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 - 13세기에서 21세기까지 그림을 통해 읽는 독서의 역사, 개정판
슈테판 볼만 지음, 조이한.김정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남자로 태어나면 적어도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다. 온갖 정념의 세계, 온갖 나라를 두루 경험할 수 있고 장애를 돌파하고 아무리 먼 행복이라 해도 붙잡을 수 있다. 그러나 여자는 끊임없이 금지와 마주친다.

 

 - 플로베르 <마담 보바리> 김화영 역, 민음사, pp 132~132 -

 

 

 

 

 독서는 많이 하면 할수록 위험하다?

 

2010년 국민 독서 실태 조사 기준에 의한 대한민국 만 10세 이상 남녀의 연평균 독서량은 약 10.8권인 것으로 집계되었다. 국민 절반 이상이 한 달에 책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뜻이다. 인터넷 창만 띄우기만 하면 손쉽게 정보를 찾을 수 있고, 지적 허영심을 채우기엔 책보다 흥미로운 TV나 태블릿 PC 등 각종 편리한 기기가 널려 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에 비해 독서의 일상화가 자리잡지 않았다. 급속한 정보기기의 발달로 인해서 종이책의 위력이 밀려나는 것도 있지만 문제는 그러한 급속도로 빨라지는 환경 변화에 좇아갈 수 밖에 없는 현대인의 생활 패턴이다. 망중한의 시간이 점차적으로 줄어들게 되며 소파에 느긋하게 앉아서 책을 보는 것마저도 쉽지 않은 게 지금의 현실이다. 책 안 읽는 우리나라 국민의 독서실태 결과에 대해서 혹자는 책 읽을 시간이 많지 않아서 못 읽는다고 한다. 졸속한 변명일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틀린 말은 아니다. 인간에게 주어진 시간은 유한하기 때문이다. 사실 책을 즐겨 읽는 애독가들도 읽을 책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반면에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불평하니까. 책 한 권도 안 읽는 사람이나 책을 여러 권 읽는 사람이나 인생은 짧고 시간은 많지가 않다.

 

믿기 어려운 사실이지만 우리나라는 책을 읽지 않는다고 걱정하지만 우리보다 책을 읽는 게 일상인 유럽에서는 수백년 전만 해도 책을 많이 읽는 것을 걱정하기도 했다. 특히 근대로 넘어오던 시절의 유럽에서는 독서를 만병의 근원인양 비판했으며 '다독'을 일종의 정신병으로 여기기도 했다.
그런데 이것보다 더 황당한 것은 여자가 책을 읽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였다. 책을 읽으면 갖가지 병에 걸릴 수도 있으며 심지어 여자로서의 기능을 잃을 수 있다는 소리까지 나왔다. 더군다나 이러한 주장들이 그 시대에 '진보적'이라고 평가받던 계몽주의자들로부터 나온 것이니 대다수의 사람들이 책 읽는 여자를 어떻게 봤을지는 굳이 상상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책의 제목처럼 '책을 읽은 여자'를 위험 인물로 간주했다.

 

그러한 사회의 곱지 않은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여자들은 책을 읽었다. 자신들의 책 읽는 행위에 남편들의 핀잔과 불만을 피하기 위해서 혼자만의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침실에서 책을 보았고, 하녀들은 해야 할 일도 미룬 채 책을 읽는 주인 어깨 너머 몰래 훔쳐 보기도 했다. 열심히 가사 일을 해야하고 사회적 신분이 미천한 하녀마저도 책 읽기를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이다.

 

 

 

 페미니스트의 원조, 책 읽는 여자들

 

당시 유럽은 오랫동안 전해내려온 기독교적 사상을 중요시하는 철저한 엘리트 사회였다. 여기서 말하는 엘리트는 읽고, 문자를 쓸 줄 아는 지식인들, 즉 소수의 남성들이었다. 사회를 지배하던 소수의 남성들은 남성을 위한 이데올로기를 만들었다. 성경을 해석할 수 있었던 소수의 종교인들이 자신들만의 패러다임을 만들었고 기독교적 교리를 강조했듯이 엘리트들도 여자들을 남성의 권력에 따라야 하는 이류로 만드는 이데올로기를 전파한 것이다.

 

여자에게 독서란 쓸데없는 세계를 꿈꾸게 하고, 가사와 육아라는 신성한 일에서 멀어지게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당시 사회는 책 읽는 여자들을 의도적으로 비방했다. 책을 읽지 말 것과 책에 지나치게 몰두하면 가져올 위험한 결과를 여성들이라면 꼭 알아야 할 하나의 도덕적 교훈으로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도 여자들은 어떻게든지 책 읽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녀들은 독서 행위를 포기한다는 것이 사회 속에서 '나'라는 주체성을 포기한다는 것과 같다는 걸 알고 있었다. 여자들이 글을 읽게 되면서부터 자신만의 생각을 갖게 되고 현실을 뛰어넘는 상상력을 갖게 된다.

 

결국 엘리트들의 우려처럼 여자들은 결국 위험해진다. 책을 읽는 그녀들이 사회를 이끌어가고 참여할 줄 아는 주체자가 된 것이다. 더군다나 그녀들은 직접 글을 '쓰기'까지 했다. 문화와 지식을 받아들이고 소화해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창조하는 방법까지 터득한 것이다. 버지니아 울프는 <자기만의 방>에서 여성의 경제적 자립과 정신적 자유를 설파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의 흐름에 남성 엘리트들은 못마땅게 여길 수 밖에 없었다. 어찌 보면 책 읽는 여자들이야말로 페미니스트의 원조인 셈이다.

 

그러나 독서 행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했다고 해서 독서의 역사가 그렇게 어두웠던 것은 아니다. 독서는 경제적으로 부유한 상류층 인사들이나 지식인들에게는 '지적 유흥'이었다. 독서 행위에 대한 인식은 당시 사회적인 관념에 의해서 그대로 반영되었고 자주 변화되었을 뿐이었다. 단지 소수의 지식인들만이 독서를 쓸데없는 시간낭비, 체력 소모라고 부정적으로 생각했다. 이런 인식으로 인해 남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금기가 더 많았던 여자들에게 책을 읽는 일이 얼마나 위험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지 않다

 

독서의 역사는 한 순간에 이루어지지 않고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역사적 연대는 뚜렷하지 않다. 책 속에 실린 '책 읽는 여자'들이 그려진 그림들을 통해 책과 독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시대별로 알 수 있다. 그림을 통하여 당시의 책과 관련된 사회의 흐름, 독서의 역사, 책 읽는 여자들의 역사를 보는 방식이 흥미진진하다. '책 읽는 여자'의 모습이 그려진 다양한 그림들은 저자가 바라보는 개인적인 시선에 의해 소개되고 있지만 책을 읽는 독자로서의 상상력으로 그림 속 여자들을 은밀히 만나고 책에 흠뻑 빠져 든 그녀들을 맘껏 훔쳐보는 것도 재미있다. 특히 책을 좋아하는 애독가들에게는 '위험하다'라는 발칙한 제목이 호기심을 자극할 것이다.

