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무실의 위치는 주택가로 이어지는 골목의 초입에 위치해 있다.

담배를 피우는 나는 하루에 몇번씩 주차장에 내려간다. 사무실 사람들 중 담배를 피는 사람은
나와 소장 뿐...그나마 오너인 소장이야 소장실에서 뻐끔뻐끔 피워도 뭐라 그럴 사람이 없다지만.
난 오너가 아니라 고용인일 뿐인지라, 담배를 피워야 하면 주차장으로 나가야 한다.
사람들은 귀찮은데 끊어버려 라고 말들 하지만, 답답한 사무실을 잠깐 잠깐 벗어나서 밖에 있을
수 있는 좋은 핑계거리를 쉽게 포기할 순 없는 않은가 ? 별일이 없으면서 하루에 5번 6번 정도
나가는 걸로 끝난다지만 짜증나고 성가신 일이 근무시간 중에 생긴다면 그 외출이 잦아지는 것이
끽연자들의 습성이니.... 이렇게 자주 밖에 나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길에서 마주치는 여러 사람들을
관찰하게 되었다.
주변에 여고가 있고 조금 거리감이 있지만 어학원도 있는 까닭에 외진 골목치고는 제법 다양한 인간
들이 사무실 앞을 지나친다. 낮시간에는 동네 아줌마들이나 어린아이들.. 그리고 별반 할일 없어 보
이는 나이드신 아저씨들.... 오후가 되면 교복을 차려입은 여고 혹은 여중생들이 왔다갔다 하고....
해가 떨어지면 주변 까페골목의 영향인지...취객들..혹은 꽤나 야하게 차려입은 여성들이 왔다리
갔다리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사무실 건물을 지날 때 100이면 98명 정도는 잠깐 멈춰서서 사무실 건물 정문을
보면서 몸을 틀고 아래위로 확인하고 다시 한번 옷 매무시를 다듬고, 머리를 쓸어 내리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

이유야 뻔할 뻔자. 고대 신화에서 나오는 호숫에 비친 자신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고 목숨을
잃어버린 나르시스의 후예들인 까닭이기도 하겠거니와 골목의 성질상 이렇게 뛰어난 전신
거울의 역활을 해주는 현관문이 전무후무하기 때문이랄까..
오늘도 담배를 피우러 주차장에 걸터 앉아 오고 가는 사람들을 관찰하는 쏠쏠한 재미에 무려 5명이나
자연스럽게 비치된 전신거울에 자신의 용모를 요리조리 뜯어보는 선남선녀들을 목격했다는 사실..
그 중 짧은 반바지를 차려 입은 20대 중반의 여성은 한껏 자신의 각선미를 뽑내다 주차장에서 담배피는
나를 목격하고는 창피한지 홍당무가 되서 열심히 달음박질을 치는 장면도 목격...
역시 사람을 관찰하는 건 생각보다 쏠쏠한 재미가 있다.
뱀꼬리 :
한때 허무하기 이를데가 없는 친구 한놈이 재미있는 걸 좀 가르쳐 달라고 하길래.....
압구정 갤러리아 백화점 건너편에 맥도널드가 하나 있으니, 거기 가서 콜라하나 사가지고 그 앞에 걸터
앉아 오고 가는 사람들 구경하라고 한 적이 있었다. 왠만한 걸로는 재미를 못느끼는 허무가이는 3시간이
넘게 그곳을 죽치고 앉아있다가 와서 한다는 소리가 `진짜 재미있다.!!' 였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