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작품집 - 2007~2020 특별판 나비클럽 소설선
황세연 외 지음 / 나비클럽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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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은 언제나 매력적인 장르다. 드라마 <낮과 밤>의 초반에 빠져들었던 이유도 같다. 범인은 누구일까, 동기는 무엇일까. 남기고 간 흔적에서 증거는 무엇일까. 나름대로 추리를 하면서 범인을 유추하는 과정이 정말 흥미롭다. 한때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열심히 읽었던 기억이 난다. 미안하게도 한국추리문학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송시우, 도진기 정도만 생각난다.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추리작가협회에서 1985년에 제정되고 35년간 지속되었다는 것도 이제야 알았다. 그러니『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작품집』(2007~2020 특별판)을 만난 건 정말 행운이다.

올해의 수상작인 황세연 작가의 <흉가>를 시작으로 모두 12편의 소설을 만날 수 있다. 모두 저마다의 매력으로 독자를 유인한다. <흉가>는 제목 그대로 오랜 시간 방치된 집으로 이사하는 하는 가족의 이야기다. 아내는 전에 살던 사람들에 대해 유독 궁금해한다. 집을 계약하고 수리를 위해 찾은 집은 더욱 흉물스럽다. 마당의 수국만이 유일하게 괜찮게 보인다. 이사 후 남편은 악몽을 꾸고 아내는 감정 기복이 심해진다. 동네 사람들에게 전해 들은 이 집의 사연은 더욱 놀랍다. 부부가 감쪽같이 사라졌다고. 부부에게 관심을 갖는 노인과 아내를 아는 척 하는 사람도 나타난다. 아내는 자신이 언니와 착 가한 거라 말한다. 점점 아내가 수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내에게 숨겨진 비밀은 무엇일까. 곳곳에 숨겨진 복선과 암시를 통해 나름 추리를 하면서도 혼돈에 빠지게 만든다. 잘 짜인 구성에 놀랐다.


황세연 작가는 2011년에 이미 수상한 경력이 있었다. <스탠리 밀그램의 법칙>은 중학생의 우발적 범행으로 딸을 잃은 아빠가 복수를 결심하며 실행에 옮기기 전 준비하는 과정을 다룬다. 중학생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가족 관계를 조사한다. 재혼 가정으로 아내가 죽자 아들을 방치한 남자. 그 남자에게도 사연이 있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인과관계의 끝이 어딘 인지. 그 이야기를 따라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아쉬운 점은 결말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제목으로 예상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김유철 작가의 <국선 변호사 - 그해 여름>은 가장 기본적인 추리소설의 형태를 지닌다. 애인을 죽였다고 자백한 젊은 경찰의 변호를 맡은 주인공은 진범이 따로 있음을 직감한다. 경찰과 검사가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은 것이다. 경찰 공무원 시험을 뒷바라지하고 결혼을 결심한 연인을 죽였다니,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경찰의 가족을 이야기를 듣고, 범행 장소를 찾아가 살펴보고 용의자를 지정하고 검거하는 과정이 뭔가 후련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소설처럼 변호사를 잘 만나서 진실이 밝혀지는 경우가 현실에서는 얼마나 될까 생각하니 마음이 답답해진다.

박하익의 <무는 남자>는 잘 알려진 드라마 <선암여고 탐정단>의 시작이다. 바바리맨의 변종으로 여학생의 팔목을 깨무는 남자를 찾아가는 여고생의 발랄하고도 신선한 탐정 이야기. 실체는 거대한 사학재단 비리라고 할까. 송시우의 <아이의 뼈>는 20년 전에 딸을 잃은 노파의 사연이다. 범인이 잡혔고 사건은 종결되었지만 노파에게는 아니었다. 범인과 거래를 하는 노파. 그 거래는 무엇일까. 자식을 잃은 부모가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가는지 생각하게 된다.

