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을 환대하는 일은 온전한 이해가 있을 때 가능하다. 나와 다른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대에 대한 정보공개가 전제가 필요하다. 그 과정엔 예상하지 못한 장애물이 등장한다. 그런 모든 것들을 통과한다는 건 결국 상대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일이다. 나와 다른 모습, 다른 생각, 다른 곳에서 태어난 이들이 모두 어울려 살아가는 일은 김초엽의 단편집 『행성어 서점』속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김초엽의 짧은 소설 14개는 그런 세상을 보여준다. 가까운 미래, 혹은 현실에서도 이미 누군가는 경험했을지 모를 일상, 아직은 멀게만 느껴지는 상상 속 우주의 이야기로 독자를 이끈다. 기이하면서도 낯선 설정이라는 걸 알면서도 결국 김초엽이 말하고자 하는 건 연대와 환대라는 걸 확인하며 자연스럽게 소설에 녹아든다. 거기다 소설의 내용을 표현한 그림의 역할도 훌륭하다. 이건 어떤 모습일까 생각하다 그림을 보면 훨씬 이해가 쉽다.


현실이 아닌 공상의 한 장면을 마주하고 있음을 인식하면서도 소설 속 행성어 서점이 궁금하고, 이끼 같은 먼지 뭉치인 외계에서 온 식물 코코를 곁에 두고 싶고 미래에는 버섯과 공생하는 인간을 만난다면 반갑게 인사할 수 있을까 생각한다. 그뿐인가. 내가 잘 안다고 믿는 이가 혹시 외계의 다른 행성에서 온 우주인은 아닐까 상상하게 되고 연구를 목적으로 개인의 영역을 침범하는 공권력을 의심한다. 말 그대로 짧은 소설인데도 잘 짜인 스토리에 감탄한다.


최고의 건축가였던 「선인장 끌어안기」의 ‘파히라’는 수술 후유증으로 몸에 닿는 모든 것에 고통을 느끼는 접촉 증후군을 앓고 있다. 모든 물체와 접촉을 피하는 ‘진공의 집’을 설계해 그곳에 선인장과 살고 있다. 그저 닿기만 해도 끔찍한 고통을 안겨주는 선인장이라니. 보조 로봇인 ‘나’는 그가 지난 로봇에게 보인 괴팍한 행동의 원인을 찾는 지시를 받았다. 외부와 단절하고 살아가는 그에게 무슨 사연이 있었을까. 그와 같은 접촉 증후군이 있는 아이 소영과 함께 지냈던 시간, 고통과 통증을 이해하며 적당한 거리를 두면서 살아가는 방법을 소영에게 배웠다. 자신과 파히리가 선인장 같다고 말한 소영. 다른 병으로 죽음을 앞둔 소영이 파히라를 안아봐도 되냐는 부분에서 나는 그만 울고 말았다. 감당할 수 없는 통증을 알면서도 마지막 인사를 하고 싶었던 소영.


“고통을 주지 않는 것이 사랑일까, 아니면 고통을 견디는 것이 사랑일까(…) 나는 불행히도 나에게 고통이 곧 사랑이라는 것을 알았어.” (「선인장 끌어안기」, 30쪽)


우리가 끌어안는 선인장은 무엇일까.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건 그의 고통까지 전부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가 말하는 사랑 가운데 진정한 그것은 얼마나 될까. 파히라와 소영은 서로가 같았고 같았기에 사랑하면서도 가까이할 수 없었다. 사람들은 다르다는 이유로 사랑을 꺼려 한다. 아니,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고 하지 않는다. 다르다는 건 완곡한 표현일 뿐, 김초엽이 전하고자 하는 건 약자와 장애에 대한 혐오와 편견이라는 걸 느낀다.


같은 지구에 사는 존재에게도 그런 대우를 하는 지구인이 우주에서 온 생명체에게는 어떻게 대할까. 사고로 3년 동안 혼수상태였던 「우리 집 코코」속 ‘나’는 그 사이 외계에서 온 식물 코코를 처음 만났다. 작은 미생물이 지구를 변화시킨 것이다. 어쩌면 미래엔 인간보다는 다른 종의 무언가가 인간을 더 따뜻하게 포옹하고 격려하는 위대한 존재가 될지도 모른다.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우린 예전보다 행복해요. 이 작은 친구들이 우리의 옆에 머물러주기에, 인류는 더 이상 우주의 외로운 먼지 조각들이 아니에요. (「우리 집 코코」, 149쪽)


그런 미래에는 「지구의 다른 거주자들」처럼 행성과 행성을 오가며 여행하거나 정착하는 이들도 「멜론 장수와 바이올린 연주자」 속 다른 세계에서 같은 얼굴로 살아가는 존재도 많을 것이다. 나와 똑같은 얼굴의 이가 다른 삶을 살아간다면 어떨까. 그는 나와 같은 사람일까, 다른 사람일까.