 

하지만 제목에 혹해 책 읽는 여자들은 무조건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마시길. 그것은 수백년 전에 여자들의 독서를 금기시했던 남성 엘리트들의 구시대적인 입장을 재현할 뿐이다. 책 읽는 여자를 보게 된다면 그녀의 얼굴만 보지 말 것. 그녀는 무슨 책을 읽고 있으며 책을 읽는 동안 어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찬찬히 살펴보자. 책 읽는 그녀에게서 눈으로 볼 수 없었던 매혹적인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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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랑 2012-02-08 0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권력의 주체는 권력의 밖에 존재하는 사람들이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것을 경계했다고 하더군요.
글을 일종의 권력의 도구와 통제의 수단으로 사용했다는 ㅠ.ㅠ

제게도 책 읽는 여자가 더 매력적으로 보여요~~ㅠ.ㅠ

cyrus 2012-02-09 23:00   좋아요 0 | URL
맞아요, 이쁘면 더욱 좋고요 ^^;;

꼬마요정 2012-02-08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활자의 힘이 그만큼 대단하다는 거겠죠? 그러니 활자의 발명은 우리가 먼저 했어도 구텐베르크가 인정받는 거겠구요... 안 그래도 요즘 플로베르의 감정교육이랑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기웃거리고 있어서 더 반가운 글이었습니다.^^ 추천 하나는 제꺼!!^^

cyrus 2012-02-09 23:01   좋아요 0 | URL
플로베르의 감정 교육을 읽고 계시는군요? 제가 읽은 건 펭귄에서 나온
두권짜리인데 플로베르의 사실적인 문장 때문에 읽는 데 무척 벅찼던
기억이 나네요. ^^;;

sslmo 2012-02-08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언젠가 '책 읽는 남자는 섹쉬하다~'<---요런 페이퍼를 써서 이 동네 누군가에게 쿠사리를 먹었었는데...^^

이 책 옛날 책 개정판인가 보군요.
님의 페이퍼, 제목도 근사한걸요~^^

cyrus 2012-02-09 23:03   좋아요 0 | URL
기억나요, 사실 나무꾼님의 글이 생각나서 며칠 전에 페이퍼로
쓴 거 있었는데 막상 내용은 전혀 엉뚱한 쪽으로 쓰게 되었고
저 역시 쿠사리 먹었다는..ㅋㅋㅋ

감은빛 2012-02-09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읽는 여자는 어떤의미에서는 위험할지는 몰라도,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더 좋은 것 같아요.
하지만 책도 어떤 책이냐에 따라 다르겠죠.
아내와 저는 독서취향이 좀 달라서(물론 비슷한 측면도 일부 있지만)
대개는 각각 다른 책을 읽고 다른 얘기를 주로 하지요.

cyrus 2012-02-09 23:04   좋아요 0 | URL
맞아요, 취향도 같으면 금상첨화죠, 그런데 감은빛 사모님은
어떤 책을 좋아하시는지요? 거의 책 읽는 여성분들은 문학을 좋아하시던데
감은빛 사모님도 그러하실 거 같아요 ^^
 

 

 

 

 귀여운 잠도둑

 

 

1년 중 수면 시간이 적어지는 기간을 꼽으라면 아마도 방학 기간일 것이다. 평소에도 수면이 많지 않은 일과를 보내지만 학교를 다니지 않는 방학 기간만큼은 거의 늦잠을 자고, 늦게 일어난다. 아침식사를 한 끼라도 제대로 먹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 돋을 것이라는 식습관 신조를 지키는 편인데도 불구하고 아침에 늦게 일어나면 아침식사 한 끼를 꼭 거르게 마련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아침식사를 제대로 한 기억마저도 가물가물하다. 거의 하루에 식사를 두 끼를 하는 셈이다.

 

어젯밤은 수면 부족의 최절정이었다. 책을 읽느라고 잠을 늦게 잘 때도 었었지만 어젯밤 같은 경우에는 축구 경기를 보느라고 새벽 5시까지 밤을 세우고 말았다.

 

맨체스터 Utd와 첼시와의 축구 경기가 새벽 1시에 시작했고(흥미진진한 라인업의 경기를 보기 위해서 셜록 시즌 2 세 번째 에피소드를 중간까지만 보다가 말았다) 두 팀간의 치열한 골 공방전이 펼쳐진 뒤에는 바로 한국 올림픽 대표팀과 사우디 간의 조별예선 경기를 시청했다. 후반전에 상대팀의 골로 한국 팀의 패색이 짙어져만 가고 있는 상황에 김보경이 극적으로 동점골을 넣었다. 만약에 1:0으로 한국 팀이 패배했더라면 잠을 설쳐가면서도 중계를 본 의미가 없어졌을 것이다.

 

축구 중계가 끝나고 난 뒤에 바로 잠을 청하면 되는데 수면이 적은 생활 때문인지 누워 있어도 잠이 오지 않았다. 2, 30분 남짓 지나도 잠이 오지 않아서 킬링타임으로 중간에 읽다만 책을 읽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요즘 방학 기간에 수면이 많이 부족해서 걱정하고 있는 판에 이번에 새로 장만한 LED 램프 때문에 제대로 된 수면시간을 누려보지 못하고 있다.  며칠 전에 반값 할인으로 판매되고 있던 것을 확인하고 바로 구입했다. LED 램프를 구입하기 전에는 10년 전에 구입한 큰 스탠드로 책을 읽곤 했다. 따뜻한 전기장판 위에서 잠을 자기 때문에 스탠드에 흘러나오는 불에 의지한 채 엎드려 책을 읽는다. 추운 겨울날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전기장판 위에 배를 깔고 엎드려 책을 읽는다는 것. 소파에서 느긋하게 책 읽는 것만큼 정말 편한다. 문제는 너무 오래 배를 깔고 엎드리면 소화불량 또는 허리에 무리에 갈 수도 있지만.

 

 

허리에 부담을 주는 올바른 독서 자세라고 할 수는 없지만 추운 겨울에는 전기장판에 의존해서 책 읽는게 좋다. 왜냐하면 내 방은 보일러의 열기를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내 방에 들어가면 한기로 가득하다.

 

집이 가난해서 보일러를 못 켜는 것은 아니다. 일부러 내 방에는 보일러를 켜지 않는다. 우리 집에는 내가 사용하는 방,여동생의 방이었지만 지금은 창고가 되다시피한 정체를 알 수 없는 방, 부모님이 주무시는 방 그리고 커다란 거실로 구성되어 있는데 내 방을 제외하고는 보일러를 작동하는 편이다. 그래서 내 방이 다른 방에 비해 추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춥다고 해서 보일러 안 틀어주는 부모님에 대한 불만은 없다. 알록달록 수면양말 신고 이제는 황금빛이 바래버린 깔깔이(군용 방상내피)를 입는다면 그렇게 춥지 않다. 단, 불편한 것이 있다면 따뜻한 전기장판 위에서 자고 아침에 일어날 때 그리고 전기장판 위에서 엎드려 책을 읽을 때이다. 아무리 따뜻하게 무장을 하더라도 한기는 빈틈으로 치고 들어온다.

 

요네하라 마리도 따뜻한 이불 속에서 엎드려 책을 읽을 때가 좋아했는데 그녀 역시 아무리 이불로 꽁꽁 감싼다고 해도 책을 쥐고 있는 두 손과 얼굴 부분이 시러울 때가 불편했다고 한다. 그래서 한기를 완전히 막기 위한 자신의 발명 아이디어를 기록하기도 했다.

