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블로 네루다(Pablo Neruda)는 노벨 문학상을 받은 칠레의 시인이지만, 파란만장한 인생을 산 외교관이자 정치인이기도 했다. 네루다의 생애와 시를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된 영화가 <일 포스티노>(Il Postino). 일 포스티노는 이탈리아어로 집배원이라는 뜻이다. 영화의 원작은 안토니오 스카르메타(Antonio Skármeta)의 소설 불타는 인내(Ardiente paciencia). 우리나라에서 이 소설은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라는 제목으로 알려졌다.



















*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민음사, 2004)




<일 포스티노>는 아름다운 지중해의 작은 섬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영화다. 원작 소설과 영화는 네루다의 실제 삶에 착안해 만들어졌다(소설과 영화의 세부적인 설정과 묘사, 결말이 다르다). 공산주의자인 네루다는 노동자들을 탄압한 정부를 비판한 이유로 의원직을 박탈당하고 망명길에 오른다. 네루다가 이탈리아 남부의 어느 작은 섬에 정착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원작 소설의 배경은 말년의 네루다가 정치적 탄압을 피해 조용히 살았던 이슬라 네그라 섬이다. 이 섬은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서 백여km 남짓 떨어진 위치에 있다. 


네루다는 생전 그가 사랑했던 해변이 있는 이슬라 네그라에 묻히고 싶어했지만, 쿠데타를 일으켜 칠레를 장악한 피노체트(Pinochet) 정권은 그의 유해를 산티아고 공동묘지에 묻었다. 네루다는 망명을 계획했지만, 출국 하루 전 돌연 사망했다. 피노체트 정권은 네루다가 지병인 전립선암으로 인한 심장마비로 죽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군부가 그를 독살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네루다의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네루다의 유해가 무덤에서 다시 꺼내어지긴 했지만, 네루다의 소원대로 이슬라네그라에 안장되었다


섬의 우체국장은 네루다에게 오는 엄청난 양의 편지를 배달할 전담 집배원으로 마리오를 고용한다. 처음에 마리오는 시인과 친하게 지내면 여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으리란 생각으로 네루다에게 다가간다. 하지만 그는 네루다에게 매일 편지를 전해주며 친구가 되고, 시를 쓰기 시작한다. 사실 <일 포스티노>는 네루다의 실제 삶과 그의 시 문학 세계를 다 보여주지 않는다. 네루다의 진짜 모습을 확인하려면 자서전과 평전을 참고하면 된다.



















* 파블로 네루다 파블로 네루다 자서전: 사랑하고 노래하고 투쟁하다(민음사, 2008)


평점: 4점   ★★★★   A-

 

 

* [절판] 애덤 펜스타인 빠블로 네루다(생각의나무, 2005)


평점: 4점   ★★★★   A-

 

 

* 김현균 어둠을 뚫고 시가 내게로 왔다: 소외된 영혼을 위한 해방의 노래, 라틴아메리카 문학(21세기북스, 2019)


평점: 4.5점   ★★★★☆   A





네루다의 자서전은 1994년에 추억이라는 제목의 두 권짜리 책으로 나온 적이 있다자서전은 시인이 살아온 과정을 회고하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독자는 이 자서전을 통해 시인의 생애뿐만 아니라 그의 생애를 관통했던 굵직한 시대적 상황들(스페인 내전, 칠레의 정치적 상황)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네루다의 삶은 양면적이다. 칠레를 대표하는 민중 시인으로 추앙받지만, 그의 개인사와 여성 편력은 객관적인 입장의 제3자가 봤을 땐 논란을 불러일으킬 만하다.


네루다의 시를 번역한 김현균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교수가 공동 번역으로 참여한 빠블로 네루다는 단순히 한 사람의 삶을 정리한 평전이 아니다. 시인의 주관적인 서술로 이루어진 자서전과 극적인 허구가 가미된 감동적인 장면만 기억되는 네루다의 우편배달부의 한계를 보완해주는 한 권의 주석이다평전을 쓴 저자에 따르면 네루다 자서전은 이제껏 쓰인 가장 유쾌한 회고록의 하나지만 동시에 곳곳에 전적으로 신뢰할 수 없는 부분(빠블로 네루다44)”이 있다.


네루다 평전도 자서전 못지않게 두꺼운 분량이다. 그렇지만 평전을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아주 작은 옥에 티’를 발견하지 못한다.



* 빠블로 네루다55

 

 네루다는 이탈리아 시에 등장하는 이름인 파올로를 좋아한 데서 파블로에 대한 영감을 얻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그의 새로운 성은 위대한 체코 작가 얀 네루다에게서 빌려온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의 말라스트라나 이야기중에서 한 편이 산티아고의 한 저널에 번역 · 소개되었는데, 네프탈리는 이 작품을 읽고 감탄했다. 그러나 적어도 한 명의 비평가는 네루다라는 성이 피아니스트 빌헬미나 노르만-네루다에서 왔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녀는 첫 번째 셜록 홈스 이야기인 주홍색 연구에서 언급되는 실존 바이올리니스트



윌마 네루다(Wilma Neruda)’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진 빌헬미나 노르만-네루다(Wilhelmina Norman-Neruda)는 바이올리니스트다. 그녀의 아버지는 작곡가 겸 오르간 연주자였다. 그는 딸에게 피아노를 가르치고 싶었지만, 어린 네루다는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싶었다. 만약 그녀가 아버지의 가르침을 순순히 따랐으면 피아니스트가 되었을 것이다.




