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틀비, 그는 왜 그랬던 것일까?   

미국의 소설가 허먼 멜빌의 <필경사 바틀비>은 독특한 인물이 등장하고 일반 소설과 다른 독특한 전개가 있는 흥미로운 단편소설이다.  짧은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도 수많은 독자들뿐만 아니라 들뢰즈, 지젝 등의 철학자들까지 멜빌이 쓴 단편소설의 매력에 꽂혔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비유처럼 <필경사 바틀비>는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연상시킨다.  <변신>의 첫 장부터 주인공 그레고리 잠자가 느닷없이 바퀴벌레로 둔갑하여 독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듯이 멜빌의 <필경사 바틀비>는 필경사라는 직업을 가진 바틀비라는 사내는 "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 라는 말만 늘어놓는다.  도대체 바틀비라는 인물에게 무슨 사연이 있는걸까?

<필경사 바틀비>는 월가의 변호사인 화자가 바틀비란 인물을 회고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자신을 나이가 꽤 지긋하며 직업의 성격상 흥미롭고 다소 특이한 집단의 사람들을 제법 깊이 접한 사람이라고 소개한 화자는 바틀비에 대해 ‘내가 본 것 중에 가장 이상한 필경사’ 라고 말한다. 화자인 ‘나’ 는 부자들의 채권, 저당증서, 부동산 권리증서 등을 쌓아놓고 수지맞는 일을 하는 야심 없는 변호사인데 업무가 증가하자 바틀비란 필경사를 새로 고용한다.  

하지만 이 필경사는 평범하지가 않다. 필사에 굶주린 사람처럼 밤낮으로 필사를 하다가 사흘째 되던 날 이상한 기미를 보이기 시작한다. 필경사의 업무는 필사를 하고 그것을 원본과 대조하는 것인데 바틀비는 서류를 대조해보자는 ‘나’ 의 요청에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라고 대답한다.

소설 속에서 바틀비는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원문으로는 I prefer not to). 이 말을 반복함으로써 오늘날까지도 바틀비의 기이한 행동에 대해서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고 있다. 

바틀비의 존재를 죽음의 잠재성과 싱명의 잠재성을 동시에 접해 있다고 보고 있거나(조르조 아감벤) '하지 않겠다' 는 행위는 단순히 어떤 행위를 거부한다기보다는 '하지 않음' 의 가능성과 이에 대하여 선택할 수 있는 권리까지 동시에 강조하기 위한 의미로도 보고 있다. (역자, pp 101)   그 밖에도 월 스트리트가 번성함으로써 도시화가 되어가는 19세기 말 미국 사회에 팽배해온 고립과 소외, 계급투쟁, 허무주의, 기독교적 알레고리가 담긴 메시아론까지 다양한 해석이 있다.   

역자는 이 작품을 '프로테우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변신 능력이 뛰어난 신)처럼 다양한 모습을 가진 소설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만큼 읽는 독자들마다 받아들여지게 되는 소설의 주제 및 바틀비의 행위에 대한 의미가 다양하다는 것이다.  

  

 

  관료주의적 시각에서 바라본 바틀비 

가르치는 주제와 범위마다 차이가 있지만 행정학 과목 중에는 '관료제' 에 대해서도 다루게 된다.   관료제의 '관'(官, 벼슬) 자 에서도 알 수 있듯이 관료 즉 행정가가 국민에게 행하는 통치제도를 일컫는 말이다.   

관료제의 전형적인 특징으로는 관료기구 내부의 상급자와 하급자 사이에도 엄중한 신분상의 차이가 존재한다. 그래서 상사에 대한 복종의 체계로 이루어진 위계질서가 존재한다.  이와 같은 관료제의 특권적 지배로 인해 수많은 폐단이 존재하게 되는데 이런 병리적 문제를 '관료주의' 라고 부른다.   오늘날에도 관료주의는 관료제의 폐단을 가리키는 부정적인 용어로 간주되고 있다.    

<필경사 바틀비>도 관료주의적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다.  관료주의는 정치적 직무를 담당하는 집단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사무직, 노동직과 같은 경영 집단에서도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멜빌은 도시화와 산업화가 이루어지고 있던 19세기 말 미국인의 모습을 '평일에는 상점이나 공장, 사무실 등 외얽고 회반죽 친 벽 안에 갇혀 계산대나 작업대, 책상에 꼼짝없이 붙들려 있는 사람들' 이라고 비유하였다.   멜빌이 비유한 '사람들' 에는 <바틀비>에 등장하는 화자 그리고 화자 밑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모습과 유사하다.  

'필경사' 의 원어는 Scrivener 이다.  1828년 판 웹스터 영어사전에서는 '계약서나 기타 문서를 작성하는 일이 직업인 사람' 으로 정의되어 있다.   말 그대로 필경사는 책상에 앉아서 문서를 작성해야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관료제' 의 원어는 Bureaucracy 이다.  Bureaucracy는 '책상과 사무실' 을 뜻하는 Bureau와 '통치' 를 뜻하는 cracy가 합쳐진 단어이다.  그래서 관료주의가 '사무실에 틀어박혀 책상에만 앉아서 탁상공론에만 매달리는 관료' 의 단점을 상징하고 있는 것이다.  

<필경사 바틀비> 속에 등장하는 인물 역시 관료주의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  

  

 

 1) 형식주의, 관료의 방해행위    

관료제는 형식적인 규칙과 절차에 집착하게 된다.  그 결과 조직 내의 목표 달성보다는 규칙을 더 중요시되는 형식주의에 빠지게 된다.   형식주의가 심화되면 '문서주의'(레드 테이프 현상)로 발전됨으로써 조직목표의 달성은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화자의 사무실에 일하는 인물 중에는 '진저 너트' 라는 별명의 소년이 있다.  자신의 아들이 판사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했던 아버지로 인해서 소년은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하게 되었다.  그러나 아버지의 소원과는 반대로 진저 너트는 판사가 되기 위한 업무와는 다른 엉뚱한 임무만 하고 있을 뿐이다.

사무실 직원 중에서 담당하는 임무의 비중이 적지만 그의 별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직원들은 소년에게 '진저 너트' 라는 이름의 생강 과자를 자주 사오도록 하고 있다.   이 소년이 특이한 점은 자신이 일하는 사무실에 개인 책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별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만 그의 책상 서랍 안에는 온갖 종류의 견과 껍데기가 가득하게 있을 뿐이다.    

진저 너트는 정작 자신이 하고 있는 임무의 목표 및 당위성을 알지 못한 채 그저 시키는대로 과자를 사오고 사무실을 청소하는 잔심부름꾼이다.  과자를 사오고 사무실 청소만 하는 임무가 어린 진저 너트에게는 자신에게 주어진 '규칙' 이다.     그런 규칙적 임무에 매달리다보니 자연스럽게 '진저 너트' 라는 별명이 생기게 된 것이다.    

어떻게 보면 진저 너트는 사무실 안에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잉여 노동력일뿐이다.  감독자가 시키는 일만 기술적으로 처리하고 그 밖의 임무에는 일체 행동하지 않는다거나 또는 임무에 투여할 수 없는 비생산적인 결과를 낳게 된다.   이는 결국 조직 목표의 달성에 방해가 되는 장애를 초래한다.

  

 2) 책임 회피  

업무에 대한 규정과 절차가 정해지면 이에 따른 책임 역시 결정된다.  그러나 관료적 책임은 업무의 능률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만들어진 제도인만큼 쉽게 책임을 회피하는 경향이 발생하게 된다.  

터키는 업무중에도 진저 너트가 사온 과자를 먹고 하다보니 업무상 실수를 자주 발생하게 되는데 그들은 이에 대해서 어떠한 책임을 지려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  능글스럽게 자신이 행한 실수를 무마시키려고 한다.  

그리고 사무실 업무를 총체적으로 담당하고 이끌어나가는 화자의 태도에서도 집단 내 문제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이 있다.   

 

정말 이상한 일이야. 나는 생각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하지만 업무가 나를 재촉했다. 나는 이 문제를 다음에 한가할 때 처리하기로 하고 일단은 잊기로 했다.  

- pp 30 -

 

화자는 바틀비의 알 수 없는 거절 행동에 이내 화가 치밀어 올라 흥분한다. 그러나 서류 대조를 안하겠다는 바틀비의 의지를 꺾지 못하는데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바틀비의 거부가 계속되면서 화자는 단순히 화가 나는 게 아니라 일종의 무력감을 느끼면서 바틀비의 행동을 개선하기보다는 오히려 그런 행동의 원인을 살펴보게 된다는 점이다.  한가할 때 바틀비의 문제점을 해결하겠다는 화자의 안일한 생각은 정작 해결해야할 문제점을 회피하려는 주관적 변명으로 포장되고 있다.

소설의 전개는 바틀비가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라면서 거부하는 일의 범위는 점점 넓어진다. 우체국에 들러서 우편물이 와 있는지 봐달라는 부탁도, 옆방의 직원을 불러달라는 부탁도 거부한다. 

   

  '방황하는 기계' 로 남은 사내, 바틀비

관료제는 형식적인 규칙과 절차를 중요시하고 조직 구성 운영 능력이 경직화되어 있어서 변화에 대한 저항성이 떨어진다.  그러므로 제도의 변화를 유도하거나 촉진하기가 대단히 힘들다. 

바틀비의 알 수 없는 거부 행동 속에는 '현상유지적' 관료주의를 주체적으로 거부하려는 의지가 담겨져 있다.    월 스트리브의 회반죽 벽 그리고 사무실 안의 칸막이 벽으로 상징되는 폐쇄적이면서도 수동적인 관료제'국' 앞에서 홀로 외롭게 저항하고 있는 것이다.   

