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얼이 뭐 어때서?

 

며칠 전에 모 포털사이트 검색 순위에 '공지영 생얼' 이 있는 걸 보게 되었다. 우스갯소리로 고백하자면 '공지영 쌩얼'이라는 단어를 맨 처음 본 순간, '공지영'을 '공서영'으로 착각했다. '공서영'은 KBS N 스포츠 채널에서 활약하고 있는 미모의 여성 아나운서이다. 이쁜 외모를 뽑내는 아나운서가 생얼을 공개했나 싶어서 무심코 클릭해서 확인해봤는데 뒤늦게서야 소설가 '공지영'이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 또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여성 소설가의 생얼이 무슨 연유로 인해서 인기 검색 순위 상위권에 위치했는지 궁금했었는데 알고보니 지난 4월 대선에 자신의 트위터에 화장기 없는 얼굴로 투표 인증샷을 찍은 것에 대해 미디어워치 변희재 대표가 막말을 한 것이 네티즌들의 관심사로 떠오른 것이다. 변희재 대표는 공 작가의 투표 인증샷과 관련하여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50 먹은 여자가 생얼을 올린 것을 보고 진짜 토할 뻔했다' 라고 글을 남긴 것이 논란이 되었다. 그러자 일부 누리꾼들은 여성의 외모를 비하하는 듯한 발언이라는 반응을 보이자 그는 공 작가의 외모를 비하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얼 인증샷으로 투표 독려가 될 거라고 생각하는 그녀의 정신상태를 지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변희재는 공 작가의 외모를 겨냥해서 '50 먹은 여자의 생얼'이 역겹다고 표현했다. 자신의 트위터에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써도 좋지만 외모를 비하하는 그의 발언은 내가 생각해봐도 좀 심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토할 뻔 했다는 여자의 생얼'이 '생얼로 투표 독려 인증샷을 찍는 50살 먹은 여자의 정신 상태'라고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말의 요지를 분병히 밝혀두었지만 만약에 공 작가 말고도 평범한 50살 여자가 생얼로 투표 독려 인증샷을 찍었다면 그런 발언을 할 수 있을까? 50살이 아니더라도 40살, 30살 그리고 20살의 여자들도 생얼로 투표 인증샷을 찍을 수도 있다. 그리고 몇 몇 여자 연예인들도 쌩얼과 소탈한 옷차림으로 투표 독려의 의미를 담은 인증샷을 찍기도 한다. 하지만 여성들이 '생얼'을 공개한다는 것은 자신이 입고 있는 옷에 꽁꽁 숨겨두었던 몸매를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드러내는 것과 비슷하다. 그만큼 화장기 없는 정직한(?) 맨얼굴을 공개한다는 것은 자신의 외모에 대한 자신감과 용기가 없는 이상 불가능한 일이다. 여성들은 연예인들처럼 화장 없이도 화장한 것처럼 하얀 꿀피부를 유지하면서도 이목구비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외모를 추구한다. 그리고 화장술이란 여성의 외모룰 한층 더 돋보이게 해주는 일종의 '패션'이다. 요즘에는 외모의 단점을 보완해주기 위해서 '성형 화장술'도 여성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 많은 비용이 드는 성형 수술 대신에 간단히 화장술 한 번으로 외모 콤플렉스 극복은 물론이고 전보다 더 아름다운 미모를 가꿀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렇다보니 TV에서는 아름다운 미모를 지닌 여성 연예인이 화장기 없는 생얼을 공개했다가 네티즌들로부터 망신살을 받기 쉽상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었던 연예인들의 미모가 다 '화장빨'이라는 것을 만천하에 공개되는 것이다.  

 

여성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다양한 화장술의 유행 그리고 생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결국 외모지상주의가 만들어 낸 문화적 유행이면서도 그러한 사회적 분위기에서 만들어지게 되는 일종의 '금기'라고 볼 수 있다. 화장기 없는 생얼은 곧 외모가 뒤떨어진다고 인삭하게 되며 아무리 사랑하는 남자친구라도  화장하는 모습과 전혀 다른 자신의 생얼을 공개하는 것을 꺼리게 된다.

 

 

 

 

 프로필에 사진을 올리지 않는 이유

 

'공지영 쌩얼에 대한 변희재 막말' 논란에 대한 네티즌들의 공방전이 뜨거웠던 그 날에 나는 처음으로(!) 페이스북을 하게 되었다. 올해 들어서부터 별 별 새로운 경험을 다 하게 된다. 카카오스토리를 하게 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내갸 페이스북도 하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사실 페이스북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조별 과제 때문에 하게 된 것이지 자발적으로 하게 된 것은 아니다. 페이스북을 통해서 특정 과제와 관련된 자료 및 정보들을 조원들과 원활하게 공유하기 위해서였다. 카카오스토리를 미리 경험했기 때문에 처음에 페이스북의 다양한 기능들이 낯설지 않았지만 문제는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만나게 되었다.

 

페이스북 프로필에 자신의 얼굴이 있는 사진을 업로드해서 올리는 것이었다. 현재 친구 추가를 통해 나와 관계를 맺는 사람들의 프로필에는 거의 자신의 얼굴이 있는 사진이 많았다. 이렇다보니 나 역시 그러한 분위기에 맞춰 증명사진이라도 올림으로써 '나 자신'을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공개해야 한다. 하지만 너는 취업 준비나 국가공인기관에서 주관하는 시험 접수 등이 아닌 이상 페이스북이나 카카오스토리 같은 SNS에는 내 증명사진을 올리는 것을 꺼려하는 편이다. 나 역시 내 평범한 외모에 대해서 자신감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외모를 극복할 수 있는 셀카 찍는 방법도 잘 모른다.

 

사실 예전에 한 번은 내 얼굴이 사진에 찍히면 어떻게 나오는지 너무 궁금해서 혼자서 스마트폰으로 셀카를 찍는 시도를 해본 적이 있었다. 그 때 두 세번 정도 찍었는데 사진 속 내 모습에 나 스스로 충격을 받았다. 평소에 거울을 볼 땐 모르고 있었는데 근접 셀카로 찍은 내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양쪽 눈의 형태가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말 그대로 짝눈인 것이다. 평상시에 생활할 때는 자세히 보지 않는 한 짝눈인지 아닌지 구분할 수 없다지만, 점점 발달하고 있는 고성능 사진기술 덕분에 얼굴에 드러나 있는 콤플렉스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르네 마그리트 「교장」 1955년

 

 

 

 

 

 

 

르네 마그리트 「사람의 아들」1964년

 

 

 

 

 

그래서 처음에 카카오스토리를 시작할 때도 그렇고, 최근에 페이스북을 개설했을 때 프로필에 내 얼굴 대신에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 이미지를 업로드했다. 카카오스토리를 처음 시작했을 때 프로필 사진이 예전에 알라딘 블로그를 처음 시작했을 때 메인사진으로 사용했던 마그리트의 「교장」이었고 현재 내 페이스북 계정의 프로필 사진에는 마그리트의 「사람의 아들」이미지로 되어 있다.