* 빠블로 네루다217


알렉시스 톨스토이

 

 

알렉시스 톨스토이는 러시아의 소설가 알렉세이 톨스토이(Aleksei Tolstoy, 1883~1945)의 오자다. 알렉세이의 어원은 그리스어인 알렉시스(Αλεξις)’이긴 하지만, 그래도 러시아식 발음에 가까운 이름으로 표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평전을 만든 출판사가 부도가 나서 사라졌기 때문에, 도서관에 가야만 평전을 구할 수 있다. 평전의 분량이 많아서 읽기가 부담스러운 독자는 서가명강 시리즈로 나온 김현균 교수의 어둠을 뚫고 시가 내게로 왔다를 선택하면 된다. 김현균 교수는 앞서 필자가 언급한 네루다 평전 번역에 참여했다. 네루다의 시에 있는 구절에서 따온 어둠을 뚫고 시가 내게로 왔다》는 라틴아메리카 대표 시인들의 삶과 시를 알기 쉽게 소개한 책이다. 특히 네루다를 포함한 여러 라틴아메리카 문인들에게 영향을 준 루벤 다리오(Rubén Darío)에 관한 내용은 라틴아메리카 문학이나 네루다의 시 문학 세계에 입문한 독자들이라면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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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0-12-15 11: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참 좋아하는 책, 아옌데에 대해 찾아 읽게 한 책이에요. 도서관에서 평전을 찾아 읽어봐야겠어요. 좋은 글 고맙습니다 ~

cyrus 2020-12-15 16:50   좋아요 0 | URL
저도 네루다에 대해서 알아보다가 자연스럽게 아옌데 대통령을 알게 됐어요. 국적과 이념을 떠나서 아옌데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에요. ^^

수이 2020-12-15 13: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글 좋은데_ 모두 읽지 않은 책들. 콕콕 짚었다가 읽어야겠어.

cyrus 2020-12-15 16:52   좋아요 0 | URL
기회가 되면 한 번 읽어보세요. ^^

레삭매냐 2020-12-15 13: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주 재밌게 읽었던 책이네요.

<일 포스티노>라고 오래 전에
비디오테이프 선물해 준 분이
있었는데 비디오가 맛탱이가
가는 바람에...

영화로도 한 번 다시 만나보고
싶네요.

cyrus 2020-12-15 16:53   좋아요 0 | URL
저는 <일 포스티노>를 유튜브로 봤어요. 그것도 한글 자막이 있는 영상이요. 지금은 한글 자막 있는 <일 포스티노>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슈뢰딩거의 고양이 - 물리학의 역사를 관통하는 50가지 실험
애덤 하트데이비스 지음, 강영옥 옮김 / 시그마북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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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2점   ★★   C





과학이라고 하면 우리는 가장 먼저 서양 출신의 과학자들을 떠올린다. 과학자들의 이름을 아는 대로 말해보자. 왕관 실험을 통해 부력의 실체를 확인한 아르키메데스(Archimedes), 낙하운동 법칙을 발견한 갈릴레이(Galileo Galilei).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뉴턴(Isaac Newton)과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이 있다. 물리학의 발전에 기여한 역사적인 실험을 소개한 슈뢰딩거의 고양이(Schrödinger’s Cat: And 49 Other Experiments that Revolutionised Physics)는 서양 중심의 과학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책의 저자가 물리학이 과학사의 중심 학문이라고 강조하는 건 아니다. 이 책은 물리학과 연계된 화학, 천문학, 우주론에 관한 중요한 성과들도 나온다.   


국역본의 부제는 물리학의 역사를 관통하는 50가지 실험이다. 국역본에 한 가지 주제의 내용이 추가되었다(저자가 추가했는지 아니면 역자가 추가해서 썼는지 알 수 없다. 만약 후자일 경우라면 역자가 이 사실을 언급해서 독자에게 알려야 한다. 그런데 역자는 원서의 부제와 국역본의 부제가 왜 차이가 있는지 언급하지 않았다.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인데 슈뢰딩거의 고양이의 저자가 최근에 쓴 책 피보나치의 토끼원서의 부제는 ‘And 49 Other Breakthroughs that Revolutionised’다. 슈뢰딩거의 고양이》와 마찬가지로 《피보나치의 토끼》 에 소개된 수학 이론은 50가지다). 그 주제는 바로 힉스 입자(Higgs particle)’. 이 책을 쓴 저자 애덤 하트데이비스(Adam Hart-Davis)의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슈뢰딩거의 고양이의 초판 발행연도는 2018년이다. 그런데 국역본 앞 장에 있는 서지정보를 보면 2015년에 발행된 사실(‘Elwin Production Limited 2015’)을 확인할 수 있다. 왜 이런 차이가 있는지 알 수 없다. 이상하기 짝이 없지만, 일단 이런 특이 사항이 있다는 것만 알고 넘어가자.


이 책에 비중 있게 언급된 동양 출신의 과학자는 아라비아 출신의 과학자 이븐 알 하이삼(Ibn al-Haytham)이다. 라틴어 이름인 알하젠(Alhazen)이다. 저자는 알하젠이 세계 최초로 체계적인 실험을 한 과학자라고 말한다. 알하젠은 어두운 방이라는 뜻을 가진 광학 장치 카메라 옵스쿠라(Camera obscura)를 만들어 빛이 직진하는 성질을 증명했다. 고대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온 리학의 역사를 압축하고 요약 정리한 슈뢰딩거의 고양이의 단점은 서양 중심의 과학사 위주의 서술 방식이다. 서양 중심의 과학사에 익숙한 과학사가나 독자들은 동아시아와 중동에서 독자적으로 발전된 과학을 과소평가하거나 간과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 책은 동양 출신 과학자들의 업적이 많이 나오지 않는다다음에 나올 인용문은 서양 중심 과학사에 초점을 맞춘 서술 방식의 한계를 보여준다.