바틀비의 조용한 거부는 무엇보다도 ‘안정’을 가장 중시하며 월 스트리트를 움직이고 있었던 관료적 체제에 순응하고 살아왔던 화자와 그 밖의 인물들에게는 큰 혼돈과 충격일 수 밖어 없었을 것이다.  돈으로 꼬드기기도 하고, 으름장도 놓아보면서 화자는 바틀비가 자신의 자선을 거부하는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온갖 궁리를 다하지만 그때마다 듣는 대답은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일 뿐이었다.  

왜 업무를 거부하는 행위를 택할 수 밖에 없었는지 바틀비의 사연을 알 수 없다.  그만큼 이 작품을 읽는 독자들은 바틀비의 행위에 대해서 독자적미면서도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다만 사무실에 입사하기 전에 워싱턴의 사서 우편물을 담당하는 하급 직원으로 일하다가 갑작스럽게 해고된 적이 있는 그의 짤막한 경력을 추정하면 이미 관료제의 수동적인 폐해의 실체를 몸소 경험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지금 우리는 똑같이 숭고한 인간을 이윤을 위해 마음대로 모욕하고, 마음대로 해고하면서 기계부품처럼 취급하는 비인간적인 고용체제에 둘러싸여 있다. 그리고 그 벽 안에 들어가기 위해 그저 시키는 대로 따라 하라고 세뇌시키는 사회적 체제 속에 살고 있다.  특히나 제도의 안정성과 수동성에 익숙해지게 되면 자연히 변화와 개선 의지가 줄어들게 된다.   관료주의로 이루어진 사회적 집단 내에서 관료주의로 인한 사회적 문제만 늘어날 뿐 체제의 문제점을 인식하면서도 정작 개선하려는 의지를 가진 관료나 행정가를 찾기란 하늘에 별 따기다.

바틀비의 1인 거부 시위(?)는 관료제라는 접착제로 만들어진 월 스트리트의 벽을 무너뜨릴 만큼 너무나 미약했다.   한 때 관료제가 만들어낸 '기계'였던 바틀비는 견고한 제도를 거부할 줄 아는 자유로운 '인간' 이 되고자 하였다.   그러나 그는 불행한 죽음을 맞이하면서 관료제도 앞에 '방황하는 기계' 로만 남고 말았다.  

 

 

* '관료제' 내용 참고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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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09-05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대단해요. 이렇게 연결시키다닛!
이 책이 카프카의 변신과 비견이 되는군요.
정말 비교해서 읽어보면 좋겠어요.^^

cyrus 2011-09-05 23:55   좋아요 0 | URL
네, 꼭 한 번 읽어보셔요. <바틀비>는 창비에서 나온 세계단편소설집 시리즈
에도 수록되어 있는데 제가 읽은 건 일러스트가 있는 문학동네판이에요.

yamoo 2011-09-05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틀비를 봐야 겠군요~ 멜빌의 <백경>토론회할 때 누군가 바틀비 얘기를 하면서 관료제 문제를 꺼낸 기억이 있습니다. 그 때 생각이 나네요^^

cyrus 2011-09-05 23:56   좋아요 0 | URL
정말이요? 갑자기 소름이 확 돋네요. ㅎㅎ 나의 생각이 그전에 누군가가
먼저 했다는 사실이 신기해요 ^^;;


아이리시스 2011-09-05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쨌거나,
댓글은,

안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yrus 2011-09-05 23:57   좋아요 0 | URL
언젠가는 댓글로 바틀비의 대사를 넣어주면 되겠어요 ^^

비로그인 2011-09-05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올리신 글이 넘 재밌습니다. 나중에 누군가를 가르치실 일이 있다면 이렇게 섞어서 얘기해준다면 쏙쏙 머리에 들어올 것 같네요 ㅎㅎ

올리신 글이 꼭 재닜고 웃기기만 한건 아니지만, 그래도 웃음이 먼저 나는건 어쩔 수 없네요 ㅎ

cyrus 2011-09-05 23:59   좋아요 0 | URL
가끔은 행정학을 공부하면서 행정학 내용을 관점으로 문학을 접한다면
재미도 있겠고 공부하는데 더 수월하지 않을까 종종 생각했을 때가 있었어요.

<바틀비>가 내용이 독특하면서 재미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많은 생각을
제공해주는 정말로 훌륭한 소설인거 같습니다. ^^

잘잘라 2011-09-06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과 알고 지내다보면 '하늘의 별'을 딸 날이 오겠지요? 그렇지요?
제발 부탁이예요. 우리 하늘의 별이 되어주세요. cyrus님 화이팅!!!

cyrus 2011-09-06 11:25   좋아요 0 | URL
하늘의 별이 되기를 너무 과분한데요. ^^;;
그래도 포핀스님과 같은 분들을 위해서 좋은 사람이 되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

blanca 2011-09-06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장에서 보니 바틀비 같은 사람은 왕따나 고문관인 것처럼 소외시켜 버리더라고요. 그만큼 체제라는 게 사람의 자율성을 침범하고 겁쟁이로 만들어 버리는 것 같아요. 현실 안에서 안주하느냐, 고독한 행동가가 되느냐, 이 두 개 사이 어느 지점에서 항상 방황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좋은 책, 좋은 리뷰, 잘 읽고 갑니다.

cyrus 2011-09-08 00:41   좋아요 0 | URL
군대에도 그런게 있죠. 제가 근무한 부대에서도 바틀비처럼
아예 명령을 거부하는 관심병사가 있었거든요.
그 병사가 그런 행동을 보인 이유가 개인적인 문제도 원인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사회 집단 체제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고 봐요.
모든 사람이 다 특정 사회 집단 체체에 적응하는게 아니니까요. ^^
 
한여름 밤의 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2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최종철 옮김 / 민음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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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여름 밤, 마법의 숲에서 펼쳐지는 사랑의 판타지

<한여름 밤의 꿈>은 그동안 영화, 연극, 음악, 무용 등으로 너무나 많이 만들어져 조금 식상하다는 느낌마저 드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오래전에 쓰여진 이야기에 매료되는 것은 그 속에 들어 있는 사랑이 만들어낸 유쾌한 '판타지' 때문일 것이다. 

허미아와 라이샌더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지만 허미아의 아버지 이지우스의 반대로 결혼을 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두 사람은 밤중에 몰래 사랑의 도피행각을 벌이기로 하는데, 바로 이 계획을 헬레나가 알게 된다. 헬레나는 허미아를 짝사랑하는 드미트리어스를 남몰래 짝사랑하고 있었다. 하지의 전날 밤, 라이샌더와 함께 도망가는 허미아를 찾기 위해 드미트리어스가 숲으로 들어오고, 이 드미트리어스를 찾아 헬레나도 숲으로 들어온다.  3쌍의 연인이 숲으로 모이게 되면서 사랑의 백일몽이 시작된다.

그들의 꿈이 단지 백일몽이었던 건 요정들의 장난스러운 마법으로 인해 연인들의 사랑싸움을 한층 소란스럽고 복잡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헨리 퓨젤리 <요정들에게 둘러싸인 티타니아가 깨어나다> 1793년  

 

티타니아:  주무세요. 내 팔로 감아 안아 드릴께요.  요정들은 물러가라.  사방으로 멀어져라. 

               (요정들 함께 퇴장)  

               담쟁이도 아름다운 인동 덩굴 이렇게 부드럽게 감으며, 암송악도 껍질 덮인  

               느티나무 가지를 이렇게 둘러싸요.  오. 정말 그대 사랑해요!  

               난 정말 혹했어요! 

- 4막 1장 중에서, pp 79~80 -

                 

이 야단법석은 숲을 지배하는 요정의 왕 오베론과 왕비 티타니아의 부부싸움에서 시작된다. 잠깐의 다툼에 약이 오른 오베론은 티타니아를 골탕 먹이려고 요정 에게 마법의 꽃을 구해 오라고 명했다.  마법의 꽃으로 만든 즙을 눈에 바르면 눈을 뜨고 나서 맨 처음으로 보는 대상을 사랑하게 된다.  꽃의 즙이 눈에 닿은 요정의 여왕은 하필 못생긴 얼굴의 당나귀 인간 바틈을 처음 바라보게 되고, 순식간에 사랑의 마법에 빠져들고 만다.

퍽의 깨알같은 실수 연발은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재미가 더욱 배가된다.  드미트리어스를 향해 열렬하게 구애하는 헬레나를 보고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 오베론은 퍽에게 마법의 꽃즙을 드미트리어스의 눈에 뿌려주라고 한다. 하지만 퍽은 드미트리어스의 눈에 뿌려야 할 꽃즙을 라이샌더의 눈에 뿌리는 바람에 모든 것이 뒤죽박죽되고 만다.

어긋난 큐피드의 화살처럼 연인들의 마음은 갑자기 행로를 바꾸어 꽂히게 되고, 결혼 준비로 흥겹게 달아오른 숲은 세 커플들로 대혼란에 휩싸인다.  퍽은 자신 때문에 꼬여버린 연인들의 운명을 되돌리기 위해 모두를 잠재우고 꿈 같은 하룻밤을 정리한다. 마법이 풀린 여왕은 잠에서 깨어나고나서야 여태까지 당나귀 인간에 사랑에 빠져 있었던 사실에 황당해한다.   

그리고 문제의 3쌍의 연인들이 잠든 사이에 오베론은 다시 마법을 부려 라이샌더는 허미아를, 드미트리어스는 헬레나를 사랑하도록 다시 원래대로 만들어 놓는다. 이렇게 해서 뒤죽박죽이 되었던 연인관계가 정상으로 돌아오게 됨으로써 서로의 짝을 찾은 두 쌍의 남녀가 아테네의 공작 테세우스 집에서 공작 부부와 함께 결혼식을 올리는 것으로 끝난다. 이렇게 우스꽝스럽고 기괴한 하룻밤은 그렇게 막을 내린다.   

