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 분야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 주세요.

  

최근에 도서관에 들리게 되면 유독 신간도서들이 꽂혀 있는 서가 쪽에 자주 가게 됩니다.  

그 곳에서 지금까지 신간평가단원분들이 소개하신 따끈따끈한 신간도서들 몇 권이 있어서  

반갑기도 하면서 저절로 읽게 되더라구요.  이게 신간도서평가단이 되면서 생기게 된   

아주 좋은 버릇(?)인 거 같습니다. ^^ 

  

 

 

    

 

 

 

 

  

 

   며칠 전에 도서관 신간도서 코너에서 이 책을 득템(?)하여 읽고 있습니다.  

   흙에 대한 문명사를 다루고 있지만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지난 달 신간도서였던 쥘 미슐레의 <바다>보다  내용이 흥미진진하고  

   유익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잠깐 느낀 것이 그동안 살면서 너무 흙을 외면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회가 되신다면 꼭 읽어보세요 ^^ 

  

 

 

 #1 영혼이라도 팔아 취직하고 싶다 / 강준만 / 개마고원

 

 

 

 

 

    

 

  

대한민국 최대의 사회적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취직과 실업에 관한 것일겁니다.  

한 때 유시민과 같은 독설가(?)와 독설적인 다작으로 악명 놓았던 강준만 씨의 신간이라서  

소개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저 같은 경우에도 이제 취업을 걱정해야할 나이라서  

' 취직 ' 이라는 두 글자의 단어에 더욱 민감하고 관심을 안 가질 수 없게 되는 거 같습니다. 

이런게 일종의 조건반사라고 해야 되나요?  ^^;;  

사족이지만, 제가 이 책이 알라딘 신간도서에 등장하자마자 도서관 희망도서로 신청했는데, 

퇴짜 맞았습니다. -_-;;    알고보니, 도서관 신간도서 정기 구입 때 이미 반영되었다군요.  

 

  

 #2  반자본 발전사전 / 볼프강 작스 / 아카이브

    

 

 

 

 

 

   

 

 이 책 알고보니,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 스페인, 아랍에서도 번역되었다네요.  

 책 속에 초판과 개정판 서문도 있던데, 개정판이 나올 정도라면 많이 읽혀진 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발전, 환경, 시장, 평등 등 총 19개 항목으로 자본주의와 세계화를  

 ' 다르게 '  바라보고 있습니다. 

 

   

 #3  하리하라의 몸 이야기 / 이은희 / 해나무

   

 

 

 

 

 

 

   

 

 [인문/사회] 신간평가단 사이에서 요즘 회자가 되는 것이 아무래도 지금까지 한 권도  

 과학 도서가 선정되지 않고 있다는 것일겁니다.  

 이번에도 다른 분들 신간도서 페이퍼를 읽어봤는데, ' 뇌과학 ' 분야의 신간도서가  

 많이 소개된거 같더라구요.   

 제가 선정한 과학도서는 ' 하리하라 ' 라는 닉네임으로 과학 칼럼니스트로 활약하고 있는 

 저자의 책입니다.   이 분이 쓴 과학도서들은 쉬우면서도 재미있습니다.  

 이번 저자의 신간은 몸과 질병 등에 대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이 책이 선정 안 되어도 좋으니,  

 제발~~~~~~~~    이번 달에는 과학도서 한 권이라도 선정되었으면 좋겠네요. ㅠ_ㅠ

 

  

 #4 화폐인문학 : 괴테에서 데리다까지 / 이마무라 하토시 / 자음과 모음

 

 

 

 

 

 

  

 

 제목과 부제를 보자마자 바로 꽂혔습니다.   

 화폐에 대한 인문학에 대한 책일 것이며 부제에는 괴테와 데리다만 언급되었는데도  

 책이 재미있을 거 같습니다.     제가 찾은 서지정보에 의하면  

 루이 알튀세르를 비롯한 프랑스 포스트모던 사상을 일본에 소개한  

 일본의 현대 철학자이자 사상 연구가인 이마무라 히토시의 <화폐란 무엇인가>의  

 완역본이라고 하네요.   인간의 존재에 과연 화폐란 무엇일까요? 

 괴테와 앙드레 지드 등과 작가의 소설들부터 장 자크 루소, 자크 데리다 등의  

 유명한 사상가들까지 다각도로 화폐의 인문학적 의미를 살펴보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5 레즈 / 황광우 / 실천문학사

 

 

 

 

 

 

   

 

 요즘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사상에 대해 부쩍 관심이 늘게 되어서  

 때마침 몇년 전에 출간되었던 <레즈를 위하여> 개정판이 나왔길래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2부에는 마르크스와 엥겖스의 <공산당 선언>을 번역한 내용이고,  

 3부에는 <공산당 선언>에 대한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들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서 지금 시대에 걸맞는 <공산당 선언>의 해석과  

 진보 및 노동운동이 앞으로 가야할 길을 알 수 있을거 같습니다.  

 

 

 

 

 > 기타 도서

 

    

 

 

 

 

 

 

   제 생각이지만 이번 신간도서 페이퍼 중에서  선정될 가능성이 높은 책이 될거 같습니다.  

   한 달 전에 대한민국 사상의 거목이셨던 분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게 되면서  

   이 분의 사상에 대해서 다시 재조명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분의 사상에 대해 알고 싶어서 이 책을 도서관 희망도서로 신청했는데  

   빠르면 며칠 뒤에 이 책을 읽게 될 거 같네요. ^^;; 

   조국의 <진보집권플랜> 리뷰처럼 ' 선 독서 선 리뷰 ' 가 되네요.  

   그래도 이 책이 선정된다고 해도 아쉬울거 전혀 없습니다. 

                                         

 

    

 

 

 

 

 

 

 

  

 1) 마키아벨리의 네얼굴 / 퀀틴 스키너 / 한겨레출판사

 강정인 교수가 번역한 <군주론>을 읽어봤는데,  사실 전체 텍스트를 읽어봐도  

 좀 어렵더라구요 , , , ^^;;        역자가 까치에서 나온 <군주론>을 번역한 강정인 교수입니다.  

 분량이 그리 두껍지 않은, 한겨레출판사에서 나온 문고 시리즈 중의 한 권이라서  

 마키아벨리의 사상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거 같습니다.  

  

 

 2) 씨앗의 자연사 / 조나단 실버타운 / 양문   

 이번 8기 [인문/사회] 신간평가 도서 선정의 또 하나의 문제점은  

 역사 에 대한 책 역시 선정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2009년 뉴사이언티스트 최고의 과학책으로 선정된 책입니다.  

 ' 씨앗 ' 이라는 생물학적 개념과 ' 자연사 ' 라는 역사의 조합.  

 어떻게 보면 과학과 역사라는 장르를 아우르고 있는 책입니다.  

 데이비드 몽고메리의 <흙> 처럼 씨앗을 주제로 한 문명사에 관한 내용입니다.  

 

  

 3) 프로이트의 환자들 / 김서영 / 프로네서스  

 프로이트 전집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책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가졌지만   , , ,  

 제가 프로이트의 사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터라  

 과연 이 책이 프로이트 사상의 정수를 제대로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을지  

 모르겠네요.   특히 저 ' 한 권으로 읽는 프로이트 ' 라는 문구가 영 믿음스럽지 않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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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조부 2011-01-08 00:55   좋아요 0 | URL


강준만은 예전같은 전투적인(?) 분위기는 많이 사그라 들었는데 말이지~ ㅋ

리영희평전 을 쓴 저자의 글이 난 이상하게 안 읽혀서 이 책은 패스 ^^

우선 관심저자들이 공동집필한 리영희프리즘 먼저 읽을 계획이야~

근데 벌써 취직 걱정이야? ㅎㅎㅎ

cyrus 2011-01-08 13:10   좋아요 0 | URL
저도 <리영희 프리즘> 그 책도 찜해두고 있었어요.
그리고 벌써 취직 걱정이라뇨^^;; ㅎㅎ
제 나이도 이제 20대 중반 코 앞에 왔어요ㅋㅋ


마녀고양이 2011-01-08 11:22   좋아요 0 | URL
영혼이라도팔아취직하고싶다 에서 우선 한숨 푹푹.........
정말 미치겠네요, 우리 현실이.

