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출판사의 『혼자 점심 먹는 사람을 위한 시집』 은 기획이 참신하면서도 영리한 기획이다. 시집이라는 게 호불호가 있어서 누군가에게는 다가가기 어려운 문학의 분야이기 때문이다. 우선 제목이 참 좋다. 요즘 시류를 제대로 파악한 제목으로 시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지나칠 수 없는 끌림이고 시에 관심이 없던 이들에게도 궁금증을 유발한다. 특히나 제목 그대로 혼자 점심을 먹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러니 자연스레 이 시집에서 가장 먼저 읽게 되는 시는 점심을 이야기하는 시가 된다. 물론 참여한 9명의 시인을 보면 그 가운데 좋아하는 시인이 있다면 그의 시를 찾게 된다. 참여 시인이 각각 5편 이상의 시를 썼고 안미옥 시인의 시는 조금 더 많다.


여자는 오후 열두 시가 되면

언제나 혼자서 이곳에 온다


메밀국수 한 그릇 주문하고

대부분 벽을 응시한다


벽 속에서 아는 사람의 글씨체를 보았다고


어느 날에는 중얼거린다


미래의 언어를 쓴다는 그 사람은

자신의 시대가 아직 오지 않음을 슬퍼하며

먼 곳으로 떠났다는데 (강혜빈의 「다가오는 점심」, 일부)


강혜빈의 시는 마치 열두 시, 점심에만 만날 수 있는 세계를 상상하는 듯하다. 혼자 같은 장소에서 점심을 먹는 여자, 오롯이 그곳에서만 마주하는 어떤 이들, 그들이 느끼는 감정은 점심을 먹는다는 행위처럼 같을지도 모르겠다. 매일 마주하면서도 한 번도 말을 건네지는 못하는 이들, 그들에게 점심시간은 너무 짧고 다가가기에는 너무 멀다.


그러나 여자에게

가벼운 친밀감을 느끼기 시작할 때

오늘분의 점심시간은 끝이 나고


사람들은 문득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서둘러 밖으로 나선다 (강혜빈의 「다가오는 점심」, 일부)


점심시간은 누구나 똑같이 가질 수 있는 시간처럼 보이지만 점심에 하루가 열리는 이들에게는 점심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누구나 삶을 살아가는 건 같지만 그 삶의 시간은 다르니까. 백은선의 시에서 그런 다름을 느낀다. 결코 우리의 점심은 될 수 없는 삶의 시간들.


나의 점심은 네게 한밤이었다

전화를 걸어 잠이 오지 않는다고

자꾸만 무서운 생각이 난다고


어린 새처럼 너는

칭얼거리곤 했는데

그럼 나는 가끔 내가 봤던

좋은 시를

때로는 노래를

읽어주기도 불러주기도 했다 (백은선의 「향기」, 일부)


그런가 하면 잠시나마 모여 말을 나누는 순간이 점심시간이기도 하니 황인찬의 이런 시는 조금 더 일상으로 파고들어온 기분이다. 대화가 아닌 의미 없는 짧은 수다가 모이고 흩어진다. 그 안에는 농담 섞인 진심도 담겼다. 긴 하루 동안 조금은 여유롭고 자유스러운 모습이다.


사람들은 어디 먼 곳에 가고 싶다고 했다

모두가 정말 맞는 말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점심에는 모두가 묶여 있죠 잠시 어딘가로

떠났다가 또 금방 돌아오죠 식당과 공원은 너무 가깝고

공원은 회사와 너무 가까워서 다들 정신이 없었어요 (황인찬의 「만남의 광장」, 일부)


하나의 테마로 묶였지만 시인은 자신의 고유한 시를 쓴다. 어떤 시는 어렵고 도통 알 수 없고 어떤 시는 조금 알 것도 같다. 어김없이 돌아오는 점심을 대해 오래 생각한다. 그러니까 혼자 점심을 먹는 이들의 사정이라든가, 혼자 점심을 먹으면서 마주했던 풍경, 혼자 점심으로 먹었던 음식 같은 것들을 말이다. 다가오는 점심에는 무얼 먹을까. 혼자 점심을 먹을 친구에게 맛있게 먹으라는 문자를 보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점심에 나는 걷는다

