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Nietzsche)는 자신이 태어난 독일의 문화와 교양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독일이 닿은 문화는 부패한다면서 신랄하게 표현했다(이 사람을 보라, 왜 나는 이토록 현명한지). 니체가 선호한 유럽 국가는 프랑스였다1870년에 일어난 보불전쟁을 기점으로 두 나라 간의 갈등이 깊어진 관계를 생각하면 니체의 후기 저작 이 사람을 보라》에서 확인할 수 있는 그의 프랑스 사랑은 자못 흥미롭다.

















* 프리드리히 니체 이 사람을 보라: 어떤 변화를 겪어서 어떤 사람이 되었는지(세창출판사, 2019)


* 프리드리히 니체 바그너의 경우. 우상의 황혼. 안티크리스트. 이 사람을 보라. 디오니소스 송가. 니체 대 바그너 (1888~1889)(책세상, 2002)




니체는 오직 프랑스적 교양만을 믿었고, 독일을 포함한 다른 유럽적 교양은 전부 오해라고 간주했다. 자신이 독일에서 발견했던 몇 가지 교양은 모두 프랑스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한다(이 사람을 보라, 왜 나는 이토록 현명한지)니체는 파리(Paris)호기심이 많고 동시에 섬세한 심리학자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다고 했다. 그가 말한 심리학자들은 프랑스의 문인들이다. 니체가 이 사람을 보라에서 언급한 심리학자들폴 부르제(Paul Bourget, 1852~1933), 피에르 로티(Pierre Loti, 1850~1923), 지프(Gyp, 1849~1932)[주1], 메일락(Henri Meilhac, 1830~1897)[주2], 아나톨 프랑스(Anatole France, 1844~1924), 쥘 르메트르(Jules Lemaître, 1853~1914).

















베르너 슈텍마이어 니체 입문》 (책세상, 2020)




니체가 특별히 호감을 갖고 있는 프랑스 문인은 기 드 모파상(Guy de Maupassant)이다. 니체는 자신의 삶에서 가장 아름다운 우연에 해당하는 인물이 스탕달(Stendhal)이라고 밝혔다. 그의 평가에 따르면 스탕달은 프랑스에서 드물고 거의 발견되지 않는 유형의 정직한 무신론자. 그는 또 조르주 비제(Georges Bizet)의 오페라 카르멘(Carmen)의 원작자인 프로스페르 메리메(Prosper Merimee)에도 존경을 표했다니체는 지인에게 보낸 편지에 비제의 카르멘을 네 번 들었다고 밝혔을 정도로 그 곡을 좋아했다(베르너 슈텍마이어, 니체 입문). 니체에게 카르멘원기를 되찾게 해주는” 곡이다(바그너의 경우).


니체는 모파상의 어떤 점에서 특별한 호감을 느꼈을까? 우리는 모파상의 작품에서 니체 철학과 비슷한 것을 읽어낼 수 있을까? 호기심 많은 독자라면 니체와 모파상의 연관성을 찾아보기 위한 독서를 해볼 수 있겠다. 일단 이 글에서는 니체와 모파상의 삶에서 확인할 수 있는 공통점을 조명해보려고 한다. 




















* [절판] 데버러 헤이든 매독매독 그리고 어둠 속의 신사들》 (길산, 2004)




니체와 모파상은 매독 환자였다. 이 두 사람 모두 정신 발작과 착란 증세를 보였다니체의 친구 페터 가스트(Peter Gast)는 정열을 중시하는 니체의 디오니소스(Dionysos) 철학이 그가 미쳤기에 나올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대다수의 학자들은 니체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1888년 10월~12월) 쓴 후기 저서야말로 그가 매독에 걸리지 않았다는 확실한 증거라고 주장한다그들이 언급한 니체의 후기 저서는 우상의 황혼, 안티크리스트, 바그너의 경우, 이 사람을 보라.


