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돼지를 땅속에 파묻어도, 강원도에 폭설로 시장이 무너져도, 제아무리 이상기온으로 2월 달 영하의 날씨에 광풍이 몰아쳐도 봄은 오나보다. 어제 주말의 시작과 더불어 그래도 어느 정도 풀린 날씨를 보여주었기에 마님과 주니어와 함께 동네 시장 마실을 가게 되었다.
나간 김에 동네에서 꽤나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일단 나의 연식으로 계산을 해보면 못해도 30년은 넘게 한자리에서 장사하고 있는 가게) 설렁탕집에서 가볍게(?) 점심을 해결하고 유유히 걸어 걸어 동네 재래시장에 당도했다.
시끄럽고 소란스러워도 전혀 스트레스를 안 받는 에너지가 넘치는 장소. 우렁찬 목소리로 호객을 하는 아주머니, 아저씨, 총각들의 목소리가 힘차게 울려 퍼진다. 이래저래 찬거리를 사고 뭔가 비릿한 것이 먹고 싶었던지라 멍게도 양껏 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동네에 있는 조그마한 커피가게에서 짱짱하고 선한 인상을 가지신 그 가게 사장이 내주는 커피를 마시며 창 밖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선에 들어온 건 어느 허름한 건물의 입구 위 청 테이프로 덕지덕지 붙여 논, 봄이면 어김없이 쓰이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立春大吉
아주 잘 썼다고는 말하지 못하겠으니, 글씨엔 길을 바라는 힘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재미있는 건 대칭되는 위치에 쓰여 있는 다른 네 글자를 발견하고서다. 무슨 글씨인가 집중해서 한 글자, 한 글자 읽어봤다.
立春大吉, 世界平和!!
단 네 글자의 힘이 이렇게 위대한 줄 몰랐다. 어느 무명씨가 써 갈긴 글씨가 명필가가 예술인 정신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써 놓은 문구보다 강렬하고 힘차게 느껴진다. 2011년 올 한해는 봄이 오며 좋은 일들이 생겼으면 좋겠고 더불어 세계평화도 함께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