 

그러자 카카오스토리에서 자주 댓글로 대화를 나누는 모 교수님께서는 남들과는 차별화(?)된 프로필 사진에 대해서 유독 궁금해하셨고 남들과 달리 자신의 얼굴 사진을 공개하지 않는 내가 특이했나보다. 오늘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에 마그리트의 「사람의 아들」이미지를 업로드하자마자 1분도 채 안 되어 모 교수님은 내 페이스북에 이렇게 댓글을 남기셨다.  '잘 생긴 얼굴 좀 공개해라'

 

 

 

 못 생겨서 슬픈 자화상

 

외모에 대한 자신감 결여 그리고 자조적인 비하는 대중매체에 의해 미(美)의 중요성이 날로 강조되는 오늘날 사회구조에 살고 있는 개인에만 인식하는 건 아니다. 인류가 등장하게 되는 원시시대부터 거슬러 올라가는 인류의 역사를 통틀어 본다면 미의 기준이 시대 및 지역에 따라서 달라지고 변화되었을 뿐 그러한 미의 기준을 통해서 인간은 자신 스스로 외모에 대해서 생각해봤을 것이다.

 

다른 나라에 비해 무척이나 외모를 강조하는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서구의 신식 문화가 유행하게 되는 일제 강점기 시대부터 여성의 외모 가꾸기가 점차 강조되기 시작했다. 1920년대부터 우리나라 최초의 화장품인 박가분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여성들은 전통적인 한복 대신에 서구 여인들처럼 원피스를 입으면서 신식 교육을 받고 자란 '모던 걸(Modern Girl)'로 변신했다. '모던 걸'이 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신식 교육을 받지 않고서도 서양식 드레스를 입고 구두를 신고, 얼굴에 화장을 하면 나름 '모던 걸'로 보일 수 있었다. 이러한 사회의 변화 속에서 점점 여성의 외모를 중요시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견디다못한 어느 여성 시인은 자신의 외모에 대한 불만을 시로 표현하기에 이른다.  

 

 

 

 

 

 

 

 

 

 

 

 

 

 

 

 

 

 

 자화상

 

                                                 노천명

 

 

 

  5척 1촌 5푼 키에 2촌이 부족한 불만이 있다. 부얼부얼한 맛은 전혀 잊어버린 얼굴이다. 몹시 차 보여서 좀체로 가까이하기 어려워한다.

  그린 듯 숱한 눈썹도 큼직한 눈에는 어울리는 듯도 싶다마는...

  전시대(前時代) 같으면 환영을 받았을 삼단 같은 머리는 클럼지한 손에 예술품답지 않게 얹혀져 가냘픈 몸에 무게를 준다. 조그마한 거리낌에도 밤잠을 못 자고 괴로워하는 성격은 살이 머물지 못하게 학대를 했을 게다.

  꼭 다문 입은 괴로움을 내뿜기보다 흔히는 혼자 삼켜 버리는 서글픈 버릇이 있다. 세 온스의 '살'만 더 있어도 무척 생색나게 내 얼굴에 쓸 데가 있는 것을 잘 알건만 무디지 못한 성격과는 타협하기가 어렵다.

  처신을 하는 데는 산도야지처럼 대담하지 못하고 조그만 유언비어에도 비겁하게 삼간다. 대[竹]처럼 꺾어는 질망정

  구리[銅]처럼 휘어지며 구부러지기가 어려운 성격은 가끔 자신을 괴롭힌다.


 

 

 

시인은 작은 키, 복스럽지 못한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짙은 눈썹 등 조화를 이루지 못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그녀의 대표작 '사슴'에서는 갸날프고 여린 동물을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라고 표현했건만 '자화상'에서는 자신의 부족한 외모에서 드러나는 성격에 대해서 서글퍼하고 있다.  이런 모습 때문에 세상과 화합하지 못하게 된다고 직설적으로 고뇌를 토로하고 있다. 이러한 외모로 인한 열등감이 짙은 성격 탓에 세상과 타협하지 못하는 고뇌를 표현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시인은 '언어적 자화상'에 자신의 부족한 외모만 표현하지 않는다. '자화상' 속에는 외모나 성격의 일면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세상에 대한 거부감도 담겨 있다. 즉, 그러한 세상과의 부조화를 인정한 채 살아가겠다는 곧은 의지의 자존심 역시 드러나 있다.

  

 

 

 못 생겨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

얼굴이 못 생겨서 죄송합니다.
얼굴이 잘났으면 앞줄에 섰을텐데
풍채라도 좋았으면 어깨라도 폈을텐데
그래도 남자라고 울지도 못하고
가슴에 쌓인 한을 풀기 위해서
이제는 조용히 조용히
뭔가 보여주고 싶습니다.
뭔가 보여주고 싶습니다.  ♩♪

 

 

 - 이주일 노래 '못 생겨서 죄송합니다' 1절 -

 

 

코미디의 황제 故 이주일 씨의 수많은 인기 유행어 중에 '얼굴이 못 생겨서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있다. 그리고 유행어의 인기를 힘입어 동명 유행어을 제목으로 딴 노래가 나오기도 했다. 이주일 씨는 20여년의 무명시절을 보낸 뒤에 본격적으로 방송에 데뷔하여 MBC '웃으면 복이 와요'로 늦깍이 인기를 얻게 된다. 못 생긴 얼굴로 인해 정상적인 방송의 데뷔가 어려웠던 그는 자신의 외모 콤플렉스를 장점으로 끌어내 80년대를 주릅잡는 코미디의 황제로 군림하게 된다. 사실 그는 어린시절부터 못 생긴 외모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따돌림과 멸시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노래 가사처럼 '남자라고 울지도 못하고 가슴 속에 쌓인 한을 풀기 위해서' 대중들 앞에서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었고 세상을 떠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는 그를 최고의 코미디언으로 기억하게 만들었다.

 

외모의 단점을 극복하는 방법은 사실 어렵지가 않다. 간단하게 성형수술로 보완하면 된다. 아름다운 외모를 돋보일 수 있다면 성형수술에 투자하는 비용에 높더러다도 개의치 않는다. 이뻐질 수 있다면 수술하고 난 뒤 며칠동안 얼굴에 감도는 진통을 참아낼 수 있다.  

 

하지만 아름다운 외모도 중요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의 아름다움 역시 중요하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했다. 꽃은 피어도 열흘을 못 넘긴다. 꽃이 금방 지게 되는 것처럼 그 아름다운 외모라도 오래가지 못한다. 하지만 내면 속 아름다움은 무한하며 이를 가꾸기 위해서 굳이 비싼 비용이 들지 않을 뿐더러 간단하기까지 하다. 여기서 말하고 있는 '내면적 아름다움'이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관념적인 대상으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자신과는 다른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알고, 사회적 약자를 무시하기 보다는 항상 겸허한 자세로 임하여 거리낌없이 손을 내밀 줄 아는 선(善)의 마음이야말로 내면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행동이다.

