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페이퍼 작성하기 전에 여러가지 많은 생각을 했었습니다.  

' 알라딘 서재에 이런 거 써도 될까? ' 하는 조바심이 났었습니다.   

강연회 후기를 올리는 알라디너 분들이 있고,  페어퍼는 자유로운 형식의 글이니 

저도 강연회에 관한 글을 올려봅니다.  

 

혹시 보는 분들 입장에서는 출판사의 인지도 및 출판사 카페 등급을 올리기 위해서 

홍보하는거 아니냐하고 보실 수 있을겁니다.  하지만,  좋은 강연회일거 같아서  

저의 서재에 들리시는 몇 몇 분들을 위해서 조심스레(?) 심사숙고해서 올린 것이니,,, 

좋게 봐주셨으면 하네요.. ^^;;

   

 

펭귄클래식 코리아 100권 출간 기념 특강  - <시학>으로 고전 읽기

 

시간 - 12월 18일 토요일 3시

장소 - 동숭동 웅진씽크빅 단행본그룹 지하1층 카페W (약도 참조)  

연사 - 김 헌  (수사학·시학 박사, 『고대 그리스의 시인들』 저자,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HK문명사업단 및 정암학당 연구원)     

             김한식 (중앙대 불문과 교수, <시학> 역자)
  

              


이번 <시학> 강연의 연사 중 한 사람이 정암학당 연구원이라는 사실에 저로써는 무척 관심이 가네요.   정암학당이라면 우리나라 최초 플라톤의 저작들을 번역하는 인문학 연구 단체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학> 강연에 가고는 싶지만 , , ,   제가 갈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일요일이면 괜찮을텐데,,,  금요일 새벽 아르바이트하고 안 자고 바로 서울로 가면 피곤하기도 합니다  ,,, -_-  

참고로 저는 펭귄클래식코리아 카페에 가입한 회원입니다. 출판사 직원 아니니 오해하지 마시길,,, ^^;;           그래서 여기에는 출판사 카페 링크를 걸어두지 않겠습니다.  강연에 대해서 더 자세히알고 싶으신 분들은 좀 번거로우시더라도 검색창에 ' 펭귄클래식 ' 을 쳐보시면 카페가 나올겁니다.    

그리고 펭귄클래식 카페 같은 경우에는 가입을 해야지 카페의 글들을 읽을 수 있으니 미리 알려드립니다.  (다른 출판사 공식 카페들도 비공개 설정한 걸로 알고 있으니,, 이해해주세요,, ^^;;) 

평소에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이나 펭귄클래식 그리고 고전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주말에 유용한 강연에 참여해보시면 참 좋을거 같습니다. ^^  

  

> 김 헌 씨가 쓰신 책입니다. 

 

 

             

   * 국내에 번역된 <시학> (국내에 소개된 책들 중에서 대표적인 책들을 골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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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조부 2010-12-13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오실거면 같이 갔으면 좋겠네요~

저도 주인장 가면 갈 의향 있거든요 ㅎㅎㅎ

cyrus 2010-12-13 19:50   좋아요 0 | URL
아,, 진짜 토요일만 아니면 참 괜찮을텐데 말이죠. -_-

마녀고양이 2010-12-13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학으로 고전읽기 라니.
저도 가보고 싶어요. ㅠㅠ. 아아, 묶인 몸이여.

탐나는 강의, 전시회 정말 많네요. 정보 감사드려요!

cyrus 2010-12-13 19:52   좋아요 0 | URL
시간이 되시면 한 번 가보시면 좋을겁니다.^^

양철나무꾼 2010-12-14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슈룹~^^
군침 도는 페이퍼인걸요.

이런 괜찮은 행사를 이제야 알게 돼 아쉽네요.
12월은 다른 일들로 넘 뺵빽해서 말이죠~

cyrus 2010-12-14 21:10   좋아요 0 | URL
사실 이 행사가 지난주부터 알려진 것도 있어서 그렇게 호응이
많지 않을 줄 알았는데, 마침 오늘 이 강연과 관련된 이벤트와 함께
공지사항이 떴네요. ^^;; 아마도 많은 분들이 꽤 참여할거 같습니다.
 
<바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바다 미슐레의 자연사 1
쥘 미슐레 지음, 정진국 옮김 / 새물결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아무도 그에게 수심을 일러 준 일이 없기에
  흰 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청무우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공주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삼월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 김기림 <바다와 나비> -  

 


 
 

   

  바다와 인간 

김기림의 시에 등장하는 ' 흰 나비 ' 는 바다의 무서움을 모른채 바다에 다가가는 순진하고 연약한 존재이다. 자신이 꿈꾸던 ' 청 무우밭' 인줄 알고 다가가지만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젖은 채 그냥 돌아오고 만다.  미처 알지 못했던 거대한 바다의 깊은 수심을 경험하고 그 차가운 현실 앞에서 좌절된 꿈을 안고돌아온 지친 ' 나비 ' 의 슬픈 비행은 바다라는 거대한 세계에 맨 몸으로 뛰어든 인간의 모습이다.   

인류의 역사에서 ' 바다 ' 는 광대한 미지의 영역이었다. 지구 한 바퀴를 돌아 항해를 한 마젤란이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증명하기 전에는 유럽인들은 지구는 평평하다고 믿고 있었다. 배를 타고 바다를 항해하게 되면 언젠가는 지구의 끝으로 떨어져 죽을 것이라는 생각하였다. 그리고 바다 한가운데에는 사람을 잡아먹는 괴물이 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 등장하는 세이렌처럼 감미로운 목소리로 지나가는 배의 선원들을 유혹하여 잡아먹는 인어(人魚),  거대한 몸집과 수많은 긴 다리로 커다란 배를 습격하여 침몰시키는 크라켄의 전설은 인간이 가지고 있었던 바다에 대한 숙명적인 공포가 만들어낸 산물이었다. 바다에 대한 공포감에 지배를 당한 인간은 바다를 항해하는 사람들을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시기와 조롱 섞인 말 뒤에는 항해가들의 업적을 은근히 부러워하기도 하였다. 항해에 성공한 콜럼버스를 시기했던 당대 사람들처럼 말이다. 인간에게는 원초적으로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차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펭귄 한 마리가 바다에 뛰어들면 또 다른 펭귄 무리들도 역시 바다에 같이 뛰어드는 것처럼  바다의 세계를 경험한 모험가들이 하나씩 등장하면서 인간은 그동안 가지고 있었던 바다에 대한 두려움을 벗어던지고 직접 바다로 뛰어들기 시작하였다. 

황금과 보석을 가득한 대륙을 찾기 위해서는 바다라는 거대하고 위험한 다리를 건너가야만 하였다. 수많은 항해가들이 모험에 대한 로망을 품은 채 바다의 세계에 발을 내딛었지만, 깊은 수심에 빠지지 않은 채 살아 돌아온 이는 미지수였다. 바다 위에는 그들이 무서워하던 인어와 크라켄은 없었지만, 무시무시한 파도와 전염병은 많은 항해가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하지만, 목숨을 건 이 미지수의 항해가들이 남긴 바다의 흔적들은 서양문명을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었고 광대한 상업 시장을 형성할 수 있었다. 이제, 바다는 무시무시한 미지의 세계가 아니었다. 문명 근대화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 푸른 길' 이었다. 

    

 

  모네의 점묘법처럼 묘사한 미슐레의 바다  

마음만 먹으면 배를 타고 수만 km나 떨어진 곳으로 갈 수 있게 된 인류는 옛날부터 가지고 있었던 바다에 대한 공포와 경외심이 사라지기 시작하였다. 근대화로 진입할수록 유럽인들은 바다의 세계 역시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이성과 고도의 지능으로 지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프랑스의 역사가 쥘 미슐레만은 달랐다. 그는 직접 바다를 거닐면서 바다에 대해서 깊은 통찰을 하기 시작하였고 그동안 알지 못했던 바다의 새로운 면모들을 발견하게 된다. 미슐레는 단순히 '바다' 를 전체적인 시선으로 보지는 않았다.  

