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끈이론: 아인슈타인의 꿈을 찾아서 살림지식총서 126
박재모.현승준 지음 / 살림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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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세상에 네 가지 힘이 존재한다. 중력, 전자기력, 강한 핵력, 약한 핵력이다. 중력은 질량을 가진 물질들이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다. 여기서 퀴즈. 네 가지 힘 중에 가장 약한 힘을 무엇일까. 하나 찍어보시라. 대부분 사람은 약한 핵력을 고를 것이다. ‘약한(weak)이라는 단어가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정답은 중력이다. 중력이 약하다 보니 중력을 전하는 파동인 중력파(gravitational wave)의 효과도 약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2015년에 중력파의 실체가 알려지기 전까지 과학자들은 중력파를 검출하지 못해 고전했다.

 

전자기력은 전기력과 자기력을 합친 힘이다. 서로 다른 힘으로 생각됐던 전기력과 자기력을 전자기력으로 통합한 사람은 스코틀랜드의 물리학자 맥스웰(Maxwell)이다. 강한 핵력은 원자핵을 구성하는 입자인 양성자(proton)와 중성자(neutron)를 만드는 힘이다. 양성자와 중성자는 쿼크(quark)라는 소립자로 이루어져 있다. 강한 핵력은 쿼크를 결합한다. 약한 핵력은 강한 핵력의 역할과 반대로 작용하는데 원자핵을 붕괴시킨다.

 

맥스웰은 전기의 힘과 자석의 힘을 전자기력으로 통일하는 데 성공했다. 1967년에 전자기력과 약한 핵력을 통일한 이론이 발표되었고, 1974년에 강한 핵력까지 통일한 이론이 나왔다. 문제는 중력이다. 중력까지 통일한 궁극의 이론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소립자는 만물, 그리고 네 가지 힘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물질이다. 과학자들은 소립자를 (point) 형태의 입자로 생각했다. 그러나 초 끈 이론(super-string theory)에 따르면 만물과 네 가지 힘의 기본 요소는 소립자가 아니라 아주 작은 끈이다. 초 끈의 종류는 두 가지다. 고리 형태의 닫힌 끈과 두 개의 끝점이 있는 열린 끈이다. 초 끈 이론을 지지하는 과학자들은 소립자의 형태를 초 끈이 진동하면서 생기는 파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들은 초 끈 이론이 궁극의 이론을 밝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리라 기대한다.

 

초 끈 이론이 성립하려면 우주를 ‘10차원 공간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궁극의 이론을 완성하기 위해 차원을 추가했다. 초 끈 이론의 최신 버전이라 할 수 있는 ‘M 이론은 우주를 ‘11차원 공간으로 본다. 하지만 초 끈 이론과 M 이론은 학계에서 인정받고 있지만, 실험으로 확실하게 검증되지 않은 상태다.

 

살림지식총서 시리즈의 126번째 책 초 끈 이론: 아인슈타인의 꿈을 찾아서는 특수상대성이론, 일반상대성이론, 양자역학, 그리고 초 끈 이론과 M 이론에 대한 내용을 모두 담고 있다. 하지만 초 끈 이론의 분량이 적다고 해서 만만하게 보면 안 된다.

 

이 책을 참고할 때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이 있다. 11~12쪽에 중력자(graviton)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중력자는 중력을 매개하는 소립자다. 그런데 이 책을 쓴 두 명의 저자는 중력자가 실제로 존재하는 물질인 것처럼 설명했다. 중력자는 존재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물질이다. 중력자를 설명할 땐 반드시 존재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이론상의 물질이라는 식으로 부연 설명을 해줘야 한다. 중력파와 중력자를 혼동하지 말 것!

