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주말근무체제에 돌입하기 시작했다. 우리 일이라는 것이 다 그렇듯 올 한해도 역시 피X을 싸며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일 것 같다. 워낙 마진폭이 적은 업종이라 이렇게 일을 해야 그나마 본전이라도 건지니까.
더불어 공기업 발주처의 모뙨 습관 중 하나인 금요일 오후에 오더를 내리고 ‘월요일 오전까지!’ 라는 관행이 변할 조짐이 안보이니 뭐 어쩔 수 없이 토요일 출근은 당연한 수순. 그렇게 봄볕 따뜻한 날에 사무실에 처박혀 모니터를 보며 일을 죽이고 있자니 소장마마가 잠시 후 등장하신다.
배고프다. 밥 먹으러 가자!
우리 소장마마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일단 기골이 장대하시고 먹는 걸 참 좋아하시는 분이시다. 다른 건 몰라도 직원들 먹는 거에 돈 아끼지 않는 양반. 그리하여 소장마마 차타고 봄도 되었겠다. 뭐 좀 후끈한 음식 좀 먹어보자며 달려간 곳이 삼각지까지 가버리게 되었다.
종종 들렸던 집이고 이래저래 소문도 많이 난 집이다. 변함없이 앉자마자 주문 들어가고 바로 밑반찬 단출하게 나온다. 변함없는 동치미와 젓갈과 함께 버무린 무가 나온다. 더불어 엄청난 화력을 자랑하는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진 이 집의 메인요리가 부글부글 끓기 시작한다. 먹는 순서도 존재한다.
일단 간장에 겨자 좀 풀고 콩나물과 미나리부터 건져 먹어야 한다. 오래두면 질겨진단다. 그리 먹다 보면 얼큰한 국물에 허연 동태 살과 내장이 보이기 시작한다. 워낙에 간이 안 된 심심한 생선살인지라 간장겨자 소스에 살짝 찍어 먹으면 담백하게 맛 볼 수 있다. 애와 곤도 빠지지 말고 흡입해야 한다.
이리 먹고 나면 밥을 볶아 먹을 수 있다. 자작하게 남겨진 국물에 밥을 넣고 김가루 뿌리고 밑반찬으로 나온 무김치 넣고 마구 볶아 먹으면 한 끼 식사 끝이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아님 요즘 생선기피 현상 때문인지 유난히 한가롭게 한 끼 해결하고 토요일 풀로 야근하고 집으로 고고씽. 이제 슬슬 고된 일정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