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과 발견 - 사랑을 떠나보내고 다시 사랑하는 법
캐스린 슐츠 지음, 한유주 옮김 / 반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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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까운 이의 죽음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나에겐 엄마의 죽음이 그러했다. 처음 맞이하는 사랑하는 죽음이라 그랬다. 엄마가 이 세상에 없다는 걸 생각할 수 없었다. 더 이상 엄마를 볼 수 없고 엄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게 충격이었다. 가장 절망적이었던 건 엄마에 대해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시간은 그 모든 걸 받아들이고 엄마의 부재를 아무렇지 않은 일로 만들었다. 오히려 나의 힘듦을 엄마가 모르기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족음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상실을 삶으로 데려왔다. 죽음으로 인한 이별을 준비할 수 있다는 감사를 불러왔다. 며칠이었지만 아버지의 죽음을 준비하고 암 투병을 하는 큰언니를 보며 죽음을 예감했다. 그러나 그들의 부재가 얼마나 큰 힘을 지녔을지 준비할 수 없었다. 친밀한 사이가 아니었던 아버지의 죽음이 만든 부재는 큰 구멍이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아버지의 자리를 볼 때마다 아버지가 거기 없다는 게 고통스러웠다.


캐스린 슐츠의 『상실과 발견』은 아버지의 죽음을 시작으로 상실에 대해 말한다. 상실의 의미를 보여준다. 상실의 모든 것을 말한다고 할까. 가족의 죽음으로 비롯된 지극히 개인적인 상실에 대한 감정이 아닌 상실 그 자체에 대한 은유와 통찰이라고 하는 게 좋겠다. 한 사람이 사라지는 과정, 한 사람의 생이 부재한 자리에 채워지는 상실.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이자 애도의 글은 모두를 상실의 구덩이로 빠지게 만든다. 아니, 상실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를 돌아보게 만든다.


내가 아버지에 대해 그리워한 것은 아버지를 통해서 여과된 삶. 아버지의 내면의 빛에 비추어 바라본 삶이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시며 사라져버린 가장 중요한 걸 다시는 손에 넣을 수 없음을 나는 즉시 깨달았다. 아버지의 방식대로 바라봤던 삶. 철저하게 우리 모두가 살아가는 대로의 삶. 내 모든 기억들을 다 모아도 아버지처럼 존재하는 단 하나의 순간도 만들어낼 수 없고, 내가 겪은 상실 전체는 아버지가 경험한 상실 앞에서 창백해진다.(99쪽)


한 사람의 존재, 역할, 사소한 집착, 취미, 습관, 이 모든 게 한순간 부재하며 느끼는 형언할 수 없는 슬픔의 시간은 측량할 수 없고 측량될 수 없다. 상실이란 그런 것이니까. 가족의 죽음과 사랑하는 이를 잃은 일은 최대한 미루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마침내 그것은 우리 앞에 도달하고 상실의 시간은 이어진다. 상실을 경험하는 동안 우리는 상실이 삶을 지배하고 전부라 여긴다. 상실을 이길 다른 감정이 스며드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말이다. 그러나 캐스린 슐츠가 ‘발견’에 대해 사유하고 내려간 사랑은 우리 삶에 상실과 대등한 위치에 놓인다.







그녀와 C의 만남, 그녀가 발견한 사랑, 그녀의 삶을 풍부하게 만드는 그 모든 것을 발견하는 과정은 아름답고 경이롭다. 이 역시 상실과 마찬가지로 개인적인 경험이며 감정이지만 발견이라는 게 얼마나 대단하고 위대한 일인이 우리는 알게 된다. 발견이 지닌 놀랍고도 신비한 힘, 그 가능성에 대해서 말이다. 배우고 깨우친다. 그러니까 이 책을 통해 발견을 발견했다고 할까. 아무튼 굉장하다. 그녀의 사유에 감탄한다.