사람의 복수심이라는 게 그렇게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20년이 넘은 시간 동안 흉기처럼 날카로운 복수심을 가슴 속에 품고 살 수 있는 걸까. ( <각인>, 198쪽)

자식을 죽인 범인을 향한 분노와 증오는 결국 범죄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홍성호의 <각인>이 그렇다. 할머니를 폭행하고 손녀를 납치한 범인에 대한 단서는 찾을 수 없다. 수사를 맡은 형사는 CCTV를 통해 원한에 의한 범행임을 직감한다. 범인의 흔적을 찾으려고 다방면으로 수사를 한 결과 오랜 시간 범행을 계획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의 과거 인연까지 알게 된다. 학교폭력으로 아들을 잃고 그 충격으로 아내까지 떠나고 혼자 남은 삶. 모든 걸 묻고 살아가고 있었지만 우연히 발견한 가해 가족의 행복한 모습에 분노한다. 시한부를 선고받은 그에게 남은 삶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진정한 사죄와 용서, 죄의식에 대해 생각한다. 왕따와 학교폭력의 피해를 고스란히 감당하며 살아가는 피해자를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

언급하지 않은 다른 소설도 정말 재밌다. 공민철 작가의 <낯선 아들>과 <유일한 범인>은 모두 노인의 삶을 다룬다. 고독하고 혼자 남은 삶에 대해 돌아본다. 사회 안전망에서 제외되고 외롭고 쓸쓸한 시간을 보내는 노년. 누구에게나 다가올 수 있는 미래라는 가능성을 생각하면 무섭고도 아찔하다.

우리 사회 곳곳의 민낯과 사회문제와 부조리, 신뢰를 주지 못하는 경찰과 검찰, 다양한 시선으로 현재를 보여준다고 할까. 범인을 찾아가는 재미와 더불어 사건의 실체를 통해 마주하는 인간의 어두운 심연과 욕망을 보여준다. 추리소설을 좋아한다면, 한국형 추리문학을 기대한다면 주저하지 말고 선택해도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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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인트 (반양장) - 제12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89
이희영 지음 / 창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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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자식은 천륜이라고 말한다. 하늘이 맺어준 관계. 그래서 절대로 끊을 수 없다고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옛말이 돼버렸다. 존속살인이 벌어지는 세상, 형제와 부모와 단절하고 독립적인 삶을 지향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시대가 되었다. 부모의 시각과 자식의 시각은 온전히 다를 수 있다. 자신의 피와 살로 만든 자식에 대한 부모의 입장에서 자식은 분신과 다름없다. 자식은 부모의 관심으로 가장한 간섭을 이해할 수 없다. 어린 시절 나 역시 그러했다. 다른 어른이 내 부모였다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엄마와 아빠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여긴 적도 있었으니. 부모님의 생각을 잘 몰랐다. 아니,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시대가 빠르게 변화하고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점차 어려워진다.


부모를 선택할 수 있다면, 그건 정말 자식의 입장에서는 좋은 일일까. “부모 면접을 시작하겠습니다.”란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희영의 소설 『페인트』는 묻는다. 부모와 가족이 무엇이냐고. 소설의 제목인 페인트는 부모 면접((parent’s interview)를 뜻한다. 부모를 선택할 수 있는 시대, 미래에는 정말 이런 시대가 올까. 인공지능이 부모를 대시하는 시대가 오는 건 아닐까. 순간적으로 나는 두렵고 무서워졌다.


소설은 미래의 가상 시대, 국가가 설립한 NC 센터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부모가 버린 아이들을 국가가 관리하는 것이다. 관리와 보호는 어떻게 다를까. 지금의 보육원이나 입양기관과 같은 역할이지만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NC의 아이들은 스무 살이 될 때까지 그곳에서 살 수 있으며 부모를 선택할 수 있다. 부모를 선택하지 못하면 센터를 떠나야 한다. NC 센터에서의 아이들을 입양하는 부모는 국가로부터 다양한 혜택을 받는다. 아이를 입양하는 일이 그들에게는 때로 생존의 문제가 되기도 한다. 특별한 건 현재 부모가 아이들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반대로 아이가 부모를 선택하는 시스템이다. 부모를 선택하는 과정도 까다롭다. 누구나 아이들을 만날 수 있는 게 아니다. 부모 후보로 지정된 이들을 시뮬레이션으로 볼 수 있다. 그 후에 직접 만날지 결정한다. 아이들은 부모 후보를 거부할 수 있다. 잠깐의 만남으로 대화를 나누고 세 번째 만남으로 이어진다. 아이들의 선택과 NC 직원이 함께 결정한다.


