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과 틀을 파괴하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파괴된 결과물이 진보적이고 신선하다면 성공한 경우가 아닐까?
지금까지 봐왔던 요리관련 프로그램에서 보여줬던 간장 한큰술, 설탕 반큰술, 레시피를 읽으면서 이미 정확한 양이 덜어진 종지에서 하나하나 기계적으로 집어 넣으면서 요리를 완성해나가는 모습이 일반적인 요리 프로그램의 모습이 기존의 틀이였다면,
이 청년은 모든 요리재료나 레시피의 내용을 쉴새 없이 조잘거리면서 자신의 주방의 서랍이나 수납함에서 꺼내온 댓병으로 말 그대로 상당히 `무식하게’ 음식에 풍덩풍덩 집어 넣으면서 손가락으로 푹푹 찍어 맛을 보며 짜네 하면 물을 냅다 붓고 싱겁네 하면 소금 팍팍 쳐대면서 음식을 만들면서 내가 알고 있는 요리 프로그램의 상식을 파괴하고 있었다.
시청하던 중 압권은 주방 창가 화분에 심어 논 허브 화분을 덥석 집어와 손으로 후두둑 허브의 이파리들을 따다가 무식하게 생긴 돌절구에 넣고 역시 무식하게 꽝꽝 빻아대면서도 여전히 입에서는 브레이크 없이 수다를 떨면서 요리를 만드는 모습이었다.
더 흥미로웠던 것은 기타 요리프로에서 나왔던 시간이 오래 걸리는 요리의 경우(`오븐에서 250도 온도로 50분 구워준다’ 이런 경우) 프로그램의 시간제약상 이미 오븐엔 50분후의 완성품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당연하였고 그걸로 약간의 테코레이션을 가미해 해설자와 요리사가 넙죽 인사를 하곤 선전으로 넘어가면서 프로가 끝나는 것이 상식이였는데…..
이 총각이 내가 알고 있는 상식을 파괴한 내용은 50분 후의 완성품은 오븐에서 제시간을 채우면서 구워지는 동안 농담 따먹기를 하거나 동네시장에 스쿠터를 몰고 가 식재료 이것저것 사오는 모습을 편집화면으로 보여주면서 마지막 자신에서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손님을 초대해서 그 사람들과 자기가 만든 음식을 먹고 마시면서 즐겁게 떠들면서 프로그램이 종료가 되는 모습이었다.
여기까지가 내가 제이미라는 영국인 요리사를 푸드채널(현 올리브)이라는 케이블에서 처음 만난 소감이다.
이 젊은 요리사가 궁금해서 인터넷 검색창에 `제이미'를 검색하는 행동을 실천에 옮겼고 생각보다 유명한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때마침 케이블에선 그의 다른 프로그램이 방영을 하고 있었다.
영국의 문제아와 낙오된 젊은이들을 모아서 1류 요리사로 만드는 과정과 그리고 그들을 이끌고 그의 첫번째 식당 `피프틴’을 꾸려나가는 모습을 다큐형식의 리얼리티 쇼로 보여지는 모습이었다. 처음 느낀 신선함은 덜했으나 그가 요리사라는 입지에서 문화적인 아이콘으로 성장하고 있는 모습을 느끼기에는 아무 지장이 없었던 프로그램이라고 생각되었다.
여기까지가 내가 더욱 성장한(결혼까지하고 애까지 딸린 유부남이 되버린) 그를 만난 두번째 모습이였다
한동안 뜸했던 그가 무슨 일을 또 벌이고 있나 궁금하던 참에 다시 인터넷으로 그의 행보를 추적해 보았다.
사고하나 쳤더라…그것도 어마어마한…
비만의 주범으로 일컬어지는 정크푸트를 영국의 학교 급식소에서 몰아내는 운동을 시작한 것이였다. 그는 끊임없이 자신의 프로그램에서 정크푸트의 위험성을 고발하면서 그가 벌이는 `학교급식개선운동’에서 결국은 영국정부의 급식방식 개혁법안을 통과시켜 2006년 9월 시행이라는 어마어마한 승리를 쟁취하기에 이르렀다.
요리사로써 엄청난 부를 거머쥐었고, 끊임없는 사회운동을 만들고 실천하는 이 젊은 요리사의 거침없는 행보의 끝이 과연 어디까지 일지 그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진다.
설마 요리와 음식으로 세계를 정복하진 않을까?
그래도 매일 그가 만든 맛있는 요리를 먹을 수 있고 그가 행하고 있는 사회운동을 보았을 때 그가 지구 정복을 해도 별 반대의 뜻이 없는 생각도 든다.
그의 새로운 프로그램인 제이미의 이탈라안 잡(이탈리아를 캠핑카로 여행하면 이탈리아 음식과 문화를 소개하는 내용)도 기대가 된다. (이런거 자꾸 늘면 책은 언제 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