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작가 디노 부차티(Dino Buzzati)는 괴물이나 유령과 같은 초자연적인 존재에 의존하지 않는 환상 세계를 창조했다. 그래서 부차티의 환상적인 이야기는 카프카(Franz Kafka)의 세계를 떠올린다. 카프카의 세계는 상식적으로 설명 불가능한 사건들이 일어나는 일상이다부차티와 카프카의 작품을 비교해보는 독서를 해보면 좋겠지만, 국내에 번역된 부차티의 작품 수가 많지 않아서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







 










* 디노 부차티 타타르인의 사막(문학동네, 2021) 



 

작가들이 인정한 숨은 걸작으로 평가받는 부차티의 대표작 타타르인의 사막(Il deserto dei Tartari, 1940)다음에 후술할 그의 장편소설 한 편이 번역된 게 전부다타타르인의 사막》의 주제는 부조리한 기다림이다소설의 주인공인 젊은 군인은 국경 근처의 요새에 배치되어 사막을 지킨다. 요새의 군인들은 타타르인의 침공을 기다린다. 한 번도 만나지 못한 타타르인이 침공할 거라는 그들의 믿음은 불안감과 희망이 뒤섞인 납작한 일상을 작동하는 기제(mechanism)가 된다.
















* [품절] 프랑수아 레이몽, 다니엘 콩페르 환상문학의 거장들》 (자음과모음, 2001) 




부차티는 단편소설도 썼는데, 이 작품들이야말로 카프카의 세계에 근접한 이야기다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부차티의 단편소설 세 편이 환상문학의 거장들에 언급되어 있다책에 언급된 단편소설은 층계의 꿈(Paura alla Scala, 1948), 무슨 일이 일어났다(Qualcosa era successo, 1949), 승강기(L’ascensore, 1962)무너지는 계단(층계의 꿈), 땅속으로 무한히 들어가는 승강기(승강기), 폐기된 역에 도착한 기차(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불안감을 유발하는 불확실한 현상이다.


환상문학의 거장들에 당연하게도 부차티의 대표작 타타르인의 사막도 소개되었는데, 소설 제목이 타르타로스의 사막으로 잘못 번역되었다(241쪽). 타르타로스(Tartaros)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지하 감옥이자 그곳을 지배하는 나락의 신의 이름이기도 하다. 신을 모독한 인간은 타르타로스에 갇힌다그곳은 한 번 갇히면 절대로 빠져나올 수 없는 심연의 공간인데, 어떻게 보면 타타르인의 사막의 요새는 현실에 있는 타르타로스, 좀처럼 탈출하기 힘든 거대한 감옥인 셈이다.









 

타타르인의 사막은 국내에 유일하게 번역된 부차티의 소설이 아니다. 디노 부자티라는 이름으로 꽃을 피우지 못하는 화분(창우사, 1986)이 출간된 적이 있다. 이 소설의 원제는 어떤 사랑(Un amore, 1963)’이다꽃을 피우지 못하는 화분은 부차티가 초기 작품들에서 보여준 환상성을 탈피한 소설이다. 이 소설은 1965년에 영화화되었다.















 

* [품절] 토머스 핀천 중력의 무지개(새물결, 2012)



 

부차티의 또 다른 장편소설 시칠리아에 곰들이 쳐들어왔어요(La famosa invasione degli orsi in Sicilia, 1945, 타타르인의 사막번역본에 표기된 제목은 시칠리아의 유명한 곰 습격 사건)’새물결 출판사가 기획한 문학의 우주시리즈 중의 한 권으로 출간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9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출간 소식이 나오지 않고 있다. 결국 문학의 우주시리즈는 단 한 편의 작품만 나온 채 페이퍼 플랜(paper plan)’이 되고 말았는, 그 작품은 바로 어마어마한 분량과 무시무시한 가격으로 독자들에게 충격과 분노를 선사했던 토머스 핀천(Thomas Pynchon)중력의 무지개(Gravity’s Rainbow, 1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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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1-05-01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을 피우지 못하는 화분>은 구해서
한 번 읽어봐야겠습니다. 역시 대단하시
다는.

<시칠리아에 곰들이 쳐들어왔어요>는
2019년에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다
고 하네요. 너튜브로 검색해 보니 이태리
말을 하나도 못 알아 먹어서 당황스럽긴
했지만 왠지 재밌어 보이더라는.