바다에 대한 그의 관찰은 현미경을 살펴보듯이 세밀하며 집요하기까지 하다.  인상주의 화가 클로드 모네가 붓으로 캔버스에 하나씩하나씩 점을 찍어 하나의 형상을 그려내듯이, 미슐레가 바라보고 묘사하는 바다는 바다에서 가장 작은 생물인 해조류부터 제일 큰 고래에 대한 기록을 통해 ' 바다 ' 라는 세계를 그려내고 있다.  미슐레에게 바다는 해류(海流), 물고기, 조개, 해파리, 산호, 고래 라는 개성 있는 생물의 원소로 이루어진 거대한 자연의 집합체인 것이다.

  

 

  자연보호법의 표본을 제시하다 

이런 야만 상태를 대신할 문명 상태를 위해 여러 나라들의 합의가 필요하다. 인간이 심사숙고하여 자원을 더는 낭비하지 않도록,  그렇게 스스로를 해치지 않도록 말이다. 프랑스, 영국, 미국은 다른 나라들에게 ' 바다의 권리 ' 신장 운동에 동참하도록 권고해야 한다.  

  - <바다> 쥘 미슐레, p 297 -  

미슐레는 바다 덕분에 인류의 발전과 종족 보존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말함으로써 자연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바다가 인류에게 번영의 풍족감을 가져다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바바다를 천시적으로 바라보는 인간의 시선을 비판하기도 한다.  바다를 천시하는 인간의 경향은 바다에 사는 생물들을 무분별하게 잡아들이는 채집 행위로 이어졌다.  미슐레가 살았던 그 당시 근대 유럽이나 지금이나 바다의 생물들을 인류의 생활에 필요한 '자원' 으로 잡아들이고 있다. 철갑상어의 알이 값비싼 요리재료로 사용하다보니 철갑상어가 멸종 위기를 처하게 되었으며 국제 단체에서 제재를 가하고 있지만 화장품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기름을 얻기 위해서 여전히 고래들를 포획하고 있다.      

미슐레는 그 당시, 채집꾼들 사이에서 불 붙기 시작하였던 바다 생물 포획을 '야만적인' 행동으로 규정하고 바다 환경을 보존하기 위한 '바다의 권리' 확립의 중요성을 주장하기도 한다.  

 

 

  서구적 근대성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미슐레의 '바다' 

하지만, 미슐레의 '바다 예찬'을 환경운동과 자연중심주의를 주창한 ' 해양계 ' 의 H.D. 소로우라는 명예로운 호칭을 붙여주지는 못할 거 같다.  미슐레의 ' 바다의 권리 ' 는 자연보호 목적보다는 인류 문명의 긍정적인 미래를 위한 일시적인 방편으로 주장하고 있다. 

   

야만적, 맹목적 어획을 하지 않아야 한다. 이미 더는 잡히지 않을 만큼 죽이고 있다. 어린놈까지 무익하게 살육하고 있다. 1년 뒤면 훌륭한 식량이 될 텐데, 그 한 마리의 죽음으로 수많은 놈을 죽이는 남획의 결과를 초래한다.  

  - p 297 -   

  

어떤 종도 번식의 과잉으로 위협받는 적은 없다. 종교적으로 그 순간을 존중해야 한다. 나중에 죽더라도 얼마나 좋은 순간인가!  그들을 잡아야 한다. 잡자! 하지만 우선은 살려두어야 한다.  

  - p 299 -

   

이 글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남성 중심주의적 입장이 살짝 비춰지기도 한다. 인류 문명의 발전에 대한 공을 남성들 덕분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사회사 저작 시리즈인 <여성의 역사>와 <여성의 삶>을 집필하기도 하였다)

남자는 그 자신이 예술품이요, 인간적 예술이다.  (중략)   세계를 위해 땀 흘리고 봉사하면서 끊임없이 자기 힘을 하느님의 거대한 수영장에서 다시 취하는, 발명가, 창작가, 제조가인 이 남자들을, 이 지상의 엘리트를 과연 보게 될까!  모든 인류가 그 혜택을 누린다.  인류는 남자들의 어마어마한 수고로 꽃을 피운다.  인류는 남자들에게 그 모든 기쁨과 아름다움과 이성을 빚지고 있다. 

  - p 363~ 364 - 

 

자본주의적 근대화로 가고 있었던 유럽 사회에 살았던 미슐레 역시 인류의 진보의 중요성을 무시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인류의 진보와 문명을 강조하는 근대적인 사회 속에서도 가려질뻔한 자연환경에 대한 가치의 중요성을 발견하였다.  근대성이라는 넓은 모래밭 속에서 미슐레는 '바다' 라는 아무도 찾지 못했던, 작고 고귀한 진주를 혼자서 발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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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2 0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13 1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이조부 2010-12-12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번역자의 이름이 저랑 똑같네요 ㅋ

다이조부 2010-12-13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인장은 근데 트위터 안해요? ㅎ

cyrus 2010-12-13 12:25   좋아요 0 | URL
그러고보니,, 꾸랑님 성함과 비슷하네요ㅎㅎ

처음에 군 제대하고나서 관심이 있었는데,,
스마트폰을 아직 구입하지 못했고, 관리하기가 여건상 안될꺼 같아서
안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사게 된다면 트윗질 좀 해보려고요^^


다이조부 2010-12-13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입은 작년에 하고, 활동은 시작한지 얼마 안됬는데 저는 so so 에요~

보통 트위터에 관한 평이 극단적으로 호응과 야유로 갈리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딱히 의미부여하게 되지는 않게 되더라구요~ 그냥 심심풀이 땅콩으로 생각해요 ㅋ

꽃도둑 2010-12-22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겨우 읽기를 마쳤는데 아주 살짝 실망했어요...
기대를 너무 했어나봐요, 사이러스님 서평 읽으면서 드는 생각인데...
서평이 종합선물세트 같아요. 저는 그 책 내용에만 집중하는 편인데(종합적으로 폭 넓게 쓰려면 자료 조사에서부터 전에 읽었던 관련 도서 뒤지기 등등 해야 하는데 시간도 없고, 귀찮아서,,,^^ ) 정말 대단해요. 암튼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잘 읽고 갑니다. 오랜만에 김기림의 <바다와 나비>도 반가웠구요...

cyrus 2010-12-22 18:34   좋아요 0 | URL
아,,, 저는 <왜 도덕인가?>가 진도가 안 나가서 애먹고 있습니다.
기한 내에게 글을 올릴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사실 저도 <바다>를
읽고나서 실망했었답니다. 바다에 대한 작가의 묘사나 초반에 수록된
바다 그림은 좋았는데,, 후반부에 바다 문명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부터
살짝 김이 빠지더라고요.^^;;
 
오래된 연장통 - 인간 본성의 진짜 얼굴을 만나다
전중환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토요일의 즐거움, <무한도전>과 <세.바.퀴>

 

  

 

평소에 TV를 잘 보는 편은 아니지만 지금 가장 즐겨보는 TV 프로그램을 꼽으라면 <무한도전><세.바.퀴>다.  (공교롭게도 같은 M 방송사이다)   

내가 <무한도전>과 <세.바.퀴>를 즐겨 보는 결정적인 이유는 이 두 프로그램에서 고정적으로 출연하는 연예인의 입담과 유머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하찮은'  박명수 옹 때문에 시청률이 저조하든 말든 <무한도전>을 즐겨보는 단 한 가지 이유이다. (<세.바.퀴>에서는 '조자룡' 조혜련을 좋아한다. 그녀의 입에서 뱉은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나의 배꼽을 빠지게 한다) 

박명수는 '호통 개그' 로 스타덤에 오른 코미디언이다. 일반적으로 연예인은 방송에 같이 출연하는 동료 연예인들 앞에서 예의를 보여주지만 박명수만은 그렇지 않다. 자신의 비위에 맞지 않으면 '막말' 작렬은 물론이고, 고래고래 호통을 치는 까질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평소의 방송 이미지가 ' 악마의 아들 ' 이라는 못된 별명을 가지게 되었으며 몇 달 전에는 '부당거래' 할 것 같은 연예인 1위라는 불명예(?)를 얻기도 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예의에 어긋나 보이는 행동을 유머로 승화시키는 박명수의 개그에 웃기도 하며 재미있어 하기도 한다. 그의 이런 유머가 비호감으로 느껴져서 싫어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박명수식 유머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며 나 역시 박명수의 개그를 무척 좋아한다.  괜히 다른 연예인들에게 무섭게 호통을 치면서 허세를 부리지만, 자기 입으로 했던 말과 다르게 어수룩한 행동을 한다. 호통을 치고 있는데 말을 더듬거리기도 하며 무식한 소리 들을 정도로 잘못된 단어들도 내뱉고 한다. 그래서 그의 또 다른 별명 중에는 '하찮은' 이라는 것이 있다. 방송에서 하는 말과 행동이 하찮다는 뜻이 담겨져 있다. 말과 행동이 다른 모순적인 모습으로 일관되는 그의 개그 코드를 재미있어 한다.  

