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파랑 - 2019년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천선란 지음 / 허블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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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면서도 많은 호평에 살짝 주춤하게 된다. 이상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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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겨울 2020 소설 보다
이미상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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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문턱에서 만나는 겨울의 소설. 낯선 세계를 경험하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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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긴밤 - 제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83
루리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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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언제나 행복한 건 아니다. 그렇다고 언제나 불행한 것도 아니다. 행복과 불행을 오가며 그 경계에 머무는 것인지도 모른다. 불행의 날들을 지나다 보면 앞으로도 온통 불행할 것만 같다. 그래도 우리는 그 긴 터널을 지난다. 혼자서는 힘들지도 모르다. 하지만 누군가 곁에 있다면 그 불행의 터널을 견딜 수 있다. 처음엔 거리를 두고 걸었던 그와 점점 가까워지는 걸 느낀다. 그는 때로 가족이고, 때로 타인일 수도 있다. 터널을 지나 서로 다른 방향을 선택했더라도 그 터널 속의 시간이 새로운 자양분이 될 것이다. 어쩌다 보니 이렇게 시작하고 말았다. 아주 예쁘고 힘찬 동화를 만났는데, 그 동화의 끝이 오는 게 너무 아쉬웠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데. 루리의 『긴긴밤』를 무척 오래 기억할 것 같다. 어느 계절의 밤에, 어느 바다를 마주한 순간에, TV에서 펭귄이나 코뿔소를 볼 때마다 나는 긴긴밤을 떠올릴 것이다. 이 동화를 많은 어른이 읽었으면 좋겠다. 


코뿔소와 펭귄이 등장하는 동화라니. 넓은 초원과 깊고 푸른 바다는 전혀 다른 세계처럼 보이는데 각자의 공간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은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 맞다, 당신이 생각하는 그곳 동물원. 하지만 이 동화는 전혀 다른 세계로 우리를 인도한다. 동화는 코뿔소 노든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코끼리 고아원에 들어온 아기 코뿔소 노든. 그곳에서 노든은 코끼리처럼 살아간다. 자신이 코끼리라고 믿으면서 말이다. 하지만 코뿔소는 코끼리가 아니고 노든은 다른 세상을 향해 나간다. 자신을 돌봐준 코끼리들과의 이별은 힘들었지만 모르는 세상, 더 넓은 들판으로 나간다. 두렵고 떨렸지만 노든은 그 길을 선택했다. 자신과 똑같은 코뿔소를 만난 사랑하고 딸을 낳고 행복한 시간이 이어졌다. 인간의 총에 아내와 딸을 잃고 동물원에 온 노든은 복수를 결심했다. 인간을 용서할 수 없었다. 동물원에서 노든을 지켜준 건 먼저 그곳에 있던 코뿔소 앙가부였다. 악몽으로 괴로워할 때, 복수심에 불타는 노든을 앙가부는 달래주고 항상 위로해 주었다. 노든의 탈출 계획을 도왔다. 조금만 노력하면 철조망을 뚫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앙가부가 있어 든든했다. 그런데 다시 앙가부를 잃었다. 뿔 사냥꾼이 앙가부를 죽게 만들었다. 노든은 혼자 남았다. 세상에 마지막으로 하나 남은 흰바위코뿔소가 되었다. 


동물원의 펭귄 우리에 검은 반 점이 있는 알이 발견됐다. 이상한 알이라 아무도 품지 않았다. 젊은 아빠 치쿠와 윔보가 알을 품었다. 아빠가 되는 게 어떤 건지도 모르면서 정성을 쏟았다.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며 좋은 아빠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전쟁이 일어났다. 세상이 무너졌다. 치쿠는 알이 담긴 양동이를 물고 살아남았다. 노든과 치쿠는 그렇게 만났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르면서 둘은 걷고 걸었다. 힘들 때는 서로에게 기대고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노든은 아내와 딸, 앙가부를 잃은 슬픔을 말했고 치쿠는 죽어가는 윔보를 뒤로 한 채 알을 들고 일을. 너무도 다른 존재였지만 노든은 치쿠가 있어 든든했고 치쿠도 노든이 있어 좋았다. 치쿠가 말하는 바다를 노든을 알 수 없었지만 긴긴밤을 위로할 수 있었고 힘을 얻을 수 있었다.  




