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다이어트 - 뉴스 중독의 시대, 올바른 뉴스 소비법
롤프 도벨리 지음, 장윤경 옮김 / 갤리온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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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뉴스로 세상을 보면 마음이 심란하다. 그래서 정신 건강을 위해 뉴스를 자주 들여다보는 습관을 줄이도록 노력하고 있다. 뉴스를 아예 안 보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대화 소재로 나올만한 뉴스는 챙겨보고 있다. 사람들이 뉴스를 보는 이유는 다양하다. 그런데 요즘에도 세상의 이면을 제대로 알고 싶어서 뉴스를 본다는 사람이 있을까? 정말로 그런 사람이 있다면, 나는 뉴스를 너무 믿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진실을 은폐하는 뉴스가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다.

 

뉴스를 많이 보지 말라고 말하면 누군가는 내게 이런 말을 할 것이다. “당신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관심이 없군요.” 뉴스에 나오는 내용을 상식으로 여기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은 시사 상식이 부족한 사람, 즉 뉴스를 보지 않은 사람과 대화를 하지 않는다. 그러면 나는 미국의 작가 업튼 싱클레어(Upton Sinclair)의 말을 살짝 변형해서 뉴스를 너무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말할 것이다. 매일 뉴스를 열심히 보는 당신은 세상의 모든 진실을 제대로 본다고 생각하세요? 당신은 프로파간다를 보고 있는 건 아닌지요?”[]

 

프로파간다에 쉽게 휘둘리는 똑똑한 바보로 살고 싶지 않으면 뉴스 다이어트를 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스위스의 작가 롤프 도벨리(Rolf Dobelli)뉴스 다이어트를 제안한다. 뉴스는 우리 일상에 아주 가까이에 있다. TV와 유튜브에 실시간으로 뉴스 방송이 흘러나오고 있다. 스마트폰을 통해 각종 언론이 제공하는 뉴스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뉴스를 습관적으로 보게 되면 현실을 인식하는 감각이 무뎌진다. 이러면 현실과 동떨어진 판단을 내릴 수 있다. 뉴스가 대중에게 보여주는 진실은 부차적이고 표면적인 현상에 불과하다. ‘진실이라고 우기던 뉴스가 나중에 오보로 정정될 때가 있다. 이 정도는 약과다. 자신이 쓴 잘못된 보도 내용을 수정하지 않는 기자들이 있다. 뉴스를 소비하는 대중은 뉴스에 나온 내용을 그대로 믿으며 세상을 단순하게 해석한다. 이러면 뉴스 속에 있는 가짜 논증이나 오류까지 믿어버린다.

 

스트레스의 원인은 다양한데, 그중 하나가 뉴스다. 뉴스를 보면 화가 나고 짜증 날 때가 있다.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사람은 뉴스에 나오는 범죄자를 보면 쌍욕을 내뱉는다. 그리고 정부에 대한 불만과 불신을 드러낸다. 온라인 아고라(agora)로 시작된 댓글 창은 뉴스를 보다가 스트레스 받는 사람들이 부정적 감정을 배출하는 온라인 아수라장으로 변질했다. 인간은 좋은 소식보다 나쁜 소식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 뉴스 소비자의 심리를 자극하는 뉴스는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한다.

 

롤프 도벨리는 한 권의 좋은 책을 읽는 것이 뉴스에 파묻혀 사는 것보다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독자들의 지식 저장소가 텅텅 비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책을 읽으라고 권하는 것 같다. 하지만 지식 습득 방식으로 독서를 강조하는 그의 입장은 진부하다. 책에 너무 의존하는 것도 좋지 않다. 뉴스든 책이든 그 속에 있는 정보를 깊이 있게 분석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래도 프로파간다와 거짓으로 채워진 뉴스에 조종당하지 않으려면 방어 체제를 갖춰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방어 체제는 정보에 대해서 늘 끊임없이 생각하고, 검증하는 것이다.

 

 

 

 

 

[] 원문: 매일 신문을 읽는 당신은 진실을 읽는 것인가 아니면 프로파간다를 읽는 것인가?”, 뉴스 다이어트84쪽에 있다. 