 

나는 이주일 씨처럼 못 생긴 외모를 극복하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나만의 개성을 보여주고 싶다는 말을 자신있게는 못하겠다. 하지만 진정한 내면적 자아의 아름다움을 조용히 보여주고 싶다. 얼굴이 좀 못 생겨서 그렇지 마음만은 잘 생기고 성품이 좋은 훈남이자 꽃미남이다. '꽃미남'이 아니라 '곧미남'이 될 사람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훈남'이 될 '흔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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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2-05-06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워낙 내 개인정보도 내것이 아니지만, 얼굴을 공개해서 너나없이 다 본다는 것도 썩 흔쾌한 일은 아니죠. 르네 마그리트로 주욱~밀고 가셔도 좋을 듯해요.^^
곧미남과 흔남님께 박수를!!

cyrus 2012-05-07 21:21   좋아요 0 | URL
사실은 저도 나름 잘 생겼다는 소리 듣는다면 당당하게 얼굴 사진을
올릴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그냥 마그리트 그림으로 밀고 나갈려고 해요 ^^;;

노이에자이트 2012-05-07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주일 씨 이야긴데...좀 오래된 일이라서 가물가물하지만 이주일 씨는 전성기 때 엠비씨에서 못봤어요.이주일 씨가 한참 영화에 나오고 그럴 때 포스터가 나붙던데 호남지방에선 방송으로는 못본 것 같아요.이주일 씨는 TBC로만 볼 수 있었다 하고 TBC는 수도권과 부산 일부에서만 볼 수 있었거든요.혹시 부모님이 50대 이상이면 이거 한 번 확인해서 알려주세요.

cyrus 2012-05-07 21:23   좋아요 0 | URL
저는 이주일 씨 활동을 두 눈으로 본 적이 없는 나이라서 자세히는 모르지만
제가 그나마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웃으면 복이 와요'를 통해서 그가
본격적으로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렸다는 사실과 하춘화를 구했던 이리역 사고
외에는 저도 모르는게 많습니다. 일단 더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

마녀고양이 2012-05-06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남이거나 미녀면 아무래도 좋은 점이 있지요.
하지만 미남미녀나, 돈이 많다는 것이 행복과는 거리가 있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역시 중요한 것은 매력이고, 자신만의 독특성을 살릴 수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두 하구요.

흐흐... 사진 올려주시면, 꽃미남인지 훈남인지, 아님 흔남인지 의견을 알려드릴게요~

그런데, 공지영씨 생얼에 대한 표현, 참..... 내참나....

cyrus 2012-05-07 21:24   좋아요 0 | URL
맞아요, 나만의 매력이 중요하죠. 하지만 제 스스로도 나만의 매력이
뭔지 모르는 상황이라서,, 사진은,, 쪼금,, 곤란하네요. ^^;;
죄송해요 ㅜㅜ ㅎㅎㅎ

이진 2012-05-07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마고님처럼 어이없을 뿐이에요.
공지영이 또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걸보고 클릭했는데 한참을 어이가 없어서 멍하니 있었죠.
뻔히 공인이라는 사람이(어찌보면 공인이겠죠...?),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인간이 어쩜 사람을 보고 토할 것 같다는 표현을 할 수 있는지.

프로필 사진에 지금껏 두 명의 남자 사진을 했는데 두 남자 모두 잘생겼고, 저로 오해를 받아서 난감했지요. 저는 잘생기지도 탁 튀지도 않는 외모이기에 부풀려지는건 원치 않거든요. 마음이 잘생겨야 꽃미남이라는 말 훈훈하게 공감하고 갑니다 ㅎㅎㅎ

cyrus 2012-05-07 21:26   좋아요 0 | URL
그렇죠, 그냥 품위 있게 '싫다'라고 말하면 크게 논란으로 점화되지 않을
작은 해프닝으로 끝날텐데 말이죠.

한 때 이진님 서재 메인사진에 올렸던 남자 사진, 알고 있습니다. ㅎㅎㅎ
그리고 카스토리에 올리신 사진, 이진님 맞죠? 눈이 매력적인데요 ^^

stella.K 2012-05-07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생긴 것도 능력일지는 모르나 그게 진짜 능력은 아니지.
우리나라 꽃미남, 꽃미녀들 좀 확일화된 느낌 있잖아.
난 요즘 그 사람의 생김 보단 헤어스타일에 관심이 많아졌어.
좀 못 생겨도 헤어스타일이나 매너에서 먹고 들어가는 게 8,90%이라고 생각해.
그러므로 시루스나 소이진 전혀 꿀릴 거 없다.
그리고 그렇게 말하는 사람치고 진짜 못 생긴 사람 못 봤다.
그러니 사진 올려 보아라. 감정해 보고 알려줄게.ㅋㅋ

난 사람 생김 가지고 뭐라고 하는 사람 진짜 그런데
저딴 망발을 하는 게 매스컴의 영향이 많은 것 같아
개그의 소재로 잘 쓰잖아. 말을 함부로 하는 경향도 많고.
그게 개그라고 무책임하게 뭉개버리는 거.
개그가 한 차원 놓아지면 저런 망발도 수치가 좀 낮아지지 않을까? 쩝

cyrus 2012-05-07 21:27   좋아요 0 | URL
헤어스타일,, 사실 최근에 외모 고민하면 헤어스타일도 꼭 생각하거든요.
제가 직모라서 머리가 길어지면 지저분해보이고 뭔가 답답해보여요 ^^;;
그래서 항상 파마 스타일로 유지하려는데 머릿결 상할까봐 파마를
매번 할 수도 없고,, 정말 멋진 헤어스타일 찾는게 쉽지 않네요.

조선인 2012-05-07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흔남과 곧미남이 뭘까 하고 들어왔는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cyrus 2012-05-07 21:28   좋아요 0 | URL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감사합니다. ^^

감은빛 2012-05-07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역시 온라인 상에서의 개인정보 노출 문제 때문에
페이스북 이용을 망설이다가,
꼭 써야할 일이 생겨서,
결국 실명이 아닌 필명(감은빛)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살면서 적을 많이 만들고 살았기 때문에 실명을 쓰기가 꺼려지더라구요.)
당연히 사진은 올리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활동을 하다보니
제 사진이 누군가에 의해 올려지고, 유통되더라구요.
또한 제 의지와 상관없이 본명도 여기저기 알려지고,
또 요구하는 분들이 자꾸만 생기더라구요.

여기 알라딘을 본격적으로 쓰기 전,
제법 오랫동안 블로그 이웃으로 지내던 한 분이,
트위터에 누군가가 올린 제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던 적도 있었습니다.
(아마 너무 못생겨서 깜짝 놀랐겠죠? ^^)

저도 조선인님처럼 흔남과 곧미남이 무슨 뜻일까 궁금했는데,
그런 뜻이었군요. ^^

cyrus 2012-05-07 21:31   좋아요 0 | URL
네. 요즘 외모지상주의만 강조하다보니 그와는 반대인 '흔남'(흔히 볼 수 있는 남자), '곧미남(곧 미남이 될 꽃미남이라고 할 수 없는 남자)'라는
단어가 온라인상에서 유행했었습니다.