  

 

  MC 유가 없으면 웃기지 못하는 하찮은  

그런데, '박명수' 라는 이름 석 자를 알리게 된 또 다른 이유에는 '유재석' 이라는 존재도 무시할 수 없다.  박명수가 확실한 버라이어티 방송인으로 뜰 수 있었던 시기의 프로그램이 <무한도전>과 한 때 출연했던 <놀러와>와 <X맨>이었고, 그 때 같이 출연한 유재석과의 아웅다퉁하는 모습은 박명수에게 ' 무한도전 2인자 ' 라는 또 다른 이미지를 만들게 하여 박명수라는 존재를 부각시켜주었다. <무한도전> 외에도 <해피 투게더> 역시 '유재석-박명수 콤비' 덕분에 높은 시청률이 나올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유독 박명수는 유재석이 출연하지 않는 프로그램에서는 자신의 예능감을 100% 발휘하지 못한다.  한창 그의 인기가 승승장구했을 때, 단독 MC로써 방송 프로그램을 하기도 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는 저조한 시청률 성적만 나온 채 조기종영해야만 했다.  최근에는 <뜨거운 형제> 이외에도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2개에 출연하고 있어서 뒤늦게나마 그의 예능감이 폭발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그 전만해도 박명수는 '2인자' 라는 별명답게 유재석에게 가려진 연예인으로 인식되기도 하였다. 그리고 유재석만 없으면 결코 뜨지 못하는 연예인이라는 (본인 입장에서는 자존심 상하는 소리일 수 있겠다) 좋지 못하는 평가도 받기도 한다.  

하지만, 박명수의 개그가 활짝 필 수 있는 근원에는 유재석의 존재라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그 예가 작년에 <세.바.퀴>에 출연했던 그의 방송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그 때는 같은 <무한도전> 출연동료인 정준하, 정형돈과 함께 출연하였다. 박명수는 지금까지도 밀고 있는 자신의 ' 호통+ 막말 ' 개그를 <세.바.퀴> 스튜디오에도 펼쳤다.  그런데, <세.바.퀴>에 고정으로 출연하는 연예인들에게는 박명수의 개그가 먹히지 않았다. 그들 입장에서는 박명수의 호통 개그가 쉽게 웃음으로 공감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박명수는 자신의 방송 선배인 이경실 앞에서 주눅이 들기도 했었다.  

박명수는 선배 이경실 앞에서 X가지 없으며 센 척하는 후배 이미지로 웃음을 유도하였지만 이경실은 도리어 후배 박명수에게 정색을 하며 꾸짖는 애드리브를 하였다.  이 때 방송에서 보였던 이결싱과 박명수의 모습이 실제인지 아니면 웃기기 위한 연출인지 모르겠지만, 박명수는 이경실의 개그를 받아치기가 어렵다고 스스로 속내를 밝혔다.  <무한도전>의 유재석 같은 경우에는 박명수의 호통과 막말을 부드럽게 다그쳤지만 이경실은 유재석과는 정반대로 강인한 느낌이 드는 개그로 응수하였다. 이렇다보니, 이경실-박명수의 대화는 재미있는 만담이라기보다는 실제로 서로에게 감정 상하는 대화로 끝나고 말았다. <무한도전>에서는 ' 악마의 아들 ' 로 방송 분량을 확보하던 그가 <세.바.퀴>에서는 정말 '하찮은' 박명수가 되어버려서 TV에서 그의 모습을 오랫동안 볼 수 없었다.

이 장면을 TV로 시청하고 있던 나 역시 두 코미디언의 만담이 재미있게 다가오지 못했다. 상대방이 박명수처럼 행동을 하게 된다면 재미있어 하기보다는 오히려 빈정이 상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박명수는 방송에서는 바르지 못한 행동으로는 웃길 수 있는 연예인이다. 그리고 웃기기 위해서는 유재석은 그의 개그를 빛나게 해줄 수 있는 존재이다.  

   

 

  진화심리학으로 풀어낸 웃음의 유래  

전중환이 펴낸 <오래된 연장통>은 일상적인 행동과 생활에서 발견한 진화심리학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진화심리학을 전공하는 유일한 학자이기도 하며 권위 있는 진화심리학자인 데이비드 버스의 제자이기도 하였다. (알라딘 검색창에 ' 데이비드 버스 ' 를 검색하면 국내에 소개된 그의 책을 볼 수 있다.  한번쯤은 눈 여겨 본 책일 것이다)  

 

        

데이비드 버스의 대표적인 저서  

<여자가 섹스를 하는 237가지 이유>는 최근에 우리나라에 소개된 그의 저작물이다. 

 

진화심리학은 인간의 심리를 찰스 다윈의 진화 이론을 통해서 이해하려는 학문이다. 진화심리학 이론을 이루고 있는 기본적인 메커니즘은 자연선택이다.  자연선택은 생물 개체들 간의 생존경쟁 속에서 자연환경에 따라 적응하는 생물 개체가 오래 생존하고 종족을 번영한다는 다윈이 주장하는 진화론의 기본적인 이론이다.

이 책에는 남녀의 서로 다른 심리와 행동, 여성이 쇼핑을 좋아하는 이유, 사람들이 육식을 즐기는 이유, 동성애의 기원 등 일상 속에 숨겨진 진화심리학 이론들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웃음' 과 관련된 진화심리학 이론을 통해서 진화심리학적인 시선으로 웃음의 기원과 웃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웃음의 유래는 인류의 기원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확인된다. 수백만년 전에 살았던 인류의 조상들은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다. 날짐승로부터 불의의 습격을 받을 수도 있다. 그리고 종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남자들은 짐승들을 사냥해야 했는데 운이 없으면 짐승들로부터 습격을 받아 부상을 당하거나 심지어 목숨을 빼앗기기도 한다. 그리고 동굴에 터를 잡아 정착 생활을 한다고해도 언제 들어닥칠지 모르는 날짐승의 출현과 그들의 목숨을 노리고 있는 질병이 조상들의 삶을 위협하였다. 이들이 하루하루 노심초사하면서 살아갔는지는 확인할 길은 없지만 이들에게는 이런 삶은 일상적인 삶의 일부일뿐이다. 그들도 살다가 편안한 휴식을 취할 때도 있을 것이다. 휴식은 이들에게 심리적인 안정을 주었으며 안정의 즐거움을 웃음으로 표현하기 시작하였다. 웃음이 그들의 불안한 마음을 달래주는 긍정적인 약이었을 것이다. 남들이 웃기 시작하면 자신도 따라 웃게 되는 것이 웃음의 전염적인 특징이다. 상대방이 웃는 것을 보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지고 따라 웃게 된다.   

결국, 웃음은 즐겁고 긍정적인 정서를 전달해주는 사회적 신호로 진화하였다. 처음에는 휴식을 취할 때 내는 이해불가한 소리가 자신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의 감정을 즐겁게 해주는 좋은 신호로 진화한 것이다. 

 

 

  박명수의 호통과 막말을 보면서 사람들이 웃는 이유 

사람들이 웃는 이유는 즐겁고 유쾌한 감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래서 ' 진짜 ' 웃음과 ' 가짜' 웃음으로 구별하는 과학 이론이 있다.   