 

 

  사랑의 감정에 사로잡히다

<한여름 밤의 꿈>을 원작으로 읽어본다거나 또는 연극, 영화를 보게 되면 희곡에 등장하연 연인들이 겪게 되는 상황과 장면들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작품들 속에서는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에 수록된 고대 신화 속 이야기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고나 인용되고 있다.

사랑에 빠진 3쌍의 연인들 그리고 요정들 이외에도 <한여름 밤의 꿈>에는 마을에 살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인 목수 퀸스, 풀무장이 플루트, 땜장이 스타우트, 가구장이 스넉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 일행과 어울리는 바틈은 원래 직업이 베틀장이다.    그들은 나흘 앞으로 다가온 테세우스 공작의 결혼식에서 선보일 연극을 연습하기 위해 숲으로 들어온다.  일행 중 한 명인 바틈이 오베론의 마법에 걸려든 것이다.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 <티스베>   1909년 

   
 

퓌라모스와 티스베는 집안의 반대로 인해서 이웃지간임에도 서로 만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 역시 이들 사랑의 장애물이 될 수가 없았다.   

갈라진 벽의 작은 구멍을 통해서나마 대화를 나눔으로써  

두 남녀는 불 타오는 사랑의 감정을 더욱 지펴나갔다.

 
   

 

그런데 마을 일행들이 선보이는 연극의 제목은 '피라무스와 디스비의 가장 구슬픈 코미디와 가장 비참한 죽음' 이다.     그리스 신화 속 이야기를 알고 있는 독자라면 벌써 눈치를 챘을 것이다.   '피라무스와 디스비' 는 신화 속 비극적인 사랑의 연인인 퓌라모스와 티스베를 패러디한 것이다.   

여전히 이들의 이름이 생소하게 느껴진다면 너무나도 잘 알려진 고대판 '로미오와 줄리엣' 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퓌라모스와 티스베 역시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양쪽 가문에서 서로 반대하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사랑의 도피를 결심하게 되지만 불행한 사고로 인해 두 사람 다 서로 목숨을 끊게 된다.  바로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나올 수 있었던 것도 퓌라모스와 티스베 신화가 이야기의 원형이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를 토대로 한 연극을 마을 일행들이 연습하게 되는데 공교롭게도 바틈은 연극 속 비극적인 남자 주인공 퓌라모스 역을 맡게 된다.    무식한 바틈은 자신이 맡게 된 퓌라모스 역이 어떤 역할인지 모르고 있지만 비록 오베론의 마법에 의한 것이지만 바틈 역시 퓌라모스처럼 티타니아를 사랑하게 된다.   결국에는 당나귀 머리를 사랑하는 티타니아는 티스베인 것이다.   

두 사람의 가슴을 태운 사랑의 불꽃은 그 뜨겁기가 같았을까, 달랐을까?  아마 같았겠지. (중략)  감추면 감출수록 깊어가는 게 사랑이잖아?   속으로 속으로 타들어가는 섶 속의 불씨 같은 게 사랑이잖아? 

-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1> '퓌라모스와 티스베' 편, 민음사 pp 156~157 -  

   

퓌라모스와 티스베 이야기는 단지 바틈과 티타니아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사랑의 마법에 걸린 허미아와 라이샌더 역시 집안의 반대로 인해 사랑의 결실을 맺지 못할뻔한 연인이기 때문이다.  

마냥 희곡 속의 코믹한 아이러니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인간은 사랑에 빠지면 3쌍의 연인들 그리고 티타니아와 바틈처럼 맹목적으로 상대방만 보게 된다.   이와 관련된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재미난 실험을 소개하자면 이미 연인이 있는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이성의 사진을 보여준 후 주의력을 테스트한 결과, 대부분 주의력에 흐트러짐이 없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한참 사랑에 빠져 온통 상대방의 생각뿐인 사람들은 멋진 이성을 보고도 대부분 한눈을 팔지 않는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오비디우스의 표현대로 한 번 지핀 불씨가 겊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활활 타오르듯이 사랑 역시 심장 속에서 타오르기 시작하면 스스로도 주체할 수 없는 힘을 가진 감정이다.





  '사랑' 판타지의 마력

하룻밤 사이에 일어난 해프닝이었지만, 희곡 속에서는 모두가 결국 자신의 짝을 바로 찾는 것으로 결론지어진다. 마법을 사용한 유혹은 결국 일탈이자 공상으로 끝난다는 교훈도 덧붙여서 말이다. 작품 말미에서 소동의 장본인인 퍽은 익살스럽게 관객들의 양해를 구하고 있다.  

 

저희 그림자들이 언짢으셨다면 / 이러한 영상들이 보였을 때 / 잠들어 있었을 뿐이라고 /  

생각만 고치시면 다 괜찮죠. / 그리고 가볍고 시시하며 꿈처럼 헛것 같은 이 주제를  

나무라지 마십시오.  여러분.  / 용서해 주시면 잘해보겠습니다.   

- 5막 1장 중에서, pp 110 -

 

셰익스피어만의 유머가 묻어나 있는 희곡답게 결말 역시 유머스럽고 재치가 있다.  희곡 속 인물들만 마법의 장난에 농락당한 것이 아니라 텍스트 또는 연극을 보고 있는 독자/관객들 역시 지금까지 지켜본 사건들이 그저 작품 속의 한여름 밤의 꿈인지 아니면 셰익스피어의 만들어낸 판타지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로 혼동하게 만들어버렸다.   어쩌면 지금까지도 <한여름 밤의 꿈>이 널리 읽혀지고 자주 무대에 오르는 이유가 셰익스피어가 만들어낸 사랑 판타지의 마력이 현대인들의 감성을 지배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여름 밤의 꿈>에서 펼쳐치는 사랑의 판타지들은 어떤 이들에게는 여름날 밤에 이루어졌던 꿈 같은 사랑의 추억을 상기시켜주기도 한다.  비록 한낱 꿈으로 남게 되지만 허미아와 라이샌더처럼 더욱 해피엔드로 끝날 사랑의 결실이 맺어질 것이라 기대하면서 말이다.  이것이야말로 셰익스피어가 만들어낸 판타지의 마력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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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09-04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올핸 시루스님 세익스피어를 올킬하실 모양이시군요!
좋습니다.^^

cyrus 2011-09-05 16:22   좋아요 0 | URL
이 계획이 과연 언제 끝날까요? ㅎㅎ
아마도 내년까지 갈거 같네요 ^^;;
 

 

  Scene #1  또 다시, 수강변경 

어제 날씨가 참으로 무더웠다.  나중에서야 알았는데 어제 대구의 최고 낮 기온이 무려 35도나 올랐다고 한다.   개강하기 전 주에는 날씨가 덥지 않아서 더위가 한풀 꺾일줄만 알았다.  그리고 세계육상대회 개최 전부터 이번 주에 태풍이 한반도로 북상한다는 예보 소식이 있어서 대회 진행에 변수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었는데 무더위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는걸로 보아하니 태풍이 한반도를 비껴갔는가보다.  

어제 개강하는 날이라 학교로 가기 위해서 버스를 타게 탔는데 하필이면 버스를 탄 시간대가 자외선이 가장 강하게 내리쬔다는 오후 4시 경이었다.   만약에 누군가가 대구에 살면서 제일 더운 시간이 언제냐고 물어보게 된다면 오후 3~4시 사이라고 말하고 싶다.   사람들마다 개인적인 차이가 있겠지만 내가 알기로는 일반적으로 오후 3~4시 사이가 자외선이 가장 강렬하게 발하는 시간대로 알고 있다.    혹시 여행차 대구에 들려서 오후에 외출할 일이 생긴다면 자외선 차단 크림은 필수다.  그리고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번화가일수록 제일 무덥게 느껴진다. 

내가 다니는 학교로 향하는 버스가 번화가를 거쳐 지나가는데 운 없으면 오후에도 만원버스가 될 정도로 손님이 많고 그만큼 불쾌지수도 높아지게 된다.    

서울, 경기도나 그 밖의 다른 지방에 사시는 분들 중에 남, 여 마라톤이나 경보 경기를 보셨다면 아실 수 있겠는데 선수들이 달렸던 코스 일부 구간이 바로 대구 내 번화가로 알려진 동성로라는 곳이다.    내일 모레 남자 마라톤 경기가 남았는데 선수들이 지나가는 코스를 유심히 잘 보시기를.  

이야기가 너무 옆으로 새고 말았다. ^^;;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본의 아니게 또 수강변경을 하게 되었다.  

하루에 시간이 겹치는 수업이 두 과목이 있는데 그  중에 수업을 담당하는 전공 교수님 한 분께 직접 연락해서 넉넉한 시간대로 변경될 수 있도록 설득(?)했다.   표현상으로는 교수님께 무턱대고 시간대를 다시 바꿔달라고 때쓰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름 정중하게 나의 상황을 교수님께 말했다.    하지만 교수님은 시간이 겹치는 걸 알면서 왜 수강신청했냐고 되물으셨다.  그러고는 **대학교에 몇 년간 다녔으면 시간표 잘 때 왜 그걸 고려하지 못했냐고 은근히 훈계를 하면서 지금으로서 시간대를 학생 개인의 의사만 가지고 다시 변경할 수 없으니 한 과목은 포기하라고 말씀하셨다.   

