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은 초조하다. 대부분 그 결과라는 게 합격, 당선의 여부이거나 당첨의 여부이기 때문이다. 건강에 대한 것이라면 그 기간은 더욱 길게 느껴진다. 온갖 상상을 하면서 시간을 채운다. 좋은 상상, 나쁜 상상, 최악의 경우, 그보다 좀 나은 경우. 헤아릴 수 있는 경우의 수를 다 동원한다. 남동생이 즐겨 구매하는 로또 복권의 경우는 기다리는 동안 신나는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1등은 될 리가 없지만 그래도 1등이 된다면, 아니 아쉽게 숫자 하나만 다른 2등이 된다면, 로또 구매 본전을 찾는 등수라도 된다면. 점차 상상의 크기는 줄어들지만 꽝이 될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나쁜 기대를 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병원의 검사는 좀 다르다. 몸에 증상이 있고 뭔가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기에 검사를 받으니까. 확인차 검사를 받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건강검진의 경우에 해당된다. 친구는 지난 주말에 검사를 받았다. 괜찮아질 거라 여겼지만 몸의 상태가 좋아지지 않았고 마침 진료를 한 의사가 상급 병원을 추천했다. 여러 가지 검사를 끝냈고 친구에게는 일주일이란 시간이 주어졌다. 기다림의 시간이다. 그 시간을 견디는 일은 너무도 힘들다. 다른 무언가에 집중할 수도 없고 청소나 집안일에 몰두할 수도 없다. 혹시 무리하면 좋지 않을까 염려되기 때문이다.
걱정과 두려움을 안고 전화를 거는 친구에게 나는 아무런 위로를 건넬 수 없다. 결정된 사항이 아무것도 없으니 불안할 것도 없다고 말하지만 도움이 될까 싶다. 아침에는 이런 마음, 저녁에는 이런 마음이라는 친구의 말을 들어줄 뿐이다.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까지 전화를 한 친구의 마음을 안다고 해도 알 수 없는 것. 결과가 나오는 시간까지 함께 기다려주는 일.
수많은 기다림으로 채워진 삶이구나 싶다. 버스를 기다리고 월급날을 기다리고 숭진을 기다리고 택배를 기다리고 어디선가 오고 있을 좋은 소식을 기다리고. 누구도 나쁜 소식을 기다리지 않는다. 매일 확진자가 줄어들기를 기다리고, 백신 개발 소식을 기다리고. 기다림이 즐거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랑하는 연인을 기다리는 순간처럼 설레는 기다림이 되려면. 기다리는 동안 모든 걸 그 대상에 맞추지 말고 나에게 집중하는 게 필요하다. 쉽지 않겠지만 연습을 해야 한다. 힘겹겠지만 일에 집중하고 주변을 둘러보는 일도 좋겠고 달리기도 좋을 것 같다. 사소하지만 기다렸던 작가의 신간 소식에 클릭하고 장바구니에 넣는 일, 오늘처럼 파란 하늘을 보는 방법도 있다.

때마침 파한 하늘을 닮은 표지의 책이 반갑다. 시인 유희경의 산문이다. 그리고 『2020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까지. 이번에도 수상 작가는 모두 여성이다. 정한아, 최은미의 단편이 기대가 된다. 여기 또 기다리는 시간이 추가된다. 책이 내게로 도착하는 시간까지 나는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