런 것이야 하고 생각하게 되염. 너어어어무 어려워서,,, 흐흐.

cyrus 2011-01-24 14:28   좋아요 0 | URL
정말,,, 이 책 억지로 완독하고 난 뒤에도 할 말 없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ㅠ_ㅠ

비의딸 2011-01-24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한테는 정말 힘든 책이었어요. 서평을 올리기도 벅차서 저한테만 힘든 책인것 같아 많이 고민했어요. 득도... 무엇을 위해 득도까지 해야 하는 회의까지 들지 뭡니까.. ^^;

cyrus 2011-01-24 14:29   좋아요 0 | URL
ㅎㅎ 저두요. 그나마 정치에 대한 논쟁은 그나마 이해하고
공감이 갔었는데 처음에 본성에 대한 논쟁은 확 와닿지 않더라구요^^;;

꽃도둑 2011-01-24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읽기가 어려운 건 비단 사이러스님 만이 아닌가보네요...저조하게 달린 리뷰만 봐도 그렇고... 비의 딸님은 득도까지 생각하는 걸로 봐서는....ㅎㅎㅎ
아마도 지금 자기 목을 조르고 있는 분도 계실 것 같은데....ㅋㅋ
이제 얼마남지 않았는데 다들 완주하는 일만 남았네요.
다들 힘내자구요~~

cyrus 2011-01-24 14:30   좋아요 0 | URL
지난 달 <왜 도덕인가?>의 안 좋은 추억(?)이 떠올려서 급히 읽고
후다닥 썼어요..^^;;

아이리시스 2011-01-25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읽으셨잖아요, 그죠? 흡;
저야말로 촘스키는 손도 못대고 푸코는 사놓고 3년째 묵히는 중이고,ㅋㅋ

cyrus 2011-01-25 19:20   좋아요 0 | URL
저 그래서 마음 먹고 푸코의 <광기의 역사>를 구입하고
정독하려고 했는데,, 방대한 분량에다 이에 맞먹는 가격 때문에
좌절했어요 ^^;;
 
불안증폭사회 - 벼랑 끝에 선 한국인의 새로운 희망 찾기
김태형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오.

(길은막다른골목이적당하오)

 

제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4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5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6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7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8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9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0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1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13인의아해는무서운아해와무서워하는아해와그렇게뿐이모였소.

(다른사정은없는것이차라리나았소.) 

 

 , , , 중략 , , ,

 

(길은뚫린골목이라도적당하오)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지아니하여도좋소.
 

- 이 상 <오감도> 시제 1호 중에서 -  

 

 

  

  살얼음 위에 서 있는 대한민국   

세상에는 불안과 공포는 항상 존재한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마주치게 되는 상황에 따라 막연한 불안감이나 두려움이 생기게 된다.

만약에 당신이 얇게 얼린 살얼음 위를 걷는다고 상상해봐라.  

살얼음 위에 발을 밟는 순간, 얼음덩어리가 깨지면서 당신은 물 속에 빠지게 된다.  

당신이 예전에 살얼음 위에 걷다가 물에 빠졌다거나 혹은 살얼음 위에 한 번도 걷지 않았더라도 살얼음 위에 걷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식하게 된다.  

사자성어 중에서 ' 여리박빙 ' (如履薄氷) 이라는 말이 있다. 살얼음을 밟는 것과 같다는 뜻으로, 아슬아슬하고 위험한 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살얼음을 밟게 되면 조그만 충격에도 쉽게 깨지고 만다.  

지금 우리나라 사회가 살얼음 위를 걷고 있다.  

서민들은 자고 나면 터지는 비윤리적인 범죄 사건에 불안해하고 나날이 오르는 물가에 시달린다. 경제성장률은 호전되고 있으며 상승될거라고 매스컴에서는 장밋빛 희망을 선전하고 있지만, 가계 살림은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실업과 취업난은 몇 년째 이어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북한의 연평도 도발 이후 국가 안보에 대한 불안 심리도 확산되고 있으며 전국을 덮쳐버린 구제역은 또 한 번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 발전, 성장 ' 을 이룩하겠다는 MB의 신년 포부는 좋다. 하지만, ' 발전 ' 에 눈이 먼 나머지 내부 사회에서 절망의 목소리들이 생겨나고 있는지 인지를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일이다. 우울증에 걸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그들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 절망의 짐들을 떠안게 된 대한민국은 사회가 언제 무너져내릴지도 모르는, 살얼음 위를 그렇게 걷고 있었던 것이다.  