사실 교수님께 전화하기 전부터 충분히 예상한 일이었다.  그럴 줄 알고 방학 기간에 수업 시간표를 짜면서 예기치 못한 변수를 대비하고 있었다.  좀 멋있게 표현하자면 일명 '수업시간표 플랜 B' 인 것이다.   야간 수업 한 과목을 듣지 못하게 되면 그것을 포기하고 주간 수업 한 과목으로 대신 채우기로 하는 것이다.     

무더운 여름 날씨만큼이나 여름방학 때 학교 게시판을 뜨겁게(?) 달구었던 수강변경 기간 사태 때문에 다행히 다음 주에도 수강 변경할 수 있는 기간이 남아 있게 되었다.   원래는 전공수업이 대부분 지금 다니고 있는 2학년 과목에다가 나머지 한 과목은 4학년 과목이었는데 또 다시 수강변경을 하게되면서 2, 3, 4학년 전공과목 한 과목씩 동시에 듣게 되는 참으로 보기 드문 시간표가 완성되었다.   

   

 Scene #2  대학교 등록금이 올라가면 '함께' 올라가는 것  

오랜만에 강의실에 들어오면서 평소에 친한 과 동기들을 오랜만에 만날 수 있어서 좋았지만 그 중에 몇 몇은 이번 학기에 휴학하는 녀석도 있었다.    그저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두 달만에 보게 된 강의실 안의 풍경과 분위기가 1학기 때와는 사뭇 달랐다.   각각 따로 떨어져서 학생들이 앉다보니 강의실 분위기가 썰렁한 느낌이 나기도 했다.

야간 수업은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수업이 아닌 이상 수강하는 학생들 수가 적은 편이다.  내가 듣게 되는 야간 수업에 참관하는 학생 수가 거의 33~39명 사이 정도다.    개인적인 차이가 있겠지만 교수님 입장에서는 과목을 가르칠 수 있는 학생 수가 25~35명 정도면 적당하다고 한단다.      

야간보다는 주간에 하는 수업을 선호하는 학생들도 많겠지만 주위에 휴학하는 학생들이 생겨나는 걸로 봐서는 취업 준비 혹은 다음 학기 등록금 마련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한 학기 정도 휴학하게 된다.    이렇다보니 대학생들은 비정규직이나 아르바이트를 통해서 힘들게 등록금을 마련해게 되는데 하늘 높게 치솟아 오르고 있는 요즘 대학교 등록금을 생각하면 월급을 많이 주는 비정규직 혹은 아르바이트가 아닌 이상 100 만원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만 않다.

'행정개혁' 관련 과목을 담당하는 B 교수님이 대학교 휴학생 관련 기사 내용을 말씀하셨는데 4년제 대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휴학하는 이유가 대부분 등록금 마련을 위한 아르바이트를 위한 것이라고 한다.

  

[대학생 52%, 등록금 마련 위해 알바] 

조선일보  2011년 8월 24일


해마다 대학교 등록금이 인상될수록 학생과 그의 가족들의 재정적 부담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휴학률도 덩달아 높아지게 된다.    수치가 높아지는 현상이 나오게 되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등록금 인상인 것이다.    

반값 등록금 문제가 올해 우리나라 최대의 사회적 논쟁으로 남을 줄 알았건만 무상복지 화두에다가 곽노현 서울교육감 비리 사건 그리고 서울시장 선거 전초전까지...   최근동안 굵직굵직한 사회적 이슈와 사건들이 생길수록 반값 등록금 문제가 정치인과 시민들의 기억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는듯하다.  

  

 

  Sence #3  도서관에서 빌린 책 

개강하는 날이다보니 수업을 일찍 마쳤다.  수업 첫 날은 간단히 앞으로 진행하게 될 수업에 대해서 간략히 소개만 하기 때문이다.    모든 수업이 마쳤을 때 시간이 밤 8시 20분쯤이었다.  야간 스쿨버스가 10시부터 출발하는데 그 때까지 기다리기에는 마땅히 할 게 없었고 그렇다고 시내버스를 타고 다니기에는 교통비가 아까운...  어중간한 시간만 남게 되었다.  

항상 이 시간때쯤이 되면 배가 고프기 마련이라 무언가를 먹고 싶었다.  저녁 식사를 권하기에는 조금 늦은 시간이라 항상 같이 다니는 동기들을 꼬셔서 2학기 첫 날인데 술집에 가자고 바람 잡았다.    하지만 누구는 며칠 전부터 계속 술 마셔서 질린다고 그러고 또 누구는 돈이 없다고 안 마신다고 하였다.   사실 나 역시 지갑 안에는 정신줄 놓을 정도로(!) 마실 수 있는 술값이 없었다.      

4년 전, 갓 대학교의 세계에 들어선 1학년 때만해도 아무런 근심 없이 주야장천으로 마실 수 있었는데...    이제는 술 마시고 놀 수 있는 돈이 없어서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배불리게 식사 할 수 있는 식비가 제일 먼저 걱정하는 시대가 되었으니...   대학생활의 즐거움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사라지는거 같다.  

결국에는 합일점을 찾기 못한 채 헤어지기로 하였다. 같이 어울리는 동기들은 다 자가용이 있어서 집으로 귀가하게 되었지만 자가용 없이 버스로 통학하는 나는 남는 시간을 도서관에서 때우기로 했다. 

우리 학교 도서관은 신간도서 비치가 내가 애용하고 있는 공공도서관보다 빠른 편이다.  아무래도 공공도서관보다 소장할 수 있는 서가 공간이 넉넉한데다 학생들이 내는 등록금으로 책으로 구입하기에 도서관 예찬론자로써는 만족스럽다.  가끔씩 눈에 보이는 빈 공간의 책장 때문에 대학 도서관이 학생들이 낸 등록금으로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 때도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대학교 도서관을 신뢰하는 이유는 알라딘에서 이슈가 되는 신간도서들이 비치되는 편이기 때문이다.   어제도 신간도서 코너에서 그 전부터 읽고 싶었던 신간도서들이 보여서 무척 반가웠다.     

내가 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두 권이었는데 둘 다 이번 알라딘 신간평가단 선정도서들이다. 그것도 신간평가 도서로 공개된지 얼마 안 된 것들이다.   내가 무슨 책을 빌렸는지 공개하지 않겠다.    알라딘 블로그 활동을 1년동안 하면서 깨닫게 되었는데 출간된지 얼마 안 된 신간도서를 페이퍼 형식으로 소개한 글이 추천을 3개 이상(맞는지 확실하지가 않다) 받으면 '알라디너의 선택' 으로 노출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예전에도 가끔 페이퍼를 쓰다보면 내 글이 '알라디너의 선택' 에 노출되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개인적으로는 부끄럽게 느껴졌다.    내가 읽고 있는 책에 대해새 간략하게 소개한 페이퍼라면 괜찮은데 책의 내용에 상관없이 그저 책표지만 노출한 채 쓴 글이 '알라디너의 선택' 으로 공개된다는게 부합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간도서를 구매자들에게 확실하게 알릴 수 있는 방법으로는 일간지 북섹션처럼 책에 대한 내용을 구매자들의 관심을 끌어당길 수 있게 만드는 글. 아니면 리뷰라고 생각한다. 신간평가단원들이 매달 작성하게 되는 신간도서 페이퍼처럼 소개하면 좋겠지만 지난 기수 때 활동해본 경험상 여러 권, 아니 딱 한 권의 신간도서를 핵심적으로 소개한다는게 쉽지 않다는 것을 느겼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페이퍼보다는 차라리 리뷰로 소개하는 것이 낫다고 보고 있다.   왜냐하면 신간도서 페이퍼를 쓸 때 언급되는 책들은 '아직 읽어보지 못한, 어떤 내용이 100% 확실하지 않은' 책이지만 리뷰의 경우에는 완독 100%든 발췌해서 읽은 50%든지 간에 '읽은 상태' 에서 쓰는 글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리뷰로 신간도서를 소개하는게 편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단,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리뷰가 편하고 쓰기 좋다고 느낀 것이지 신간도서 리뷰가 구매자들에게 무조건 좋은 정보만을 제공한다는 입장은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독자가 책을 어떻게 읽는냐에 따라서 책의 저자가 말하고자하는 핵심을 놓칠 수도 있거나 자칫 텍스트를 과장, 축소 또는 왜곡된 해석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 역시 리뷰를 쓰다보면 그런 오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나름 노력을 해보지만...  이것도 쉽지가 않다.  신이 아닌 '인간' 이기에 완벽함을 끝까지 추구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는 아직 한창 많이 배워야할 학생이라서 지금도 너무 모르는게 많다.  하지만 모르는게 많은게 부끄럽고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많이 모르기 때문에 앎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에는 나를 키운 것은 팔할... 은 좀 과장이고..  ^^;;     

현재 나를 키우고 있는 것이 독서 그리고 공부라고 생각된다.   

 

어제 개강하는 날에 대해서 좀 재미있게 쓰려다보니..  주제도 옆으로 새고 내용도 너무 진지해져버렸다.    학업 관리 때문에 독서를 소홀하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학교 생활하다 재미난 이야기가 있으면 페이퍼로나마 소개하고 싶다.   그리고 수업을 통해서 새롭고 유용한 정보를 알게 되면 변변찮은 서재를 들려주시는 이웃분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다.   

  

 

P.S>  도서관에서 빌렸다는 그 비공개의 신간도서 두 권에 대해서 힌트를 주자면요..  

한 권은 인문사회 분야이고 나머지 한 권은 예술 분야 도서입니다.   