 

 

Trivia

 

어떤 전쟁이 왜 발발했는지, 어떤 기술의 약진이 왜 일어났는지, 또는 축구 경기에서 바르셀로나가 왜 마드리드를 이겼는지 등의 이유는 분명하게 말할 수 없다. (63)

 

FC 바르셀로나가 이긴 팀이 레알 마드리드인지 아니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인지 분명하게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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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라투스트라 2020-06-03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뉴스 다이어트 반드시 필요한 듯^^ 저도 그걸 시작한 게 한 10년은 넘은 것 같네요...

cyrus 2020-07-01 12:51   좋아요 0 | URL
네, 습관적으로 뉴스를 보는 것보다는 내가 어떤 이슈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을 때 뉴스를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사실 우리 사회의 모든 이슈에 관심을 가지는 일은 불가능해요. ^^

페크pek0501 2020-06-03 22: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은 인식의 지평을 넓혀 주고, 균형 잡힌 사고를 하게 해 주죠. 문제는 어떤 책이 좋은 책인가 하는 거죠. 책을 사다 보면 잘못 샀구나, 할 때가 종종 있어요. 또 제가 좋은 책으로 알고 있는 책이 사실은 그렇지 않을 수 있죠.
뉴스는 더 하죠. ㅋ

cyrus 2020-07-01 12:53   좋아요 0 | URL
좋지 않은 책을 고르는 것도 좋은 책을 고르기 위한 과정의 일부에요. 저는 그게 부끄러워해야 할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

감은빛 2020-06-11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요즘처럼 뉴스가 넘쳐나는 시대에는 뉴스 다이어트가 필요한 것 같아요.
그런데 또 자극적인 제목을 보면 나도 모르게 클릭을 하게 되죠.
이런 걸 자꾸 클릭하니까, 이런 저질 뉴스가 자꾸 나오고, 기레기들이 판치는거야
라고 생각은 하지만, 궁금한 건 또 못 참는 성격이라 결국 찾아보게 되더라구요.

cyrus 2020-07-01 12:54   좋아요 0 | URL
맞아요. 뉴스 내용이 부실하고 영양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제목 때문에 호기심이 생겨서 결국 보고 말아요.. ㅎㅎㅎ

Angela 2020-06-13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디어의 배신은 항상 맞는것 같아요. 그것 역시 사람이 만드는 것이니까요~^^

cyrus 2020-07-01 12:57   좋아요 0 | URL
믿는 언론에 뒤통수 찍힐 수 있어요.. ㅎㅎㅎㅎ
 

 

 

코로나19의 여파로 미국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개막이 기약 없이 연기된 상태다. MLB 사무국과 선수협회는 시즌을 단축해 7월에 개막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다.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경기 수는 총 162경기인데 많게는 100경기까지 축소될 수 있다. 경기 수가 얼마나 줄어드느냐에 따라 0점대 평균자책점(ERA: Earned Run Average), 4할 타율 등 꿈의 기록들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1941테드 윌리엄스(Ted Williams, 0.406)를 끝으로 메이저리그 78시즌 동안 4할 타자가 나오지 않았다. 1876년에 시작된 메이저리그에서 4할을 기록한 타자는 총 20명이다. 국내 프로야구(KBO) 유일의 4할 타자는 백인천(0.412)이다. 이 기록은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시즌에 나왔다. 백인천은 72경기에 나와 250타수(298타석) 103안타(홈런 19)를 기록했다. 프로야구 첫 시즌이 팀당 80경기라서 정식 기록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 스티븐 제이 굴드 풀 하우스(사이언스북스, 2002)

 

 

 

4할 타자가 잘 나오지 않고 있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타자들의 타격 기술이 퇴보한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미국의 진화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Stephen Jay Gould)는 자신의 저서 풀 하우스4할 타자가 사라진 이유를 진화론적 관점으로 설명한다. 그는 4할 타자가 사라진 것이 오히려 프로야구 선수들의 전반적인 수준 향상을 증명해주는 현상이라고 주장한다. 4할 타자가 사라진 원인은 외부 요인 이론내부 요인 이론으로 나누어서 설명할 수 있다. 외부 요인은 타자들의 컨디션에 영향을 주는 것들을 의미한다. 빡빡한 경기 일정과 경기장 이동 경로는 선수들의 체력 회복을 더디게 한다. 언론의 열띤 관심과 취재 열기는 타자의 집중력을 방해한다. 4할을 눈앞에 두고 있는 선수는 기자들과 대중의 관심이 오로지 자신에게 향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심리적 압박감을 느낀다.

