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글자의 것들을 사랑한다. 김소연의 한 글자 사전을 떠올리지 않아도 저마다 사랑하는 한 글자가 있을 것이다. 우선 떠오르는 것들은 책, 빵, 시, 컵, 꽃, 봄, 눈, 비, 그리고 너. 한 글자에서 세세하게 파고들면 더 다양한 것들을 만날 수 있다. 책도 좋아하는 장르가 있고 작가가 있고 간직하는 책이 있다. 빵도 마찬가지다. 빵을 다 좋아하지만 특히 더 애정하는 빵이 있기 마련이니까. 봄의 어느 순간이 좋은지 말할 수 있을 것이고 주말부터 시작되는 장마를 생각하면 선뜻 장맛비를 좋아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일상시화 시리즈 안미옥의 『빵과 시』를 말하려다 보니 이렇게 길어졌다. 그리고 때마침 어젯밤에는 나에게 꽃이 도착했고. 친구가 보낸 사라 작약이다. 꽃과 함께 온 카드에는 안녕^^이란 말이 전부였다. 안녕의 모든 뜻이 담긴 것 같았다. 꽃을 받은 나도 친구에게 안녕^^이라 카톡을 보냈다.


빵과 시와 꽃이라니 좋지 아니한가! 내년의 작약을 기약하고 있었는데 다시 작약이 왔고 나는 기분이 매우 좋다. 6월에도 작약의 시간은 계속된다. 잎을 떼지 않고 최대한 오래 두기로 했다. 왠지 더 풍성해 보이는 게 좋다. 얼마나 빠른 속도로 활짝 피어날지 지켜본다.







6월의 책은 산문과 시를 만날 수 있는 안미옥 시인의 책 한 권이다. 한 권으로 충분할까. 그렇지 않을 것 같다. 싱그러운 청포도를 표지로 내세운 『소설 보다 : 여름 2025』와 김애란의 단편집 『안녕이라 그랬어』를 곁에 두게 될 것이다. 6월의 책으로 3원 정도면 칭찬 감이다.


빛을 착각한다

매일 쏟아지고 있다고

사랑과 분노처럼

흐린 날이나 캄캄한 날에도

쏟아지고 있다고

어느 날엔 그림자와 빛을 혼동했다

섞이지 않는데도

사랑만 이야기하는 사람을 믿지 못했다

길에는 어제 내린 눈이 남아 있었다

사람들 발자국에 단단해진 눈

흰빛을 잃고 녹지도 않고

언제까지 남아 있을까

잘 다져진 마음들

나는 슬픔의 버터와 위로의 반죽을

겹겹이 쌓아 빵을 구웠다

깨끗한 마음은 무엇으로 만들까

어떤 형태로 남게 될까

날씨가 점점 추워진다

나는 오독되기 위해 애쓴다

식탁 위 놓아둔 빵

만져보면 돌처럼 딱딱했다

(「크루아상」, 전문)


시를 읽으니 빵이 먹고 싶다. 빵이 없다. 빵을 살까 생각한다. 작약이 부풀어 오른 빵 같다. 빵을 먹는 대신 작약을 본다. 눈으로 먹는다. 맛은 모르고 상상할 수 없다. 그냥 작약 빵이라는 말이 재밌다. 어딘가 작약 빵이 있을 것 같다. 빵과 시와 꽃! 정말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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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5-06-12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약빵!
부드러운 맛일 것 같아요.^^
마지막 작약이라고 하시니 이제 곧 수국꽃이 두둥 등장할 차례이겠습니다.
공원에 수국꽃이 몇 송이씩 눈에 띄더라구요.
소설 보다 시리즈 이번 여름책도 넘 이쁘네요. 어제 딸아이가 소설 보다 책 예쁘다고 완전 흥분하더니만 저 표지였군요. 음…봄 책도 예뻤었는데 생각이 많아지네요.^^
김애란의 소설은 기다리고 있구요.^^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마지막 인사도 하지 못하고 애타는 그리움만 남긴다. 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이나 <폭삭 속았수다>속 인물에 감정이입을 하는 이유도 그러하다. 한 번만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손을 잡고 눈을 맞출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마음을 아는 소설이 있다. 죽은 영혼이 땅에 뿌리를 내려 피어난 꽃, 사혼화. 그 꽃잎을 달린 물을 마시면 꽃에 깃든 영혼과 마지막 한 마디를 나눌 수 있는 놀라운 이야기 김선미의 『귀화서, 마지막 꽃을 지킵니다』가 그것이다. 죽은 자의 영혼이 꽃으로 피어난다면? 사랑했던 사람을 딱 한 번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마지막으로 당신은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