비슷한 케이스로 타리크 알리의 지중해
5부작 가운데 <돌기둥 여인>도 나올 뻔
했으나 불발된 것으로. 어쩌면 역자의 창
고에 들어가 있을 지도 모르겠네요.

cyrus 2021-05-02 11:32   좋아요 0 | URL
<꽃을 피우지 못하는 화분>은 예스24 온라인중고에서 샀어요. 가격은 12000원이었어요. 모아 놓은 OK캐쉬백 포인트로 썼습니다.

부차티의 단편소설이 번역되었으면 좋겠어요. 왠지 내용이 재미있을 것 같아요. ^^

겨울호랑이 2021-05-02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오랫만에 cyrus님의 환상문학 이야기를 보니 좋네요. 책을 읽다보면 자신이 좋아하는 범주의 책만 읽게 되는데 그런 면에서 cyrus님의 페이퍼는 경계를 너머 새로운 세계로 이끌어준다는 면에서 기다리게 됩니다. 바쁘시더라도, 좋은 글 자주 올려주세요!

cyrus 2021-05-02 11:46   좋아요 1 | URL
바쁘지는 않은데, 지금 하고 있는 일이 힘들고 야근 잔업이 많아서 저녁에 글쓰기가 쉽지 않아요. 공장에 오래 일할 생각은 없고, 올해만 고생하고 다른 일을 알아보려고 해요. 야근이 많을수록 급여는 많이 받지만, 평일에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 없이 살아간다는 게 답답해요. 올해는 예전처럼 꾸준히 글을 쓰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독서와 글쓰기에 대한 열정이 완전히 식지 않도록 틈틈이 써야겠어요. ^^

겨울호랑이 2021-05-02 12:01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cyrus님 예전 페이퍼에서 건강으로 고생했던 글이 생각나네요... 건강에 조심하시고, 바쁘더라도 몸도 마음도 챙기시길 바랍니다!

cyrus 2021-05-02 12:05   좋아요 1 | URL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겨울호랑이님. 일 년만 일할 생각인데, 여름이 고비에요. 일하다가 건강이 나빠지면 퇴직하고 다른 일을 알아봐야겠어요.
 
100개의 별, 우주를 말하다 - 불가해한 우주의 실체, 인류의 열망에 대하여
플로리안 프라이슈테터 지음, 유영미 옮김, 이희원 감수 / 갈매나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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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점  ★★★☆  B+






바나나는 노랗다. 그러나 껍질을 벗긴 바나나의 부드러운 과실은 하얗다. 2006년에 모 유제품 업체가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라는 파격적인 이름을 내건 흰색 바나나 우유를 출시했다.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는 오랜 기간 동안 소비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온 노란색 바나나 우유의 아성을 깨기 위해 나왔다. 하지만 새로운 제품을 홍보하는 것만으로 오랫동안 사람들의 머릿속에 깊게 박힌 인식을 확 빼내기가 쉽지 않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바나나를 그리면 무조건 노란색으로 칠했다. 밤하늘에 빛나는 별빛도 마찬가지다. 별을 노란색으로 그리라고 처음으로 알려준 사람이 누구인지 기억하지 못해도 별을 그렇게 그리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화가를 포함한 대다수 사람은 별빛이 노란색으로 보인다. 하지만 흰색 바나나 우유의 이름에 빗대어 말하자면 우주의 별빛은 원래 노랗지 않다물론 노란 별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셀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별이 모두 노랗지 않다만약에 당신의 아이가 붉은 별, 파란 별을 그렸다면 칭찬해주시라실제로 붉은 빛과 파란빛을 내는 별이 있다별은 다양한 색깔의 빛을 낸다. 그렇지만 실제로 우리 눈에 보이는 건 하얀 빛이다우리 눈은 완벽한 시각 능력을 지니고 있지 않다. 우리 눈은 여러 가지 색이 혼합된 별빛을 감지하면, 각각의 색을 구분해서 보지 못한다.