'프로이트의 환자들'은 정신분석 사례이기 때문에, 프로이트에 대한 지식이 조금은 있어야 해요. 정신분석 다른 책과는 좀 달라서 샀어요... 정신분석은 이론이 워낙 어려워서. 흔히 떠들듯 단순히 욕동, 성욕 같은걸로 이해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거죠.

cyrus 2011-01-08 13:11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좋은 정보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헌책방에서 열린책들에서 나온 <정신분석 강의> 두 권이랑
<한 권으로 읽는 프로이트>라는 책을 구입했는데
내용이 만만치가 않더라구요 ^^;;

sslmo 2011-01-08 14:43   좋아요 0 | URL
읽은 책 한권, 읽고 있는 책 한권, 가지고 있는 책 두어권이예요.
도서관 열심히 다니시고,적극 이용하는 님이 부러워요.

근데, 님도 두루두루 참 폭 넓으세요~^^


cyrus 2011-01-09 12:02   좋아요 0 | URL
책을 많이 사지 못해서 아무래도 도서관에 자주 이용하게 되는거 같습니다.
그 곳 열람실에서도 공부도 해야되니까요. ^^;;

비로그인 2011-01-08 22:50   좋아요 0 | URL
도서관. 공강시간, 24시간 열람실에서 공부는 안하고 책 읽으며 밤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네요.. 대학 졸업하고 또 들어간 학교의 열람실에서는 나이 먹은줄도 모르고 밤샜더니 꽤 힘들더라고요.

음.. 책도 책이고, 공부도 공부지만 잘 챙겨 드시고 너무 무리하지 않으셨음 좋겠습니다. ^^

cyrus 2011-01-09 12:05   좋아요 0 | URL
요즘 하도 식욕이 많아져서 걱정입니다. 이제 곧 새벽 아르바이트 하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복학하기 전까지는 여유롭게 자기계발(?)의 시간을
가져야겠습니다. ^^

잘잘라 2011-01-09 13:19   좋아요 0 | URL
2008년, 2009년엔 용인 구성도서관 다녔어요.
매달 희망도서 5권씩 신청했는데, 거의 선정이 되서 도서관 다니는 재미가 쏠쏠했어요.

2010년엔 울산 북구 농소3동 도서관에 다녔어요.
여기도 희망도서를 신청할 수는 있어요. 신청 권수 제한도 없어요. 얼마든지 신청할 수 있지요. 신나게 신청했어요. 한 두 달 사이에 스무 권 이상. 1년 동안 한 권도 선정되지 않았어요.ㅎㅎ

2011-01-09 16: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1-01-09 20:01   좋아요 0 | URL
부러워요. 대구 같은 경우에는 도서관마다 다른데,, 거의 다
신청 권수 제한에다가 특정 출판사 신청 제한도 있고,,,^^;;
어쨌든 희망도서 신청하는 것도 복불복인거 같아요 ㅎㅎ
정말 재수가 없으면 이미 도서관에서 정기구입에 반영되었다고
퇴짜 맞거든요.-_-;;

그리고, 지워진거에 대해서 죄송하실거 없어요^^
포핀스님 덕분에 저 역시 댓글까지도 삭제되는 점을 알게 되었네요.



꽃도둑 2011-01-10 10:42   좋아요 0 | URL
도서관 가는 일 있으면 [흙] 찾아봐야지 했는데...까먹고 있었어요. 좋게 읽으셨다니 관심 급증입니다...^^
이번 선정 도서는 사이러스님 예상대로 리영희 평전?..뭐 아무렴 어떨까요?...
근데 [영혼이라도 팔아 취직하고 싶다] 강준만의 책은 제목에서 벌써 숨막힙니다. ㅜ.ㅜ

cyrus 2011-01-10 15:31   좋아요 0 | URL
네, 책 제목이 참,,,^^;; 모든 구직자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겠죠.
<흙>이란 책의 내용은 분류로는 흙의 문명사이면서도 흙에 대한 과학적인
내용에다가 정치적인 사례들도 소개하고 있어서 좋은 책인거 같습니다.

암향부동 2011-01-12 11:26   좋아요 0 | URL
리스트 잘 봤습니다. 이번에도 대세는 정해진 것 같지만 신간평가단에 선정되는 책은 대세와 어긋나는 경우도 많더군요. 그래도 좋은 책 읽을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아 그리고 과학 도서 추천은 거의 반 포기 상태입니다.ㅜㅜ 게다가 12월 달에 출판된 책 중에서는 자연과학 책 보다는 인문/사회과학 책이 좋은 것이 더 많더군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번 달에 자연과학 책이 선정되면 기회비용 생각할 때 화날 듯 하네요ㅎㅎ

cyrus 2011-01-12 16:18   좋아요 0 | URL
저도 과학 신간도서를 훑어보면서 읽어볼만한 책이 많이 없더라구요..^^;;
그래도 이번에도 좋은 책이 선정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아울크리크 다리에서 생긴 일 기담문학 고딕총서 9
앰브로스 비어스 지음, 정진영 옮김 / 생각의나무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토요일 밤의 공포  

13년 전이다.  토요일만 되면 항상 즐거웠다.  지긋지긋한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고, 일요일까지 실컷 놀 수 있으니까.    

하지만, 무엇보다도 토요일이 오기를 간절히 바랬던 이유는 늦은 밤까지 TV를 실컷 볼 수 있었다.  부모님은 어린 나에게 밤 12시까지 TV 보는 것을 금했지만 유독 토요일만은 눈 감아 주었다.   늦게까지 TV 보다가 내일 일요일 같은 날에 늦잠을 자도 상관 없는 것도 있었지만 항상 밤 10시가 되면 우리 가족이 꼭 보는 TV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S 방송국에서 방영했던 <토요 미스테리 극장> 이었다.   

그 당시만해도 S 방송사는 서울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지역방송이었지만 대구에도 지역방송이 생기게 됨으로써 자연스럽게 S 방송사의 프로그램도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토요일 밤 10시에 무시무시한 제목의(?) 방송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초자연 현상을 겪은 사람들의 실제 경험담을 토대로 재연한 프로그램으로써 ' 미스터리 신드롬 ' 을 낳을 정도로 시청률 역시 잘 나온 걸로 기억하고 있다.  ' 미스터리 ' 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시청자들에게 공포영화를 볼 때 느끼는 공포감을 전달해주는 포맷의 재연 프로그램은 아마도 <토요 미스테리 극장> 이 최초일 것이다.  (물론, 그 때도 금요일 밤, M 방송사에서는 하는 <이야기 속으로> 라는 <토요 미스테리 극장> 과 비슷한 포맷의 방송이 있었다.  하지만,  인지도 면에서는 S 방송사의 <토요 미스테리 극장>이 앞섰다)   

나는 항상 방송이 시작되는 토요일 밤 10시를 기다렸지만 초등학생에겐 밤 10시는 슬슬 잠이 몰려오는 시간이기도 했다.  방송하기 전 광고 중에 잠깐 눈을 붙이고 일어나면 아침 8시였다.  이런 경우 때문에 프로그램을 못 본적이 꽤 많았다.   가끔, 예기치 않은 편성방송 때문에 간혹 밤 11시, 심지어 12시부터 할 때도 있었지만, 졸림을 이겨서라도 꼭  ' 본방 사수 ' 하곤 했다.   

  ' 노약자나 임산부, 심장에 이상이 있으신 분들은 방영을 자제해 줄 것을 권합니다 . '  

이게 정확한 멘트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항상 프로그램 시작 전, 그리고 방송 중간중간에 이 유명한 멘트가 나오는 것은 필수였다.

하지만, 아무리 제보자의 실제 경험이라고 해도 대부분 경험담이 맞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너무 시시한 내용도 있었다. 하지만 밤잠을 설칠 정도로 아주 무서운 이야기도 있었다. 지금은 재연 속에 등장하는 귀신의 모습이 어설프기 짝이 없지만 그 때만해도 적절히 등장하는 TV 속 귀신의 모습은 어린 나에게 공포스러운 존재였다.  그리고, 간혹 어떤 사연은 TV를 보고 있는 나도 소름을 돋게 만드는 무시무시한 내용들도 있었다.  

그러나, ' 미스터리 ' 를 주제로 한 프로그램들은 오랫동안 방영이 되지 않기 마련이다. 점점 떨어지고 있는 시청률에 고전을 면치 못하였고, 설상가상으로 프로그램의 유해성에 대한 문제가 시청자들 사이에서 부각이 되자 토요일 밤만 되면 시청자들에게 간담이 서늘하게 만드는 공포를 선사하던 프로그램은 쥐도 새도 모르게 그렇게 폐지되고 말았다.  