모파상은 20세 때부터 여자들과 함께 센 강에서 보트 놀이를 즐겼다. 아마도 여러 여자를 만나면서부터 매독에 걸렸을 수 있다. 1877년에 모파상은 자신이 매독에 걸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 당시 매독은 하늘이 내린 벌’이라고 불릴 정도로 치료하기 쉽지 않은 병이었다. 불치병에 걸린 사실에 충격을 받은 모파상은 한동안 우울증에 빠졌지만, 어떻게든 매독 환자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사람들 앞에서 활발해 보이려고 애썼다모파상의 발작과 착란 증세가 더욱 심해지자 1893년에 친구들은 모파상을 정신병원에 입원시켰다그는 자신이 성모 마리아의 둘째 아들이라고 생각했다. 병실의 벽을 핥는 이상 행동을 보였고, 자신의 소변에 다이아몬드가 있다면서 그걸 병에 담아 모아 두었다.


역사학자 데버러 헤이든(Deborah Hayden)은 처음에 니체의 매독 증상에 대해 조사하다가 매독이 유명 인물들의 창작 활동에 미친 영향까지 살펴보게 된다그녀는 자신이 확인한 조사 결과들을 매독(Pox, 2003)이라는 한 권의 책으로 정리했다.그녀가 조사한 유명한 매독 환자 중에 보들레르(Baudelaire), 플로베르(Flaubert), 로베르트 슈만(Robert Schumann) 등이 있다. 흥미롭게도 세 사람 모두 니체와 모파상과 관련이 있는 인물들이다


니체는 보들레르를 좋아했지만, 바그너에 등 돌린 이후에 그를 최초의 지적인 바그너 숭배자라고 비판했다(이 사람을 보라). 플로베르는 모파상이 작가의 길을 걷게 해준 스승이다. 니체는 작곡가로 활동했을 때 슈만을 모범으로 삼았다(니체 입문). 매독독일의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Heinrich Heine)가 매독의 희생자였다는 내용이 잠깐 나오는데(모파상 편, 166쪽), 하이네는 니체가 좋아한 독일의 문호다. 그는 후세 사람들이 자신과 하이네를 독일어를 사용한 최초의 예술가들이라고 평가할 거로 확신했다(이 사람을 보라).


하지만 저자는 매독으로 고생한 유명 인사들이 남긴 작품들 모두 매독과 관련 있다고 단정하지 않는다. 저자는 창작 활동이 매독과 무관하다는 의견을 제시하면서 유명한 매독 환자들의 삶에 신중하게 접근한다

 



[1] 지프는 필명이다. 본명은 시빌 리케티 드 미라보(Sibylle Riqueti de Mirabeau).

 

[2] 네이버 두산백과에 등재된 이름은 앙리 메이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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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01 22: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21-09-02 19:41   좋아요 1 | URL
네, 맞습니다. 니체가 매춘부와 관계를 맺어서 매독에 감염되었다는 설에 반박하는 주장도 있어요. 그래서 니체가 매독에 걸리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청아 2021-09-01 23: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모파상의 작품을 읽은 덕에 흥미롭게 읽었어요! 모파상 작가설명 (커버 안쪽)에는 매독 이야기는 없길래 그저 정신병인줄 알았는데... 놀랍네요.😳

cyrus 2021-09-02 19:43   좋아요 2 | URL
저도 정신병을 앓았다고 생각했어요. 발작 증세가 심해지기 전에 이미 매독에 감염되었고, 모파상의 몇몇 동료는 그가 매독 환자임을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새파랑 2021-09-02 07: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니체가 모파상에 호감이 있었다니 신기하네요. 왠지 다른 성향일거 같은데~게다가 공통점이 매독이라니 약간 섬뜩하네요 🙄

cyrus 2021-09-02 19:44   좋아요 2 | URL
그렇죠? 니체가 모파상을 언급한 대목이 흥미로웠어요.
 





알베르토 망겔(Alberto Manguel)끝내주는 괴물들이 나온 사실을 처음 확인했을 때, 나는 이 책이 보르헤스(Borges)상상 동물 이야기와 비슷한 유형의 책일 거로 생각했다.


















* 알베르토 망겔 끝내주는 괴물들: 드라큘라, 앨리스, 슈퍼맨과 그 밖의 문학 친구들(현대문학, 2021)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마르가리타 게레로 보르헤스의 상상 동물 이야기(민음사, 2016)




하지만 기대와 달리 망겔의 책은 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괴물들을 주제로 한 책이 아니었다. 고전문학 작품에 나오는 인물들에 대한 저자의 주관적인 감상을 독후감 형식으로 풀어쓴 책이었다. 끝내주는 괴물들은 제목과 다른 내용으로 이루어진 책이다.
