주인공 ‘제누 301’은 아직 부모를 선택하지 않았다. 아이를 입양한 부모가 정부로부터 다양한 혜택을 받는 걸 안다. 그래서 그걸 노리는 부모들이 많다. 제누 301도 페인트를 많이 했지만 자신과 맞는 부모를 찾지 못했다. 센터에는 이미 부모를 선택해서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돌아온 아이도 있다. 페인트에는 너무 좋았는데 막상 살아보디 다른 모습이었거나 갑자기 생긴 부모와 사는 생활을 적응하지 못해 돌아온 아이들이다.


제누가 페인트를 하는 부모 후보는 관리자의 기준으로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부부가 아니다. 그런데 제누는 그들에게 끌린다. 솔직하고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고 제누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고 노력하지도 않는다. 이제 성인에 가까운 제누를 입양하는 일은 그들에게도 모험일 것이다. 부모로서 연습을 하거나 공부한 적도 없으니까. 그런 모습이 제누는 마음에 들었다. 제누의 말처럼 우리는 모두 불안정하다. 처음부터 완벽한 부모는 없으니까. 그런데 그걸 인정하고 깨닫는 이는 얼마 없다.


세상의 모든 부모는 불안정하고 불안한 존재들 아니에요? 그들도 부모 노릇이 처음이잖아요. 누군가에게 자신의 약점을 드러 내는 건 그만큼 상대를 신뢰한다는 뜻 같아요. 많은 부모가 아이들에게 자기 약점을 감추고 치부를 드러내지 않죠. 그런 관계는 시간이 지날수록 신뢰가 무너져요. (112쪽)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누군가를 책임지는 삶이 두려운 일이 되었다. 생명의 소중함과 돌봄의 소중함을 잃어버린 건 아닐 것이다. 다만 아이를 낳고 키우는 동안 겪어야 하는 어려움을 감당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라는 걸 소설을 말한다. 부모를 선택한다는 기발하고 특이한 설정으로 시작하지만 결국엔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위해 사회적 기반이 얼마나 중요하지 생각하게 만든다. 입양이라는 제도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언급하지 않아도 최근 이슈가 된 사건을 떠올릴 수 있다. 어른의 잘못으로 벌어진 일이다.


가족이란 무엇일까. 혈연관계를 떠나 다양한 관계로 맺어진 가족이 늘고 있다. 서로를 이해하고 신뢰하는 과정을 지나야 완전한 가족으로 서로에게 속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가족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모르는 게 대부분일 것이다. 우리는 잘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노력해야 한다. 제누가 기대하는 부모와의 관계처럼.


누군가를 알아 간다는 건 그만큼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일이었다. 어쩌면 그거야말로 부모와 자녀 사이에 가장 필요한 것인지도 몰랐다. (146쪽)


점점 말이 사라지는 사춘기, 갈등을 겪는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읽으면 좋을 책이다. 서로에게 어떤 부모인지, 어떤 자녀인지 조금 돌아보며 서로에 대해 질문하는 시간으로 이어진다면 뜻깊은 시간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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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몇 번은 절망한다. 하루에도 몇 번은 희망한다. 그건 아주 정상적인 일이다. (97쪽)

춥고 쓸쓸한 겨울밤이다. 까만 밤이 내리는 듯하다. 그런 밤은 때로 외로워서 눈에 힘을 준다. 시를 읽는 밤이 늘어난다. 마음이 울적해서 시를 읽기도 하고 아무 기대 없이 펼친 시집에서 다정한 마음을 선물 받는다. 시가 있어 좋은 계절, 겨울이다. 시가 태어나는 과정을 알지 못한다. 불현듯 쏟아지는 별똥별처럼 그렇게 태어나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시인만이 아는 통로에서 시를 발견하는 것처럼. 아니었다. 하나의 단어가 확장되고 하나의 문장을 고치고 다듬어졌을 때 시가 되는 것이었다.