애도와 마찬가지로 사랑 역시 유동적인 속성을 지닌다. 사랑은 어디로든 흐르며, 어떤 형태의 용기도 채울 수 있고, 흠뻑 스며들지 않는 것이 없다. (166쪽)


상실은 세계를 축소하지만, 발견은 풍성하게, 풍부하게, 재미있게 한다. (228쪽)


상실이 삶을 지속적으로 우울하게 만들었다면 발견은 삶을 기쁘고 황홀하게 만든다. 그리하여 우리는 상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상실에 대한 부분을 힘들게 읽었기에 발견의 주제로 넘어오면서 나는 이 책에 더 좋아졌다. 고백하자면 좋다고 말하기에는 부족한 그런 책이다. 엄청난 책인데 그것에 대해 잘 소개하지 못해서 속상한 마음이다. 너무 좋은 책은 너무 좋은 마음이 급해서 서툴기 마련이라고 포장한다.


누군가를 발견한다는 건 한없이 경이롭다. 우리 감각의 척도는 상실로 인해 우리가 엄청나게 작은 데 비해 이 세상이 압도적으로 크다는 걸 깨달으며 바뀔지도 모른다. 발견 역시 같은 역할을 한다. 유일한 차이는 우리가 발견에서 절망이 아닌 경이로움을 느낀다는 점이다. 끝없이 드넓은 이 우주에서, 삶이 무한히 변이하는 가운데, 이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과 경로들, 그리고 가능성들 가운데, 나는 여기 이 집, C의 곁에 있다. (233쪽)


우리 삶에 발견이 없다면 어쩔 뻔했는가. 상실을 대신할 발견은 아니지만 상실은 상실대로 발견은 발견대로 우리를 충만하게 만든다. 그리고, 우리를 살아가게 만든다. 캐스린 슐츠는 그것을 정확하게 파악했고 자신의 경험에 비춰 눈부시게 담아냈다. 한없이 작은 우리가 서로를 발견하고 발견됨으로 성장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상실은 일종의 외부적 의식으로, 우리에게 유한한 날들을 잘 사용하라고 한다. 우리의 삶은 찰나에 불과하고, 인생을 잘 산다는 건 보이는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것이다. 고귀하다고 생각되는 것에 경의를 표하고, 돌봄을 필요로 하는 대상을 돌보고,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는 것과 이미 사라진 것을 포함한 이 모든 것에 우리가 필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 우리는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켜보기 위해 여기 있다. (300~301쪽)


상실의 시간을 살아가는 이에게 가만한 위로를 전하며 다가올 상실에 미리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상실은 피할 수 없는 삶의 일부이니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살아가면서 발견하는 존재가 전하는 벅찬 감동이라고. 상실과 발견이 반복되는 그것이 삶이라는 걸 깨닫게 한다. 그 모든 걸 받아들이고 사랑해야 하는 게 살아 있는 우리가 해야 할 의무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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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5-03-11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참 좋았어요. 자목련님이 통과한 상실의 과정에 절절하게 공감이 갑니다....인생의 후반기가 상실로 채워지고 결국 나도 갈 거라 생각하니 요새 왜 이리 마음이 쓸쓸한지 모르겠어요....내가 잘 견딜 수 있을까 자꾸 자신이 없어져요.
 
조금 망한 사랑
김지연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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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건 상수다. 변하지 않는다. 삶을 둘러싼 모든 것은 변수다. 원하는 대로 변하기를 바라지만 그런 삶은 어디에도 없다. 믿었던 이는 나를 배신하고 사랑했던 이는 나를 배반한다. 아, 그러니 삶 자체는 상수가 아니라 변수다. 자꾸만 고꾸라진다. 배신하고 배반한 이들처럼 나 역시 그런 선택을 하고 싶게 만든다. 그렇다고 그런 방향으로 갈 수 있는 몇이나 될까. 혹시나 하며 배신한 이의 소식을 기다리거나 배반한 사람이 잘 살기를 바라기도 하는데.

