몹시 예민하지만, 내일부터 편안하게 - 과민성 까칠 증상의 마음평안 생존법
나가누마 무츠오 지음, 이정은 옮김 / 홍익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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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마음에 안 드는 나를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 그러니까 지금의 나와 다른 내가 되어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 말이다. 소심한 성격이 아닌 대범한 마음을 갖고 싶고, 타인의 시선에 신경을 쓰는 게 아니라 내 마음의 소리에 집중하며 살아가기를 원한다. 어쩌면 그 반대의 경우일 수도 있다. 자신의 성격에 완벽하게 만족하며 사는 이는 없으므로 저마다 고치고 싶은 성격이나 습관이 있을 것이다. 긍정적인 태도로 세상을 바라보고, 상대에게 끌려가는 대신 정확하게 거절의 의사를 표하는 일이 어떤 이에게는 아주 쉬지만 어떤 이에게는 힘든 일이니까. 조금씩 천천히 나를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언제나 많다. 『몹시 예민하지만, 내일부터 편안하게』란 책에서도 마찬가지다. 쉽게 설명하고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제목을 보고 어머, 저건 내 이야기인데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면 많은 도움을 받을 거라 생각한다.

 

세계적인 여성 심리학자 일레인 아론이 정리한 HSP(​ Highly Sensative Person) 성향에 대해 설명하고 상황에 맞는 대처법을 일본의 신경정신과 전문의 나가누마 무츠오가 구체적으로 소개한 책이다. 일레인 아론 역시 지나치게 예민한 성격으로 힘들었기에 25년에 걸쳐 연구를 했다고 한다. 극도의 예민함으로 일상생활이 힘든 이들에게 반가운 책이 아닐까 싶다. 예민한 사람에게 세상의 모든 소리는 너무도 크고 친구나 동료의 농담도 농담이 아닐 수 있다. 때문에 HSP 성향의 사람들은 자기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타고난 기질이라는 걸 알았다면, 누군가 그렇게 말해줬더라면 스스로를 상처 내는 일이 적었을 것이다. 우선은 자신의 기질을 파악하고 인정하는 게 중요하다.

HSP 기질이 있는 사람이라면 자기만의 삶을 온전히 이뤄가고 성장하기 위해 기질적으로 서툰 것들과 물리적으로 거리 두기, 부정적인 것들은 마음에 품지 말고 제때에 쏟아내기, 자신을 지키는 방어막을 튼튼히 구축하거나 피로가 쌓이기 전에 때맞춰 휴식을 취하기, 혼자만의 여유 시간을 확보하기 등의 태도가 일상 곳곳에서 필요합니다. (10쪽)

책은 HSP 셀프 체크 리스트 25가지를 통해 ​자신이 어떤 경우인지 확인하고 그에 따른 사례를 제시하고 스스로 케어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리고 가족 구성원이나 친구 가운데 HSP 기질이 있는 이를 대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소개한다. 몇 가지 경우를 소개하면 이렇다.

‘주변을 정리 정돈할 수 없을 만큼 산만하다’​ - 이 경우의 매뉴얼은 정리를 잘 하는 사람을 따라 하되 나름 자기만의 청소법을 찾아낸다.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지 말고 하나씩 해나간다. 눈앞의 일에만 전념하며 거기서 즐거움을 맛본다. 이 방법은 정리하는 일이 어려운 사람에게도 도움을 준다.

‘한 번 짜증이 나면 화를 억제할 수 없다’ - 이 경우엔 마음속으로 원하는 바를 분명하게 파악하고 분노의 양상을 기록하고 언제 분노가 터지는지를 파악하고 분노의 이면에 숨어 있는 감정들에 눈을 돌리는 셀프케어를 제시한다. 결국엔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감정을 살펴야 한다는 말이다.

​‘낯선 사람을 만나면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 - 새 학기나 직장을 이직했거나 이사를 했을 때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일지만 현명한 대처를 알지 못했다. 이런 경우 낯가림이 심하고 말주변이 없다고 먼저 고백하라는 조언이 현실적으로 유용하다. 상대방에게 이런 고백을 듣는다면 상대 역시 이해하고 괜찮다고 말해줄 수 있을 테니까.

지나치게 예민해서 사회생활이 힘들고 인간관계에도 두려움을 갖고 있다면 하루하루가 고통스럽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자신 탓으로 돌린다면 더욱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어려워 피하게 된다. 한 번 더 언급하자면 나를 아는 게 중요하다.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지만 가장 우선으로 두어 할 존재가 다름 아닌 나라는 걸 기억해야 한다. 책을 통해 자신을 진단하고 적용할 수 있다면 어제보다 한결 편안한 하루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나와 다른 누군가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방법도 배울 수 있다.

