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 좋은 []

 

EP. 10






담담책방에 이어서 서재를 탐하다매일신문 <문득 동네책방> 연재 기사에 소개되었다. 기사가 나온 날은 지난 달 15일이다.

 

 

* [문득 동네책방] <7>

더 나은 삶을 지향하는 곳서재를 탐하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88&aid=0000688261




<문득 동네책방>은 총 아홉 군데의 책방을 소개했다. 첫 번째로 소개된 책방은 고스트북스. 연재 순서대로 나열하면 가일서가(안동에 있는 한옥 책방)’, ‘더 폴락’, ‘담담책방’, ‘심플레이스’, ‘치우친 취향’, ‘서재를 탐하다’, ‘책빵 고스란히’, ‘물레책방이 소개되었가일서가를 제외한 나머지 책방 모두 대구에 있다. <문득 동네책방>에 소개되어야 할 대구의 책방이 몇 군데 더 있다.



오늘 대구KBS1라디오(주파수 101.3) <생생매거진 오늘>읽다 익다책방지기가 출현한다. 오전 115분부터 방송이 시작되는데, 책방지기가 나오는 시간은 1120이다.








읽다 익다에 가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그곳에 책방의 마스코트 토리가 있기 때문이다. 내 생각인데 토리는 매일 책방에 출근(?)하지 않을 것 같다. 매일 토리를 보고 싶어서 책방에 오는 손님들이 있을 것이다. 개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개의 입장에서 보면 낯선 사람이 들락날락하는 책방이 굉장히 낯설고 불편한 공간이 될 수 있다. 일단 오늘 책방에 가서 토리의 입장을 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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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3-04 08: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감정노동의 최전선의 토리! 저는 이런경우 되도록 눈으로만 예뻐해요^^

cyrus 2021-03-04 08:40   좋아요 1 | URL
오늘 만나보고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면 되도록 쓰담쓰담하지 말고 눈으로 보기만 해야겠어요. 토리가 사람을 엄청 좋아하면 자주 쓰담쓰담 해주고요. ^^
 



미주(尾註)알 고주(考註)

 

EP. 7

 

 



미주알고주알아주 사소한 일까지 속속들이

 

미주알항문에 닿아 있는 창자의 끝부분

 

고주알미주알과 운을 맞추기 위해 만들어진 의미 없는 단어

 

미주(尾註)논문 따위의 글을 쓸 때본문의 어떤 부분의 뜻을 보충하거나 풀이한 글을 본문이나 책이 끝나는 뒷부분에 따로 달아놓은 것

 

고주(考註)깊이 연구하여 해석하거나 풀이함 또는 풀이한 주석






사회생물학(Sociobiology)을 검토하고 싶어서 에드워드 O. 윌슨(Edward Osborne Wilson)인간 본성에 대하여(On Human Nature, 1978)를 다시 펼쳤다


















* 에드워드 윌슨 인간 본성에 대하여(사이언스북스, 2011)


* [구판, 절판] 에드워드 윌슨 인간 본성에 대하여(사이언스북스, 2000)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은 2000년에 나온 구판이다. 이번에 개정판을 읽었다인간 본성에 대하여1975년에 발표된 사회생물학: 새로운 종합(Sociobiology: The New Synthesis)의 후속작 또는 축약본이라 할 수 있다이 책의 4장과 8장에 논란을 불러일으킨 사회생물학27장의 일부 절이 수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간 본성에 대하여에 사회생물학의 정수가 담겨 있다윌슨은 인간의 모든 사회 행동이 동물의 사회적 행동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그래서 진화론적 관점으로 인간의 행동을 분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더 나아가 인문학과 사회과학은 생물학에 통합될 거로 예측한다


















* 스티븐 제이 굴드 다윈 이후(사이언스북스, 2009)


* 리처드 르원틴, 스티븐 로즈 우리 유전자 안에 없다: 생물학. 이념. 인간의 본성(한울아카데미, 2009)

 

* [품절] 리처드 르원틴 DNA 독트린(궁리, 2001)