김지연의 단편집 『조금 망한 사랑』을 읽다 보면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싶어 조금 위안이 된다. 나 혼자 망하고 나 혼자만 되는 게 없는 것 같아서 속상했던 마음이 살짝 괜찮아지는 거다. 이래서 소설이 좋다. 현실 아닌 소설마저 누구나 잘 살고 누구나 성공하면 속상해서 살맛이 안 나니까. 그러나 왜 이렇게 사는 건 힘들고 좋은 일은 늦게 오거나 소식이 없는 것일까 속상함이 밀려온다. 아무튼 김지연의 단편은 나쁘지 않다. 좋다.


베프는 아니더라도 좋은 친구, 좋은 사람을 만나 관계를 유지하며 지내기를 바라지만 그건 참 어렵다. 전 남자친구가 주변 사람과 가족에게 돈을 빌리고 연락을 끊어버린 「포기」는 가장 쉽게 일어날 수 있는 배신이다. 돈의 액수를 떠나 어떻게 네가 나한테 이럴 수 있냐는 마음에 힘들다. 나로 인해 그 사람을 알게 된 이들에게 피해를 준 것 같아서다. 따지고 보면 돈을 빌려주거나 업무를 진행한 사람은 그들인데 말이다. 한데 이상한 건 소설 속 돈을 빌린 ‘민재’를 걱정하는 나의 사촌 ‘호두’의 마음도 알 것 같다. 돈을 갚는 건 둘째고 무슨 사고라도 난 게 아닐까 걱정하는 마음 말이다. 그리하여 소식이 닿은 민재가 돈을 조금씩 보내는 게 반갑고 기쁜 것이다. 심지어 돈을 다 갚으면 관계가 완전히 끝나겠구나 싶은 아쉬운 마음까지.


이불을 개면서 더는 만나지 않는 친구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해한다. 아무한테도 말할 수 없었던 사정은 조금 나아졌는지, 모두에게 상처를 주며 잠적해야만 했던 일에서는 벗어났는지, 무슨 일을 하며 사는지, 잘 지내는지, 건강한지, 아픈 덴 없는지, 아무리 고심해 봐도 나로서는 그런 질문들에 답을 내릴 수 없고 그 답을 아는 사람들이 곁에 있기를 바라다가고 이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저어버린다. (「포기」, 38쪽)


마음은 언제나 그렇다. 알 수 없다. 삶이 알 수 없듯이 마음이 그렇다. 김지연은 이렇 마음을 잘 포착한다. 내 맘 같은 갈팡질팡한 마음. 동거하던 동성 연인과 헤어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린 「긴 끝」의 ‘문애’의 마음과 이혼하면서 양육권을 포기한 아들의 소식을 전해 듣고 복잡해진 ‘인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좋아하는 마음 없이」에서도 만날 수 있다. 연인과의 이별을 받아들이는 일은 쉬우면서도 어렵다. 끝이 났다는 걸 실감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미련 때문에 주춤한다.





연인과의 관계가 그러한데 혈연으로 이어진 자식과 부모는 어떨까. 전 남편의 외도로 인해 이혼을 하면서 모든 관계가 끝났다고 여겼는데 전 남편의 죽음으로 달라졌다. 어찌 된 일인지 보험금 수령자가 인지였다. 보험금의 일부를 양육비로 받고 싶다는 아이의 새엄마. 인지 역시 재혼으로 새로운 가정을 꾸렸지만 아이는 없다. 때문에 아이가 친엄마와 살고 싶다는 소식에 혼란스럽다. 좋아하는 마음 없이 아이를 키운 새엄마의 마음은 무엇일까. 데려오고 싶은 마음과 그렇지 않은 마음이 충돌한다. 하루에도 수없이 변하는 마음, 누구도 강요할 수 없는 마음 아니겠냐고 김지연은 말한다.


“그럼, 이제 끝?”

“응, 끝.”

“진짜 끝?”

“진짜로, 끝.”

