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당쇠의 생활백서 #10
-실컷 비웃어 줄께...
마님은 요즘 평소보다 바쁘다.
직장에서 퇴근을 하고 소위 투잡을 시작하셨기 때문이리라.
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는데 일주일에 3번정도 수업을 하시고 받는
대가가 제법 솔솔하기 때문에 마님은 꾸준히 나가서 애들을 가르치고 있다.
어쩌다가 급하게 땜방을 해줘야 하는 수업도 가끔 나가는 실정이다 보니 요즘들어
피곤이 더 쌓여 있으리라.
어제 퇴근을 하고 잠자기 전에 마님이 마당쇠에게 진지한 대화를 시도하셨다.
요약을 하자면 학원에서 애들을 가르치기 시작하면서부터 기동력의 필요성을 느끼셨단다.
마 님: 애들을 가르치는 건 역시 기동력이 필요한 것 같아..
마당쇠: 기동력이라굽쇼..?? 기동력이라면 차를 말하는 건가..??
마 님: 그렇지.. 차로 직장과 학원, 집을 왔다갔다 하면 그만큼 길에서 버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자기야.. 요즘 싼 중고차 얼마씩 해..?
거참...자동차가 무슨 재래시장에서 파는 열무 한단...이런것도 아닌데..더군다나 차를
끌면 사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유지비가 얼마나 드는지 잘 모르시나 보다. 이런 사항에
대하여 알기 쉽게 설명을 해주었다. 유지비도 많이 든다 그나마 적게 드는 유지비를 위
해서는 경차이어야 하며, 가스차로 사는 것이 나을 것이다란 설명까지 해주었다.
가스차는 무엇이 있느냐는 마님의 질문에 어떤 차가 가스차로 나오는지에 대하여 자초지종
을 설명하려는 순간.. 난 중요한 사실이 생각났다.
마당쇠: 그나저나....이런 이야기는 운전면허부터 따시고 하시는게 순서 아닌가...??
마 님:(낄낄거리면서..) 마져..마져 면허부터 따야지...? 히히히
그러나 마님의 질문공세는 끝난게 아니였다. 면허를 따는 방법부터 비용까지 물어보기 시작
하더니 결국은 만약 자신이 면허를 따기 위해 학원을 다니면 마당쇠가 꼭 옆에 붙어서 따라
다녀야 한다는 상당히 억지스런 주장을 펼치기 시작하셨다.
마 님: 면허를 따기 위해 학원을 다녀야 한다면 자기가 꼭 따라다녀야 해...
마당쇠: 내가 왜...?? 그리고 학원 가면 옆에 학원 선생님이 앉지 난 거기 앉지도 못해...
마 님: 뭐 꼭 운전연습을 할때 옆에 못앉더라도 밖에서 지켜봐주고 그래야지...후후.
마당쇠: 그래...뭐 그러지....그리고 실컷 비웃어 주지...흐흐흐
그리고 결국은 등짝 한방 맞고 대화를 끝냈다.
아무래도 마님이 운전을 배우실 모양인데... 흐흐.. 그렇다면 이제 마님도 핸들을 잡은 사람의
스트레스 지수에 대하여 체험을 할 수 있으니, 그 날이 오기를 알게 모르게 기다리고 있다고나
할까..?
몇달 전의 일이 생각난다. 마님을 태우고 운전을 하다가 깜빡이도 안켜고 갑작스럽게
끼어드는 차로 인해 급브레이크를 밟은 나는 그 차를 보고 욕을 한바탕 했던 적이 있었다.
그걸 보고 마님이 하시는 말씀은
`급해서 그랬나 보지 뭐...자기야 너그럽게 생각해 주고 여유있게 살고 그러자 응...'
이였다. 마님이 운전을 하는 사람의 스트레스를 모르고 하는 소리였으니 난 더 쌓일 수 밖에..
그 일이 있고 몇일 후 카드결제금액을 깜빡 잊은 마님이 약간은 불쾌한 듯한 카드회사 직원의
독촉전화를 받았다. 마님은 광분해서 그 안내원에게 한바탕 쏟아 부으셨다.
옆에서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던 마당쇠는 한마디 깐죽거렸다.
`그사람들이 하는 일이 그건데.. 자기야 너그럽게 생각해 주고 여유롭게 살고 그러자 응...?'
등짝 한대 맞고 씩씩거리시는 마님을 보면서 나는 헤벌레 천사와도 같은 앙증맞은 미소를 상콤하게
지어 주었다.
운전면허연습을 하시는 마님주변에서 마님표현을 빌리자면 깐죽거리면서 까불거리면서 맘껏 비웃어
주는 상상을 하자니 스트레스가 다 사라지는 것 같다.

아이~~ 행복해라~~
뱀꼬리 : #10을 맞이 하였다.
이 페이퍼들이 마님에게 공개되는 그 순간 어쩌면 메피스토에게는 피바람이 몰려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이땅의 핍박받는 머슴들을 위해서라도 계속해서 써제껴야 한다는
말도 안되는 의무감에 불타오르고 있다고나 할까.? (핑계 조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