저도 감은빛님처럼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얼굴 사진을 나와 관계를 맺지 않은
수많은 사람들이 그걸 본다는 게 좀 꺼림칙하긴 해요. ^^;;

비로그인 2012-05-07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저도 그랬으면 좋겠네요~ 흔남이지만 곧미남!! 외모에 대한 자신감 결여는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카메라에 얼굴이 찍히는 걸 무지무지 싫어해요. 그런데 아름다운 얼굴을 보는 건 좋아하니, 이건 참 모순 같기도 하네요. 잘생긴 걸 떠나서 아름다운 얼굴이 있는 것 같아요. 그 사람의 덕성과 기운이 흘러나온다고 하나요? 저도 그런 얼굴로 늙었으면 좋겠어요.

cyrus 2012-05-07 21:33   좋아요 0 | URL
제 친구 말로는 사진 찍기 싫어도 한 번씩 자신의 얼굴을 담은 셀카 정도를
한 두 장 정도는 찍어줘야한다고 하더군요, 나중에 살다보면 셀카 찍는
시간이나 기회도 없을거고, 인생의 절반을 살고 난 뒤에 보면 정작 '나'의
온전한 모습이 담긴 사진이 없다면 서글프다나 뭐라나.. 하긴
그 친구 말도 일리가 있다고 봐요. 유명한 화가가 아무리 수많은 그림을 그렸어도 자화상 한 점 없으면 이상하잖아요 ㅎㅎㅎㅎ

끼라 2012-05-13 0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사람들의외모지상주의는세계일등이다.몇년전외국에서생활할때국제학교에다니면서수업시간에우리나라성형대국에대해발표한적이있다.그때알았던사실로 이미히틀러시대부터독일군인이외모가뛰어난사람이진급도훨씬빨라서그때이미얼굴에칼을대었다고한다.미
남미녀가되고싶은인간의원초적인속성을배제하고싶진않지만난누구보다도내면세게의아름
다움을중요하게생각한다.거기서내공이 나오 고제대로된삶의철학이나온다.미용성형으로 삶이윤택해지고긍정적으로 산다면좋지만과유불급이라고 절제속에서적절한조화를이룰수있으면좋겠다.
 

 

거칠게 읽습니다.

폴 오스터의 한글 번역본 읽습니다.

폴 오스터 영어원서 읽기와 혼동하시면 아니 됩니다.

일단 한번 제 손을 잡으셨다면 놓기 쉽지 않으니 잘 결정하시고 들어와주세요. 쿠후훗.

거대한 괴물

폴 오스터 | 황보석 옮김

열린책들 2002.10.05

리딩 모집 기간. 2012년 5월 1일 ~ 5월 11일

함께 읽는 시간. 2012년 5월 13일 ~ 6월 15일

함께 읽을 사람. 폴 오스터의 문학 세계를 성실하게 탐구하실 분들

혹은 폴 오스터 잠깐 맛보고 싶은 변덕스러운 분들.

리딩 참여 방법. 이 게시물 스크랩 후 링크 주소와 참여하고픈 소망을 댓글로 간절하게 내비친다.

(블로그 없는 분들은 본인의 SNS에 참여글 작성 후 댓글을 남긴다).

멋진 그대들 짱. [거대한 괴물]을 자유롭게 읽는 동안 달궁 카페에서 성실하게 활동한

그대들에게 소소한 선물 준비!!!

성실하고 발랄하고 발칙하게 읽는 회원분들은 달궁의 다른 활동 지원시 가산점이 붙습니다.

2012년 5월 12일 함께 읽을 이들 발표합니다.

어떻게 읽을지 역시 12일 함께 발표합니다.

 

 

 

 

 

 

 

 

 

 

 

 

 

 

 

 

 

 

 

 

나는 특정 작가의 소설을 읽을 때면 먼저 처녀작부터 읽는 것을 철칙으로 여겼다. 그래서 이번에 처음으로 폴 오스터의 소설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오스터의 작품 발표 연보에 의하면 공식적으로 출판된 작품이 『뉴욕 3부작』(1986년)다. 하지만 '폴 오스터'라는 이름으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전에 무명시절에 '폴 벤자민'이라는 가명으로 1976년에 『스퀴즈 플레이』를 집필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스퀴즈 플레이』를 먼저 읽으려고 했는데 내가 가입했던 '달의 궁전'에서 진행할 독서 프로젝트에서는 『거대한 괴물』을 첫 번째 선정도서로 선정하는 바람에 폴 오스터 읽기의 첫 작품으로『거대한 괴물』을 읽어보려고 한다.

 

『거대한 괴물』은 무명시절에 쓴 처녀작을 포함해서 오스터가 쓴 7번째 작품이다. 거의 '폴 오스터' 특유의 문학적 성숙도가 완성되어가는 시점에서 발표된 소설이라 오스터 문학을 이제 접한 나 같은 '초짜'에게는 좀 이른 감은 있지만 일단은 속는 샘 치고(?) 읽어봐야겠다. 

 

그런데 원작이 토머스 홉스의 『리바이어던』에 모티브를 두고 있는 것 같은데 홉스의 책도 읽어봐야하나...?   독서를 하게 되면 그 책과 연관되는 내용까지도 알아아하는 성격이라 이왕이면 홉스의 사상도 알아둘 겸 읽어보면 좋겠지만... 그러기에는 지금 이 책 말고도 읽어야 할 책들이 많아서 일단 sk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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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2-05-04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사진이 안 보이네.
이거 재밌겠다. 하긴 선물이 있어야 참여할 맛도 나지.ㅎ
그래서 폴오스터 전작을 다 훑는 건가?

cyrus 2012-05-04 22:36   좋아요 0 | URL
다시 수정했어요, 그냥 드래그해서 복사해서 붙여넣으니깐
액박이 뜬거 같네요. 전작을 다 읽는건지 모르겠어요, 지금까지 나온
오스터의 작품 중에 소설만 해도 수십권 넘으니까요. 활동이
유지된다면 전작읽기가 불가능할 것 같지 않다고 봐요 ^^

지민맘 2012-05-05 0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네네- 폴 오스터의 전작 다 훑습니다.
사이러스님의 이웃분들은 모두 다 참여해주세요~~~~~~~~~~

수이 2012-06-24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이러스님~
이제 곧 읽기 시작할 예정이랍니다.
확인 댓글 부탁드려요. :)
 

 

 

 

 

 

 

 

 

 

 

 

 

 

 

 

 

 

 

 

 




                                        김광규


죽을 때까지 이어지는
삶은 끊임없는 연속입니다
쉴 새 없이 뛰는 심장
숨 쉬는 허파
가슴 속에 품은
사랑도 그렇지 않은가요
산책을 하다가 피곤하면
길가의 벤치에 앉아 잠시
쉬어가듯이
우리의 삶도 사랑도 그렇게
가끔 쉴 수 있다면
좋으련만


 


하루 또 하루가 그렇게 지나가버렸다.
항상 이렇게 살아왔었지만 지금이야말로 제일 바쁜거 같다.
정말 정신이 없을 정도이다.
뭐... 지금 남은 생애동안 수많은 경험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긴 하지만...
우리 눈앞에 기다리고 있는 하나의 거대한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
바지런하게 박차를 가하는 것도 좋지만
바쁘게 돌아가는 삶에 지쳐버린 정신의 영혼을 위해서 한번쯤은 쉬는 것도 중요하다.