 

굴드가 풀 하우스에 언급하지 않은 외부 요인이 있다. 나는 심판의 일관성 없는 스트라이크 판정과 오심도 선수들의 기록에 영향을 주는 외부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2010년에 메이저리그 투수의 퍼펙트게임(선발 투수가 한 명의 타자도 진루시키지 않고 끝낸 게임. 홈런을 포함한 안타, 볼넷, 사구, 수비 실책 등 어떤 경우에도 타자를 진루시키지 않아야 한다) 기록이 심판의 오심에 의해 무산된 적이 있다. 그것도 경기 종료를 눈앞에 둔 9회 초에. 경기 중에 (ball) 판정을 받을 수 있는 공이 스트라이크가 되는 경우가 있다. 관중들도 납득하지 못하는 공 하나의 판정은 타자들의 기록 달성을 방해하는 요인이.

 

내부 요인은 투수의 투구 실력과 야수들의 수비 실력이다. 투수들은 타자들이 치기 어려운 다양한 구질을 구사하게 되었으며 구속도 증가했다. 야수들의 수비력도 많이 향상되었다. 날렵한 야수들은 안타가 될 수 있는 타구를 몸을 날려서 글러브로 잡아낸다.

 

 

 

 

 

 

 

 

 

 

 

 

 

 

 

 

 

 

* 정재승, 백인천 프로젝트 팀 외 백인천 프로젝트(사이언스북스, 2013)

 

 

 

정재승 교수는 굴드의 주장에 영감을 받아 역대 국내 프로야구의 데이터를 수집하여 백인천 이후 4할 타자가 나오지 않는 이유를 분석했다. 2012년에 시작한 일명 백인천 프로젝트는 자발적으로 지원한 100여 명과 함께 시작된 집단 연구 활동이다.

 

 

 

 

 

 

 

 

 

 

 

 

 

 

 

 

 

 

 

* 벤 올린 이상한 수학책(북라이프, 2020)

 

    

 

타율은 수학 공부를 포기한 사람들도 좋아할 수 있는 통계 지표다. 야구를 잘 모르는 사람도 타율이 높을수록 좋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이와 반대로 투수의 평균자책점은 낮을수록 좋다). 대중은 통계 수치가 객관적인 정보라고 믿는다. 그래서 타율이 높은 타자일수록 실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대부분 야구팬들은 3할을 기록하지 못한 타자를 비난한다. 그러나 타율 하나만으로 타자의 실력을 설명할 수 없다. 요즘 야구 전문가들은 타자를 평가할 때 타율보다는 장타율과 출루율(OPS: On base Plus Slugging, 장타율과 출루율을 합한 수치)을 중요하게 본다.

 

이상한 수학책17(‘마지막 4할 타자’)은 타율이 공식 야구 통계 지표로 만들어지는 과정과 타율을 대체하는 통계 지표에 대한 내용이다. 야구 규정의 역사까지 포함되어 있어서 숫자에 공포를 떠는 독자들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통계학자들은 타율을 오래된 유물 정도로 취급하지만, 타자들은 여전히 타율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들의 개인적인 목표는 타율 3할로 기록하면서 정규 시즌을 마치는 것이다. 타율은 구단의 연봉 고과 산정 기준이다. 타율 29푼의 선수와 타율 31푼의 선수가 받는 연봉 액수는 다르다. 물론 연봉을 많이 받으려면 타율뿐만 아니라 앞서 말한 출루율을 높여야 하고, 도루 성공 횟수도 많아야 한다. 타자는 여러 가지 개인 기록 관리에 신경을 쓰면서 경기에 임한다. 이러한 선수들의 마음가짐 또한 4할 타자가 나오지 않는 이유로 볼 수 있다.

    

 

 

 

 

 

 

 

 

 

 

 

 

 

 

* 테드 윌리엄스 타격의 과학(이상미디어, 2011)

 

 

 

홈런을 치지 못해도 출루율이 뛰어난 타자가 있다. 테드 윌리엄스는 타격의 과학이라는 책에서 자신만의 타격기술을 설명했다. 그는 눈으로 스트라이크 존을 77개의 구간으로 나눈 다음에, 투수가 던지는 볼이 자신이 좋아하는 구간으로 들어올 때까지 기다렸다고 한다. 테드 윌리엄스는 공을 오래 볼 줄 아는 선수였다. , 그는 선구안(batting eye)이 좋았다. 공을 장타로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도 선구안이 나쁜 타자가 있다. 이런 선수들은 출루율과 장타율이 생각보다 그리 높지 않다. 박종윤(롯데 자이언츠, 은퇴)155타석 연속 무() 볼넷을 기록했다. 김동엽(삼성 라이온즈)은 장타력이 뛰어나지만, 선구안이 좋지 못해 삼진을 많이 당하는 편이다.

