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일요일에 출근해서 일하는 기회(?)를 만끽하고 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맨투맨으로 방어하는 일량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많은 이유도 있고, 나름대로의 사무실에서의 위치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높이지므로 이것저것 신경 쓸 것도 많고 챙겨야 할것도 많기 때문이라고 애써 생각하고 싶다.
또다른 이유는 이 사무실에 입사한지 3년이 지났건만 이 코딱지 만한 사무실에도 권모술수와 파벌이 팽배하다 못해 결국엔 터졌고 어디에도 끼지 못한 나는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랄까 작년에 잦은 주7일근무라는 엄청난 선물을 받게 되면서 부터 일요일 출근이 잦아지지 않았나 싶다.
식구들에게 미안한 맘이야 헤어릴 수 없지만, 어떻하겠나 피할 수 없는 상황인 걸....
결국 만고의 진리인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하기는 정말 쉬운 지금의 이 상태를 나름대로 즐겨보기 위해 일요일 출근의 장점을 생각해 봤었다.
첫째는 일하면서 담배를 맘껏 피울 수 있다는 사실...
실내흡연이 금지가 되어 있다 보니 담배 한대 피울려면 주차장까지 나가야 하는 현실에서 일요일 출근은 담배를 박박 피워가면서 일을 할 수 있는 크나큰(?)장점이 있다.
둘째는 집에서 막 입는 홈패션으로 출근을 해도 아무 거리낌이 없다.
강압적인 양복입는 사무실은 아니지만 집에서 뒹굴거릴 때 입는 패션의 편안함을 고스란히 사무실에서도 채험할 수 있는 건 일요일 출근만의 특권 아닌 특권이다.
셋째는 전화가 한통도 안온다.
사실 주중에 일을 할 경우 오는 전화 다받다간 정작 내 할일을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야근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태반이였는데 일요일 출근의 경우 전화기는 코드가 뽑힌 마냥 조용하기 그지 없다. 대신 마님이 걸어대는 핸드폰만큼은 평일보다 많이 울린다.(그나마도 요즘은 많이 줄었다..마님이 포기했나 보다..)
넷째는 다음날 월요일 출근이 상대적으로 늦어도 뭐라 그러는 사람 없다.
오너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가 속한 사무실 오너는 일한 티를 팍팍 내면 대접을 해주는 양반이다 보니 이게 생각보다 잘 먹힌다. 철야한 다음날 아침에 세수도 안하고 부시시한 얼굴로 모니터 바라보고 있으면 측은하게 바라보다가 오후 2시쯤 되면 `야야야 빨리 퇴근하고 집에가서 씻고 푹 자고 와라.' 이런 말이 나온다. 그러다 보니 월요일 아침에 좀 늦게 나와서 어제 쓴 경비를 경리에게 영수증 던져주는 액션을 오너 앞에서 보여주면 나올려고 하는 잔소리도 쏙 들어가게 하는 장점이 있다.
휴우....하지만 말이다..아무리 장점을 열거해 본들 집에서 딩가딩가 굴러다니면서 쉬는 것보다야 하겠는가.
와사비 잔뜩 들어간 초밥 물고 안매운 척 표정관리하는 양 난 오늘도 무덤덤하게 일요일 근무를 수행하고 있다. 나에게 있어서 주5일 근무라는 광명은 언제쯤 찾아오게 될까...막쓰는 표현으로 절라~~ 일하고 사무실 매출 엄청나게 올려서 고용인 100명을 넘게 만들면 법적으로 쉴 수나 있을라나..말자 말어 이러다 산 송장될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