TV 속에서 등장하는 개그맨들의 개그를 보면서 ' 너무 웃기다 ' . ' 재미있다 ' 라는 감정이 느끼게 된다면 우리는 저절로 웃음이 나오게 되는데, 동시에 얼굴의 입 주변이나 눈가의 근육에 변화를 주게 된다.  이를 '뒤셴 웃음' 이라고 학계에서 부르고 있는데 이 과학적 현상을 발견한 생리학자의 이름에 따온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뇌에서 발현되는 즐거운 감정 때문에 웃게 되는 뒤셴 웃음이 '진짜 웃음' 인 것이다.  반대로 웃기지도 않는데 억지로 웃는다거나 속으로는 화가 나지만 이미지상 어쩔 수 없이 웃어야 하는 웃음은 '비(非) 뒤셴 웃음' 이라고 한다.  즉, ' 억지' , ' 가짜 ' 웃음이라고 보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웃긴 개그맨이 나온다는 것만으로 뒤셴 웃음이 유발 되게 하는 상황은 아니다. 서로 모순된 관계의 상황 역시 사람들에게 웃음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명수는 막말과 호통을 일삼는 까칠한 이미지이지만, 유재석은 박명수과 정반대로 방송 진행을 능숙하게 하며 '국민 MC' 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대중들로부터 호감을 주는 바른 이미지다.  <무한도전>에서 박명수는 유재석의 진행에 대해 시기하면서 막말을 퍼붓는다. 하지만 유재석은 박명수의 말과 행동에 대해 꾸짖어 지적하기보다는 항상 웃으면서 진정시킨다.  만약. 유재석이 이경실처럼 웃지도 않은 채 지적하였다면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이들의 만담을 재미있어하기보다는 오히려 부담스럽게 여기게 된다.  <세.바.퀴>에서의 이경실과 박명수의 만담을 보는 것처럼 심각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하지만,  웃으면서 나긋이 지적하는 유재석의 진행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이들의 모습에 자연스럽게 안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되고, 박명수의 막말과 호통이 우습게 보이는 것이다.    

즉, 원래는 정색하면서 꾸짖어야 할 상황을 유재석은 반대로 웃으면서 지적하여 시청자가 예상하고 있는 상황을 비틀어서 웃음을 유발하고 있는 것이다.  

 

 

  웃음의 중요성

지금도 많은 과학자들이 웃음이 나오는 근원적인 유래와 진화 과정에 대해서 연구를 하고 있는데 수많은 이론들 중에서 ' 성선택설 ' 이라는 것이 있다. 유머와 웃음은 성선택에 의해서 진화되었다는 내용의 가설이다. 쉽게 말하자면,  여성은 유머 센스가 넘치는 남성을 선택하여 종족을 보존한다는 내용이다.  남성에게 '유머' 란 여성에게 과시를 하면서 유혹할 수 있는 짝짓기를 위한 수단인 것이다.  

비록 가설이지만 성선택설은 실제 사례에서 입증이 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에 의하면 여성은 자신을 웃기게 해주는 남성을 배우자로 선호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무엇보다도 재미있는 것은 남성은 여성의 입장과 반대이다. 남성은 자신의 유머에 대해 바로 반응하고 웃어주는 여성을 매우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성은 개그맨의 유머에 웃음을 잘 떠뜨리게 되고 일부 여성들이 선호하는 이상형에도 유머 센스가 있는 남성형이 있다.  얼굴이 그리 잘 생기지 않은 유재석이 왜 대한민국 호감 연예인에다가 신랑감 1위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리고 남성은 상대방의 유머와 개그에도 잘 웃지 않는다.  그래서 남성은 여성보다 웃음이 적은 편이다. 

하지만,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성선택설은 가설일 뿐이다. 웃음은 짝짓기를 위한 수단만으로 사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상대방에게 편안한 감정을 만들게 하는 긍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성선택설 이론 뒤에는 남녀차별적 시선이 담겨져 있기도 하다. 남성은 여성보다 유머 센스라는 유전적 특질을 가지고 있는 월등한 존재라는 것을 은연중에 드러나고 있다.    

지금도 많은 여성 코미디언, 개그우먼이 브라운관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리고 남성들 중에서도 남을 잘 웃기는 여성을 선호하는 경우도 있다. 일반인 남성 배우자와 결혼하는 개그우먼과 여성 코미디언이 있다. (조혜련, 박경림)   

웃음의 진화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가설들이 많이 있지만 몇 몇 이론의 내용들은 우리 일상 생활이 방식을 통해서 그 실체가 밝혀지고 있다.  결국, 웃음은 자연선택에 의해서 진화했다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예로부터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 라는 말이 전해내려 오고 있다. 웃음이 많은 집은 복이 온다는 뜻이다. 뜻을 더 깊게 풀이하자면 웃음이 많은 사람은 복이 많이 들어오고 결국에는 남들보다 잘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 조상들은 진화심리학으로 밝혀지기 전에 훨씬 전부터 웃음의 진화를 이해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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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조부 2010-12-10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된 연장통은 책 내용 보다도 표지 자체가 마음에 들어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드문 경우에요~
무진장 관심 많은 분야인 예능과 관련된 리뷰를 썼네요.ㅋ 평소보다 10배는 눈을 부라리고
보게 되네요.ㅋㅋ 무도 는 그럭저럭 좋지만, 저는 세바퀴는 도저히 못 보겠어요. 김구라의
열혈팬을로 의리로 보고 싶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힘들더라구요 ㅎㅎ
여자..섹스..저자의 이름이 데이빗 버스 군요. 한 번 들으면 잊혀지기 쉽지 않은데요 ㅋ

cyrus 2010-12-10 22:57   좋아요 0 | URL
ㅎㅎ 그래서 이번 글의 댓글에는 길게 쓰셨군요.
제 친구 같은 경우에는 세바퀴가 아저씨, 아줌마들이 보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는거 같습니다. 제대로 보게 되면 꼭 그렇지 않은데 말이죠.
뭐,, 사람마다 좋아하는 유머의 취향은 다를 수도 있으니까요.
저희 어머니도 세바퀴 열혈 시청자이신데 평소 이미지와는 다르게
조권의 깝을 떨 때 무척 재미있어 하더라고요. 군대 가지 전에는
그런거 좋아하는 분이 아니었는데,,, ^^;;

아,, 그리고 참고로 이 책은 진화심리학 이론을 일상 생활을 통해 풀어내서
약간은 전문적인 내용들로 채우고 있지 않답니다. 저자 역시 서문에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진화심리학이라는 학문에 대해서 심도 있게 알고 싶다면
이 책을 덮고 데이비드 버스나 다른 진화심리학자들의 책을 읽으라고 경고(?)하고 있답니다.

사실은 저자가 소개하고 있는 진화심리학 관련 책을 리스트로 작성하려고 했었는데 제가 이제 일 하러 가야되서 내일 쯤이나 리스트를 올려야겠네요. ^^;;


다이조부 2010-12-11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바퀴가 이렇게 자리를 잡게 될줄은 몰랐어요.

뻔한 구성에 고만고만한 출연자들... 한달에 1번 봐도 그 나물에 그 밥 같은데

동시간대 시청률 1위라는 말이죠~ 세바퀴가 나쁜 저질 프로 라는 생각은 안하지만

시시하고 안일하다는 생각은 종종 들었는데, 그러니까 그걸 보고 난 다음에는
기분이 나빠지는.... 이렇게 시간을 낭비하면 살면 안되겠다는 생각만 스쳐 지나가서요 ㅋ

cyrus 2010-12-11 16:14   좋아요 0 | URL
저도요ㅎㅎ
군대에 있을 때는 몰랐었는데, 전역하고 나서 프로그램의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저희 부모님이 재미있게
보시길래 저도 한 번 보게 되었는데, 재미있더라고요.
꾸랑님 말씀대로 이제는 식상한 면이 있긴 있지만,,,
중년층분들에게는 젋은 10대 연예인들이 많이 나오지 않는다는
세바퀴의 특성 때문에 즐겨 보는거 같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12-11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경실 아줌마가 좀 무섭게 생겨서...박명수와 이경실은 둘 다 전북이 고향이라 친할 것 같은데도 어쩐지 이경실 기에 박명수가 눌리는 것 같아요.


cyrus 2010-12-12 00:04   좋아요 0 | URL
네, TV 속 이경실이 좀 기가 세 보이긴 하죠. ㅎㅎ
이경실이랑 박명수랑 데뷔 년도 차이는 10년도 채
안 된걸로 알고 있고,,, 며칠전에 방송에서 자신에게 버릇 없이
굴었다는 연예인 후배에 대한 소식이 나온 걸로 봐서는
연예계에서 '경력'이 주는 영향은 무시할 수 없는거 같습니다.