 

중쇄를 찍을 때 외국어 표기를 고쳤으면 한다. 밍코브스키(17)민코프스키(Minkowski), 슈뢰딩어(23)슈뢰딩거(Schrödinger), 보즈 입자(35)보손 입자(boson particle)로 써야 한다. 독일어로 발음하면 슈뢰딩어에 가깝지만, 국립국어원의 외국어 표기법에는 슈뢰딩거로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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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셰익스피어를 입다 셰익스피어 에세이 3부작
안경환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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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Shakespeare)의 작품들을 보면 과 관련된 장면이나 대사가 많이 나온다. 특히 희극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재판 장면은 가장 유명하다. 젊은 귀족 바사니오(Bassanio)포셔(Portia)와 결혼하고 싶어서 친구 안토니오(Antonio)에게 결혼 자금을 마련해 달라고 부탁한다. 무역 상인 안토니오는 무역용 배들에 실은 자산을 담보로 유대인 고리대금업자인 샤일록(Shylock)에게 돈을 빌린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배들이 모두 침몰하는 바람에 안토니오는 빈털터리가 된다. 안토니오를 증오하는 샤일록은 신체 담보 계약서에 쓰인 대로 안토니오의 심장 가까이에서 살 1파운드를 베어 내려고 한다. 하지만 재판관으로 분장한 포셔는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정확히 1파운드의 가슴살을 떼어내라고 판결을 내린다. 포셔의 판결로 인해 안토니오와 샤일록의 운명이 달라진다. 안토니오는 목숨을 구하지만, 샤일록은 전 재산을 날리고 기독교로 개종까지 하게 되는 수난을 겪는다. 독자들은 안토니오를 살린 포셔의 지혜와 명판결에 찬사를 보낸다. 그러나 몇몇 법률가는 포셔의 판결을 비판하면서 샤일록이 정의에 어긋난 재판의 희생양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미연방대법원 대법관들은 판결을 내릴 때 셰익스피어 작품 속 대사를 인용한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에는 왜 유독 법과 관련된 장면과 대사가 많이 나올까? , 셰익스피어를 입다는 이 궁금증을 해갈해주는 책이다. 이 책을 쓴 안경환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명예교수는 문학에 조예가 깊은 법조인이다. 그는 문학 작품 속에 투영된 법의 모습을 다룬 글을 써왔다. , 셰익스피어를 입다는 셰익스피어의 대표작에 나오는 법과 법조인들의 모습을 분석한 학자들의 다양한 견해를 소개한 책이다.

 

셰익스피어가 활동하던 16세기 영국은 소송 폭주의 시대이다. 한 해 평균 1백만 건의 소송 사건이 일어났다고 한다. 법에 의지하는 국민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법원의 종류도 많아졌다. 왕립법원에 나온 수많은 판결은 시간에 지나면서 누적되어 관습법(Common law)이 된다. 셰익스피어는 자신의 명성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여러 번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크고 작은 소송들을 겪으면서 법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는 동시에 법 제도의 한계 등을 피부로 느꼈을 것이다. 이러한 경험은 작품들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거름이 된다.

 

저자는 문학 작품을 사회적 텍스트로 본다. 사회적 텍스트로서의 문학 작품에 시대가 반영되어 있다. 따라서 문학 작품은 시대의 거울이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법 제도의 변천사가 반영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베니스의 상인의 재판 장면에 대한 법조인들의 분석 다음으로 이 책에 주목해야 할 내용은 햄릿(Hamlet)의 유명한 독백에 대한 법적인 해석이다. 그동안 학자와 독자들은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을 햄릿의 우유부단한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사로 해석했다. 그렇지만 저자는 기존의 통설을 반박하면서 법률가적 해석을 주장한다. ‘법률가적 해석에 따르면 햄릿은 아버지의 복수를 실패한 우유부단한 사람이 아니다. 그는 복수에 눈이 멀기 쉬운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기 위해 노력했다. 만약 그가 당장 삼촌을 죽였으면 살인자가 된다. 햄릿은 살인죄의 책임을 면하는 대책을 강구했을 것이다. 그리고 삼촌이 아버지를 죽인 사실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를 포착해서 언젠가 공격할 수 있는, 법적 복수를 생각했을 수도 있다. 따라서 햄릿은 신속한 사적 복수와 지루한 법적 복수 중에 무엇을 선택할지 고민한 것이다. 저자는 햄릿의 고민을 영리한 법률가의 계산된 이성적인 행동으로 본다.