작년, G20 정상회담 이후에 좋아진 대한민국 이미지에다가 최근 소말리아 해적 소탕 이후로 또 한 번 ' 대한민국 ' 이라는 이름을 전 세계로부터 강력한 인상을 심어줌으로써 기세등등한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정작 ' 대한민국 ' 사람들의 마음은 그리 행복하지 않은게 현실이다.

 

 

  불안장애에 이르는 병  

우리나라는 높은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느끼는 경제 행복감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다.  세계 국가별로 행복지수를 산출하는 통계에서는 우리나라는 상위권에 유지하는 일이 거의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보다 경제력이 부족한 아프리카나 개발도상국들은 행복지수에 상위권에 랭크되는 반대의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결국, 행복은 경제성장순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유독 국가별 통계에서 자랑스럽게 1위를 하는 것은 바로 ' 자살률 ' 이다. 자살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자살 충동을 부르게 하는 개인적인 심리 문제 혹은 개인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이 두 가지 원인으로 인해 사람들은 ' 불안' 이라는 감정을 형성하게 된다.

불안이란 자기에게 닥칠 위험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지만, 미래의 가능성으로서 존재하고 있어 자기에게 해가 될까봐 두려워하는 감정을 뜻한다. 즉, 우리 앞에 보이지 않거나 맞닥뜨리지 않은 위험 요소 때문에 두려워하는 것이다.  하지만, 불안이라는 인간의 원초적인 감정이 지나치게 과하게 되면 ' 불안장애 ' 까지 이르게 될 수 있다.  불안장애를 가진 이들에게는 불안해 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도 불안해 하거나 정도 이상으로 지나치게 불안하는 모습을 보인다. 또, 닥치지도 않을 위험을 걱정하고 최악의 사태만을 상상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 대중들의 현재 심리는 ' 불안 ' 이라고 말하기보다는 ' 불안장애 ' 정도에 이르는 아주 위험한 수준이다.  

일년에 한 번씩 치르는 수능시험날이 되면 꼭 수험생 한 명은 자살하게 된다. 기대한만큼 원했던 성적이 나오지 않아서 절망에 빠지다가 건물 옥상으로 향하고 만다.  앞으로의 생활고를 견디기 힘든 나머지 자신이 낳은 핏덩어리인 자식을 매정하게 버린다거나 혹은 죽음이라는 최악의 선택을 하게 된다.  구제역의 여파가 사라지지 않게 되자, 대중들 사이에서는 일명 ' 구제역 괴담 ' 이라는 유언비어가 퍼져나가고 있다.  

이렇듯, 우리나라는 보이지 않는 대상으로 인해 지나치게 불안해거나 극단적으로 과대망상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심각한 증상은 자기 파멸을 향하는 지름길이다.  

  

 

  ' 사회 ' 가 만들어낸 만성적 불안

김태형의 <불안증폭사회>에는 우리나라 대중들의 불안 증세를 ' 만성적 ' 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우리나라 특유의 불안 증세는 최근에서 비롯된 새로운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IMF 경제위기 이후 우리나라 대중들의 심리에 큰 변화가 있었다. 사회로부터 냉혹하게 내팽겨쳐버렸다는 정신적 상처를 얻게 되었고, 그 상처로 인해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이라는 흉터가 생기게 되었다.  그 흉터로 인해서 사람들의 마음은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병들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국가 발전과 성장을 위해 정부가 부르짖었던 ' 신자유주의 ' 사회구조 체제는 불안에 떨고 있는 대중들의 마음에 또 다른 괴물로 등장하였다.   좀 더 잘 살기 위해서는 상대방과의 경쟁이 불가피해졌고, 조금이라도 뒤쳐지게 되면 사회에서 낙오된다.  오직, 경쟁 끝에 살아남은 승자만이 최고다.  전장터 같은 사회 속에서 대중들은 ' 신자유주의 ' 괴물을 무서워하고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게다가 ' 신자유주의 ' 괴물이 양산한  이기심, 고독, 무력감, 의존심, 억압, 자기혐오, 쾌락, 도피, 분노 등은 대중들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만들어내 괴롭히고 있다.  