 52년 동안 츠바키와 바데는 120개의 초신성을 발견했다. 사실 초신성은 전혀 새로운 개념이 아니었다. 이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학자가 없었을 뿐이다. 1572년 덴마크의 천문학자 티코 브라헤가 초신성을 관측했다는 기록이 있다. (140)


 

저자가 초신성 관측의 역사를 모를 리 없을 것이다. 하지만 티코 브라헤(Tycho Brahe, 튀코 브라헤)가 초신성을 관측한 사실만 달랑 언급하고 넘어간 점은 과학사를 잘 모르는 독자들에게 오해를 줄 수 있다. 저자의 간략한 설명을 본 독자는 튀코 브라헤가 최초로 초신성을 관측한 학자라고 이해할 수 있다. 최초로 기록된 초신성은 185년 중국의 천문학자들이 관측했다. 그 밖에 이슬람 천문학자들도 초신성을 관측하여 기록으로 남겼다. 아시아와 중동 출신 천문학자들의 초신성 관측 기록은 튀코 브라헤가 태어나기 훨씬 전에 나왔다


앞서 언급했듯이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독자를 당혹스럽게 하는 이상한 책이다. 왜냐하면 이 책에서 제일 마지막에 나온 힉스 입자에 대한 설명이 정말로 어이가 없기 때문이다.

   

 

 1964년 획기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스코틀랜드 에든버러대학교의 피터 힉스가 표준모형 내에는 입자에 질량을 부여하는 소립자가 있을 거라고 주장한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이 소립자가 보손일 것이라 했다. 이후 수많은 물리학자들이 보손을 찾으려 노력해왔지만 아직까지 이 입자를 발견한 학자는 없다. (169)


 

201310월에 스칼라 보손(scalar boson, 스핀이 0인 보손)의 유일한 기본 입자인 힉스 입자의 존재가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다. 그런데 학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힉스 입자에 대한 증거는 찾지 못했다(171)”라는 문장이 있다. 이 책(원서와 번역본)이 나오기 전에 힉스 입자가 발견되었는데도 말이다. 본 책 170쪽에 결론: 힉스 입자는 이미 발견됐을지도 모른다라는 아리송한 한 줄의 문장이 작은 글씨로 적혀 있다. 책 앞표지에 이런 문구가 있다. “엠페도클레스의 클렙시드라 실험부터 힉스의 신의 입자발견까지 


이 세 가지 문장을 종합해서 본다면 필자가 왜 이 책을 이상하다고 느꼈고 당혹스러워했는지 이 글을 보고 있는 여러분도 이해할 수 있으리라. 책 앞표지와 뒤표지에 힉스 입자가 발견되었다는 것을 넌지시 알린 말이 있지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할 과학책이 이렇게 겉과 속(내용)이 다르면 곤란하다슈뢰딩거의 고양이피보나치의 토끼보다 먼저 나온 책인데, 이 책의 만듦새는 피보나치의 토끼와 비슷하다. 아무튼 슈뢰딩거의 고양이도 단점이 많이 드러난 책이다이런 허술한 책이 과학 비전공 독자들의 손에 들려 있어선 안 된다








Mini 미주알고주알

 

 



1

 


* 26


 암흑기에는 종교 교리가 학문 전반을 지배했다. 심지어 철학자들도 교리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신의 뜻입니다로 정해져 있었다. 암흑기를 벗어나면서 어떤 현상에 논리적으로 접근하려는 이들이 하나둘씩 등장했다. 1620년대에 발표된 영국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의 저서에서는 경험론적 증거와 실험과학을 강조하고 있었다.[]

 

 

[] 저서의 정체는 노붐 오르가눔(Novum Organum)이다. 1620년에 발표된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의 저서이다. 국내에 신기관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다.

 

 

 


 

2

 

 

* 76


 피조의 친구인 레옹 푸코도 결국 의학 공부를 중도에 포기했다. 그는 찰스 다윈처럼 색맹이었고[] 자신이 피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지 못하리라는 걸 알았다.

 

 

[] 찰스 다윈(Charles Robert Darwin)1825년에 에든버러 대학교 의과대학에 입학했으나 해부학 수업(환자의 몸이나 시신에 흘러나온 피와 해부학 실습실에 있는 해부학용 시신의 모습)에 적응하지 못해 1827년에 중퇴했다. 그런데 다윈이 색맹이라는 이유로 의학 공부를 포기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이게 사실이라면 다윈은 붉은색을 구분하지 못하는 적록 색맹일 것이다. 이 내용이 확실한지 알고 싶다(“에잇, 읽어야 할 책들이 또 생겼군.”). 참고로 색맹으로 유명한 과학자는 원자가 존재한다고 주장한 존 돌턴(John Dalto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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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尾註)알 고주(考註)

 

EP. 3




미주알고주알: 아주 사소한 일까지 속속들이

 

미주알: 항문에 닿아 있는 창자의 끝부분

 

고주알: 미주알과 운을 맞추기 위해 만들어진 의미 없는 단어

 

미주(尾註): 논문 따위의 글을 쓸 때, 본문의 어떤 부분의 뜻을 보충하거나 풀이한 글을 본문이나 책이 끝나는 뒷부분에 따로 달아놓은 것

 

고주(考註): 깊이 연구하여 해석하거나 풀이함 또는 풀이한 주석


















* 여성환경연대 원하는 모습으로 살고 있나요?(프로젝트P, 2019)






1

 

 

* 21

 하수정화시설을 쓱 통과해 바다로 흘러들면서 미세플라스틱은 스폰지[]처럼 주변의 유해물질들을 흡수해 강한 독성을 띠게 된다.