   

 

  

 ' 미스터리 ' 로 살다가 ' 미스터리 ' 로 죽은 작가  

 

 

 ' 앰브로스 비어스 '  

대부분 사람들에게는 작가의 이름이 생소하겠지만, 나름 호러영화 매니아들에게는 낯설지 않은 이름일지도 모르겠다.  1탄의 흥행에 힘입어 제작된 <황혼에서 새벽까지 3> 에 나오는 극중 인물 에 소설가 앰브로스 비어스라는 이름이 있기 때문이다.  

(조지 클루니와 쿠엔틴 타란티노가 출연하는 유명한 1탄과 뒤이어 나온 후속작은 봤지만, 3탄은 보지 못했다. 하지만, 흥행 영화의 후속작은 항상 전작에 미치지 못하는 것처럼 2탄 역시 전작이 줬던 공포와 전율을 따라가지 못했다. 그저 1탄보다 선혈이 낭자하고 더 잔인한 영상으로만 가득했을 뿐이다. 3편 역시 2탄과 같은 아류작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실제로 앰브로스 비어스는 1913년에 일어난 멕시코 혁명 때 실종되어 지금까지도 그의 최후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앰브로스 비어스가 나오는 영화 <황혼에서 새벽까지 3>가 소설가의 실종 사건을 토대로 재구성한 것이다.    

H.P. 러브크래프트와 더불어 공포 문학을 확립한 작가로 재평가되었지만 앰브로스 비어스도 러브크래트프의 삶 못지 않게 지금까지도 그의 생애에 대해서 많이 알려진 것이 없으며 추측과 주변 지인들의 기록에 근거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재미있게도, 이 두 사람에 관한 또 다른 공통점은 자신의 작품들은 생전에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야말로 ' 미스터리 ' 라는 주제로 소설을 쓰면서 먹고 살다가 최후 역시 ' 미스터리 ' 가 된, 아주 보기 드문 삶의 이력을 남긴 작가였던 것이다.  

 

  

  짧은 소설, 긴 여운  

그런 일은 없겠지만 만약 누군가가 나에게 ' 앰브로스 비어스의 소설이 어떤가요? ' 라고 묻게 된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 그의 소설을 읽게 되면 <토요 미스터리 극장>을 보는 거 같습니다. " 

앰브로스 비어스가 쓴 총 17편의 단편소설들을 모은 <아울크리크 다리에서 생긴 일>을 읽게 되면 (국내에서 앰브로스 비어스의 소설 선집으로는 이 책이 최초일 것이다) 각 소설들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그의 소설들 중에는 재미있는 것도 있고, 재미없는 것도 있다.  그리고, 13년 전에 했던 <토요 미스터리 극장>을 다시 보게 되면 어설픈 재연 묘사에 재미없어하듯이 요즘 같은 시대에 앰브로스 비어스의 고전적인 고딕소설을 읽게 되면 재미없어 할지도 모른다.

앰브로스 비어스의 단편소설들은 대체로 짧은 분량이다. 그리고 러브크래프트의 소설들과 마찬가지로 화자인 주인공이 독자들에게 자신이 겪은 불가사의하고 무시무시한 경험담을 전해주는 듯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러브크래프트처럼 실제로 존재할 수 없는 괴생명체가 등장하여 독자들을 놀래키는 것은 아니다.  

남북 전쟁이 종전된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은 전쟁의 공포와 살육의 트라우마 그리고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 대륙에도 발 딛은 세기말의 공포까지 미국 사회의 정신에 가득한 어두운 면들을 앰브로스 비어스는 날카롭게 포착하여 유감없이 자신의 소설로 재현하였다.  

  


에두아르 마네 <막시밀리안 황제의 처형>, 1867년

책의 표제작인 <아울크리크 다리에서 생긴 일>은 전쟁터에서 마주하게 되는 죽음의 장면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주인공은 자신이 곧 처하게 될 교수형의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어떻게든 살아보려는 필사적인 의지가 겹치게 되면서 혼란한 정신 상태를 경험하게 되지만, 결말부에 이르러서는 자신도 모르게 죽음이 두렵지 않는, 안락한 분위기의 환각 상태에 이르게 된다. 

정치적 배경 때문에 같은 민족끼리 총부리를 겨눠야했던만큼, 남북 전쟁 때 자행된 학살은 아메리카 대륙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었던 일상적인 풍경이었을 것이다.  학살당하는 인간의 죽음을 간결하면서도 예리하게 묘사함으로써 암울한 일상 속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광경의 공포를 실감나게 전달해주고 있다.    

<개기름>이라는 단편소설에서도 어두운 사회가 만들어낸 무시무시한 인간상을 보여주고 있다. 개를 포획하여 만든 개기름으로 인해서 부의 탐욕에 눈이 먼 어느 부부의 이야기는 흡사 최근에 일어난 일명 ' 쥐 식빵 자작극' 사건을 연상케 한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도 비인간적인 행위를 저지르려고 하는 부부의 참혹한 결말은 결국, 자신의 업체의 이득을 위해서 제빵업체가 꾸민 자작극으로 밝혀져 문제의 사건이 일단락된 것처럼 자업자득(自業自得)이었다.  

<믹슨의 걸작>과 <시체를 지키는 사람> 같은 경우에는 이토 준지의 일러스트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호러 매니아들에게는 이 두 편의 소설을 아예 호러소설로서 취급을 안해줄 것이다.   

<믹슨의 걸작>은 살아있는 생명이라고 볼 수 없는 기이한 존재가 등장하여 인간을 위협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요즘 시대에 재미있게 읽히기에는 너무 고전적이다.  <시체를 지키는 사람>은 예상을 뒤엎는 반전이 기다리고 있지만, 비어스의 짧은 소설답지 않은 진부한 전개의 시도 때문에 비어스 소설 특유의 공포의 묘미를 살리지 못하였다.   

그만큼, 소설 속 배경이 우리에게는 너무 오래된 구시대적이라서 앰브로스 비어스의 소설들 중에는 호러소설이라고 정의할 수 없는 것들도 있다. 하지만, 그는 하나의 사건을 단순하게 묘사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잊을 수 없는 여운을 남기게 하고 있다. 이 여운이라는게 특별히 잠을 설치게 할 정도로 공포감에 미치지는 않지만, 한 번 읽으면 절대로 잊혀지지 않는 소설 속 장면과 결과들이 주는 페이소스가 머릿속에 남게 되는 것이다.  

   

 

  고딕소설계의 오 헨리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01115948 

때마침, 펭귄클래식 시리즈로 나오게 된 오 헨리의 단편소설 선집과 함께 앰브로스 비어스의 단편소설들을 읽게 되었다.  재미있게도, 오 헨리와 앰브로스 비어스는 같은 동시대에 살았던 미국의 단편작가이다.

러브크래프트를 호러소설계의 ' 미친 존재감 ' 이라고 붙여줬으니, 안 그래도 러브크래프트의 명성에 가려져 있는 판에 앰브로스 비어스에게도 별칭을 부여하지 않으면 무척 섭섭해할 것이다.  

사실, 앰브로스 비어스의 소설은 호러소설이라고 부르기보다는 고딕소설에 잘 어울린다. 오 헨리가 19세기 말 미국 사회의 일상적인 풍경을 단편으로 따뜻하고 정감 있게 표현하였다면, 반대로 앰브로스 비어스는 차가우면서도 어둡게 그려내고 있다.   앰브로스 비어스를 ' 고딕소설계의 오 헨리 ' 라고 불러도 비어스 입장에서도 섭섭해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속담 중에 ' 작은 고추가 더 맵다 ' 라는 말이 있다. 정말 집게손가락만한 풋고추를 먹게 되면 매운 것이 더러 있긴 하다.  앰브로스 비어스의 소설들도 분량은 얼마 되지 않지만, 후세의 호러문학에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은 무시할 수 없다.  그리고, 몇 편의 소설들 중에도 훌륭한 작품성도 갖추고 있다.   짧은 단편만으로 독자들에게 색다른 공포의 여운을 주고 있는 그의 소설들을 앰브로스 비어스답게 간략하게 표현하자면 ' 작은 고추가 더 무섭다 ' 라고 말하고 싶다.  

