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고양이 - 2019년 제43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윤이형 지음 / 문학사상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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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작은 때로 호불호로 나뉘지만 이번 작품집은 윤이형, 정용준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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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주 통화를 하는 이들에게 나는 때로 걱정거리가 된다. 그래서 통화가 되지 않거나 문자에 답이 없으면 그들의 조바심은 풍선처럼 커진다. 걱정한다는 건 마음을 주는 일이고, 걱정한다는 건 힘들 때 기대도 된다는 허락과도 같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내게 고모는 그런 존재가 되었다. 주변 이들을 잘 챙기는 고모의 성향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상대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며칠 전 통화를 하면서도 그 아름다운 걱정이 눈에 보이는 듯했다.


 끓인 보리자가 담긴 주전자에 손등과 손목 경계를 데였다. 이번엔 왼손이다. 비슷한 부분의 오른손에도 화상 자국이 남았다. 부주의했기 때문이다. 제법 작지 않은 물집이 잡혔고 아직 터트리지 않았다. 남동생이 보고 조심 좀 하지, 하면서 안타까워했다. 속상해하는 동생의 마음이 고마웠다. 남동생과는 차를 타고 오면서 조카의 근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가족이라는 관계, 가장 기본적인 사랑이 밑바탕이 된 관계라 우리는 쉽게 말한다. 


 고모와 남동생과 사소한 일상을 나누면서 그들이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낀다. 사랑이 없으면 불가능한 안부, 사랑이 없으면 절대 전달될 수 없는 공기. 하지만 사랑은 식물과 같아서 처음에만 사랑을 주고 알아서 잘 자라겠지 생각하고 관심을 줄이면 병에 걸리고 심지어 죽어버린다. 사랑도 그러하다. 사랑하며 살자고 숱한 다짐을 하지만 모래성처럼 무너지고 파도에 사라진다.


 사랑이 없으면 책을 기다리는 시간은 지루할 것이다. 감기 여파로 책은커녕 모든 사물에 대한 떨어진 집중력을 끌어모은다. 사랑의 힘으로 읽어나갈 책이 있다는 건 신나는 일 아닌가. 점점 사랑이 커지는 윤이형의 대상 소식이 반갑고 장용준의 우수작도 기대가 큰 『그들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고양이』, 뭉크의 삶에 대해 들려줄 것 같은 『뭉크』, 고 박완서 작가의 『아름다운 나의 이웃』을 천천히 읽으려 한다. 그리고 망설이는 책은 맨 처음 『제비를 기르다』의 맛을 기억하는 윤대녕의 『누가 고양이를 죽였나』다. 언제부턴가 조금씩 멀어지는 작가가 되었다. 식은 사랑이 뜨거워질 수 있을까.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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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9-01-26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뜨거운 김에 화상입으셨군요. 그게 조심해도 잠깐 사이에 일어나요.
흉터남기지 않고 잘 나으셔야 할텐데요.
자목련님, 오늘 어제보다 조금 더 차가운 주말입니다.
따뜻하고 좋은 토요일 보내세요.^^

자목련 2019-01-26 14:29   좋아요 1 | URL
흉이 남을 것 같아요 ㅠ.ㅠ
걱정해주셔서 감사해요. 서니데이 님 포근한 주말 보내세요^^

2019-01-26 18: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27 15: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우리 사우나는 JTBC 안 봐요 - 2017년 제13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박생강 지음 / 나무옆의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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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면 병원에 간다. 병원에서는 모두가 같은 입장, 환자다. 아니, 같은 환자가 아니다. 어디든 VIP를 위한 공간이 있다. 돈을 저축하고 돈을 빌리는 은행에도 있다. 매우 중요한 사람이라 대우를 받는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경제적으로 부유하다는 것이다. 뭐, 내가 모르는 다른 기준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여하튼 그렇다. 그래서 그런 소비자의 심리를 이용해 특별한 회원을 모집하고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곳에 다닌다는 것만으로도 다른 사회의 구성원이 된 것처럼 말이다. 박생강의 『우리 사우나는 JTBC 안 봐요』를 읽고 말이 길어졌다. 박생강은 사우나의 풍경을 아주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그건 태권처럼 사우나 매니저로 일했기 때문이다.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기에 인물의 표정, 대화, 그 안의 공기까지 정확하게 전달한다.