어디에나 음악이 들리듯 쏟아지는

사람들의 활기· · · 희망· · ·

인간은 혼자서 혼자가 될 수 없고

음식에는 죽음과 고통이 있다

우연히 들어간 꽃집에서 남미 식물을 보며

사라지는 판타날을 떠올린다

세계를 메우고 있는 비참함· · · 비참함· · ·

나는 소음 속으로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만을 하고

빛을 피하며 걸으려 한다

길가에 개여뀌 꽃마리 작은 풀들을 본다

꽃에는 꽃말이 있다

꽃말은 꽃에 대하여 말하지 않는다

내 이름은 나에 대하여 말하지 않는다

오늘 나는 단지 무언가를 하기 위하여 무언가를 하다

언어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사람들은 누가 자신인지 알고 있다 (성다영 「점심 산책」,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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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03-10 12: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집도 나왔군요?
산문집도 눈길이 가던데..시집까지??^^
저도 애들 개학하고 이제 종종 혼자 점심 먹고 있어요. 확실히 혼자 먹으니 대충 먹게 되네요.
이럴 때 이런 책들이 조금 친구가 될 듯 합니다.
자목련님도 혼자 점심 드셔도 맛나게 드시길^^

자목련 2022-03-11 09:16   좋아요 1 | URL
기획이 신선해요. 산문도 궁금한데 우선은 시부터 만났어요.
혼자 먹는 점심, 그래도 조금 신나게 먹어요^^

레삭매냐 2022-03-10 13: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점심에 맛난 게 먹고는
싶으나... 장소가 아무래도
한정적이다 보니 그 나물
에 그 밥이라는 생각이네요.

자목련 2022-03-11 09:15   좋아요 2 | URL
요즘엔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특별한 점심 드시길 바라요^^
 
훌훌 - 제12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57
문경민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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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이라는 소재와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 아름다운 성장소설이자 좋은 소설이다. 다양한 세대의 등장으로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이들을 모습을 보여준다. 많은 이들이 읽기를 바라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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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생애 소설Q
조해진 지음 / 창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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닿을 듯한 사람들, 그러나 닿지 못하는 이들, 그래서 더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우리는 모두 어딘가에 정착하려 애쓰지만 끝내 도착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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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시대 - 문보영 에세이 매일과 영원 1
문보영 지음 / 민음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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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아무거나 쓰다 보면 어느 날 그 글은 소설이 되기도, 시가 되기도 한다. 일기는 무엇이든 될 수 있기에. 일기가 집이라면 소설이나 시는 방이다. 일기라는 집에 살면 언제든 소설이라는 방으로, 시라는 방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믿는다. (34쪽)


문보영처럼 아무거나 써도 잘 쓸 수 있다면 좋겠다. 이 글에는 그런 바람이 담겼다. 그러니까 문보영의 에세이 『일기시대』 에 대한 리뷰나 글이 아니라 그냥 내가 쓰고 싶은 마음을 쓴 글 정도가 되겠다. 일기쓰기에 진심인 글이라고 할까.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그를 따라하게 된다. 작가를 좋아하는 독자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인데 문보영은 아주 어렸을 때 초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그랬다고 한다. 친구가 하는 걸 모방했는데 심지어 손가락을 다친 모습으로 수학 문제를 푸는 것까지 따라 했다고. 그래서 수학 성적이 올랐다고 한다. 이런 순수하고 긍정적인 모방은 꽤 괜찮아 보인다. 이 책은 거의 절반 이상이 문보영의 방 형태에 대한 그림과 불면증으로 잠들지 못하는 시간에 그가 무엇을 하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뭐 그러니까 일기시대가 영 틀린 건 아니다.


잠들지 못하는 밤을 떠올리면 우리는 불면의 괴로움과 고통이 따라온다. 문보영의 동선은 그날그날 다른데 침대에 있다가 책상으로 바닥으로 때로는 옷장으로 때로는 거실의 소파로. 책상 서랍에서 라면을 꺼내 끓여 먹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하고 게임을 하기도 하고 온몸으로 잠들기를 고대하면서 결국엔 아침 6시에나 잠든다. 그러한 일련의 과정이 그녀의 일기다. 학창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그녀의 친구들과 편의점에 가거나 산책을 한 일, 영화를 본 일,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생각한 것들이다. 누구나 경험하는 보통의 일상이지만 문보영만의 뭔가가 있다. 나는 그게 부럽다. 그게 무엇일까, 그걸 또 정확하게 모르겠으니 답답하다. 어떤 형식이나 제도에 구해 받지 않고 쓰는 당당함이라고 할까. 아닐지도 모르겠다. 애착 인형과 상상친구에 이름을 붙이는 일이나 그들과 꾸준하게 대화하는 상상력의 힘이라고 하면 맞을까.