얼마 안 되는 짧은 이야기 속에는 일상적이면서도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낯선 공포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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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1-08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앰브로스비어스의 단편을 한번 읽은적 있는데,
정말 독특하고 신랄한 작가였어요. 매력적이었죠. 이 책도 그런가보죠?

토요일마다 하는 미스터리 극장이나, 케이블 방송의 심령, 외계? 이런 미드들
저는 진짜 열광하거든요. 새로 시작한 V도 열심히 보고, 뭐더라, 모든 사람이 한꺼번에
미래를 본 미드, 제목이 생각 안 나네요.. 그것도 엄청 열심히.. 맨날 노는 티 나네요! ㅎ

cyrus 2011-01-08 13:14   좋아요 0 | URL
저도 귀신, 유령 같은거 잘 안 믿는데,, 재미있어서(?)
본답니다. ^^;; 앰브로스 비어스 같은 경우에는
단편소설들이 드문드문 단편집에 끼여서 소개되어서
아마도 국내에서 작가의 이름을 내건 단편선으로서는 최초일거에요.
몇 몇 이야기들 중에서 좀 시시한 내용도 있습니다.^^;;

sslmo 2011-01-08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고딕소설계의 오헨리 라고요?
그럼 마지막 잎새에 비견될만한 건요?
저에게 꼽으라고 한다면 아울크리크 다리 쯤.
근데 이 사람, 넘 들쭉날쭉이예요.
고딕은 아무래도 스티븐 킹을 빼놓을 수 없죠.

cyrus 2011-01-09 12:06   좋아요 0 | URL
이번 표현은 좀 무리수였나요? 제가 봐도 손발이 오글거리네요 ^^;;
저도 그나마 이 작가의 대표작을 꼽으라면 <아우크리크 다리>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01-09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저 불쌍한 막시밀리안 황제...저는 처음에 어떻게 오스트리아 왕족이 멕시코에까지 와서 왕이 되었나 이상하게 생각했지요.역사는 정말 인간의 예상을 뛰어넘는 일이 많이 일어나더라구요.

cyrus 2011-01-09 20:04   좋아요 0 | URL
정말 이 왕도 어떻게보면 시대를 잘못 태어난거 같습니다.
복잡한 정치적 투쟁에 본의 아니게 말려들게 되었으니 말이죠.
배경은 다르지만, 왕이 처형당하기 전의 모습을 그린
마네의 그림이 소설 속 장면과 유사한거 같아서 올려봤습니다.

꽃도둑 2011-02-11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앙 축하드려요. 방금 발표 봤어요.
응모만 했다 하면 덜컥 붙어버리네요.
뭔일이데요?....^^



cyrus 2011-02-11 23:59   좋아요 0 | URL
먼저 축하인사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꽃도둑님 댓글 보고나서
이제야 당첨사실 알게 되었어요. 기분 좋지 않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이 글,, 그렇게 잘 쓴 편도 아니었는데 그래도 예상치 못한
좋은 결과를 얻게 되어서 기분이 좋네요,,^^;;

2011-02-12 0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12 0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E-9 2011-02-12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도 축하드려요.
CYRUS님 댓글 보고 결과를 알았네요.
덕분에 저도 CYRUS님 서재도 알게되었고 겸사겸사네요^ ^
내일 서울 오시죠? 편안하고 무사히 잘 오시길 바라고
독서모임도 잘 하시길 바랍니다.^ ^

cyrus 2011-02-12 00:46   좋아요 0 | URL
빠르시네요. ^^ 헤르메스님도 모임 때 오시면
참 좋은텐데,,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게스트로 참여해주세요,,^^;;
무엇보다도 펭귀맘님께서 더 좋아하실거 같아요. ㅎㅎ

starover 2011-02-12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나 그렇듯이, 사이러스 님의 리뷰는 종합적인 장르(소설, 영화 등)를 통해 리뷰하는 책의 본질을 밝혀내려고 합니다. 그것을 밝혀내는 곳곳에 사이러스 님의 진심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이러스님이 수상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cyrus 2011-02-13 10:31   좋아요 0 | URL
오~ 그런가요^^ 아무튼 축하 인사 남겨주셔서 고맙구요,,
어제도 독서모임 때 느꼈지만 책을 읽을때도 내용과 작가에 대한
본질만 알려하기보다는 내용에 자신의 삶을 비추어 감정 이입하여
체험하는 거,, (말이 좀 어렵게 쓴거 같네요..^^;;)
어쨌든 그런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

stella.K 2011-02-13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그게 그렇게 된 거로군요!
축하해요. 물만두님도 하늘나라에서 기뻐하지 않으실지.
전 게으르고 수상(따위ㅋ)과 거리가 멀어서 이렇게 아는 분이
수상하게 된 것만으로도 기쁘군요.
한턱 쏘세요!!ㅋㅋ

cyrus 2011-02-13 10:33   좋아요 0 | URL
기회만 된다면 저도 알라디너분들 위한 작은 이벤트나마나
기획을 해야봐야겠습니다.^^
 

  

출처:  

열린책들 출판사 공식카페  

http://cafe.naver.com/openbooks21

 

 

 

 

 

 

 

 

 

원래는 인터뷰 내용이 총 3편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두번째 내용이 윤우섭 교수가 번역한 도스또예프스끼의 <상처받은 사람들>에 관해서 

다뤄지고 있어서 아직 읽어보시지 못한 분들에게 스포가 될 수 있어서  

대신 세번째 인터뷰 내용을 올리는 것을 끝으로 스크랩을 마무리지으려고 합니다. 

(사실, 저도 이 책 아직 안 읽었거든요  , , , ^^;;) 

 

세번째 인터뷰 내용은 ' 번역 '  을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번역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자료가 되었으면 하네요.  

 

 


카페지기:
 

번역을 할 때 자신만의 원칙이 있다면? 

 

윤우섭:

역자의 존재가 드러나지 않게 하는 것, 그것이 원칙이지만 사실 너무 힘들어서 못 지킨다. 역자는 작가가 쓴 것을 독자들에게 잘 전달해줘야 한다. 그 과정에 역자가 자기 나름대로 머리를 쓰고 궁리를 하다보면 역자가 드러나게 된다.

번역을 할 때, 언어의 구조 때문에 우리 말과 상응하지 않는 말이 있고, 적절한 낱말을 찾아서 배열하기 힘든 것도 있다, 그런 문제들이 있어서 경우에 따라서는 의역을 하거나 긴 문장을 잘라서 번역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런 식으로 이해를 돕기 위해 의역을 많이 하다보면 작가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문체가 사라져버린다. 물론 번역을 하면서 고유한 문체를 그대로 살린다는 건 힘든 일이다. 그래도 우리 말 속에서 어순의 변동이라던지 하는 방법을 통해, 작가가 자신의 모국어로 썼던 작품 속에서 나타난 것들을 조금이라도 엿볼 수 있게, 가급적이면 의역을 덜 하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

의역을 하면 할수록 역자의 존재가 드러나게 되는 것이고, 그런 것들을 피하려고 하지만 힘든 일이다.
 



카페지기:

작품(「상처받은 사람들」)을 보다보니 각주가 많더라.  

도스또예프스끼의 이전작이나 혹은 생애에 관해서.


윤우섭:

주를 달수밖에 없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다. 이 작품엔 주가 꽤 많은 편이다.

 
 



카페지기:

그런 것도 역자의 존재를 드러낼까 우려되는 사항 중의 하나인 것인가?  

주 때문에 몰입도가 떨어지지는 않을까 하는 등.


윤우섭:

그렇다. 작품을 읽다가 따로 각주를 읽어야지 않는가.


 

카페지기:

'번역은 반역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윤우섭:

한편으론 맞는 얘기다. 번역을 아무리 잘해도, 원전이 어떻든지 간에 번역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왜곡과 각색이 벌어질 수 있다. 그러면 원래의 뜻을 거스르게 되고 심지어는 더 나아가서 자기 해석을 얹어서 원전을 해석하는 경우들이 있다. 그렇게 되면 처음엔 충실한 번역으로 작가의 의도를 독자들에게 전달해주겠다고 시작했다가도 자기의 글이 되는 수가 있다.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지기도 해야 한다.