 

나 역시 양손이 시러울 때가 싫다. 양손과 양발이 찬 체질이라서 공부할 때나 책 읽을 때가 양발에 수면양말이 없으면 집중력을 유지할 수 없다. 문제는 양손을 한기로부터 어떻게 보호나느냐가 문제인데 장갑을 끼면 책 종이를 펴거나 펜을 쥘 때 불편하다. 손이 추워도 그냥 책을 읽는 수 밖에...

 

 

 

 

 또 한 명의 잠도둑, 플로베르

 

 

 

 

 

 

 

 

 

 

 

 

 

 

 

 

 

 

 

요즘 읽고 있는 책 중의 한 권이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인데 독서 진도가 시원찮다. 내용 전개면에서는 흥미로운데 읽으면 읽을수록 속도가 더디다. 2년 전에 <감정 교육>을 읽은 적이 있었는 데 그 때도 그 두 권을 완독하느라 고생했다.

 

플로베르라 하면 객관적인 묘사를 고집하는 사실주의 소설가이다. 어떠한 장면을 묘사하는 데 있어서 너무나도 사실적이다. 그러한 필체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세밀한 관찰력을 요구하게 되는데 그의 문장은 소설 속 인물들과 풍경을 하나하나 관찰하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플로베르의 아버지가 외과의사 출신인데 의사의 아들답게 소설 속 인물인인 샤를 보바리가 당연히 의사로 설정될 수 있었고 간혹 문장 마다 과학, 의학 용어가 등장하기도 한다.

 

"사실." 하고 약제사가 말했다.  "이 고장에서는 의료 행위가 별로 힘이 들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도로 상태가 괜찮아서 이륜마차를 타고 다닐 수 있고, 대체로 농민들이 넉넉하게 살기 때문에 지불도 잘합니다. 의학상으로 말씀드리자면 장염, 기관지염, 간장염 등 보통 질병 외에 가끔 수확기에 유행하는 감기가 있습니다만 요견대 심각한 것은 별로 없고, 특별한 주의를 요하는 것은 전혀 없습니다. 단지 다수의 경부 임파선 정도입니다. 아마 이건 우리 고장 농가들의 한심스러운 위생 조건에 기인하는 것이겠지요.  (중략) 

 

하지만 기후는 사실 나쁘지 않습니다. 마을에는 아흔 살이 넘은 노인들도 몇 사람 있습니다. 온도계(내가 관측해 본 바로는)는 겨울에 사 도까지 내려가고, 한여름에는 섭씨 이십오 도나 최고 삼십 도 정도니까, 최고가 열씨(列氏) 이십사 도, 또는 (영국식 단위로 말씀드리면) 화씨 오십사 도, 그 이상은 안 올라갑니다. 사실상 한편으로는 아르괴이유 삼림이 북풍을 막아주고 다른 한편으로는 생 장의 삼림이 서풍을 막아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더운 기온은 강에서 증발하는 수증기와 들판에 있는 많은 가축 때문인데, 아시다시피 이 동물은 다량의 암모니아를 발산합니다. 즉 질소, 수소, 산소(아니, 질소와 수소뿐이지요) 말입니다.  (생략)

 

 - 플로베르 <마담 보바리> 김화영 역, 민음사, pp 120~121 -

 

 

플로베르는 이 소설을 쓰는데만 해도 5년의 시간이 걸렸다. 그만큼 장편소설 한 권을 쓰는 데 인고의 창작이 있었으리라. 번역가 김화영 교수의 말대로 글을 쓰는 플로베르는 고뇌를 상징하는 십자가를 짊어진 문학의 그리스도였던 것이다.

 

세밀하게 묘사한 문장에 대해서 좋아하는 독자도 있을 것이며 반면에 싫어하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플로베르의 소설 한 권을 읽으면 한 문장 한 문장 끝까지 읽어내는 게 고역일테지만 오히려 나는 그런 문장을 좋아하는 편이다. 각기 다른 성격대로 좋아하는 글의 취향도 다르다고 하던데 완벽함을 추구하고 어떠한 일을 처리하는 데 있어서 꼼꼼하게 해야 직성이 풀리는 나로써는 이제는 플로베르의 문장에 견딜 만하다. 오히려 그의 세밀한 문장을 눈으로 따라 가다 보면 어느새 한 페이지씩 넘겨가고 있는 독서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읽는 속도는 비록 느리지만 가끔 그의 문장은 세련되기까지 하다.

 

 

 

 

그의 소설은 이태리 장인이 한 땀 한 땀 수놓은 한 벌의 옷과 같다. 소설 문장 부호가 하나라도 빠져 있는 것도 허용치 않았으며 수많은 퇴고를 거듭한 끝에 나온 인고의 노력이 만든 결과물이다. 그러한 결과물 앞에서 읽는 것이 힘들고 괴롭다고 말한다는 것은 문학의 대가에 대한 결례라고 생각한다.

 

오늘도 자기 전에 <마담 보바리>를 펼쳐봐야겠다. 현재 보바리 부인은 일상 속 권태에 벗어나고 싶은 욕망에 혼자 몸부림치고 있다. 결말은 뻔히 알지만 과연 그녀가 어떻게 스스로 파멸되어가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그런데 이번 주 안에 완독할 수 있을런지...  보바리 이외에도 읽을 책을 많다. 당분간은 잠 못 이루는 밤이 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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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2-02-06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자크 플로베르 모파상 같이 정확하고 세밀한 묘사가 가득한 글이 그 나름대로 묘미가 있더군요.그리고 이들은 특정 직업에 대해 묘사할 때 정말 철저히 사전조사한 뒤에 글을 썼구나 하는 느낌이 들게 정확하고 자세히 묘사하더라고요.이게 진짜 직업의식이겠죠.

cyrus 2012-02-07 19:16   좋아요 0 | URL
맞아요, 플로베르의 문장을 읽어나갈수록 세밀하고 사실적인 묘사에
소름이 돋기도 해요 ^^;; 어떻게 저런 문장을 완성할 수 있는지
신기하기도 하고요 ㅎㅎ

마녀고양이 2012-02-07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루스님의 끊임없는 고전 탐독을 보면서
나두 그래야하는데 하는 부러움에 잠시 멈춥니다. <마담 보바리>는
읽다가 결국 때려치운거 같아요... 그런 기억이... 흐흐.

LED 램프는 이곳저곳에서 보게 되네요. 저도 갑자기 혹하기 시작한다눈~~ ^^

cyrus 2012-02-07 19:18   좋아요 0 | URL
사실적인 문장 때문인 것도 있지만 <마담 보바리>는
결말이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어서 완독하기가 쉽지 않은 소설인거 같아요.

램프가 반값할인이었을 때는 2만원 정도에 팔더군요, 그래서 냉큼 구입했어요.
혹시 또 반값할인 행사하면 꼭 구입하셔요 ^^

stella.K 2012-02-07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ED램프 좋은가?
나도 끌리긴 했는데 사용후기가 올라오지 않아서 망설여지더군.
얼마 전 우리집 전구를 그걸로 교체해 봤는데 옛날 60촉 백열전등 쓰는 기분이
나더라구. 근데 이게 전기를 엄청 덜 먹는 거라는데 진화가 좀 필요한 것 같아.
내가 하루의 마감을 TV를 보다가 자는 것도 책 보다 자려면 일어나서 불 끄는 게
싫어서였는데 이것에 대한 유혹이 참 만만치 않더군.