양철나무꾼 2010-12-12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연선택설이라고 시작하셔서,깜짝 놀랐어요.
진화심리학은 성선택설이죠~

데니얼 대빗이랑 제프리 밀러는 좀 다른 시각에서 얘기하는 데,이것도 흥미로워요~
암튼 전중환에서 웃음 코드를 추려내시다니,,,멋지십니다~^^

cyrus 2010-12-13 12:48   좋아요 0 | URL
사실, 자연선택설이랑 성선택설의 차이가 궁금하기도 했었습니다.
처음에는 저자가 진화심리학을 설명하는 시작 부분에서
자연선택설의 개념에 대해서 언급하다가, 중반부에 성선택설이
자연선택설의 일종이라고 설명하더군요.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애매하기도 했습니다. 저자의 서문에서 진화심리학에 대해서 더 알고 싶은
분들은 자신의 책보다는 제프리 밀러나 데이비드 버스가 쓴 책을
읽어라고 하더군요. ^^

마녀고양이 2010-12-13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리뷰네요. 흥미진진합니다.

진화심리학 재미있죠?
특히 자신의 유전자 전달을 위해, 성 선택을 하는 부분... 참 생각 건덕지가 많죠.
그런데 유머가 배우자 선택의 한 요소가 된다는 가설은 첨 들어보네요?
여자 입장에서 보면, 자신을 위해 헌신해 줄 남성이 필요한데,
유머는 바람둥이의 요소가 될거 같단 말이죠. 흠. 조금 더 열심히 생각해보겠습니다!


cyrus 2010-12-13 23:28   좋아요 0 | URL
저도 읽으면서 유머의 진화 가설에 대해서 여러모로 많은 생각을 해봤습니다.
남녀 코미디언끼리 결혼하고 잘 사는 것을 어떻게 봐야할지,, -_-
어쨌든 진화심리학은 흥미로운 학문인거 같습니다.^^
 
인문/사회 분야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이번 신간도서 소개는 고르는데 그리 어렵지 않았다. 다른 평가단원분들에게는 좋지 않게 보실지 모르겠지만, 다른 분들이 소개하신 페이퍼를 참고하여 소개하기로 하였다. 

다행히도, 이번에 평가단원분들이 쓰신 페이퍼에는 내가 점찍어둔 책들을 많이 중복되어서 무척 좋았다. 이제서야 신간평가 활동이 좀 적응이 되는가보다.  

지금 내 귓가에 이적의 노래 '다행이다' 가 흐르고 있다.  라이브 음악 동영상을 올리고 싶지만 컴맹이라 못 올리겠고 , , ,  이번 페이퍼 작성의 심정을 이적의 노래 가사를 패러디로 표현해봤다. 

 

그대를 만나고 / 그대의 페이퍼를 볼 수가 있어서  

  그대를 만나고 / 그대가 소개한 책을 같이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조국 & 오현호 / 오마이북  

조국 교수라는 이름을 언론이나 뉴스에서 간혹 접한 적이 있어서 낯설지는 않았지만 그가 쓴 책들, 그리고 그의 생각들은 낯설어하고 있었다.  그리고 진보와 보수라는 것도 나와 동떨어진 주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니 , , ,   아 , , , 사실은 우연히 도서관 신간도서 코너에 발견되어서 지금 읽고 있다. 진보에 대해 문외한이다보니 이들의 대담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지 걱정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웬걸, 이들의 대화가 머릿속에 쏙쏙 들어올줄이야.   

그리고 '진보' 쪽에 서 있는 사람들의 생각을 드디어 알 수 있었다. 이들의 대담은 지루하기보다는 재미있고 흥미진진하다. 비록 도서관에서 빌린 책으로 읽고 있지만, 이 책.  집에 소장하면서 두고두고 보면 좋을거 같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 점.  

 ' 나는 진보주의자였다. '  

       

 * 뱀꼬리 조크  

예전에 군 복무하고 있을 때, 저녁 점호(밤 9시 30분 시작) 전에 선임들과 함께 생활관에서 뉴스를 보고 있었다.  그 때, 뉴스에서 조국 교수의 인터뷰 장면이 잠깐 나오게 되었다.  잘 생긴 얼굴, 그리고 자막에 떠 있는, 한 번 보면 잊혀지지 않은 이름 두 글자를 본 순간, 그가 조국 교수라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그 때, 어느 선임병이 조국 교수의 장면이 나온 걸 보고 했던 말. 

  " 저 사람은 이름이 조국이니깐 조국기도문을 잘 외우겠는데. . . ? "   

 * 조국기도문 : 군대에서 아침 점호를 하게 되면 점호를 참여하고 있는 병사 한 명이 말 그대로 조국의 안녕에 대한 기도문을 말하는 것이다.  (ex. 오늘도 모든 장병들이 한 사람도 다치지 않게 훈련이 마무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트리스트럼 헌트 / 이광일 역 / 글항아리 

마르크스와 함께 사상사에 한 획을 그었음에도 그에 대한 신상소개에 대한 책은 부족했으며 마르크스에게 밀린 감이 있었다. 그래서 <엥겔스 평전>이 반갑기도 하였다.

 ' 프록코트를 입은 공산주의자 ' 라는 부제를 본 순간, <공산당 선언> 한 글자도 읽어본 적 없었던 나는 이 책이 읽고 싶어졌다.  이 사람, , , 왠지 사상이 멋있을거 같다. 하지만, 이 책 역시 도서관 희망도서 신청 처리된 상태라서 (이 책이 이번 신간평가 도서가 될지 안 될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평가도서가 확정되기 전에 이 책을 읽을 수 있을거 같다. 평가도서 확정날을 12월 27일 정도 잡는다면 그 전에 이 책이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을지도 , , ,  

그런데, 왜 책 표지 속의 엥겔스를 보면, 에픽하이의 미쓰라진이 떠오는걸까 , , , ?     

  

 

 

 

 

 

 

 

 

 

 

 

 이정원 / 웅진지식하우스  

 우리나라 고전소설들을 '욕망' 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내고 있는 책이다.  우리나라 고전소설이 외국의 고전문학에 밀리다보니 원전을 제대로 읽는 사람이 많이 없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고전소설을 재해석한 책들은 간략히 고전소설의 줄거리들을 파악 할 수 있고 고전소설 읽기의 즐거움도 얻을 수 있다.  

   

 

 

 

  

 

 

 

 

 데이비드 몽고메리 / 이수영 역 / 삼천리 

이번 페이퍼를 작성하는 동안 평가단원분들께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이 책 역시, 위에 소개된 <엥겔스 평전>과 함께 같은 날, 같은 도서관에서 희망도서로 신청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 역시 선정되어 소장한다고 해도 아쉬울게 없다. 흙에 대한 문명사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매주 토요일마다 일간지 북섹션을 통해서 이 책을 알게 되었는데, 딱 이 책을 마주하는 순간, 쉽싸리님이 생각났다. 분명 이 분도 이번 페이퍼에 소개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역시나, 내 예상이 적중하였다.  이래서 평가단원분들의 서재를 들리게 되면 참 좋은 거 같다.  

 

 

 

  

 

 

 

 

하리하라 (이은희) / 해나무  

지금까지 신간평가 페이퍼를 작성하고 다른 평가단원분들의 페이퍼를 보게 되면 유독 과학도서가 많이 소개되지 않아서 아쉬운 감이 있었다.  나름 인문학, 과학, 사회과학, 역사 등으로 균형있게 5권을 선정하려고 해도 쉽지가 않다. 

'하리하라' 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대중 과학 저술가의 신작이다. 중학생 시절에 나온 <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 이후 그녀의 책이 나오면 꼭 읽어본다.  과학 내용들이 어렵지도 않고 재미가 있다. 이번에는 '질병' 키워드로 보는 우리 몸의 이야기이다.  이 책이 선정될거라는 희망은 없다만, 아주 좋은 과학도서이기에 소개해본다.  