 

방망이를 투구에 잘 맞추는 능력도 좋지만, 그에 못지않게 제일 중요한 것은 선구안이다. 대중은 ‘4이라는 수치를 단순히 공을 잘 치는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생각한다. 그러나 아무리 안타와 홈런을 많이 쳐도 4할을 기록할 수 없을 것이다. ‘공을 잘 보는 능력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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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0-06-03 13: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테드 윌리엄스의 기록이 더 대단한 건,
시즌 마지막 더블 헤더를 앞두고 타율
이 딱 4할이었었는데, 경기에 빠지지
않고 나와서 6안타를 때려내면서 오히
려 타율을 더 올렸다는 점입니다.

기록의 관리보다는 정정당한 승부에
나선 22살 청년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더라구요.

언급해 주신 디트로이트 갈라라가의
퍼펙트 게임을 망친 건, 바로 1루심의
오심이었죠.
그 시절엔 아마 비디오 챌린지가 없었
던 것 같은데...

어제 문득 빅 유닛의 최고령 퍼펙트
게임 마지막 이닝 동영상을 보았는데
마지막 타자 상대하면서 하이 패스트
볼로 99마일을 찍는 걸 보고는...

cyrus 2020-06-03 18:00   좋아요 1 | URL
이 글을 쓰기 전부터 메이저리그를 좋아하는 레삭매냐님이 댓글을 다실 거라 생각했습니다. 야구 마니아가 아닌 이상 테드 윌리엄스를 아는 사람이 있을까요? 테드보다 베이브 루스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거예요. 베이브 루스가 위인전 단골 인물이거든요.

테드 윌리엄스에 대해서 조사를 해봤는데 정말 인품이 훌륭한 사람인 것 같아요. 소아암 아어린이 환자들을 위해 선행 활동을 했대요. 그리고 흑인 선수들을 ‘명예의 전당’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이 테드에요.

레삭매냐 2020-06-03 22:05   좋아요 0 | URL
싸이러스 브로가 놓은 덫에 보기
좋게 걸려 들었군요 파닥 파닥 ~~

테디는 2차세계대전 그리고 한국전
에도 참전한 베테랑이라고 하는군요.

어느 프로야구 선수가 전쟁터에
두 번이나 뛰어들었는지 그것 참.

감은빛 2020-06-11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구를 한창 좋아했다가 고향을 떠나 살면서 야구를 안 본 세월이 또 한참이네요.
잘은 모르지만, 요즘은 대체 수준 대비 승리 기여도(WAR Wins Above Replacement)나
승리확률기여도(wpa) 등의 다양한 수치들을 중요하게 보는 것 같더라구요.
이런 걸 어떻게 계산하는 건지 잘 와닿지 않아서 다시 야구를 보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네요.

cyrus 2020-07-01 13:00   좋아요 0 | URL
저도 수치 계산하는 방식은 몰라요. 타자들의 득점권 타율을 중요하게 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저도 이 수치에 관심이 많아요. 득점권에 들어선 타석에서 잘 쳐서 점수를 잘 내는 것도 좋은 타자의 조건이거든요.

Angela 2020-06-13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판의 오심으로 승패만이 아니라 선수 승률에도 영향을 미치는것 같아요. 4할을 거의 불가능인것 같아요. 프로야구 보는 것도 소확쟁 중 하나예요^^

cyrus 2020-07-01 13:03   좋아요 0 | URL
리그 경기 수를 줄인다면 4할 타자 나올 가능성이 있어요. 그런데 야구 전문가들과 야구 마니아들은 경기 수가 축소된 리그에서 나온 4할 타자를 인정하지 않을 겁니다. 저는 이게 신기록을 세운 선수를 평생 부담스럽게 하는 꼬리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안젤라님은 어느 팀을 응원하는지 궁금하네요. ^^
 
충돌하는 세계 - 과학과 예술의 충돌이 빚어낸 전혀 새로운 현대예술사
아서 밀러 지음, 구계원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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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두 가지 분야가 만나서 새로운 것을 만드는 시대지만, 과학과 예술은 가깝고도 먼관계이다. 대부분 사람은 과학과 예술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또 어떤 이에게 과학과 예술 모두 어려운 분야가 되기도 한다. 예술은 미학을 중시한다면, 과학은 객관적인 정보를 선호한다. 이 두 가지 분야의 뚜렷한 특성을 생각하면 협업이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새로운 소재와 기법을 찾으려는 예술가들(나중에 언급하지만, 이들은 자신을 예술가와 과학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은 도전에 힘입어 과학과 예술의 적극적인 협업이 이뤄지고 있다.