 

 

[] 스펀지의 오자







2

 

 

* 24~25

 일회용 컵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는 애당초 사용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 그중 대표적인 제도가 일회용 컵 사용시 약간의 보증금을 받고 반환하면 돌려주는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 2008년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가 폐지되고[1] 일회용 컵 사용량은 평균 4배로 증가했다. 여성 환경연대 등 환경단체와 시민들이 3년째 국회에 발이 묶여있는 보증금제 부활을 요구하고 있는 이유다.[2]

 

[1]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는 2002년부터 시행됐으나 낮은 회수율과 과잉 규제라는 부정적 여론에 밀려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에 폐지됐지만‥…

   

[2] 20226월부터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가 시행된다. 올해 62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통과됐다. (참조: 일회용 컵 보증금제’ 20226월 시행컵 반납하면 보증금 돌려준다매일경제, 202062)








3

 



 

* 83~84

 얼핏 생각하면, 유방암과 24시간 영업이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을까 싶다. 하지만 어두운 조명 아래 충분한 수면을 취할 때 분비되는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이 암 발생을 막는 역할을 하는데, 야간노동이나 교대근무는 멜라토닌이 부족하게 해 유방암 발생을 높힐[1] 수 있다는 점을 떠올리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실제로 교대근무와 야간노동을 반복적으로 하는 스튜어디어스나 간호사의 유방암이 직업병으로 인정받았다는 보고도 있다.

 한밤에도 너무 밝은 24시간 카페와 프렌차이즈[2] 매장, 총알배송 신선마켓, 아침이 와도 쉽사리 잠들 수 없는 노동자들. 연간 2000시간이 넘는 장시간 노동을 자랑하는 속도 사회대한민국에서, 여성 노동자들의 건강이 단순히 개인의 문제일 수만은 없다.

 

[1] 높일의 오자.

 

[2] 프랜차이즈의 오자.







4

 



* 107

 성조숙증 증가와 프탈레이트 노출과의 상관관계, 프탈레이트가 유방암 발병율[]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는 섬뜩하다.

 

 

 

[] 발병률의 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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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0-12-14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하려면 당장하지 22년 6월에 할건 뭐있어?
정말 일회용컵은 줄이긴 줄여야 하는데
고놈의 코로나 땜에 더한 것 같아.
두개를 겹쳐서 마시는 사람 보면 뒤통수를 갈겨주고 싶기도 하지. ㅉ

cyrus 2020-12-14 22:00   좋아요 0 | URL
저도 최대한 빨리 시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

mini74 2020-12-14 16: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살인의 추억보면서 논밭옆에 가로등이 왜 없지? 했는데 가로등이 있으면 벼가 웃자라고 알맹이가 없이 쭉정이만 열린다고 하더라고요. 무서워요 ㅠㅠ

cyrus 2020-12-14 22:02   좋아요 0 | URL
처음 안 사실이에요. 저는 그냥 시골은 도시보다 가로등의 수가 적다고만 단순하게 생각했거든요.. ㅎㅎㅎ

카스피 2020-12-15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뢰용컵 보증제가 필요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테이크아웃이 많다보니 많은이들이 불편해하긴 하지요.스타벅스에서 커피한자 우아하게 뽑고나서 다시 빈컵회수금 받겠다고 덜렁덜렁 빈컵 가지고 다시 스타벅스 가는것은 좀 모양이 빠지니까요^^;;;

cyrus 2020-12-16 07:38   좋아요 0 | URL
저는 커피를 자주 마시지 않지만, 커피를 즐겨 마시는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합니다. 빈 컵 들고 가게에 가는 게 번거롭긴 하죠. 그런데 이제는 인식 변화가 필요해보이고요, 지구 환경을 위해서 작은 불편도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산 음식, 죽은 음식 - 호모 사피엔스는 무엇을 먹도록 설계된 동물인가
더글라스 그라함 지음, 김진영 외 옮김 / 사이몬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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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2점   ★★   C





나는 비건(Vegan)은 아니지만, 채소와 과일을 자주 먹는다. 고기는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먹는다. 불에 구운 고기(삼겹살 구이)보다 끓는 물에 푹 삶은 고기(수육)를 더 좋아한다. 건강을 위해 채소와 과일을 먹는 사람이라면 산 음식, 죽은 음식에 눈길이 가게 된다. 원제는 ‘80/10/10 Diet’이다. 이 책의 저자는 과일을 많이 먹는 식단을 통해 질병을 예방하면서 살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인간이 과일을 먹는 영장류(frugivore)’로 살아갈 수 있도록 설계되어 진화해왔다면서다윈(Darwin)의 진화론과 충돌하는 지적 설계론(Intelligent design)에 가까운 입장이다. 후술하겠지만, 지적 설계론은 과학으로 보긴 어렵다과일을 주식으로 삼되, 부수적으로 채소를 먹는 식단을 권한다. 다만 저자는 다른 음식을 일절 먹지 않고, 오로지 과일만 먹는 극단적인 식단을 권장하지 않는다.