우리가 왜 고전을 읽기 싫어하는가를 생각해 보면 이 이태리 장인이 한 땀 한 땀
수놓듯이 글을 쓰는 옛날 작가에 질려서인 것 같더라구.
요즘 작가들은 점프를 잘 해서 빨리 읽을 수 있잖아.
현대를 배경으로 해서 이해도 쉽고. 별 씹을만한 내용도 없구.
나도 어제부터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을 읽고 있는데
열흘 동안 매일 50페이지는 읽어줘야 마치겠더라구.
근데 이 50페이지 읽는데 왤케 진도가 안 나가던지.
2시간쯤 걸리더라구. 어려운 것도 없으면서. 완전 끝장이다 싶어.ㅠ

근데 저 이태리 장인 그림 좋다. 저 그림 나 주라!ㅋㅋ

cyrus 2012-02-07 19:23   좋아요 0 | URL
자기 전에 램프 불빛에 책을 읽으면요, 간단하게 버튼만 누르면
되요 ^^ 그래서 불을 켠 채 자는 일이 없어요 ㅎㅎ

저는 <폭풍의 언덕>도 한 번도 안 읽어봤어요. 시간이 남아돌 때
안 읽어둔 게 후회가 되요, 사실 저도 보바리를 하루에 100페이지씩
읽으려고 하는 편인데 걸리는 시간만 해도 1시간 반 정도 걸려요.
절대로 1시간 안에 못 읽게 되더라고요. ^^;;

그리고 저 그림은 한창 시크릿가든 드라마가 뜨고 있을 때
현빈이 입었던 이태리 장인 수제 트레이닝복을 패러디한 그림이에요.
ㅋㅋㅋ

stella.K 2012-02-08 13:24   좋아요 0 | URL
아, 그래서 이 기회에 네가 예전에 내게 선물한
<제인에어>를 조만간 이어서 읽어보려고 해.
나 참 게으르지? 아, 부끄.ㅠ
솔직히 말하면 <폭풍의 언덕> 협찬 받은 건데 그 조건으로
받은 거거든. 안 그러면 '제인에어'를 언제 읽을지 몰라.>.<;;
3월 안으로 이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데 될지 모르겠어.
암튼 어느 날 <제인에어>의 리뷰가 올라오거든 추천 좀 해라.
하긴, 너 학기 중에 여기 잘 안 들어오고, 소설에 대한 리뷰가
약한 내가 이렇게 말하는 게 쑥스럽긴 하다.ㅋㅋ

근데 100페이지를 1시간 반만에 읽는다니
폭풍 독선데?! 부럽.^^
 

 

 

 벨그레이비어 스캔들

 

 

 

 

 

 

어젯밤에 모 방송국에 방영된 셜록 시즌 2를 시청했다. 작년에 성우 더빙판 시즌 1를 재미있게 봤었는데 우연하게도 오늘부터 내일 일요일까지 시즌 2의 총 3회분을 방영한다는 것을 TV 광고로 보게 되었다. 언제 등장할지도 모른데다가 1초 만에 잠깐 지나가는 광고를 보지 못했다면 시즌 2의 1회를 보지 못했을 것이다.

 

 

 

 

 

 

 

 

 

 

 

 

 

 

 

 

 

 

시즌 2의 1회 에피소드는 '벨그레이비어(Belgravia) 스캔들' 이다. (벨그레이비어란 상류층들이 거주하고 있는 런던 남부의 고급주택구역을 말한다) 에피소드 제목의 '스캔들'이라는 단어를 본 순간, 이 드라마 에피소드의 원작이 무엇인지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셜록 홈즈 시리즈를 즐겨 읽었으며 홈즈를 추종한다는 셜로키언이라면 금방 눈치 챘을 것이다.

 

에피소드의 원작은 코난 도일이 쓴 셜록 홈즈 시리즈 중 <셜록 홈즈의 모험>에 수록된 단편 '보헤미아 왕국 스캔들'이다. 보헤미아의 국왕이 유명 오페라단 소속 여배우인 아이린 애들러라는 여자와 교제를 한 과거가 있었는데 그 당시 함께 찍었던 사진을 되찾아 달라고 홈즈에게 의뢰한다. 국왕이 스칸디바니바 왕실의 딸과 결혼하기로 약속한 상황 속에서 아이린은 자신과 함께 찍은 그 문제의 사진을 미끼로 협박한 것이 사건의 발단인 것이다. 왕족으로서 자신의 불미스러운 과거가 만천하에 공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아이린이 가지고 있는 그 사진을 찾는 것뿐이다.

 

홈즈는 목사, 부랑자로 변신하여 애들러가 살고 있는 집으로 들어가는 데 성공한다. 그 곳에서 애들러가 숨긴 사진이 보관되었던 것이다. 홈즈는 여자들의 본능적인 심리를 역으로 이용하여 사진이 보관된 곳을 알아내고 만다. 홈즈는 국왕에게 사진이 있는 장소 그리고 그녀가 다른 남자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국왕은 홈즈 덕분에 사진 한 장으로 인한 불미스러운 스캔들을 막을 수 있었지만 그녀의 결혼에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국왕과 홈즈 일행은 애들러의 자택에 찾아갔지만 이미 그녀는 자신과 결혼한 남자와 함께 유럽으로 떠나고 없었다. 애들러의 하녀로부터 그녀는 다시 영국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소식을 접한다. 그리고 문제의 사진과 홈즈에게 보내는 편지 한 장을 받는다.

 

애들러는 편지를 통해서 국왕의 결혼을 방해할 생각은 없었으며 홈즈의 변장을 눈치챘다고 밝혔다. 사건이 해결된 후 국왕은 감사의 표시로 홈즈에게 값비싼 반지를 주려고 했으나 홈즈는 반지를 받는 대신에 애들러의 사진을 받고 싶다고 청을 한다. 국왕으로부터 애들러의 사진을 받은 홈즈는 그 이후로부터 벽난로 위에 올린 그 사진 속 애들러의 모습을 본다거나 가끔 애들러에 관한 이야기를 언급할 때면 언제나 '그 여자는...'라는 말로 시작하면서 존경을 표시했다고 한다.

 

선혈이 낭자하고 항상 기기묘묘한 사건들을 맡게 되는 홈즈 시리즈 중에서 '보헤미아 왕국 스캔들'은 가장 평범한 내용이다. 하지만 이 단편소설은 오늘날까지도 드라마나 영화로 패러디할 정도로 유명하다.

 

왜냐하면 '보헤미안 왕국 스캔들'는 홈즈는 명석한 추리력을 통해 사진이 보관된 곳을 알아냈음에도 불구하고 애들러는 홈즈의 변장과 그가 꾸민 전략의 과정들을 눈치채고 있었다는 점이다. 완벽함을 표방하는 홈즈로서는 이번 사건이 자존심 상할 일이었지만 오히려 그는 애들러의 지혜에 존경을 한다. 애들러에 대한 홈즈의 존경은 곧 자신의 패배를 스스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도 아이린 애들러는 홈즈에게 패배를 선사한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로 기억되고 있다.

