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에 이름을 붙이는 사람들 - 일터에서의 사고와 죽음, 그에 맞선 싸움의 기록
노동환경건강연구소 기획 / 포도밭출판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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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점   ★★★★☆   A







왜 나는 조그만 일에만 분개하는가. /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 오십 원짜리 갈비가 기름 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 년한테 욕을 하고 / 옹졸하게 욕을 하고 [중략]

 


왜 나는 조그만 일에만 분개하는가라는 구절로 시작되는 이 시의 제목은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이다. 이 시를 쓴 김수영은 조그만 일에만 분개할 뿐 정작 부당한 권위 앞에서 분개하지 못한 자신의 소극적 태도를 반성했다. 시인은 옹졸하게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 있다. / 절정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 있다라고 표현했다. ‘절정(絶頂)’은 불의에 정면으로 맞서고 분개하는 삶을 뜻한다. 하지만 불의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살아온 시인은 절정 옆에 비켜서 있는 상태다

 

시인이 반성한 옹졸한 전통은 결국 이 시를 읽는 우리의 옹졸한 모습이기도 하다. 우리는 일하는 타인에게 사소한 불만과 짜증을 내면서 살아왔다. 왜 우리는 택배 물품이 제시간에 도착하지 않으면 택배 노동자를 원망하는가. 택배 물품을 제대로 보관하지 않은 아파트 경비 노동자에게 분개하고, 전화 연결 대기 시간이 길다는 이유로 콜센터 상담원에게 옹졸하게 욕을 하고. 일하는 모든 사람은 노동자다. 그런데 노동자인 우리는 또 다른 노동자가 제공한 서비스가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거나 노동자가 만든 제품에 조그만 하자가 있으면 분개한다. 타인의 노동에 분개한 우리는 내 주변의 노동자들이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잘 몰랐고,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옹졸한 노동자의 전통은 타인의 노동을 업신여기게 한다.

 

고통에 이름을 붙이는 사람들은 노동자들의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하는 열악한 노동 현실에 비켜선 채 그들에게 분개하는 우리의 옹졸한 모습을 반성하게 만든다.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주는 노동의 과정은 최상의 상품과 서비스라는 노동의 결과에 가려진다. 이 책을 기획한 노동환경건강연구소는 잘 보이지 않고, 잘 알려지지 않은 노동자들의 고통에 이름을 붙이는 일을 했다. 이름이 생긴 노동자들의 고통은 산업재해또는 직업병이라는 실체로 세상에 알려진다. 그동안 노동자들은 자신의 아픔을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자신을 아프게 만드는 노동 현장의 문제점을 알고 있었다고 해도 생계를 꾸려나가기 위해서 참고 일해야만 했다. 고통에 이름을 붙이는 사람들은 노동자인 우리가 외면했던 또 다른 노동자들의 고통, 그리고 고용주 앞에서 침묵해야 했던 우리의 고통이 기록된 책이다.

 

헌신과 인내. 노동을 신성하게 여기는 사람들은 이 두 단어를 주로 쓴다. 그들은 일하다가 병들거나 다쳐도 가족을 위해 아픔을 참아가면서 일터로 향한다. 우리는 그 모습을 성실한 노동자의 본보기라고 배우면서 자라왔고, 고통을 초월한 노동자들에게 경의를 표했다. 이와 반대로 아프다면서 출근하지 못하는 노동자에게 냉담한 반응을 드러낸다. 심지어 그의 아픔을 의심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고용주는 가족 같은 분위기의 회사라고 홍보하면서 구직자를 유혹한다. 하지만 노동자가 일하는 도중에 다치거나 죽으면 고용주는 사고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한다. 고용주가 정말로 가족 같은 분위기의 회사를 세웠다면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지 작업 현장 점검을 철저히 했을 것이고, 보호복과 안전 장비를 요구하는 노동자의 목소리에 적극적으로 귀 기울였을 것이다. 내가 하는 노동도 힘든데 남의 노동과 고통까지 관심을 둘 여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헌신과 인내를 강조하는, 아니 강요하는 노동은 노동자 모두에게 이롭지 않다. 노동자들이 서로 노동의 고통과 아픔을 알지 못한다면 건강한 노동을 할 권리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려워진다.

 

모든 사람이 노동 문제에 비켜서 있지 않으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일단 노동의 정의를 다시 물어야 한다. 근면과 헌신을 강조하는 노동만이 노동의 유일한 정의요, 참된 정의도 아니다. 그것은 노동의 긍정적인 면을 지나치게 부각한다. 현실에 동떨어진 착한 노동’이 아닌 위험한 노동’을 주목해야 한다. 그러면 위험한 노동에서 비롯된 노동자의 아픔과 고통을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집필진은 한목소리로 타인의 노동을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역지사지의 자세로 다른 노동자의 고통을 바라보면 우리가 진짜로 분개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알게 된다.






미주(尾註)알 고주(考註)



* 144




굴똑 굴뚝






* 147




이타이타이병 이타이이타이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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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1-07-13 23:0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최근 벌어진 S대 청소노동자 사건
에서 문제의 발언을 한 교수를
보면서...

아 저런 인간도 교수를 하는구나
싶었습니다.