사족) 요즘 카카오스토리에 푹 빠져서 그런지 짧은 글쓰기에 재미 들렸다.

가끔씩은 이렇게 짧은 글을 쓰는 것도 나쁘지 않은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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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2-05-03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토리에 올리신 글에는 친구분과 이야기중이신듯 하여 선뜻 댓글을 옷 달았는데 여긴 달겁니다. 그때 올린 비를 좋아하는 사람...도 좋았고 이 시도 좋아요. 기분좋은 심장박동의 떨림과 소리가 느껴지는 것 같아서 설레네요..루스님이 뽑아주시는 시들도 좋아요. 쉬운 단어를 사용하고있고 그리 어렵지 않지만 아름다운, 예쁜 시들. 어린 제 연령에 딱 맞아요.

cyrus 2012-05-03 22:25   좋아요 0 | URL
ㅎㅎ 저도 막상 이진님에게 안부인사라도 남기고싶었는데 님과 마찬가지로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이참에 이진님이 댓글 달 수 있게 좋은 시나 책 인증샷 올려야겠군요 ^^

카스피 2012-05-03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카카오 톡이라 아직도 2G를 쓰는 저에게는 마치 딴나라 이야기 같네요^^

cyrus 2012-05-03 23:06   좋아요 0 | URL
카스피님도 얼른 3G로 갈아타시는게 좋을듯해요 ^^
 

 

 

4월에 알라딘 블로그를 뜸하게 활동했던 이유가 중요한 시험 때문인 것도 있지만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원하는 호기심을 가진데다가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지향하고 싶은 성격이라서(그렇다고 내가 외향적인 성격은 아니다, 여기서 말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는 오랫동안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인맥을 가리킬 뿐이다) 어느 정도 적당한 선에서 교류에 적을 두는 몇 몇 인터넷 카페가 있다.

 

 

2년 전만 해도 이름만 들어보면 누구나 다 아는 유명한 출판사의 인터넷 공식 카페에서도 알라딘 블로그 못지 않게 글을 쓰고 댓글을 다면서 열심히 활동하곤 했었는데 요즘에는 접속이 뜸해졌다. 간간이 접속해서 들어와서 카페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눈팅만 잠깐 할뿐이다. 안 그래도 학업 때문에 카페 활동에 점점 소홀히 하다보니 어느새 그림자 회원이 되고 말았다. 카페에 글과 댓글을 남기지 않은 채 몰래 접속해서 확인해보는 회원이 된 것이다. 비록 온라인 공간에서의 만남이지만 카페에 활동하다보면 친한 회원들이 늘어나게 되며 친분 관계가 돈독해지만 직접 오프라인에서 만나서 술 한 잔 할 때도 있다. 작년부터 모 출판사 카페 몇 몇 회원분들과 친분을 맺기 시작하면서 내가 직접 서울에 상경하여 만나기도 했었다. 친한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라면 대구에서 서울까지 왕래하는 데 드는 비용쯤은 아깝지가 않았다. 하지만 복학하고 난 뒤부터는 서울에 갈 수 있는 교통비 한 번 마련하는 것도 쉽지가 않다. 내가 운전을 잘 하고 자가용을 소유하고 있었다면 서울쯤이야 틈만 나면 갈 것이다.

 

 

 

 

 

 

 

 

2012년 5월 1일. 참으로 특별한 날이다. 따뜻한 5월을 시작하는 첫날이면서도 근로자의 날이다. 그리고 울 학교 개교기념일이다.(^^;;)  즉, 오늘은 학교를 가지 않았다. 그것뿐만 아니라, 카페 활동 덕분에 친분이 있었던 분들이 따로 모여 새로운 카페를 창설했다.

 

 

 

 

 

 

 

 

 

 

 

 

 

 

 

 

 

 

 

온, 오프라인 독서모임 활동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인터넷 카페인데 이름이 '달의 궁전' 이다. 평소에 폴 오스터의 소설을 즐겨 읽은 독자라면 카페 이름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카페명답게 폴 오스터의 소설을 읽고난 후 자유롭게 글을 남기거나 댓글을 달 수 있는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회원분들 중에는 폴 오스터의 소설을 좋아하는 분들이 꽤 있다. 아무래도 폴 오스터의 소설을 출판하는 열린책들 출판사를 제외하고 폴 오스터의 소설을 좋아하는 매니아 독자팬들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인터넷 카페는 '달의 궁전'이 처음이라고 생각된다. 그렇다고 폴 오스터의 소설만 읽는 것은 아니다.

 

 

 

 

 

 

 

 

 

 

 

 

 

 

 

 

 

'달의 궁전' 회원분들이 나처럼 새로운 것을 원하고 욕심이 많아서(?) 그런지 찰스 부코스키의 소설을 함께 읽기도 한다. 내가 읽고 있는 세계문학의 범위가 너무 고전에만 한정되어 있다보니 폴 오스터와 찰스 부코스키의 소설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이번 기회에 폴 오스터 읽기에 도전하고 싶은데, 번역된 작품들만 해도 수십권 정도 되니 과연 몇 권까지 읽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작년까지 읽다만 도스또예프스끼 읽기도 다시 시작해야 되는데...

 

'달의 궁전'은 단순히 한 권의 책을 읽고 만나는 단순한 독서모임이 아니다. 책뿐만 아니라 영화, 음악, 미술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쏟아지고 있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영화 리뷰를 읽으면 되고,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냥 카페 BMG에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면 된다. 이 곳에는 각양각색의 취미를 가진 이야기꾼들이 모여 활동하고 있다.

 

요즘 학업에 열중하고 있어서 그런지 지금 하고 있는 것과는 다른 무언가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은 간절한 욕망이 들 때가 많다. 각끔 내 자신 스스로조차도 지루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이번 기회에 '달의 궁전'에서 관심의 폭을 넓혀보고 싶다. 그리고 좀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다. 그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다.  