  

 

* 신간도서 후보였지만, 현재 읽고 있는 책들이라서 제외해야했던 책들   

 

 

 

 

 

 

 

 

요네하라 마리 / 김석중 역 / 마음산책 

이 책이 도서관에 일찍이 소장되어서 구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전에 나온 <발명 마니아>가 국내에서 마지막으로 소개되는 그녀의 저작물인줄 알았는데, 또 나오게 되다니 , , ,  무척 반갑다.   제목에 있는 '교양' 이라는 단어부터 끌린다. 그녀 특유의 통찰력과 유머가 기대가 된다.

 

 

 

 

 

 

 

 

 노엄 촘스키 & 미셸 푸코 / 이종인 역 / 시대의 창 

사실, 촘스키와 푸코의 사상에 관해서는 문외한이다. 하지만 이 책 역시 '본성' 이라는 주제로 두 사상가의 대담이며 예상 외로 다른 평가단원분들이 이 책을 소개했다.  

그래서 정말 운이 좋게도, 오늘 도서관 신간도서 코너에서 이 책을 만났다!  

촘스키와 푸코. 사상의 연관성이 딱히 떠오르지 않지만 이들의 대담 역시 무척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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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0-12-09 18:49   좋아요 0 | URL
ㅎㅎ 정말 엥겔스와 미쓰라진 똑같네요.
알라딘 신간 평가단 알찬 것 같아요.
이럴줄 알았으면 신청해 보는 걸 그랬다 싶어요.
전 2기때 해 봤는데(그것도 신청했다 지웠는데 그게 떨거덕 되버렸거든요)
책을 너무 많이 보내줘서 리뷰를 생각보다 많이 올리지 못했었요.
부담되서 못하겠더라구요.
하지만 바뀐 걸 나중에 알았죠.
다음 9기때 신청해 볼까 하는데 내년 3월까지 아직 한참 남았네요.
물론 될지 안 될지도 모르면서...^^

cyrus 2010-12-10 10:15   좋아요 0 | URL
글 쓰신거 보면 되실거 같은데요. 다음에 다음 기수 때 도전해보세요^^
읽어야 할 책을 정하는게 까다롭지만 한 달에 두 권 정도 읽고
쓰는게 이전 기수 활동 때보다 덜 힘든거 같습니다.

2010-12-09 22: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10 1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반딧불이 2010-12-09 23:43   좋아요 0 | URL
저와 겹치는 책이 어떤 것인지 확실히 알겠네요. 그런데 사이러스님. <몸 이야기>는 저도 관심있어서 봤었는데 12월 출간도서여서 다음 달에 추천하려고 해요.

cyrus 2010-12-10 10:17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그러면 다음 달에 이 책을 추천해야겠습니다.

꽃도둑 2010-12-10 13:46   좋아요 0 | URL
조지 레이코프가 그랬던 거 같은데요? '원래 인간은 보수적이다'
나는 진보주의자라고 고백한 사이러스 님 글을 보면서 저도 한때그랬거든요, 난 확실히 진보주의자야....라고. 하지만 아직까지 나는 어느 쪽으로 기울어지지 않는 것 같네요. 중도주의를 표방하는 것 같기도 하고....암튼 진보집권플랜을 들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네요.

엥겔스 평전도 흥미롭고..몸도 그렇고.... 몸에 관해선 저는 <감각의 박물관>을 읽고 좋았던 기억이 나요. 페이퍼 잘 보고 갑니다. 추천~~^^

cyrus 2010-12-10 16:00   좋아요 0 | URL
지금 이 책,,, 중간 부분을 읽고 있어서 제가 진보주의자라고 섣불리
단정지은 점도 있는거 같습니다. 그래서 보수 입장과 관련된 책을
읽어보려고 합니다.^^
물론, 꽃도둑님이 소개하신 <감각의 박물관>도
읽어봐야겠네요. 제가 고등학생 때 나온 책이었는데,, 그 책 어떤가요?
그 때는 그 책을 선뜻 읽기가 어려워하던 나이라서요 ^^;;

다이조부 2010-12-10 17:02   좋아요 0 | URL


대구에 갈 일이 있었어요~ 대기업 취직한 대구친구가 막창 사줬는데

정말 맛있더군요. 주인장이랑 술 은 마실 짬은 안 나도 커피라도 마시고 싶어서

문자했는데 답이 없길래 전화했는데 안 받더라구요. 근데 주인장 번호로 전화가

걸려와서 다시 받았는데 아저씨(?) 음성이더군요. 차마 혹시 알라디너?묻지는 못했죠 ㅋ

cyrus 2010-12-10 22:13   좋아요 0 | URL
혹시 연말 잘 보내라는 문자를 보내신 분이 꾸랑님이신가요?
그 때 보내주신 소포 받자마자 어머니께서 얼른 소포를
처리하신 바람에,,,^^;; 꾸랑님의 연락처를 미처 못 적었습니다.
제가 새벽에 일하고 낮에는 잠만 자기 때문에 오전에는 전화를 받지
못한답니다. 제 생각이지만 아마도 낯선 번호로 거신 분이 저희
아버지일 수 있겠네요,,, -_-;; 어쨌든 연락을 받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다이조부 2010-12-10 22:26   좋아요 0 | URL

아니에요~ ㅋ

아 어쩌면 아버지 일 수 있겠네요 ㅎㅎ

대구는 출생지 이긴 한데 역시 나의 고향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만 다시 했어요 헐~

자신을 무슨 주의자 라고 규정할 수 있는 정체성이 있다는게 부럽네요 ^^

cyrus 2010-12-10 22:50   좋아요 0 | URL
부럽다니요,,, 사실 저 때 좀 과장이 좀 있었답니다. ^^;;
'진보주의자' 라기보다는 그냥 진보적인 생각에 동의하고 있다는
쪽으로 보셨으면 좋겠네요.ㅎㅎ

다이조부 2010-12-11 08:41   좋아요 0 | URL

에픽하이 미쓰라진 연상에서 다시 한 번 뿜었습니다 ㅋ

비로그인 2010-12-13 23:22   좋아요 0 | URL
cyrus님 올리신 책, 두 권이 겹치네요. 제가 옆에 쌓아둔 책 말이죠.

지난주는 정신 없었고, 이번주도 그러할 예정인데.. 잠시 짬 내어 서재 마실 다니고 있습니다. 이 곳은 올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늘 한결같아서 좋습니다.

다양한 책 소개 잘 읽고 갑니다!!






cyrus 2010-12-14 23:42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이 지금 보신 그 두 권의 책이 뭔지 궁금하네요.
바람결님 서재도 눈과 귀를 사로잡는 멋진 그림과 음악, 그리고
글을 올리셔서 한결같고 좋아요.

이제 겨울날씨가 시샘을 부리고 있으니 감기 조심하셔요^^
 
열일곱 살의 인생론 - 성장을 위한 철학 에세이
안광복 지음 / 사계절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영원히 풀 수가 없었던 시험문제

 

나는 어느 학교의 교실에 앉아 있었다. 

내 눈 앞에 펼쳐져  있는 칠판, 그리고 회색빛 교탁과 수많은 책상들. 

확실하지는 않지만 몇 년 전에 졸업한 고등학교 교실이었다. 

그런데, 나는 왜 고등학교 교실 한가운데에 앉아 있는걸까? 

갑자기 교실에 중년의 남자가 들어왔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담임선생님이었다. 

선생님의 한 손에는 하얀 종이 뭉치가 들려져 있었다.  

선생님은 하얀 종이 뭉치를 내려놓으면서 

아무 말 없이 하얀 분필을 잡아 칠판에 크게 ' 시험 ' 이라고 썼다. 

그러고는 맨 앞에 있는 학생에게 자신이 가져온 하얀 종이를 전달하였다.  

 

' 아 . . . 이것은 시험인가 보다. '  

 

고등학교를 졸업했는데도 갑자기 이 곳에 있는 이유에 대한 궁금증은 잠시, 

아무런 예고 없이 시험을 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나니 두려움이 엄습 해왔다.  

하지만 어느새 내가 앉아 있는 책상 위에 시험지 한 장이 놓여져 있었다.  

그리고 내 손에는 샤프 한 자루가 쥐어져 있었다.  

고등학교 때 배운 내용에 대한 기억이 가물가물한 상황이면서도 

이상하게도 나는 어떻게든 책상 위에 놓인 시험지의 문제를 풀려고 하였다. 

그런데 그 시험지에는 알아보기 힘든 문자와 기호들이 뒤죽박죽 나열되어 있었다.  