윌슨은 또 유전자가 모든 생명 현상에 영향을 준다고 강조한다. 윌슨과 같은 하버드대학교에서 근무하는 스티븐 제이 굴드(Stephen Jay Gould)는 그의 견해를 사회적 차별과 불평등 문제를 조장하는 유전자 결정론(genetic determinism)’이라고 비판했으며 리처드 르원틴(Richard Lewontin)도 비판 행렬에 가세했다(사회생물학과 유전자 결정론에 대한 두 사람의 비판적 견해를 자세히 알고 싶으면 굴드의 칼럼 모음집 다윈 이후》의 32장과 33장과 리처드 르원틴의 우리 유전자 안에 없다DNA 독트린을 참고하길 바란다)동료 학자, 사회과학 분야의 학자들, 좌파들의 가혹한 비판에 시달린 윌슨은 환경적인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하지만 윌슨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이 사실을 간과한다사실 인간 본성에 대하여에서 윌슨은 유전자와 환경의 상호작용을 통해 행위자(인간)가 창조된다고 주장했다.

 

 

 수 세기 동안 위대한 철학자와 심리학자들은 결정론 대 자유 의지라는 커다란 역설을 붙잡고 씨름해 왔다. 행위자 자체는 유전자와 환경의 상호작용을 통해 창조된다. 그러므로 자유란 단지 자기기만이 아닐까?

 

(99~100)

 


인간 본성에 대하여구판에 이상한이름이 나오는데, 예를 들면 헨리 베르그송(구판, 256)’에스킬러스(구판, 285)’. 개정판에 앙리 베르그송(Henri Bergson, 225쪽)’아이스킬로스(Aeschylus, 251쪽)’로 고쳐졌다그런데 지금 나온 인간 본성에 대하여》 개정판은 더 개정’되어야 한다. 고쳐야 할 부분이 더 있기 때문이다.

 






1

 

 

* 63


에드워드 테일러(Edward Tylor)

 


[] 테일러(Taylor)가 아니라 타일러(Tylor)’. 에드워드 타일러(1832~1917)는 영국의 인류학자다.






2



* 84~85


정신분열증(Schizophrenia) 



[주] 조현병






3



* 210


트렌트 위원회



[] 트리엔트 공의회(Council of Trient): 1545~1563년까지 이탈리아 트리엔트에서 개최된 종교회의






4



* 211


 태즈메이니아의 원주민들은 과거에 그들과 삼림 서식지를 공유했던 특이한 유대류 늑대들과 마찬가지로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영국 식민지 이주자들이 그 일을 끝내는 데는 겨우 40년이 걸렸을 뿐이다(늑대는 그보다 더 지난 1950년까지 생존했다). []

 


[] 늑대는 호주와 태즈메이니아 섬에 서식했던 유대류 늑대, 주머니 늑대를 가리킨다. 원래 주머니 늑대는 호주 전역에 분포했으나 외래종인 딩고가 등장하면서 주머니 늑대의 개체수가 점차 줄어들었고, 서식지마저 축소되면서 그나마 살아남은 개체는 태즈메이니아 섬에 살았다. 그래서 주머니 늑대는 태즈메이니아 늑대 또는 태즈메이니아 호랑이라는 명칭으로 알려졌다


호주의 동물원에 있던 마지막 개체가 1936년에 죽으면서 주머니 늑대가 멸종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윌슨은 주머니 늑대가 1950년까지 살아있었다고 착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종종 호주 전역에서 주머니 늑대를 목격했다는 사람들의 증언이 나왔으며 2010년대에 들어서도 목격담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주머니 늑대가 살아있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다. 사람들이 목격한 주머니 늑대로 추정되는 동물은 털이 빠진 늑대인 것으로 밝혀진 경우가 많다.