 

충돌하는 세계이미 오래전부터 형성된 과학과 예술의 협업 관계를 되짚어보는 책이다. 이 관계는 20세기부터 시작되었다. 아인슈타인(Einstein)은 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하면서 4차원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4차원은 3차원 공간과 시간(1차원)이 결합한 시공간이다. 아인슈타인과 동시대에 살고 있던 피카소(Picasso)는 재현을 추구하는 회화에 거스르는 그림을 공개했다. 그는 회화의 기본인 원근법을 무시하고, 다양한 시점을 한 폭의 그림에 담았다. 피카소의 등장은 입체주의(cubism)의 탄생을 예고하는 것이다. 당시 예술가들은 세상에 나온 지 얼마 안 된 상대성이론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4차원 시공간에 흥미를 느꼈다. 히 피카소는 4차원 기하학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하여 그림을 그렸다. 피카소가 과학 지식을 활용해서 만든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아비뇽의 여인들>이다.

 

그동안 미술사는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시대 순으로 기술하는 통사(通史) 방식으로 다뤄왔다. 이렇다 보니 난해한 현대미술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저조할 수밖에 없다. 현대미술의 동향을 모르는 사람들은 과학과 예술의 협업 관계에 대해서도 모른다. 그러므로 충돌하는 세계는 미술사에 관심 있는 대중의 빈틈을 채워주는 책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대중은 과학과 예술이 함께 작업하면서 현대미술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사실을 모르면서 살아왔을까?

 

대중과 현대미술 간의 괴리감을 무관심한 대중 탓으로 돌릴 수 없다. 과학과 미술의 협업 자체를 아예 모르거나 새로운 시도를 애써 외면하는 미술 전문가들도 책임이 있다. 충돌하는 세계는 과학과 예술의 협업 관계를 통해 나온 성과들만 조명하지 않는다. 이 책의 저자는 과학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예술가들을 인터뷰했다. 그리고 예술가들의 작업 방식과 예술관만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창작 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고충까지 보여준다. 저자가 만난 예술가들은 대체로 과학과 예술을 구분하지 않으며 자신을 과학자도, 예술가도 아닌 연구원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과학, 기술, 예술을 하나로 통합하려고 한다. 저자는 과학의 영향을 받은 예술, 또는 예술에 영향을 받은 과학을 아트사이(artsci)라고 부른다. 아트사이는 기존의 과학과 예술이 만나면서 탄생한 3의 문화이다. 그러나 순수미술을 지향하는 미술 전문가들은 아트사이의 등장을 의심한다. 이들도 사람인지라 새로운 예술의 등장에 거부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주류 미술의 영향력이 사그라지지 이상 아트사이의 창작품이 대중과 소통하는 전시장은 부족하다. 그래서 아트사이 종사자들은 직접 갤러리를 만들어 작품 홍보에 주력하면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과학과 예술은 우리가 학습하면서, 당연하게 인식하는 사물과 현상에 새로운 눈길을 던지는 동시에 독특한 창작 활동을 통해서 이전에 없는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낸다. 과학과 예술이 서로 만나 부딪히는 경험들이 계속 늘어난다면 이 세상은 다양한 생각과 경험들이 들끓는 거대한 용광로가 될 것이다. 어렵게만 느껴지는 과학, 남의 것으로 여겼던 예술을 나만의 것으로 느끼고 싶지 않은가. 그러려면 지금 과학과 예술이 충돌하는 세계를 만나 보시라.

 

 

 

 

Trivia

 

  The critic Lucy Pippard noticed that one of the five sculptures was the “most crowed and most business element; it lacks the absurdity of the other four and is the least individually beguiling.

 

  비평가 루시 피파드는 다섯 개의 조각 중 하나에 대해 가장 번잡하고 실용적인 작품이며 다른 네 개의 조각처럼 부조리한 부분이 없는데, 개별적인 매력은 가장 떨어진다고 평했다. (68)

 

 

책에 루시 피파드라는 미술비평가 이름이 두 차례 나온다(68, 314). 원서 본문에 ‘Lucy Pippard’라는 이름이 나오며 참고문헌에 ‘Lucy Pippard’가 쓴 글의 출처가 있다.