 

햄릿에 대한 법률가적 해석은 참신하지만, 다수의 사람이 동의하기 힘든 비주류 해석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을 어떻게 번역하느냐에 따라 햄릿의 성격에 대한 분석이 달라진다. ‘법률가적 해석을 주장한 저자는 햄릿의 대사를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다라고 의역했다. 가장 많이 알려진 번역문이다. 원문을 직역하면 있음이냐 없음이냐, 그것이 문제다가 된다. 직역을 선호하는 역자나 독자가 많지 않지만, 그래도 의역한 문장이 무조건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햄릿의 대사는 의미를 제대로 살리면서 번역하기 힘든 문장이다. 그러므로 의역한 문장만 가지고 햄릿을 고민하는 영리한 법률가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아마도 저자는 문학에 문외한인 법학도와 문학을 좋아하는 법학 비전공자 모두를 충족시키기 위해 이 책을 썼을 것이다. 그래서 , 셰익스피어를 입다멀찌감치 떨어진 문학과 법이라는 두 문화를 왕래하고 싶은 독자들을 위한 다리 같은 역할을 해줄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문학 애호가와 법학도 모두를 만족시켜주는 책이 되기 어려워 보인다. 이 책을 흥미롭게 읽기 위해서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먼저 읽어보는 것이 좋다. , 셰익스피어를 입다에 소개된 열두 편의 작품 중에 국내 독자들이 잘 읽지 않는 역사극(헨리 62, 리처드 2, 리처드 3)’이 포함되어 있다. 지루하고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알고 나서 , 셰익스피어를 입다를 읽으면 작품 속 장면에 대한 저자의 해석을 이해할 수 있다. 법률 용어의 의미를 상세하게 설명한 각주가 없는 저자의 글은 책을 읽으려는 법학 비전공자에게 부담감을 준다. 이렇다 보니 에세이집’이 아닌 논문 모음집을 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어이없는 오자와 오류가 눈에 걸린다. 15쪽에 있는 웨스터민스터웨스트민스터(Westminster) 사원의 오자다. 112쪽에 햄릿의 삼촌을 클라우디우스라고 잘못 썼다. 클라디우스라고 써야 한다. 148~149쪽에 영국의 수필가 겸 언론인 조셉 애디슨(Joseph Addison)조셉 에디슨(Joseph Edison)으로 잘못 썼다(조셉 애디슨보다 조지프 애디슨라는 이름이 더 많이 알려져 있)157쪽에 보조관이라는 단어가 있는데, 보좌관의 오자로 보인다. 293쪽에 한 여름 밤의 꿈의 등장인물 이름이 잘못 적혀 있다. 타니아너'티타니아(Titania)'로 고쳐야 한다. 348쪽에 보면 동성애자옆에 소괄호로 ‘LGBT’로 표기한 문장이 있다. ‘LGBT’는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의 첫 글자를 합친 것으로 성소수자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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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철학자 데카르트(Descartes)는 어려서부터 몸이 약했다. 몸이 안 좋을 땐 교장의 허락을 받아 집으로 돌아온 후,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곤 했다. 이때부터 데카르트는 침대에 누워 사색하는 버릇을 가지게 된다. 20대의 데카르트는 전쟁에 참여하기 위해 자원입대를 한다. 어느 날 그는 막사 침대에 누워 있다가 바둑판 형태의 무늬가 그려진 천장 위에 달라붙은 파리를 발견한다. 데카르트는 천장에서 움직이는 파리의 위치를 나타내기 위해 좌표평면을 생각한다.

 

 

 

 

 

 

 

 

 

 

 

 

 

 

 

 

 

* 김승태 데카르트가 들려주는 좌표 이야기(자음과모음, 2008)

    

 

 

좌표평면은 x축과 y으로 이루어져 있다. 좌표평면의 가장 큰 특징은 한 점의 위치를 수치로 도출해 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다. 가로축(x)의 숫자와 세로축(y)의 숫자만 있으면 점의 위치를 표시할 수 있으며 점이 어디에 있는지 측정할 수도 있다.