5



* 248


고르곤(gorgon: 머리털이 뱀으로 되어 있고 쳐다보면 돌이 되어버린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여자옮긴이)



[주] 고르곤은 여자 한 사람의 이름이 아니라 세 자매를 가리키는 이름이다. 고르곤 세 자매 중 가장 유명한 인물이 메두사(Med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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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1-03-03 16: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cyrus 님 다운 글이네요.
오래전 환경운동에 처음 발을 담글 때,
사회생물학 스터디 모임에 나가기도 했었는데,
조금 배우다가 업무에 지쳐서 못 나가게 되었네요.
이젠 다시 들여다보고 싶은 생각도 안 나요. ㅎㅎ

cyrus 2021-03-03 20:09   좋아요 1 | URL
사회생물학을 공부하면 유전자 결정론자라고 오해받기 쉬울 텐데, 그 모임에 참석한 분들이 정말 마음 단단히 하고 시작하신 것 같아요. ^^
 
망고나무의 비밀
레오 페루츠 외 지음, 오용록 옮김 / 이유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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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점   ★★☆   B-






그는 아가사 크리스티(Agatha Christie)와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가 만나서 생긴 사생아다.” 오스트리아의 작가 프리드리히 토르버그(Friedrich Torberg, 1908~1979)는 동료 작가인 레오 페루츠(Leo Perutz, 1882~1957)를 이렇게 평가했다페루츠와 카프카는 체코의 프라하에서 태어난 유대인이다. 두 사람은 보험회사에서 일한 적이 있다페루츠는 오스트리아에 정착해 작가 활동을 하다가 독일 나치(Nazi)의 탄압을 피해 팔레스타인으로 이주했다페루츠의 소설들은 한동안 잊히다가 작가 사후에 독창적인 환상 문학 작품으로 주목을 받았다.


망고나무의 비밀(Das Mangobaumwunder, 1916)은 국내에 처음 소개된 페루츠의 장편소설이다. 페루츠는 제1차 세계 대전에 참전하기 위해 지원했지만, 근시로 인해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그는 예비군이 되어 군사 훈련을 받았고, 이 무렵에 망고나무의 비밀을 쓰기 시작했다. 소설가 겸 극작가인 파울 프랑크(Paul Frank)가 공동 필자로 참여하게 되면서 1915년에 소설이 완성되었다.


망고나무의 비밀은 동양에 대한 서구의 호기심과 취향즉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이 반영된 소설이다오리엔탈리즘을 논할 때 주로 언급된 분석 대상은 프랑스와 영국에서 나온 문학 및 예술 작품들이다하지만 실제로 북유럽과 동유럽에서도 오리엔탈리즘이 유행했다.[주] 오리엔탈리즘은 페루츠가 활동한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주제 중 하나였고, 동양을 소재로 한 소설과 예술 작품들이 나왔다. 


키르히아이젠 박사는 동양에서 자란 식물에 관심이 많은 독극물 전문가다. 등산가로 유명한 포그 남작은 전문의가 아닌 박사에게 진료를 받고 싶어 한다. 남작의 요청을 수락한 박사는 남작의 저택을 방문한다. 남작의 저택 안에 동양에서 온 식물들로 가득한 온실이 있다. 그런데 남작은 엉뚱하게도 온실에서 일하는 인도인 정원사를 진료해달라고 요구한다. 인도인 정원사는 독사에 물려 사경을 헤맨다박사는 독사가 동양에 서식하며 유럽에 한 번도 들여온 적이 없는 희귀종임을 확인한다. 박사는 이상한 행동을 하는 남작을 의심하고, 독사가 어떻게 남작의 저택에 있는지 궁금해한다박사는 나름 추리를 해보지만, 남작의 비밀에 접근하는 박사의 모습은 탐정이라고 보기 어렵다작가는 그에게 불가사의한 현상의 비밀을 밝히는 능력을 부여하지 않았다


망고나무는 남작의 온실에 있는 식물이다. 박사는 남작의 외동딸 그레틀을 사랑하게 되고, 그녀에게 청혼한다. 두 사람은 망고나무에 사랑의 징표를 새긴다. 이때까지만 해도 박사는 신비로운 주술의 힘이 부녀(父女)와 온실을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주술의 힘이 밝혀지면서 박사와 그레틀의 결혼은 무산된다.