이 무더운 날씨에 열악한 환경에서
비지땀을 흘리는 힘겨운 타인의 노동
에 1도 공감하지 못하는 인간의 모습
이 너무나 서글펐습니다.

cyrus 2021-07-14 21:54   좋아요 2 | URL
몸을 많이 움직여하는 노동을 해보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됩니다. 이런 일을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은 육체노동의 힘겨움을 잘 모릅니다. 오늘 아침에 노동자가 음식물 폐기물을 버리다가 지하 저장소에 빠져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했어요. 일하다가 다치거나 사망한 노동자들의 뉴스를 보면 남 일 같지 않습니다.

붕붕툐툐 2021-07-14 00: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너무나 좋아하는 시입니다. 저도 딱 저렇게 사는 거 같아 읽을 때마다 반성 한바가지 하게 되는 시이죠.. 노동의 가치를 잃어버린 이 세태가 너무나 안타깝습니다..ㅠㅠㅠ

cyrus 2021-07-14 22:03   좋아요 2 | URL
사실 우리가 지금 편하게 살 수 있는 건 누군가의 노동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고, 우리의 노동이 또 다른 누군가가 편안하게 살아가는 데 영향을 주고 있어요. 그래서 서로 고마워해야 하고, 서로의 아픔과 고충을 이해하면서 살면 좋을 텐데 현실적으로는 어려워요. 각자 먹고 사느라 바쁘니까요.. ^^;;

새파랑 2021-07-14 00: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Cyrus님 글 오랜만에 읽으니까 너무 반갑네요~!! 타인의 노력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는 정말 잘못된게 맞는것 같아요. 이 글을 보니 저도 반성하게 됩니다 ㅜㅜ 관심을 더 가져야 할 거 같아요~!!

cyrus 2021-07-14 22:07   좋아요 2 | URL
공장 일을 해서 그런지 손가락이 뻐근하네요. 이것도 직업병인가 봅니다... ㅎㅎㅎ 제 삶의 핵심이 노트북으로 글을 쓰는 건데, 손가락 상태가 좋지 않아서 글쓰기가 버거워요.
 

 




고대 이집트의 수학자 히파티아(Hypatia)와 관련된 자료를 찾던 중에 프랑스의 계몽주의 사상가 볼테르(Voltaire)가 자신의 책에 히파티아를 평가한 입장을 밝힌 사실을 확인했다.

 















 

* 볼테르 광신의 무덤(바오, 2019)

* 볼테르 불온한 철학사전(민음사, 2015)

 

 


볼테르는 1736년에 발표한 광신의 무덤(Examen important de Milord Bolingbroke ou le tombeau de fanatisme)에서 히파티아가 기독교 광신자들에게 살해된 사건을 언급했다. 그는 히파티아의 죽음을 야만적인 살인으로 규정하면서 광신에 물든 기독교를 전면 비판한다. 볼테르는 죽을 때까지 이성과 종교의 자유를 박해하는 기독교를 비판해왔다. 그는 철학 사전(Dictionnaire philosophique)’이라는 책의 개정판에 히파티아의 죽음에 얽힌 전설을 다시 언급했다. 개정판은 1772년에 출간되었고, 초판은 1764년에 나온 ‘Dictionnaire philosophique portatif’이다. 이 책은 불온한 철학 사전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다사실 초판 제목을 직역하면 휴대하기 편한 철학 사전이다(프랑스어 ‘portatif’의 뜻이 휴대 가능한이다). 볼테르는 들고 다니면서 읽을 수 있는 철학 사전을 만들려고 했다.


불온한 철학사전은 사전 형태로 구성된 책이지만, 철학과 관련된 용어뿐만 아니라 일상에 많이 쓰이는 단어의 의미를 볼테르 특유의 시각으로 풀어쓴 에세이집으로 봐도 무방하다볼테르는 이 책에서 편견과 맹목적인 사고방식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그도 사람인지라 완벽할 수 없다. 책 곳곳에 있는 그의 고리타분한 견해를 확인할 수 있는데, 특히 여자항목에 여자가 남자보다 열등한 존재임을 강조한다. 그리고 아시아인을 뛰어난 작품을 내놓지 못한 민족이라고 주장했으며(‘취향항목, 325), 여자는 남자보다 약하기 때문에 늙으면 흉측해진다고 했다(‘인간항목, 349). 그는 또 마호메트(Muhammad)와 이슬람을 부정하는 입장을 드러냈는데, 마호메트를 협잡꾼으로 묘사한 희곡을 쓴 적이 있다.

 

불온한 철학사전》에 나온 외국 인명 표기를 새로 교정 필요가 있. 영어와 프랑스어 전문 번역가들이 모여 만든 번역 모임 사이에불온한 철학사전의 번역을 맡았는데, 여기에 참여한 역자는 총 일곱 명이다



* 28쪽, 역주

 

 그리스 신화에서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남편 헤파이토스가 아닌 전쟁의 신 아레스와의 사이에서 아들 에로스를 낳았는데, 에로스는 로마 신화에서 큐피드 또는 사랑을 뜻하는 아모르로 불렸다.

   

헤파이토스헤파이스토스(Hephaestus)의 오자다




* 62, 역주

   

 그리스 신화에서 태양신 헬로스의 아들인 파에톤이 아버지의 전차를 타고 하늘의 궤도를 벗어나 낮게 달리는 바람에 온 세상이 불탄다.