대학시절 우연하게 듣게 된 시인의 수업 덕분에 시를 배우고 시를 쓰게 된 이야기는 정말 드라마 같다. 수업을 듣고 소설에 흥미가 생겼던 그는 선생님께 메일을 보냈는데 시인이라서 소설을 안 가르친다는 답을 받았고 종각에서 어르신 대상으로 시 수업을 한다고. 어른들의 시 창작 수업에서 문보영은 시를 일고 시를 배운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시는 학교 문학회로 이어졌고 그는 시인이 되었다.


시를 읽고 쓰는 순간에만 숨을 쉬고 슬픔을 잊을 수 있었다. 시를 읽는 순간에만 슬픔은 강렬하고 시원하게 느낌으로써 슬픔을 소화했다. 그게 무엇이건 간에, 어떤 것에서, 큰 도움을 받고 나면 그것은 큰 안목을 준다. 시에 큰 도움을 받은 이후에는 더 많은 시를 읽을 수 있게 되었고, 그런 시간을 한번 통과하자 아플 때만 시를 찾는 사람이 아니라 무탈할 때도 시를 읽는 사람이 되었다. 시를 내 삶에 심어 버린 것이다. (96쪽)


아무거나 아무렇지 않게 쓰지만 그 안에는 멋진 비유가 있고 사유가 있다. 친구(친구의 닉네임이 참 기발하다. 이제 책에서 등장할 때 지난 책에서 만났기에 반갑고 심지어 내가 아는 이들 같다)와 같이 운전면허 시험을 보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에서도 그런 비유는 등장한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 켜는 법을 배우는데 강사는 시동을 켤 때 키를 너무 오래 잡고 있으면 엔진이 타버린다고. 문보영은 누군가와 손을 오래 잡고 있던 장면이 떠올라 사람의 손도 너무 오래 잡고 있으면 둘 중 하나가 타 버리기도 한다며 관계에 대한 설명으로 이어간다. 손을 잡는 것은 관계에 시동을 행위라고. 운전을 못하기에 내가 시동을 걸 일은 없지만 차에 탈 때마다 누군가의 손을 잡는 일에 대해 생각할 것 같다. 그나저나 책에서는 운전면허를 타지 못했는데 그 결과가 궁금하다.


다채로운 이야기가 가득한 책이다. 하나같이 재밌고 흥미롭지만 문보영이 밤에 시를 들려주는 이벤트에서 독자에게 한 말처럼 우리가 잠든 사이에 잠들지 못하는 그를 생각하면 안타깝고 안쓰럽다. 그러다가 그 시간 덕분에 그는 글을 쓰고 내가 읽고 있으니 계속 잠들지 말라고 해야 하나 혼자 생각했다. 일기든 무엇이는 쓰는 시간, 시를 쓰는 과정과 마감, 직업이 시인이냐고 답하는데도 직업이 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나는 살짝 놀랐다. 우리 사회에서 시인은 하나의 직업으로 인식되지 않았다는 것이고 그건 시만 써서는 생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여하튼 그의 일기 가운데 나는 글에 대한 이야기가 제일 좋았다.


글을 쓰는 한 나는 세상의 순서를 망각하며,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들의 순위는 내 멋대로 재조정된다. 세상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글을 쓰는 동안 중요하지 않고, 세상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 또한 글을 쓰는 동안에는 여전히 중요하지 않다. (260쪽)


그리고 이런 문장은 시리다. 가슴을 때린다. 밝고 천진난만하게 보이는 글의 이면에 그가 얼마나 아프게 살았는지 느낄 수 있다. 깊은 잠을 잘 때가 있는데 그건 우울증을 앓을 때라는 말도 자꾸 생각난다. 잠을 잘 때는 아플 때고 건강할 때는 잠을 못 자고 있으니. 사람으로부터 멀어지는 시간이 길어지기를 바란다. 그 시간 아무것도 아닌 존재여도 상관없다고 말해주고 싶다.