* [절판] 알베르토 망겔 보르헤스에게 가는 길: 열여섯 소년, 거장 보르헤스와 함께 책을 읽다(산책자, 2007)

 



망겔은 시력을 잃은 보르헤스의 부탁을 받아 4년 동안 그를 위해 책을 읽어준 성덕(성공한 덕후)’이다196416세의 망겔은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피그말리온이라는 영어 및 독일어 전문서점의 직원으로 일했다. 서점 단골이었던 보르헤스는 망겔에게 저녁에 할 일이 없으면 자신의 집에 와서 책을 읽어줄 수 있는지 물었다. 망겔은 그의 부탁을 수락했고, 일주일에 서너 번씩 보르헤스의 집을 방문했다망겔은 보르헤스에게 가는 길에서 문호를 만나면서 나누었던 대화와 그 밖의 일화들을 소개했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독자는 보르헤스의 관심사가 반영된 문학 세계를 파악할 수 있다. 망겔은 보르헤스를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독자라고 칭송하면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문호의 결점까지 언급한다. 망겔은 보르헤스가 인종차별적 발언을 무심코 내뱉으면 지적인 독자에서 한순간에 멍청이가 되어버린다고 지적한다.











* [절판]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마르가리타 게레로 상상 동물 이야기(까치, 1994)




상상 동물 이야기는 보르헤스의 대표작으로 내세우기 어려운 책이다. 하지만 신화와 전설에 관심 있는 독자가 좋아할만한 이 책은 독특하면서도 흥미로운 동서양 환상의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진 분더캄머(Wunderkammer, 경이로운 방)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문학 작품에 묘사된 상상 동물들의 이야기도 진열되어 있다.


상상 동물 이야기는 1994년에 까치출판사에서 나왔으나 절판되었고, 12년 후에 민음사에서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구판과 개정판의 역자는 동일인이다. 그런데 개정판(민음사)은 1967년 아르헨티나 초판을 번역한 것이고, 구판(까치)은 1969년 미국에서 출간된 증보판을 번역한 것이다상상 동물 이야기초판에 총 116[주]의 글이 수록되었다. 증보판은 기존의 116편에 네 편의 이야기가 추가된 판본이다. 구판에 있는 네 편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117. 카번클 


118. 1964년에 제인 리드 부인이 런던에서 알았고 보았고 만났던 것에 대한 경험적 보고


119. 칠레의 동물들


120. 과거 숭배자들






[] 역자는 까치 번역본 후기에 116편의 이야기가 1967년 초판에 실렸다고 했다. 그런데 민음사 번역본 후기에서는 초판이 117으로 구성되었다(304쪽)라고 썼다. 직접 세어본 결과, 총 116편의 글이 수록되었음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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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8-24 20: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보르헤스의 상상동물이야기>궁금하네요~♡
사이러스님 글을 수정 중이신지
구판의 이야기 일부만 떴습니다🖐 😊

cyrus 2021-09-01 21:56   좋아요 1 | URL
책 내용이 생각보다 별로일 수 있어요... ^^;;

새파랑 2021-08-24 21: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보르헤스와 망겔은 항상 같이 나와서 아버지와 아들 느낌이 나요 ㅋ 그래서 제목도 비슷한가 봐요 ㅎㅎ 내용은 다르다지만~!! 역시 덕질의 최고는 성덕인거 같아요 😆

cyrus 2021-09-01 22:03   좋아요 1 | URL
보르헤스를 만난 망겔이 세상에서 제일 성공한 서점 직원일거라 생각했어요. ^^;;
 
여자가 쓴 괴물들 - 호러와 사변소설을 개척한 여성들
리사 크뢰거.멜라니 R. 앤더슨 지음, 안현주 옮김 / 구픽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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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점  ★★★☆  B+