노든은 목소리만으로 치쿠가 배가 고픈지 아닌지를 알 수 있게 되었고, 발소리만으로 치쿠가 더 빨리 걷고 싶어 하는지 쉬고 싶어 하는지를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 ‘우리’라고 불리는 것이 당연한 건지도 몰랐다. (63쪽)  


그러니 치쿠가 떠나고 남긴 알을 소중하게 지켜야 했다. 알을 깨고 나온 펭귄이 바다에 도착할 때까지 말이다. 치쿠에게 한 약속을 지켜야 했다. 태어난 아이를 바다에 데려다주기로 한 약속 말이다. 동화의 화자 ‘나’는 알에서 태어난 펭귄이다. 노든이 들려주는 치쿠와 윔보 이야기를 들으면서 걸었다. 바다가 나올 때까지 걷고 또 걷는 게 전부였다. 노든의 알려주는 것들을 익히고 노든의 품에서 잠들었다. 자신이 어떻게 살아남았고 어떤 사랑을 받았는지 알게 되었다. 펭귄이 살아가는 바다의 이야기를 들었고 호수를 만나 수영하는 법을 배웠다. 노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노든과 보내는 긴긴밤은 아름다웠고 따뜻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이 다른 우리가 서로밖에 없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그때는 몰랐었다. (94쪽)


항상 곁에서 같은 풍경을 마주하고 같은 공간과 같은 시간을 경험한 노든과 이별은 상상할 수 없었다. 오래전 총에 맞은 다리로 계속 걷는 일은 힘겨웠다. 노든은 늙은 코뿔소였다. 쓰러진 노든에게 다가온 인간을 ‘나’는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세상에는 나쁜 인간만 있는 게 아니라는 노든을 말을 기억하면서 밤이 되면 노든 곁으로 다가갔다. 코와 부리를 맞대고 인사를 나눴다. ‘나’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바다를 향해 걸었다. 



축축한 모래를 밟으며 나는 바다를 향해 걸어갔다. 내 앞의 바다는 수도 없이 부서지고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했다. 두려웠다. 하지만 나는 내가 저 바닷물 속으로 곧 들어갈 것을, 모험을 떠나게 될 것을, 홀로 수많은 긴긴밤을 견뎌 내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긴긴밤 하늘에 반짝이는 별처럼 빛나는 무언가를 찾을 것이다. 어쩌면 언젠가, 다시 노든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내 냄새, 말투, 걸음걸이만으로 노든을 알아보고 내게 다가와 줄 것이다. 코뿔소를 한 번도 본 적 없는 다른 펭귄들은 무서워서 도망가겠지만, 나는 노든을 알아볼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코와 부리를 맞대고 다시 인사할 것이다. (125쪽)


흰바위코뿔소와 펭귄의 길고 긴 여정은 동화 속 풍경으로만 읽을 수 없다. 그래서 더 아름답고 더 빛났다. 서로 다른 존재, 전혀 알지 못했던 이들이 만나 서로를 알아가고 서로의 편이 되어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고귀하고 위대한 일인지 알려주는 동화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속, 우리는 누구나 코뿔소이고 펭귄이 아니던가. 언제 어디서든 단 번에 알아볼 수 있는 존재들. 서로의 곁을 내주며 함께 보낸 긴긴밤이 떠오를 것이다. 만남과 이별, 그리고 수많은 선택을 하면서 살아가는 우리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긴긴밤에 바라보았던 풍경과 느꼈던 감각들이 있어 견디고 나갈 수 있었던 또 다른 긴긴밤을 생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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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흠모한다. 예술의 세계가 궁금하다. 그러니까 예술에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마음에 『책장을 번지다, 예술을 읽다』란 제목만으로도 이 책을 읽고 싶었다. 고백하자면 필자의 이름에 시인 심보선이 없었더라면 그냥 지나쳤을 것이다. 시인이자 사회학자가 읽은 예술서는 어떤 것일까. 그가 예술을 바라보는 시선은 무엇일까. 순수한 호기심과 이 책을 통해 예술이 우리 사회에 스며드는 과정을 알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진정 예술이란 무엇일까. 예술이 존재하는 이유, 우리가 예술을 통해 얻는 위로는 어떤 것일까. 심보선과 이상길 두 명의 저자가 소개한 책은 23권으로 예술, 대화, 천재, 애호, 교육, 이미지, 사라짐, 정치, 등 키워드 별로 필자가 다르다. 사회학자가 예술을 주제로 한 책을 한 권에서 다양하게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서평집이 아닐까 싶다. 서평만으로도 어렵고 난해한 책이 많았지만 알고 싶은 책, 읽고 싶은 책이 생긴 건 좋은 일이다. 