인생의 대부분의 시간 나는 너무 사람이다. 그래서 종종 사람이 아닌 시간이 필요하다. 가끔은 사람으로부터 멀어지려는 나 자신을 응원하고 싶다. (2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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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자키 목련 빌라의 살인 하자키 일상 미스터리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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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근처 작은 마을, 그림 같은 풍경의 빌라에서 사체가 발견됐다. 아래위 다섯 집으로 모두 10호의 하자키 목련 빌라다. 아무도 살지 않은 빈 집인 3호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최초 신고자는 부동산 업자의 아내다. 손님에게 집을 보여주려 왔다가 사체를 만났다. 도대체 누가 빈 집에 침입해 살인을 저지른 걸까. 전 주인과 관련된 사건일까. 놀라운 건 사체의 모습이다.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건 없다. 얼굴도 엉망이고 지문도 없다. 잔인한 수법이라고 짐작할 수밖에. 사건이 발생한 날은 태풍으로 외출을 하기도 어렵고 외부에서 빌라를 찾는 방문객도 없었다. 사건 당일 심장 발작으로 병원에 입원한 2호 할아버지와 제사를 모시러 친정에 간 할머니를 제외하곤 10호의 모든 주민이 유력한 용의자가 된다.


고마지 형사반장과 히토쓰바시 경사는 차례로 주민들을 방문해 사건 당일의 알리바이와 3호에 대해 묻는다. 빌라 뒷편의 저택으로 최근 이사를 온 작가 고다이와 아내 야요이도 포함이다. 각각 개성이 뚜렷한 입주민은 한결같이 태풍 때문에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고 이상한 사람을 본 적도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슬쩍 다른 주민들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빈 집이었던 3호를 방문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부동산 사람들뿐이지만 그들 또한 알리바이가 있었고 열쇠도 분실하거나 한 적이 없다. 하지만 부동산을 방문한 주민들은 금고가 열려 있었고 마음만 먹으면 열쇠는 쉽게 복사할 수 있다고 말한다.


피해자의 신원이 파악되지 않아 사건 해결은 총체적 난국이다. 가까운 곳에 바다가 있고 근처에 산이 있는데 굳이 집 안에 시체를 둔 이유는 무엇일까. 3호의 사건으로 뒤숭숭해진 몇몇 주민은 8호 세리나가 운영하는 호텔 겸 레스토랑 남해장에 모여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형사에게는 하지 않았던 말들을 꺼낸다. 빌라에서 유일하게 사건 메이커인 5호의 아케미 부인이 사건 당일 빌라 뒤 산길을 올라가는 두 사람을 봤다면서 말투를 흐린다. 아케미 부인은 혼자서 쌍둥이 딸을 키우는 시청 공무원 1호 후유와 다툼이 있었고 학원을 운영하는 4호의 두 남자 다큐야와 아키라와 고서점을 운영하는 7호 노리코와도 미모가 출중한 9호의 게이코와도 사이가 좋지 않았다. 그나마 6호에 사는 번역가 쇼코는 두루두루 사이가 좋은 편이다.


3호의 사건에 대한 지대한 관심은 저마다 범인을 추리하기에 이른다. 3호에서 발견된 사체의 신체조건이 3년 전 실종된 3호의 후유의 남편과 7호 노리코가 과거에 사귄 남자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와중 9호의 게이코는 결혼 전 승무원이었던 시절 불륜에 대해 협박 편지를 받고 형사의 탐문에 그 사실을 털어놓는다. 우연히 5호의 아케미 부인이 대화를 듣고 게이코와 심하게 다툰다. 살인사건으로 인해 저마다 감추고 있던 비밀이 하나씩 밝혀진다고 할까. 3호의 사건이 발생한 다음날 그러니까 게이코와 아케미가 심하게 다툰 후 아케미가 둔기에 맞아 죽는다. 이게 연쇄살인의 시작일까. 살인범은 정말 빌라 사람 가운데 있을까.


사건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아니, 독자인 나만 그렇다. 이미 누군가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차렸을 것이다. 소설을 다 읽고 나서야 곳곳에 작가가 숨겨둔 유머장치와 복선을 알아차린다. 범인을 추리하는 과정도 흥미롭지만 다양한 인간 군상을 코믹하고 유쾌하게 다룬다. 그래서 이상하게도 끔찍하고 잔혹한 살인사건을 소재로 하면서도 전혀 무섭거나 무겁지 않다. 아주 사소한 다툼 정도로만 분위기를 이끈다. 이웃 사이에 지나친 관심을 불편을 초래하지만 적정한 거리를 두고 이웃의 정을 쌓아야 한다는 교훈 아닌 교훈 같다고 할까.


등장인물이 많아서 처음엔 살짝 혼란스럽지만 조금씩 드러나는 캐릭터를 통해 소설 전체를 볼 수 있다. 물론 하자키 목련 빌라의 약도가 없었더라면 어려웠을 것이다. 추리소설의 묘미를 잘 살린 소설이다.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이에게 재미와 즐거움을 안겨주는 일상 미스터리를 찾는다면 이 소설이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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