 

2012년 5월 1일, 새로운 경험을 시작하기에 딱 알맞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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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티카카 2012-05-01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재미있는 일을 하시는 군요! 제목만큼 산뜻합니다. 저도 이사 준비 중인데 새로운 마음으로 부지런한 일상을 가꾸어 나가야겠네요 ㅋㅋ

cyrus 2012-05-03 19:42   좋아요 0 | URL
맞아요,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지금 새로운 걸 시작해도 늦지 않죠 ^^

비로그인 2012-05-01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쁜 와중에도 새로운 경험의 간이역을 발견하셨군요, cyrus님! 북카페 이름이 참 마음에 들어요. 문펠리스, 달의궁전. 주인공이 달걀 떨어뜨리는 장면이 유독 기억에 남아요. 폴오스터의 다른 작품은 별로 안 읽어봤지만요. 저도 요새 새로운 문학 커뮤니티가 없을까 찾고 있는데, 지금 진행중인 커뮤니티를 더 돈독하게 하는 걸 우선으로 삼아야겠어요. 얇은 문어발은 그닥 매력적이지 않잖아요 ㅎㅎ

cyrus 2012-05-03 19:43   좋아요 0 | URL
저도 최대한 많이 가입하지 않되, 깊으면서 오랫동안 활동하는 것이
카페 활동의 철칙입니다. 사실 말이야 쉽지 바쁜 일상에 치인다거나
또 다시 새로운 것에 몰두하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요 ^^;;

이진 2012-05-01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 판타지 소설카페에서 벌써 4년이 넘게 활동하고 있어요.
이 카페에서만큼은 저도 한 권력(스탭까지는 되지 못했더라도)했었는데 중학교 3학년에 접어들고 나서는 친한 사람들 모두가 학업에 치중한터라 저도 자연스레 뜸해지게 되고 친한 분들이 7~8명 정도 있는데 그 중 한 사람하고만 매일 연락하고 지내요. 그 친구는 제가 서울에 올라갈때마다 만나서 놀기도 하지요 ㅎㅎㅎ

cyrus 2012-05-03 19:44   좋아요 0 | URL
와~~ 4년 대단하시네요. 저 같은 경우에는 가입해서 길게 활동해봤자
간신히 1년 채웠어요 ^^;; 이진님도 온라인에서 만난 회원분들을
실제로 만나고 하셨군요. ^^

blanca 2012-05-01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되게 낭만적인 까페네요. '달의 궁전'이라니요. 저는 아직 폴 오스터의 소설을 읽어보지 못했지만 cyrus님 얘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책 얘기를 하는 풍경이 그려져 따뜻해집니다.

cyrus 2012-05-03 19:44   좋아요 0 | URL
저도 이번 기회에 폴 오스터의 소설을 읽어보려고 해요. 취향이 맞을진
모르겠지만 한 번 시도해보려고요 ^^

stella.K 2012-05-02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폴 오스터 읽다가 포기했는데. 저 달의 궁전 같기도 하고...
지금 다시 읽으면 어떨지 몰라. 예전엔 미국 문학이 그렇게 안 읽혀지더라구.
근데 요즘은 간간이 읽으니까 나름 좋더라구.
네가 딱 좋아할만한 거네. 열심히 잘해 봐.^^

cyrus 2012-05-03 19:46   좋아요 0 | URL
뭐랄까요? 제 생각이지만 미국문학 중에 시기상 포스트모더니즘을 포함시키는
현대 문학들이 뭔가 어려우면서 읽혀지기가 쉽지 않은거 같아요. ^^
 
삶을 바꾼 만남 - 스승 정약용과 제자 황상 문학동네 우리 시대의 명강의 1
정민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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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부에 목마른 더벅머리 소년, 정(情)을 그리워한 노학자

 

인연은 바람처럼 스쳐지나간다는 말이 있다. 스쳐지나가는 찰나적 만남은 한때의 마주침이라 기억도 나지 않는 만남에 불과하다. 그래서 한 번 맺어진 인연이 사람의 명이 다할 때까지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은 쉽지 않을뿐더러 그 만남으로 인해 인생 전체가 확 달라지게 되는 삶이 연출될 수도 있는 '운명적인 만남'이라는 것도 있다. 사실 우연한 만남이 운명을 바꾸는 기적으로 바뀌는 경우도 많으며 한 사람의 인생 자체를 넘어서 역사의 흐름 한 줄기를 또 다른 방향으로 흘러들어가게 할 수 도 있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서 생각지도 못한 사람을 만나 생각지도 못한 관계로 발전하는 만남, 그런 만남은 정말 운명을 바꾸는 만남이다. 오랜 기간의 만남은 인연의 폭과 골을 넓고 깊게 만든다. 그런 만남의 인연(因緣)은 아름다운 연인(戀人)으로 바뀐다.

 

비록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 않지만 다산 정약용과 그의 제자 황상의 만남은 우연의 만남으로 인해서 맺어인 인연이 평생동안 서로를 의지해주는 사제로 이어지게 된 극적이면서도 대단한 관계이다. 역사에서 '만약~했더라면'으로 시작하는 가정법이 있기 마련이다. 만약에 정다산이 강진으로 유배되지 않은 채 조정 내에서 승승장구한 학자로서의 삶을 유지했다면 지금까지도 불가사의한 업적으로 평가되는 강진에서 이룩한 학문적 성과물들이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비단 정다산의 학문 업적에만 손실을 얻는 건 아니다. 진실되게 한결같이 자신을 믿고 따르는 훌륭한 제자 한 명을 만나지도 못했을 것이다.

 

1802년, 전남 강진에서 유배 생활을 하기 시작했던 정다산은 외인이나 다름 없었다. 저 멀리 한양에 살고 있는 부인 그리고 그의 아들들이 너무나고 보고 싶었고 그리웠다. 그가 좋아하는 학문 수양과 시작(詩作)만으로도 관계의 정(情)이 결핍된 자신의 감정을 추스릴 수가 없었다. 그는 자신의 처지에서 비롯된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서 주막집에 작은 서당을 열어 그 곳 마을에 사는 아이들을 가르치게 되었다. 서당에 모여든 아이들 중에는 공부와는 거리가 먼 까막눈들도 있었지만 정다산은 친절하게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글공부를 시켰따. 서당에 공부하는 아이들 무리 중에는 지방 관아의 하급관리 아전의 아들이었던 열다섯 살 더벅머리 소년도 있었다.

 

어느 날, 서당에서 공부를 마친 아이들이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고 있을 때 정다산은 그 더벅머리 소년을 따로 불러 서당에 남도록 했다. 그러자 소년은 스승과 단 둘이 있는 상황 때문인지 긴장감이 역력했지만 기다렸다는 듯이 스승에게 질문을 던진다. 아니, 질문이라기보다는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억눌린 감정들을 뱉어내는 듯한 고민에 가까웠다. 그러자 정다산은 친절하게 소년의 고민을 들어주며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해준다.

 

 

 - 선생님! 그런데 제게 세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는 너무 둔하고, 둘째는 앞뒤가 꼭 막혔으며, 셋째는 답답합니다. 저 같은 아이도 정말 공부할 수 있나요?

 

 - 그렇구나. 내 이야기를 들어보렴, 배우는 사람은 보통 세 가지 큰 문제가 있다. 너는 그 세 가지 중 하나도 없구나.

 

 - 그것이 무엇입니까?

 

 - 첫째는 민첩하게 금세 외우는 것이다. 이런 아이들은 가르치면 한 번만 읽고도 바로 외우지. 정작 문제는 제 머리를 믿고 대충 소홀히 넘어가는 데 있다. 완전히 제 것으로 만들지 못하지. 둘째, 예리하게 글을 잘 짓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질문의 의도와 문제의 핵심을 금세 파악해낸다. 바로 알아듣고 글을 빨리 짓는 것은 좋은데, 다만 재주를 못 이겨 들떠 날리는 게 문제다. 자꾸 튀려고만 하고, 진중하고 듬직한 맛이 없다. 셋째, 깨달음이 재빠른 것이다. 대번에 깨닫지만 투철하지 않고 대충 하고 마니까 오래가지 못한다.