우리가 다룬 책들은 예술에 대한 이런저런 질문들을 던진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예술의 쓸모는 무엇인가? 예술은 왜 그리도 특별한가? 누가 예술을 소유하고 향유하는가? 예술은 사람살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7쪽)


우선 목록을 살펴보니 내가 아는 책은 거의 없었다. 제목만 알고 있는 책은 보였지만 정작 깊게 읽은 책은 없었다. 그만큼 내가 예술서와 거리를 두고 있다는 증거였다. 예술을 키워드로 한 챕터에서 그레이슨 페리의 『미술관에 가면 머리가 하얘지는 사람들을 위한 동시대 미술 안내서』란 책에 대한 글은 무척 흥미로웠다. 미술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정작 미술관 관람에 대한 소박한 지식도 없는 게 일반적이다. 우리가 예술을 받아들이는 과정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었다. 하나의 전시회가 있다고 하자, 그때 그 소식을 어떤 경로로 접하는지에 따라 대중이 받아들이는 게 다르다는 것이다. 유명 큐레이터, 동료 예술가가 극찬을 한다면 나 역시 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기준은 누가 정하는가?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 예술가를 작품을 평가하는 건 같은 동료나 예술가가 아닐까. 당연한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예술의 세계가 한정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한다. 서평집의 단점이자 장점은 새로운 책을 알게 되고 그 책이 궁금해지는 일이다. 나는 그레이슨 페리란 이름을 몰랐는데 이제는 긴 제목의 『미술관에 가면 머리가 하얘지는 사람들을 위한 동시대 미술 안내서』책까지 기억하게 되었다.


에드워드 사이드과 다니엘 바렌보임의 대담으로 이뤄진 『평행과 역설』에서 인상적인 건 바그너에 대한 부분이었다. 한 명의 음악가를 향한 서로 다른 의견을 거침없이 말할 수 일. 그 역시 예술의 자유가 아닐까. 바렌보임은 바그너를 자신만의 음악적 사상을 추구함에 있어 자신의 편협한 인종주의를 도입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석했다. 반면 사이드는 바그너가 추구한 집단의식이 독일 민주주의를 구현했다고 말한다. 이런 글을 읽으면서 바그너에 대해 전혀 관심이 생기는 게 당연하다. 그리고 현대 음악과 연주자, 예술에 대한 심보선의 사유와 문장에 반할 수밖에.


이들에게 음악은 소리였다. 침묵 속에서 태어나 침묵 속으로 사라지는 삶이자 죽음이었다. 이제 우리는 소리가 점차 희미해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가 듣는 대부분의 소리는 소음이거나 복제되고 재생되는 인공음이다. 결국 소리가 사라지면 침묵도 사라질 것이다. (55쪽)


‘‘그놈의 인기’는 식을 줄을 모른다.’ 란 문장으로 시작하는 나탈리 에니크 『반 고흐 효과』에 대한 글도 흥미로웠다. 나 역시 반 고흐의 작품과 그에 대한 책을 읽었고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반 고흐의 작품에 대해 열광하는 이유는 뛰어난 화가의 자질과 더불어 그의 생애와 결부시켰기에 그렇다고 설명한다. 불운한 고희의 생 말이다. 대중은 생전의 그의 작품에 대한 몰이해가 빚으로 남아 후세에 고흐 숭배 현상으로 이어진다고.


애드 디 앤절로의 『공공도서관 문 앞의 야만인들』를 다루며 심보선은 공공 문화기관에서 담당했던 시민교육과 공공 도서관이라는 기관 자체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알려주는 점이 흥미롭다고 전한다. 그러고 보니 우리에게 공공 도서관은 닫힌 세상이었다. 단순히 책을 빌리고 그 안에서 운영해는 문화 강의만 떠올랐으니까. 우리 주변의 공공 도서관은 일반 시민에게 어떤 위치와 의미인가 생각하게 만든다.


제목만으로도 반가운 피에르 바야르의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적이다. 보편적으로 읽지 않은 책에 대해 할 수 있는 말은 얼마나 될까. 작가에 대한 이력, 목차 정도가 아닐까. 사실 읽은 책의 제목, 작가, 내용도 기억하지 못하는데 읽지 않은 책에 대 무얼 말할 수 있겠는가. 피에르 바야르에 따르면 우리가 책을 읽어야 할 이유는 따로 있다는 것이다. 이상길이 정리한 것처럼 나의 책 읽기에 적용해도 좋을 듯하다.