 

그러나 구글에 ‘Lucy Pippard’를 입력하여 검색하면 ‘Lucy Lippard’와 관련된 정보만 나온다. ‘Lucy Pippard’와 관련된 정보가 없다는 셈이다. 루시 리파드(Lucy Lippard)는 미술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는 실존 인물이다. ‘Lucy Pippard’는 저자가 잘못 쓴 이름, 아니면 원서의 오자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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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레드스타킹 모임 후기를 썼다. 지난 달 초에 망명과 자긍심 독서 모임을 시작으로 오프라인 활동을 재개했다. 코로나가 유행한 석 달 동안 오프라인 모임이 중단되었다. 모임 활동 중단되기 전 마지막 모임은 28일 토요일에 있었던 글쓰기 모임(일명 레드라이터스’)이다. 마지막 독서 모임은 124일 설날이었고, 그 날 읽은 책은 박민정 작가의 아내들의 학교. 2월 말에 BL 진화론 독서 모임 일정이 있었는데, 하필 그 기간에 코로나가 대구를 점령하는 바람에 모임이 취소되었다.

 

독서 모임을 얼마 만에 다시 시작했는지 날씨를 세어봤다. 127일째 되는 날(4개월 7)에 모였다.

 

 

 

 

 

 

코로나에 빼앗긴 봄은 벌써 지나가고, 여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코로나의 기세가 좀처럼 꺾이질 않네요. 제발 올해 여름은 코로나 걱정 없이 편안하게 생활하고 싶어요. 5월 마지막 주 금요일 저녁에 독서 모임이 있었습니다. 우리 독서 모임에 두 분이 처음 오셨어요. 앞으로도 자주 뵈었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어요. 레드스타킹 멤버들의 활동을 영상으로 기록한 진씨가 당분간 우리 곁을 떠납니다. 진○ 씨, 늘 건강하시고 잘 지내시길 바랍니다.

 

 

 

 

 

 

 

 

 

 

 

 

 

 

 

 

* [레드스타킹 2020년 5, 6월 도서] 강화길 외 2020 11회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문학동네, 2020)

* [레드스타킹 2020년 1월 도서] 박민정 아내들의 학교(문학동네, 2017)

    

 

 

2020 11회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약칭 젊은 작가상’)은 박민정 작가의 아내들의 학교에 이어서 두 번째로 읽는 국내 소설입니다. 올해 젊은 작가상수상자는 강화길(대상), 최은영, 김봉곤, 이현석, 김초엽, 장류진, 장희원입니다. 일곱 편의 수상작에서 페미니즘과 성 소수자에 대한 작가들의 관심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실 저는 국내 작가의 소설을 읽지 않는 편이에요. 그래도 최근 국내 문학의 흐름이 궁금해서 이 책을 읽었어요. 개인적으로 좋게 본 작품은 강화길 작가의 <음복>과 김초엽 작가의 <인지 공간>이에요.

 

<음복>은 독자들의 허를 찌르는 반전이 있는 소설이에요. <음복>은 가족의 일상적인 모습을 소재로 한 스릴러 소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소설에는 제사를 준비하는 어머니와 반대로 제사를 좋아하지 않는 고모의 모습을 이해하지 못하는 남성이 나오는데요, 이 인물의 묘사가 진부하다는 의견이 있었어요. 소설 속 남성은 현실에도 있어요. 이런 사람은 명절에 제사상을 준비하는 일을 맡는 어머니와 아내의 고충을 몰라요.

 

<인지 공간>은 공동체가 사회적 약자를 배제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소설입니다. 이 소설에 묘사된 인지 공간은 공동체적 가치관과 공동 지식이 함축된 세상입니다. 소설의 화자는 인지 공간의 관리자가 되어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지만, 화자의 친구 이브진짜 세계를 보기 위해서 인지 공간을 떠나고 싶어 합니다. 인지 공간에 익숙한 사람들은 이브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그들은 이브의 생각 자체가 위험하다고 단정합니다. 이 소설의 결말이 마음에 들었다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밖에 장류진 작가에 대해서 열띤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일의 기쁨과 슬픔으로 유명한 작가죠. 일의 기쁨과 슬픔을 읽은 분들이 많았는데요, 작가의 여성 인물 묘사를 비판하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제가 일의 기쁨과 슬픔을 읽지 않아서 장류진 작가의 소설에 대한 모임 참석자들의 의견들을 자세하게 기록하지 못했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젊은 작가상을 더 읽어보고, 다음 모임에 책에 관해서 이야기해보기로 했습니다. 모임 날짜가 확정되면 인스타그램에 공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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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0-06-02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의 기쁨과 슬픔>에 대해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 자못 궁금하네요 :>

독서 모임, 그야말로 꿈같은 이야기네요.