인간은 다른 누군가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살아가는 게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의 관심이나 기대가 내 삶을 자기들 마음대로 조종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미움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내 인생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으로 나 자신을 위해 살아가기 바랍니다. (1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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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제10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박상영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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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읽는 단편, 세 번 읽는 단편이 늘어나는 현상. 나의 취향이 확고해지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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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소녀 2019-04-28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요. 점점 더 편식하는 것 같기도 하구요ㅠ

자목련 2019-05-09 19:39   좋아요 0 | URL
요즘은 그냥 편식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ㅎ
 

 

아파트 10층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일은 조금 아찔하다. 고층 건물이 늘어나고 그 높이를 상상할 수 없는 공간에서 일상을 지속하는 많은 이들에게 10층이라는 높이는 그저 그럴지도 모르지만. 미세먼지를 걱정하는 날들에는 창을 열지 않고 환기도 미룬다. 그러다 보니 차가운 바람을 맞이하는 요즘 오히려 더 자주 환기를 한다. 그리고 나는 목련을 보았다. 숨은 그림 찾기를 하듯 목련을 봤다. ‘발견’이라는 말을 쓰고 싶은 정도로 나는 그 목련이 반가워 목을 길게 빼고 전화기를 떨어뜨릴지도 모르는 불안을 안고 사진을 찍었다. 뭔가 홀린 듯 말이다.

 

 

 

 

올려다보는 일만큼 내려다보는 일은 힘이 들었다. 고개를 드는 일, 고개를 깊숙이 내리는 일. 내려다보는 일에 대해 쉽게 생각하고 있었다. 오르는 일에 비해 내려오는 게 수월하다고 여긴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높은 곳을 보고 그곳을 향해서만 살아가는 것 같다. 더 많은 숫자, 더 넓은 숫자로 이뤄지는 삶을 꿈꾼다. 그 시작이 0이었다는 걸 기억하는 이가 있을까? 채우려고만 하는 것이다.

비우는 일, 위만 바라보느라 아픈 고개를 숙여 아래를 내려다보는 일. 스트레칭이 필요한 목처럼 우리에게 필요한 일이다. 저마다의 아래, 그곳에서 발견한 풍경은 어떤 모습 어떤 빛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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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그림책
헤르타 뮐러.밀란 쿤데라 외 지음, 크빈트 부흐홀츠 그림, 장희창 옮김 / 민음사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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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한 책은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기회가 닿으면 어떤 내용인지 확인하고 싶어진다. 어떤 책을 말하는지, 어떻게 책을 묘사했는지 말이다. 그래서 한때는 독서 에세이를 읽었다. 전문가는 무슨 책을 읽는지 궁금했고 좋아하는 작가가 밑줄을 그은 부분이 나의 것과 겹쳐있을까 궁금했다. 독서 에세이를 읽고 나면 읽어야 할 책이 늘어나고 구매하는 책이 늘어나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여기 제목부터 책을 말하는 책이 있다. 『책그림책』이라니, 무슨 책을 말하는 것일까,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펼치지 않을 수 없다.

 

화가이자 도안가이자 삽화가인 크빈트 브흐홀츠의 그림과 46명의 작가의 글이 하나가 된 책이다. 그림을 보고 작가가 글을 썼다. 많은 이들이 이 책에 관심을 갖는 건 46명의 필자, 그러니까 작가 때문일 것이다. 헤르타 뮐러, 밀란 쿤데라, 수전 손택, 오르한 파묵, 존 버거, 페터 회, 아모스 오즈 등 대단한 작가들이다. 46개의 그림에 부친 글은 작가의 개성과 성향에 따라 다채롭다. 어떤 작가는 짧은 시를 쓴 것 같기도 했고, 어떤 작가는 아름다운 동화의 일부를, 어떤 작가는 소설의 첫 장면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책(글)을 소재로 한 브흐홀츠의 그림은 정말 매혹적이다. 사람과 책, 책과 하늘, 책과 바람, 책과 바다, 그리고 여백. 화려하지 않은 색채로 담아낸 그림 속 책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정말 책을 좋아하는 이라면 반할 그림이 가득하다. 거기에 좋아하는 작가의 글까지 함께 만나니 독자에겐 이루 말할 수 없는 즐거움을 안겨주는 책이다. 글은 어떤 부담도 어떤 강요도 없는 자유로운 글이라는 게 느껴진다. 어쩌면 그림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특히 좋았던 그림과 글을 소개하자면 이렇다.

 

 

 

 

 

 

그림 속 여인이 시집을 읽고 있는 게 아닐까 말하는 하비에르 토메오가 만난 그림, 책을 쌓아둔 소녀가 창밖을 바라보며 상상하는 세상에 대해 들려주는 엘케 하이덴라이히가 마주하는 그림. 복잡한 세상에서 떨어져 자유롭게 책을 읽고 싶을 갈망이 엿보이는 밀란 쿤데라의 글과 하나가 되는 그림, 이반 클리마가 책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걸 확인하는 글을 쓰게 만든 그림, 마지막으로 수전 손택의 간절한 마음을 그대로 담은 듯한 그림이다.