과일과 채소가 몸에 좋은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당뇨를 앓는 사람이나 만성 신부전증 같은 신장질환자는 과일이나 채소 섭취도 조심스럽다. 과일 자체 당분이 높아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좋지 않다는 지적이 있지만, 당뇨 예방을 위해 과일과 채소를 꾸준히 먹는 것이 중요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저자는 과일 섭취의 해악을 강조한 견해를 반박하면서 과일은 당뇨의 원인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과일은 당뇨병 환자의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며 혈압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국내 당뇨병 가이드라인에도 당뇨병 환자에게 과일, 곡류, 채소 등을 통해 당분을 섭취하라고 권하는 내용이 있다. 다만 당분이 낮은 과일(사과, 딸기 등) 위주로 섭취해야 한다


이 책에서 언급된 산 음식이 과일과 채소, 가열되거나 조리되지 않은 음식이라면, ‘죽은 음식은 조리된 음식과 가공 음식이다. 음식을 불로 익혀 먹으면,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가 제거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독성물질을 발생시킨다. 토마토 속에 들어있는 항산화 성분인 리코펜(Lycopene)은 열에 강해서 가열해도 쉽게 파괴되지 않는다. 그러나 리코펜이 몸에 좋다는 이유만으로 토마토를 가열해서 먹으면 리코펜 이외의 다른 영양소들은 파괴된다. 저자는 한두 가지의 영양소를 중점적으로 섭취하기 위한 조리 방식과 식단을 경계한다


저자가 권장한 ‘80/10/10’은 한 사람의 식단에서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이 차지하는 최적의 비율(칼로리 백분율)에 맞춘 식습관이다. , ‘80/10/10’은 탄수화물 80%, 단백질 10%, 지방 10%를 의미한다. 80%의 탄수화물은 과일을 통째로 먹어서 섭취해야 한다. 단백질과 지방을 10% 이상 섭취하면 건강에 해롭다.


나는 저자가 알려준 식단을 실천해보지 않았지만, 과일과 채소 섭취의 중요성을 강조한 저자의 견해에 공감한다. 하지만 과일이 건강에 좋다는 견해를 유리하게 전달하려고 제시한 저자의 근거에 문제가 있다. 저자가 제시한 근거 중 일부는 과학적이지 않다.


이 책의 부제는 호모 사피엔스는 무엇을 먹도록 설계된 동물인가이다. 저자는 과일을 먹지 않고, 조리된 음식 위주로 먹는 현대 인류의 식습관을 (자연)의 설계와도 배치될뿐더러, 우리 호모 사피엔스의 진화론적 설계와도 동떨어져 있다(18)”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 책에 심심찮게 설계라는 단어를 썼다.

 

 

 (자연)이 당신에게 허락한 신선한 과일을 먹는 것이 가장 좋다. (52)

 

 우리 인간은 태초부터 부여받은 설계도면과 수백만 년 진화해온 기본적인 소화생리를 바꾸지 않았다. (133)

  


설계에 대한 저자의 관점은 지적 설계와 유사한데, ‘과일을 먹는 영장류는 신적인 존재나 자연(범신론: 모든 자연은 곧 신이며 신은 곧 모든 자연이라고 보는 관점)이 설계한 결과물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정말로 과일을 먹는 영장류가 신이라는 지적 설계자가 만들었다면 과일을 먹으면 안 되는 사람이 왜 있는 것일까그런데 저자는 과일을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과일 섭취의 해악을 강조한 정보(또는 거짓 뉴스)에 세뇌되었다고 비판한다



 인간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동일지역, 동종인종의 경우 나는 과일이 맞지 않는다거나 나는 태생적으로 채소를 싫어한다라는 말은 습관의 결과이자 세뇌된 편견일 뿐이라는 말이다. (132)



저자는 과일 섭취가 인간에게 이상적인 식단이라고 말한다. 그는 더 나아가 동일 지역에 사는 동일 인종은 과일 섭취를 좋아하며 과일을 많이 먹어서 건강에 좋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한국인이라면 과일을 무조건 좋아할까? 한반도에 사는 한국인은 동일 인종인가? 한 사람을 구성하는 요소는 너무나 다양하다. 저자가 표현한 동일 인종은 한 사람의 의미를 대단히 협소하게 만드는 단어이며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저자는 일부만 보고(과일을 섭취하고 나서 건강이 좋아졌다고 믿는 저자와 과일 위주의 식단을 지지하는 영양학 전문가들의 견해, 과일 위주의 식단을 실천하는 일반인들의 긍정적인 반응) 전체를 판단하는(“인류는 태어날 때부터 과일 섭취를 선호했으며 과일을 많이 먹을수록 건강해진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했다


과일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은 과일 위주의 식단을 실천할 수 없다. 저자의 주장대로라면 이 사람들은 과일은 건강에 해롭다라는 잘못된 믿음에 세뇌된 사람이라고 봐야 할까? 이런 식으로 한 사람을 규정하면 절대로 안 된다. 의학적으로 확인된 알레르기 유발 과일은 생각보다 많다. 사과, 딸기, 망고, 멜론, 바나나, 살구, 오렌지, 자두, 참외, 체리, 키위 등이 있다. 특히 망고, 멜론, 바나나는 열대지방에서 나는 과일이다. 그런데 저자는 호모 사피엔스는 열대과일을 먹도록 설계되어있다고 주장한다(174~177).