두 책의 저자는 공통적으로 우리나라 사람이며 이름만 대면 누구다 알고 있는 대중적으로 영향력 있는 사람들에요. 그리고 두 사람 다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 날카로운 비판을 하기로 유명하고요... 그 중 한 사람은 독설가로 유명합니다.  (결정적인 힌트 ㅎㅎ)

추석 때까지는 당분간은 개강하는 기간이라 책 읽을 시간이 넉넉해요.  그 때까지 신간도서가  어떤 것인지 리뷰로 공개하겠습니다.  그런데  너무나도 대중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책이라 리뷰로 쓰기에는 살짝 부담되네요.   비공개라는 이유만으로 리뷰에 대해서 큰 기대를 갖지 않았으면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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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9-02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핑크색 바탕으로 소개해 주셔서 그런지 더 기대되는걸요!!ㅎㅎㅎ 전 기다리고 있을거예요~
cyrus님 글에서 대학 개강의 진지함과 함께 설레임이나 들뜸도 감지되요. 부러워요~^^
어서 날이 좀 선선해 져야 본격적인 캠퍼스 생활을 즐기실텐데요..!

cyrus 2011-09-03 22:42   좋아요 0 | URL
제가 의도했던 것과 정반대로 받아들이셨군요 ^^;;

다음주부터는 날씨가 선선하다네요. 대구 같은 경우에는 말로만
선선할뿐이지 대구 특유의 습한 기운은 여전할거 같습니다.

루쉰P 2011-09-03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여전히 대단하십니다. 전 항상 cyrus님을 보며 정말 저도 대학 다닐 때 저렇게 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라는 그런 생각을 많이 합니다. ^^ 정말 대단하세요.

반값 등록금은 또 사람들에게 잊혀지고 있죠. 참 인간이란 웃겨요. 금방 금방 망각을 하니 말이에요. 루쉰 선생이 잡문을 쓴 이유는 중국 국민성의 가장 큰 폐해가 망각에 있기에 그것을 없애기 위해 써서 남긴다고 했거든요. cyrus님도 루쉰 선생님처럼 그렇게 써서 남기고 있으니 분명 망각의 저주를 멈출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힘 내세요! 더위에 진짜 몸 챙기시구요.

cyrus 2011-09-03 22:45   좋아요 0 | URL
댓글 내용이 인상적입니다. 망각의 저주라.. 루쉰님 댓글 읽고나니
루쉰의 잡문이 읽고 싶어지네요. 그린비에 나오는 루쉰 시리즈 역시
신간도서에 속한지라 학교 도서관에 있을지 모르겠네요.
루쉰님도 더운 날 몸조심하시고 좋은 주말 되세요 ^^

2011-09-03 0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03 2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1-09-03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두 강준만, 진중권 생각했는데!
알라디너의 선택은 그런 거 같지는 않구요,
올리는 사람이 누군지 모르지만 눈이 엄청 높은 줄 알고 있어요.
거 아무렇게나 썼다고 해서 올라가는 거 아니거든요.ㅋ

그나저나 등록금 때문에 걱정입니다.
언젠가 대학 졸업하는데 걸리는 기간이 평균 5년 정도 걸린다는 말을
들은 것 같아요. 게다가 남자는 더하겠죠?
오늘 서울은 어제 보다 괜찮은 것 같아요.
햇볕은 강하지만 습도가 낮은 상태. 난 딱 요맘 때가 좋더라구요.
짧지만 즐기고 싶은 때여요.
시루스님도 책 욕심 난다고 책만 보지마시고
가끔씩 요맘 때를 즐겨 주세요!^^

cyrus 2011-09-03 22:52   좋아요 0 | URL
역시 신간평가단원답네요.

방금 볼트 준결승전 관람하고 집으로 왔는데,, 대구는 아직
가을날씨가 오기에는 아직 먼거 같습니다. 밤이 되니깐
시원한 바람이 불긴 한데.. 대구 특유의 습한 기운 때문에
완벽하게 시원한 느낌을 느낄 수가 없더군요.
내일은 육상대회 마지막인데 남자 마라톤을 볼까 고민중이에요.

스텔라님도 좋은 주말 보내세요 ^^

yamoo 2011-09-03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예전에 학교 다닐때부터 교수와 맨날 싸웠습니다. 제대로 된 교수들이 별로 없더라구요..3학년 되니 학교가 지긋지긋해 졌다는...--;;

반값 등록금...어여어여 빨랑 실행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그나저나 친구분들이 자가용으로 등하교를 하다뉘...부자이군요! 헐~

흠...알라디너의 선택이 그렇게 되는 줄은 몰랐네요...역시나, 알라딘은 정말 보면 볼수록 신기한 거 투성이입니다..ㅎㅎ 그런 면이 재밌기도 하구요..

cyrus 2011-09-03 22:55   좋아요 0 | URL
맞아요. 알라딘을 자주 이용하다보니 알라딘의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게 되더군요 ^^

부자라고 하기보다는.. 왠만한 대학생들은 자가용이 있더군요.
제 주위 친구들 몇 몇 녀석들도 그렇고요. 가끔 자가용이 없어서
학교가는데 불편한게 있긴 하지만.. 요즘 기름값을 생각하면
고생해서 번 돈이 너무 쉽게 쓰지 않다는 점에서 나름 위안을 삼고 있습니다.
^^;;


마녀고양이 2011-09-04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을 위해 교수님 강의 시간을 변경해 달라고 요청하신
시루스님의 담대한 용기에 일단 박수를 보냅니다, 되든 안 되든 적극적인 면이 멋지세요.

그리고 추천 세개면 노출되는 것에 대해,
저도 생각이 참 많습니다. 그러게여, 책에 대해 별 이야기 안 쓰고 노출되는거
좀 창피합니다. 그래도 책은 껴넣고 싶고.. 머 이런 갈등을... ^^

cyrus 2011-09-05 16:25   좋아요 0 | URL
제가 정말로 급할 때는 적극적인 모습이 나온답니다^^;; 간략한 책 줄거리나 감상평 정도 있는 글은 괜찮다고 봐요 ㅎㅎ

순오기 2011-09-06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휴학하는 거~~ 정말 안타까운 일이에요.
우리딸도 마지막 등록금은 장학금도 안돼서 학자금대출 받았어요.ㅜㅜ
알라디너의 선택에 올라가는 건 출간된지 3개월 이내의 신간을 넣었을 때, 추천과 댓글 수에 따라 결정된다고~ 고객센터에 문의했을 때 들었어요.

cyrus 2011-09-06 11:29   좋아요 0 | URL
몇 몇 대학생들은 학자금대출도 할 경제적 형편이 되지 못해서
휴학을 해서 등록금을 마련한다거나 아예 학업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더군요.

신간에도 알라디너 선택에 노출될 수 있는 기준이 있었군요. ^^
 
영혼의 역사 - 그리스 신화와 철학으로 보는
장영란 지음 / 글항아리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현대인들에게 '영혼' 이란...? 

우리는 영혼을 잃어버린 시대를 살고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오늘날 현대인에게는 '영혼' 이라는 개념 자체가 낯설 수 있다.   

- <그리스 신화와 철학으로 보는 영혼의 역사> 장영란, 글항아리. pp 7 -

 

'영혼'   우리가 살아가는데 귀에 들리는 익숙한 단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정작 그 의미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최첨단 과학기술과 정보가 흘러넘치는 이 시대에 '영혼' 을 들먹거린다는 자체가 어떻게 보면 시대에 뛰떨어진 추상적인 관념을 논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영혼' 이라고 하면 단지 죽은 사람의 넋이라는 일반적의 의미로만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렇다보니 '영혼' 이 귀신과 같은 초자연적인 의미에만 국한되기도 한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간혹 '영혼을 팔아서 OO를 이루겠다.' , ' 혼란스러운 세상으로 인해 병든 도시인의 영혼들' 이라는 식으로 이 '영혼' 이라는 단어를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많이 사용하고 있다.   여기서 사용되는 '영혼' 은 그저 죽은 사람의 넋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형성되는 모든 정신활동을 함축적으로 의미하고 있다.  그래서 '영혼' 의 의미를 좀 더 확장시켜나간다면 '마음' 또는 '정신' 을 뜻하는 것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병든 영혼' 이라고 비유할 정도로 현대인의 정신은 그야말로 피폐해져만가고 신체 질환 못지 않게 마음과 정신의 병을 죽을 때까지 달고 살아가기도 한다. 아무리 시대가 좋아진다고 하더라도 남녀노소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을 높아지고 있으며 정신적인 고통을 견뎌내지 못해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들 계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무엇이 현대인들의 '영혼' 을 병들게 하고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일까?  정신상담 관련 카운셀러나 전문의들은 대체적으로 현대인의 삶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적 환경이 현대인들의 정신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일차적인 원인으로 보고 있지만 우울증 문제는 단지 사회 구조의 문제로만 치부하기에는 좁은 발상이며 실질적으로 우울증을 치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데 한계가 따른다.    

 

<그리스 신화와 철학으로 보는 영혼의 역사>를 쓴 그리스 신화 및 고대철학 전문가인 저자는 현대인들의 피폐한 삶을 치유할 수 있는 중요한 단초를 고대 그리스로 대표되는 고대인들의 영혼 개념에서 찾고 있다.    시간을 거꾸로 되돌림으로써 잃어버린 현대인들의 영혼을 고대의 선조들이 남긴 지혜, 즉 그리스 신화와 철학을 통해서 환기시키고 있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생각한 영혼의 개념  

'영혼' 은 '숨쉬다' 라는 말을 뜻하는 그리스어 psycho에서 유래되었다.  오늘날에는 '정신' 과 동일한 의미로 사용되어지고 있지만 영혼의 기능이 정신적인 의미로 자리잡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으며 똑부러지게 한 가지의 의미로 특정짓기보다는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었다.   