미국의 작가 스티븐 킹(Stephen King)의 별명은 호러 킹(horror king)’이다. 그가 쓴 공포소설들은 상업적으로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문학적인 완성도도 높다. 킹이 태어나기 전에 활동한 호러 킹은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 몬터규 로즈 제임스(Montague Rhodes James),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Howard Phillips Lovecraft), 앨저넌 블랙우드(Algernon Blackwood), 리처드 매드슨(Richard Matheson) 등이다. 그렇다면 킹에 견줄만한 호러 퀸(horror queen)이 있을까있다. 그것도 한 사람이 아니다시대별로 대표하는 여성 공포 소설 작가들이 있다. 나는 그들을 호러 퀸이라 부르고 싶다


고딕 문학 연구자인 두 명의 저자가 합심하여 쓴 여자가 쓴 괴물들은 잘 알려지지 않은 호러 퀸들을 소개한 논픽션이다. 공포 문학은 남성 작가들이 독점한 장르가 아니다. 남성 중심 사회에 저항한 여성 작가들이 마음껏 뛰놀던 블랙 오션(black ocean)’이다. 남성 중심 사회 속의 여성은 주변부에 머물렀으며 창작 재능을 발휘할 기회가 충분히 주어지지 않았다여성에게 글쓰기는 시간이 있을 때 할 수 있는 지적 활동이 아니다가사 노동으로 지친 마음을 어루만져주기도 하며 여성의 존재를 투명하게 만드는 세상을 향해 자신의 목소리를 힘껏 낼 수 있게 해준다글을 쓰면 세상을 새롭게 해석할 힘을 얻는다. 글쓴이가 이 힘을 얻으면 자기주장을 할 수 있게 되며 세상에 반기를 들 수 있다. 글 쓰는 여성은 이성을 대표하는 유일한 인간이라고 확신한 남성들이 만들어낸 관습에 도전했다. 보수적인 남성들은 글 쓰는 여자의 등장을 반기지 않았고, 그들을 광인 또는 괴물과 같은 존재로 취급했다. 여성 작가는 남성 중심 세상을 조롱하면서 파괴할 수 있는 괴물과 유령들을 창조했다공포 소설은 초자연적인 현상을 주제로 한 문학 장르다. 대다수 사람은 공포 소설이 오컬트에 심취한 사람들이 즐겨 쓰는 장르로 이해하거나 심심풀이용으로 읽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공포 소설에 대한 선입견이다. 지금까지 공포 문학이 발전하는 데 기여한 여성 공포소설 작가들의 재능을 잘 모르는 데서 생긴 착각이다.


여자가 쓴 괴물들에 소개된 여성 작가 중에는 남성들과 토론하기를 즐겼던 철학자로 알려진 마거릿 캐번디시(Margaret Cavendish)가 있고, 아멜리아 에드워즈(Amelia Edwards)나 마저리 로렌스(Margaery Lawrence)와 같은 여성의 권리나 젠더 평등에 목소리를 높인 페미니스트들도 있다19세기를 대표하는 호러 퀸이라 할 수 있는 메리 셸리(Mary Wollstonecraft Shelley)는 여권 신장을 주장한 사상가 메리 울스턴크래프트(Mary Wollstonecraft)의 딸이다. 셸리의 대표작 프랑켄슈타인은 페미니즘 비평으로 해석 가능한 공포 소설이다여성 공포 작가들은 뛰어난 재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독자의 상식과 교양을 넓히는 고전으로 알려진 작품을 쓴 작가들에 주목한 문학사에서 배제되어 왔다여자가 쓴 괴물들의 등장은 장르문학을 하대하는 주류 문단과 남성 작가 중심 문학사의 허를 찌르는 도전이다


이 책에 여성 작가들의 삶뿐만 아니라 독자들이 읽어야 할 작품들에 대한 정보도 있다. 역자는 국내에 출간된 공포 소설의 작품명과 출판사 이름을 꼼꼼하게 표기했다. 공포 소설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유용한 정보다. 하지만 국내에 나온 작품임에도 출판 정보가 없는 것도 있다두 명의 저자가 엄선한 여성 공포소설 작가들은 독자와 평단으로부터 호평받을 만한 이야기꾼이다. 그러나 여자가 쓴 괴물들에 한 번도 언급되지 않은 여성 공포소설 작가들이 있다. 이자크 디네센(Isak Dinesen)이라는 필명으로 일곱 개의 고딕 이야기(문학동네, 2006)를 쓴 카렌 블릭센(Karen Blixen)기이한 이야기(만복당, 2021)의 작가이자 여성 참정권 운동에 참여한 메이 싱클레어(May Sinclair)괴담 형식의 공포 소설을 쓴 일본의 오노 후유미(小野不由美) 등이다. 이 세 사람 역시 독자들이 주목해야 할 여성 공포소설 작가들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호러 퀸인 퍼트리샤 하이스미스(Patricia Highsmith)와 현존하는 최고의 작가인 조이스 캐롤 오츠(Joyce Carol Oates)가 이 책에 짤막하게 소개돼서 아쉽다두 사람은 이 책에서 곁다리로 분류되어 있다.