 

 

 

 

 홈즈와 애들러와의 관계

 

 

 

 

 

 

 

시간이 지날수록 홈즈 시리즈를 즐겨 읽은 독자들과 후대의 추리소설가들은 홈즈와 애들러의 관계에 대해서 상상력을 가미하여 재해석하게 되는데 애들러에 대한 홈즈의 존경 속에는 그녀에 대한 사랑의 감정이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명탐정 코난 극장판 6기 <베이커 가의 망령>은 사건 전개상 내용도 재미있지만 코난 도일과 셜록 홈즈에 대한 코다마 겐지 감독의 오마주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인공 두뇌로 이루어진 '노아의 방주' 게임에 참여한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서 코난과 소년 탐정단 일행은 홈즈가 활동하던 19세기 말 런던으로 가게 된다. 그곳에서 코난은 자신의 우상 홈즈뿐만 아니라 아이린 애들러도 만나게 된다. 이 만화에서는 애들러는 홈즈의 '연인'으로 소개하고 있는데 재미있게도 애들러의 모습이 결혼하기 전에 인기 여배우로 이름을 날렸던 코난의 어머니 쿠도 유키코 (한국판에서는 이하연)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애들러를 좋아하는 홈즈의 모습은 당연히 코난의 아버지이자 유명 추리소설 작가인 쿠도 유사쿠(한국판에서는 남건)와 닮았다. 홈즈와 애들러의 관계를 절묘하게 설정한 재미있는 오마주다.

 

 

 

 

 팜므 파탈, 아이린 애들러

 

 

 

 

 

 

셜록 시즌 2의 에피소드 1화에 등장한 아이린 애들러

 

홈즈보다 조금은 나이가 들어버리는 연상으로 등장했지만

팜므파탈 매력을 지닌 애들러의 마스크가 무척 신선했다. 

 

 

 

 

홈즈와 애들러와의 관계를 소개하다가 그만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질 뻔했다.

 

다시 BBC 드라마 <셜록> 시즌 2의 첫 번째 에피소드로 돌아가보면 원작인 '보헤미안 왕국 스캔들'을 모티브를 했기 때문에 당연히 아이린 애들러가 등장한다. 내심 홈즈와 애들러와의 고전적인 관계가 스마트폰과 컴퓨터가 발달한 2000년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에서는 어떻게 변용, 설정되었는지 무척 기대 되었다.

 

그 전에 시즌 1의 세 편의 에피소드도 브라운관을 1초라도 땔 수 없을 정도로 몰입하면서 시청했는데 이번 편만큼은 사건 전개보다도 유독 눈이 간 것이 아이린 애들러였다.

 

아이린 애들러가 이렇게 섹시한 여성으로 나올 수 있다니... 드라마 속 애들러는 정치적 거물이나 상류층 인사들과 자주 만날 정도로  팜므파탈 매력을 지닌 여성으로 등장한다. 심지어 홈즈와 첫 대면부터 올 누드로 나타나기도 한다. (공중파라서 희미하게 모자이크 처리되었다) 게다가 원작 소설에서처럼 그녀 역시 홈즈를 골탕먹이기도 한다. 애들러가 저장한 휴대폰의 비밀번호를 알지 못해서 번번히 추리력이 빗나가게 된다. 애들러에게 여러 번 농락당한 끝에 홈즈는 드디어 폰의 비밀번호를 알게 되는데...

 

아직 드라마를 보지 못한 분들 때문에 드라마 속 내용을 자세히 소개할 수는 없지만 이 에피소드에서 홈즈는 애들러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되며 원작처럼 그녀의 지혜를 존경한다기보다는 한 여자를 사랑하는 차도남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여자에 대해서 특별한 감정을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냉혈한 홈즈에게는 애들러와의 만남이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첫사랑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홈즈는 자신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못한다. 철면피답게 그러한 감정을 자신의 가면 속에 숨기고 있었다.

 

 

 

 

 연애는 못 하더라도 '홈즈'처럼 되지 말자

 

어렸을 때 셜록 홈즈 시리즈를 즐겨 읽었을 때에는 완벽한 추리력에다가 상대방의 기를 꺾일 정도로 빈틈 없는 논리력 그리고 무감정해보일 수 있는 냉혈한 이미지가 무척 좋아했고 한 때 동경한 적이 있었다. 무뚝뚝하기로 유명한 경상도 출신이라서 그런지 홈즈의 그런 모습이 그냥 좋아보였다. 그야말로 '차도남'의 전형적인 인물이며 원조격인 셈이다.

 

하지만 홈즈는 여성의 존재를 부정적으로만 바라봤다. 가끔 그의 절친한 동료인 왓슨도 고쳐야 될 성격의 약점이라고 지적할 정도로 여성 앞에서는 차가운 반응만 보일 뿐이다. 드라마 속 홈즈는 자신에게 친절하게 다가가는 여성들에게는 냉소적으로 대한다. 이러한 성격 때문에 당연히 그는 연애 한 번도 못해봤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여성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것도 아니다. '보헤미안 왕비 스캔들'에서는 여성의 본능을 이용하여 애들러가 사진을 숨겼던 곳을 알아내게 된다. 왓슨은 홈즈가 시킨대로 애들러의 집에서 불꽃과 연기를 일으키게 하는 작은 폭탄을 던지게 되는데 일부러 집에 불이 나게 함으로써 애들러가 소중히 여기는 사진이 있는 곳을 알려고 한 홈즈의 전략이었다. 홈즈는 위험한 순간으로부터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먼저 지키려고 하는 여성의 심리적 본능을 이용했던 것이다. 드라마에서도 홈즈 역시 여성이라면 가지고 있는 특별한 본능과 신체적인 반응만 가지고 애들러가 저장한 휴대폰의 비밀번호를 알게 된다.그는 위험하기 짝이 없고 평범하지 않은 자신의 직업상 여성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스스로 억제하고 조절하면서 살았던 것이다.

 

어렸을 때는 차도남 이미지를 좋아했었는데 요즘 나이를 한 살씩 먹어갈수록 이제는 따도남 이미지를 선호하고 있는 편이다. 오랜만에 어렸을 때 즐겨 읽은 낡고 변색이 된 문고판 홈즈 시리즈를 다시 보니 홈즈가 멋있다기보다는 오히려 연민이 느껴졌다. 머리가 똑똑하고 악의 무리들을 소탕하는 멋진 영웅으로서의 홈즈가 아니라 일반 사람들이 절대로 해결할 수 없는 기괴한 사건들을 푸는 독특한 취미를 가진데다가 완벽함을 추구하고 무척 깐깐한 유별난 성격 때문에 자신 스스로 너무나 차가운 탐정이 되어버린 고독한 런더너였다. 홈즈가 좀 더 마음의 문을 열 줄 알고 타인의 입장과 관계를 이해할 수 있었다면 아이린 애들러는 아니더라도 좋은 여자와 연애하는 상상도 해보게 된다.