박사는 동양의 식물을 엄청 좋아하지만, 풍토병이 두려워서 그곳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남작은 젊은 시절에 인도를 여행하면서 힌두교의 신비주의에 심취한 인물이다. 하지만 힌두교 전통 주술의 무시무시한 힘을 확인한 이후부터 동양에 열광했던 자신의 과거를 후회한다박사와 남작의 오리엔탈리즘 속에 공통적으로 동양을 바라보는 이중적인 시선이 반영되어 있다. 그들은 동양에 매료된 오리엔탈리스트이지만, 한편으로는 동양을 부정적으로 인식한다박사가 동양의 풍토병을 두려워한다면, 남작은 자신이 기대했던 것과 다른 동양의 신비주의를 직접 확인했기 때문에 두려워한다오리엔탈리스트가 생각하는 동양은 매력과 공포가 공존하는 미지의 세계이다유럽인들은 호기심 반 두려움 반으로 실제로 가본 적이 없는 동양을 바라봤다. 유럽에서의 동양은 인간이 사는 세계가 아닌 대중의 감성을 자극하는 환상적이고 무시무시한 소재로 소비되었다.


망고나무의 비밀은 당대의 유행이 반영된 통속 소설이라서 페루츠의 대표작으로 꼽기 어렵다. 게다가 공동 집필한 작품이라서 페루츠의 문학적 능력을 가늠할 수 없다. 소설을 쓴 페루츠 또는 프랑크가 착각한 것인지 아니면 역자가 번역을 잘못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번역본에 사실과 맞지 않은 내용이 있다.

 

 

* 208

 

 나는 힌두교 승려들이 파르바티 여신을 기리는 성대한 의식을 보려고 하루 더 아그라에 머물렀죠. 파르바티는 비슈누의 부인으로 물고기 눈을 가진 여신이오.

 

 

파르바티(Pārvatī)는 파괴의 신 시바(Shiva)의 아내이다. 파르바티는 창조의 신 브라흐마(Brahma), 유지의 신 비슈누(Vishnu)와 함께 힌두교 3대 신(Trimūrti)으로 추앙받는다.

 

 

 


[] 존 맥켄지, 박홍규 외 옮김, 오리엔탈리즘 예술과 역사(문화디자인, 2006),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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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3-03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가사 크리스티와 프란츠 카프카가 결혼이 가능할까요????? 아니 사생아라고 했나? 그것도 좀 불가능할 것 같은데..... ㅎㅎ

cyrus 2021-03-03 14:59   좋아요 0 | URL
국내에 번역된 페루츠의 소설이 <망고나무의 비밀>을 포함해서 총 세 권이에요. 그런데 이 세 작품만 가지고 페루츠가 사생아인지 아닌지 알 수 없어요. ^^;;

smellslikeyou 2021-03-04 08: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짜 사생아란 얘기가 아니라 두 작가의 특징을 모두 연상시키는 소설을 썼다는 뜻의 비유적인 표현이에요. <망고나무의 비밀>은 저도 별로였고 다른 두 작품을 추천합니다.

cyrus 2021-03-04 08:41   좋아요 0 | URL
<스웨덴 기사>를 재미있게 읽었어요. ^^
 
보이지 않은 역사 - 한국 시각장애인들의 저항과 연대
주윤정 지음 / 들녘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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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장애 역사(disability history)는 비장애인에게 생소한 분야이다. 장애 역사에 대한 생소함을 풀어줄 책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아마도 비장애인들은 장애 역사를 다룬 책이 단 한 권도 본 적이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들이 보지 못한 책은 세상에 나오지 않은 책’, 즉 미출간된 책이라는 의미로 귀결된.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다다른 나라에 비해 늦은 편이지만, 우리나라도 장애 역사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연구 성과물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비장애인은 이런 자료를 접할 기회가 없다. 그래서 비장애인들의 눈에는 장애 역사를 정리한 책들이 보이지 않았다책이 보이지 않으니까 역사 속에 있는 장애인들의 삶마저 보지 못한다.


보이지 않은 역사는 비장애인들의 눈에 보이지 않았던 우리나라 시각장애인의 역사에 관한 책이다보이지 않은 역사의 저자는 시각장애인 구술사 조사를 하기 위해 다양한 집단에 속한 시각장애인들을 만났다안마 일에 종사하는 시각장애인(안마 맹인), 점을 보는 시각장애인(점복 맹인), 구걸로 생계를 이어나가는 시각장애인(구걸 맹인)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맹인 공동체의 역사를 기록하고 전승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저자는 글자를 읽지 못하는 시각장애인들이 어떻게 역사를 기록했고, 대대로 전승해왔는지를 살핀다.