백과사전은 죽지 않은 책(undead book)’이다. 백과사전 편찬자가 죽어도 백과사전에 새로운 정보가 담긴 항목이 계속 추가되기 때문이다. 여자가 쓴 괴물들여성 공포 소설 작가들에 대한 최고의 백과사전[주]이라면 새로 발굴되거나 재조명받은 여성 작가들이 추가되어야 한다. 여자가 쓴 괴물들2판이 나오길 진심으로 바란다.






※ 미주(尾註)알 고주(考註)



* 107: 월터 스코트 월터 스콧   

29쪽에 월터 스콧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 168: <밤의 갤러리>, 194: 로드 셜링의 쇼 <나이트 갤러리>

명칭을 하나로 통일해서 써야 한다.






* 170, 172쪽의 무셔운 짚은 오자가 아니다. ‘무셔운 짚의 원제는 ‘Horrer Howce’. ‘Horrer Howce’‘Horror House(무서운 집)’의 철자를 틀리게 쓴 단어다. 역자는 원제의 의미를 살린 제목을 표현하기 위해 무서운 집이 아닌 무셔운 짚으로 썼다

 


* 303: 레스타트 왕자와 아틀란티스 왕국』 → 『레스타 왕자와 아틀란티스 왕국



[주] 책 뒤표지에 있는 문구다. 그런데 백과사전이라면서 100여 명의 작가 이름과 그들이 쓴 작품 제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색인(찾아보기)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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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쓴 괴물들 - 호러와 사변소설을 개척한 여성들
리사 크뢰거.멜라니 R. 앤더슨 지음, 안현주 옮김 / 구픽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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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쓴 괴물들》의 등장은 장르문학을 하대하는 주류 문단과 남성 작가 중심 문학사에 대한 반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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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세상의 적이다.  (샤를 보들레르)






보들레르(Baudelaire)와 함께하는 여름보다 터무니없는 일이 또 있을까? 악의 꽃을 아는 많은 이들이 그런 생각을 할 게 분명하다.” 2014년에 <보들레르와 함께하는 여름>이라는 제목의 라디오 방송을 진행한 프랑스의 문학평론가 앙투안 콩파뇽(Antoine Compagnon)은 보들레르가 방송에서 다루기 위험한 주제라고 밝혔다.

















* 앙투안 콩파뇽 보들레르와 함께하는 여름(뮤진트리, 2020)

 

* 미셸 우엘벡 러브크래프트: 세상에 맞서, 삶에 맞서(필로소픽, 2021)




콩파뇽은 보들레르를 세상을 신랄하게 바라본 잔인한 검객이며 불면의 선동가라고 평가한다. 민주주의와 진보, 여성을 증오한 보들레르는 그의 시집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독자들마저도 불쾌하게 만든다보들레르는 자신의 시대를 좋아하지 않은 비관론자였다. 그가 생각하기에 인간은 원죄를 가진 채 태어나며 도덕과 진보주의(progressivism)는 인간의 악을 감춘다


보들레르의 비관주의는 미국의 작가 러브크래프트(Lovecraft)의 염세주의와 흡사하다. 러브크래프트 역시 인간을 악한 존재라고 생각했고, 세상을 증오했다공포 소설을 쓴 러브크래프트야말로 여름과 함께하기에 좋은 작가다하지만 러브크래프트도 보들레르 못지않게 독자들의 불쾌감을 유발하는 문제의 인물이다. 보들레르가 반유대주의자라면 러브크래프트는 히틀러(Hitler)를 지지한 인종차별주의자다.

