 

 

 

 

 

 

 

 

 

 

 

 

 

 

 

 

 

* [절판] 차원이란 무엇인가?(아이뉴턴, 2009)

* 차원의 모든 것(아이뉴턴, 2019)

 

    

 

좌표의 개념을 이해하면 차원의 정의도 이해할 수 있다. 좌표를 고안한 데카르트가 차원을 정의한다면 한 점의 위치를 정하기 위해 필요한 수치의 개수라고 말할 것이다. 앞서 좌표평면에 있는 점의 위치는 가로축의 숫자와 세로축의 숫자에 의해 결정된다고 언급했다. 가로축의 숫자, 세로축의 숫자는 한 점을 위치를 정하기 위해 필요한 수치이므로 2개이다. 따라서 좌표평면은 2차원이다. 그렇다면 좌표평면이 아닌 곳에 있는 점은 몇 차원일까? 0차원이다. 왜냐하면 이 점의 위치를 표시할 수 있는 수치가 없기 때문이다. 직선은 1차원이다. 임의의 두 점 사이를 연결하면 직선이 된다. 두 점 사이의 거리만 알면 직선 위에 있는 점의 위치를 알 수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은 3차원이다. 기준점으로부터 가로’, ‘세로’, ‘높이방향을 나타내는 세 가지 수치로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말로 풀어쓴 차원의 정의는 단번에 이해하기 쉽지 않다. 그림을 이용해 차원의 정의를 설명하는 방식이 머릿속에 쏙쏙 들어온다. 그러므로 도판과 일러스트가 가득한 일본의 과학 잡지 <뉴턴(Newton)>을 추천한다. 매달 나오는 잡지를 구독하지 않아도 <뉴턴>을 접할 수 있는데, 기본적으로 우리가 알아야 할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정리한 <뉴턴 하이라이트(Newton Highlight)>는 잡지 정기 구독자가 아닌 독자들을 위한 오아시스와 같은 존재이다.

 

필자가 데카르트의 좌표 개념을 이용해 차원의 정의를 설명한 내용은 2009년에 나온 차원이란 무엇인가?와 작년에 나온 차원의 모든 것을 참고하여 요약한 것이다. 차원이란 무엇인가?인쇄본은 현재 절판되었다. 그런데 전자책(e-Book)은 판매 중이며 지금도 구매할 수 있다. <뉴턴 하이라이트> 편집자들이 언급하지 않았지만, 사실 차원의 모든 것차원이란 무엇인가의 개정판이다. 그래서 두 권의 책 초반 내용은 거의 비슷하다. 처음에 차원의 정의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데,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그려진 일러스트도 똑같다. <뉴턴 하이라이트> 편집 방식은 복사하기, 붙여 넣기(Ctrl+C, Ctrl+V)수준에 가깝다.

 

일러스트가 많다고 해서 <뉴턴 하이라이트>를 과학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초보 독자들에게 적합한 책이라고 생각해선 된다. 어떤 과학자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4차원 공간(3차원 공간과 시간을 합친 개념)을 넘어선 고차원 공간이 우주에 있다고 주장하는데, 그 사람들이 내세우는 이론이 바로 브레인 이론(brane theory)과 초끈 이론(superstring theory)이다. 이 두 개의 이론은 과학자들도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이론으로는 설명이 가능하지만, 실험으로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검증을 중요하게 여기는 과학자들은 브레인 이론과 초끈 이론을 부정적으로 보기도 한다. 차원이란 무엇인가차원의 모든 것에 브레인 이론과 초끈 이론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난해한 내용을 독자들이 알기 쉽도록 압축한 편집자의 노력이 돋보인다. 하지만 이론물리학에 생소한 독자들은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뉴턴 하이라이트>를 수집하는 마니아가 아니라면 절판된 차원이란 무엇인가를 굳이 살 필요가 없다. 차원이란 무엇인가2009년에 나온 책이라서 당연히 2010년대에 발견된 과학적 성과가 반영되어 있지 않다. 2009년은 중력파와 힉스 입자가 발견되지 않았던 시절이다. 지금 시점으로 보면 차원이란 무엇인가는 오래된 책으로 느껴지지만(이 책이 나온 지 십 년이 지났으니 그렇게 느껴지는 건 당연하다), 이 책에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드는 특별한 내용이 있다. 그것은 바로 미국의 이론물리학자 리사 랜들(Lisa Randall)의 인터뷰 내용이다. 그녀는 네 가지 힘(중력, 전자기력, 강한 핵력, 약한 핵력) 중의 하나인 중력이 약한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휘어진 여분 차원 모델을 주장했다. 리사 랜들의 휘어진 여분 차원 모델차원의 모든 것에도 언급된다. 그러나 리사 랜들의 인터뷰 내용은 차원의 모든 것에 수록되지 않았다.