저자는 이 책에 잘못된 정보를 한 번이 아닌, 두 번이나 언급했다. 그는 혀 미각 지도가 과학적인 사실인 것처럼 말한다.

 

 

 호모 사피엔스는 본성적으로 단 것을 좋아한다. 따라서 달콤한 과일을 좋아한다. 당신은 중고등학생 시절 생물시간에, 혀의 가장 앞자리에 단맛을 감지하는 미뢰가 있다는 사실을 배웠을 것이다. 이것은 진화론적으로도 아주 중요한 포인트다. 우리 인간은 문화와 환경에 의해 형성된 각각의 음식문화와 관계없이 달콤한 생과일에 끌린다. (41)

 

 고지방 식단은 건강을 해칠 뿐만 아니라 노화를 촉진한다. 우리 인간은 지방의 맛을 느낄 수 없도록 설계되어 있다. ‘혀의 맛 지도를 생물시간에 공부한 적이 있는 사람은 모두 알 수 있다. (226)

 

 

단맛은 혀의 앞쪽, 쓴맛은 혀의 뒷부분, 신맛은 혀의 옆 부분, 짠맛은 혀 가운데에서 느낀다고 알려져 있다. 과거에 만들어진 교과서에 미각을 표시한 맛 지도를 설명한 내용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맛 지도는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죽은 지식’이다. 실제로 혀의 어느 부분이든 모든 맛을 느낄 수 있다. 다만 혀의 여러 부분마다 맛을 느끼는 세포의 개수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민감하게 느껴지는 맛이 있다. 산 음식, 죽은 음식은 여러모로 검증하면서 읽어야 할 책이다. 특히 식단을 선택할 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식단을 권장한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살펴보고, 과학적으로 입증된 식단인지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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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20-12-13 14: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와 비슷하군요. 저도 채식 위주로 먹기 시작했는데 이거 외식할 때는 불가능하더라고요. 그래서 집에서는 채식 위주로, 나가서 술 마실 때는 아무거나....
개인적으로 제가 이 책을 신랄하게 비판한 적이 있는데 저자는 인간이 원래 과일만 먹고 살았다고 하던데... 그러면 겨울에는 어떻게 살았는지 궁금합니다.

cyrus 2020-12-14 09:14   좋아요 1 | URL
맞아요. 먹고 마시는 우리 삶에 변수가 많이 일어나요. ㅎㅎㅎ

파트라슈 2020-12-14 21: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과일값이 얼마나 비싼데요. 마트에 사과 한 알에 3,000원씩 하던데 지금은 좀 내렸지요.
과일을 탄수화물 주 공급원으로 삼는다는 주장은 어이없어 보입니다. 비싼 과일을 삼시세끼 밥대신 먹을 수도 없고 먹을 능력도 안되고 무엇보다 쌀과 김치 된장이 없는 식단은 생각하기도 싫습니다^^ 호모사피엔스가 열대지방에서 생겼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극지방까지 진출해서 다양하게 진화했다는 사실을 저자는 모르는 것입니까? 쌀과 밀을 대체하는 식품으로 과일은 정말 아닌 것 같아요.
혹시 이 책 저자는 독실한 기독교신자가 아닐런지?

cyrus 2020-12-14 21:58   좋아요 1 | URL
이 책을 현실적으로 비판한다면 파트라슈님의 의견이 제격이에요. 맞아요. 지구온난화로 환경이 변하면서 바나나 같은 과일이 점점 줄어든다고 하죠? 이러면 유통되는 과일 가격은 비싸져요. 물론 과일 가격을 오르게 만드는 또 다른 원인들이 있을 것입니다. 저도 저자가 지적 설계론을 지지하는 기독교신자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바닷바람을 맞으며 레이첼 카슨 전집 1
레이첼 카슨 지음, 김은령 옮김 / 에코리브르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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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바닷바람을 맞으며(Under the Sea-Wind)레이첼 카슨(Rachel Carson)이 쓴 책이다. 그렇지만 이 책은 한 사람이 문장으로 빚어낸 생생한 자연 다큐멘터리이기도 하다. 1941년에 나온 바닷바람을 맞으며는 카슨이 쓴 첫 번째 책이자 바다 3부작의 시작을 알린 책이다. 전업 작가가 되기 전에 카슨은 해양 생물에 관한 라디오 원고를 주로 썼다. 홍보용 소책자에 실린 카슨의 글을 눈여겨본 미국 어업국(Bureau of Fisheries, 우리나라의 해양수산부와 같은 행정기관) 소속 직원(카슨의 직속 상사)은 그녀에게 대중 매체에 실을 만한 글을 써보라고 격려했다. 평소에 바다와 해양 생물에 관심이 많았던 카슨은 자신의 강점을 살려서 바다를 주제로 한 책을 쓰기 시작했다. 그 책이 바로 바닷바람을 맞으며이다.