100개의 별, 우주를 말하다에는 별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흥미진진한 과학적 사실이 담겨 있다. 그 내용 중 하나가 바로 앞서 언급한 별빛의 색깔에 관한 것이다. 이 책에 소개된 첫 번째 별은 태양이다. 태양은 낮에만 뜨는 별이다우주에 짠맛이 날 것 같은 별이 있다. 오리온자리의 Orion Source 의 주변에 소금의 주성분인 염화소듐(역자는 염화나트륨으로 표기했다. 대한화학회는 나트륨 대신에 소듐을 쓰도록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나트륨’으로 써도 문제 될 게 없다)이 있다염화소듐은 별이 만들어지면서 생긴 원소 중 하나다. 우주에 가장 많이 있는 원소는 수소와 헬륨이다.


책은 100개의 별에 관한 이야기를 보여주지만, 지금까지 발견된 별의 정보가 담긴 최신 목록에 따르면 우주에 존재하는 별의 개수는 169,2919,135개이다. 무한한 우주를 생각하면 이 별의 개수는 미미한 수치다우주에 우리 은하 외에도 수천억 개의 은하(외부 은하)가 있는데, 그 은하들 속에 수천억 개의 별이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무엇을 얻거나 성취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을 하늘의 별 따기라고 표현한다. 인류의 능력으로는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우주에 있는 별 세어 보기라고 표현해야 할 것 같다.






Mini 미주(尾註)알 고주(考註)




[1]

 


* 104





[주1] 소제목(‘까닭을 알 수 없는 불길함’)이 중복되어 나왔다.






[주2]



* 119





 

[주2운석 충돌이 공룡 멸종의 원인이라고 주장한 학자는 루이스 월터 앨버레즈(Luis Walter Alvarez)월터 앨버레즈(Walter Alvarez). 두 사람은 부자(父子) 관계다. 책에 지질학자 월터 앨버레즈(Luis Walter Alvarez)’라고 잘못 적혀 있다. 루이스 월터 앨버레즈는 1968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실험물리학자다. 그의 아들 월터 앨버레즈가 지질학자다.






[3]



* 280

 





[3] 캐롤라인의 오자. ‘캐롤린의 철자는 ‘Carolyn’.






[4]


* 287~288

 

 고양이 애호가들은 사자자리’, ‘작은사자자리’, ‘살쾡이자리로 만족해야 할 것이다. 한 가지 기쁜 소식은 2018년 국제천문연맹은 별 목록상 HD 85951이었던 별에 공식적으로 펠리스(Felis, 라틴어로 고양이라는 뜻)’라는 명칭을 부여했다는 것이다(‘펠리스는 고양이를 뜻하는 라틴어다).

 

[4] 중복된 문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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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5-01 10: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이러스님 글 오랜만에 읽는거 같아요. 별은 검은별 아닌가요? ㅎㅎ
역시 날카로운 책읽기는 멋있으세요^^
번역하신분들 떨고 계실듯 합니다 ㅎㅎ

cyrus 2021-05-01 17:28   좋아요 3 | URL
거리의 LED 전등이 너무 밝아서 밤하늘의 별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요. 그래서 별이 검게 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ㅎㅎㅎ

저는 나름 영양가 있는 서평을 쓴다고 자부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영향력이 없는 평범한 독자라서 번역자와 출판사 관계자들은 저를 잘 몰라요.. ^^;;

레삭매냐 2021-05-01 10: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웰컴 백 브로

cyrus 2021-05-01 17:28   좋아요 2 | URL
이제는 한 달 공백이 일년처럼 느껴져요.. ^^;;

청아 2021-05-01 10: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얼마만인가요. 🥲 사이러스님 별을 가지고 돌아오셨네용!ㅋㅋ

cyrus 2021-05-01 17:33   좋아요 2 | URL
지난달에 새로운 일을 하게 돼서 업무에 적응하느라 글쓰기 활동을 하지 못했어요. 육체노동을 주 업무로 하는 일인데다 야근 잔업이 많아서 예전과 같은 글 쓰는 일상을 되찾기 힘들 것 같아요. 저녁에 있는 독서 모임도 자주 참석하기도 힘들고요. 그래도 독서와 글쓰기 일상 루틴을 만들려고 조금씩 노력하고 있어요. 독서와 글쓰기 없는 일상은 생각하기도 싫어요. ^^;;

Angela 2021-05-01 12: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고정관념 영향은 크죠~

cyrus 2021-05-01 17:34   좋아요 1 | URL
고정관념의 단점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꽤 오래 걸려요.