 

 

 

 

 

 

 * 오늘 밤 12시 15분 KBS 2TV에 셜록 시즌 2의 두 번째 에피소드 '바스커빌의 개' 가 방영한다. <바스커빌의 개>는 셜록 홈즈 시리즈 중 장편소설이면서도 지금까지도 가장 많은 패러디가 있는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는 팁을 알려준다면 먼저 원작소설을 읽어보는 것이 낫다. 소설과 같이 비교해서 보는 것도 재미있다.  

 

개인적으로 <바스커빌의 개>를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어서 이번 에피소드도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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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4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ㅎㅎ저도 어제 셜록홈즈 재미있게 봤어요.오늘 방영한다는 버스커빌가의 개도 상당히 기대됩니다^^

cyrus 2012-02-06 18:42   좋아요 0 | URL
버스커빌 가의 개 에피소드를 중간에 보다가 그만 잠이 들어서 결말을
보지 못했어요. 무척 기대했던 에피소드였는데 케이블에서 또 방영된다면
보지 못했던 부분을 봐야겠어요 ^^;;

stella.K 2012-02-05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왜 하필 늦은 밤에 하는지 모르겠어.
아예 포기했다. 오늘 거라도 볼 수 있을까?
난 더빙판 좋아하는데. 자막으로 읽는 거 좀 지겨워져서 말야.
성우의 꽃은 더빙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 좋은 자리 다 자막으로 대치하고
예능이나 다큐 나래이션에 집중해 있는 거 안타까워.
요즘엔 다큐 나래이션도 꽃미남, 미녀들한테 주고 뭐 먹고 사는지 모르겠어.ㅋ

cyrus 2012-02-06 18:44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바스커빌 가의 개 에피소드 보다가 깜빡 잠 들어서
결말을 보지 못했어요. 케이블 영화채널에서는 시즌 1을
자막판으로 방영해준 적이 있었는데 이참에 시즌 2도 다시 방영해줬으면
좋겠어요.

BRINY 2012-02-06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아이린 애들러가 80년대생이라는 설정으로 나오는 걸 보고, 무척이나 놀랐습다. 드라마 셜록이건, 영화 셜록홈즈이건, 권교정님의 만화 셜록이건간에, 제가 상상하는 아이린 애들러랑 너무나 거리가 먼 아이린애들러만 나옵니다 흑흑.

cyrus 2012-02-06 18:49   좋아요 0 | URL
권교정님의 만화는 보지 못했어요. 사실 저도 원작에서 본 캐릭터에 대한
이미지를 중요시하게 생각하는데 이번 BBC판에서는 팜므파탈로
나와서 살짝 원작을 탈피한 점에서 참신했어요.
사실 이 에피소드가 방영되면서 애들러에 대해서 영국 현지에서도
호불호가 있었다고 하네요. 온 가족이 시청하는 시간대에 애들러가
누드로 나온 장면에 대해서 논란이 있었고요.

마녀고양이 2012-02-07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루스님,
만일 홈즈가 자신의 위험한 처지를 생각해서 여자를 멀리하는거라고 생각하신다면,
저는 완전 반대랍니다... ^^. 저는 결코, 코난 도일이 그려낸 홈즈가 그렇게 인간미 넘치고 따스한 사람이라고 생각되질 않거든요. 음침하고, 외골수에, 마약장이이고, 자극을 좋아하면서도, 사람에 대한 친밀감-특히 여자-는 최저인... 그런 인물로 그려졌잖아요. 그렇기에 저는 최고의 캐릭터라고 생각도 듭니다만...

셜록 시즌2 KBS에서 하는데, 너무 늦게해서 졸려요. 거기다
더빙이라서 너무 이상하게 느껴져서 몰입이 안 되구요.
시즌2를 케이블에서 하루 종일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열심히 바랍니다!!

cyrus 2012-02-07 19:28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제가 처음 홈즈라는 인물을 오래된 문고판을 통해서 알게 되었어요.
요즘에 나오고 있는 전집도 아니었고요, 번역도 누락된 부분도 있었고요.
나중에 황금가지에 나온 전집을 읽으면서 제가 어렸을 때 본 문고판이랑
다른게 보이더라고요, 그리고 오히려 전집을 읽으니 홈즈의 음침하면서도
마약에 중독된 모습이 확실하게 그려지더군요. 그래서 홈즈라는 인물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

저도 이번 시즌 2에 두 편을 제댖로 보지 못해서 혹시 이번에도
케이블에서 방영하면 꼭 보려고 해요. 더빙보다는 훨씬
이야기가 쉽게 이해될 수 있을거 같아요 ^^
 

 

 

 

 

 

 

 

2월을 시작하는 첫 날 하루동안 전국의 대학생들의 뇌 속에는 '국가장학금' 생각 밖에 없었을 것이다. 오늘 2월 1일부터 4일까지 국가장학금 결과 발표일이기 때문이다. 2월 1일 0시, MBC게임이 MBC뮤직으로 채널명이 바뀌면서 역사의 기억 속으로 사라지는 순간 오랫동안 게임 채널을 시청해왔던 사람들에게는 아쉬움을 느꼈다.  반대로 대학생들에게는 2월 1일은 앞으로의 대학생활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날이었다. 심야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대학생들은 이 날을 잊지 않고 국가장학금 결과조회를 확인하기 위해서 기대 반 걱정 반 마음으로 한국장학재단 사이트를 접속하기 시작했다.

 

컴퓨터 모니터와 키보드에 집중한 대학생들의 힘은 오늘 하룻동안 포털사이트 검색 순위에 '국가장학금'을 상위권에 랭크되는 위력을 보여주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국가장학금' 순위는 여전히 10위권 밖으로 나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수많은 대학생들이 너도나도 자신들의 장학수혜 현황을 확인하기 위해서 사이트를 검색했을텐데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한국장학재단 사이트에 서버 폭주에 의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아마도 대학생들의 방문 폭주를 대비해서 한국장학재단 측에서 서버량을 확실히 늘렸는가 보다.

 

 

 

 

 

 

 

그런데 장학금 수혜 발표 결과에 대해서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는 혼동했다. 자신이 정말 국가장학금을 받게 된 것인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국가장학재단 사이트에 접속하면 장학금 신청현황에 두 가지 유형(유형1, 유형2)의 승인결과 둘 다 '심사중'이라도 표시되어 있어서 일부 대학생들은 국가장학금을 수혜받지 못할까봐 걱정, 근심부터 들었을 테다.

 

나 역시 그랬었다. 처음에 새벽 0시가 지난 후에 확인했을 때는 둘 다 '심사중'이라고 떠있길래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지금 우리 집 경제적 형편과 소득으로 봐서는 국가장학금을 받을 수 있으리라고 예상했었다.

 

그런데 아침, 점심 시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심사중'이라는 글자만 남아 있었다. '국가장학금'과 관련된 실시간 트위터에서도 나처럼 국가장학금 결과에 초조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어떤 이들은 자신이 국가장학금을 받는다는 결과를 확인했다고 자랑하고 있었고, 확인결과를 나타나지 않은 어떤 이는 '심사중'이라는 문구 때문에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는 트윗을 남기기도 했다.