'영혼' 이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제시한 호메로스<일리아드><오뒷세이아>를 통해 다양한 표현으로 영혼의 기능을 설명해주었지만 매우 한정적인 의미만 지니고 있었을 뿐이었다.  영혼의 어원이 '숨쉬다' 라는 말에서 유래되었듯이 그저 죽은 자들에게만 사용되는 단어였으며 살아 숨쉬고 있는 사람과는 상관없는 것이었다.   즉, 신체에서 영혼이 빠져나가는 것은 바로 죽음이며 그것은 인간이라고 불릴 수 없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지금까지도 현존하고 있는 호메로스가 남긴 문헌들, <일리아드>와 <오뒷세이아>를 보게 되면 영혼을 생명의 원리로서 본절적 특성을 부여한 표현도 있지만 호메로스는 영혼의 본질적 의미에 심도있게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러다가 그리스 철학이 등장함으로써 본격적으로 영혼의 개념이 철학적 사유로 분석되어지기 시작하게 된다.   밀레토스 학파의 시조인 탈레스는 모든 만물에는 그 자체 속에 생명을 갖추고 있다는 물활론을 확립하여 영혼을 통해서 만물이 스스로 운동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후에도 초기 고대 그리스 자연철학자들은 각기 다른 영혼의 개념을 내세우게 되었는데 아낙시메네스 는 우주를 둘러싸고 있는 공기야말로 영혼이라고 생각했으며  헤라클레이토스는 영혼 개념에 '인식' 능력을 덧붙였다.   

  

 

  오르페우스교 & 피타고라스 학파 : 영혼의 불멸성에 대한 두 학파의 입장 

영혼의 개념이 확립되면서 고대 그리스인들은 영혼의 불멸성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끊임없이 생성, 소멸하는 자연의 변화를 관찰하면서 자연히 인간의 신체가 죽음으로 소멸해도 영혼은 다른 신체에 들어가 윤회하게 된다고 여겼다.      

  

 

 카미유 코로 <오르페우스와 에우뤼디케>  1861년  

오르페우스는 아내 에우뤼디케가 있는 지하세계 하데스로 내려간다. 그곳에서 그는 뛰어난 리라 솜씨로 스튁스 강의 뱃사공 카론과 괴물 케베스(케로베로스), 하데스와 페르세포네까지 감동시켜 에우뤼디케의 영혼을 데리고 갈 것을 허락받는다.  그러나 오르페우스는 아무도 보아서는 안 된다는 지하세계의 법칙을 어겼고, 결국 아내의 영혼을 헤르메스에 의해 이끌려 되돌아갔다.  오르페우스는 그녀 무덤 앞에서 슬픔을 감출 수 밖에 없었다.  

- 같은 책, pp 256 -

 

죽은 아내 에우뤼디케를 데려오기 위해서 죽은 자들만 갈 수 있는 지옥 세계에 도달한 그리스 신화 속 최고의 리라 연주가 오르페우스가 창시한 것으로 알려진 오르페우스교는 언젠가는 죽게 마련인 육체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 인간의 영혼이 영적 존재로서 불멸의 행복을 얻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영적 불멸의 행복을 얻기 위해서는 엄격한 수행이 요구되는데 육식을 금하고 채식을 권장하는 것이다.    

수학 시간에 배우게 되는 '피타고라스의 정리' 로 유명한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피타고라스의 사상을 주축으로 형성된 피타고라스 학파는 전생과 윤회를 믿었다.  그래서 피타고라스 학파에 가입된 학자나 사람들은 육식과 동물 살생을 금기시하였는데 인간의 영혼이 완전하게 정화될 때까지 다른 생물로 형체를 바꾸며 다시 태어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플라톤 : 영혼의 본성을 인식하기 위한 일상적인 방법  

플라톤은 시간과 더불어 변하는 일 없이 동일한 것으로서 머무는 영원불변한 형상, 즉 이데아(Idea)를 영혼의 눈으로만 볼 수 있다고 봤다.  그리고 진실한 존재로서의 이데아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영원불멸한 진리를 인식해야한다고 주장하였다.   

스승인 소크라테스의 재판 이후 비극작가로의 꿈을 접고 철학의 길로 들어선 플라톤은 그가 살아가는 초라하고 부적절한 세계보다는 마음속으로 더 순수하고 더 확실한 미래를 꿈꾸는 이상주의자였다. 플라톤에게 있어 영혼은 육체보다 완벽하며, 이데아는 육체나 영혼보다 더 완벽하였다. 그에게는 배움마저도 태어나기 전부터 비자연적인 존재로부터 배웠던 것을 ‘상기’해 내는 것이었다.    

플라톤은 자신의 삶을 음미하는 행위 자체를 곧 자신의 영혼에 대해서 주의 깊게 성찰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영혼을 성찰하고 돌보기 위한 일상적인 행위로서 플라톤이 제시한 방법은 바로 '글쓰기' 다.  그러나 문자 자체로서의 의미만 파악한 채 정작 참된 의미의 지혜를 기억하지 않는 글쓰기 행위를 경계하였고 인간이 문자를 배워 글쓰기에만 신뢰한다면 지혜의 기억에 무관심해져 영혼이 더 쉽게 망각될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단 한 편의 저서를 남기지 않았던 스승인 소크라테스와는 반대로 대화편을 남긴 우리가 알고 있는 플라톤의 모습과 상반되는 사실이다.  

 

 

  에피쿠로스 학파 vs 스토아 학파 : 영혼의 병을 치유할 수 있는 실천적 방법

고대 헬레니즘 시대에 형성된 에피쿠로스 학파와 스토아 학파는 공통적으로 영혼의 병을 치유할 수 있는 실천적 문제를 제시하고 있다.   에피쿠로스 학파는 쾌락이 인생의 최고 목표이며 행복한 삶은 최대의 쾌락과 최소의 고통을 의미한다고 가르친 반면, 스토아 학파는 행복을 정신과 영혼의 안정에서 찾았으며 욕망을 버리는 금욕주의를 행복을 달성하는 실천 윤리로 제시했다.  

에피쿠로스는 쾌락을 옹호하면서도 그것을 동적 쾌락과 정적 쾌락, 두 가지로 분류했다. 전자는 욕구를 만족시킴으로써 형성되는 쾌락(아포니아, aponia)이다. 후자는 욕구가 충족된 뒤 더는 그것을 느끼지 않는, 그야말로 영혼이 동요되지 않는 평정한 마음 상태의 쾌락(아타락시아, ataraxia)이다.  에피쿠로스는 그러한 감각적이며 순간적 쾌락으로 대표되는 아포니아를 부정하고, 지속적이고 정신적인 쾌락인 아타락시아를 역설하여 쾌락의 질적 구별을 인정하였다.  에피쿠로스가 정적 쾌락을 중시한 것은 욕구의 충족보다는 그것의 제거가 인간의 고통을 벗어날 수 있는 행복의 관건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쾌락을 최대화하고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죽음과 신들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죽음과 신에 대한 인간의 관심이 곧 불멸에 대한 욕망을 불러일으킨다고 생각했다.    

 

 

자크 루이 다비드 <세네카의 죽음>  1773년 

여느 스토아 철학자들과 마찬가지로 세네카도 자기 자신을 돌보는 삶은 자연에 일치하여 살아가는 삶이라고 말한다.  그는 스스로 세속에 물들면서도, 끝내 인간이 인간다운 까닭은 올바른 이성을 갖췄기 때문이며 유일의 선(善)인 덕(德)을 목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중략) 

- 같은 책, pp 493 -

 

반대로 스토파 학파와 같은 경우에는 삶을 적극적으로 살면서도 괴로움에 빠지지 않고 내면의 평화를 유지하는 방법으로 쾌락에도 고통에도 무감각한 부동심의 마음을 강조했다.  변화무쌍한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휘둘리지 않으려면 '이성' 에 따름으로써 분노, 슬픔 따위 감정의상태에서 벗어나 자신을 최선의 상태로 유지할 수 있는 자기보존 능력이 필요하다.   현재의 상황에만 집착하지 말고 미래에 일어나게 될 상황들을 예측하고 상상함으로써 미리 영혼의 준비를 하는 훈련을 할 것을 강조하였다. 

    

 

  고대인들의 지혜를 통한 잃어버린 영혼 되찾기  

고대 그리스 신화나 철학에서 언급되는 있는 '영혼'의 의미들은 수많은 세월이 지난 오늘날의 입장에서 보기에는 너무나 단순하면서도 관념적이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영혼' 의 의미보다는 한층 더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논어> 위정편에 '온고지신'(新)이라는 구절이 있다.  옛 것을 배움으로써 새로운 것을 알 수 있다는 뜻이다.   오랜 세월의 풍파를 뛰어넘어 오늘날에도 현존하고 있는 고대 그리스인들이 남긴 영혼에 대한 탐구의 결과물들 중에는 오늘날에도 현대인들의 삶에 적용할 수 있는 유용한 내용도 있다.  

자신의 삶, 즉 영혼 그 자체를 스스로 반성하고 성찰할 수 있는 일상적이면서도 가장 쉬운 방법이 글쓰기임을 플라톤은 제시하였고, 에피쿠로스는 죽음에 대한 지나친 두려움이 곧 삶의 욕망으로 발전하여 자신 스스로 영혼을 병들게 한다고 봤다.    즉, 고대인의 지혜가 함축된 철학을 배움으로써 단순히 진리를 인식하도록 도와줄 뿐 아니라 일상적 삶 속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삶의 방식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하루하루 살아갈수록 더욱 고달퍼지고 퍽퍽해져나가는 세상 속에서 영혼이 병들지 않기 위해서는 굳이 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상담 카운셀러와 전문의를 만나는 것보다는 자신 스스로 문제점을 파악해보고 이를 해결해나가 수 있는 영적 훈련을 해보는 것도 좋을듯하다.  