헬리오스(Helios)’라고 써야 한다.



71쪽의 소포니스바 안귀슬라소포니스바 안귀솔라(Sofonisoba Anguissola)’로 쓰는 게 맞다익명의 역자는 베엘제붑(Beelzebub)에 관한 주석에 복음서에 등장하는 귀신의 왕이라고 썼다. ‘귀신이 아니라 악마로 써야 한다.


402쪽의 조지프 에디슨조지프 애디슨(Joseph Addison)’으로 써야 한다. 애디슨은 영국의 시인이자 수필가다. 미국의 발명가 ‘Thomas Alva Edison토머스 에디슨이라고 쓴다. 몇몇 역자는 ‘Addison에디슨(Edison)으로 쓰는 실수를 저지른다.










395쪽에 있는 도판이 잘못 나왔다. 도판은 뒤러(Albrecht Dürer)의 작품이 아니라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의 작품이다. 책에 있는 블레이크의 그림 제목은 욥의 시험: 욥에게 역병을 들이붓는 사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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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1-06-02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dison는 ˝에˝보다 더 큰 실수네요. 갑자기 William의 LL, L 두 개를 유심히 보고 갑니다. 남의 이름 잘못 적고 쓰면 굉장한 결례인데, 더군다나 오래 남을 책에서라면.
 





전망 좋은 []

 

EP. 13

 

2021519일 석가탄신일

굿브랜딩북스, 담담책방



글은 다음 날에 썼고, 묵혀 두고 있다가 이제야 올린다.





5월의 절반이 지난 지금까지 7시에 퇴근한 날은 한 번도 없다. 야근 잔업을 해서 일찍 마친 시간이 밤 9시다. 가장 늦게 마친 시간은 밤 1030분이다. 어제가 공휴일인데도 불구하고 직원들은 출근했다. 하루 쉬게 되면 주문 물량을 정해진 시간 안에 출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나는 어제 출근해야 하는 직원들의 이름이 적힌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추석을 제외한 석가탄신일이 올해 마지막 평일 공휴일이다. 슬프게도 현충일,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성탄절 모두 주말이다.


어제 오전에 굿브랜딩북스라는 서점을 방문했다작은 규모의 서점이지만, 안에 들어가 보면 여타 서점과는 다른 굿브랜딩북스만의 특색을 느낄 수 있다. 서점 안에 있는 책들은 브랜딩’, ‘디자인’, ‘영감의 도서’, ‘일과 삶의 균형등 총 여섯 가지 주제로 이루어진 책장에 진열되어 있다


굿브랜딩북스에는 더 나은 삶을 위해 일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들이 있다. 지금 하는 공장 일은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 아니다. 최근 들어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절실히 깨달았다. 책과 관련된 일, 즉 서점을 운영하는 일이 돈을 많이 벌지 못해도 내가 좋아할 수 있는 일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대구에 있는 모든 서점은 단순히 책을 사기 위한 곳이 아니다. 내 꿈을 무럭무럭 자라게 해주는 데 필요한 영감을 제공하는 배움의 장소다.


오후에는 담담책방에 갔다. 공휴일이라서 책방에 사모님도 계셨다. 담담에 매일 오는 손님이 있다. 하루의 절반을 담담에서 보냈던 무직 시절에 그 손님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분은 빈손으로 오기 그래서인지 가끔 빵을 사 들고 와서 나와 책방지기에게 나눠 주곤 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관계가 생겼다정말 오랜만에 책방지기, 책방 단골손님, 나 이렇게 세 사람이 대화를 나누었다.


오후 5시가 지나자 여성 손님 두 분이 담담에 왔다손님 중 한 분은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그레타책방의 책방지기였다. ‘그레타책방은 그림책 전문 서점이다. 어린이와 어른을 위한 그림책뿐만 아니라 그림책 작가 겸 책방지기가 추천하는 외국 그림책도 판매되고 있다. ‘그레타책방역시 방문하고 싶은 책방 중 한 곳이었는데 마침 책방지기가 어제 담담에 직접 방문했다.


내가 이른 시간에 집으로 돌아갔으면 그레타책방의 책방지기를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집에 돌아갈 생각은 접어두고, 다른 의자에 앉아 책을 읽은 척하면서 두 책방지기(담담, 그레타책방)의 대화를 엿들었다. 두 분의 대화를 엿듣다가 순간 영감이 떠올랐다. 지금 나는 일 때문에 활자 위주의 책을 완독하지 못할뿐더러 독서 후에 늘 하던 일인 발췌 및 편집 작업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공장 일이 완전히 적응할 때까지(아니면 그만둘 때까지) 그림책 위주로 독서를 하면서 서평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활자 위주의 책을 읽는 헤비 리더(heavy reader)’에서 시집이나 그림책을 주로 읽는 라이트 리더(light reader)’로 전향하면 예전처럼 읽고 쓰는 삶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 같다.