 

 

 

그는 모자를 쓰고 몇 권의 책과 우산을 집어들었다. 서른세 시간을 걸어간 후에 그는 텅 비어 있고 전망이 툭 트인 곳에 자리를 잡았다.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영원히 그곳에 있겠다고 결심했다. 우선 그는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려고 했다. 혼자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완벽한 행복이므로 그는 그러한 행복을 순수한 상태로 즐기고 싶었다. 그리하여 그는 신기하게도 저절로 채워지는 잔으로 이따금 한 모금의 커피를 마시는 이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밀란 쿤데라, 92쪽)

 

 

 

 

나는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하여 내가 사랑하는 책들이 차츰차츰 나를 집밖으로 몰아내는 것을 함께 바라보는 것 말고는 별다른 도리가 없게 되었다. (이반 클리마, 103쪽)

 

 

 

 

 

 

 

위에는 책이 있고, 아래에는 땅이 있다. 내가 나의 책에 대해 무슨 꿈을 꾼다 할지라도 다시 깨어난 후에 그것을 거의 기억하지 못하리라. 나는 대지의 심장박동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수전 손택, 90쪽)

 

그림을 통해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시간이라고 할까. 그림을 보고 글을 쓴다는 건 어떤 것일까. 그림 속의 주인공이 되어도 좋다. 나아가 한번 도전해 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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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19-04-01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 참 예쁘네요~~

자목련 2019-04-02 08:45   좋아요 0 | URL
네, 누구라도 반할 그림이에요^^

목나무 2019-04-01 17: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좋아라하고 아끼는 책이에요. ^^ 요거랑 시리즈인 나머지 2권도 느므 좋아하는 그림책들...^^

자목련 2019-04-02 08:46   좋아요 1 | URL
좋은 책은 왜 이리 많은 걸까 ㅎ
잘 지내고 있어?
매서운 봄이야. 건강 잘 챙기고^^*

뒷북소녀 2019-04-28 13:07   좋아요 1 | URL
언니들은 뭔가 통하는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ㅋ

자목련 2019-04-30 10:29   좋아요 1 | URL
언니들이라는 말이 참 좋은 아침^^*
 

 

요란하게 봄비가 내렸다. 아파트 근처에 씨앗을 심을 준비로 땅을 고른 밭에는 충분한 양이 아니었을까 싶다. 봄비가 지나간 자리에 연두가 가득할 거라 기대한다. 연두라는 말을 하는 동안 입안에 싱그러움이 돋아나는 듯하다. 연두와 초록이 주는 산뜻하고 상쾌한 이미지. 어떤 말을 꺼낼 때, 누군가와 말을 주고받을 때 그런 기분이 떠다닌다면 얼마나 좋을까. 말은 때로 피로하다. 유독 말을 많이 했을 때 나의 일부가 소진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반대로 말은 편안하다. 우리는 말이라는 통로로 불쾌한 감정을 쏟아낸다.

 

말이 사라진 정적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은 외로운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그곳에 고요가 있다는 걸 모르고 있기에 그럴지도 모른다. 고요와 하나가 된다면 덜 외로울 텐데. 아니, 외로움을 느끼는 건 다행한 일이다. 곁을 내주고 싶은 마음이 자라고 있다는 것이며, 누군가의 곁에 머물고 싶다는 신호일 테니까.

 

말을 뒤로하고 책을 읽는 시간은 오롯이 혼자여도 충분하다. 잘 읽히지 않는 책을 잡고 씨름하고 있더라도 말이다. 행간을 따라가다 다시 돌아오고 책 속의 등장하는 사물이나 이름을 속삭이듯 가만히 소리 내어 말하는 일. 책을 읽을 때 종종 노래를 듣는다. 말을 뒤로한다고 하면서도 노랫말에 의지한다. 말을 그리워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책은 누군가의 말이다. 듣고 싶은 말, 목소리를 상상하는 말은 이런 책이다. 줌파 라히리의 『내가 있는 곳』, 아니 에르노의 『세월』, 김훈의 『연필로 쓰기』.

 

 

 

 

 

 

 

 

 

 

 

 맥락 없고 갈피를 잡을 수 없는 혼잣말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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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9-03-22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읽고 싶은 책이네요 잘지내시죠?^^

자목련 2019-03-25 16:42   좋아요 1 | URL
신간이 나올 때마다 그들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없어요, ㅎ
꽃샘추위가 기승이네요. 감기 조심하세요^^

blanca 2019-03-22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제가 점찍은 책들이라 반갑네요. ^^ 자목려님과 취향이 겹치는 것 같습니다.

자목련 2019-03-25 16:43   좋아요 0 | URL
겹치는 취향, 반갑고 좋아요. 어느 시각, 다른 공간에서 같은 책을 마주하는 풍경을 상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