책을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책을 완벽하고 정확하게 읽었는가 여부보다는, 관련된 책들 전체에 대한 총체적 시각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 또한 다른 사람의 책 속에 파묻히거나 그 안에서 길을 잃을 위험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며, 우리가 다른 사람들이나 우리 자신과 나누는 담론이 매우 중요하다. 나아가 책을 읽는다는 것이 단지 지식을 얻는 것뿐만이 아니라 잊는 것, 또 잃는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책이라는 대상에 과도하게 매달리지 않으면서 자신만의 글쓰기 공간을 만드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164쪽)


예술에 대한 갈증이 더욱 커지는 날들이다. 코로나로 인해 연주자는 연주를 하지 못하고, 연극 무대는 폐업 상태와 다름없고 전시회를 찾는 이들도 많지 않다. 책으로 만나는 예술은 여전히 높은 벽의 실체를 보여준다. 하지만 내가 몰랐던 다양한 예술에 대해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예술을 읽는다는 건 어렵고도 즐거운 일이다. 이젠보다 좀 더 가까이 예술에 다가선 것 같은 기분, 예술과 친해진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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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티나무 2021-03-11 0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인용구 정말 좋아요!!! 세상에 책은 왜이리 많은가요.^^;;;;;

자목련 2021-03-11 14:44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읽고 싶은 책이 점점 늘어납니다.
읽은 만큼 성장할 수 있기를 바라는데 그건 또 어렵고요. ㅎ

scott 2021-03-29 17: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떤 책을 완벽하고 정확하게 읽었는가 여부보다는, 관련된 책들 전체에 대한 총체적 시각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 또한 다른 사람의 책 속에 파묻히거나 그 안에서 길을 잃을 위험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며, 우리가 다른 사람들이나 우리 자신과 나누는 담론이 매우 중요하다. 나아가 책을 읽는다는 것이 단지 지식을 얻는 것뿐만이 아니라 잊는 것, 또 잃는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책이라는 대상에 과도하게 매달리지 않으면서 자신만의 글쓰기 공간을 만드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우와 자목련님 이문구 말에 동감 1000퍼센트!!
제가 요즘 읽고 있는 책이 에드워드 사이드 평전(이번에 새로 출간된)에 사이드가 아침에 눈뜨자 마자 바그너 음악을 들으며 식사 하는 모습이 나와요. 흥미로운게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폭격했다는 신문 기사 읽을때도 바그너 음악을 들었다고,,,

자목련님 말씀에 동감합니다 코로나로 예술의 보고 듣고 즐기는 기쁨이 사라져 버렸어요
어제 유툽 실황 피아노데이 연주 2시간동안 들으면서 음악이 인간에게 주는 기쁨이 얼마나 큰지 새삼 깨닫게 되었답니다. ^.^


초딩 2021-03-29 18:23   좋아요 2 | URL
1500퍼센트!!! ㅎㅎㅎ

자목련 2021-04-01 16:05   좋아요 2 | URL
저는 스콧 님이 올려주신 음악으로 충전해요. 오늘도 그렇고요.
피아주 연주를 더 좋아하는데, 그래서 더 감사해요. 4월, 환하게 이어가세요^^

scott 2021-04-09 15: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 예술을 더욱 사랑하라고
이달의 당선작으로!!
축하합니다. ^ㅎ^

자목련 2021-04-12 11:27   좋아요 1 | URL
스콧 님의 포스팅으로 예술을 더욱 사랑해요!!
 
아무튼, 언니 - 언니들 앞에서라면 나는 마냥 철부지가 되어도 괜찮다 아무튼 시리즈 32
원도 지음 / 제철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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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었던 여성이 하나의 공통점으로 ‘우리’가 되자 세계는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팽창하기 시작했다. (11쪽)


‘아무튼 시리즈를 만나 건 잘한 일이다. 시리즈 전체를 다 만난 건 아니지만 내가 읽은 책들은 나쁘지 않았다. 어떤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도, 아무튼 그냥 좋다는 말로 대신할 수 있는 사물과 존재들. 그런 대상이 내게도 있는지 읽을 때마다 생각한다. 원도의 『아무튼, 언니』를 읽으면서 나의 언니들, 나의 동생들이 떠올랐다. 누군가에게 언니가 된다는 것, 언니로 불리는 관계가 맺어진다는 건 친밀, 그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도 그런 언니들이 있다. 혈연으로 맺어진 두 명의 언니를 포함한 나의 언니들. 또 나를 언니라 부르는 동생들. ‘언니’라는 말이 이렇게 달콤한 말이었던가. 