그림책과 어린이 책에 친해질 수 있도록 나름 공부를 해야겠다. 이러한 경험은 내가 책방을 운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냥 놀러 간다는 마음으로 담담에 갔는데, 여기서도 내 꿈을 위한 영감을 얻다니. 어제는 정말 특별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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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1-05-23 18:1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걸 확인하고 오셨네요. 잘 됐네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서점 운영의 꿈을 가질 법한 것 같아요. 책 정리도 재미있고
관심 가는 책을 들춰 볼 수도 있고 돈도 벌 수 있고 책을 좋아하는 이들과 함께 얘기를 나눌 수도 있고 이쯤되면 일석사조, 가 되려나요.

저도 사고 싶은 책이 없어도 서점 구경만으로 즐겁더라고요. 그래서 외출했다가 서점이 눈에 띄면 꼭 들러 보게 되더라고요.

cyrus 2021-05-26 22:02   좋아요 1 | URL
서점을 운영하면 재미있는 일들을 할 수 있긴 한데, 이 재미있는 일을 하면 책을 많이 팔아야 합니다... ^^;;

조그만 메모수첩 2021-05-23 18: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서점 개업하시면 제가 단골 되겠습니다. 이렇게 책 잘 읽으시는 분이 지기인 서점은 얼마나 멋질까요.

cyrus 2021-05-26 22:04   좋아요 2 | URL
메모수첩님은 대구에 살고 계시죠? 서점을 열면 알라디너를 위한 혜택을 마련해야겠어요. ^^

청아 2021-05-23 18:3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좋은 아이디어 같아요! 독서에 대한 감성과 끈을 놓치지 않는게 중요하다 생각해요. 저도 한번씩 쉬어가는 기분으로 어린이 동화도 읽고 시집도 보려구요. 우리 화이팅해요!*^^*

cyrus 2021-05-26 22:09   좋아요 1 | URL
1년을 쉰다는 생각으로.. ㅎㅎㅎ 독서와 글쓰기를 쉬엄쉬엄 해야겠어요. 꾸준히 글을 써야겠다는 의욕을 살리기가 쉽지 않아요.

새파랑 2021-05-23 18:3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사이러스님 좋아하는 책 읽을 시간도 없이 바쁘신거 같아 많이 안타깝네요 ㅜㅜ 그래도 영감을 얻으셔서 다행입니다. 항상 화이팅 하시길 바랍니다. 서점 운영 하시면 꼭 가보고 싶네요^^

cyrus 2021-05-26 22:13   좋아요 2 | URL
영감을 얻었으면 실행을 해야 하는데, 시간이 부족하다, 피곤하다는 핑계로 계속 미루고 있어요. ^^;;

독서괭 2021-05-23 20: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김소영 선생님의 어린이책 읽는 법 추천합니다! 앞으로 쓰실 그림책, 어린이책 서평이 기대됩니다^^

cyrus 2021-05-26 22:15   좋아요 1 | URL
제가 자주 가는 동네 책방에 <어린이책 읽는 법>을 주문했어요. ^^

페넬로페 2021-05-23 21:0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매일 야근을 하셔서 힘드시겠어요~~
정말 올해는 공휴일이 주말과 많이 겹치는 것 같아 많이 서글퍼지네요 ㅠㅠ
cyrus님께서
만약 대구에서 책방을 하신다면
꼭 찾아갈께요^^
내일도 우리 모두에게 특별한 하루가 되면 좋겠어요**

cyrus 2021-05-26 22:16   좋아요 2 | URL
야근 없이 7시에 마치는 평일이 특별하게 느껴져요. 예전에 일했을 땐 6시, 6시 30분까지 기다리는 게 힘들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가 좋았어요. ^^

붕붕툐툐 2021-05-24 00: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 이런 꿈을 꾸고 계셨군요! 멋지십니다~ 분명 좋은 서점이 될 거 같아요. 그리고 아이디어 너무 좋아요! 저도 요즘 책읽기 슬럼프인 듯한데, 그림책 몇 권 봤더니 좋더라구요!ㅎㅎ앞으로 사이러스님 글을 더 자주 접할 수 있게 될 거 같아 저도 기대가 됩니다!

cyrus 2021-05-26 22:24   좋아요 2 | URL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너무 힘드니까 제일 먼저 생각이 난 게 서점이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것과 아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데다 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지인이 무려 세 명이라서 갑자기 서점을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mini74 2021-05-24 12: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응원합니다. 서점 이름이 전망 좋은 (책) 방?

cyrus 2021-05-26 22:30   좋아요 2 | URL
아직 서점 이름을 정하지 않았지만, ‘전망 좋은 (책)방’을 책방 이름 1순위로 하겠습니다. ^^

Angela 2021-05-26 01: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쁜 와중에도 독서와 글 쓰기 대단하십니다!

cyrus 2021-05-26 22:32   좋아요 2 | URL
책을 읽고 있긴 한데, 예전에 비해 많은 편은 아니에요. 글 한 편 쓰는 것도 힘들고요. 예전과 다른 일상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군요. ^^;;

transient-guest 2021-05-26 05: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서점순례가 그리워지는 글입니다. 예방접종을 모두 마쳤으니 6월 초에는 항체가 생긴다고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 마스크 없이는 다니지 못하고 예전처럼 자유롭게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책을 읽다가 글을 쓰는 환경은 집과 사무실을 제외하곤 없습니다. 벌써 2021년도 반절에 접어드는데 끝날 기미가 안 보이네요.