 

 

<뉴턴 하이라이트>가 일본에서 만들어진 책이라서 그런지 직소 퍼즐(jigsow puzzle)’이 지그소 퍼즐로 표기된 점이 눈길이 간다. 차원이란 무엇인가차원의 모든 것을 보면서 발견한 사실인데, 초끈 이론에서 말하는 초끈 길이의 수치가 다르다. 그런데 초끈 이론을 설명한 책이나 인터넷에 있는 자료를 살펴보면 초끈 길이가 제각각 다르게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초끈은 관측되지 않았기 때문에(설사 존재한다고 해도 아주 미세해서 현재의 측정 기술로는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렵다) 초끈 길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다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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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인권으로 한 걸음 - 가해자를 만들지 않는 성교육을 향하여
엄주하 지음 / 을유문화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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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의 부모는 자녀와 ()을 터놓고 대화하지 못한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성을 가르치는 일을 내키지 않아 하는 부모들이 있다. 아이가 성교육을 받으면 벌써 성에 눈을 뜨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콘돔의 용도를 알려주는 나름 진취적인 부모도 있겠지만, 과연 이들이 사용법이나 주의사항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했는지 의문이다.

 

우리나라 청소년은 일반 콘돔을 살 수 있다(여성가족부는 돌출형 콘돔과 사정지연 콘돔을 남성용 여성 성기 자극 기구로 분류하여 청소년 유해 물품으로 지정했다). 청소년도 성적 존재이므로 성관계를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어른들은 청소년들에게 콘돔을 왜 써야 하는지,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어떤 것을 골라야 몸에 해롭지 않은지 등에 대해서 가르쳐주지 않는다. 콘돔이 성인용품이라는 인식은 여전히 만연하다. 어른들은 콘돔이 술이나 담배처럼 19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팔면 안 되는 물품이라고 생각한다. ‘너희들은 콘돔을 쓰기에는 아직 어려’, ‘사리분별 못하는 나이라서 안 돼이렇게 생각한 이유는 청소년의 성관계에 대한 반감일 테고, 설사 그게 아니었더라도 콘돔이 청소년 유해 물품이라고 생각하는 편견일 것이다.

 

우리 사회에 아직도 청소년의 성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남아 있다. 이렇다 보니 청소년을 무성(無性)적인 존재로 보는 경향이 있다. 성 자체를 부끄러워하고 위험하게 생각하는 인식은 청소년을 성적 존재로 보지 못하게 만든다. 청소년을 성적 존재로 인정하지 않는 교사나 학부모는 성교육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성교육은 청소년들에게 순결을 강조하는 명목상의 성교육이었다. 성교육 교사들은 여학생들에게 성폭력을 예방하는 차원으로 해서는 안 될 행동들을 가르쳐주었다. 구시대적인 성교육을 받은 여학생들은 성적 의사 결정을 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며 자신이 성적 존재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반면 남학생들은 성교육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포르노에 익숙한 남학생들은 성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성교육을 받지 못한 남학생은 자신의 성적 행동이 타인을 위한 존중인지 아니면 타인을 파괴하는 폭력인지 스스로 판단하지 못한다. 성교육에 대한 남학생들의 저조한 반응을 심각하게 느끼지 못한 성교육 교사들은 가해자 되지 않기교육, 즉 성폭력을 하면 안 되는 이유를 자세히 가르쳐주지 않는다.