여느 에세이와 다르지 않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으로 시작하는  『아무튼, 언니』는 저자가 만난 언니들의 이야기다. 자신을 이끌어주고 지탱하며 함께 살아가는 언니들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글이다. 경찰관인 저자가 중앙경찰학교에서 만난 세 명의 언니 (수홍, 시벨, 대장) 들과 함께 보낸 순간들, 그 순간들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신나게 수다를 떠는 듯 호쾌하고 유쾌한 문장에 빠져 어느 순간 함께 맥주를 마시고 어느 순간 함께 절망하고 행복해한다. 


경찰관으로 일하면서 경험한 것들, 자신을 향한 세상의 시선들을 향한 솔직한 마음을 말한다. 같은 일을 하기에 더욱 공감할 수 있는 사이, 서로에 대한 진심을 담은 격려와 응원이 저자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곳곳에서 전해진다. 세 명의 언니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는 책이라 할 수도 있다. 아, 이런 동생을 둔 언니들은 얼마나 뿌듯할까. 바쁜 스케줄을 맞춰 떠난 유럽 여행부터 힘들고 고단할 때마다 버팀목이 되어준 언니들의 이야기를 읽노라면 그런 언니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부러움이 절로 생긴다. 여자 경찰관 언니들이라니. 드라마 <라이브>가 생각나기도 했다. 


세 명의 언니들의 이야기가 다는 아니다. 친언니와의 관계, 경찰공무원 공부를 하면서 만난 언니, 학창 시절 우상이었던 언니, 엄마의 언니인 이모도 만날 수 있다. 그러니가 살아가면서 만나는 언니들. 모두 좋은 언니가 될 수는 없지만 인생의 일부를 차지했던 언니들이다. 아픈 오빠로 인해 항상 힘들었던 엄마를 든든하게 지켜준 이모에 대한 이야기는 먹먹함을 몰고 온다. 돌아가신 나의 엄마와 이모는 어떤 사이였을까, 나는 알지 못하는 그녀들의 유년시절이 따뜻했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바람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나의 자매들. 오빠와 남동생과는 다른 남다른 유대감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리고 경찰관이라는 직업의 세계에 대해서도 조금이나마 알 수 있다. 한국에서 여성 경찰관으로 살아간다는 건 어떤 걸까. 경험할 수 없는 일이라서 특별하게 다가온다. 경찰관이 되려면 1종 보통과 그 이상의 대형 면허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어쩌면 이 책은 여자 경찰관이 되려는 이들에게 진짜 좋은 책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 부분이다. 현장에 대한 이야기, 여자 경찰관에 대한 사회적 시선,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일에 대한 이야기. 사건 현장에서 만난 언니들에 대한 부분을 읽는 일은 너무도 고통스러웠다. 죽음으로 마주한 언니들, 그녀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말해주는 현장. 모든 잘못을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인 여성에게 돌리고 운이 없어 그렇다고 말하는 세상을 향한 분노의 외침이 들리는 듯하다. 


완전히 돌아버려야만 똑바로 설 수 있는 팽이와 같은 세상에서 성실과 진심의 가치 따위, 씨알도 안 먹힐지 모른다. 이렇게 살아질 바엔 그냥 사라지는 게 낫다는 생각이 치밀어 오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 쓰러지지 말자. 우리가 맞잡은 손이 끝없이 이어져 언젠가는 기쁨의 원을 그릴 수 있도록 서로가 서로의 운이 되어주자. 세상이 심어준 혐오와 수치 대신 서로의 용기를 양분 삶아 앞으로 나가갈 우리는 설렁탕을 먹지 않아도 충분히 운수 좋은 날을 맞이할 것이다. (158쪽)


누군가의 언니에게, 언니의 동생들에게 힘들어도 지치지 말고 함께 살아가자고 손을 내미는 책이다. 언니가 있어 든든하고 좋다고, 나도 그런 언니가 되고 싶다는 말을 하고 건네고 싶다. 공감과 연대로 하나가 되어 단단해진 우리를 기대하는 일이 신나고 기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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