 

새벽 12시 반부터 처음 확인하기 시작한 지 무려 15시간 뒤에서야 내가 국가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결과를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유형 1'에 '선발완료'라고 표시되어 있는데 국가장학금 유형 1를 선발 , 수혜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알고보니 사람들마다 발표 결과 확인차가 발생했던 것은 학교별 혹은 개인별로 선발결과가 나오는 시기가 달랐을 뿐이었다. 그러니까 오늘 2월 1일에만 일괄적으로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2월 4일까지 순차적으로 결과를 발표하려고 했던 것이었다. 그러니 지금도 '심사중'으로 나온다고 해서 크게 낙담하기에는 이르다.  

 

 

오늘 하루종일 '국가장학금'이 검색 순위에 상위권에 랭크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전국 대학교 등록금 인하에 대해서도 연관 검색어로 급부상하기도 했다. 지금도 '대학교 등록금 인하'라고 검색을 하게 되면 전국 109개 대학교 등록금 인하율을 한 눈에 알 수 있는 목록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4년제 공, 사립 대학교들의 등록금 인하율은 최소 2~5%다. 아직까지 연세대, 포항공대 등은 여전히 등록금 인하를 결정하지 못한 상태이다. 

 

일부 언론들은 이번 대학교들의 대학금 인하율의 폭이 '반값 등록금'을 원했던 대학생들의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다고 평을 하고 있다. 사실 이번 국가장학금 제도 같은 경우에도 여당에서 거론한 '반쪽 등록금 정책' 실현이 불가능하게 되자(물론 야당 측에서도 '반값 등록금 정책' 도입에서 대한 논의를 언급하기도 했다) 국민 여론의 비판을 면하기 위해서 만든 고육책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남아 있다.

 

그리고 등록금 인하를 결정한 전국 대학교들 중에는 대부분 지방에 위치한 대학교들이 많은 편인데 이는 단순히 학생들의 반값 등록금 요구를 받아들인 결정이라기 보다는 '국가장학금'이라는 이름 아래 정부가 지원하는 재정지원을 한 푼이라도 받기 위해서 대학교가 제 살을 스스로 깎아내린 결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 사실 서울, 경기도와 같은 수도권에 위치한 대학교들에 비해서 지방에 위치한 대학교들은 정부의 재정지원면에서 상대적으로 미약하기 때문이다. 등록금을 낮추는 대신에 정부가 책정한 국가 장학금을 통해서 대학생들의 경제적 이중고(등록금 마련, 전세 부담)를 줄일 수 있으리라 전망하고 있다.

 

대학교들이 결정한 등록금 인하율이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 완화에 크게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래도 과거 몇 년 동안 동록금을 인상했던 전력에 비하면 이번 109개의 대학교의 등록금 인하 결정은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한 순차적인 단계의 시발점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등록금이 몇 % 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단지 인하율이라는 수치에만 연연해서는 안 된다. 작년 말에 쓴 등록금 관련 글에서도 재차 밝혔지만 예산을 올바르게 사용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예산의 용도와 절차 부분에 있어서 투명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학교 운영에 있어서 중요한 내용이 아닌 이상 학생들에게 학교 재정 및 정부 예산의 이력이 공개해야 한다.

 

이는 학교 측으로부터 일방적으로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것보다는 총학생회가 직접 학교 재정 용도 공개에 대해서 학교 측의 입장과 조율하여 결정하는 것이 낫다. 내가 다니고 있는 학교도 그렇고 작년에는 정부가 언급한 '반값 등록금'의 여파는 대학교 총학생회 선거가 펼치고 있는 캠퍼스에도 불어왔다. 총학생회 후보들이 공통적으로 거론되었던 것이 단언 '반값 등록금'이었다. 수천 명의 재학생들에게는 정말 눈이 번쩍일만한 공약이었겠지만 사실 총학생회의 힘만으로는 '반값 등록금' 공약을 지키기에는 현실적으로 역부족이다. 정부도 지금 자신이 한 말을 지키지 못한 판인데 말이다.

 

학생회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학생들에게 공약으로 내건 '반값 등록금 도입'이 단순히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포퓰리즘이 아니라고 말하겠지만 학생들이 크게 환영했고 간절히 요구했던 화제의 공약이 지켜지지 못하면 그에게 한 표를 행사했던 학생들은 학생회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게 되고 그들로부터 학생회가 내세운 정책은 '포퓰리즘'이라는 오명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어떻게 본다면 총학생회 선거도 우리나라 국회의원, 대통령 선거의 미니어쳐라고 볼 수 있다)

 

차라리 등록금을 반값으로 내리는 비현실적인 정책보다는 학교 측과의 논의와 조정을 통해서 재정 용도를 공개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학교와 재학생들 그리고 일 년 간 학교의 발전을 이끌어 나가야 할 총학생회가 서로 상생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보다 현실적인 정책일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교는 정부가 지원하는 예산을 학생들의 복지에 걸맞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 말하는 '복지'는 학생들의 편의를 위한 학교 시설을 증축하는 사례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지금 전국의 대학생들이 학교에게 원하는 '복지'는 비싼 등록금 때문에 경제적 부담을 갖지 않는 것이다. 그런 마음은 비단 대학교를 다니는 학생들 뿐만 아니라 대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의 마음도 같을 것이다. 단순히 등록금을 반값으로 인하하는 것보다는 저소득층 학생들이 등록금 때문에 경제적 부담을 가지지 않도록 어느 정도 지원할 수 있을 정도로 예산안을 확충하는 식으로 여러가지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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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랑 2012-02-01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앞으로 걱정이 태산입니다.
저의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가기라도 하는 날에는....
겁나서 잠도 안옵니다요 ㅠ.ㅠ

stella.K 2012-02-02 11:57   좋아요 0 | URL
헉, 차트랑공님 아이가 있으신가 봅니다. 몰랐네요.ㅋ

cyrus 2012-02-03 22:06   좋아요 0 | URL
앞으로 우리나라 사회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이번에 장학금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으면 대학생이 될 다음 세대들에게도 악순환이
되물림된다고 생각해요. 10년 후에 지금보다 경제가 좋아질거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할 수 없으니까요. 경제 상황이 좋지 않는다면
장학금 문제도 심각해질 수 밖에 없고요.

재는재로 2012-02-01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 결혼도 않했는데 결혼하고 아이낳기가 무섭네요

cyrus 2012-02-03 22:08   좋아요 0 | URL
오죽했으면 88만원 세대들이 삼포 세대라는 또 하나의
별명이 있긴 하죠. 경기가 불황이니깐 집 마련하지도 못하도
결혼도 못하고, 아이도 못 낳게 되는,, 불행한 세대로 전략한 상태죠/

책을사랑하는현맘 2012-02-02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 앞으로 적금을 들고 있는데 1년 대학등록금이나 될까 모르겠어요.
진짜...점점 더 살기 어려워지니 어쩝니까...

cyrus 2012-02-03 22:10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등록금 문제가 확실히 부각된 지금 시점으로서는
현 대학생들에게는 숨통이 트일 수 있겠지만 향후 경기가 불황이라는
가정 하에 있다면 대학생이 될 다음 세대들이 걱정되기도 합니다.