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혼자 남은 마리는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사혼화를 보는 능력이 있다. 마리는 사혼화를 찾아주고 관리하는 ‘귀화서’에 계약직으로 취직한다. 떠난 이를 향한 간절함만 있다면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사혼화. 그러나 쉽게 보이지 않는다.


사랑하는 이와의 마지막 순간을 지키기 못했기에 사혼화를 찾는지도 모른다. 귀화서에서 마리는 그들을 돕는다. 하지만 사혼화를 찾는 일은 쉽지 않다. 아무리 간절하게 찾는다 해도 누구나 사혼화를 볼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귀화서가 존재하는 것이고, 마리 같은 이들이 있다. 소중한 이의 사혼화를 찾는 이들의 사연은 하나같이 안타깝다. 마지막 영혼이 꽃으로 피어난다는 설정. 꽃으로라도 한 번 더 만나보고 싶은 간절함이 가득하다.






소설을 읽으면서 슬그머니 내 슬픔도 꺼내고 싶다. 꿈에서라도 선명한 얼굴을 보고 싶은 엄마, 돌아가신 엄마는 왜 한 번도 내 꿈에 나오지 않는 걸까. 어쩌면 소설 속 시혼화처럼 어딘가 꽃으로 피어나 나를 지켜보는 건 아닐까. 내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엄마가 나의 영혼을 선택하지 않아서 그런 걸까. 아마 나 같은 생각을 하는 독자가 많을 것이다.


“사혼화를 만나면 한눈에 알아보실 수 있을 거예요. 관계없는 사람 눈에는 야생화일 뿐이지만 영혼이 선택한 사람에게는 빛이 확실히 보이고 자신을 당기는 듯한 강렬한 에너지도 느껴져 그냥 지나칠 수 없거든요.” (101쪽)


사혼화를 찾아 전하고 싶었던 단 한 마디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귀화서’의 사람들은 죽은 자를 애도하고 상실감으로 힘들어하는 이들을 공감하고 위로한다. 사혼화로 피어나는 죽은 자들의 이야기가 전부가 아니다.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 함께 슬픔을 나누고 남을 생을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이다. 소중한 이를 떠나보낸 후 그들을 기억하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 할 수 있다. 떠난 이들이 바라는 것도 바로 그것이니까.


“저는 앞으로도 사혼화의 미련을 보는 사람이 될 거예요. 사혼화를 찾고, 지키고, 마지막으로 함께하는 시간을 도와주고 싶어요.” (325쪽)


김선미의 『귀화서, 마지막 꽃을 지킵니다』를 읽다 보면 영혼을 소재로 한 사마란의 소설 『영혼을 단장해드립니다, 챠밍 미용실』이 떠오른다. ‘챠밍 미용실’은 죽은 사람을 단장해 주는 미용실이다. 챠밍은 이런 일을 500년 동안 해왔다. 죽은 사람을 보는 건 물론이고 고양이와도 말을 나룰 수 있다. 소설은 챠밍 미용실에 방문하는 죽은 자의 사연이나 원한 같은 단순한 에피소드의 나열이 아닌 호러이면서 판타지인 세계로 안내한다. 죽은 자를 안전하게 저승으로 갈 수 있도록 인도하는 과정을 들려준다.