 

성 인권으로 한 걸음은 부실한 성교육의 실태와 성교육을 외면하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학생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성 인권 교육을 하고 있는 초등학교 보건 교사다. 성 인권에는 성적으로 보장받을 권리성적으로 침해받지 않을 권리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 ‘성적으로 보장받을 권리는 자신의 몸에 대해 긍정하고, 자신의 성적 느낌과 반응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권리이다. ‘성적으로 침해받지 않을 권리는 성별이나 성적 지향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 성적으로 괴롭힘을 받지 않을 권리, 성폭력과 성매매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을 권리 등을 아우른다. 성 인권 교육은 남녀가 서로 좋은 인간관계를 맺기 위해 배워야 할 윤리 교육이자 사회성 교육이다. 성 인권 교육은 자신과 다른 사람의 성을 존중하는 법을 알려준다.

 

저자는 청소년을 성적 자기결정권이 있는 주체로 인정하는 성 인권 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로써 저자는 청소년의 성이 당당하고 주체적이며 아름답고 유쾌한 것이라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가 일어날 때 아이들은 부끄럽고 은밀한 성이 아닌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성을 배울 수 있다.

 

성 인권 교육은 문란한 성 문화를 조장하는 교육이 아니다. 실제로 누군가가 겪고 있고,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현실에 대한 교육이다. 이제 아이들은 아기는 어떻게 생겨요?’, ‘성관계는 어떻게 해요?’라는 그런 뻔한 질문을 하지 않는다. 만약 당신이 부모라면 자녀가 콘돔을 어떻게 써요?’, ‘남자친구가 자꾸 내 몸을 만지려고 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고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성교육 전문 교사가 되지 않더라도 어른이라면 아이들을 위해 올바른 성에 대해 가르칠 줄 알아야 한다. 성에 대한 편견과 잘못된 지식을 가지고 있으면 그 자체로 비뚤어진 성 개념만 아이들에게 전달될 것이다. 먼저 자신의 성에 대한 가치관과 태도를 점검해본 뒤에 부족한 지식을 채우고, 잘못된 관념을 바로잡는 노력부터 선행해야 한다. ‘남자는 본능적으로 포르노를 보기 때문에 괜찮아’, ‘혼전 성관계는 무조건 안 된다’, ‘이성 친구는 나중에 사귀어도 된다는 식의 어설픈 교육은 성에 대한 편협한 생각을 아이들에게 심어줄 뿐이다. 사실 성 인권 교육을 배워야 할 사람은 어설프게 성교육을 받고 자란 어른들이다. 성 인권 교육을 배워야 하는 적당한 시기는 따로 있지 않다. 성 인권 교육은 기본적으로 자신과 타인의 성을 소중히 여기도록 해주는 교육이기 때문에 누구나 배워야 한다. 성 인권으로 한 걸음은 나와 타인의 성을 올바르게 사랑하고 싶은 모든 세대의 사람들이 함께 읽어야 하는 책이다.

 

 

 

 

 

Trivia

 

 

*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성적 존재에게 태어나는 순간부터 요구되는 성도덕적 규범들을 제대로 알려 주어야 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욕구를 조절하며 좌절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31)

 

성적 존재로라고 고쳐 쓰면 문장이 어색하지 않다.

 

    

 

* 기독교, 불교, 힌두교 등 종교에서도 여자가 신이 된 경우는 없었고 오히려 여성은 불경의 존재에 가까워 배척받고 천대받았다. (130)

 

힌두교에 여신이 있다. 이들을 데비(Devi)라고 부른다. 힌두교 남신은 데바(Deva)라고 한다.