달궁은 당분간 코로나가 더 진정될 때까지
무기한 연기에 들어갔답니다.

울 동지들과 신나게 털어야 하는데...
삶의 낙이 하나 없네요.

cyrus 2020-06-02 17:54   좋아요 1 | URL
장류진 작가에 대한 대화 내용이 꽤 길었어요. 대화에 참여한 분들이 장류진 작가의 소설을 깊이 있게 읽으신 분들이라서 전 대화에 끼지도 못했어요. 저는 그저 듣기만 하고 있었어요.. ㅎㅎㅎ

달궁 카페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생각날 때마다 숨어서 봅니다.. ㅎㅎㅎㅎ 코로나가 우리 삶의 소소한 즐거움마저 빼앗아버리네요... ㅠㅠ

stella.K 2020-06-02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복은 나도 읽었는데 너는 스릴러로 봤구나.
난 좀 아쉽던데. 뭐가 있을 것 같은데 밋밋했어.
그리고 모셔만두고 있다.
이 책이 어느 기간만 싸게 팔고 나중에 가격이 오르더라구.
쌀 때 사 두긴했는데 진도가 안 나가네.ㅠ
오랜만에 만나서 좋았겠구나.
나도 교회 성경 공부 맴버들 저번에 만났는데 어찌나 반갑던지.
전쟁 휴전중 만난 것 같더라구.ㅎㅎ

cyrus 2020-06-02 23:18   좋아요 0 | URL
<음복> 해설 제목이 ‘여성주의 가족 스릴러’라고 되어 있어요. 해설가가 <음복>을 ‘스릴러’로 평가했으니 그렇게 생각한 거예요. ^^

잘 지내고 계시죠? 코로나 때문에 유익한 모임도 눈치 봐가면서 해야 될 지경이네요.. ㅠㅠ

페넬로페 2020-06-02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대구에 산다면 꼭 cyrus님의 독서 모임에 참여하고 싶어요~~글쓰기모임도요^^

cyrus 2020-06-02 23:20   좋아요 1 | URL
제가 사람을 대할 때 조금이라도 제 마음에 안 들면 일부러 만나지 않으려고 해요. 그만큼 제가 사람 만나는 일을 좋아하지 않아요. 그런데 지금까지 독서모임에 꾸준히 참석하고 있어요. 독서모임에 자주 만나는 분들 모두 좋아요. ^^
 
거울 속의 물리학
로렌스 크라우스 지음, 곽영직 옮김 / 승산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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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발언이나 행동으로 주변 사람들의 실소를 자아내는 사람을 우리는 ‘4차원 인간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보통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한다. 우리는 3차원 세계에 살고 있다. 차원(dimension)은 공간의 성질을 나타내는 수를 뜻하는 용어이다. 공간의 차원은 그 공간 속에 있는 점의 위치에 따라 결정된다. 0차원은 오직 하나의 점만 있는 공간이다. 그러나 0차원 속의 점은 이동할 수 없다. 1차원은 선의 형태로 되어 있다. 점은 이 한 개의 선에 따라 움직일 수 있다. ‘n차원‘n’ 은 공간 속에 있는 점이 이동할 수 있는 방향의 개수다. 2차원은 면의 형태로 되어 있는데,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2차원은 x축과 y축으로만 구성된 좌표이다. 2차원 속의 점은 x축과 y축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다. 3차원에 z축이 있다. 따라서 3차원은 선(1차원), (2차원)이 포함된 입체 형태이다. 그래서 3차원을 ‘3D’라고 불린다. 우리는 가로(x), 세로(y), 높이(z)를 이용해 3D 형체를 표현하거나 만들 수 있다.

 

선과 면, 공간을 넘어선 새로운 세계는 오래전부터 과학자에게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과학자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차원의 세계를 수학이나 물리학 법칙으로 설명하기 위해 노력했다. 아인슈타인(Einstein)3차원에 시간을 추가한 4차원 공간을 상상했다. 시간과 공간이 합쳐져 있어서 시공또는 시공간이라고 한다. 아인슈타인은 영원히 고정된 절대 시간과 절대 공간의 정의를 뒤흔드는 특수상대성이론과 일반상대성이론을 제시했다.