바닷바람을 맞으며에 가장 비중 있게 나온 해양 생물은 갈매기, 고등어, 뱀장어다. 카슨은 책을 쓰기 위해 바다에 직접 가서 해양 생물들을 관찰했다. 바닷바람을 맞으며를 유심히 보면 카슨의 정확한 관찰력이 만들어낸 문장들을 확인할 수 있다. 그 문장들을 읽으면 마치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필자가 이 책을 ‘자연 다큐멘터리라고 말한 이유가 있다



 고기를 잡기 위해 다시 강으로 돌아간 물수리는 수면 가까이로 급강하해 날갯짓을 하며 발을 강에 담갔다. 발톱에 묻은 물고기의 점액을 닦는 것이다. (93)

 

 어부들이 두 번 정도 그물을 더 거둔 후 만조가 되었다. 이윽고 물고기를 잔뜩 실은 배들이 돌아갔다. 회색 바다를 배경으로 흰 모래톱에서 날아온 갈매기 무리가 해변의 물고기를 잔뜩 먹었다. 갈매기들이 먹이를 놓고 싸움을 벌일 때 작고 검은 깃털을 지닌 새 두 마리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녀석들은 해변의 좀 더 높은 곳으로 물고기를 가져가 먹어치웠다. 그들은 해변 언저리에서 먹이를 찾아다니는 고기잡이까마귀로, 죽은 게나 새우 등 바다의 부산물을 먹고 살았다. 해가 지자 숨어 있던 구멍에서 나온 달랑게 군단이 해변에 남겨진 물고기의 마지막 잔해마저 깨끗이 해치워버렸다. 그보다 먼저 모래벼룩이 모여들어 고기의 사체를 나름의 방식으로 재생하느라 바빴다. 바다에서는 아무것도 그냥 사라지지 않는다. 무엇 하나가 죽으면 다른 하나가 산다. 생명의 중요한 요소가 계속해서 끝없는 순환을 이어가는 것이다. (104)

 

 

[원문]

 After the fishermen had made two more hauls and then, as the tide neared the full, had gone away with laden boats, a flock of gulls came in from the outer shoals, white against the graying sea, and feasted on the fish. As the gulls bickered among themselves over the food, two smaller birds in sleek, black plumage walked warily among them, dragging fish up on the higher beach to devour them. They were fish crows, who took their living from the edge of the water, where they found dead crabs and shrimps and other sea refuse. After sundown the ghost crabs would come in legions out of their holes to swarm over the tide litter, clearing away the last traces of the fish. Already the sand hoppers had gathered and were busy at their work of reclaiming to life in their own beings the materials of the fishes’ bodies. For in the sea, nothing is lost. One dies, another lives, as the precious elements of life are passed on and on in endless chains.



하지만 카슨은 당시 1940년대의 기술과 지식만으로는 해양 생물의 참모습을 독자에게 전달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의 부지런하게 바다를 산책하면서 세밀하게 관찰했지만, 개인의 능력만으로 거대하고도 깊은 바다 세계의 풍경을 독자들에게 실감 나게 전달하기에 역부족이었다따라서 지금까지 알려진 바다와 해양 생물에 대한 지식과 비교해서 책을 읽으면 정확성이 떨어진 내용을 발견할 수 있다아마도 그녀가 이 책을 쓰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바로 뱀장어의 성장 과정을 설명하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녀는 해양 생물연구소에 일했을 때 뱀장어를 관찰하고 연구했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뱀장어가 어떻게 사는지, 어디서 알을 낳는지 등에 대해 밝혀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카슨은 뱀장어 이야기를 어떻게 썼을까? 그녀는 당시로선 새로운 방식으로 글을 썼다. 카슨은 지식으로 채워지지 않은 해양 생물의 삶에 상상력을 불어넣었다. 그녀의 상상력에서 잉태된 해양 생물들은 흡사 인간의 모습을 닮았다. 동물을 의인화한 표현 방식은 지식의 정확성을 요구하는 과학적 글쓰기에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카슨이 재구성한 해양 생물들의 이야기는 인간과 동물을 구별하게 만든 이분법적 구도를 가뿐히 뛰어넘는다. 이분법적 구도의 창시자 데카르트(Descartes)는 의심하는 인간의 영혼만을 주체로 간주하고, 동물을 생각과 영혼이 없는 객체로 밀어 넣었다. 바닷바람을 맞으며에서 유일하게 등장한 인간은 고등어를 잡는 어부다. 그러나 이 어부는 지구상에 있는 모든 생명체 중 가장 높은 자리에 군림한 자연의 정복자가 아니다. 바닷바람을 맞으며에 묘사된 어부는 생존을 위해서 바다로 뛰어든 하잘것없는 동물이며 바다 생태계 속에 적응하면서 살아가는 개체이다.


자연 속의 동물을 소재로 한 동물문학을 논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된 작품은 파브르 곤충기시튼 동물기. 두 책 모두 각각 곤충과 동물의 생태 연구에 기반을 둔 문학 작품이다. 바닷바람을 맞으며파브르 곤충기시튼 동물기에 견줄만한 동물문학 작품이다. 바닷바람을 맞으며는 과학과 문학, 이 두 세계를 가로지른 카슨의 글쓰기가 돋보인 수작이다. 침묵의 봄이 카슨의 유일한 대표작이 될 수 없다. 그녀가 남긴 모든 책은 자연을 향한 따사로운 애정과 치밀한 관찰이 만나서 생긴 결실이다.








Mini 미주알고주알

 

 


1

 

 

* 117~118

 가장 심한 학살은 밤 시간 동안 일어났다. 넓은 하늘 아래 바다에 고요하고 어두운 밤이 찾아왔다. 그날 밤 작은 플랑크톤은 밤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은 수로, 그만큼이나 밝은 정도로 늘어났다. 빗살해파리, 화살벌레[1], 새우, 해파리[2], 물벼룩, 메두사[2], 투명한 날개를 자랑하는 고둥 무리가 수면 가까이 올라와 어두운 밤 속에 반짝거렸다.