 

 사우나란 공간을 상상해보자. 알몸으로 혹은 수건을 두르고 앉아 땀을 빼고 몸을 씻는 공간이다. 누군가는 말 그대로 몸을 씻기 위해, 누군가는 잠시 휴식을 위해, 누군가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사우나를 찾는다. 사우나에서 벌어지는 진기한 이야기는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그렇다고 진한 감동이나 그런 것도 없다. 그러나 이 소설 재미있다. 재미있게 읽었다. 단 숨에 읽었고, 소설 속 현실 연인인 태권과 공의 연애가 좋았다.

 

 태권은 ‘신춘문예’로 등단한 소설가지만 현재는 소설을 쓰지 않는다. 논술강사 자리도 구하기 힘들다. 그러다 가까운 신도시 피트니스 센터의 사우나 매니저로 일하게 된다. 부모님은 태권의 직업을 부끄럽게 생각한다. 그냥 소설 쓰라고, 나중에는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받아 논술학원을 차리라고 권하지만 말이다. 사우나 매니저는 무슨 일을 하는 걸까. 언뜻 떠오르지 않는다. 상위 1% 재력을 지닌 회원이 다니는 사우나라니. 회원들은 상위 1%의 재력을 지녔지만 늙고 병들고 아픈 노인에 불과했다. 그러니까 사우나 매니저는 갑중의 갑인 회원(노인)을 모시는 병이었다. 회원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며 부족함이 없도록 최상의 서비스를 유지하는 것이다. 말이 그렇다는 것이고 태권의 업무는 단순하다. 빠르게 수건 수거하고 마른 수건 접기, 머리카락 줍기, 바닥 물 닦기, 로션 채워 넣기, 회원님들의 수다에 응대하는 정도다.

 

 ‘피트니스의 세계에서 중요한 건 재력이 아니라 젊음과 미모 그리고 건강이었다. 우리 헬라홀의 노인들은 재력은 갖췄지만 나머지는 모두 잃었다. 그들이 이 헬라홀 멤버십에 집착하는 건 여기서는 그나마 완벽한 남자로 느껴지기 때문일지 몰랐다. 그리고 그나마 그게 그들이 가진 유일한 권력이어서일지도 몰랐다. 아무리 재력이 좋아도 권력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차이는 또 어마어마할 테니.’ (185쪽)

 

 태권에게 사우나 매니저라는 직업은 정거장이었다. 아니, 그곳에서 일하는 다른 매니저들도 다른 곳으로 떠나기를 소망한다. 떠나기 위해 머무는 곳.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떠나기 힘든 곳이 되기도 한다. 세상 일이 맘처럼 되지 않으니까. 태권도 그곳을 떠났다. 공의 말대로 태권에게 부모님의 아파트가 있었기 때문은 아니다. 그저 그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을 보고 있자면 다른 삶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다른 삶은 무엇일까. 자신이 원하는 연극을 위해서 대학로로 떠나는 공의 삶, 소설가로 돌아가는 삶, 그것일까. 재미있게 읽었는데, 그게 전부였다.

 

 ‘우리는 그냥 살아간다. 그건 용기나 낙천, 열정 같은 단어로 포장할 수 있는 감정이 아니었다. 보험 없는 삶이지만 내가 사는 삶이니 타인의 눈치를 볼 필요는 없었다.’ (2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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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스푼의 시간
구병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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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은 무엇일까? 광고에 등장한 로봇은 생각한다. 마음이 무엇이길래 마음먹기에 달렸고, 가장 중요한 마음을 전한다는 것인지 모르기에 로봇은 생각한다. 정말 마음은 무엇일까? ‘네 마음을 이해해, 내 마음속에 너를 기억해, 내 마음이 너에게 닿기를 바라.’로봇은 모르는 마음을 인간은 정말 알고 있는 것일까? 인간과 로봇과의 우정, 사랑, 그리고 미래에 대한 상상은 소설 속에서만 등장하는 판타지가 아니다. 곧 우리의 현실이 되고 일상이 될 수 있다. 때문에 구병모의 『한 스푼의 시간』에서 명정과 은결의 이야기는 더 애틋하게 다가온다.