차트랑 2012-02-02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뽀록났네요 스텔라님^^

stella.K 2012-02-02 18:18   좋아요 0 | URL
아이, 아깝당. 총각인 줄 알았는뎅.ㅠㅋㅋㅋ
그럼 가끔 아이 얘기도 들려주시지 않구요. 흥!

cyrus 2012-02-03 22:10   좋아요 0 | URL
(^^)

맥거핀 2012-02-02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암튼 장학금을 타게 되셨다는 얘기지요? 정책으로 보았을 때는 아쉬움이 남는 일이지만, cyrus님 개인으로 봤을 때는 축하할 일이네요.^^

cyrus 2012-02-03 22:11   좋아요 0 | URL
이번에 도입된 국가장학금 제도가 대학생들의 고충을 확실히 덜어주게 될
정책이 될지 지켜봐야겠지만,, 일단 혜택을 받을 수 있으니 좋네요 ^^

순오기 2012-02-03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가장학금 수혜대상자가 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가 봅니다.
축하축하~~~~~~^^
울 아들도 3월에 신청해야되는 거죠?

cyrus 2012-02-03 22:12   좋아요 0 | URL
아드님이 올해부터 대학생이라고 하셨죠?
신입생은 3월에 신청하는 거 맞습니다. 날짜 꼭 기억하시고
그 날에 신청하면 좋을듯합니다. ^^

 
불안 - 개정판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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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안의 쓰나미에 휩쓸리는 현대인

 

하루 자고 나면 세상 모든 것들이 변하게 되는 이 세상에서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마련이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의 변화에 의해 영향을 받게 되며 그 변화의 방향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경제가 어려울 때면 지위가 높아지는 사람보다 낮아지는 사람이 늘어나고 그만큼 사회적인 불안도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오늘날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그것에 발맞추지 못하는 사람들은 종종 인생의 낙오자나 실패자로 간주된다. 그래서 현대인은 자신이 혹시 세상의 왕따가 되지 않을까 또는 실패자로 규정되지 않을까 하는 만성적인 불안감에 시달린다. 더군다나 경제 불황, 실업률 증가, 구조 조정 등의 어두운 사회현실은 더욱 더 우리를 불안으로 내몰고 있다. 마치 불안은 삶의 전면에서 우리를 마구 뒤흔들어놓는 거대한 쓰나미와도 같다. 그리고 이처럼 불안이 휩쓸고 간 후에 남는 것이라고는 자괴감과 상실감 밖에 없다.

 

 

 

 '불안'이라는 성가신 불청객 달래기


알랭 드 보통은 더 많은 부와 더 높은 사회적 지위를 갈망하기 때문에 불안이 야기된다고 분석한다. 사회에서 제시한 성공의 이상에 부응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걱정, 존엄을 잃고 존중을 받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걱정, 현재 사회의 사다리보다 낮은 단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걱정 등으로 인해 불안한 것이다. 경제적 부와 사회적인 명성을 얻고자 하는 욕망은 평범해지는 것에 대한 공포감 때문에 더욱 커진다. 평범한 삶이 모욕적이고, 천박하고, 초라하고, 추하다고 생각할수록 그 삶으로부터 멀어지고자 하는 욕망도 강해진다. 불안은 어쩌면 부와 권력에 안달하는 사람들이 걸리는 '욕망의 병'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비단 드 보통만이 인지하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현대인이 겪고 있는 불안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책들은 얼마든지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책들의 대부분은 서점의 '처세술' 코너에 쌓여 있다. 그 책들이 우리에게 일러주는 것은 '삶이라는 전쟁터에서 살아남는 전략'이다.

 

드 보통은 다르다. 그는 우선 불안을 바라보는 관점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태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삶이라는 전쟁터는 과연 어떠한 곳인가?', '삶은 과연 전쟁이기만 한 것인가?'  드 보통은 우리의 삶에서 도저히 떨쳐낼 수 없는 불안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이를 통해서 이 성가신 불청객을 어떻게 달래주면서 보내야 하는지에 대해서 조언해준다.

 

 

 

 불안에 대처하는 그들의 자세

 

사회로부터 도태되거나 소외되지 않기 위한 애처로운 불안의 절규와 몸부림은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알랭 드 보통은 점점 더 소심해지고 작아지는 우리에게 자신의 불안을 감싸하고 다독일 줄 알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들은 남의 시선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예외적인 인물들이며, 사회 밖으로 스스로 걸어 나갈 줄 아는 즐거운 산책자이다.

일찍이 철학자들은 다른 사람들의 모욕이나 비난에 의연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이 말하는 이성은 타인의 말과 시선이 실제로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 아님을 깨닫게 해주었다. 그래서 철학자들은 타인의 말보다 자신의 이성을 더 신뢰했으며, 이러한 이유로, 남의 생각이나 판단을 자신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삼지 않았다. 보헤미안들은 경제적 능력으로 사람의 가치가 매겨지는 현실에 대항함으로써, 세상의 가치를 전복시키고자 한 삶의 혁명가들이었다. 이들은 세상이 외면한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그것을 몸소 자신의 생활에서 실천한 사람들이었다.


결국 불안에 당당했던 그들은 단순히 경제력이나 물질적 성공으로 환원될 수 없는 다양한 삶의 가치를 스스로 발견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들을 통해서 우리는 세상에는 우리가 알고 있던 가치들보다 훨씬 더 많은 가치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나와 '불안'을 가둬버린 울타리에서 벗어나기

 

우리 속담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나보다 성공한 사람에 대한 불쾌감을 잘 표현한 것이다. 결국 우리는 자신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서, 남보다 좀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가려고 하고, 남들보다 더 많이 가지려고 애쓴다. 그리고 이처럼 남들보다 잘 보이려고, 좀 더 우월하게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오늘날 현대인을 점점 더 병들게 만든다.


우리는 세상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사다리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어차피 나는 남과 부대끼며 살 수밖에 없으며, 그러한 한에서 끊임없이 샘솟는 불안감과 마주쳐야 한다. 그런데 알랭 드 보통에 의하면, 인간이 느끼는 불안감의 정도는 자신이 생각하는 준거집단, 바꿔 말하면 세상의 울타리에 한정된다고 한다. 세상에 나름의 울타리를 치고서는 적어도 이 안에 있는 사람들보다는 우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우리 스스로 '불안'이라는 불청객을 불러들이면서도 나가지도 못하게 만드는 폐쇄적인 울타리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불안' 불청객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폐쇄적인 울타리를 만들어 자신의 마음을 가두려고 해서는 안 되거나 그 울타리 밖으로 탈출하는 방법 밖에 없다.  이제까지 우리를 옭아맸던 세상 사람들의 세계에서 벗어나,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만들고, 거기에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해야 한다. 비로소 우리는 불안을 삶의 침입자가 아니라 나와 더불어 삶을 꾸려나갈 숙명적인 동반자로서 묵묵히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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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2-02-01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었구나. 이번에 평가단 위시목록에 넣는데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아.
나이들면 쓸데없이 걱정이 많아지더라구.
그런데 작가는 걱정과 불안을 같은 의미로 다룬 것도 같네.
그냥 걱정은 생각 안하고 불안만 다룬 것도 같고.
암튼 한번쯤 읽어야할 책인 것 같긴해.

cyrus 2012-02-01 21:01   좋아요 0 | URL
오래 전에 구판으로 읽은 적이 있었는데요,
읽은지 하도 오래되어서 표지만 달라졌을뿐 내용은 똑같은거 같았어요.
가끔씩 잊혀질 때 한 번씩 읽어두면 좋을거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