시인은 떠났고 나는 시인이 남긴 시를 읽는다. 위암이 발병해 투병했다는 소식만으로도 나는 가슴이 아렸다. 암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일상을 고통스럽게 만드는지 조금은 알기에. 그 시간을 지켜보았기에. 그래서 일면식도 없는 시인의 부재가 아프고 아프다. 어쩌면 고국이 아닌 타국에서 생을 마감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막연하게 얼마나 외로웠을까 생각한다. 곁에 소중한 사람이 있었고, 사랑하는 이들과 마음을 나누었을 게 분명한데도 나는 자꾸만 그런 생각을 들춰낸다.

시인에게 시는 전부였다. 당연한 말처럼 들리지만 정말 그랬다. 2011년부터 2018년 떠날 때까지 쓴 시작 메모는 온통 시였다. 시인의 삶에 시는 그냥 시로 존재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 시와 시인은 하나였고 서로 기대어 사는 존재였다. 메모라고 쓰고 있었지만 그 안에 담긴 사유는 시를 향한 갈망이었다. 하루를 시작하고 날씨를 기록하고 누군가를 만나고 어딘가를 다녀오고 그런 보통의 일상도 하나같이 시의 시작이었다. 시를 목적으로 하는 삶, 시를 향한 마음, 새로운 시를 쓰는 일상은 시처럼 고요하고 헤아릴 수 없는 시처럼 어려웠다. 어스름의 순간, 나는 하나의 장면을 상상한다. 지금 자판을 두드리는 의자에 담긴 어떤 기운을 느낀다. 나는 시인이 아닌데도 그 마음을 짐작하고 싶다.


간절히 기다릴 때는 아무도 오지 않는다. 저녁이 찾아오는데 등이 시려서 옷을 하나 더 껴입으려다 슬그머니 당신의 손이 내 등에 닿아 있다 생각하고 옷을 의자에 내려둔다. (26쪽)

겨울을 즐겨야 할 시간이다. 하얗게 쌓인 눈으로 둘러싸인 세상. 눈을 바라보는 일은 즐겁지만 헛헛한 마음을 채우는 일은 어렵다. 설명할 수 없는 그리움도 그러하다. 막막한 밤이 지나고 나면 아침이 온다는 걸 모르지 않지만 한 번씩 새벽에 깰 때면 화장실에 다녀오고 나서도 잠들지 못한다. 스마트폰을 만지다가 다시 이불을 끌어당겨도 오른쪽 왼쪽으로 돌아눕기를 반복한다. 그 시각이 길어서 힘이 든다. 내가 원하는 건 깊은 잠일뿐인데. 시인이 원하는 건 무엇이었을까. 한국의 서울에서 지인을 만나고 돌아가는 그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아끼는 이의 시를 읽고 그들이 건네준 애정을 받고 다시 삶을 위해 돌아가는 그 길을 상상할 수 없다.

오늘 나의 일은 초록이 얼마나 무성한지, 그 무성함은 얼마나 아름답고도 참혹한 시간을 살게 하는지 생각하는 것. 가을이 오면 그 시간들 앞에서 나는 얼마나 솔직하지 못한 언어의 욕망에 시달릴 것인가. (175쪽)

시인의 계절은 어떤 모습, 어떤 표정이었을까. 새해의 시작 시인의 글을 따라 읽으면서 내가 지나온 계절들을 떠올린다. 무더웠던 여름, 사랑에 빠졌던 봄, 병실에서 보냈던 여름, 그 계절들과 시인의 그것이 같을 수 없겠지만 문득 신성하게 다가온다. 타인의 부재와 슬픔을 통해 삶을 배우고 살아가는 우리의 계절들.

언젠가 쓸 수 없는 순간이 반드시 온다,라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301쪽)

언제나 내가 원하면 내가 쓰고 싶은 것들을 쓸 수 있다고 믿으면 살아온 나였다. 그러나 시인의 말처럼 나도 쓸 수 없는 순간이 올 것이다. 시인의 글이 가슴에 박힌다. 쓸 수 없는 삶, 보통의 일상을 유지할 수 없는 순간이 온다는 건 무섭고 두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그 순간만을 생각하며 겁에 질려 살 수는 없는 일. 병원에 가기 전에 베란다 창 틀에 올려 둔 귤을 퇴원 후 돌아와 마주하며 쓴 시인의 글이 오래 마음을 붙잡는다.