 

 아내를 잃고 세탁소를 운영하는 명정은 하나뿐이 아들의 죽음을 접한다. 외국에서 살던 아들은 사고로 죽고 도착한 건 소년 로봇이다. 리모컨 같은 것으로 조종할 수 있는 단순한 기능성 로봇이 아니라 다양한 외부 자극에 반응하고 스스로 그것들의 상황에 분석하고 판단하며 결과를 예측하며 성장하는 인간형 로봇이었다. 그런 로봇에게 명정은 은결이라는 이름을 지어주며 세탁소에서 함께 생활한다. 처음에는 그저 명정과 은결이 서로에게 익숙해지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그러니까 은결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세상이 흥미로웠던 것이다. 명정을 도와 세탁소 일을 하는 은결에게 중학생 시호와 준교는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존재였다. 은결이 알 수 없는 감정, 인간과 로봇이 다르다는 걸 증명하는 것만 같은 그것.

 

 그러나 결국엔 구병모가 말했듯 이것은 로봇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인간에 대한 이야기였다. 은결에 완벽한 상태의 로봇으로 명정에게 도착한 게 아니었듯 우리도 은결이 조금씩 자신을 업그레이드하듯 성장한다는 것 말이다. 소설 속 시호와 준교는 은결과 다르지 않았다. 넘어져 다치고 상처를 입고 아파하고 그 모든 것들을 극복하는 방법을 배우고 익히는 일. 상대를 이해하며 감정을 교류하고 사랑하며 그렇게 삶을 살아간다. 그리고 명정처럼 남겨진 은결에 대해 걱정하고 안타까워하는 일.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 오래도록 곁에서 지켜보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지에 대해 말한다.

 

 명정과 은결이 아버지와 아들처럼 살아온 것처럼 인간과 로봇은 마음을 나누며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마음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어도 괜찮다. 은결이 알고 싶었던‘무너져 내린다는 느낌’을 몰라도 말이다. 영원하지 않기에 언젠가는 떠나야 하고 사라져야 하는 삶은 슬프지만 아름답다. 이 소설도 그러하다.

 

 그는 인간의 시간이 흰 도화지에 찍은 검은 점 한 개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래서 그 점이 퇴락하여 지워지기 전에 사람은 살아 있는 나날들 동안 힘껏 분노하거나 사랑하는 한편 절망 속에서도 열망을 잊지 않으며 끝없이 무언가를 간구하고 기원해야 한다는 사실도 잘 안다. 그것이 바로, 어느 날 물속에 떨어져 녹아내리던 푸른 세제 한 스푼이 그에게 가르쳐준 모든 것이다. (2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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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 것들은 이토록 쌓여가고 읽어본다
서효인.박혜진 지음 / 난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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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글이 일상인 이들의 독서. 그래서 더욱 궁금했고 이번에는 마주했다. 박혜진이라는 필자 때문에 선택했지만, 아직 그 갈증은 여전하다. 뭔가 좀 아쉽고, 서운한 느낌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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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숲 2019-01-20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가 좀 아쉽고 서운한 느낌이라시니 혹 이런 게 아닐까 해서요. 앞서 이 시리즈중 장석주박연준편과 강윤정장으뜸편을 보았을 때는 읽으면서 읽고싶은 책에 붙여놓은 포스트잇이 많았는데 제가 요즘 읽고 있는 서효인박혜진편에선 반쯤은 읽었는데 포스트잇을 하나도 붙이지 못했다는...아마도 같은 느낌이 아닐까 조심스레 동감해봅니다. 전 아직 더 읽어봐야겠지만요.

자목련 2019-01-21 20:41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여름숲 님.
어쩌면 말씀하신 그 부분이, 서운한 이유가 될 수도 있겠네요. 언급하신 책은 아직 읽지 못했지만요. 이 책에 대한 제 기대가 넘 커서 아쉬운 마음도 크지 않았나 싶어요.

그렇게혜윰 2019-03-22 0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좀 지루했어요....일지나 참고도서목록같은 느낌? 좋은 작가들일텐데 그냥 출판일하는 저자인 느낌? 속상하기도 합니다.

자목련 2019-04-01 15:06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그렇게혜윰 님, 답글이 늦었습니다. 속상하다는 그 말씀, 저도 좀 알 것 같기도 해요. 이런 기획 시리즈가 아닌 저자의 산문을 기대합니다. 환한 4월 시작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