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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의 사이언스 토크토크 - 세상 모든 유혹에 대처하는 명쾌한 과학 사용법
이덕환 지음 / 프로네시스(웅진)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건강을 위해서 좋은 식품 먹는 것은 좋다지만 , , ,
우리 엄마는 우리 가족 건강 전도사이다. 올해 들어서 알라딘을 통해서 건강 관련 도서를 구입한 권수는 10권이 넘는다. 나랑 내 동생이 읽을 책를 구입한 권수만 합해도 아마도 20권은 족히 넘을 것이다. 건강에 무엇보다도 관심이 많은만큼 돋보기 안경을 쓰면서까지 열심히 책을 들춰보고 노트에 기록도 하신다. 그리고 노트 기록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건강 위주의 식생활로 바꾸려고 다양한 시도를 하는데 이미 짠 맛에 길들여져버린 아버지와 동생은 나이에 걸맞지 않게 가끔 밥상머리 투정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가끔 가족들에게 올바른 건강 정보 한 마디 날려주신다.
당근에는 베타카로틴이 있어서 시력에 좋고, 현미는 당뇨병 환자들에게 좋은 식품이다 , , ,
효소 식품을 많이 먹어야 한다. 유산균이 가득한 요구르트를 먹어줘야 한다 등등.
이런 어머니의 따끔한 일침에 아버지와 동생은 궁색한 변명 한 마디 못하지만 건강을 위해서 좋은 음식을 만들어줘도 잘 안 챙겨 먹는다. 반면에 나는 이미 이른 나이에(?) 건강 관리를 우선시하는 마인드가 갖춰져있다보니(아마 어머니의 영향이 있었기에 형성되었을 것이다) 어머니가 알려주는 건강 정보는 항상 귀담아 듣고, 맛이 없어도 건강에 좋은 식품이면 꼭 챙겨 먹는다. 금쪽같은 아들의 호응이 좋아서그런지 어머니는 나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 건강에 대한 좋은 내용이 있는 책이 <동의보감> 이라던데, 알라딘에도 그런 책 파냐 ? "
아이쿠, 대중적인 건강 도서를 넘어서 이번에는 허준의 <동의보감> 까지 섭렵하시려고 한다. <동의보감>이 우리나라 최고의 의학서적으로 정평이 나있지만 그렇다고 그 책에 담긴 모든 내용들이 지금의 생활 방식과 비추어보면 대부분 실효성이 없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동의보감>은 현대의학의 불치병을 고칠 수 있는 의학서적이 될 수 없다. 그 책에는 단지 조선 시대에서만 통용된 의학 지식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내가 어머니에게 이런 사실을 설명해주자 어머니는 내 말에 수긍을 하셨다. 사실 알라딘에서 시간에 출판되고 있는 <동의보감>이 있는지 검색해봤는데, 두꺼운 책 값이 무려 10만원(!)에 가까웠다. 만약에 내가 충고를 해주지 않았더라면 돈이 비싸든지 간에 어머니는 아무것도 모르고 무조건 구입을 했었을 것이다.
가족들을 위해서라면 항상 건강에 좋은 음식을 먹여주고 싶은 마음은 우리나라 모든 어머니들의 공통된 마음일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이 음식은 어디에 어디에 좋더라' 식의 정보는 귀동냥으로 얻은 것이라 잘못된 건강 지식들도 쉽게 받아들일 우려가 있다. 자신과 가족 구성원의 체질을 고려하지 않고 무턱대고 건강에 좋다고 하는 음식들을 섭취하면 오히려 건강에 해가 될 수가 있다.
<동의보감>에 대한 대중들의 지나친 믿음
이덕환 서강대 화학 교수의 신간인 <사이언스 토크토크>에서는 TV과 언론에서 주장하는 잘못된 과학 지식에 지나치게 맹신하고 있는 우리나라 대중들의 오해와 무지를 지적하고 있다. 책 제목에는 '사이언스' 라고 떡하니 표시하고 있어서 과학 지식이 부족한 독자들에게는 벌써부터 겁을 먹기 쉬울 것이다. 하지만 막상 읽어보면 전문적인 과학 지식에 대한 언급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디지털타임스>에서 연재되었던 칼럼들을 모은 책인데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짤막한 칼럼들은 우리나라 사회적 이슈를 통해서 살펴본 실용적인 과학 지식에 대한 내용으로 주를 이루고 있다.
이 책에서도 허준의 <동의보감>에 대한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동의보감>이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에 등재되기 시작하면서 <동의보감>에 대한 평가의 바람이 다시 불기 시작한 것에 대해서 저자는 <동의보감>의 의학적 가치의 실효성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동의보감>을 무조건 신비화하는 것도 올바르지 못하며 <동의보감>은 조선 시대에 편찬된 전통의학 서적일뿐이라고 딱 선을 긋고 있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TV나 언론에서 소개한 건강 식품 정보를 보게 되면 꼭 이 말이 빠지지 않는다.
" 400여 년 전에 쓰여진 허준의 <동의보감>에서도 이 식품의 효과가 증명되었다 "
<동의보감>이라는 문구만 들어가 있으면 보는 이들에게는 이 식품에 대해서 무조건 신뢰할 수 밖에 없게 된다. 한의학적으로 이미 <동의보감>에서 증명된 의학 지식이 있기는 하지만 요즘 엉터리 의학 식품이 판매되는 세상이다보니 <동의보감>이 언급된 문구를 보고 무조건 건강에 좋은 식품이라고 믿어서는 안 될 것이다.