시각장애인의 역사에 차별만 있는 게 아니다. 그 속에 저항연대도 있다. 차별, 저항, 연대. 이 세 개의 단어는 우리나라 시각장애인들의 삶이 압축되어 있다어느 분야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긴 인물을 중심으로 서술된 주류 역사에 사회적 약자들의 역사가 들어갈 자리는 없다사회를 재편한 근대화를 중요하게 보는 역사학자들은 장애인을 시대적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집단으로 인식했다이러한 인식이 반영된 단어가 바로 문맹이다글자를 보지 못한 시각장애인은 글자를 모르는 문맹’이 되었. 


근대화는 계몽(enlightenment)과 궤를 같이 한다근대성이 시작되자 눈뜬 채 잠든 무지몽매한 대중을 깨워주는 시각 매체와 활자 매체(신문, 영화, 신식 문화를 소개한 인쇄물)가 보급되었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은 시각 매체와 활자 매체에서 나오는 빛을 볼 수 없었다. 조선의 근대화에 앞장선 학자와 서구 선교사들은 시각장애인을 불쌍하고, 무능한 존재로 인식했다. 이때부터 시각장애인을 돕는 선교사들의 자선 활동과 조선을 통치한 일제의 시혜 정책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조선을 통치한 일제의 시각장애인 보호 정책은 자신들의 문명화 사명(civilizing mission)’을 알리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그들에게 포섭당한 시각장애인들은 도움을 받고 살아야 하는 존재’ 또는 근대화에 맞춰 재교육을 받아야 하는 대상’으로 전락했다.


식민화, 탈식민화, 근대화의 과정에서 시각장애인들은 독자적인 생활 방식을 유지하면서 살아왔다. 그들은 차별에 맞서 저항해왔으며 자신들의 생존과 직결된 안마 사업권을 지키기 위해 서로의 몸을 줄로 묶어 다니면서 투쟁했다. 시각장애인의 구술 문화는 시각장애인 공동체를 설명해주는 집단 기억을 형성하게 했고, 공동체의 유산이 대대로 후손들에게 전해지면서 역사가 되었다. 역사 속에 남은 시각장애인들의 모습은 무능한 사회적 약자가 아닌 사회 변화와 차별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주체적 인간이다보이지 않은 역사는 주류 역사 서술 방식에 익숙한 독자와 다양하고 역동적인 장애인의 세계를 보지 못하는 비장애인의 눈을 트이게 만든다. 






Mini 미주알고주알

 

 

* 14

 

게레멕 브로니슬라프 브로니슬라프 게레멕(Bronisław Geremek)

* 21

 

엘레나 그로스 노라 엘렌 그로스(Nora Ellen Groce)

* 71각주

 

거대한 변혁』 → 『거대한 전환(The Great Transform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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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1-03-02 20: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cyrus 님의 폭넓은 독서에 감탄합니다!
이런 책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다행이란 생각이 드네요.

cyrus 2021-03-03 11:24   좋아요 1 | URL
도서관에서 우연히 만난 책입니다. 책을 만든 출판사가 나름 인지도가 높은 편인데, 독자들의 주목을 많이 받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앤드루 포터(Andrew Porter)의 소설집을 읽은 김영하 작가와 달궁인들은 포터의 대표작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The Theory of Light and Matter, 약칭 빛과 물질’)에 찬사를 보냈지만, 나는 호평 일색이 좋게 보이지 않았다.


















[달의 궁전 2월의 책]

* 앤드루 포터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문학동네, 2019)





빛과 물질의 화자인 헤더는 대학생이다. 헤더는 서른 살 연상인 물리학과 교수 로버트의 초대를 받아 그가 사는 아파트를 방문한다. 헤더는 로버트가 자신을 유혹하기 위해 집으로 초대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녀는 로버트를 의심하지 않으며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그는 나를 편하게 해주기 위해 각별히 노력하는 듯 보였고, 눈이 마주칠 때마다 아래쪽을 흘끗 내려다보는 살짝 불안한 습관이 이상하게도 내 자신감을 북돋워주었다. 강의실 밖에서는 얘기라곤 나눠본 적이 없었지만, 나는 그와 함께 있다는 사실로 인해 이미 핏속부터 편안하고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아버지의 친구분들, 농담을 주고받기 쉬운 나이 많은 남자들, 젊고 매력적인 여자를 앞에 두고 부끄러워하는 모습 때문에 무해한 존재가 되는 그런 남자들과 있을 때 느껴지는 따스함이었다.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중에서, 90~91쪽)