 

 

 - 정 민『삶을 바꾼 만남』pp 34~35 -

 

 

정다산은 소년의 고민과 그에 대한 답변을 글로 남겼다. 글의 제목을 '삼근계'(三勤戒)라고 지었다. '부지런하고 부지런하고 부지런하라'는 다산의 가르침을 담고 있는 글이었다. 소년은 스승이 써준 글이 적힌 종이 한 장을 받으면서 감격했다. 이 한 번의 가르침 그리고 스승이 제자에게 건내준 종이 한 장이 더벅머리 소년이었던 황상의 인생을 한 번에 뒤바꿔놓게 되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오직 황상의 인생 자체에만 커다란 영향을 준 것은 아니었다. 황상이라는 정직한 제자 한 명을 두게 된 정다산은 18년 동안의 유배 생활에서의 외로움을 달래 줄 수 있는 동지를 만나게 된 것이다. 이 두 사람은 서로에게 가지고 있는 정신적 부족함들을 채워줄 수 있는 일생 일대에 있어서 중요한 만남이었다.

 

 

 

 

 '제자바보' 정다산, '스승바보' 황상

 

정다산과 황상, 두 사제의 교류 관계는 정다산이 먼저 세상을 떠난 뒤에도 황상은 스승의 가르침을 죽을 때까지 실천했을 정도로 정말 대단한 점은 있지만 어떻게 보면 이들의 관계가 우직하게 느껴지는 면도 있다. 요즘 젋은 세대들이 인터넷상에서 사용하고 있는 신조어 중에 '~바보'라는 것이 있다. 예를 들어 '딸바보'라는 용어는'딸을 바라보는'의 준말. 즉 자신의 딸을 각별히 아끼는 아버지를 뜻한다. '딸' 대신에 특별히 사랑하거나 아끼는 사람을 대상을 붙여서 사용하기도 한다.

 

정다산은 항상 황상에게 편지를 보낼 정도로 각별히 아꼈고, 황상은 스승의 가르침을 몸소 실천하려고 했던 유일한 제자였다. 말 그대로 정다산은 '제자바보'였고, 황상은 '스승바보'인 것이다.

 

정다산과 황상의 돈독한 관계를 엿볼 수 있는 몇 가지 일화가 전해내려오고 있다. 황상은 18살에 장가를 가게 되었다.  장가들어 신혼의 재미에 빠진 황상이 그동안 부지런하게 이어져 온 학문 수양에 점점 소홀해지는 것은 뻔한 일이었다. 그러자 이를 잠자코 지켜 보고 있던 정다산은 제자의 태도에 대한 실망감과 한심함을 담은 편지 한 통을 보내게 된다.

 

네 말씨와 외모, 행동을 보니 점점 태만해져서, 규방 가운데서 멋대로 놀며 빠져 지내느라 문학 공부는 어느새 까마득해지고 말았다. 이렇게 한다면 마침내 못나고 어리석은 인간이 된 뒤라야 그칠 것이다. 텅 비어 실지가 없으니 소견이 참으로 걱정스럽구나. (중략) 진실로 능히 마음을 일으켜 세우고 뜻을 고쳐, 내외가 따로 거처하도록 해라. 마음을 오로지하여 글공부에 힘을 쏟을 수 없다면, 글이 안 될 뿐 아니라 병약해져서 오래 살 수도 없을 터.

 

 

  - 정 민『삶을 바꾼 만남』pp 137~138 -

 

 

 

황상의 공부 태도에 못마땅하게 여겨 스승이 그에게 각방을 써라고 훈계를 한 것이다. 이제 막 신혼의 달콤함에 젖은 제자 입장에서는 각방을 요구하는 스승의 훈계에 황당할 터. 하지만 황상은 스승이 보낸 편지 한 통 앞에서도 스승의 격노한 모습이 느껴졌던가 보다. 그는 노한 스승 앞에 무릎 꿇고 용서를 구한 뒤 신혼집을 뒤로하고 이전에 스승 밑에서 가르침을 받았던 고성사라는 절로 올라갔다. 어떻게 보면 공부에 충실할 것을 요구하는 정다산의 훈계 그리고 그를 곧이곧대로 따르는 황상의 반응이 오늘날 현대의 독자가 보기에는 실소를 머금을 수밖에 없는 에피소드로 비쳐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당시 유교사회 내에서는 사제 간의 예의 역시 부자 간의 예의만큼이나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기본적인 도리였으며 항상 스승의 가르침을 끝까지 따르려고 하는 황상의 한결같은 성격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사실 새신랑 황상에게 각방을 써라고 하는 훈계의 의미 뒤에는 외로움을 참지 못하는 정다산의 말 못하는 심정이 숨어 있다. 오랜 유배생활하는 동안에 부인의 얼굴이 잊혀질 정도로 만나지 못해 그리워하는 마당에 신혼생활을 하기 시작한 제자의 모습이 살짝 질투가 날 법했을 것이다. 그리고 황상이야말로 자신이 가르쳤던 강진 서당의 제자들 중에 친아들처럼 여길 정도로 믿을 수 있는 유일한 제자였다. 외로운 스승은 자신의 곁에 황상과 함께 하기를 바랬다. 특히 자신이 직접 인정할 정도로 시작에 뛰어난 재능을 보인 황상과 함께 시를 쓰면서 관계가 지속되기를 원했다.

 

 

 

 노스승의 마지막 가르침

 

하지만 사람의 관계가 한결같이 유지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 정다산은 길고 길었던 유배생활을 끝내고 다시 한양으로 돌아가게 되었고, 황상은 학식 좀 있는 선비들이라면 가게 되는 벼슬아치가 되는 삶의 길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는 농민으로서의 삶의 길을 선택했다. 이 두 사람은 간간이 편지로 근황을 확인했지만 오랫동안 서로 얼굴을 볼 수 없었다. 그 당시 지역적 제약 때문에 자주 보지 못한 것도 있다. 하지만 멀리 떨어진 지역만큼이나 이 두 사람을 더욱 힘들게 한 것은 간절한 그리움뿐만 아니었다. 속세의 삶에 집착하는 몇 몇 제자들로 인해서 정다산은 괴로워했으며 일부 제자들은 하나둘씩 그의 곁을 떠나기 시작했다. 황상은 아버지의 죽음 이후 가사 일에 충실하느라 그동안 충실했던 학문 수양이 예전에 비해 소홀히 하기 시작했고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밭과 관련된 복잡한 송사사건에 휘말리게 되었다. 그러나 각자 처하고 있는 괴로운 상황 속에서도 이 두 사람은 서로를 간절히 그리워했고 만나고 싶었다,

 

그러다가 정다산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소식을 접한 황상은 드디어 스승을 찾아 뵙기 위해 상경하게 된다. 이 때 정다산의 나이는 75세, 황상의 나이는 49세였다. 황상이 더벅머리 소년 시절 때 정다산을 처음 만난지 34년의 세월이 흘렀고 마지막으로 만난 이후로 18년 만에 재회하였다. 백발의 스승은 건강이 성치 않았지만 자신이 아끼던 제자의 방문을 알아봤고 크게 반가워했다. 비록 짧은 체류였지만 49세의 황상은 소년 시절 때처럼 변함없이 정다산의 곁을 지켜주었다. 정다산을 만난 지 이틀 뒤에 황상은 작별의 큰절을 올리고 다시 고향으로 떠날 준비를 했다. 정다산은 황상과의 만남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  노환과 질병으로 인해 의식이 혼미한 상태 속에서도 애제자를 위해서 짤막한 글씨와 작은 선물을 전해주었다.