도저히 풀 수가 없는 문제들이었다.  

 

시험지가 잘못 인쇄된 줄 알고 나는 손을 번쩍 들었지만  

칠판 앞에 서 있는 선생님은 시험을 치고 있는 학생들을 멀뚱히 쳐다볼 뿐 어떠한 미동도 없었다.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선생님의 행동.  

나는 어떻게든 시험 문제를 풀어야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시험시간임에도 소리를 질렀다.  

 

" 이거 시험지가 잘못 나왔어요.  빨리 다른 시험지 주세요.  

지금 시험문제 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요! " 

 

소리라도 질러봤지만 여전히 선생님은 팔짱만 낀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까부터 시험문제를 풀고 있던 학생들 몇 몇이 

갑자기 나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내가 외친 소리가 그들의 귀에는 들렸는가보다. 

 

그런데, 나를 쳐다보는 학생들의 얼굴들이 무척 낯이 익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때 공부 잘 한다는 소리를 들었던 녀석들인 것이었다.  

고등학교 교실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 만나던 친구들이 한자리에 앉아 있다니 , , ,   

 

친숙한 얼굴들을 본 순간, 그들에게 도움을 구하기 위해서  

시험감독인 선생님이고 뭐고, 자리에 벌떡 일어나 친구 한 명 곁으로 다가갔다.  

중학교 때 내신 상위권에 있을 정도로 공부를 잘했으며  

나와 같은 반이 되면서 친했던 친구였다.

나는 그 친구가 풀고 있는 시험지를 봤다. 

하지만, 그 친구가 풀고 있는 시험지 역시 오류투성이었다. 

무엇보다도 신기한 것은 내 눈에는 알 수 없는 문자와 기호로 나열된  

시험문제를 그 친구는 일말의 생각도 없이 풀어내고 있었다. 

친구는 내가 옆에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채 시험문제 푸는데 여념이 없었다.

시험을 치고 있는 친구들이나 선생님이나  

교실 속에 있는 이들은 나의 말, 아니 나의 존재를 알지 못하고 있었다. 

  

딩동, 딩동, 딩동 

  갑자기 교실 안에서 스피커에서 나오는 종소리가 울러 퍼졌다. 

이는 분명 시험시간이 마감되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종소리였다. 

선생님은 종소리가 나오자마자  

학생들이 풀고 있던 시험지를 재빠르게 거둬들이고 있었다.  

 

빈 자리의 책상 위에 놓여져 있는, 

아무것도 풀지 못한 시험지마저도 . . .  

나는 그런 모습을 서서 지켜만 보고 있어야 했었다.  

  

 

  갑자기 재발한 마음의 상처      

내년에 복학을 앞두고 있는, 요즘 잠을 자게 되면 가끔씩 꾸게 되는 꿈이다. 아르바이트 때문에 밤과 낮의 생활이 반대인 지금, 아침에 퇴근하여 집에 오게 되면 낮에는 잠만 자게 된다.  그런데 낮잠에도 기억이 또렷한 꿈을 꿀 수 있는가 보다.  잠을 깨고 난 뒤에도 꿈 속 장면들이 기억이 날 정도 꾼 것은 이례적이다. 그리고 더 신기한 것은 요즘에는 자주 예전에 다녔던 고등학교 교실에 앉아 시험을 보는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항상 시험문제들을 풀지 못한 채 꿈에서 깨고 만다. 자다가 꿈에서 깨고 나면 시험문제를 풀지 못하는 사실에 대한 안타까움이 생기게 되지만 얼마 안 가 ' 아, 이것은 꿈이구나 ' 하고 뒤늦게 생각하게 된다.  고등학교도 졸업한 상태인데도 꿈 속 고등학교 시험문제에 얽매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나면 나 자신 스스로 우습기도 하다. 

하지만, 그냥 가볍게 웃음으로 치부하고 넘어갈 수 있는 그런 꿈이 아니었다. 꿈은 살아가면서 겪어가는 경험들, 그리고 느끼게 되는 감정과 의식들을 상징, 형상화되어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경험한 일이 꿈에 나타나는 현상을 심리학적 용어로 타게스레스트(Tagesrest)라고 한다. 프로이트는 경험과 감정, 의식에 대한 억압적 욕망이나 불안이 변형되어 나타난 것이 꿈이라고 정의하였다. 자의적으로 꿈을 풀이해본다면 스스로 감추고 억압했던 고등학생 시절의 불안정한 감정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4년이 지나서야 꿈 속에서나마 등장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중고등학생 때만 해도 앞을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위해서 죽어라 공부했었다. 특히 고등학교 3년은 오직 '수능' 이라는 목표를 내다보고 열심히 공부하였다. 10분이 주어지는 쉬는 시간에도 나는 책상에 앉아서 <수학의 정석>에 있는 문제들을 풀곤 하였다. 수학은 다른 과목보다 열심히 공부했지만 유독 성적이 썩 좋게 나오지 못했던 과목이였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몇 몇 주위 친구들의 시선에는 나의 이런 모습이 못마땅하였을 것이다. 지금도 그 때 친구들의 농담이 생각이 난다.  

  " <수학의 정석> 책만 보다가는 진짜 책에 구멍 나겠다. "  

  " 공부하는 자세랑 시간만큼은 정말 넌 전교 1등감이다. "

같은 고등학교에 다녔던 친구들과 만나 술잔을 기울이면 가끔 이렇게 말하곤 한다.  

  " 아, 나도 고등학생 때 너처럼 그렇게 책상에 앉아서 열심히 공부했었더라면  

   지금보다 더 좋은 대학 갈 수 있었을텐데, , , "   

성적은 공부의 양만큼 좋게 나오지 못했지만, 모든 학생들은 그런 공부하는 모습을 부러워하면서도 은근히 시기를 하기도 했었다. 좋은 의도인지 나쁜 의도인지 모르겠지만 나보다 공부 잘 하는 친구들은 나의 공부하는 모습을 칭찬 일색으로 치켜세우기도 했었다. 그러면서도 꼭 이런 말도 했었다.

  " 너무 열심히 하는거 아니야?  그러다가 쓰러지겠다. "   

그들이 친구로써 나를 위해 진심어린 말을 했었지만 듣는 나를 속으로는 무척 가슴이 쓰리듯이 언짢았다.  ' 너네들이 뭘 안다고, 나에게 이래라 저래라야.'  

그들의 칭찬과 위로가 죽도록 공부해도 성적이 좋지 않았던 나를 은근히 비웃는거 같았다. 그들과 어울리면서 공부하다 모르는 문제가 있으면 살갑게 물어보곤 했었지만 마음 속에 조금씩 열등감이 쌓아져 갔다.  처음에는 성적 결과에 대한 열등감이 시간이 지날수록 나라는 존재에 대한 열등감으로 커져만 갔다.  공부도 잘 하고, 운동도 잘 하고, 이성 친구를 사귀는 '멀티 플레이어' 친구를 보면 무척 부럽기도 하였다. 

요즘 학교 교실에 있는 꿈을 꾸고나니 마음이 뒤숭숭하기도 했었다. 이미 지나간 과거의 일에도 불구하고 가슴 속에 묵혀왔던 열등감과 분노가 나의 심기를 툭툭 건드렸던 것이다. 사춘기 시절도 지났건만 별 이상한 내용의 꿈 하나 때문에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니 , , , 

  

 

  열일곱살이 된 철학교사 안광복

이런 불안의 나날을 겪고 있는 속에 때마침 철학교사 안광복 씨가 쓴 <열일곱 살의 인생론>이라는 얇은 책을 접하게 되었다. 책의 프롤로그를 읽는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자신이 꿨던 꿈을 이야기해주면서 자신의 학창시절동안 겪은 사춘기로서 형성하게 되는 열등감이나 그 때의 고민들을 거리낌없이 털어놓고 있었다. 학창시절에 자신보다 잘난 친구들을 보면 열등감이 생겼으며 그 때의 괴로움을 치유하지 못했다고 저자 스스스로 밝히고 있다.  마음 속에 생긴 감정의 상처들을 독자들 앞에서 고백하기기 쉽지 않았을텐데 어린 독자들을 위해서 서슴없이 고백하는 모습이 존경스럽기까지 하였다.