'번역은 반역이다'라는 말은 맞는 말이면서도 우리가 그것을 추구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번역은 반역이다). 가능한 일이다.

 


카페지기:

번역을 하는 과정에서 특히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윤우섭: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긴데, 역자가 작품과 거리를 두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작품 속에 너무 깊이 들어가서 번역하다보면 독자들에게 작가를 이해시키겠다고 하는 욕구가 너무 많이 발동할 것 같다.

 


카페지기:

윤우섭 교수님께 러시아 문학, 도스또예프스끼는 어떤 의미인가

 


윤우섭:

작년부터 백두대간 산행을 하고 있다. 그런데 러시아 문학을 하다보니 꼭 백두대간 같은 느낌이 든다.

백두대간은 봉우리 하나를 넘어도 끝난 게 아니다. 또 가야 하고, 또 넘어야 한다. 그리고 구간이 끝나면, 다음번에 또 넘어간다. 봉우리를 넘었다 내려가고, 인생역전과 비슷하게 끊임없이 이어진다. 그런데 길을 가다보면 여기저기 야생화가 피어있다. 힘들게 오르다가 그 과정 속에서도 야생화를 보며 아름다움을 느끼고, 사진 찍어야지 하며 피곤했던 산행 속에서도 편안함을 느끼고, 이런 것들의 연속이다.

언젠가 백두대간 산행은 끝날 것이다. 그런데 지금 600, 700km에 이르는 길을 수없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끊임없이 이어나가는 중에 그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 마을들, 경치들을 보며 내가 성장하고 있구나 한다.

처음엔 힘들어서 야생화가 안 보였다. 땀이 뻘뻘 나니 옆에 뭐가 있는지 보이지도 않았는데 걷는 게 익숙해지다 보니 야생화가 눈에 들어오더라. 바람에 하늘하늘 흔들리고, 이파리나 줄기가 요만하고, 쑥부쟁이 이런 것들이 내게 인사하는 느낌. 요새 소나무가 재선충 때문에 고생이 많은데 동해안에서 소나무가 하늘로 뻗어있는 걸 보면서도 아, 이렇게 잘 자라줘서 고맙다 싶고, 이렇게 인식이 바뀌는 거다. 새로운 인식을 가지게 되고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되는 것, 러시아 문학을 하며 그런 느낌을 받는다. 러시아 문학을 대하며 가지는 감상이 그런 것들이다.

러시아 문학은 현재성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죄와 벌」,「상처받은 사람들」등의 작품은 지금 읽어도 작품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들이 현재와 동일하지 않나. 오늘도 내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오늘도 내가 누군가에게 상처받았고. 그런 것들을 풀지 못하고 하루하루 넘어가고. 그럼 그대로 쌓이고 망각한다.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현상들, 사회가 조금 더 복잡해지고 서로의 위치가 달라지긴 했지만 이 작품에서 도스또예프스끼가 인간의 심연을 파헤치며 쓴 것들은 ㅡ 욕심이나 이기심, 집착과 같은 인간의 행위들 ㅡ 그때나 지금이나 같다. 현재성, 그것이 바로 19세기 작가들의 위대성이다.

 
 


카페지기:

세계문학 번역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을 부탁드린다.
 

윤우섭:

한국 문학 작품들을 많이 읽어야 한다. 우리 말들을 자꾸 찾아서 쓰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그래서 먼저 우리 말을, 아름다운 우리 말의 소중함을 느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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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도둑 2011-01-07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러시아 문학이 백두대간 같은 느낌이라는 역자의 말은 어디에나 적용이 될 듯 싶기도 하네요.
하물며 독서 하나만 놓고 봐도 책을 읽으면서도 놓치던 것들, 눈에 들어오지 않던 것들을 어느날 문득 발견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는 그야말로 유레카~~를 외칠만한 일이 일어나잖아요,
그걸 성장이라고 불러도 좋을.....

우리 말은 번역에 있어서 도구로 이용되지만 그 도구가 부실하면 번역 자체도 조잡하고 난삽해 진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번역 작업이 녹록지 않음을 알 수 있네요. 그저 백두대간을 열심히 오르는 수밖에요..^^

cyrus 2011-01-07 12:40   좋아요 0 | URL
그렇죠, 번역가에게도 나름 번역 일에 대한 고충 끝에 나오는 결과물인데
독자들은 번역의 결과의 정도에만 따지고 평가하기 마련이죠,
저도 예전에 그런 독자 중의 1人이었습니다. ^^;;
 
레오나르도가 조개화석을 주운 날 - 고생물학자 굴드 박사의 자연사 에세이
스티븐 J. 굴드 지음, 김동광.손향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추억의 소년소녀 과학만화 시리즈

초등학생 때 가장 즐겨 읽었던 책이 삼성당이라는 아동도서 전문 출판사에서 나온 소년소녀 과학만화 시리즈였다.  그 시절에 장래희망이 에디슨 버금가는 세계적인 과학자가 되는게 꿈인 이유도 있었지만 삼성당에서 나온 과학만화 시리즈가 잘 만든 것도 있었다. 화려한 색상은 기본에다가 어린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화려한 올컬러 사진은 한 번 읽게 되면 눈을 절대로 땔 수가 없을 정도였다.  어린 독자들을 겨냥한 과학만화 시리즈 내용이 다 그렇듯이 이 책에도 똑똑한 박사가 등장하여 자신의 과학지식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 참여한 감수자들도 과학계에서 알아주는 사람들이 참여했다.  ' 아폴로 박사 ' 故 조경철 박사와 우리나라 1세대 물리학자인 故 김정흠 교수 등이다. 하지만 지금은 진짜로 이 분들이 감수에 직접적으로 참여했는지 의심스러운 구석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박사가 등장하면 항상 박사의 설명을 듣는 남녀 학생이 꼭 등장하기 마련이다.  옛날 교과서에 나오는 남녀 주인공 이름이 철이와 순이인 것처럼 이 책에 나오는 학생들 이름도 ' 철이, 순이, 영희 ' , 이런 식이다.  한 번 들으면 잊지 않은 통상적인 이름들인 것이다.  

소년소녀 과학만화 시리즈에는 물리학, 화학, 천문학, 생물학, 의학 그리고 정보와 컴퓨터(그 당시과학만화 시리즈에 소개된 최신 컴퓨터가 DOS였다) 등 다양한 분야를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고 있다.  얼마나 재미있게 읽었으면 반복해서 읽을 정도였다.  지금은 행정학을 전공하고 있지만 어렸을 때 읽은 과학만화 시리즈 덕분에 지금도 과학에 대한 관심이 남아있게 되었고, 과학도서를 꾸준히 읽고 있다.   
 

 

  ' 천재 ' 레오나르도 & ' 바보 새 ' 도도

나이가 먹으면 먹을수록 머릿 속 기억들이 조금씩 사라진 것도 있지만 소년소녀 과학만화 시리즈를 읽으면서 본 내용들 중에는 지금도 여전히 기억에 남아있는 것도 있다. 
 

과학만화 시리즈 중에는 ' 지구와 화석 ' 에 대한 내용이 있다. 지구상에 남아있는 다양한 화석을 통해서 지구의 역사를 살펴본다는, 그런 내용이었다.   그 책에는 화석 연구에 대한 역사적인 내용이 소개되고 있는데 여기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일화가 언급되고 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산책을 하는 도중에 우연히 조개화석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그는 조개화석을 통해서 화석의 원인에 대해서 연구를 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레오나르도 다 빈치야말로 세계 최초로 지구의 역사를 탐구한 사람이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라면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화가이면서도 다양한 분야에 탐구를 하여 텍스트로 남긴 만능인이다.  그가 텍스트에 남긴 헬리콥터, 비행기 등은 시대를 앞서간 그의 천재성을 보여준다.  
 
그리고 과학만화 시리즈를 읽으면서 또 하나 알게 된 사실은 도도새에 관한 것이다.    

' 새의 생활 ' 이라는 제목의 시리즈가 있다. (재미있게도 이 시리즈의 감수자는 ' 새 박사 ' 로 유유명한 윤무부 교수이다) 그 책에는 새에 관한 모든 내용들을 담고 있는데 그 중에 지구상에 멸종한 새들을 소개하는 내용이 있었다.   그리고 도도새의 사진과 함께 옆에는 이 새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덧붙여 있었다.   