mini74 2021-05-01 19: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국국기를 보고 처음에 꽃을 그린줄 알았다고 하죠. 원래 우린 별 하면 동그랗게 , 색도 꽤나 과학적으로 칠했다는데 ㅠㅠ 지금은 별 하면 모두 성조기의 별을 떠올리는 것도 좀 아쉬워요. 사이러스님의 미주알고주알 정말 반갑습니다 *^^*

cyrus 2021-05-02 11:37   좋아요 2 | URL
어른이 된 이후로 그림을 그려본 적이 없어요. 지금 그림을 그리게 된다면 어렸을 때 특정 모양을 그리던 습관이 나올 거예요. ^^;;

붕붕툐툐 2021-05-01 21: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이러스님 리뷰 너무나 반갑습니다!! 미주알 고주알에 떠는 편집자가 많을 듯 합니다. 출판사에 취직 하신거 아닙니까??

cyrus 2021-05-02 11:42   좋아요 2 | URL
출판사에서 일한 거는 아니고요, 문 만드는 공장에 일하고 있어요. 공장 노동이 처음이라서 확실히 육체적 피로감이 많이 느껴져요. 야근 잔업이 생각보다 많아서 전보다 저녁이 있는 시간이 줄어들었고, 여유 시간이 있다 해도 지쳐서 글쓰기에 집중하기 어려워졌어요. 그래도 독서와 글쓰기는 제 삶의 일부라서 틈틈이 쓸 생각입니다. ^^
 
타타르인의 사막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3
디노 부차티 지음, 한리나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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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이탈리아의 작가 디노 부차티(Dino Buzzati)국내 독자들에게 생소한 이야기꾼이다그를 세계문학사 계보에 포함한다면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와 사무엘 베케트(Samuel Beckett) 사이의 중간에 있어야 한다. 부차티는 첫 번째 소설 산악순찰대원 바르나보을 발표한 이후인 1934년에 카프카를 탐독하기 시작했다1940년에 발표한 타타르인의 사막카프카의 환상성이 반영된 소설이다


카프카의 이야기 속에 세워진 환상적 세계는 한 번 들어가면 좀처럼 빠져나오기 힘든 출구 없는 미로와 같카프카의 미로는 거대한 톱니바퀴 같은 관료주의가 작동하는 사회 속에 있다카프카의 미로에 갇힌 작중 인물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기묘한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시도하고, 거기에 순응하는 것이다카프카의 미완성 소설 의 주인공 K는 불가사의한 성의 실체를 이해하기 위해 마을에 머문다. 그는 미로 같은 마을에 스스로 들어간다. 타타르인의 사막의 주인공 드로고 중위도 K처럼 답답한 현실을 마지못해 받아들인다드로고 중위는 자신의 첫 부임지인 바스티아니 요새에서 국경 너머의 사막을 지킨다요새에 오래 근무한 군인들은 사막에 있는 타타르인들이 국경을 넘어 침공할 거라고 믿는다. 그들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요새에서 타타르 부대와의 전투를 하염없이 기다리면서 경계 근무를 한다


실체가 불분명한 보이지 않는 적’은 군인들에게 두려움과 헛된 희망을 동시에 심어준다군인들에게 타타르인은 요새를 방어하기 위해 맞서 싸워야 할 대상이 아니다. 전쟁은 요새에서 인생을 허비한 군인들이 무공을 세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따라서 군인들은 인생에서 좋은 때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249)’고 확신한다. 그들은 망상에 가까운 확신을 포기하지 못한 채 타타르 부대의 선제 공격을 기다린다.


요새의 군인들을 희망 고문하는 기다림은 베케트의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를 연상케 한다베케트는 자신을 포스트 카프카로 생각했으며 고도를 기다리며는 인간의 부조리한 면모를 부각한 작품이다고도를 기다리며의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카프카K와 부차티의 드로고처럼 기다림을 포기하지 않는다. 두 사람은 서로 대화를 나누면서 누군지 알 수 없는 고도(Godot)를 기다린다. 이 네 사람은 기다리기만 하는 행위에서 오는 초조함과 두려움을 잊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한다이들은 타인에게 말 걸기를 시도한다. K는 마을 사람들에게, 드로고는 동료 군인들에게,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서로에게 말을 건다. 타인과의 대화는 매일 일어나는 평범한 상황이다. 하지만 무언가를 기다리는 인물들은 무의미한 대화를 하면서까지 자신들이 살아있음을 확인한다그들은 불확실한 세계에서 점점 사라지는 삶의 의욕을 어떻게든 지키기 위해 대화를 시도한다아이러니하게도 카프카, 부차티, 베케트의 주인공은 삶의 의욕을 완전히 상실하지 않았기 때문에 고통을 감수하면서까지 실체 없는 목표를 기다린다그들에게 기다림은 삶의 절반이자 살아있음을 증명해주는 고통의 징표