챠밍은 죽은 자를 단장해주고 그들에게 구슬을 받는다. 구슬은 챠밍에게 깊은 잠을 안겨준다. 죽은 자와 챠밍은 서로가 서로를 돕는 존재인 것이다. 마리와 귀화서 식구들이 그러하듯이. 떠나간 이들과 그들을 그리워하는 이들을 연결하는 존재. 일본 소설 『퐁 카페의 마음 배달 고양이』 속 고양이도 그러하다. 19년의 묘생을 마치고 세상을 떠난 고양이 ‘후타’는 의뢰한 사람이 만나고 싶은 인물을 찾아가 그들의 마음 중 일부를 전한다.


이승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딸은 저승에서 잘 지내고 있고 내년이면 학교에도 들어간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전한 그 마음을 들은 부부의 사연은 여전히 뭉클하다. “추억도 소중하게 키우면 성장하는 걸까.” (124쪽)그들이 나누는 대화처럼 추억을 기억하고 싶다. 언제 어디서 고양이 ‘후타’를 만날지도 모르니 주변의 고양이를 잘 살펴봐야 할 것만 같다.


그리워하면 그리워하는 대로, 기억하면 기억하는 대로 잊히지 않을 거라는 걸 알기에 삶을 이승과 저승으로 나누는 일은 의미가 없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사랑하는 이를 마지막으로 단 한 번만 다시 만날 수 있다면 나는 어떤 말을 하게 될까. 미안하다는 말, 그립다는 말, 그 모든 걸 담은 사랑한다는 말이 아닐까 싶다. 단 한 번의 삶과 죽음은 모두의 숙명이다. 알고 있지만 이런 소설을 읽을 때마다 다시 한 번만 사랑하는 이를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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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5-06-11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혼화!
좀 슬프게 들리는 꽃이네요.
그래도 누군가에겐 간절한 꽃.
어떤 영화를 보다가 죽은 엄마가 딸의 꿈에 찾아간다면 엄마의 기억이 조금씩 망각되어 나중에 딸의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거라고 저승사자가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었어요.
그 대목을 보고선 아, 그래서 내 꿈에 엄마가 안 나탈 수도 있겠구나. 조금 안심했었던 적 있었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이야기였지만 한결 마음이 편해지더군요. 근데 그 후로 한 번씩 엄마 아빠 꿈을 꾸게 되면 다시 불안해지더군요. 나를 기억못하면 어쩌나? 싶어서요.
하나의 고민거리가 해결되면 늘 다른 고민거리가…ㅋㅋㅋㅋ
빨간 작약인가요?
왠지 책과 잘 어울리는 꽃처럼 보입니다.^^

자목련 2025-06-11 17:29   좋아요 0 | URL
말씀하신 영화처럼 그런 걸까 싶네요. 저도 엄마 얼굴이 가물가물해요.
기억한다고 해도 선명했던 기억이 조금씩 옅어지니까요.
네, 빨간 작약(레드 참)이에요. 어쩌면 누군가의 사혼화는 작약일 수도 있겠지요.
 


책을 샀다. 자꾸 책을 산다. 적립금이 사라지는 게 아쉬워서 산다. 리뷰가 좋아서 산다. 이번이 아니면 읽지 못할 것 같아서 산다. 아니다. 그냥 좋아서 산다. 책이 좋으니까. 그렇게 해서 도착한 책은 세 권이다. 잠자냥 님의 리뷰가 좋아서(땡스투) 산 책은 『어느 겨울 다섯 번의 화요일』이다. 이번에 읽지 못하면 못 읽을 것 같은 책은 버지니아 울프의 『댈레웨이 부인』이며, 살까 말까 고민하다 적립금이 큰 지분을 차지한 책은 김영하의 『단 한 번의 삶』이다.




1월부터 4월까지는 제법 조절할 수 있었다. 그에 비해 5월은 과소비다. 빨리 읽는다면 괜찮을 것이다. 지난번 구매한 소설 가운데 한 권은 읽었으니까. 빨리 읽을 수 없을 경우는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 그러다 책장을 본다. 나에겐 읽지 못한, 읽지 않은 책들이 있다. 많지도 않은 책인데 다 읽지 못할 것 같다. 왜냐하면 읽지 못한 책 가운데 10년 가까이 책장에 있는 책도 있기 때문이다. 모르겠다. 아무튼 책을 샀다.