도도는 마다가스카르에 위치한 모리셔스 제도에 살았던 새였는데,  작은 날개에다가 비대한 몸집 때문에 날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모리셔스 제도에 정착한 네덜란드 선원들이 도도를 식용 목적으로 마구 잡은 탓에 세상에 알려진지 얼마 안 가 멸종되고 말았다.   

' 날지 못하는 새 ' 라는 별명이 붙여진 이 새의 생김새를 보면 알겠지만, 참 웃기게 생겼다.  어떻게 보면 바보 이미지가 물씬 풍기기도 한다. 

  

 

  레오나르도가 조개껍질 연구에 매달렸던 이유   

인문학적 관점으로 과학 에세이를 쓰기로 유명한 스티븐 제이 굴드는 새로운 관점과 시선으로 대중들이 지금까지 알고 있는 기존의 과학 지식과 법칙들을 낱낱이 파헤치고 있다.  스티븐 제이 굴드는 <레오나르도가 조개화석을 주운 날>이라는 에세이집을 통해서 우리가 그동안 알고 있던 레오나르도의 화석 연구를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레오나르도의 화석 연구가 15세기 때 이루어졌다는 점은 분명 그가 시대를 뛰어넘는 획기적인 사고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레오나르도가 활동하던 당시만해도 화석의 존재는 그저 그런 돌조각에 불과했으며 당연히 화석에 대한 연구는 미미했다. 사람들은 성서에서 언급되는 ' 노아의 홍수 ' 때문에 죽은 생물들의 잔유물이 화석이 되었다고 생각했으며 신플라톤주의자들은 화석이 바위가 저절로 자연 유기체를 모사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바다에 있어야할 조개껍질이 산 속에서 발견되는 이유에 대해서는 설득력 있게 설명하지 못했다.  그리하여, 레오나르도는 화석에 대한 오류투성이 이론들을 반박하기 위해서 화석 연구에 몰입하기 시작했으며 연구의 노고로 발견한 사실들을 자신의 텍스트에 기록하였다. 
 
그런데, 스티븐 제이 굴드는 레오나르도도 중세의 전근대적 가치를 벗어나지 못한 인물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분명, 그의 화석 연구는 과학사에서는 새로운 시도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가 조개껍질 화석 연구 결과를 텍스트에 남기면서까지 천착했던 이유는 정작 따로 있었다. 
 
레오나르도의 두뇌 속에는 지구를 인간의 신체로 비유, 동일시하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제임스 러브록의 가이아 이론의 내용과 유사하기도 하다. 지구를 모든 생물과 무생물이 상호작용하면서 스스로 변화하는 하나의 살아있는 생명체라고 강조하는 것이 바로 가이아 이론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레오나르도는 이미 수백년 전에 벌써 가이아 이론을 생각해냈다는 것인가?   
 
아쉽지만, 레오나르도의 생각은 한정적이었다. 그의 생각은 지구를 인간의 신체로 동일시하고 있는 아주 단순하기만 하다.    
 

고대인들은 사람을 소우주로 불렀다. 인간이 흙, 물, 공기 그리고 불로 이루어졌다는 생각은 정말로 제대로 들어맞는 것이다. 지구의 몸도 같은 것이다.  사람이 살덩어리를 위한 버팀목인 골격으로 뼈를 가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지구는 흙을 지탱해줄 암석을 가지고 있다.  
 
(중략) 
 
혈액을 보내는 정맥과 그 가지들이 인간육체 곳곳에 퍼져 있듯이 무한히 많은 물줄기가 지구의 몸뚱이를 덮고 있다.  
 
 - <레오나르도가 조개화석을 주운 날> [레스터 사본] 중에서, p 46 -

  
 
오늘날, 화석을 통해서 지구의 과거 모습을 알 수 있다. 산 속에서 조개껍질 화석이 발견되었다면 과거에 이 곳은 바다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레오나르도는 화석을 집중적으로 연구를 했지만 미처 거기까지는 발견하지 못했다.  그에게 화석이란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 지구 = 인간의 신체 ' 라는 주장을 입증하기 위한 증명일뿐이었다.  그리고 그 자신도 정작 조개껍질 화석이 산 속에서 발견되는 이유를 정확하게 규명하지 못한 채 어정쩡하게 마무리짓고 말았다.   
 
다음과 같은 레오나르도의 일화를 통해서 알 수 있는 사실은 훌륭한 사고를 거쳐 새로운 법칙을 발견하는 과학자들도 사회적인 맥락을 벗어날 수 없음을 증명하고 있다. 우리가 '천재' 라고 여기는 인물들도 가끔 시대착오적인 생각을 하기도 한다.  
 
MS의 설립자인 빌 게이츠 '윈도 95' 를 출시함으로써 PC 운영체제의 획기적 전환을 가져 왔으며,  컴퓨터의 급속한 확산과 더불어 세계 컴퓨터 시장의 주도권을 장악하였다.  
 
하지만, 머리가 좋고 시대를 앞서는 생각을 할 줄 아는 그도, 지금도 회자가 되고 있는 시대착오적인 실언을 남긴 것으로 유명하기도 하다.  1981년, PC 개발로 승승장구하고 있던 그는 무식한(?) 명언을 남기게 되었다.  
 
 " 메모리 640KB 정도면 모든 사람들에게 충분하고도 넘치는 용량이다." 
 
그가 이 말을 한 지 20년이 지난 지금, 대부분의 컴퓨터 사용자들은 당시 빌 게이츠가 `호언`한 메모리의 40배가 넘는 용량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도 신기술의 등장으로 컴퓨터 메모리 용량은 날로 확장되고 있다.  자신이 만든 컴퓨터가 앞으로 인간의 삶에 끼치게 될 파급 효과를 빌 게이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열등한 동물, 도도 & 나무그늘 , , , ?

도도의 어원에 대해서는 다양한 설이 있는데  ' 게으름뱅이 ' 라는 뜻의 네덜란드 어인 도도르(dodoor)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그 밖에도 도도를 ' 발크포겔(Walgvogel) ' 이라고 부르기도 했었는데 ' 욕이 나올만큼 맛없는 새 ' 라는 뜻이다.  미국에는 ' Dead as a dodo ' 라는 관용어구가 있는데 ' 완전히 죽었다 ' 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도도가 살았을 당시 사람들에게는 이 새를 그리 호감적으로 바라보지 않았던 모양이다.   
 
하지만, 모리셔스 제도에 정착한 네덜란드 선원들은 이 ' 바보 ' 와 같은 새를 마구 잡아들였다. 도도의 특정 부위가 진미라는 말에 날지 못하는 새를 잡았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도도가 단시간내에 절멸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선원들이 길렀던 개와 돼지 등 가축 때문이었다.  도도는 알을 1개만 산란하는데 가축들이 도도의 알을 잡아먹었다.  도도가 거의 절멸되다시피한 상태에서 뒤늦게 박제 표본을 만들 수 있어서 지금도 우리는 도도라는 과거에 살았던 새를 볼 수 있다.   
 
도도는 인간의 무자비한 살상으로 멸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박물학자들은 멸종의 원인과 책임을 도도의 불완전함으로 돌렸다.  작은 날개 때문에 날지 못한 특성 때문에 도도는 천적의 위험을 벗어날 수 없었으며 도도의 종족 보존이 오래가지 못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생물을 열등하게 바라보는 인간의 시선은 도도뿐만 아니었다. 나무늘보 역시 인간의 냉담한 시선을 피할 수가 없었다.   
 
행동이 느릿느릿하며 땅 위에서는 걷지 못하는 나무늘보의 특성은 과거의 박물학자들에게는 지구상에서 가장 열등한 동물이라고 생각하였다.  박물학자 조르주 뷔퐁은 <자연사> 라는 책에서 나무늘보에 대해서 경멸조로 기록하고 있다.  
 

자연은 원숭이를 만들면서 생동감 있고 힘차고 열성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나무늘보는 느리고 어색하고 우둔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중략) 
 
느림, 멍청함, 자신의 몸에 대한 무심함, 심지어 슬픈 습성까지 이상하고 모자라는 형태에서 기인한다.  공격이나 방어를 위한 무기도 없고, 몸을 지키는 일조차 할 수 없다.  도망칠 수단도 없다. 
  
치욕스러운 나무늘보는 자연이 학대한 유일한 생물 , 선천적으로 비참한 이미지를 타고난 유일한 생물일지도 모른다.  
 