타타르인의 사막은 카프카와 베케트의 작품과 공통점이 있다. 세 사람은 설명하기 힘든 환상을 이해하려는 작중 인물들의 기다림을 묘사했다. 그들의 이야기는 다양한 해석을 낳는다. 디노 부차티는 부조리 문학을 대표하는 두 거장 사이의 중간에 위치한(있어야 할)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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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 2021-03-28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십수년 전 카프카스의 어느 곳에 갔었던 기억을 상기시키시는군요..찬란한 눈, 안개, 드넓은 산야...기억이 옳다면, 다시 체험하기 어려운 그곳...유일한 기쁨의 기억..

Angela 2021-03-31 0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그렇군요. 부차티 처음 알았지만, 베케트 좋아하니까 읽어봐야겠어요.
 



가이아 빈스(Gaia Vince)초월13사이보그(cyborg)’에 대한 저자의 각주가 있다.
















* 가이아 빈스 초월: 모든 종을 뛰어넘어 정점에 선 존재, 인간(쌤앤파커스, 2021)



 그렇지만 사이보그라는 개념 자체는 최소한 한 세기 전에 미리 등장했다. 공포 및 괴기물을 주로 발표했던 미국 작가 에드거 앨런 포는 1848 자신의 작품 속에서 일종의 인공 기관을 달게 된 남자에 대해 묘사한 바 있다.


[원문]

 

 The idea is at least a century older, though: in 1843, the horror writer Edgar Allan Poe described a man extensive prostheses.



저자는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의 소설 제목을 언급하지 않았다. 예전에 포의 소설들을 미친 듯이읽었다. 내가 이런 과장된 표현을 쓴 이유가 있다. 그 당시에 오역문과 오자를 찾으면서 소설을 읽었기 때문이다이야기에 집중하지 않은 독서를 해서 그런가? 인공 기관을 단 남자’를 묘사한 포의 소설이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 에드거 앨런 포 《타르 박사와 페더 교수의 요법: 풍자 · 유머 단편선》 (시공사, 2018)



* 에드거 앨런 포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4: 풍자 편》 (코너스톤, 2015)




어제 확인해본 결과, 인공 기관을 단 남자가 나온 포의 소설 제목은 <The Man That Was Used Up>이었다소모된 남자(코너스톤)’, 또는 아무것도 남지 않은 남자(시공사)’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소설이다소모된 남자에 인공 장치에 의존하면서 사는 장군이 나온다소모된 남자는 포 특유의 괴기스러운 묘사가 없는 짤막한 소설이지만, 인공 장치를 단 장군은 기계와 인간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사이보그를 연상시킨다.


그런데 가이아 빈스는 소모된 남자』의 발표 연도를 ‘1843’이라고 썼는데 사실과 맞지 않다. 더 웃긴 건 역자는 소설 발표 연도를 1848년이라고 잘못 적었다. 소모된 남자』는 1839년에 발표된 작품이다. 



가이아 빈스의《초월은 평점 4점 이상을 받을 만한 책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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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3-25 13: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이런걸 인지하고 원문까지 찾아서 확인할 수 있으신 것에 감탄합니다~!

cyrus 2021-03-28 08:52   좋아요 2 | URL
소설 제목이 궁금해서 원문을 찾아봤을 뿐입니다. 원문을 알아보기 전까지 저자와 역자가 발표 연도를 잘못 적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어요. ^^;;

청아 2021-03-25 17: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앨런 포 소설 전집 담아가요^^*

cyrus 2021-03-28 08:53   좋아요 2 | URL
코너스톤 출판사 번역본에 오역 표현이 조금 있어요. 참고하세요.. ^^;;