인지는 모든 것이 완전히 끝일 수는 없다는 걸 알면서도 단호하게 말했다. 분명한 건 오늘 그들을 생각하는 일은 그만둘 거라는 것이다. 그러나 다음날에 다시 또 생각난다면 그때 그냥 내버려둘 것이다. (「좋아하는 마음 없이」, 167쪽)


이처럼 삶은 엉뚱한 방향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결혼할 수 없지만 결혼 같은 걸 할 수 있겠다 믿었던 문애에게 코로나의 여파는 결국 이별까지 불러왔다. 이혼하고 남남이라 여겼지만 아이가 둘 사이를 오가는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되었다. 되는 게 없다고, 이번 생은 망했다고 농담을 해 보지만 망했다고 삶이 그 순간 멈춰지는 게 아니라는 걸 알기에 우리는 힘을 쏟을 무언가를 찾아 나선다. 연인 ‘서일’은 떠나고 남겨진 빚을 갚아가는 「반려빚」의 ‘정현’처럼 말이다. 사실 이 소설집에서 가장 인상적인 단편을 꼽자면 「반려빚」이 아닐까 싶다. 세상에 나 반려견, 반려묘, 반려나무, 반려그림도 아닌 반려빚이라니. 현실을 풍자하는 것 같지만 그게 우리의 실상이라는 걸 부인할 수 없다.


자동차 할부와 은행 대출 때문에 사표를 낼 수 없고 다시 한 달을 살아간다는 웃지 못할 이유처럼 정현은 그렇게 살아간다. 먹고 싶은 것도 못 먹고 말이다. 그럼에도 서일이 연락을 해 오자 반갑고 잠깐 동안 정현의 집에서 지낼 수 없냐고 물었을 때 냉큼 그러라고 하고 싶은 마음이라니. 우여곡절 끝에 빚을 다 갚고 서일의 전화번호를 쓰는 초등학생과 통화를 하는 정현의 마음을 알 것은 건 나뿐일까.


김지연이 담아낸 인물과 일상은 뻔하면서도 뻔하지 않은 우리의 모습이라 함부로 욕할 수 없고 함부로 편을 들 수도 없다. 돈의 크기와 상관없이 누군가에게는 생계와 직결된 것이고 단 칼에 끊어낼 수 없는 게 관계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능을 마친 조카가 삼촌과 유자밭에서 유자를 따고 유자청을 담그는 소소한 일상을 들려주는 「유자차를 마시고 나는 쓰네」에서 행복과 불행으로 채워진 삶이라는 걸 발견하는 이런 문장에 울컥해질 수 밖에.


사람은 지극히 행복할 때 느닷없이 슬퍼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이제는 나도 알지만. (「유자차를 마시고 나는 쓰네」, 293쪽)


우리가 사는 삶은 마냥 행복할 수 없다. 그렇다고 마냥 불행한 건 아니다. 행복한 기억을 빌려 불행을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언제 다가올지 모를 불행이라는 변수와 담담하게 혹은 힘 있게 악수하며 살아가는 게 삶인지도 모른다. 조금 망했다고 삶이 끝나지 않는다. 그것이 나에게만 한정된 게 아니라는 보통의 진리가 큰 위안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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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25-03-10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반려빚이 제일 인상 깊었어요. 일단 너무 와 닿아서... 빚이 반려라니... 무슨 납치혼도 아니고 강제로 반려가 되었지만 솔직히 강제도 아니죠 뭐 자본주의 무섭습니다.ㅠㅠ

이 책 읽고 요즘 세상이 그런가보다 했어요. 청년들은 정말 힘들겠구나 싶었구요. 시간이 지나서 그런가 2,30대라는 과거는 미화되는지 그렇게까지 힘들었던가 싶기도 하지만 그 때 좀 덜 힘들었더라면 지금 이렇게까지 지치지는 않았을텐데 하는 생각도 했어요. 여러모로 위안 받으며 많은 생각을 했네요.^^

자목련 2025-03-11 09:39   좋아요 0 | URL
각자의 반려빚을 생각합니다. ㅠ.ㅠ
대학 졸업 후 갚아야 하는 대출을 생각하면 정말 암담하고요. 어쩌다 이런 시대가 되었을까 안타까워요. 그러면서도 20~30대에만 그런 게 아니라서 서글프기도 하고...