플라톤의 스승이 델포이 신전 현관 기둥에 새겨진 문구를 보고 이런 말을 하지 않았는가.   

 ' 너 자신을 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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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11-09-01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어요^^ 아, 근데...진짜..무엇이 현대인들의 '영혼' 을 병들게 하고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일까요? 정말 궁금해요...저 책에는 나와있지 않은가요??

나 자신을 알면 병든 영혼을 치유할 수 있을지...근데, 이거...넘 어려운거 아닌지...ㅜㅜ

cyrus 2011-09-02 23:25   좋아요 0 | URL
제가 그 부분만큼은 글에서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네요.
자칫 읽는 분들이 오해할 수 있는 소지가 있겠습니다. ^^;;

참고로 이 책에서는 현대인들의 정신적인 병에 대한 원인은 상세하게
밝히지 않고 있답니다. 머리말에서 저자가 현대인들의 영혼을
치유하기 위한 단초로 고대인들의 신화나 철학 속에 등장하는
영혼 개념이라고 언급하고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덧글로나마 글에 대해서 덧붙이자면..
현대인들이 정신적인 병에 생기는 이유가 스토아 학파가 주장한 것처럼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삶에 대한 지나친 집착 때문에
자신 스스로 병들게하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요.

사실 이 책의 내용이 어렵기는 해요. 플라톤의 철학에 대해서도
알고 있으면 읽는데 수월할거 같고요.. 저 같은 경우에는
에피쿠로스나 스토아 학파에 대해서 학창시절에 인상깊게 배운 적이
있어서 제가 최대한 소개할 수 있었던 내용이랍니다.

꽃도둑 2011-09-02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이러스님, 안농안농! 잘 지내시죠? 아, 여전하네요.. 보기 좋아요..^^
정말 오랜만에 알라딘에 들어왔네요.
그냥 인사차 들렀어요.. 잊을만 하면 또 올게요.
몸, 마음, 정신, 영혼 모두모두 건강하게 지내세요~~

cyrus 2011-09-02 23:26   좋아요 0 | URL
정말 오랜만이네요. 꽃도둑님 ^^
잘 지내고 계시죠. 꽃도둑님도 건강하시고,, 제 생각이 나신다거나
심심하면 들려주세요 ^^
 

  

 

  수강신청 못지 않게 골치 아픈 수강변경 

2주 전에 수강신청을 하고나서도 마음 속에는 수강에 대한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긴장' 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조금 과장스러운 면은 있지만 아무리 완벽한 강의 시간표를 만들었다하더라도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기기 마련이다.  

여기서 '예상치 못한 변수' 라는 것은 수강 시간과 날짜 및 강의실 그리고 수강을 담당하는 교수(또는 강사)가 교체되는 것, 수강 신청 인원 미달로 폐강 결정되는 것 등을 말한다.  수강 시간과 날짜, 강의실이 변경되는 것은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이지만 일반적으로 수강 신청 기간이 지나고 난 뒤에는 폐강되는 강의와 갑작스레 강의 담당 교수가 교체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렇기 때문에 수강변경 역시 수강신청 못지 않게 시간표를 구성하는데 중요하면서도 은근히 골치 아픈 일이다.

수강신청하고 난 뒤부터 거의 컴퓨터 앞에만 서면 항상 먼저 확인하는 것이 수강신청 및 변경 관련 공지사항이었다.  방학이 끝나지 않는 이상 하루에 한번씩 수강시간표 내용이 변경되는 사실을 알려주는 공지문이 게시된다.   만약에 공지사항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으면 자신이 신청한 강의가 폐강된 것도, 그리고 담당교수가 교체되는 줄도 모른채 개강을 맞이하게 된다.  정작 자신이 원하는 수업을 신청한 줄 알았다가 개강날이 되서야 뒤늦게 낭패를 보는 것이다.   

    

 

  개강하는 첫 날의 중요성

대학교의 수강변경 기간은 개강하기 시작하는 날 이후에 편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개강하는 날, 그러니까 수업의 첫 날은 그 수업에 대해서 교수가 학생들에게 간략하게 소개하는 오리엔테이션(OT)이다.     

오리엔테이션이라고 해봤자 길어야 30분 정도 밖에 안한다. 강의 첫 날이니깐 교재를 챙길 필요도 없다. 그리고 수업 공인 출석에 인정되지 않는다. 그렇다보니 학생들 대부분은 개강 첫 날의 오리엔테이션의 중요성을 간과한 채 강의실보다는 제일 먼저 술집으로 향한다.

대학 강의의 오리엔테이션은 새로운 내용의 수업에 참관하려는 학생들에게, 그 개요를 이해시켜 새로운 학문에의 적응을 위한 심적 자세를 갖도록 하는데 의의를 두고 있다.     

강의를 담당하는 교수들마다 다르지만 학생들에게 자신의 교육 스타일을 알려준다.  시험평가 및 과제물 평가 기준 등과 같은 수업계획서에 있는 내용을 알려주지만 어떤 교수는 개강 첫 날부터 학생들에게 학점 이의제기를 허용하지 않으려는 단호하게 경고하기도 한다.  그만큼 OT는 교수가 강의에 대한 모든 것들을 학생들에게 직접적으로 어필하는 시간이다.  이를 통해 강의를 신청한 학생은 OT를 통해서 자신이 신청한 강의가 자신의 적성과 학습 목적에 부합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즉, 수강신청 기간에 공개되는 수강계획서보다 실감적으로, 그리고 상세하게 자신이 신청한 강의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단지 수강계획서만 가지고 그 수강이 어떤 것인지, 무엇을 배우는 것인지 100%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학생은 오리엔테이션에 참관하여 자신에게 맞지 않는 강의라는 것을 알게 되면 수강변경 기간을 통해서 다른 강의로 변경, 신청할 수 있다.   

   

 

  이상하게 편성된 수강변경 기간   

그런데..!!! 

수강변경 기간이 방학 기간 안에 편성되어 있다면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앞에서도 언급한 OT와 수강변경 기간의 정의를 함께 생각해본다면 이것은 잘못된 편성이라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그런데 최근에 내가 다니는 학교가 이처럼 기이하게 편성된 수강변경 기간 때문에 학생들 사이에서 불만을 가중시켜  큰 논란을 빚고 있다.

수강신청 기간이 되면 동시에 수강계획서가 게시된다. 학생은 수강계획서 속 내용을 가늠하여 시간표를 만든다.   그런데 이 수강신청할 수 있는 모든 과목 전부 다 수강계획서가 게시되는 것은 아니다.    수강신청 할 수 있는 과목 100개 중 30개는 수강계획서가 올려져 있지 않다.    심지어 몇 몇 과목은 아직 담당교수가 확정되지 않은 미선임 과목도 있다.   학생들은 수강계획서 내용만을 토대로 수강을 신청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수강계획서에 한 글자도 적혀 있지 않는 수업은 학생들 입장에서는 차마 신청하기가 껄끄럽고 애매모호하게 만든다.   

특히 학년별 전공필수과목일 경우에는 더욱 난감하다.  가끔 이런 경우도 발생한다.  

  

 

 과목 A1 ,    김 아무개 교수 담당,  수강신청 가능 인원 60명        수업계획서 있음 

  과목 A2,     박 아무개 교수 담당,  수강신청 가능 인원 60명         수업계획서 없음  

 

 

만약에 전공필수과목 A1과  A2가 있다고 하자.  과목명과 수강신청 가능 인원은 60명으로 제한되었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담당교수는 다르다. 그리고 A1 강의는 수업계획서가 상세하게 공지되어 있고 반면에 A2 강의는 수업계획서가 없다.   

그렇다면 당신이 수강신청을 하게 된다면 A1과 A2 중에 어떤 수업을 신청할 것인가?  당연히 수업계획서가 있는 과목 A1을 신청할 수 밖에 없다.    수업계획서 내용이 없으니 A2의 수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수많은 학생들은 수업계획서가 있는 수업을 신청하는 쪽으로 편향하게 된다.  한 학년에 100명이 넘는 학과일 경우에는 먼저 신청하는 사람이 유리하다.  100명 중에 60명이 재빠르게 과목 A1을 신청하면 나머지 40명은 과목 A2를 신청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다른 전공의 학생들도 신청하게 된다면 신청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물론 A1 과목을 신청하는 학생 수가 많으면 분반이 개설되기도 한다.   그러나 새롭게 개설된 분반 역시 A2 과목의 경우와 비슷하다.   

그 분반된 강의가 A1 과목을 담당하는 교수라면 별 문제가 없는데 임시방편으로 개설되다보니 대부분 시간강사가 담당하게 되며 수강계획서가 올려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결국 늦게 신청한 40명은 울며 겨자 먹기 씩으로 분반 또는 A2 과목을 신청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수강변경 기간이 개강 이후에 있기 때문에 학생들은 일단 그 수업을 들어보고 강의의 호불호에 따라서 다시 변경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수강인원이 꽉 차 있어도 그 수업 교수에게 수강허가서를 제출하면 가능하다.  