    

 

 

* 어떤 여성은 미러링 방법으로 만약 남성이 생리를 했다면 어땠을지 상상해 보자고 했다. 그리고 남성이 월경을 했다면 지금과는 반대로 월경이 신성시되었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154)

 

어떤 여성의 정체는 글로리아 스타이넘(Gloria Steinem)이다. 그녀가 주장한 내용은 저서 남자가 월경을 한다면(현실문화연구, 2002)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서정윤사랑한다는 것으로에는 사랑한다는 것으로 새의 날개를 꺾여 너의 곁에 두려 하지 말고 가슴에 작은 보금자리를 만들어 종일 지친 날개를 쉬고 다시 날아갈 힘을 줄 수 있어야 하리라라는 문장이 나온다. 존재 그 자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사랑이다. 또 사랑 못지않게 이별하는 방법도 중요하다. 이별 또한 자신에게 맞는 상태를 찾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다. (225)

 

서정윤은 베스트셀러가 된 시집 홀로서기를 쓴 시인이다. 2008년에 대구 영신고등학교에서 국어 교사로 재직 중에 남학생을 골프채로 체벌했다가 징계받았다. 이듬해에 그는 영신중학교로 전근했는데 2013년에 해당 학교 여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해임 처분을 받았다. 그 후 서 씨는 교단을 떠났다. 저자가 성 인지 감수성이 없는 서 씨의 시구를 인용하는 것은 책의 주제에 맞지 않다. 중쇄를 찍을 때 서 씨의 시구를 뺐으면 한다.

    

 

 

*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가 되면서 일본은 전쟁의 죽음 앞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는 군인들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1916년 공창제를 선포하였으며, 이것이 점차 확대되어 부작용의 하나로 생긴 것이 일본군 위안부. (286)

 

위안부를 적을 때 작은따옴표(예시: 일본군 위안부’)를 붙여 써야 한다. ‘위안이라는 단어는 일본군을 위한 자발적인 참여의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일본군 위안부의 실체를 거부하는 국내 및 일본 극우 세력의 입장과 유사하다). 그래서 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여주기 위해 작은따옴표를 쓴다.

    

 

 

* 291쪽 오자: 네델란드 네덜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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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0-07-01 17: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현재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cyrus님이 말하는 성인권부분까지 성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성교육은 상당히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교육이 이루어지고 교육내용도 많이 좋아졌죠. 딱 하나 아직까지 안되는 부분은 실제로 콘돔을 어떻게 쓰는가하는 실용적인 부분인데 학교 성교육이 여기까지 하기에는 아직 용기도 학부모의 인식도 넘어야 할 산이 많아요.

cyrus 2020-07-02 10:03   좋아요 0 | URL
성에 대한 아이들의 관심과 인식의 범위는 점점 더 다양해지고 넓어지고 있는데, 어른들은 아이들의 반응에 못 따라오고 있어요. 그래서 어른들은 요즘 아이들이 배우고 있는 성교육을 예전에 자신들이 배운 그 내용과 같다고 생각해요. 성교육은 매번 업데이트되어야 합니다. 문제는 어른들이 교육 방식의 변화를 못 따라가고 있는 실정이에요.

2020-07-19 1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난해한 현대시를 읽으면 고통스럽다. 읽으면 읽을수록 머리가 아프다. 안 읽으면 그만이지 시간을 낭비하면서까지 어려운 시를 읽느냐고 할지 모르겠다. 시를 읽고 싶은 호기심, 현대시를 알고 싶은 욕구 때문에 자꾸 시를 읽으려고 한다. 물론 의미가 불분명한 문장으로 꾸며놓은 시는 보고 싶지 않다.

    

 

 

 

 

 

 

 

 

 

 

 

 

 

 

 

 

 

* 로트레아몽, 윤인선 옮김 말도로르의 노래(달섬, 2020)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말도로르의 노래(문학동네, 2018)

 

    

 

로트레아몽(Lautreamont)의 산문시 말도로르의 노래(Les Chants de Maldoror)는 난해한 현대시로 유명하다. 주인공 말도로르가 저지르는 온갖 악행과 신성모독에 대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말도로르의 노래는 초현실주의에 영향을 준 현대시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현대의 독자들은 이 작품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단번에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지나치게 과장된 문장들은 독자의 인내심을 시험한다. 로트레아몽은 종종 불어사전에 없는 단어를 썼는데,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글쓰기 방식은 로트레아몽을 전공한 불문학자들의 진땀을 빼게 한다. 우리말로 번역하기 힘든 단어나 문법이 맞지 않는 문장(로트레아몽이 의도적으로 썼을 가능성이 높다)은 번역자들을 괴롭힌다.