나는 귤을 쪼갰다. 귤 향! 세계의 모든 향기를 이 작은 몸 안에 담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살아오면서 맡았던 모든 향기가 밀려왔다. 아름다운, 따뜻한, 비린, 차가운, 쓴, 찬, 그리고, 그리고, 그 모든 향기. 아, 삶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가기 전에 나는 써야 하는 시들이 몇 편 있었던 것이다. (307~308쪽)

그때를 알 수 없지만 우리는 모두 떠날 존재다. 사라질 존재라는 사실은 서글프지만 그러므로 우리의 생은 아름답게 빛나야 한다고 생각하니 담담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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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1-01-04 11: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늘 한겨레에서 코로나로 사망하신
분들에 대한 장례 기사를 읽었는데,
팬데믹 시절의 비정함에 대해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네요.

지구별에 머무는 동안 빛나도록 노력
해야겠습니다.

자목련 2021-01-05 09:55   좋아요 1 | URL
준비하지 못한 영원한 이별, 얼마나 아플까 싶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일상의 변화가 참 서글픕니다.
그러니 살아 있음에 감사가 절로 나오기도 하고요.

scott 2021-01-04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허수경시인에 유고집
자목련님에 첫문장
[하루에도 몇 번은 절망한다. 하루에도 몇 번은 희망한다. 그건 아주 정상적인 일이다.]
여러번을 읽었네요.
허수경시인이 번역하신 파울 첼란 1920년 11월,이제는 지도에서 사라진사라진 부코비나의 체르노비츠에서 태어나 1970년 4월 파리의 센강에 투신했던 시인에 운명과 도 겹치네요..

우리모두 사라질 존재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순간 열심히 살아야겠죠

자목련 2021-01-05 09:56   좋아요 1 | URL
가슴 먹먹한 문장들이 많지만 어떤 날은 그런 문장이 큰 힘으로 다가옵니다.
소한인 오늘, 춥고 차갑지만 따뜻함이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서니데이 2021-01-04 20: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유고집이네요. 저는 그 직전에 나온 책을 선물받은 적이 있어요. 어느 날 갑자기 부고를 알게 되었던 생각이 납니다.
자목련님 새해 첫 주말 잘 보내셨나요.
올해도 좋은 일 가득한 한 해 되세요.
새해복많이받으세요.^^

자목련 2021-01-05 09:57   좋아요 2 | URL
네, 유고집이에요. 그래서 더 쓸쓸하게 다가오고요.
서니데이 님, 즐겁고 건강한 화요일로 채우세요^^

scott 2021-02-10 15: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 이달의 당선 2관왕~*
추카~추카~
설연휴 가족 모두 평안하고 행복하게 보내시길 바래요.^.^

자목련 2021-02-10 16:10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스콧 님을 비롯한 이웃님들 덕분이에요.
스콧 님도 건강하고 평온한 명절 보내세요^^
 


한 해의 끝이 아쉬운지 밤새 바람이 강하게 불었다. 바람은 제 할 일을 했다. 기온도 내려가서 창문이 열리지 않는다. 잠깐 그대로 두어야 할 것이다. 힘을 주어 열려고 한다면 탈이 날 것이다. 어제는 안부를 전하려고 휴대폰 전화 목록을 살피다가 가장 많이 받은 문자가 재난문자라는 걸 실감했다. 우리가 사는 시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시스템이었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모든 정보에 쉽게 접근하고 더 깊게 알 수 있다. 빠른 정보도 좋겠지만 정확한 정보 전달이 더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전기압력밭솥을 버리면서도 그랬다. 폐가전 무료 수거를 신청했지만 소형의 경우에는 5개를 모아서 신청을 해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다. 5개를 모을 수도 없고 집안에 둘 공간도 마땅치 않아서 관리사무소에 문의를 했더니 경비 아저씨께 여쭤보라는 답을 했다. 스티커 가격을 듣고 조금 놀랐다. 여름에는 무료(오디오와 비디오)로 버렸으니까. 재활용을 위한 분리수거를 하지 않았던 날들이 떠올랐다. 버리스타가 되어야 한다는 공익광고를 볼 때마다 언젠가 이 세상은 쓰레기 천국이 될 것 같은 공포를 느낀다. 무조건 다 재활용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기억하고 실천해야 한다. 사소한 것들이 중요하고 소중하다. 분리수거를 하는 방법도 조금씩 달라진다. 잘 알아야 하니 잘 버릴 수 있다는 생각에 동의한다. 나도 잘 지켜야 하는데. 때때로 부끄러운 순간이 많다.