대중들을 현혹하고 있는 TV 속 잘못된 과학 정보들
지금까지 TV, 언론, 그리고 수많은 건강서적에 알려주고 있는 의학과 과학 정보들은 대부분 과장되어 있다거나 잘못된 부분이 많다. 그리고 대중들은 아무것도 모른채 정보들을 무비판 없이 수용한다.
요즘에는 친환경 제품이 대중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환경과 건강이라는 화두를 마케팅에 내세워 대중들의 지갑을 열게 하고 있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샴푸, 린스 등이 모발과 피부에 좋지 않은 인공 화학물질로 만들어졌다는 이유만으로 '친환경' 이라는 단어가 붙어 있는 제품을 사용하려고 한다. 그러나 저자는 친환경 샴푸나 인공 화학물질 샴푸냐 별반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 머리를 감고 나서 머릿결을 한층 더 부드럽고 빛나게 보이기 위해서 친환경 샴푸에도 인공 화합 성분을 첨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친환경 샴푸가 무조건 피지와 비듬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TV 속 샴푸 제품 광고를 보게 되면 자사가 소개하고 있는 신상 샴푸를 쓰고 난 뒤의 모발 상태와 다른 샴푸를 사용하고 난 뒤의 모발 상태를 서로 비교하는 장면을 삽입하곤 하는데, 이것은 자신들의 제품의 상품성을 더욱 높이기 위한 광고 수단일 뿐이다.
샴푸 광고뿐만 아니라 우리가 TV를 통해 접하고 있는 제품 광고들에도 잘못되고 과장된 정보를 흘러 건강을 중요시하는 심리를 맞물리게 하여 대중들의 소비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최근에 천연치클껌이 판매되고 있는데, 이 제품과 관련된 TV 광고가 나의 눈길을 끌었다.
광고 속 남녀는 멋진 데이트를 즐기고 있는 중이다. 때마침 이들은 오붓한 식사를 마쳤다. 식후에는 껌을 씹기 위해서 남자는 자신이 씹고 있는 껌을 여자에게 내미는데 , , , 갑자기 여자는 남자에게 귀싸대기 한 방 날려준다. 갑작스럽게 자신의 뺨이 기습 공격을 당한 남자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나 그는 여자에게 뺨 맞을 짓을 하긴 했다. 그가 내민 껌은 인공 화합물인 '초산비닐수지' 로 만든 껌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광고 마지막에는 이번에 새로 출시된 천연치클껌의 성분에 대해서 1초 정도 자막으로 소개한다. 이 광고를 통해서 식품 회사는 자신들이 개발한 천연치클껌이 건강에 좋은 친환경 껌임을 알리고 있다.
하지만, 이 광고에도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인공적으로 합성된 화학 물질로 만든 껌이 무조건 인체에 유해한 것은 아니며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는 소지가 있다. 광고 속 남자는 여자로부터 억울하게 따귀를 맞은 셈이다. 그리고 천연 성분의 껌이 좋은 것이기는하나 천연치클껌 소비가 너무 늘어나게 되면 또 다른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치클을 얻기 위해서는 중앙아메리카에서만 서식하는 고무나무의 일종인 '사포딜라(Sapodila)' 의 수액이 필요하다. 껌을 만들기 위한 필수적인 재료인 수액을 얻기 위해서는 칼로 나무 껍질에 상처를 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사포딜라 나무의 보존이 보장되기 어려워진다. 지나치게 천연 껌을 공급하게 되면 사포딜라 나무가 절멸될 수 있으며 자칫하면 일상 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고, 씹을 수 있는 껌도 사라지는 제품이 될 수도 있다.
과학은 남이 아니라 자신을 지키기 위한 필요한 것
이 책에는 친환경 샴푸, 천연치클껌뿐 아니라 미네랄 워터, 유산균 요구르트, 식용화된 숯 등 대중들을 알고 있는 건강에 좋은 식품들에 대한 잘못된 정보들을 저자는 여러 가지 과학 이론을 근거로 오목조목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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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광고에 등장하는 과학용어는 대부분 고등학교 수준의 과학 지식만 있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넘쳐나는 광고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자신의 건강과 재산을 지키는 일은 절대 남에게 맡길 수가 없다. 과학은 남이 아니라 자신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 <이덕환의 사이언스 토크토크> 이덕환, 프로네시스, p 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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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고자하는 주장이 인용된 문장에 잘 나타나 있다. 과학이라는 학문이 과학자들과 이공계 전공자들만을 위한 학문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과학은 과학자들이 연구하는 학문이 아니라 지금 우리의 실생활에서도 체험하고, 볼 수 있는 학문이다. 과학을 외면함으로써 생기게 된 과학에 대한 무지는 우리 눈 앞에 펼쳐지고 있는 세상 모든 문제에 대해서 올바르게 판단하고 접근할 수 있는 사고력을 형성하지 못하게 된다. 과학이라는 학문을 싫어하면서도 과학자들이 말하는, 우리 실생활에 유용한 정보들만 귀담아 듣는 것이 아니다. 더욱 문제가 있는 것은 비 과학자들의 엉터리 정보에도 쉽게 현혹당하게 되는 것이다. 과학은 남들에게 알아라고 지적 허영심을 뽐내기 위한 학문이 아니다. 저자의 말처럼 오류와 과장이 가득한 세상에서 속임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그런 세상 앞에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과학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