민선진 2025-03-10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봐야겠어요!

자목련 2025-03-11 09:39   좋아요 0 | URL
즐겁게 읽으시길 바라요^^
 

3월이 되었는데 책 읽기는 미진하다. 그래도 읽으려는 마음은 언제나 충만하니 괜찮다. 읽으려는 마음, 그 마음으로 이런 책을 구매했다. 어제의 뉴스는 무섭고 두렵지만 신나는 마음이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다. 튤립 덕분이기도 하다. 작은언니가 선물 받은 것인데 너무 예쁘다. 튤립과 책을 예쁘게 찍어보려 했으나 내가 원하는 구도는 나오지 않았다. 사진이야 그렇지만 꽃도 좋고 책도 좋으니 충분하다.


백수린의 단편집은 『봄밤의 모든 것』은 이 봄에 많은 이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그냥 그런 마음이다. 그리고 크리스티앙 보뱅의 산문 『빈 자리』는 설명할 필요가 없다. 이미 그 이름만으로 충만하다. 안윤의 『모린』도 기대된다. 주춤했던 읽으려는 마음을 응원한다. 내가 나를 응원한다.







여러 색의 튤립이다. 고유한 튤립의 색들이 아름답다. 누가 더 예쁜지, 누가 더 고운지 튤립 송이가 저마다 뽐내는 것 같다. 봄의 화려함을 알리는 것 같다. 눈 내리는 봄은 잊으라고 환한 봄을 기대하라고.







신나는 마음이 차오르기를 기다린다. 단번에 차오르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안다. 차오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신나는 마음을 채우는 3월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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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5-03-07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 봄기운이 물씬 풍깁니다. 저는 아직 백수린 작가 책 못 받아서 궁금합니다. 기대만큼 좋을까요? 설레네요.

자목련 2025-03-09 09:18   좋아요 0 | URL
백수린의 단편은 기대보다 좋은 쪽으로~~

페넬로페 2025-03-07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금 읽고 있는 중이예요^^

자목련 2025-03-09 09:18   좋아요 1 | URL
이 봄에 우리는 같은 책을 곁에 두고 만지고 있군요!

망고 2025-03-07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왕 튤립 정말 예뻐요🌷크고 탐스러운 꽃송이 아 예뻐라

자목련 2025-03-09 09:18   좋아요 0 | URL
망고 님의 마당에서 피어날 튤립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그래도 예뻐요!

독서괭 2025-03-07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백수린 작품을 주문할까 고민하다가 결국 보뱅 <환희의 인간>을 주문했는데.. 봄밤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자목련 2025-03-09 09:19   좋아요 1 | URL
<환희의 인간>정말 좋아요!!!
봄밤도 좋고요^^

호시우행 2025-03-08 0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키우는 화분에서도 튤립 싹이 제법 믾이 자랐어요. 조만간 꽃을 볼 수도 있을 듯. 튤립과 함께 행복한 봄날을 보내시길~~

자목련 2025-03-09 09:19   좋아요 0 | URL
호시우행 님이 마주할 튤립이 궁금하네요^^

호시우행 2025-03-09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대만발입니다.ㅎㅎ

자목련 2025-03-10 10:53   좋아요 0 | URL
활짝 핀 튤립 소식 기다릴게요^^

구단씨 2025-03-09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저 튤립이 생화인가요?
튤립 색이 저렇게 다양한 걸 처음 알았어요. 세상에나, 너무 예뻐요!!!
저렇게 예쁜 꽃 옆에 두면 책 읽는 맛이 나겠어요. ^^

자목련 2025-03-10 10:54   좋아요 0 | URL
사진으로는 조화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진짜 예쁜 튤립이에요.
노랑, 빨강의 튤립은 정말 예쁘고 보라는 독특하고 신기해요!
 