   

 

  김태형 씨, 당신은 ' 심리학 전문가 ' 이지, ' 정치 전문가 ' 조국이 아니에요.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불안감이 만들어낸 커다란 원인은 바로 ' 사회 ' 라고 지적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 대다수가 우울증에 시달리고 자살률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이유가 개인의 불행한 문제탓이 아니라 잘못된 사회구조가 만들어낸 병리적 현상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을 정신적인 병에 걸리게 만드는 원인을 단지 개인적인 문제로 돌리는 사회적 인식의 틀을 타파한다는 점에서는 좋은 시도이지만,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대한민국의 만성적 불안을 고칠 수 있는 방안을 협소한 시각으로 접근했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의 정신 질환을 고치기 위해서는 기존의 사회 구조에 자리잡고 있는 신자유주의의 영역들을 축소하고, 사회안전망의 확보가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정치세력들이 조직 내부의 건전한 공동체화를 토대로 건설하느냐에 따라 대중적 지지 확보 여부가 달라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불안 증폭 사회를 개선할 수 있는 열쇠가 진보의 손에만 쥐어져 있단 말인가?  

책의 저자는 분명 심리학을 전공한 심리학자이면서도 심리학 박사가 되기 전에는 1980년대 사회운동에 몰두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지금도 사회운동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저자의 진보적인 관점 덕분에 한국사회의 여러가지 문제점들을 낱낱이 파악했다는 점이 이 책의 커다란 장점이 되었지만, 해결 방안면에서는 오히려 독이 되고 말았다.  

이 고질적인 사회적 문제는 진보만이 해결해나가는 일이 능사가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에 있어 진보와 보수, 두 정치권이 보여준 대응과 자세는 부족했다. 보수와 진보라는 정치적 입장의 이분법을 떠나서 대립보다는 화합적인 자세를 가지면서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근거 없이 상대방을 흠집내기 위해서 의혹과 대립으로 난무하는 정치권 세력이 만들어낸 사회적 불신을 우선적으로 제거하는 것이 불안증폭의 병의 근원을 뿌리뽑는 일이다.   무조건 불안의 원인을 ' 사회 ' 라는 개념으로 추상적으로 접근하여 정의하는 것보다는 확실하게 개선하려는 의지가 더욱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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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1-22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똑 불감증을 앓고 있는 것 같아요.
이 책 이렇군요, 이 사람 심리학자라고 해서 불안을 어떻게 버무려 낼지 궁금했었는데 말이죠~^^

cyrus 2011-01-22 21:44   좋아요 0 | URL
불안에 대해서 심리학적 접근도 있지만 그렇게 많지 않아요.
어떻게 보면 저자의 사회비판적인 관점이 많았어요.
그리고 불안의 원인에 대한 진화심리학적 주장에 대해서 반박하기도 합니다.

아이리시스 2011-01-23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상의 시는 하나도 틀린 게 없네요.
이 책 궁금했는데, <오감도> 보니까 관심 뚝!
무섭고 절망적이고 그렇지만 내가 그런 게 아니라 세상이 그런거니까요, 아하하.
심각한 책과 리뷰 앞에 저는 너무 발랄~

cyrus 2011-01-23 20:18   좋아요 0 | URL
결국, 이 책이 말하고자하는 것은 불안의 원인은 사회라는 것인데,,
사회문제를 다룬 책들처럼 우리 사회의 어두운 모습들이 언급되어 있어요.
하지만, 이미 소개된 내용들이 언급되어 있어서 소리만 요란했던 책인거 같아요. 결국 중요한 사실은 이상의 시처럼 인간에게 불안은 영원히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인거 같습니다.

마녀고양이 2011-01-24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그래도 보수 입장의 글,
또는 진정한 보수에 대한 책을 좀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사이러스님, 제게 추천하실 책 없으세요?

cyrus 2011-01-24 14:34   좋아요 0 | URL
아까 방금 마고님 댓글에 책 추천하셨길래 감사의 인사를 드렸는데,,
저도 그렇게 좋은 책을 구별하는 안목이 부족해서 추천해주고 싶은
도서가 없어서,, 괜히 미안해지네요..

보수의 입장에 대한 관련된 책이라면,,
앨버트 O. 허시먼의 <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라는 책을 소개하고 싶어요.
보수에 대해서 진지하게 분석하고 논한 책이라서 우석훈, 장하준도
추천한 책이에요. 우연히 도서관에서 이 책을 봤는데 분량도
그렇게 많지 않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