12월 31일이 흐른다. 내일은 새로운 한 해의 시작의 첫날이다. 오늘과 내일, 똑같은 하루지만 의미를 부여하니 다른 세상으로 구분된다. 송구영신예배는 올해도 드리지 못할 것 같다. 작년에도, 그전에도 참석하지 않았던 예배인데 올해는 참석하지 못한다는 쪽으로 기우니 조금 아쉽다.


2021년을 위한 달력이 많아졌다. 동네 치킨집에서 배달을 시켰더니 맛있는 메뉴가 가득한 탁상 달력이 함께 왔다. 서점에서 보내준 달력까지 생각지 않았던 달력 풍년이다. 코로나로 인해 은행이나 거래처에 방문을 하지 않아서 달력을 구매했다는 친구가 생각났다. 생일이나 주요 행사를 달력에 표기한다는 친구다. 집안에 있는 게 익숙해서 필요한 곳이 아니면 외출을 아예 생각하지 않는다는 친구의 말이 쓸쓸하게 다가오는 날들이다.


새벽에 내린 눈이 녹고 있다. 눈사람으로 변하는 한강의 단편 <작별>이 생각난다. 소설 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일까. 어쩌면 내가 모르는 세상에서는 더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눈사람은 아니더라도 마른 감정의 삶, 뜨거운 눈물이 사라지는 그런 삶일지도 모른다. 어제 우연히 방송에서 배우 이순재 씨가 60년 만에 친구를 만나는 장면을 보았다. 살아있다면 만나고 싶은 친구라는 부제가 뭉클했다.


모든 걸 다음으로 미루는 시간을 사는 해는 올해로 끝났으면 한다. 한 해의 마지막 날 봄을 기다리는 기대와 설렘을 품어본다. 조심스럽지만 기대를 키울 수 있는 날들이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런 시를 읽으면서 씁쓸한 마음으로 보내는 마지막 날, 내년에는 산뜻하고 신나는 일상을 꿈꿔도 괜찮다는 말이 듣고 싶다.



너무 이상한 관계들

너무 이상한 싸움들

너무 이상한 진실들

너무 이상한 당신들

너무 이상한 공기들


싸구려가 된 죽음 싸구려가 된 골짜기


모르고 싶어요

나는 몰라요


(……)


당신은 사하라

나는 툰드라


우리

만나지 말아요


그래야, 남을 수, 있어요 (「놀라운 일, 바이러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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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0-12-31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 2021년 새해 건강하고 행복한 나날로 가득차시길 바랍니다.

☆★*☆★*☆★
* Happy *
* New Year~ *
★☆*★☆*★☆

자목련 2021-01-01 17:01   좋아요 1 | URL
친절하고 다정한 스콧 님, 올해도 잘 부탁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환한 웃음이 가득한 날들이면 좋겠어요!

Falstaff 2020-12-31 10: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규리의 시집, 찜했습니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자목련 2021-01-01 17:02   좋아요 1 | URL
기대에 부응하는 시집이기를 바라요.
언제나 좋은 리뷰 잘 보고 있어요.
올해 어떤 책들을 읽으실까 벌써 궁금하네요^^

수이 2020-12-31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자목련 2021-01-01 17:03   좋아요 0 | URL
향기로운 이웃 수연 님, 감사합니다.
즐겁고 신나는 일상을 이어가는 새해이기를 바라요.
수연 님이 읽으실 울프의 소설도 기대하고요^^

mini74 2020-12-31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 산뜻하고는 신나는 일상이 내년엔 마구마구 쏟아지길 바랍니다 즐거운 연말 보내세요 ~

자목련 2021-01-01 17:04   좋아요 1 | URL
넵, 정말 올해는 그런 일들이 별처럼 쏟아지면 좋겠어요.
모두에게요!
미니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초딩 2020-12-31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항상 건강하시고요~

자목련 2021-01-01 17:04   좋아요 0 | URL
초딩 님, 감사합니다. 2021년 복된 새해, 즐겁게 시작하시길 바라요!