자신의 몸에 만족하는 이는 얼마나 될까? 어쩌면 단 한 명도 없을지도 모른다. 나부터도 굵은 팔뚝과 늘어나는 뱃살이 걱정이다. 다이어트를 하는 건 아니지만 신경이 쓰인다. 가족이나 친구에게 싫은 소리를 들은 적도 없다. 옷맵시가 나지 않아 속상하고 스스로 견디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뿐이다.


날씬한 몸과 맑은 피부는 누구나 원하는 신체 조건이 된지 오래다. 건강을 지킨다는 명분 아래 아름답게 보이고자 많은 사람들이 음식을 조절한다. 심각하게 운동을 한다. 하루라도 계획된 식단대로 식사를 하지 않고 운동을 하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생길 것처럼. 진정으로 몸을 사랑하는 일일까?


정신분석가 ‘수지 오바크’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스스로 몸에 갇혀버린 사람들을 이야기한다. 자신이 직접 상담한 사례를 통해 완벽한 몸이 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불안하고 고통스러워하는지 보여준다. 그들은 쉬지 않고 심각한 다이어트를 한다. 거식증과 폭식증에 시달리다 성형 중독에 빠지거나 자신의 신체를 혐오하여 일부를 절단하기까지 이를 정도에 이른다. 날씬해진 몸과 수술로 얻은 쌍꺼풀로 인해 마음의 안정을 찾기 때문이다. 자해를 하고 먹은 것을 다 토해내야 그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는다. 정말 끔찍한 일이 아닌가.


이 사회가 얼마나 날씬하고 마른 몸을 요구하고 있는지 놀라울 뿐이다. 가상 공간에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몸을 가꾸고, 각종 사이트를 통해 쏟아지는 수많은 광고들은 차지하더라도 면접을 위해 미용 성형을 하고, 결혼과 출산 후 변화하는 몸을 감당하지 못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들과 나는 다르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이가 있을까.


저자는 우리 몸이 성장하는 과정이 아주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양육하는 태도에 따라 아이의 인격과 감성이 달라지듯 몸에 대한 인식도 그러한 것이다. 몸을 위한 것들, 그러니까 먹고 입고 표현하는 모든 것들을 소홀히 대하면 안 되는 것이다. 유아기를 지나 사춘기에서 접어들고 어른이 되기까지 하나의 몸을 둘러싼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는 말이다. 흥미로우면서도 놀라운 이야기다.






몸은 말 그대로 물리적인 측면에서 차차 만들어지는 것이지만, 감정적인 측면에서도 만들어진다. 우리가 무엇을 먹었는지, 어떻게 먹었는지, 으깬 음식을 먹었는지, 음식을 먹인 사람이 재미있게 먹였는지 산만하거나 초조한 태도로 먹였는지, 보호자가 우리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는지 우악스럽게 안았는지 전혀 안아주지 않았는지, 자주 기저귀를 갈아주었는지 충분히 갈아주지 않았는지…… 이와 같이 우리 몸이 다뤄지는 방식에 대한 수많은 변수들이 양육의 물리적 환경으로서 우리 몸을 형성한다. 사전에 주어진 몸이란 없다. (117~119쪽)


엄마가 청결을 중요시하면 아이는 저절로 배우듯 다이어트나 몸에 대한 애착과 불만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것이다. 함부로 날씬한 게 좋다고, 눈(코, 키)가 작아 걱정이라는 말을 지나치게 강조해서는 안 될 것이다. 마음이 힘들면 저절로 몸살이 나거나 아픈 것처럼 우리 몸은 마음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겠다. 더불어 내 몸을 인정하고 사랑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다양한 몸들과 몸을 꾸미고 움직이는 다양한 방식들은 우리에게 당연히 즐거움과 고마움을 안겨주는 경험이어야 한다. 우리에게는 충분히 안정된 몸이 필요하다. 그런 몸은 행복과 모험의 순간을 경험하게 해 줄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몸의 존재를 확신하는 그런 순간, 이윽고 우리는 몸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272쪽)