하지만 수강변경 기간이 방학 기간 내에 있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방학 때 학교에 교수나 강사들이 출근하는 것도 아닌데 수강허가서를 제출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그리고 나처럼 캠퍼스에서 멀리 떨어져 사는 학생 또는 지방에 거주하는 학생들에게는 방학 기간에 캠퍼스를 찾아야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한다.   수강허가서 제출이 불가능해지자 몇 몇 학생들은 교수에게 전화를 걸면서까지 사정을 해보지만 대부분 전화를 받지 않는다거나 수강 인원이 꽉 찼다는 이유만으로 거절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학교 전체의 신뢰를 추락시킨 수강변경 기간 논란 사태  

이런 사례 이외에도 잘못된 수강변경 기간 편성으로 학생들이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수강신청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자신이 원하는 학점을 채우지 못한 채 한 학기 수업을 들어야한다. 특히 취업 전선을 뛰어들어 준비해야 할 대졸 예정자 4학년일 경우에는 다른 학년에 비해 손해가 크다.   얼마 남지 않은 졸업학점을 채우기 위해서 수강신청을 하게 되지만 정작 자신이 원하는 수업 또는 전공필수과목을 신청하지 못해서 내년에도 또 다시 학교를 다녀야한다.  안 그래도 취업 구멍이 좁아서 정신적 부담을 가진 마당에 멈출줄 모르는 고액의 등록금을 수강신청하지 못한 몇 몇 과목 때문에 내야하는 재정적 부담까지, 그야말로 이중고를 떠안게 되는 것이다.  

수강변경 기간이 다가오기 전부터 학생들은 수강변경 기간의 편성의 문제점에 대해서 학생 게시판에서 제기를 해왔지만 수강신청 업무를 총괄적으로 담당하는 수업학적팀에서는 학생들의 입장을 고려해서 편성했을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답변을 밝혔다.   사실 방학 기간 내에 수강변경 기간 편성은 올해가 처음이다.   내가 1학기 수강신청한 작년에는 일반적으로 수강변경 기간이 개강 이후에 이루어졌다.   

이미 학생들이 예고했던대로 수강변경 기간의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학교 게시판에서는 수강변경을 제대로 하지 못한 학생들의 불만이 하나씩 터졌으며 심지어 수업학적팀뿐만 아니라 학교 행정부 그리고 총학생회까지 비방하는 사태까지 불만이 일파만파 커지고 말았다.  수강변경 기간에 불만이 많은 학생들은 이번 일이 학교 행정부와 총학생회 간의 합의된 탓이라고 억측으로 비난함으로써 졸지에 총학생회는 학생들에게 '무능하다' 는 이미지를 얻게 되었다.    뒤늦게 총학생회는 학생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해명의 글을 올렸지만 이미 불만과 짜증으로 가득찬 학생들의 화를 달래기에는 늦었다.  

학생회장의 해명 글에 의하면 총학생회에서 내건 공약에 따라 지난 10년간의 수강신청 전산 시스템의 수요에 따라 복수전공과 교양수업에 치중하는 것을 방지하고 자신의 과에 전공수업을 늘리는 방안으로 변경되었으며  

학교 학칙 제4장 제8조(수업일수)가 16주간의 일정 내에 15주차에 모든 수업 일정을 마쳐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고 그것에 의거하여 수업학적팀에서 수강 변경기간을 학기 중에 시행하지 않고 방학 중에 수강신청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학교는 수업역량강화사업 1주일, 법정공휴일, 그리고 학기중 1주일 수강정정 기간을 가지게 되면 사실 고등교육법에서 나와 있는 15주를 채우지 못하는 사항이 되고, 이것은 곧 학생들의 등록금을 내고도 올바른 수업정상화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 제도를 도입했다고 하였다. 

 

 

값비싼 등록금을 내는만큼 학생들에게 질 좋은 수업을 제공하기 위한 학생회의 의도는 좋다.  하지만 학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섣불리 도입한 감이 든다.  10년동안 축적된 전산 수요 시스템으로만 학생들의 수강 신청 메커니즘을 파악할 수가 없다.   학생들 개개인마다 수강신청의 형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복수전공에 치중하는 것을 방지하고 자신의 과에 전공수업을 늘리는 방안' 은 취업을 위해서 복수전공을 신청하는 오늘날 대학생들의 수강신청 추세를 읽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는 문제의 학교에 소속된 학생으로서 정작 학생들을 위한 제도를 만든답시고 학생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채 도입한 학교 행정에 문제가 있지만 수강신청에 대한 수요를 잘못 파악한 점 그리고 학생들의 불만이 증폭되어가는 상황에 뒤늦게서야 해명의 글을 올리는 학생회도 문제가 있다.    

또 이번 수강신청과 변경과 관련해서 가장 큰 책임을 담당하고 있는 수업학적팀의 미온적인 태도도 넘어갈 수 없는 처사다.  수업학적팀이 먼저 이번 사태에 관련된 해명의 글을 올리는 것이 당연하다.  총학생회만 모든 학생들의 비난을 감당하게 된다면 총학생회 전체의 이미지만 추락하는 꼴이 된다.      

결국에는 수강변경 기간을 개강 이후 기점으로 새롭게 추가편성하기로 결정했다. 원래 수강변경은 이렇게 편성해야되는 것이 정상적이다.    이번 논란으로 인해 학생 행정부, 학생회 그리고 학생들 모두에게 서로 신뢰와 타협점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게 되었다. 이번 사태를 교훈삼아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또 다시 발생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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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08-30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 골치 깨나 아프셨겠습니다.
지금은 안정된 거죠?
반값 등록금은 언제쯤 될까요?
시루스님 졸업 전에 되면 좋을 텐데...
아무튼 불미스럽고 번거롭긴 했지만 또 한 학기 힘차게 시작하십쇼!^^

cyrus 2011-09-01 12:14   좋아요 0 | URL
며칠전 신문에서 봤는데 국회에서 반값 등록금 문제가 합의점을 찾지 못한채
잠정 무산 결론을 내렸더군요. 정말로 반값 등록금 문제가 실현될 수
있을지 점점 회의적으로 생각하게 되네요.

일단 지금은 수강변경 사태가 어느 정도 잠잠해졌는데 이번 사태로 인해서
학생들과 학교 행정부 그리고 학생회 사이 간의 불신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거 같습니다.

비로그인 2011-08-30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 정말 복잡하네요. 저는 필 꽂히는대로 확확 신청했다가 나중에 후회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는데, 수강신청 변경 기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대학 강의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서 그런 건지도 모르구요. '강의실<도서관' 요런 공식은 절대 깨지지 않는다니까요 ㅋㅋ (어쩌다보니 수강신청 페이퍼에 이어 수강변경 페이퍼에 덧글을 달게 되었네요, 하하)

cyrus 2011-09-01 12:16   좋아요 0 | URL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해서 미리 수강신청 전에 시간표를 짜는 것이죠.
그런데 미리 짜봤자 제가 100% 원하는대로 되지 않는답니다.
다만 수강 실패율과 후회감을 줄일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해요 ^^;;




2011-08-30 2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01 12: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30 2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01 1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01 13: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이리시스 2011-08-31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변경이 학교 측 사정이나 인원미달, 강의실 문제 등으로 될 때 미리 계획 짜논 학생으로서 살짝 신경질 나죠. 이제 정말 개강인가 봅니다. 시루스 님 만나고 첫 개강도 아닌데 가을이라 그런지 더 응원하고 싶어요!

cyrus 2011-09-01 12:21   좋아요 0 | URL
응원 팍팍 해주세요~~ ^^ 이번 학기 수업은 1학기때보다
쉽지가 않거든요 ㅎㅎ

pjy 2011-08-31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입장을 고려해서 편성을 했는지? 어떤 기준으로 문제가 없다고 하는건지...참-_-; 문제가 없는데 왜 나중에 변경기간은 생겼는지~

관련자 모두를 만족시킬수 없는게 당연하겠지만, 갑만 만족하는 결론에 현재 매우 시달리는 "을" 괜히 울컥하고 있습니다....

cyrus 2011-09-01 12:22   좋아요 0 | URL
결국 이번 사태는 수강신청을 하는 학생들과 사태의 책임을 떠안게 된 학생회만
피해를 보고 말았어요. 지금 학생의 복지를 위해서 선도해야할 저희
학교 학생회의 이미지가 지금 말이 아니랍니다. ^^;;

yamoo 2011-08-31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강신청 변경...이거 참 골치아프죠. 시간표 맞추기도 힘들고...

아니, 근데 학교측은 어쩌자고 그런 행태를 보이는지....이건 학생들이 데모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이상하게 학생회는 이런데에는 잘 데모를 안하는 거 같다는..--;;

그나저나 진짜, 반값등록금은 언제 시행되는지...

cyrus 2011-09-01 12:25   좋아요 0 | URL
야무님 말씀대로 정말 사태가 계속 확산되었다면 정말로 학생들이
데모를 펼쳤을거에요. 저희 학교 학생회 같은 경우에는
사학재단 복귀 반대 시위를 펼친 적이 있어요. 아무래도 등록금 문제는
자연스럽게 멀어질 수 밖에 없게 되고요. 얼른 사학재단 문제가
시급히 해결되어야 등록금 문제에 대한 논의가 나오는데 말이죠.

맥거핀 2011-09-01 0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에는 별 얘기 아니겠거니 생각하고, 글을 읽었는데, 막상 끝까지 읽어보니 이것 참 복잡하고, 심각한 문제로군요. 문제가 발생하면 빨리 고치면 될텐데, 사실 학교 조직도 어지간히 답답한 조직이라(예전에 '조교'했던 경험을 돌이켜볼 때) 공문 오가야 하고, 보고도 해야하고 어쩌고 해서, 참 잘 안되지요. 아무튼 그동안 피해는 학생들만 본다는...;;

cyrus 2011-09-01 12:27   좋아요 0 | URL
맥거핌은 조교 경험이 있으시군요. 정말 조교도 수강 신청이나 변경
기간만 되면 머리 아플거 같아요. 학생들이 전화로 수차례 문의를 하거나
사무실에 찾아간다면 조교 입장에서는 바쁘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