cyrus 2021-05-27 07:26   좋아요 2 | URL
제가 사는 곳인 대구에 다시 코로나 확진자 수가 증가해서 이번 달 말까지 카페, PC방 영업시간이 단축되었어요. 너무 속상합니다.

blanca 2021-08-02 17: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cyrus님의 꿈을 꼭 이루시기를...그림책 서평도 기대됩니다.

cyrus 2021-08-02 17:44   좋아요 2 | URL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히파티아(Hypatia)는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서 태어나고 활동한 수학자이자 철학자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학자인 아버지로부터 다양한 학문을 교육받은 수재였다. 성인이 된 히파티아는 학생들에게 기하학과 철학, 천문학을 가르치는 교사로 활동했다. 그는 아버지와 함께 수학 교과서의 주석을 썼다. 이 주석서는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한 교과서로 사용되었다. 히파티아 혼자 수학자 디오판토스(Diophantos)와 천문학자 프톨레마이오스(Ptolemaeos)의 책에 대한 주석서를 썼지만, 안타깝게도 온전한 상태의 문헌이 남아 있지 않다.

 

히파티아는 뛰어난 학자였지만, 많은 사람은 그의 끔찍한 최후를 생전 활동보다 더 많이 기억한다. 후대의 역사가들은 히파티아를 그리스 최후의 여성 수학자 또는 기독교에 희생당한 학문의 순교자로 평가한다. 알렉산드리아는 과학이나 철학, 기하학 등의 학문을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되었고, 수많은 장서를 보유한 도서관이 있는 학문의 도시였다.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에 불만을 느낀 기독교인들은 히파티아의 지적 활동을 이교도의 소행으로 보기 시작했다. 특히 알렉산드리아의 교부 키릴로스(Kyrillos)는 기독교의 교리를 보호하기 위해 철학과 수학을 이교도의 학문으로 규정하여 배격했다키릴로스를 추종한 기독교 광신도들은 마차에 타고 있던 히파티아를 습격해 폭행을 가했다. 그들은 히파티아를 발가벗긴 다음 굴 껍데기로 피부를 벗기는 고문을 자행했다(어떤 고대의 역사가는 히파티아가 키릴로스의 사주를 받은 광신도들에게 살해당했다고 주장했다. 히파티아의 피부를 벗길 때 사용한 도구가 날카로운 도자기 파편이라고 기록한 문헌이 있다). 잔인한 고문을 당한 히파티아는 산 채로 불에 태워졌다.
















* 에드워드 기번 로마제국 쇠망사 4(민음사, 2009)

* 칼 세이건 코스모스(사이언스북스, 2006)




후대의 학자들, 특히 계몽주의자와 과학사학자들은 히파티아의 죽음을 고대 그리스부터 시작된 모든 학문이 기독교의 영향력에 의해 매몰된 암흑시대’의 시작으로 봤다. 프랑스의 계몽주의 사상에 영향을 받은 영국의 역사가 에드워드 기번(Edward Gibbon)로마제국 쇠망사에서 히파티아의 죽음을 성인으로 추대된 키릴로스의 품성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이라고 평가했다(447519). 칼 세이건(Carl Sagan)코스모스에서 히파티아를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마지막 등불을 지킨 여인(58)’으로 소개했고, 그 역시 히파티아의 죽음 이후를 고대 과학이 쇠퇴하기 시작한 암흑시대’였다고 주장했(662).


작가와 예술가들은 히파티아를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비운의 천재로 묘사했다. 히파티아의 삶을 소재로 한 영화 <아고라>는 기독교가 지배한 비이성적인 시대에 맞서다가 희생된 천재 학자의 모습을 재현했다.




















































* 김정희 수학 아라비안나이트(RHK, 2009)

 

* 김형근 아테네 학당: 인류의 위대한 거인들과의 만남(영림카디널, 2011)

 

* 클리퍼드 픽오버 수학의 파노라마: 피타고라스에서 57차원까지 수학의 역사를 만든 250개의 아이디어(사이언스북스, 2015)

 

* 김홍식 세상의 모든 지식(서해문집, 2015)

 

* 마이클 J. 브래들리 달콤한 수학사 1: 탈레스의 증명부터 피보나치의 수열까지(Gbrain, 2016)

 

* 김진용 수학과 문명의 스케치(2, 경문사, 2016)

 

* 이만근 아라비아에는 아라비아 숫자가 없다(경문사, 2016)

 

* 줄리아 피어폰트, 만지프 타트 페미니스트 99(민음사, 2018)

 

* 차길영 교실 밖으로 꺼낸 수학이 보이는 세계사(지식의숲, 2019)

 

* 신기영 수학은 자유이다(수정증보판, 북스힐, 2020)

 



히파티아의 죽음은 기독교가 학문의 자유를 탄압한 사례 중 하나로 알려졌다. 과학 또는 수학의 역사를 다룬 책을 쓴 저자들은 히파티아의 최후에 관한 전설을 인용하면서 그녀를 종교의 광기에 희생당한 학자로 묘사했다(수학과 문명의 스케치, 수학은 자유다, 수학의 파노라마, 달콤한 수학사 1, 아라비아에는 아라비아 숫자가 없다, 아테네 학당, 세상의 모든 지식, 페미니스트 99). 몇몇 저자는 히파티아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남성 중심의 사회로부터 차별을 받았고, 결국 마녀로 몰려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했다고 썼다(교실 밖으로 꺼낸 수학이 보이는 세계사, 수학 아라비안나이트).