 

[원문]

 It was the nights that had seen the greatest destruction. They had been dark nights with the sea lying calm under a wide sky. On those nights the little stars of the plankton had rivaled in number and brilliance the constellations of the sky. From underlying depths the hordes of comb jellies and glassworms[1], copepods and shrimps, medusae of jellyfish[2], and translucent winged snails had risen into the upper layers to glitter in the dark water.

 

[1] glassworm(유리벌레): Chaoborus(각다귀의 일종)의 유충. 화살벌레와 유리벌레는 서로 다른 개체이다.

 

[2] 해파리는 여러 가지 형태(플라눌라 유생폴립스트로빌라에피라메두사)로 변하면서 성장하는데, 어느 정도 다 자란 해파리를 메두사라고 한다. 그러므로 해파리메두사를 마치 서로 다른 개체인 것처럼 따로 쓸 필요가 없다. 원문에 나온 ‘medusae of jellyfish’는 해파리를 뜻한다.






2

 

 

* 240(용어 설명중에서)

 

심해저[1]


 대륙붕의 가파른 경사면에 둘러싸인 대양 속 깊은 곳의 지형[1]. 심해저의 바닥[1]은 넓고 황량한 평원으로, 보통 깊이는 3킬로미터 정도[2]에 달한다. 때로 8~9킬로미터에 이르는 계곡이나 협곡이 자리하기도 한다. 심해저의 바닥은 깊고 부드러운 무기물 진흙과 바다 생물체의 사체로 덮여 있다. 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아 항상 온도가 낮은 상태를 유지한다.[3]

 

[원문]

 The central deeps of the ocean, enclosed by the steep walls of the continental slope. The floor of the abyss is a vast and desolate plain, lying, on the average, about three miles deep, with occasional valleys or canyons dropping off to depths of five or six miles. The bottom is covered with a deep, soft deposit composed of inorganic clays and of the insoluble remains of minute sea creatures. The abyss is wholly without light and is uniformly cold.

 

 

[1] 심해저는 오역이다. 카슨이 직접 쓴 용어 해설(glossary)’에 제일 먼저 나오는 단어가 ‘abyss’, 심해(수심이 깊은 바다). 심해저(deep sea bottom, deep-sea floor) 또는 심해저 평원(abyssal plain, abyssal floor)은 수심 2000m 이상의 심해의 밑바닥(심해 지형)을 말한다. 그리고 심해저의 바닥은 동의어가 반복된 어색한 표현이다. 심해저의 (, floor)’는 밑바닥을 뜻하는 한자어다. 올바르게 쓰면 심해의 바닥(The floor of the abyss)’이다.

 

[2] 3마일(three miles)km로 환산하면 4.8km이다.

 

[3] 심해는 수심 2,000m 이상의 바다로, 빛과 산소가 거의 없고 온도는 낮은 대신 압력이 매우 높다. 하지만 심해라고 해서 무조건 수온이 낮은 건 아니다. 심해저에 화산처럼 지구 내부의 지열로 뜨거워진 물(수온이 300가 넘는다)과 연기(주로 황화수소가 들어 있다)를 분출하는 열수분출공(熱水噴出孔, hydrothermal vent)이 있다. 이 주변에 있는 생물들은 고온의 환경에 적응하면서 살아간다. 그러므로 심해가 항상 저온 상태로 유지한다고 볼 수 없다. 열수공 주변의 수온은 엄청 뜨겁기 때문이다


카슨과 동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은 심해에 생명체가 살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해양생물학자인 카슨은 심해에 생명체가 살고 있다고 생각했으며 자신의 책인 바닷바람을 맞으며에 심해생물의 생태를 소개했다. 그러나 그녀의 책에 등장한 심해생물들은 저온(또는 고온)과 고압에 적응하기 위해 괴상한 모습으로 진화한 개체에 가깝기보다는 수심이 깊지 않은 바다에서도 사는, 평범한 모습의 개체이다


카슨은 심해 지형에 대륙붕과 대륙사면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1960년대 말에 해양과학자들은 열수분출공이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카슨은 1964년에 사망했기 때문에 그녀는 열수분출공의 존재를 몰랐을 수 있다. 그녀가 세상을 떠난 후인 1977년에 심해 유인잠수정 앨빈(Alvin)호가 처음으로 열수분출공을 확인했다. 카슨이 건강해서 좀 더 살아있었으면 열수분출공에 흥미를 보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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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20-12-12 19: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카슨의 책은 과학책이기에 앞서 문학적이죠. 그는 문학적 감수성으로 과학서를 쓴 작가로 기억될 겁니다. 그 유명한 침묵의 봄도 보면 문학적 표현력이 돋보이는 책이었죠.ㅎㅎ

cyrus 2020-12-13 10:35   좋아요 0 | URL
카슨과 같은 ‘문학적 감수성으로 과학책을 쓰는 작가’가 또 나올 수 있을까요? 제가 잘 몰라서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 카슨과 같은 작가가 누구 있는지 떠오르지 않아요.

레삭매냐 2020-12-12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레이철 카슨에 꽂혀 일단
책들을 사 모으긴 했으나...

여전히 읽지 못하고 있네요.

내년에나 만나 보게 될 수 있을지.

cyrus 2020-12-13 10:36   좋아요 0 | URL
독서모임 책으로 선정되면 안 읽을 수 없게 됩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