얄라알라 2021-04-01 02: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앨런 포 모음집(?)도 어려서 읽어서 그런가 인간/비인간 경계 흐리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 기억이 안나네요. 그런 미래예언소설도 썼었군요. ^^ 현세적 내용만 있는 줄 알았어요. 이제 좀 컸으니 겁내지 말고 앨런 포, 다시 읽어볼 수 있을까 합니다^^
 




전망 좋은 []

 

EP. 11





34일 목요일에 읽다 익다책방지기가 라디오 방송에 출연했다. 방송 프로그램은 대구 KBS1라디오(주파수 101.3)에서 하는 <생생매거진 오늘>이다. 방송은 오전 115부터 시작된다그날 오전에 코로나19 대응 관련 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이 라디오로 중계되었고, 방송이 지연되었다책방지기는 예정 시간보다 10분 늦게 출연했고, 생애 첫 라디오 방송 출연을 방송사고 없이 잘 마쳤다방송에 나온 주요 내용은 책방을 연 계기, 책방 이름의 유래, 최근에 진행하고 있는 모임 등에 관한 것이다. 방송 중간에 책방 모임에 참석하는 분들의 인터뷰가 나왔다.


일주일 뒤인 311일에 서재를 탐하다()책방지기<생생매거진 오늘>에 출연했다서탐 책방지기도 이날 라디오 방송이 처음이었다방송 진행 방식은 읽다 익다 책방지기가 출연했던 지난주 방송과 똑같았다오전 라디오 방송 일정 때문에 책방의 문은 오후 130분에 열렸다그날 나는 책방 근처에 갈 일이 생겼고, 오랜만에 서탐을 방문했다라디오 방송에 대해서 책방지기와 대화를 나누었는데, 확정된 건 아니지만, 잘하면 다음 주 목요일에 또 출연할 수 있다고 말했다나는 혹시나 해서 기대했는데, 서탐 책방지기는 인스타그램에 318일 라디오 방송 출연을 예고하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리지 않았다. 나는 2주 연속 라디오 방송 출연이 무산되었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젯밤에 서탐 책방지기가 오늘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다고 인스타그램으로 공지했다. 정말로 서탐 책방지기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두 번 출연하게 되었다! 오늘 방송에 출판 스튜디오 ‘tampress’와 여성 커뮤니티 ‘W살롱을 중점적으로 소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읽다 익다책방지기와 서탐책방지기의 라디오 방송 출연 이후 나는 담담책방지기에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런 말을 했다. 조만간 책방지기님도 라디오 방송에 나오시겠는데요.” 그러자 담담 책방지기는 절대로 그럴 일이 없다면서 TV든 라디오든 방송에 나와서 책방이 알려지면 피곤하다고 말했다. 담담 책방지기는 책방에 손님이 너무 많이 오는 걸 원하지 않는다. 그분은 책방에 다섯 명의 손님이 와주면 책방지기로서 만족한다고 밝혔다역시 담담 책방지기는 소박한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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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3-25 10: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방지기(책방 사장님을 말씀하시는거죠?ㅋ 지식 부족)와 친하신거 부럽습니다 ^^

cyrus 2021-03-25 11:47   좋아요 3 | URL
네, 맞아요. 친절하고 훌륭한 책방지기님 세 분을 만난 덕분에 독서와 글쓰기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고, 지금까지 잘 유지하고 있어요. ^^

stella.K 2021-03-25 19: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책 나오고 모 라디오 방송국에 나가서 버벅거렸던 기억에 새삼
떠오르는구만.
책방지기님 방송을 잘하셨다니 부럽네.ㅋㅋ

cyrus 2021-03-28 08:59   좋아요 1 | URL
누님이 출연한 라디오 방송을 들었어야 했는데.. ㅋㅋㅋㅋ

붕붕툐툐 2021-03-25 23: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이렇게 다들 유명해지는 건가요? 사이러스님처럼 꾸준히 책방을 드나들며 읽고 책방에 대해 써주시는 분이 있어서 책방지기님들 입장에서 엄청 힘이 될 거 같아요~

cyrus 2021-03-28 09:00   좋아요 1 | URL
저의 책방 기록은 개인적인 일기에 가까워요. 제가 이런 글을 쓰지 않아도 책방지기님들은 이미 유명해진 분들이에요.. ㅎㅎㅎ 이제는 제가 좀 유명해졌으면 좋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