몸을 주제로 한 책이라 읽는 동안 인문학자가 쓴 『Fat 팻, 비만과 집착의 문화 인류학』이라는 책이 떠올랐다. 두 책에서 공통적으로 다뤄진 부분은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이 점점 하나로 획일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고유의 문화나 관습이 서양의 마른 모델이나 다양한 광고(성형, 제약회사, 의류)에 지나친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Fat 팻, 비만과 집착의 문화 인류학』이 다양성을 말하고 있다면 『몸에 갇힌 사람들』은 몸에 대한 자존감을 말한다. 다른 주장을 펼치는 듯 보이지만 결국 두 책에서 말하는 건 몸의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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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저래 엉망진창이었던 2월이 하루 남았다. 설 연휴부터 계속된 게으름이 이제 겨우 줄어들고 있다. 몸과 마음이 흐리멍덩했던 2월이 지나고 맞이할 3월에 대한 기대를 가지려 한다. 3월에는 설레는 마음을 갖기로 마음을 먹는다. 3월을 위해 3월에는 왠지 2월과는 확연하게 다른 날들이 시작될 거라고 믿고 싶은 것이다.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믿음을 키우는 건 얼마나 좋은 일인가. 얼마나 긍정적인가. 그러니 그런 3월을 위해, 3월의 나를 위해 책과 커피를 주문했다. 단 한 권의 소설과 넉넉한 커피. 택배 박스를 열고 커피를 꺼내자마자 행복해졌다. 커피향이 좋아서, 맛도 좋아서. 이런 작은 향으로 가시 돋친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이 커피를 받을 선배 언니도 그랬으면 좋겠다.


시그리드 누네즈의 장편소설 『그 해 봄의 불확실성』은 표지가 예뻐서 끌렸고 작가의 소설을 읽었던 기억이 나쁘지 않아 선택했다. 표지의 색이 그린 빛이 아니었다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책을 샀는데 사고 싶은 책이 눈에 들어온다. 예정된 일이다. 봄이라서, 다가올 봄밤에 읽어야 할 것 같은 백수린의 단편집의 제목은 『봄밤의 모든 것』이다. 그러니 3월의 첫 주문으로 도착할 것이다.


누군가 그랬다. 진정한 한 해의 시작은 3월이라고. 대단한 시작을 바라지 않지만 3월을 위해 시작이란 말을 조금 크게 말해본다. 왠지 기운이 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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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5-02-27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해의 시작은 3월!
그냥 믿어 버리자고요.
아자 아자^^

자목련 2025-03-03 12:10   좋아요 1 | URL
언제나 처음인 걸로!!

blanca 2025-02-28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시간이 너무 빠르죠! 저도 제가 애정하는 백수린 작가의 신작 소식에 얼마나 기쁘던지요. 3월 같이 읽어요.

자목련 2025-03-03 12:11   좋아요 0 | URL
제목부터 반하고요!
반가워서 백수린 작가 소설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았어요^^

거리의화가 2025-03-04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1, 2월은 버리고 3월부터 시작하는 마음을 갖고 나아가기로 했습니다.
구입하신 책 표지가 참 이쁘네요. 저도 좋아하는 색이라... 알라딘 택배 상자에 커피가 포함되는 경우가 많은데 늘 그렇듯 커피향이 날 때 기분이 참 좋더라구요. 자목련 님 활기찬 한 달 되시기를요!

자목련 2025-03-07 10:45   좋아요 0 | URL
알라딘 커피가 이렇게 맛있구나 새삼 느끼고 있어요. 커피를 자주 사고 선물합니다.
화가 님 말씀처럼 활기찬 하루를 보내고 싶습니다. 화가 님도 건강하고 산뜻한 날들 이어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