하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히파티아의 죽음에 얽힌 이야기와 이에 대한 후대의 평가는 사실과 다르다. 시간이 흐를수록 히파티아는 아름다운 외모와 뛰어난 재능을 모두 가진 특별한 여성으로 알려지게 되었고, 반기독교주의자들은 기독교의 종교적 광신을 비판할 때 히파티아를 거론했다히파티아의 죽음에 대한 전설은 기독교를 비판한 계몽주의 사상가와 반기독교주의자의 입맛에 맞게 윤색되었다. 미화된 전설을 그대로 받아들인 학자들은 고대부터 전해 내려온 학문적 유산을 가차 없이 파괴하여 유럽 지성사를 후퇴시킨 원인으로 과학과 철학을 거부한 기독교를 지목했다지식을 체계적으로 검증하고 비판하는 회의주의자로 알려진 칼 세이건도 전설을 인용하면서 히파티아의 죽음에 대한 편파적인 해석을 고수했다.

















* [품절] 마리아 드스지엘스카 히파티아: 고대 그리스가 사랑한 여인(우물이있는집, 2002)




체코의 역사가 마리아 드스지엘스카(Maria Dzielska) 히파티아 기독교를 공격할 때마다 거론된 히파티아 신화에 가려진 진실을 밝힌 책이다. 마리아는 히파티아를 종교적 광신의 희생자가 아니라 키릴로스와 히파티아의 친구인 로마 제국의 제독 오레스테스(Orestes) 사이에 일어난 정치적 대립에 휘말린 희생자였다고 주장한다. 오레스테스는 기독교인이었다. 히파티아는 기독교인들을 호의적으로 대했으며 관직에 등용된 기독교인들에게 존경받는 학자였다.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고 싶었던 키릴로스는 히파티아와 친하게 지내는 오레스테스가 거슬렸고, 이를 빌미로 히파티아를 이교도로 몰아세워 탄압했다. 히파티아가 죽고,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파괴된 이후에도 고대 과학과 철학은 발전했다그리고 마리아가 쓴 히파티아 전기에 따르면 죽음을 맞이한 히파티아의 실제 나이는 60세였다. 소설과 그림 속에 묘사된 ‘젊고 아름다운(관능적인) 여성히파티아는 왜곡된 전설이 만들어낸 이미지다.
















* [절판] 로널드 L. 넘버스 엮음 과학과 종교는 적인가 동지인가(뜨인돌, 2010)




과학과 종교는 적인가 동지인가》는 과학을 배척한 기독교라는 오래된 통념을 반박하는 학자들이 모여 만든 책이다. 이 책에 히파티아의 죽음을 고대 학문이 쇠퇴하는 시점으로 보는 해석에 반론을 제기하는 내용의 글이 수록되어 있다. 이 글의 글쓴이는 마리아의 히파티아 전기를 인용했다.
















* 김용관 수냐의 수학 영화관: 영화로 수학 읽기, 수학으로 세상 읽기(궁리, 2013)




영화의 주요 소재로 다루어지거나 간접적으로 묘사된 수학과 수학자들과 관련된 이야기를 모은 수냐의 수학 영화관에 히파티아의 생애와 학문적 성과를 소개한 내용이 나오는데, 저자는 히파티아가 기독교인들과 원만하게 지냈던 사실을 언급하면서 그의 죽음을 기독교에 의한 희생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한다(163). 국내에 출간된 교양 과학도서의 저자들은 히파티아 전설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채 인용했다. 하지만 수냐의 수학 영화관의 저자(자신을 수학 스토리텔러라고 소개했으며 수냐는 저자의 별칭이며 비어 있음’, 0을 뜻하는 인도어다)는 히파티아의 죽음에 대한 과장된 해석에 의해 부풀려진 전설을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


히파티아의 최후과 관련된 전설이 너무 많이 알려지다 보니 일부 페미니스트는 히파티아를 남성 중심 기독교의 희생양이었다고 주장한다. 이 견해 또한 역사적 사실과 맞지 않다. 히파티아는 젊은 학생들의 스승이었다. 그의 강의를 듣기 위해 수많은 인파가 모여 줄을 섰다고 한다. 그의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은 고위직 관리나 성직자가 되었고, 히파티아를 직접 찾아가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물론 히파티아를 남성 중심의 학계에 침범한 여성으로 보거나 그의 재능을 받아들이지 못한 기독교인 남성들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여자가 아닌 현자로 살아온 히파티아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료들이 남아 있다. 그러므로 히파티아를 단순히 성차별을 받으면서 살아온 여성으로 볼 수 없다.