 

4차원 속에 있는 우주의 힘은 중력, 전자기력, 강한 핵력, 약한 핵력이다. 2016년에 중력파의 존재가 밝혀졌다. 물리학자들은 이 네 가지 힘을 단 하나의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일명 궁극의 이론을 찾고 싶어 한다. ‘궁극의 이론연구는 아인슈타인도 해결하지 못한 물리학계의 최대 난제다. ‘궁극의 이론이 가능하게 하려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고차원 우주를 생각해야 한다. 물리학자들은 4차원 너머의 세계를 잉여 차원또는 여분 차원이라고 말한다. 고차원 우주의 실체를 이론적으로 증명한 물리학자들은 우주가 11차원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주장한다. 그 사람들의 주장이 맞으면 우리를 둘러싼 공간은 3차원이라는 믿음이 깨지게 된다. 정말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다른 차원이 어딘가에 또 있을까.

 

거울 속의 물리학은 숨어 있는 또 다른 차원을 밝혀내려는 과학자들의 여정을 보여준다. 이 책에 고차원 우주 연구와 관련된 초끈 이론(super-string theory)M이론, 브레인[Brane, 뇌를 뜻하는 ‘Brain’이 아니다. ‘Brane’은 막()을 뜻하는 ‘Membrane’의 조어이다] 이론에 대한 설명도 나온다. 다만 과학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는 독자에게는 이 책이 어려울 수 있다. 책의 두 번째 추천사를 쓴 정광훈 박사는 물리학을 전공하지 않은 독자에게 거울 속의 물리학을 추천하지 않는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읽다가 내용이 이해하기 어려우면 책을 덮으면 된다. 그러나 주눅들 필요 없다. 독자는 자신의 입맛에 맞는 쉬운 내용만 골라 읽을 수 있다. 거울 속의 물리학체리 피킹(Cherry picking: 상품 가치가 있는 체리만 골라 따는 것처럼 어떤 대상에서 좋은 것만 고르는 행위를 뜻하는 관용어)을 할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의 7(‘평평한 세상에서 피카소로’)12(‘다른 차원에서 온 외계인’)은 과학 비전공 독자들이 편하게 읽을 수 있다. 7장과 12장의 주제는 작가와 예술가들이 생각해낸 다양한 고차원 세계이다. 작가와 예술가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고차원 세계는 흥미진진하다. 7장과 12장에 차원을 주제로 한 문학 작품들이 소개되는데, 여기서 가장 유명하면서도 국내에 알려진 작품은 에드윈 애벗(Edwin Abbott)플랫랜드허버트 조지 웰스(Herbert George Wells)타임머신, 그리고 로버트 하인라인(Robert Heinlein)의 단편소설 그리고 그는 구부러진 집을 지었다(And He Built a Crooked House) [] 등이 있다. 거울 속의 물리학을 읽다가 책을 덮은 독자에게 방금 소개한 세 편의 작품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

 

거울 속의 물리학의 저자 로렌스 크라우스(Lawrence Krauss)는 또 다른 세상을 찾으려는 인간의 원초적 욕망과 이를 충족시키는 데 필요한 상상력의 중요성을 예찬한다. 하지만 그는 지나친 상상을 경계한다. 초끈 이론과 M이론, 브레인 이론은 실험으로 검증이 불가능하다. 사실 세 가지 이론 모두 이론이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 너무도 많다. 저자는 초끈 이론의 한계를 강조하면서 초끈 이론의 매력(복잡한 우주를 단순하게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푹 빠진 과학자들의 태도를 비판한다. 초끈 이론을 비판한다고 해서 저자를 새로운 이론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보수적인 학자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그는 회의적인 시각을 유지하면서 고차원 우주론을 설명한다. 저자는 고차원 우주론 연구가 신비주의 또는 종교의 영역으로 변질되는 것을 염려한다. 그는 고차원 우주론을 불신하는 입장을 드러내지만, 고차원 우주론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노력을 깎아내리지 않는다.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에 물리학자 윌리엄 톰슨(William Thomson)은 과학이 모든 현상의 수수께끼를 완전히 풀어내는 데 성공했다고 확신했다. 그러나 상대성이론과 양자론이 등장함으로써 그의 예언은 틀렸다. 오늘날 과학자들이 풀어야 할 숙제가 한둘이 아니다. 그 숙제의 답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론으로 나올 수 있어도 과학자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호기심과 탐구 정신을 이어나갈 것이다.

 

 

      

 

[] 국내 번역명은 그리고 그는 비뚤어진 집을 지었다이며, 하인라인 판타지(시공사)에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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