커피를 산다. 쿠폰과 스탬프를 줘서 산다. 커피를 잘 아는 이가 좋다고 추천해서 산다. 아니다. 그냥 좋아서 산다. 커피가 좋으니까. 이번에 산 커피는 <콜롬비아 부에노스 아이레스 아나에어로빅>다. 절대 외울 수 없는 이름이다. 다른 커피도 그렇다. 좋았던 커피를 기억하려면 구매 내역을 봐야 한다. 알라딘에서 구매하는데 만족도가 높다. 드립 백이나 핸드드립을 구매한다. 택배 상자를 열자마자 커피향이 쏟아진다. 정말 좋다. 빨리 커피를 마시고 싶다.






작약을 샀다. 친구에게 선물했다. 코만도였는데 색이 정말 강렬하다. 레드 참과는 다른 강렬함이다. 그리고 며칠 뒤 나에게도 코만도가 도착했다. 이번엔 친구가 보낸 작약이다. 내가 작약을 좋아하니까 보낸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서로에게 작약을 선물했다. 코만도는 꽃송이가 무지 크고 너무 빨리 핀다. 그러니까 빨리 질 것이다. 새로운 작약을 통해 작약에 대해 조금 더 알아간다. 그게 좋다.





엊그제는 여름 같았다. 습해서 진짜 여름인가 싶었다. 선풍기를 꺼낸 친구고 있고 에어컨을 켠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올여름이 무섭다. 여름이 오는 건 당연한데 그 여름이 무서우니 큰일이다. 여름이 오는 걸 피할 수 없고 나는 그런 능력도 없다. 여름과 잘 지낼 방도를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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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리 2025-05-23 16: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의 책장에도 안 읽은 책이 쌓여가고 있지만 또 한권 늘려가고 있죠

자목련 2025-05-24 10:55   좋아요 1 | URL
안 읽은 책을 향한 마음은 미루고요 ㅎㅎ

blanca 2025-05-23 19: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번 달 책 쇼핑 대박이에요. 이제 다음 주에 한 권만 주문하고 참을 거예요. 작약을 선물하는 친구 사이 너무 아름답네요.

자목련 2025-05-24 10:55   좋아요 1 | URL
꼭 한 권만 주문하시길 바라요!
고맙고 소중한 친구입니다^^

새파랑 2025-05-24 00: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기대별점 적립금 때문에 책을 계속 사게 됩니다 ㅋ 전 기대별점 적립금 3번 쌓일때마다 사는거 같아요 ㅋ

자목련 2025-05-24 10:56   좋아요 2 | URL
맞아요, 기대별점!
거기다 룰렛 적립금까지 ㅎㅎ

구단씨 2025-05-26 18: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꽃을 잘 모르는데, 작약의 빨강색이 너무 예쁘네요.
꽃잎이 잘 모아진 모습을 보고 장미인가 싶었는데, 활짝 핀 사진을 보니 이게 작약이구나 싶네요. ^^

저도 적립금 아까워서 종종 삽니다. 책도 사지만 사는 양만큼 읽어내지는 못하고, 가끔 커피도 사고...
알라딘 적립금은 참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지만,
Y서점처럼 제발 적립금 유효 기간 좀 없애주면 좋겠어요. ㅠㅠ

자목련 2025-05-28 11:15   좋아요 1 | URL
저도 이 작약은 처음인데 색깔이 정말 예뻐요. 그리고 신기한 게 지는 꽃잎의 색은 또 완전 히다른 색이고요.
맞아요, 적립금 사용기간이 짧아서 배보다 배꼽이 큽니다. ㅎㅎ
 


사는 마음은 뭘까. 산 책을 정리하면서 잠깐 생각했다. 단순한 소유욕일까. 그렇다면 책을 소유한다는 건 뭘까. 읽으려고, 읽기 위해서, 읽고 싶어서라는 이유가 따라온다. 내가 산 3권의 책은 우선 내 소유가 되었다. 가지고 있을 뿐, 온전히 그것을 알지 못한다. 읽어야만 조금 알 수 있다. 읽어도 모를 수 있다. 독서란 그런 것이니까. 책을 읽지만 읽고 있어도 읽는 행위에 멈추고 잘 모를 때가 더 많다. 그러니 이 세 권의 책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