*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 러브크래트프 전집 1(황금가지, 2009)


* [리커버] 샤를 보들레르 악의 꽃(문학과지성사, 2021)

 

* 샤를 보들레르 악의 꽃(문학과지성사, 2003)

 



다독가로 알려진 러브크래프트는 과연 보들레르의 시집 악의 꽃을 읽었을까? 만약 그가 보들레르의 글을 읽었다면 어떤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다. 추측하건데 러브크래프트는 보들레르를 읽었다. 러브크래프트의 단편 허버트 웨스트-리애니메이터에 나온 화자는 시체를 되살리는 실험에 집착한 의사 허버트 웨스트(Herbert West)를 이렇게 묘사한다.



 나는 점점 웨스트의 실험보다 그라는 인간 자체에 공포를 느끼기 시작했다. 수명을 연장시키고자 하는 젊은 과학자의 열망이 병적이고 끔찍한 호기심과 납골당의 비밀로 변질되면서 나의 공포는 시작되었다. 웨스트의 관심은 더욱 혐오스럽고 극악한 형태로 바뀌었고, 성격 또한 점점 괴팍해졌다. 점자 그는 보통 사람이라면 공포와 역겨움 속에서 정신을 잃을 만한 상황을 흡족하게 바라보곤 했다. 그는 냉혹한 지성으로 육체를 실험하는 괴팍한 보들레르이자 묘지를 헤매는 나른한 엘라가발루스였다


(허버트 웨스트-리애니메이터중에서, 89)



악의 꽃에 수록된 시체는 육신이 부패하는 과정이 사실적으로 묘사된 시다보들레르가 묘사한, 파리와 구더기 떼가 모여 있는 시체는 피어나는 꽃이 된다. 시인은 시체가 부패되면서 부풀어 오르는 모습을 죽음 이후의 새로운 삶이 분출하는 과정으로 본다. 살아 있는 시체는 불멸의 존재다보들레르의 유고집 벌거벗은 내 마음(원제는 내면 일기’)에 불멸에 대한 문장이 있다.
















* [품절] 샤를 보들레르 벌거벗은 내 마음(문학과지성사, 2001)



 마치 인격체와도 같이 모든 관념은 그 자체로서 불멸의 삶을 부여받는다.

 모든 창조된 형태는, 비록 그것이 인간에 의한 것일지라도, 불멸이다. 왜냐하면 형태는 물질로부터 독립적이고, 또한 형태를 구성하는 것은 분자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벌거벗은 내 마음중에서, 161)



시체에 불멸의 삶을 부여한 보들레르의 발상은 불멸에 병적으로 열망한 허버트 웨스트의 모습과 연결 지을 수 있다냉혹한 지성’, ‘괴팍한이라는 표현은 보들레르에 어울리는 수식어다보들레르는 냉혹한 시선으로 19세기 파리뿐만 아니라 동시대 인간, 종교, 도덕 등을 해부한 작가다. 자신이 한 말대로 보들레르는 세상의 적이었다


보들레르와 러브크래프트. 이 두 사람은 좀처럼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괴팍하고, 매우 복잡한 성격의 문인이다. 콩파뇽은 마음 가는 대로보들레르에 접근했다. 러브크래프트도 그렇게 접근할 수 있다. 나는 이 두 사람과 함께 여름을 보내려고 한다. 올해는 보들레르가 태어난 지 200주년이 되는 해다보들레르와 같은 해에 태어난 도스토옙스키(Dostoevskii)와 플로베르(Flaubert)도 내 여름 독서를 위한 주제로 삼고 싶다. 하지만 과연 이 두 문호만큼이나 누가 보들레르를 기억해줄까. 까다로운 시인을 잘 아는 위선적인 독자[주1]인 내가 하는 수밖에.

 




[주1] 악의 꽃독자에게 마지막 구절 참조.






미주(尾註)알 고주(考註)

 

 

* 보들레르와 함께하는 여름157


 파스칼(Pascal)은 이 생각을 자신의 책 수상록[주2]에 이렇게 고쳐 적었다.

 

 

[주2] 수상록은 몽테뉴(Montaigne)가 쓴 책의 제목이다. 원서 본문을 확인하지 않았지만, 파스칼이 쓴 수상록의 정체는 유고집 팡세(Pensées)일 것이. ‘팡세생각들이라는 뜻의 프랑스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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