지금까지 살펴본 히파티아 전설과 그의 죽음을 바라본 학자들의 입장을 살펴보면 공통으로 ‘젊은 여성’, ‘순교’, ‘희생이라는 단어가 들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남성 작가와 예술가들은 히파티아의 여성성과 관능적인 매력을 부각했다면, 학문의 자유를 중시한 학자와 사상가들은 히파티아를 기독교에 맞서다가 희생당한 최후의 천재로 만들었다. 그들은 곳곳에 비어 있는 형태로 전해져온 알렉산드리아 현자의 생애에 자신들이 보고 싶은 것들을 채워 넣었다. 결국 히파티아의 생애에 대한 진실은 완전히 잊혔다. 역사적 진실과 정당한 평가가 있어야 할 자리에 부실하기 짝이 없는 가공된 전설만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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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5-19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이 보고싶어하는 것만을 보는 것은 너무 흔히 저질러지는 일이고 경계해야 할 일이에요. 히파티아의 죽음이 이렇게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용당해 온 것은 오늘 또 처음 알았네요. 항상 cyrus님 글에서 많이 배우고 갑니다. ^^

cyrus 2021-05-23 17:44   좋아요 0 | URL
역사를 공부해보면 전설이 진실로 잘못 알려진 사례들을 확인할 수 있어요. 저도 히파티아에 대한 진실을 최근에 알았어요. ^^

2021-05-20 0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21-05-23 17:50   좋아요 1 | URL
히파티아의 죽음을 ‘마녀사냥’의 예로 언급하는 저자들이 있어요. ‘마녀사냥’ 하면 중세의 어두운 역사를 대표하는 사건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 마녀사냥과 마녀 재판은 르네상스 시대에도 있었어요. 갑자기 생각났는데, 어렸을 때 저는 뜨거운 쇳물에 아기를 넣어 만들었다는 에밀레종의 전설을 실제로 믿었답니다. 에밀레종의 인신공양 전설은 1920년대에 나온, 사실과 거리가 먼 이야기입니다. ^^

mini74 2021-05-20 1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히파티아의 죽음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고 갑니다 이렇게 왜곡되고 이용강하다니 ㅠㅠ

cyrus 2021-05-23 17:51   좋아요 1 | URL
히파티아의 삶과 업적에 대해 조사하면 할수록 괜히 제가 부끄럽더라고요. 저도 히파티아를 그저 끔찍한 최후를 맞은 여성 천재로만 알고 있었거든요. ^^;;

초딩 2021-06-04 22: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yrus 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
행복한 금요일 밤 되세요~

새파랑 2021-06-04 22:24   좋아요 0 | URL
저도 정말정말 축하드려요^^

서니데이 2021-06-04 22: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yrus님 축하드립니다^^

이하라 2021-06-05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알폰스 무하, 새로운 스타일의 탄생 - 현대 일러스트 미술의 선구자 무하의 삶과 예술
장우진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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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점  ★★★☆  B+





체코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가는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밀란 쿤데라(Milan Kundera). 외국 문학에 대한 관심의 범위가 넓은 독자라면 체코를 대표하는 또 다른 작가로 카렐 차페크(Karel Capek)를 언급할 것이다체코의 유명한 음악가는 드보르자크(Dvořák)스메타나(Smetana). 그렇다면 체코의 유명한 화가는 누굴까? 동화 작가로도 활동한 삽화가 요제프 라다(Josef Lada)는 체코인이 사랑하는 화가이지만,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 않다(한 가지 사실을 덧붙이자면, 카렐 차페크의 형 요제프 차페크는 화가 겸 삽화가다. 요제프는 카렐의 책에 실린 삽화를 그렸다)세계적으로 유명하면서도 미술사에 족적을 남긴 체코의 화가가 있는데 그 사람이 바로 알폰스 무하(Alphonse Mucha)


그동안 무하는 화가 또는 예술가가 아닌 장식 미술가’, ‘포스터 제작자로 알려졌다그는 프랑스의 배우 사라 베르나르(Sarah Bernhardt)가 출연한 연극들의 포스터를 제작해 유명해졌다파리의 대중은 우아한 모습으로 포스터에 그려진 인기 배우에 열광했다. 무하가 묘사한 여성은 고혹적인 자태를 뽐낸다. 여기에 간결한 곡선과 화려한 무늬를 더해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했다


무하의 장식 디자인19세기 말 파리에서 유행한 예술 양식인 아르누보(Art Nouveau) 운동에 힘입어 큰 인기를 끌었다사실 무하가 아르누보 운동을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하의 장식 예술은 아르누보 양식의 흔한 소재 중 하나인 구불구불한 덩굴처럼 뻗어 나가 장신구와 실내 장식품에까지 확장되었다하지만 아르누보 열풍이 식으면서 무하의 장식 예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줄어들었고, 그의 작품들은 순수 미술을 선호하는 미술사가로부터 외면을 받았다포스터가 워낙 유명해서 무하는 당대의 유행을 잘 따른 장식 예술가나 디자이너로만 알려졌다. 그렇다 보니 그가 장식 미술가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가 화가로 활동했고, 말년에 고국으로 돌아와 역사화를 제작한 사실은 주목받지 못했다.