사는 마음은 뭘까. 세 권의 책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 좋아해서, 더 좋아하려고 사는 것이다. 박준의 세 번째 『마중도 배웅도 없이』의 출간 소식을 접하고도 바로 구매하지 않았다. 박준의 첫 시집에 대한 마음이 너무 좋아서 그랬다. 두 번째 시집을 구매할 때도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그랬다. 그리고 결국 구매로 이어졌지만 말이다. 좋아하는 마음은 이렇게 주춤할 수도 있다.

김지연의 『새해 연습』은 다른 경우다. 나는 김지연의 소설을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고 있다는 걸 이 책을 사면서 알았다. 이 소설은 위즈덤하우스 위픽 시리즈인데 나는 이 시리즈를 좋아하지 않는다. 해서 이 시리즈의 신간 알림에 대해 관심이 없다. 참여하는 작가의 목록을 살피지 않았다. 그래서 이 소설도 이제야 안 것이다. 더 좋아하려고 구매한 게 맞다. Falstaff 님의 리뷰 덕이 크다. (『겨울 여행』도 마찬가지)


자우메 카브레의 『겨울 여행』은 아직 좋아할지 어떨지 모른다. 다만, 이 단편집의 리뷰가 너무 좋아서 궁금했다. 이 작가의 장편 『나는 고백한다』의 소문을 알지만 읽지 못했고 단편은 시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니 이 소설을 읽은 후에야 나는 이 작가를 좋아하거나 더 좋아할 수 있을 것이다.






좋아해서, 더 좋아하려고 책을 샀다. 좋아해서 더 좋아하려고 쌓아둔다. 좋아해서 더 좋아하려고 덜 좋아진 책을 정리한다. 좋아하는 마음도 변할 수 있으니까. 좋아하는 마음처럼 변덕스러운 것도 없으니까. 우선은 이 세 권에 대해서는 좋은 상태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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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5-05-14 10: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집 컬렉션 멋지네요? 자목련님의 추천 시집이 궁금합니다~!
박준 시인님 신작 전 좋던데 안좋은 평도 많더라구요 ㅜㅜ

자목련 2025-05-16 10:21   좋아요 2 | URL
한때는 시집을 더 많이 사랑했는데, 지금은 사랑이 시들었어요 ㅎ
이번 박준 시집은 호불호가 있는 듯해요^^

yamoo 2025-05-14 13: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겨울여행 지금 읽고 있는데 반갑네요! 이제 에피소드 3개 남았어요..단편도 정말 좋네요..^^

자목련 2025-05-16 10:21   좋아요 1 | URL
좋다고 하시니 더욱 기대가 큽니다!!

레삭매냐 2025-05-14 15: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겨울여행, 땡기네요.

책 다이어트 해야 하는데...
정리는 못하고 계속해서 사
기만 하네요 ㅠ

자목련 2025-05-16 10:22   좋아요 1 | URL
정리는 잠시 잊고 함께 읽어보아요!
 


주문한 작약이 도착했다. 해마다 작약을 주문하는 일은 새해 소망 리스트 같은 것이다. 새해를 기다리며 하고 싶은 목록을 작성하지 않는다. 기대를 품지 않는다. 하지만 작약은 다르다. 3월부터 나는 작약을 검색한다. 적확하게는 작약 생화. 그리고 기다린다.


작약을 기다린다. 나는 작약이 좋아서, 작약을 기다리는 4월이 좋고, 작약을 만나는 4월과 5월이 좋다. 올해의 작약은 작년보다 비쌌다. 구매 기록을 살펴보니 그렇다. 월급을 뺀 나머지가 다 오르니 당연하다. 코랄 작약 주문이라고 다이어리에 메모를 했지만 코랄 작약은 구매할 당시 품절이었고 나는 핑크를 주문했다.