 

 황자중(=황상)에게 준다.『규장전운』한 건, 중국 붓 한 자루, 중국 먹 한 개, 부채 한 자루,

 연배 한 개, 여비 돈 두 냥

 

 

  - 정 민『삶을 바꾼 만남』pp 404~405 -

 

 

늙어버린 스승은 예전처럼 제자를 위해서 긴 내용의 시와 편지를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힘들지만 간단하게 제자에게 전해주고 싶은 선물의 목록만 썼을 뿐이다. 하지만 이 짤막한 선물 목록에는 애제자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 있다.『규장전운』이라는 책자 한 권을 준 이유는 농사일 때문에 접어두었던 공부를 다시 시작할 것을 권하는 스승의 마지막 가르침이었다. 그리고 제자가 고향으로 돌아갈 때 배를 곯을까봐 여비까지 따로 마련해주었다. 스승은 '부지런하고 부지런하고 부지런하라'는 '삼근계'의 가르침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주었다. 스승의 마지막 가르침이자 보은에 49세의 제자는 그저 하염없이 눈물을 흐를 뿐이었다. 스승과의 작별에 대한 아쉬움 그리고 못난 제자를 위해 끝까지 배려해주는 스승의 고마움에 황상은 눈물을 흘렀다. 그리고 정확히 이틀 뒤에 황상은 또 한 번 울어야했다. 황상이 떠난 지 이틀 뒤에 정다산이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이런 스승과 제자, 또 없습니다."

 

 

 

 

내 스승이신 다산 선생께서는 이곳 강진에 귀양 오셔서 스무 해를 계셨네. 그 긴 세월에 날마다 저술에만 몰두하시느라 바닥에 닿은 복사뼈에 세 번이나 구멍이 났지. 열다섯 살 난 내게 '부지런하고 부지런하고 부지런하라'는 삼근(三勤)의 가르침을 내리시면서 늘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네. '나도 부지런히 노력해서 이를 얻었느니라. 너도 이렇게 하거라'. 몸으로 가르치시고, 말씀으로 이르시던 그 가르침이 60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어제 일처럼 눈에 또렷하고 귓가에 쟁쟁하다네. 관 뚜껑을 덮기 전에야 어찌 이 지성스럽고 뼈에 사무치는 가르침을 저버릴 수 있겠는가? 공부를 하지 않는다면 그날로 나는 죽은 목숨일세.

 

 

  - 정 민『삶을 바꾼 만남』pp 13 -

 

 

 

황상은 소년 시절 때 정다산이 강조했던 '삼근계'의 가르침을 절대로 잊지 않았으며 몸소 행동으로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다. 항상 '삼근계'를 마음에 새기며 평생 공부에 매진했고, 관 뚜껑을 덮을 때까지 한마음으로 공부하라는 스승의 가르침을 저버리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황상은 정다산의 삶을 그대로 닮아가고 있었다. 깊은 산속에 거처를 마련하고 농사를 지으며 시 짓기 등의 공부를 계속 했으며, 늘그막에는 '일속산방'(一粟山房)이라는 조그마한 거처을 마련하여 그 곳에서 오직 공부에만 전념했다. 정다산의 제자들이 출세를 위해 공부할 때, 오직 황상은 스승이 입버릇처럼 일러주신 유인(幽人)의 삶을 실천했던 것이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스승의 날이 다가온다. 하지만 스승의 날을 맞이해야 할 학교 내 분위기는 예전 같지가 않다. 사제 간의 의리와 정이 땅에 떨어진 지 오래다. 스승이 어떤 분인지를 묻는 제자가 없는 시대다. 그리고 학교는 더 이상 학문을 배우는 곳이 아니다. 스승과 제자는 없고 돈과 폭력이 학교를 창고처럼 만들었다. 요즘 정다산처럼 숙제를 어렵게 내주고 토씨 한 개에 변죽을 부리는 선생이 있다면 인터넷에서 몰매를 맞을지도 모른다. 학부모위원회에 회부될 수도 있다. 사실 정다산은 까다롭고 쫀쫀하고 번잡한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었다. 특히 두 아들들뿐만 아니라 자신이 아끼는 제자인 황상에게 보내는 편지글을 보게 된다면 매번 공부할 것을 권하고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가끔씩 유배지에 찾아오는 아들들에게 그동아 공부했던 것들을 확인할 정도로 무척이나 깐깐한 스승이었다. 애제자를 위해서 죽을 때까지 보살핀 스승과 백발이 성성한 나이가 되어서까지도 어린 시절처럼 한결같이 스승의 가르침을 잊지 않으며 스승의 곁을 지킨 제자 그리고 수십년동안 이어져 온 끈끈한 사제 간의 정(情)은 이제는 찾아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정다산과 황상, 두 사제 관계에서 비롯된 일화들은 스승과 제자 사이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전범이 될 수 있다. 두 사람의 관계에는 신뢰와 존중이라는 핵심 가치가 녹아 있다. 진정한 교육과 만남이 어떤 것인지 살펴볼 수 있다. 제자는 없고 학생만 있는 요즘 학교 교육의 현실에 비추어본다면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대안을 제공할 수 있는 좋은 사례이기도 하다.

 

연인은 사랑하는 남녀관계를 의미하지 않고 서로가 서로에게 마음을 주고받으면서 형성되는 마음 깊은 모든 관계를 지칭한다. 사랑하지 않고서는 그 어떤 만남도 가식적일 수밖에 없다. 내가 만나는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인간적 관계에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해야 될 미덕이다. 관계를 아름답게 바꾸는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면 내가 믿을 수 있고, 의지할 수 있는 진정한 연인으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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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티카카 2012-04-30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이러스님의 책 속의 스승은 다산이신가 봅니다^^

cyrus 2012-05-01 14:59   좋아요 0 | URL
네, 사실 블로그 메인사진 밑에 있는 문구가 다산이 황상에게 했던
말의 일부에요. 다산이 황상에게 삼근계를 전해주는 이야기는
정민 교수의 <미쳐야 미친다>에서도 잠깐 소개하고 있어요.
저는 그 책을 통해서 다산의 삼근계을 좌우명으로 삼아 실천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