미래의 지구는 수많은 행성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그래도 지구를 떠나지 않고 다른 행성에서 온 누군가는 정착하다. 「지구의 다른 거주자들」는 그런 미래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포항에서 강릉의 연구소로 가는 중 ‘다현’은 폐업 직전의 휴게소에서 식당을 발견한다. 그곳에서 ‘초미각자’ 주인과 맛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맛에 대한 감각이 둔한 다현은 뛰어난 미각 기능으로 음식을 즐기기 어렵다는 주인의 말에 공감하면서 그가 지구가 아닌 다른 곳에서 왔다는 사실에 놀란다.


어쨌든 이곳이 다른 미각을 가진 거주자들에게 더 환대를 베풀 수 있는 행성이 된다면 좋을 것이다. (「지구의 다른 거주자들」, 206쪽)


소설을 읽으면서 감각은 개별적이고 고유하다는 사실을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다는 걸 알았다. 짜고 맵고 쓴맛을 느끼는 정도가 다를 수 있지만 그 이상으로 다르게 느끼는 이도 있을 거라는걸. 그런 의미로 미래의 지구에는 다양성이 존중되고 나와 다른 이를 있는 그대로 지켜보는 태도의 삶이어야 한다. 중대하고 위중한 이유를 들지 않더라도 공존하며 연대하는 삶 말이다. 하나가 아닌 여러 가지의 삶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는 이미 변형되었고, 처음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어요.’ (「가장자리 너머」, 215쪽)처럼 삶은 변화하고 그 안에서 우리는 살아야 하니까. 다름을 환대하는 조화롭고 아름다운 공존의 삶을. 


김초엽의 소설은 언제나 그런 미래를 지향한다. 다가올 미래가 소설 속 모습과는 많이 다르겠지만 우리에겐 김초엽이 소설에서 보여준 연대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힘이 필요하다. 낯선 생명체와 이웃이 되어 살아갈 수도 있고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다른 세계로의 왕래를 통해 더 넓은 우주를 마주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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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1-06 17: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김초엽작가가 다름에 대해 참 잘 다루는 거 같아요. 본인의 다름에 대한 철학도 화고한 것 같고. 가벼운듯 가볍지 않은 글들. 자목련님 글에 공감합니다. 이 젊은 작가 저도 응원합니다. ~

자목련 2022-01-07 10:24   좋아요 1 | URL
맞아요, 그래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거겠지요.
미니 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소설 보다 : 겨울 2021 소설 보다
김멜라.남현정.이미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12월
평점 :
절판


김멜라의 소설을 더 좋아할 것 같은 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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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01-06 20: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김멜라 작가꺼 먼저 읽어 봤습니다.
강렬하게 재밌더라구요^^

자목련 2022-01-07 14:23   좋아요 1 | URL
이름도 독특해서 절로 먼저 눈이 가요^^
 
작별하지 않는다 (눈꽃 에디션)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9월
평점 :
품절


현관 비밀번호를 누를 때마다 돌아가신 엄마를 생각한다. 비밀번호가 엄마의 생일과 기일이기 때문이다. 잊고 싶지 않아서 더 잘 기억하기 위한 나름의 방법이다. 누군가를 기억하고 어떤 일을 잊지 않기 위해 우리는 애쓴다. 자꾸 말하고 자꾸 생각한다. 하지만 정작 모두가 알아야 할 일들은 숨겨져있다. 비밀 아닌 비밀로 존재한다. 역사의 한 장면이 그러한 것처럼. 역사의 진실이 그러하다. 뒤늦게 우리에게 실체를 보여준다. 그런 의미에서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소년이 온다』 (창비, 2014)의 연장선에 있는 한강의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문학동네, 2021)는 영원히 기억하겠다는 굳은 의지가 담긴 소설이다.


