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뻔뻔한 딕과 제인 - 아웃케이스 없음
딘 패리삿 감독, 짐 캐리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간만에 만나는 짐 캐리의 가벼운 영화..다시 말해 극장가서 봤다면 깔깔 웃다가 극장 밖을 빠져 나오면
팝콘에 음료수 홀짝거린 기억밖에 안날 시간 죽이기 아주 좋은 영화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정이 있는
사람들은 결코 웃고 넘길 코미디 영화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번듯한 대기업에 다니는 딕(짐 캐리)은 어느날 갑자기 사옥의 꼭대기층에 있는 회장실로 호출을 받게
된다. 엄청난 실수..혹은 초고속 승진이 아니면 올라갈 일이 없는 이 회장실은 코엔 형제의 허드서커
대리인에 나오는 그 사무실의 분위기와 별반 다를 바가 없다. 권위적이고 고압적인.. 상대방을 주눅들게
만드는 실내 인테리어에 압도된 딕은 자신이 초고속 승진으로써 홍보이사로 발탁되었다는데 놀라움을
금치 못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정해진 영화의 뻔한 공식에 따라, 초고속 승진의 이면에는 망하기 일보 직전의 기업의 진실을 은폐하고
회장의 이권을 챙기기 위한 시간벌기 내용이였고, 결국 회사는 부도나고 직장을 잃은 딕과 제인 부부가
생계를 위해 강도짓을 계획하고 범행하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리고 있다.
딕과 제인은 먹고 살기 위해, 집안의 살림살이를 내다 팔기 시작했고, 결국 최종 집까지 압류 들어가기
일보직전의 상황이라는 벼랑끝에 내몰리게 되는 모습에서 결국 나의 옆지기는 영화를 외면했고, 나역시
웃음보다는 씁쓸한 감정을 더 많이 느끼게 되었다.
과거 나의 직장생활이 영화에서의 딕의 생활과 그다지 틀려보이지 않는 모습이였기 때문이다.
IMF를 정통으로 맞았고, 신혼여행 다녀왔더니 사무실은 결국 갈때까지 간 상황에서 직원들을 전부 정리
해고를 했었고, 그나마 다시 얻은 직장은 반년씩이나 월급이 밀리는 악덕회사였었으니까...
영화에서의 딕과 제인처럼 배짱 좋게 생계형 강도와 은행털이 같은 극단적인 일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그들의 모습에서 묘한 동질감과 연민을 느끼게 만들어준 결코 FUN하지 않는 슬픈 코미디 영화 한편이였다.
요란한 표정연기와 극단적인 표현방식을 지향하는 짐 캐리식 코미디에서도 생각하는 방향에 따라
심각하게 느껴지는 블랙 코미디같은 요소를 발견하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