희선 2021-01-01 01: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라디오 방송에서 들으니 가전제품은 그냥 내놔도 가져간다고 하더군요 저는 그런 거 몰랐습니다 그런데 작은 건 다섯 개를 내놔야 한다니... 잘 버리셨기를 바랍니다

날짜가 바뀌었어요 자목련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웃을 일 자주 일어나기를 바랍니다 그냥 웃어도 된다고 하지만...


희선

자목련 2021-01-01 17:06   좋아요 2 | URL
여름까지는 소형 갯수 제한이 없었는데 바뀐 것 같아요.
희선 님, 이곳은 펄펄 눈이 오고 있어요.
희선 님, 올해도 잘 부탁드려요.
건강 잘 챙시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항상 고마워요!^
 
부디, 얼지 않게끔 새소설 8
강민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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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도 모르는 사소한 변화를 알아봐 주는 이가 있다면 행운아다. 타인에 대해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시대가 되었기에 더욱 그렇다. 직장 동료와의 관계는 그저 사회적 활동을 위한 관계로 인식하는 이가 많으니까. 입사 동기의 경우는 서로 경쟁을 하면서도 위로를 하는 사이로 발전하기도 한다. 직장에서 동료 이상의 감정을 키우고 좋은 친구로 발전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사실 그런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강민영의 장편소설 『부디, 얼지 않게끔』속 인경에게 희진은 정말 고맙고 필요한 존재다.

인경과 희진의 직장은 여행사다. 인경은 고객을 인솔하여 계획을 짜고 가이드를 하고 희진은 경리 업무를 담당한다. 처음엔 서로 잘 몰랐다. 베트남 출장을 함께 가면서 인경과 희진은 서로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었다. 그리고 희진이 인경의 몸의 변화를 알아보고 언급하면서 둘은 급격히 친해졌다. 인경의 변화는 더위를 타지 않는 것이었다. 인경도 몰랐다. 자신이 무덥고 습한 여름에 땀 한 방울을 흘리지 않고 휴대용 선풍기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래서 희진의 말을 처음엔 이해하지 못했다. 생각해 보니 정말 그랬다. 몸이 달라졌다. 에어컨 바람이 싫어서 카디건을 챙기고 선크림도 사용하지 않았다. 베트남 출장에서 인경과 희진은 변온동물처럼 변온 인간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희진이 그런 종류의 다큐멘터리를 본 기억이 있다고 했다. 기사, 논문, 자료를 공유해 주었다.

내 몸이 나도 모르는 사이 변온동물처럼 변하고 있다면 어떨까? 인경은 자신을 알아봐 주고 이해해 주는 희진이 있기에 직장을 다닐 수 있었다. 그러면서 인경은 희진을 알지 못했더라면 자신도 동료들과 마찬가지로 희진에 대해 편견이 가졌을 거라 생각한다. 타인의 배려와 이해 대신 소문을 믿고 그대로 판단하는 실수. 인경과 희진을 통해 우리가 사는 사회의 실체를 마주한다. 더위에 강한 인경은 점점 두려워진다. 겨울이 오면 어떻게 될까. 겨울잠을 자는 동물처럼 자신에게도 그런 시기가 오는 건 아닐까. 인경은 운동을 시작하고 희진과 모든 걸 공유한다.