타인을 쉽게 믿지 못하고, 심지어 타인의 호의를 의심할 정도로 각박해진 요즘 현실을 생각하면 로버트의 초대에 선뜻 응하는 헤더의 모습은 이해하기 힘들다내가 헤더의 정서적 태도를 이해하지 못한 이유는 지난달에 읽은 캐서린 맨스필드(Katherine Mansfield)의 단편소설 어린 가정교사』(The Little Governess)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 캐서린 맨스필드 가든파티(궁리, 2021)




맨스필드의 소설에 나온 영국인 가정교사는 독일에서 일하게 되어 그곳으로 향하는 배에 올라탄다. 그런데 가정교사는 혼자 외국에 가본 적이 없고, 밤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 가정교사 소개소에 일하는 여자가 독일에 가려는 가정교사의 마음을 읽었는지 그녀에게 충고한다.



 “나는 항상 여자들에게 누군가를 믿기보다는 처음에는 의심하는 게 낫다고, 그러니까 사람들이 악의를 품고 있을지 모른다고 의심하는 게 선의를 품었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안전하다고 말해주곤 해요좀 너무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우린 영악하게 세상물정을 아는 여자가 되어야 하잖아요. 그렇죠?”

 

(어린 가정교사중에서, 55~56)



가정교사는 자신이 난감한 상황에 부닥쳐 있을 때 도움을 준 친절한 노인에게 호감을 느낀다. 노인은 자신의 명함을 가정교사에게 건네준다. 명함에 적힌 노인의 직업은 참사관(Regierungsrat, 공무원)이다. 노인의 정체를 파악한 그녀는 그가 문제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노인의 초대를 받아 그가 사는 아파트에 들어간다. 집안일을 하는 가정부를 제외하면 노인도 로버트 교수처럼 혼자 사는 남자다. 노인은 가정교사 앞에서 자신의 진짜 얼굴을 드러낸다. 그는 가정교사에게 키스 한 번 해달라고 요구한다. “나이 든 남자는 이전과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어린 가정교사중에서, 74) 노인은 강제로 가정교사에게 입맞춤하고, 깜짝 놀란 그녀는 밖으로 도망친다.


누군가를 믿기 보다는 의심하라. 가정교사 소개소 직원의 말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타인에 향한 의심의 눈길이 그 사람의 참된 모습과 진심을 훼손하는 흉기가 돼선 안 된다. 세상 물정을 잘 아는 영악한 사람들이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 많다. 그중 몇몇은 본심을 숨긴 채 상황에 따라 여러 개의 가면을 쓰고 다닌다. 그런 사람들에게 당하지 않도록 영악하게 살아갈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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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1-03-02 13: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리뷰는 여러모로 많은 것들을 느끼게 해주는구려

cyrus 2021-03-02 17:12   좋아요 0 | URL
타인을 언제까지 의심해야 하고, 그 의심을 언제 거둬야할지 사실 저는 잘 모르겠어요. 계속 의심만 하다가는 타인의 진심을 못 볼 수 있거든요. 그 사람이 떠나고 난 뒤에야 진심을 뒤늦게 확인할 때가 있어요. 아무튼 사람을 만나고, 그 관계를 유지하는 일은 간단하지 않아요. ^^;;

수이 2021-03-02 17:14   좋아요 1 | URL
사이러스 마음이 제 마음입니다

stella.K 2021-03-02 16: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앤드루 포터는 좀 호불호가 있는 것 같아.
나의 경우 몇몇 단편은 나름 괜찮았는데
나머지는 지루해서 걍 중고샵에 팔아버렸지.ㅋ

cyrus 2021-03-02 17:13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래요. 제가 괜찮게 본 앤드루 포터의 소설은 <구멍>, <피부>, <코네티컷>이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