제주 4·3 사건을 소재로 했지만 구체적인 폭력을 사용하거나 그것을 전면적으로 내세우지 않는다. 『소년이 온다』에서 죽은 자의 넋을 위로하는 장치로 혼이 등장했고 이번에는 삶을 휘감는 고통을 눈의 이미지로 보여준다. 눈은 흩날리며 사라지고 녹아 없어진다. 하지만 쌓인 눈은 삶을 고립시키고 세상과 단절시킨다. 제주 4·3 사건에 대한 진실이 세상에 알려질 수 있는 통로가 차단된 것처럼. 부끄럽지만 나 역시 몇 년 전에야 당시의 참혹함을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소설은 차마 말할 수 없이 몽환적이고 아름답다. 그것은 인고의 세월을 버티면서도 오롯이 진실을 향해 나갈 수밖에 없었던 인선의 어머니, 죽음과 우울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면서도 친구 인선을 부탁을 받고 제주에 온 경하, 손가락 절단 사고 후신경을 살리기 위해 3분에 한 번씩 바늘을 찔러야 하는 고통보다도 새를 살리고자 하는 인선의 간절함이 흩날리고 쌓이는 눈의 절경과 함께 우리에게 스며들기 때문이다. 감히 알 수 없고 짐작할 수도 없는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그들의 지키고자 했던 것들은 결국 진실 그 하나였다는 걸 알기에.


인선이 경하에게 맡긴 새는 실재적으로 이미 죽은 상태다. 그러나 인선에게는 새는 지켜야 할 존재였고 그것을 빌미로 경하에게 다시 삶을 부여하고 싶은 마음이었을지도 모른다. 날카로운 바람과 눈을 헤치고 인선의 외딴 집에 도착한 경하가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하지 못하면서도 암막천에 싸인 새장 속 새를 살피고 인선과 대화를 나누고 작은 소녀 같았던 인선의 어머니의 지난 시간을 듣는 과정은 결국 독자인 우리가 잃어버려서는 안 될 이야기였다. 그 안에 내재된 강렬한 사랑이야말로 역사를 지탱해온 지독한 것이라는걸.


엄마가 쪼그려앉길래 나도 옆에 따라 앉았어. 내 기척에 엄마가 돌아보고는 가만히 웃으며 내 빰을 손바닥으로 쓸었어. 뒷머리도, 어깨도, 등도, 이어서 쓰다듬었어. 뻐근한 사랑이 살갗을 타고 스며들었던 걸 기억해. 골수에 사무치고 심장이 오그라드는…… 그때 알았어. 사랑이 얼마나 무서운 고통인지. (311쪽)


1부에서 새로 상징되는 죽음을 통해 슬픔과 애도의 거쳐 눈과 바람으로 가득한 2부 밤에서는 꿈으로 이어지는 내밀한 대화의 끝에서 3부 추위와 어둠을 밝히는 촛불로 맺는 제주 여정은 경하가 인선과 계획했던 프로젝트가 멈추지 말아야 함을 알게 한다. 경하와 인선의 죽음 영혼을 달래는 위령제는 제주 제주 4·3 사건의 피해자를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궁극적으로는 국가의 폭력으로 인해 부당한 죽음을 맞은 이들을 위한 것이다. 한강이 소설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건 바로 그런 죽음을 애도하는 일이며 기억하는 것이다. 나와 밀접한 관계가 아니면 그저 역사의 한 장면으로 치부하는 이들에게 그들의 무고한 희생이 있었기에 현재의 삶이 존재한다는 걸 깨닫게 만든다.


단단하게 쌓였던 눈은 반드시 녹는다. 다시 내려도 녹게 된다. 그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눈에 환호하고 눈을 기다린다. 눈의 아름다움을 알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겨우 제주 4·3 사건을 안다. 알기에 기억해야 한다. 한강의 소설을 읽는 일도 경하와 인선의 프로젝트에 작게나마 참여하는 일이라 믿는다. 기억한다는 건 잊지 않는다는 일이다. 그리하여 소설의 제목처럼 작별하지 않는다.


말을 꺼내지도, 얼굴을 마주 보지도 않은 채 우리는 앉아 있었다. 주전자 밑면에서 물 끓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을 때 인선이 침묵을 깨고 물었다.