 

말도로르의 노래완역본 2종을 비교하면서 읽으면 로트레아몽의 문장이 얼마나 어려운지 느낄 수 있다.

 

    

 

* 원문

Fatigué de la vie, et honteux de marcher parmi des êtres qui ne lui ressemblent pas, le désespoir a gagné son âme, et il s’en va seul, comme le mendiant de la vallée.

 

* 생활에 지치고, 그와는 닮지 않은 존재들 사이에서 걷는 게 부끄러워, 그는 절망에 빠졌다. 그래서 그는 계곡의 걸인처럼 홀로 죽어 가고 있다. (윤인선 옮김, 83)

 

* 삶에 지치고, 자기와 닮지 않은 존재들 사이로 걷는 것이 부끄러운 나머지, 절망이 그의 영혼을 짓눌러, 그는 계곡의 걸인처럼 홀로 간다. (황현산 옮김, 77)

 

 

인용문의 말도로르의 노래 두 번째 노래’ 7절에 나오는 양성(兩性) 인간이다. 두 개의 문장은 속세에 거리를 두는 양성 인간의 모습을 묘사한 내용이다. 그런데 첫 번째 문장을 번역한 윤인선은 양성 인간이 쓸쓸하게 죽어 간다는 식으로 번역했다. 그녀는 동사 ‘va’를 잘못 번역했다. ‘va’떠나다’, ‘가다를 뜻하는 ‘aller’3인칭 단수형이다. ‘양성 인간이 홀로 간다라고 번역한 황현산의 문장이 맞다. 두 번째 노래’ 7절 전체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양성 인간은 죽지 않는다.

 

 

    

 

* 원문

Écoutez les pensées de mon enfance, quand je me réveillais, humains, à la verge rouge.

 

* 나의 어린 시절, 내가 빨간 채찍에 맞아 잠을 깨곤 했을 때, 인간들이여, 그때 내가 한 생각을 들어 보라. (윤인선 옮김, 112~113)

 

* 내가 어린 시절에 잠에서 깨어나면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들어보라, 음경이 빨간 인간들아. (황현산 옮김, 102)

 

 

두 번째 노래’ 12절에 나오는 첫 문장의 일부이다. ‘verge’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 단어인데, 막대 또는 채찍을 뜻한다. ‘verge’음경을 뜻하기도 한다. 이 문장을 우리말로 번역하기가 까다로워 보인다.

 

 

 

 

* 원문

Quel ne fut pas son étonnement, quand il vit Maldoror, changé en poulpe, avancer contre son corps ses huit pattes monstrueuses, dont chacune, lanière solide, aurait pu embrasser facilement la circonférence d’une planète!

 

* 낙지로 변한, 말도로르가, 창조주의 몸에다 자신의 흉측한 여덟 개의 발을 뻗치는 것을 창조주가 보았을 때, 그의 놀라움은 얼마나 컸을 것인가! 견고한 가죽끈 같은, 그 각각의 낙지발은 쉽게 하나의 유성 둘레를 감쌀 수 있었을 것이다. (윤인선 옮김, 134)

 

* 녀석의 놀라움이 얼마나 컸을까, 말도로르가 낙지로 둔갑해, 하나하나가 질긴 가죽 끈이어서 행성 하나쯤은 어렵잖게 둘러 감을 수도 있을 그 흉물스러운 여덟 개의 다리를 제 몸뚱이 쪽으로 뻗는 것을 제 눈으로 보았으니. (황현산 옮김, 112)

 

 

말도로르는 각종 동물로 변신하면서 자신의 폭력성을 드러낸다. ‘planète’도 앞서 언급한 verge’처럼 뜻이 많은 단어다. 행성과 유성뿐만 아니라 지구, ‘세계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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