막바지 더위로 모두가 피하는 제주도 출장을 인경이 선택한 이유도 날씨 때문이었다. 인경에게는 최적의 날씨였다. 제주도로 희진이 휴가를 오면서 둘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이제 더위가 물러가고 서늘한 날이 시작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걱정까지도. 인경에게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온다는 건 최악이었다. 몸은 빠르게 반응했고 추위를 막을 수 있는 제품을 사들였다. 희진이 여름을 견디기 위해 많은 선풍기를 사용했던 것처럼. 하지만 처음 맞는 몸의 변화는 인경의 외부로 나타났다. 직장 동료와 상사는 얼굴색이 좋지 않다며 걱정했고 다양한 건강식품을 추천했다. 외출을 하지 않고 집 안에서만 생활하는 일은 견딜 수 있었지만 출퇴근은 점점 힘들어졌다.


“누구나 변할 수 있는 거잖아요, 인경 씨처럼.”

나를 배웅하며 희진이 건넨 말을 떠올렸다. 정말 누구나 이렇게 순간적으로 변할 수 있는 거라면, 그리고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그걸 버텨내고 있는 걸까. (중략) 누구에게나 힘든 순간이 온다면, 그 순간을 버티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차분하게 찾아보자던 희진의 말. 원인을 찾아 헤매기보다 앞으로를 대비하자는 희진의 다독거림은 확실히 효력이 있었다. 희진 같은 사람들이 있어서 나 같은 사람들도 살아갈 수 있는 것이라 믿기로 했다. (80~81쪽)

인경은 휴직을 하고 동면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인경은 얼마나 두려웠을까. 아무도 모르게 찾아온 몸의 변화와 일상의 균열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어디다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으면 도움을 청할 수 있었을까. 가족과 친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고 도움을 받으려면 자신의 상태를 공개해야 하는데 그 파장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희진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깨어날 수 있을까. 불안을 간직한 채 잠에 빠져드는 인경. 모든 걸 희진에게만 의지할 수 없는 인경과 그런 인경을 격력하고 응원하는 희진이 나누는 말에 울컥해진다. 단 한 사람의 응원만으로도 힘을 낼 수 있고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언제나 자신만 생각하며 살아온 시간들,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고통으로 힘겹게 살아온 이들의 시간에 대해서는 알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도 겨울은 추운 게 좋겠어요. 겨울에만 살아 있는 동물들도 있을 텐데. 나는…… 겨울에 이렇게 자도 되니까요.”

“봄이 빨리 오면 좋겠네요.”

희진의 말을 들으며 눈을 깜박였다. 다시 눈을 뜨면 정말로 봄이 와 있을까. 겨울을 버틸 수 있는 이유가 저기에 잇다. 조금만 내가 더 늦게 가 변해버렸다는 걸 알았다면, 함께 베트남에 가지 않았더라면 영영 어긋나버렸을 것이 분명한, 겨울을 이겨내야만 하는 이유는 바로 저기에 있다. (199쪽)

누구나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무조건 배척하고 선을 긋고 경계한다. 소설 속 인경처럼 변온 인간이 되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이익, 시선, 문화적 차이를 이유로 들면서 함께 할 수 없다고. 그러니 단순하게 이 소설은 변온이라는 소재만을 대입해 읽을 수 없다. 어디서나 마주할 수 있는 나와는 다른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으니까. 함께 시간을 나누고 계절을 보내는 다종다양한 삶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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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0-12-31 02: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람도 몸 온도가 바뀔 수 있을지... 이건 상상이지만... 어떤 만화에서 본 게 생각나기도 하네요 벌레(요괴에 가까운)한테 기운 같은 걸 빼앗기고 겨울 동안에는 잠들었다가 봄에 깨어나는... 그것하고 이건 조금 다르지만, 그게 생각나는군요 사람은 자신을 알아주는 단 한사람만 있어도 괜찮아요 그 한사람을 만나기가 아주 어렵지요

자목련 님 올해 마지막 날이네요 벌써 그렇게 되다니... 올해 마지막 날 잘 보내시고 새해 첫날 잘 맞이하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 잘 챙기세요 새해에도 좋아하는 거 하시기 바랍니다


희선

자목련 2020-12-31 10:06   좋아요 2 | URL
소설을 읽으면서 언제나 인간도 그렇게 변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환경에 적응하려고요.
한 해의 끝이네요. 다정한 이웃으로 계셔주셔서 감사해요. 건강한 연말 보내시고 즐거운 새해 맞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