작별 인사만 하지 않는 거야, 정말 작별하지 않는 거야? (중략)

완성되지 않는 거야, 작별이? (중략)

미루는 거야, 작별을? 기한 없이? (192~193쪽)


어떤 작별은 의식이 필요하고 그 의식을 준비할 과정이 필요한 것처럼. 영원히 작별할 수 없기에 우리는 그것을 품고 살아가야만 한다. 때로는 고통으로 잠들지 못한 각성의 상태가 될지라도. 그것이 남겨진 자들이 감당해야 할 최소한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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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1-02 16: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강요배 작가님 그림이 떠오르는 글입니다. 전 제주 4.3을 현기영소설로 접했어요. 이 책도 한 번 읽어보고 싶네요 ~

자목련 2022-01-03 09:35   좋아요 2 | URL
미니 님 말씀하신 작가분의 그림을 찾아보니 그런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그런 의미에서 미니 님은 이 소설을 더욱 남다르게 읽으실 것 같기도 해요^^
즐겁고 따뜻한 한 주 시작하세요~

새파랑 2022-01-02 19: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고 제주 4.3에 대해 찾아보았어요. 책을 읽는 내내 작가님의 고통이 느껴져서 쉽지는 않았지만 읽고나서 많은걸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이었어요~!!

자목련 2022-01-03 09:36   좋아요 4 | URL
맞아요, 소설을 쓰는 동안 한강 작가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어요.
그래서 더욱 의미가 크고요. 쉬운 소설은 아니었지만 그 여운이 오래 가시지 않아요.
새파랑 님, 환한 하루 이어가세요^^

kyj080812 2022-01-07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 일은 잘 모르는 것이다.
 

온라인 서점에서 해마다 나의 책 구매 이력을 알려준다. 이런 책을 샀구나 싶고, 이런 책을 샀나(?) 싶다. 책과 떨어질 수 없는 일상을 살고 있지만 내가 모르는 책은 무진장 많다. 일부러 신간 알림을 예약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책들, 때로는 그래서 나만 모르고 지나치는 책들이 많다.


솔직하게 말하면 나만 모르고 지나쳐도 사실 무방하다. 하지만 그래도 책 욕심은 그게 아닌지라. 언젠가는 읽겠지, 아니 읽지 않더라도 지금은 곁에 두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다. 그런 이유로 이렇게 또 몇 권의 책을 들인다. 연말이니까. 크리스마스 선물로 내게 하지 않았으니까. 이런저런 부침에도 나름 잘 견디고 버티었으니까. 아, 구차한 변명이 길어진다.


김초엽의 짧은 소설(지난 번 단편집은 읽어냐고 묻지는 말길) 『행성어 서점』 은 평이 다 좋아서 덜컥 구매. 책 제목에 서점이 들어갔으니 어찌 그냥 지나칠까. 최승자 시인의 첫 산문집 『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는 처음 나왔을 때 몰랐으니 이제라도 읽어야지 하는 타당한 이유로, 카렐 차페크의 장편소설 『평범한 인생』은 문학의 고수 이웃님이 추천하니 그 세계를 경험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겨우 세 권이지만 언제 읽을지 알 수 없다. 아무튼 책은 좋고 나는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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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1-12-30 11: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모르고 지나쳐도 조금 늦어도 상관없는데 책 욕심은 그게 아니죠^^

자목련 2021-12-31 09:21   좋아요 2 | URL
그러니까요, 책은 왜 이리 우리를 유혹하는 걸까요 ㅎ
그레이스 님, 건강하고 기쁜 새해 시작하세요^^

잠자냥 2021-12-30 11: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문지 시집을 배경으로 하니 앞의 책탑이 더 예뻐보여요!

자목련 2021-12-31 09:20   좋아요 3 | URL
이런 댓글 기대하고 사진 찍었습니다. ㅎㅎ
잠자냥 님이 소개해주신 좋은 책과 귀한 글로 풍요로운 시간이 많았습니다.
내년에도 멋진 글 많이 써주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scott 2021-12-30 11: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사진 속 문지 시집 제목을 이어보니
한 편의 시가 되네요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물속의 피아노
단지 조금 이상한
불가능한 종이 역사
슬픔 치약 거울크림 ...
자목련님의 2021년 독서 이력은
반짝 반짝 빛나는 ^ㅅ^