그냥 좋다. 작약은 그냥 좋은 것이다. 그러나 마구 찍는다. 꽃이 피기 전 이런 봉오리는 설렘 그 자체다. 하루 사이에 마구 피어나는 작약. 수요일에 만난 작약은 이틀이 지난 지금은 만개했다. 벌써부터 아쉽다. 풍성한 작약을 보고 있노라면 부자가 된 기분이다.






5월이니 새 책도 주문했다. 박세미의 신간(나, 박세미 좋아하나?)이다. 난다의 시의적절은 매달 구매하지는 않고 끌리는 제목이나 저자를 선택하는데 이번 5월은 박세미의 『11시 14분』였고 나는 냉큼 주문했다.






그리고 이런 시집을 펼친다. 작약이니까. 이승희의 시집 『작약은 물속에서 더 환한데』속 이런 시를 읽는다.


우리는 서로를 모른다

모른다고 종일 속삭인다

속삭이면서 발을 내어놓는다

발을 내어놓으며

맨발이라고 했다

참 따뜻한 발을 가졌으니

예쁜 모자가 어울릴 거야

그런 세계를 보게 되면 초대할게

모르는 세계는 그런 거니까

어긋나는 게 생활이야

어긋날 수 있다니

어긋나기 위해 사는 거라니

넌 정말 위대한 건축가가 되고 싶구나

자꾸 죽는 것과 자꾸 사는 것이

서로 좋아해서

물고기떼처럼 흘러가는 세계

그런 세계는 잘 모르지만

몇 번 죽으면 갈 수 있을까

나를 아주 가끔만 안아주는 사람이 있었어

안으면서도 몰랐고

몰랐으면서도 안았고

흩어지는 온도를 기록해보고 싶었는데

모르는 것이 생겨날수록

더 아름다워져야 했어

그냥 우리는 모르는 일에만 열중하자

모르는 것들 사이로

모르는 것들 조금씩 박아넣으며

모르는 것들을 낳을 때까지 (「정원을 파는 상점」, 전문)




5월은 작약과 시와 함께 시작한다. 활짝 핀 작약이 져도 5월은 작약으로 남을 것이다. 시를 다 읽어도 시를 다 읽지 못해도 5월은 이승희의 시로 기억될 것이다. 박세미의 책을 읽는 시간으로 채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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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5-05-02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사하고 은은하네요. 왠지 자목련님도 그런 분 같은... ㅎ

자목련 2025-05-07 10:52   좋아요 0 | URL
올해 작약은 더욱 은은한 것 같아요. 저는 그렇지 않지만요 ㅎㅎ

독서괭 2025-05-02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도 자목련님의 작약이^^ 넘 아름답네요 색도 은은하니 예쁩니다. 시도 좋고요~ 작약과 함께 향기로운 하루 보내세요^^

자목련 2025-05-07 10:52   좋아요 1 | URL
작약은 언제나 아름답습니다!
독서괭 님, 신나고 푸르른 5월 보내세요^^

다락방 2025-05-02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저도 작약 검색해봐야겠어요.

자목련 2025-05-07 10:53   좋아요 0 | URL
작약, 강추합니다!!

레삭매냐 2025-05-02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약의 계절이네요.

저희 동네 곳곳에 작약이 올라
오고 있어서 기대 만빵입니다.

라일락 향기도 아주 그윽합니다.

자목련 2025-05-07 10:53   좋아요 0 | URL
작약을 볼 수 있는 동네, 부럽습니다!

서곡 2025-05-02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지난 댓글로 선물받았다고 말씀드린 작약도 핑크에요 오늘 쓰레기버릴 때 시든꽃송이도 같이 버리려다가 말았습니다 오월 잘 보내시길요

자목련 2025-05-07 10:55   좋아요 0 | URL
꽃송이를 버리지 못하는 마음, 저도 당분간은 버리지 못할 것 같아요^^

젤소민아 2025-05-08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작약은 특별히 또 이쁘네요~~~

자목련 2025-05-09 09:39   좋아요 0 | URL
작약은 볼 때마다 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