그래서 저자는 자신보다 어린 학생들의 말할 수 없는 속내들을 이해하고 보듬어줄 수 있었다.  사춘기 시절에 한번쯤 마주치게 되는  ' 돈, 열등감, 사랑, 인생, 가치관 ' 등에 관한 문제에 대해 인문학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다. 책의 부제를 ' 성장을 위한 철학 에세이' 라고 하는 것을 보면 무척 딱딱하고 어렵게 여기기 쉽상이다.  

하지만, 안광복 씨의 글은 어렵게 쓰지 않았으며 그렇게 '철학적' 이지가 않았다. 학창시절의 기억과 경험을 인용하여 저자 자신뿐만 아니라 이 책을 읽고 있는 학생들과 함께 사춘기의 고민거리와 각종 문제들을 함께 공유하고 성찰하고 있었다. 이 책에서 마흔 살의 안광복은 23년 전으로 돌아가 열일곱살의 안광복이 되어 있었다. 철학교사답게 철학자들의 지혜를 빌려 청소년 시절에 겪게 되는 고민과 생각의 문제들을 스스로 성찰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유도해주고 있다. 

 

 

  열등감을 열등감으로 극복하기  

열등감에 대한 그의 입장과 극복 방안은 독특하다. 열등감이라는 부정적인 감정의 독을 오히려 인생의 성장을 위한 약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열등감이 크면 클수록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하고 있다. 처음에 그의 주장이 깊게 와닿지는 않았다.  고등학생 3년동안 줄곧 열심히 공부만 했는데도 이에 비례하는 성과가 나오지 않았음을 물론이고 오히려 열등감 때문에 자신의 감정이 짓눌려 스스로 괴롭게 된다.  

하지만 저자는 인간이 열등감을 느끼는 것이 곧 자신의 위치를 스스로 인식할 수 있는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평상시에 느끼는 열등감의 원인에는 남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싶다는 욕구와 남이 자신보다 잘하면 생기는 질투 때문이라고 말한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가 남들보다 뛰어나면 주위 시선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지 않는 것이다. 자신의 능력보다 못한 상대방 역시 나 자신에 대해 열등감을 가지게 되고 미워하게 된다. 어쩌면 우리가 살면서 생기는 열등감이라는 감정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순간적인 욕심에 의해 만들어진 나쁜 감정일지도 모르겠다.  이미 지난 과거의 열등감에 대해서도 분노를 느끼고 있는 것은 앞으로 나아가야할 현재의 삶에 발목을 잡고 있는 부정적인 요인이다.

 

  

  성숙된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학창시절에 생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 채 살아온 나로써 2010년이 저물어가고 있는 끝자락에서야 이 책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갑고 무척 고마웠다. 이 책을 읽고 있는 동안 어느새 나도 열일곱살이 되어 있었다. 저자가 풀어내는 학창시절의 경험들이 나 역시 겪어본 일이었기 무척 공감이 갔었다.   

피부의 상처나 염증을 오래 방치하게 되면 피부조직이 썩어 누런 고름이 생기게 된다. 과거의 쓰라린 감정의 상처 역시 그래도 놔두게 되면 앞으로 살아가야 할 삶이 순탄하지 않을 것이다. 감정의 상처는 트라우마가 되어 평생 괴로움에 살아야하며 30대, 40대, 50대, 60대가 되어서 성숙되지 못한 채 정서의 성장은 저하될 것이다. 몸은 어른이며서도 마음은 청소년이나 다름 없는 것이다.    

저자는 어른 독자들에게 철학적인 물음을 통해서 스스로 10대와 '직면' 해 보라고 권하고 있다. 이게 저자가 권하고 있는 '직면' 의 방법인지 모르겠지만, 책을 다 읽고 난 뒤 그동안 마음 속에 굳어져 있었던 학창시절의 열등감 응어리를 감상문에서 낱낱이 밝혔다.  

글을 쓰고나니 책을 다 읽고 난 뒤보다 속이 후련하다. 이번 글쓰기는 내 마음 속에 숨어있던 못된 감정들의 기(氣)를 풀어 없애는 살풀이가 되었다.  영원히 풀 수 없는 시험지를 푸는 꿈을 꾸지 않게 된다면 이번 살풀이는 성공인 것이다.  과연 성찰적(?) 살풀이가 먹혔을지 앞으로 잠 잘 때 두고봐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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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0-12-07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중에 기회되시면 <스무살의 철학>도 읽어 보세요.
문장도 좋고, 생각할 꺼리를 주기도 하죠.
17세. 전 그때 뭐했을까요?
학교 안 가고 독학으로 문리를 깨우치고 싶어했었다능...ㅋㅋ

cyrus 2010-12-08 15:00   좋아요 0 | URL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스텔라님이 소개하신 책 내용이
무척 궁금합니다^^

2010-12-08 0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0-12-08 15:01   좋아요 0 | URL
일단 며칠 정도는 두고봐야할거 같습니다. 오늘은 평소보다
오래 잠을 자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름 숙면을 취할 수 있었습니다.^^

마녀고양이 2010-12-08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제가 읽어봐야할 책이군요.
열등감.. 참 심했어요, 저.

사이러스님 복학을 앞두고 계시는군요. 오늘 글 너무 이뻤어요.
사실... 요즘 사이러스님의 서재 글을 보면, 보석 하나 발견한 기분으로 즐겁습니다.

사이러스님 시험지의 문제 묘사를 보면서,
왜 이렇게 인생 살이와 비슷할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합니다.
정말이지 모를 문자들과 정리되지 않는 상념들, 체계들, 정답이 없는 그런 문제들.
차라리.. 답과 목표가 확실한 고교 학창시절이 더 행복한거 같다 싶으면서도
다시 가라면 가기 싫은. ^^.
역시 나의 선택이 보장된 어른 시절이 나은거 같기두 해요, 더 어려운 길이긴 하지만.

복학하시면, 이제 앞일에 대해 진정 고민하시겠네요.
우리...... 천천히 가요. 한번씩 뒤두 돌아보고 주위도 돌아보면서.
그리고 오늘처럼 눈오는 하늘도 즐기며. ^^

cyrus 2010-12-08 15:05   좋아요 0 | URL
복학을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그런 꿈을 꾸고나니
내년 학업 관리뿐만 아니라 적성 준비까지 고민들이 많네요.
하지만 마고님의 댓글을 마음에 깊이 새겨 넣어야겠습니다.
오늘 마고님 댓글도 이뻤습니다. 감사합니다.^^

2010-12-08 14: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0-12-08 15:12   좋아요 0 | URL
오탈자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탈자 지적하신 분들 덕분에
저는 우리말 공부를 할 수 있어서 좋은데요.^^
나름 올바르게 쓸려고 주의를 하게 되지만 막상 쓰게 되면 쉽지가 않네요.
사실 저도 가끔 예전에 썼던 글이나 다른 알라디너의 댓글을 보게 되면,
간혹 옥의 티가 있어서 혼자 속으로 부끄러워하곤 했었는데,
다음부터는 맞춤법에 유의해야겠습니다.^^

굿바이 2010-12-08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7살의 인생론,이라니.... 잠깐 10대의 저를 복기해보니 다리가 후들거립니다^^

열등감을 극복하는 일은 죽는 날까지 숙제일 것 같습니다. 어쩌면 영영 극복은 힘들 것 같고, 그저 잘 달래면서 살아가는 것이 쉬울 듯 싶어서 요즘은 살살 달래면서 살고 있습니다.
좋은 책 정보 잘 읽었습니다~

cyrus 2010-12-08 17:04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책 읽고나니 감정을 추스르고 있답니다. 굿바이님 말씀대로
완전한 극복은 힘들거 같고, 나쁜 마음이 재발하면 다시 한 번 이런 책들을
읽어보고 좋은 문장들을 곱씹어봐야겠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12-08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소년의 순수한 마음은 없어지고 그 미성숙함만 남으니 나이는 먹어도 미성숙한 인간이란 정말 골치 아픈 존재입니다.내가 못한 것을 자식들에게 강요하는 심리가 그런 경우지요.

cyrus 2010-12-08 17:07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다. 미성숙한 인간이 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점을
자식들로부터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는 것도 안 된다고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