자목련 2021-12-31 09:18   좋아요 3 | URL
앗, 그런 센스까지!!
올해 좋은 음악을 많이 만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쁨과 충만이 가득한 새해 맞으시길 바라요^^

프레이야 2021-12-30 11: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자목련 님 겹쳐서 더 반가워요. 책은 늘 좋지요. 이틀 알차고 따스하게요^^

자목련 2021-12-31 09:17   좋아요 3 | URL
맞습니다. 책은 늘 좋아요!
프레이야 님, 따뜻하고 건강한 새해 맞으시길 바라요^^

오거서 2021-12-30 12: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장은 아무튼 용례 중 최고인 것 같아요. ^^

자목련 2021-12-31 09:17   좋아요 3 | URL
우와, 정말요?
오거서 님, 연말 잘 보내시고 즐거운 새해 이어가세요^^

mini74 2021-12-30 13: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무튼 책은 좋고 나는 즐겁다 ! 자목련님 이 문장 참 좋아요. 책도 즐거워해주면 좋겠어요 ㅎㅎ

자목련 2021-12-31 09:16   좋아요 3 | URL
책도 그렇겠죠?
미니 님, 책과 함께 즐거운 시간 보내시고 기쁨으로 가득한 새해 맞이하길 바라요~~

coolcat329 2021-12-30 16: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은 책탑 조차도 어딘지 단정한 느낌입니다.

자목련 2021-12-31 09:15   좋아요 3 | URL
음, 사진은 위장이라는 거 아시지요? ㅎ
그래도 단정한 사람이고 싶습니다.
쿨캣 님, 향기로운 날들 이어가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희선 2021-12-31 00: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이 있으면 언젠가 읽겠지요 2021년에 샀지만 2022년에 만날 책이군요 그때 만날 책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겁겠습니다

자목련 님 2021년 마지막 날 따듯하게 보내세요


희선

자목련 2021-12-31 09:15   좋아요 3 | URL
언젠가 꼭 읽어야 하는데, 자꾸 미루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ㅎ
희선 님, 항상 감사드리며 건강하고 행복한 새해 맞으세요^^

희선 2022-01-02 00: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목련 님 새해네요 첫날이 지나고 둘째날이 왔어요 자목련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늘 건강하게 지내세요 하고 싶은 거 즐겁게 하는 해이기를 바랍니다


희선

자목련 2022-01-02 14:55   좋아요 2 | URL
희선 님, 새해 인사 감사해요. 올해도 잘 부탁드리며 많이 웃는 한해 시작하시길 바라요^^
 
눈으로 만든 사람
최은미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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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누군가를 만나고 친해질 수 있는 기회는 다양하다. 정작 그 안에서 마음을 열 수 있는 이를 발견하기가 어려울 뿐이다. 공통분모가 있다면 상대를 향한 마음은 쉽게 열리기도 한다. 그게 아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아이를 키우고 같은 기관에 보내는 이들의 결속력은 정말 단단하기로 유명하니까. 어른이 되어서 그것도 부모가 되어서 한 사람을 마음에 품는 일은 미묘하고도 복잡하다. 최은미의 단편집 『눈으로 만든 사람』속 단편 「보내는 이」를 읽노라면 그런 감정들이 파도처럼 다가온다. 밀려왔다가 밀려가는 게 정상인데 나가지를 못할 때 상처가 된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들, 서로의 집 창문을 마주 보며 하루의 일과를 마감하면서 서로에 대해 잘 안다고 여겼지만 그게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아무런 말 없이 이사를 가버린 후에야 그 마음이 얼마나 깊었는지 알게 되는 소설 속 화자처럼. 하지만 그 역시 상대에게 확인받지 않았기에 섣불리 장담해서는 안 된다.


좋아할 만하다 싶으면 쉽게 마음을 주었다. 마음을 먹고, 마음을 주고, 그런 후에는 전력을 다했으며, 다한 만큼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상처를 받고, 더 나아가면 남몰래 앙심을 품었다. (「보내는 이」, 17쪽)


“살구꽃이 피면 톡 하겠대.”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눈물이 그렁그렁 해진 채로 고개를 끄덕인다. 기약만 있다면 더 오래도 기다릴 수 있다고, 겨울이 다가온 창밖을 보면서 생각하고 생각한다. (「보내는 이」, 45쪽)


살면서 소중한 이와 보낸 시간과 공간은 때때로 큰 자양분이 된다. 함께 보낸 계절이 다시 돌아올 때 그 계절에 다른 의미가 부여되는 것이다. 그러니 ‘기약만 있다면 더 오래도 기다릴 수 있다’는 화자의 마음은 어떤 희망의 시초가 된다.