알폰스 무하, 새로운 스타일의 탄생은 우리에게 익숙한 장식 예술가로서의 무하를 소개할 뿐만 아니라 박물관에서만 접할 수 있었던 예술을 일상으로 스며들게 만든 화가 무하의 재능에 주목한다세기말의 유럽 예술가와 지식인들은 예술 그 자체를 최우선의 가치로 보는 예술을 위한 예술을 지향했다. 그렇지만 무하는 사람을 위한 예술을 추구했으며 대중의 취향을 반영한 그림과 디자인을 제작했다







예술을 어렵게 생각하는 대중, 특히 무하가 누군지 모르는 사람도 그의 그림에 한 눈에 반하는 순간 좋아하게 된다. 이미 무하의 그림을 좋아하고 있었던 마니아들은 무하가 널리 알려진 추세에 기분이 좋아서 무하호!(Mucha+좋을 호 )’를 외치고 싶을 것이다. 무하는 주로 프랑스와 미국에서 활동했지만, 고국에 대한 애정을 잊지 않았다. 체코로 돌아온 그는 계속 창착열을 발산했으며 슬라브 민족의 역사를 담은 슬라브 서사시제작을 필생의 과업으로 여겼다.


알폰스 무하, 새로운 스타일의 탄생2012년에 출간된 무하: 세기말의 보헤미안의 개정판이다. 이 책의 저자는 2017년에 매혹적인 선으로 세상을 사로잡은 알폰스 무하라는 책을 펴냈는데 직접 확인해보지 않았지만, 이번에 나온 책과 비슷해 보인다그런데 개정판답지 않게 오류와 어색한 문장이 있다. 책의 주제와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저자가 구판의 문장을 손보지 않고, 책 제목과 표지만 바꾼 채 그대로 출판했다면 책에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다.



* 55


 그는 파리에 와서야 비로소 윌리엄 모리스(William Morris), 마테를링크(Maurice Maeterlinck), 베를렌에 대해 알게 되었으며 1886장 모레아(Jean Moréas) 발표한 상징주의에 관해서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후에 나비파(Les Nabis, 형제애라는 히브리어에서 유래)를 형성한 보나르(Pierre Bonnard), 드니(Maurice Denis), 랑송(Pail Ranson)과 같은 젊은 화가들과의 교류는 신비주의적이며, 비의적인 관심을 고조시켜, 원래 초현실적인 존재에 대한 믿음이 강했던 무하의 작품에 고스란히 영향을 주게 된다.

 

 

장 모레아가 발표한 상징주의장 모레아스가 발표한 상징주의 선언이라고 써야 한다. 시인이자 비평가인 모레아스는 1886년에 상징주의 선언(Le Symbolisme)<피가로>에 기고하면서 상징주의의 예술적 정의를 처음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나비파나비(Nabi)’예언자를 뜻하는 히브리어다. ‘Pail’‘Paul()’의 오자.

 


 

* 172

 

 무하의 보석 디자인은 간소하고 기능적이기보다는 복잡하고 화려하고 이국적이다. 그는 보석 디자인은 보석 자체의 세공보다는 상아나 색깔이 있는 보석과 돌, 에나멜, 혹은 직접 그린 그림 등의 다양한 재료를 금테에 둘러 좀 더 복잡하고 화려하게 보이는 데 주목했다. 그것은 새로운 보석 디자인의 개념이었다.

 

 

보석 디자인은이라는 표현을 삭제해야 문장이 자연스러워진다.

 


 

* 294

 

 1866 장 모레아의 상징주의 선언 이후 젊은 세대들은 말라르메와 보들레르, 베를렌과 빌리에 드 릴아당의 시에 열광했고 다들 집단 신경증에라도 걸린 것처럼 냉소주의와 비관주의에 빠져들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상징주의 선언이 발표된 해는 1886이다.

 

 


* 319


 알렉상드르 뒤마(Alexandre Dumas)동백꽃 부인의 마르그리트는 퇴폐를 상징하는 자유분방한 미인이었고 [중략]

 

 

몬테크리스토 백작, 삼총사를 쓴 알렉상드르 뒤마의 아들도 작가다. 동백() 아가씨로 번역되기도 하는 춘희를 썼는데, 아버지와 아들 모두 이름이 같다. 그래서 아버지 뒤마를 뒤마 페레(Alexandre Dumas père)’ 또는 () 뒤마, 아들 뒤마를 뒤마 피스(Alexandre Dumas fils)’ 또는 () 뒤마로 표기한다. ‘대 뒤마소 뒤마는 일본식 표기다. 춘희’는 원작의 일본어 제목이다


몬테크리스토 백작, 삼총사의 작가를 알렉상드르 뒤마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춘희의 작가 이름을 뒤마 피스라고 표기해야 한다. 그리고 춘희의 우리말 제목은 동백꽃 부인이 아니라 동백꽃 아가씨. 파리 사교계에 동백꽃 아가씨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마르그리트는 자신을 후원하는 귀족들을 애인으로 만났을 뿐 정식으로 결혼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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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5-17 10: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이 책 저도 읽었는데 지적해주신 부분 하나도 모르고 읽었어요. ㅠ.ㅠ
무하의 그림 스타일이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고, 책의 서술 자체도 그렇게 공감이 가지는 않더라구요. 그랟 무하의 그림을 한꺼번에 엄청 많이 도판으로 볼 수 있다는 것 정도가 좋았던 거 같아요.

cyrus 2021-05-19 20:38   좋아요 0 | URL
저도 무하의 그림을 좋아하지 않지만(말년에 그가 그린 역사화는 그냥 묻히기 아까운 걸작이라고 생각해요), 예전부터 재평가를 받기 시작한 화가인데다가 국내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