- <레오나르도가 조개화석을 주운 날>, 조르주 뷔퐁의 [자연사] 중에서, p 473~474 -  

  
   
그러나, 뷔퐁의 생각은 잘못 되었다. 많은 사람들은 나무늘보 특유의 느릿느릿한 행동 때문에 게으르고 느릿한 사람들을 ' 나무늘보 ' 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나무늘보가 그렇게 행동이 굼뜬 동물은 아니다.  
 
나무늘보가 땅 앞에만 있으면 걷지 못하는 것은 기다란 발톱 때문이다. 하지만, 발톱 때문에 나무늘보는 나뭇가지에 오랫동안 매달릴 수 있다. 그리고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날카로운 발톱을 휘두르기도 하는데 평소 행동과는 다르게 날렵하게 방어한다. 재미있게도 나무늘보는 물 속에서 헤험치는 능력도 가지고 있다.  뷔퐁과 그 당시 박물학자들은 나무늘보도 얼마 안 가 도도처럼 멸절하리라고 예상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우리는 나무늘보를 볼 수가 있다. 비록, 멸종위기 상태이지만 인간들의 보호 덕분에 종족 유지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신항로 개척 이후로 유럽인들은 본격적으로 식민지 확장으로 영역을 넓혀나갔다. 그리고 다른 민족을 ' 열등 ' 으로 기인한 착취도 이루어지게 되었다.  도도와 나무늘보를 향한 인간의 시선에는 동물마저도 우성과 열성으로 분류하려는 편협적인 사고 방식이 지배하고 있었다. 그런 사고 방식 때문에 원시적인 생활을 하는 신대륙의 원주민들뿐만 아니라 그 곳에서 오랫동안 살고 있었던 동물들은 우성적인 인간들의 칼날에 힘 없이 쓰러져야만 했다. 
  
  
   
  
  진보가 만들어낸 편견에 사로잡힌 과학의 역사  
  
레오나르도의 조개껍질 화석과 도도 & 나무늘보 이야기 이외에도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의 역사 뒤에는 인간적인 행동 범주을 벗어나지 못한 편견과 오해가 있었다.  하지만, ' 인간 ' 이라고 구분짓게 하는 행동 범주가 형성할 수 있었던 것은 ' 진보 ' 라는 허울이 존재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과학의 역사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그동안 인류가 이룩한 진보의 결과물들은 자칫 인간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일종의 인간중심주의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지구상에는 인간만 존재하는 것이다. 인간뿐만 아니라 동식물도 존재하고 있다. 레오나르도가 고대에서 전해 내려온 생각에 사로잡혀 있듯이 ' 인류가 최고이며 우주의 중심 ' 이라고 생각 역시 진보가 만들어낸 편견에 불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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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노 열린책들 세계문학 27
에드몽 로스탕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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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화

이 이야기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그 당시, 나는 밥과 책, 이 두 존재 없이는 살 수 없었던 평범한 학생이었다.  

좋은 대학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장밋빛 인생을 위해서 학교 공부에 죽어라 매달렸다.  

집안 형편도 그렇게 넉넉하지가 않아서 남들이 다 가는 입시학원을 못 다녔고 고액 과외도 꿈도 못 꾸었다. 하지만 ‘ 노력만이 살 길이다’ 라는 막연한 마음을 품은 채 학교 야간 자율 학습이 끝나는 밤 10시가 되어도 귀가하기보다는 깜깜한 골목길을 지나서 독서실로 향했다.  

그리고 또 앉아서 공부했다. 몇 몇 사람들은 공부만 하는 학창 시절은 너무 재미없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내 입으로 내 학창 시절, 재미없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물론, 학창 시절에 공부만 한다면 재미없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무미건조한 학창 시절에 즐거움의 단비도 있었다. 공부하다가 지루하면 책을 읽었기 때문이다. 학생 때는 학교생활이 주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는 대체로 친구들과 어울려서 놀이공원에 간다거나 부모님 몰래 술집에 가서 술을 마시기도 했다. 하지만 남들과 어울려 노는 것보다는 혼자서 책 읽는 것이 좋았다. 특별한 이유가 없다. 그냥 책 읽는 게 좋았다. 이런 무미건조한 생활을 하게 된 것도 학교 환경도 영향이 컸다. 중학생 3년, 고등학교 1학년. 총 4년을 남학생들과 부대끼는 생활을 해왔었다. 

그러다가 나의 인생을 바꾸게 되는 시기가 찾아왔다. 2학년에는 남녀공학 교실로 배정받게 되었던 것이다. 교실 총원 30명, 그 중에 여학생이 20명. 남학생보다 10명 보다 많았다. 우스갯소리로 한 교실에 남학생과 여학생이 생활하게 되면 남학생은 평소에 예쁘지 않던 동급 여학생을 예쁘게 보인다는 속설이 있다. 속설이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나도 남자이다 보니 모든 여학생이 예뻐 보일 수 밖에 없었으며 이성에 대한 솟구치는 관심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그런 공부와 책 밖에 몰랐던 필자가 큐피드는 너무 딱해보였는지 나에게 사랑의 화살을 쏘았는가 보다. 그것도 강렬한 사랑에 취하도록 만든 화살을.

결국에는 같은 교실의 여학생 K를 좋아하고 말았다.  

하지만 내심 좋아한다고 직접적으로 고백할 자신이 없었다. K가 공부 밖에 모르는 사랑의 백면서생인 나를 좋아할까? 몸도 비쩍 마르고, 이마도 넓어서 내 얼굴이 그렇게 잘 생긴 것도 아닌데 K가 내 고백을 받아줄까?  

나는 내성적인 성격인 반면에 K는 명랑하고 털털한 성격이었다. 괜스레 성격이 맞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퇴짜 맞을까봐 걱정하기도 했다. 그래서 같은 교실 친구이며 연애 고수인 A에게 나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A는 나보다 잘 생겼으며(당시 나를 포함한 10명의 남학생 중에서 그나마 잘 생겼다) 연애 경험도 풍부했다. 사실은 연애 비법을 전수받고자 해서 속마음을 A에게 털어놓았던 것이다. 나름 도움이 되고 희망적인 내용을 얻기를 바랬건만, 막상 연애 고수 A가 추천하는 비법은 나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A의 여심을 사로잡는 비법은 이렇다. 먼저 K에게 주말을 잡아 단 둘이 놀자고 제안한다. 만약에 K와의 즐거운 시간이 확정되면 나는 하루동안 놀아야 할 일정을 정하고, 당일에는 멋진 옷을 입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놀 때는 놀이공원에서 놀고, 식사는 외식 전문 식당에서 해야 한다. 그리고 감정이 무르익었다면 고백하라는 것이다. 연애에 젬병이었던 필자는 A의 비법을 100% 믿지 않았다. 그리고 A가 말한 대로 실천하는 것도 두려웠다. K가 흔쾌히 승낙해줄 건지 미지수이며, 재미있게 노는 경험이 전혀 없었던 필자에게는 막상 그렇게 말할 자신도 없었다. 필자는 너무나 동떨어진 현실을 스스로 인식하고 그냥 이루어질 수 없는 짝사랑으로 접어야만 했다. 그리고 원래의 생활로 돌아왔다. 책상에 앉아서 손 때 묻은 거무칙칙한 수학의 정석을 끼적거렸다.  

.

그리고 2주 뒤에 연애 고수 A와 여학생 K는 핑크빛이 우러나오는 교내 커플이 되었다. 
 

   

  

 

 

  사랑도 모르고 표현할 줄도 모르는 남자  

 

 

 

 

작년에 개봉했던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의 원작이라는 것도 있었고, 나름 연애에 대한 비법(?)을 얻을 수 있을까하는 반신반의로 에드몽 로스탕의『시라노』을 읽었건만... 역시 읽고나서 얻은 건 이야기의 재미였을 뿐 정작 얻고자하는 소득은 없었다.

‘사랑을 모르지만 표현하는 일을 하는 남자’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

‘사랑은 알지만 표현할 줄 모르는 남자’ 크리스티앙이라면

나는 ‘사랑도 모르고 표현할 줄도 모르는 남자’ 였다.

『시라노』를 읽기 전에는 나는 크리스티앙형인줄 알았는데 읽고 나니 그게 아니었다.  