최은미 작가는 이처럼 보통의 일상을 세세하고 내밀하게 보여준다. 결혼과 육아로 이미 한 번씩 사회적 단절과 고립을 경험한 이들의 심리를 잘 아는 것이다. 그건 「여기 우리 마주」에서도 여실하게 드러난다. 코로나19라는 처음 접하는 팬데믹의 상황에서 우리가 느끼고 아파한 경험을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엄마, 주부가 아닌 선생님으로 자리하기 위해 고분분투하는 화자의 마음이 얼마나 아프고 서러웠을까 생각하면 눈물이 날 것 같다. 그런 누군가의 존재를 이미 알기에, 그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간다. 그들이 하루를 어떻게 쪼개어 살고 있는지 얼마나 동동거리는지 잘 알기에. ‘여기 우리 마주’란 제목 그대로 일하는 엄마가 아닌 그저 한 사람으로 대할 수 없는지, 현재의 위치에서만 그들을 상대할 수는 없을까. 어쩌면 나 역시 소설을 읽기 전까지 그들에게 어떤 잣대를 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수미는 알고 있었을까. 누구누구의 맘도 아닌, 무슨 무슨 샘도 아닌, 딱 떨어지는 ‘선생님’이 되어야 할 때, ‘지도사’라는 정식 호칭으로 서 있어야 할 때, 내가 나의 무엇을 보이지 않게 하는지. ‘선생님’으로 생존하기 위해 내가 얼마나 깨끗하고 멀쩡하게, 주부로서의 노동만을 선별해서 지워버리는지. 하지만 ‘선생님’인 그 순간에도 내가 알아서 감춰버린 그 노동에 얼마나 실시간으로 잠식당하고 있는지. 어떻게 얼굴이 지워진 채로 다른 여자에게 다른 여자가 되어가는지. 나로 서 있기 위한 최소한의 힘을 기르기 위해 어떻게 또다시, 계속 다시, 매일 다시, 내 노동을 지우고, 지운 것에 먹히고, 먹혀가는 채로 지우면서, 편하게 사는 여자들 중 하나가 되는지. 왜 나는 나의 어떤 부분을 지워야만 내 실력을 신뢰받을 수 있다고 믿게 되었는지.(「여기 우리 마주」, 74쪽)


어떤 의미로는 ‘여기 우리 마주’란 말은 이 소설집을 관통하는 게 아닐까 싶다. 과거의 아픈 기억과 상처를 지닌 채 여기 지금 마주한 「눈으로 만든 사람」, 「나와 대담자」, 「내게 내가 나일 그때」속 인물들은 여전히 아프다. 폭력과 상처를 가한 이들과 여기 지금 마주했지만 그들은 과거를 잊은 채 모르 척 살아간다.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주변인을 통해 여전히 고통은 살아움직인다. 그럼에도 새롭게 여기 우리 마주한 이들은 서로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노력한다.


「나와 대담자」에서 치료실 한 장면처럼 마냥 기다리며 「내게 내가 나일 그때」 속 유정처럼 스스로를 통과해서 나 오고 싶은 간절함이 그러하다. 과거에 갇혀 살 수 없기에 앞으로 고통스럽지만 직시해야 한다는 걸 안다. 그런 의지는 손길은 「11월행」 속 엄마 둘에 딸 둘의 사진처럼 다정하고 따뜻하다. 그 안에 담긴 사정을 잠시 잊은 채 여기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안도감이라고 할까.


동시대를 살아가는 기혼 여성의 모습을 통해 함께 생각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갖게 만드는 소설집이다. 지금 나의 일상은 어떤가, 나의 슬픔과 나의 상처는 어떻게 진행 중인가. 심연의 말을 듣기 위해 고요함으로 빠져드는 그런 순간이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비밀을 소설 속 인물들은 이미 다 아는 것 같았다. 내가 아는 이들을 만나 것처럼, 나를 아는 이를 만난 것처럼. 그래서 울컥했고 그래서 아프지 않았고 슬프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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