 

시라노는 남들보다 큰 코라는 자신의 약점 때문에 사랑의 감정을 얻지 못했음을 스스로 인식하고 있다. 그리고 남들과의 미움의 벽을 쌓아야 했다. 그러나 묵묵히 록산에 대한 사랑을 자신의 마음속에 꾹 눌러 지켜나갔다. 사실, 뼈아픈 짝사랑의 실패 이후 나도 시라노처럼 괜히 여학생들에게 무뚝뚝하면서도 냉정하게 대하곤 했었다. 사랑의 감정을 제대로 고백하지도 못하는 소심남 주제에 한 번 겪은 사랑의 실패 원인을 나 자신이라는 것을 일부러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했었다. 왜곡된 마음이 삐딱한 시선으로 주위 사람들을 바라보게 되었던 것이다. 연애 비법을 찾는답시고 책을 읽었다가 도리어 지금까지 사랑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하고 있음을 깨닫는 동시에 내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내 인생에 찾아온 짝사랑의 기회를 스스로 인고하면서 쉽게 포기하지 않았더라면 하는 뒤늦은 후회감도 들었다. 

   

 

 

  '사랑 고백 조작단 ' 되기 
   

내가 당신을 얼마만큼 사랑하는지 당신을 알지 못합니다.
이른 아침 감은 눈을 억지그레 떠야하는 피곤한 마음속에도
나른함속에 파묻힌 채 허덕이는 오후의 앳된 심정 속에도
당신의 그 사랑스러운 모습은 담겨 있습니다.
내가 당신을 얼마만큼 사랑하는지 당신을 알지 못합니다.
층층계단을 오르내리며 느껴지는 정리할 수 없는 감정의 물결속에도
십년이 휠씬 넘은 그래서 이제는 삐걱대기까지 하는 낡은 피아노
그 앞에서 지친 목소리로 노래를 하는 내눈속에도
당신의 사랑스러운 마음은 담겨 있습니다.
내가 당신을 얼마만큼 사랑하는지 당신을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당신도 느낄 수 있겠죠
내가 당신을 얼마만큼 사랑하는지 당신도 느낄 수 있겠죠
비록 그날이 우리가 이마를 맞댄채 입맞춤을 나누는
아름다운 날이 아닌 서로의 다른 곳을 바라보며
잊혀져 가게 될 각자의 모습을 안타까워하는
그런 슬픈 날이라 하더라도 나는 후회하지 않습니다.
내가 당신을 얼마만큼 사랑하는지 당신을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건 당신께 사랑을 받기 위함이 아닌
사랑을 느끼는 그대로의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 유영석 <사랑 그대로의 사랑> 전문 -

 

케이블 방송에서 S 방송국 심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가수 유영석 씨가 출연했던 것을 본 적이 있다. 유영석 씨가 미모의 미스코리아 부인을 둔 자신만의 비법(?)을 공개했다. 평소에 ‘사랑’에 대한 감정을 틈틈이 글로 기록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유영석 씨는 많고 많은 미완의 글을 갈고 닦아서 ‘사랑 그대로의 사랑’ 이라는 노래를 탄생시켰다.    

 

사랑의 감정을 시적으로 표현한 가사와 피아노 건반에서 울려나오는 잔잔한 멜로디는 유영석 씨 본인이 꼽는 최고의 자작곡인 동시에 지금도 연인들이 고백할 때 사용하는 음악이다. 그리고 유영석 씨 본인도 부인에게 이 노래로 고백을 했다고 한다. 사실, 까놓고 말하면 유영석 씨는 잘 생긴 외모와 거리가 먼 평범한 얼굴을 가졌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외모에 크게 연연하지 않았다. 오히려 타고난 음악적 재능과 사랑을 표현할 줄 아는 적극적인 태도를 동시에 살려서 아리따운 피앙세를 얻었던 것이다.  


『시라노』에는 시라노와 크리스티앙은 서로의 장점을 보완하여 록산에게 고백하는 장면이 있다. 시라노는 이성을 유혹하게 하는 달콤한 화술, 크리스티앙은 멋진 외모를 가지고 있다. 시라노는 크리스티앙 뒤에 숨어서 그의 목소리를 대변하여 록산을 유혹하게 한다. 크리스티앙은 그냥 시라노의 말에 입만 뻥긋거리면 되었다. 두 사람이 스스로 ‘사랑 고백 조작단’이 된 것이다. 간혹 이 둘의 행동이 맞지 않아 록산이 의심하는 장면은 보는 이로 하여금 조마조마하게 만들면서도 익살스럽게 느껴진다.  


사랑하는 사람을 얻기 위해서는 잘 생긴 외모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성격이 착해서 이성이 좋아할 수도 있으며 유재석 씨처럼 재치있는 말솜씨와 편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사람을 좋아할 수도 있다. 각자 나름의 장점을 살려서 이성에게 어필할 수가 있다. 그러나 제대로 어필하기 위해서는 이성을 얼마나 좋아하느냐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용기 있게 표현할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하다. 

시라노와 크리스티앙, 그리고 유영석 씨처럼 이성을 사로잡는 자신만의 사랑 고백 조작만이 커플이라는 꿈의 등급으로 상승(?)될 수 있는 비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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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1-06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영석님의 <사랑 그대로의 사랑> 이 곡 너무 좋죠.
음악에 깔려서 나직한 목소리로 읽어가는 시.....

남녀간의 사랑이란게 밀고 땡기기를 잘해야 한다는건 농담이 아닌듯 해요. 지금 바라봤을 때 제일 중요한 것은 진실과 성실인데도, 그 시점에 호르몬의 영향을 무시 못 한단 말이죠. 사람은 자기 손에 닿을 듯 말 듯한 사람을 제일 좋아하는 경향이 있어요. 나 없이도 잘 살거 같은 사람이 꼭 소중하게 느껴진다 이거죠... 이건, 아마도 그런 사람을 소유함으로서 내 가치가 올라갈 것 같은 환상 때문일까요? ㅎㅎ.

cyrus 2011-01-06 15:26   좋아요 0 | URL
제가 컴맹이라 동영상을 올리지 못했네요. ^^;;
아직 저에게는 사랑이란 정말 어려운 단어인거 같아요.

stella.K 2011-01-06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이 책 덕분에 시루스님의 쓴 첫 사랑 이야기도 알게 됐군요.
K 양이 털털하다면 무난히 시루스님을 받아줬을지도 모르는데 넘 소극적이었던 건
아닙니까?ㅋ 하긴 지난 일인걸요. 어쨌든 누구나 첫 사랑은 실패한다지 않습니까?
저도 예외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시루스님 나름 알찬 청소년기를 보내셨군요. 저도 청소년기를 다시 산다면
시루스님 같이 살아보고 싶은데, 문제는 인생을 다시 살아도 청소년기만큼은
절대 노라는 거죠.ㅎㅎ

cyrus 2011-01-06 15:28   좋아요 0 | URL
가끔 고등학생 동창회로 만나게 되면 항상 나오는게 실연 이야기랍니다.^^;;
막상 이야기가 나오게되면 창피스럽기도 하지만, 스텔라님 말씀대로
청소년 때 내가 헛으로 살지 않았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하지만 저도 그 때로 돌아가기 싫어요. 군대 또 가야되잖아요^^:;

감은빛 2011-01-07 0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첫사랑!
저는 사실 친구 A와 비슷한 경험은 있습니다.(조금 다릅니다!)
정말 쑥맥이었던 친구녀석이 전화번호를 하나 갖고 와서,
전화를 해서 말을 좀 걸어달라고 해서,
실컷 물밑 작업을 해주고, 녀석에게 직접 전화하고 만나라고 했는데,
이 녀석이 도저히 못하겠다고 그냥 포기해버리는 겁니다.
덕분에 내가 전화를 계속 하다가 만나게 되고,
결국 사귀게 된 기억이 있습니다.
저는 고딩이었고, 여자애는 중딩이었어요.
나름 재밌었습니다.
아, 써놓고 보니 자랑처럼 들린다거나,
기분나빠하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데,
절대 자랑하려거나, 기분 나빠하시라고 쓴 건 아닙니다. 아시죠 ^^

cyrus 2011-01-07 12:37   좋아요 0 | URL
아니요, 오히려 감은빛님의 러브스토리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는데요. ^^ 용감한 사람만이 사랑을 얻을 수 있다는
옛날부터 전해내려온 진리가 맞는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