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드리는 개 안온북스 사강 컬렉션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유진 옮김 / 안온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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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을 사랑하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사랑을 원하는 방식도 그러하다. 분명 서로를 사랑하는 연인이지만 갈구하는 사랑은 같을 수 없다. 사랑이라는 속성이 그렇다. 그래서 상대가 싫어하는 걸 하지 않는 게 현명한 사랑이라는 말도 있다. 사랑하니까 뭐든 원할 수 있고 괜찮다고 믿는 사람에게 그건 아니야, 그럴 수 없어라고 말한다면 사랑을 부정당하는 기분이 들 것이다. 사실, 이렇게 말은 해도 사랑에 빠지거나 미치게 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이성적인 판단은 사라지고 순간의 감각과 감정에 취해 그게 전부라고 믿고 만다. 프랑수아즈 사강의 『엎드리는 개』 속 ‘게레’와 ‘마리아’의 관계는 무엇일까. 마리아를 향한 게레의 몸짓은 사랑이었고 그런 마리에게 게레는 처음엔 마냥 귀찮은 존재였을지도 모른다. 관계와 감정은 수시로 변하니까.


스물일곱 살 게레는 고가의 보석 주머니를 발견하는 순간 다른 인생이 시작되었다고 믿는다. 이 보석만 있으면 탄광회사도 때려치울 수 있으니까. 하지만 꿈과 현실은 달랐다. 게레가 주운 보석의 주인은 열일곱 번이나 칼로 잔인하게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게레를 바라보는 마리아의 시선도 그러했다. 과거 마르세유 갱단 두목의 여자로 살았지만 정원을 가꾸며 하숙집을 운영하는 마리아는 그를 살인자로 착각한다. 하루하루가 지겹기만 했던 마리아에게도 게레가 신선한 활력으로 다가온 것이다. 늙은 여자와 젊은 청년의 관계는 서로가 서로를 단단히 착각하면서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마리아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는 착각, 게레가 잊었던 감각과 본능을 깨워줄 거라는 착각.


둘은 서로에게 몸을 기울인 채 속삭이고 공모하면서, 절반쯤은 적의를 품고 또 절반쯤은 유혹적으로 상대를 바라보고 있어다. 둘 사이를 방해하는 것은 그들의 나이 차가 아니라, 오히려 그들이 비슷한 부류라는 데 있었다. (69쪽)


소설과 별개로 게레와 마리아가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둘만의 세계로 떠났다면 어땠을까. 하지만 소설 속 늙은 여자를 정부로 두었다고 말하는 게레의 동료나 바에서 게레와 마리아를 두고 이모나 모자 사이라고 오해가 아니라 확신하는 이들로부터 벗어나는 일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마리아 쪽에서 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마리아 역시 게레를 향하 마음이 진심이었음을 발견한다.





그녀는 자의 신경을 긁어대는 내면의 무언가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러다, 바람에서 정말로 좋은 냄새가 난다는 것을 깨닫고는 깜짝 놀랐다. (115쪽)


게레가 보석 주머니를 발견하지 않았더라면 둘 사이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우연하게 운명이 게레에게 다가온 것이다. 마리아라는 사랑도. 누군가 마리아는 그저 외로웠고 고독했으며 게레는 욕망을 사랑이라고 착각한 거라 말할지도 모른다. 그들의 사랑이 사랑이 아니라고 말이다. 게레가 마리아를 만나기 전까지 만났던 여자를 보면 그럴 수 있다. 그러나 게레는 마리아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사랑이 무엇인지 깨우친다.


『엎드리는 개』란 제목이 말하듯 소설에는 개 ‘파샤’가 등장한다. 떠돌이처럼 보이지만 주인이 있는 개 파샤는 게레 주변을 맴돌고 따라다니지만 게레에게 온전하게 다가가지도 못하고 배를 내밀어 쓰다듬어 달라고 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모두가 느낄 수 있다. 파샤가 게레를 좋아하고 있다는걸. 파샤의 행동을 통해 게레와 마리아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엎드릴 수 있지만 주저하고 조심스러워하는. 마리아가 조금 더 빨리 자신의 감정을 확인하고 게레에게 표현했다면 어땠을까.


꼼짝없이, 그 자리에서, 마리아는 차갑고 조금은 적대적인 얼굴로 자신을 대면했다. 스푼을 내려둔 손이 턱으로, 머리카락으로 올라갔다. 간단한 동작으로 풍성하게 볼륨을 만들어보았지만, 거기엔 눈이 띄는 흥미도 열의도 없었다. 꼼짝하지 않고 아득히 머물러 있는, 권태와 무관심 그 자체인 얼굴이었다. 그러므로 오만한 눈꺼풀 아래 맑고 단단한 눈에서 너무나 둥글고 응축된 눈물이 아무런 전조 없이 연달아 솟아올랐을 때, 그녀가 느낀 감정은 괴로움이 아닌 놀라움일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귓가에 오토바이 소리가 들려올 때까지 흐르는 눈물을 바라보았다. (131~132쪽)


오해와 착각으로 시작된 관계였을지 모른다. 연민이나 동정으로 믿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게레와 마리아는 서로를 사랑했다. 사랑하는 방식과 속도가 달랐다. 마리아 앞에 납작 엎드리는 개가 될 수 있었던 게레, 그런 게레를 쓰다듬고 만지는 대시 아무렇지 않게 바라보는 마리아. 타인의 시선에 가깝고도 멀게 보이는 그 거리가 그들에겐 가장 가까운 거리였다. 둘 사이에 오가는 눈빛은 둘만이 알 수 있는 신호다. 게레와 마리아의 사랑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이들도 오직 그들뿐이다.


프랑수아즈 사강이 말하는 사랑은 그런 게 아닐까 싶다. 당사자만이 알 수 있는 사랑. 세상은 이해할 수 없는 사랑의 방식, 행복과 기쁨이 아닌 고독과 쓸쓸함만 남은 사랑, 사랑이 무엇인지 곱씹고 곱씹게 만든다. 도무지 알 수 없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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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시작되었다. 예보는 정확하게 맞았다. 마치 알람을 맞춰놓은 것 같았다. 그치는 시간도 그랬다. 비가 올지 몰라 우산을 챙기는 게 아니라 반드시 우산을 가지고 외출을 해야 하는 걸 알려준다. 편리하고 좋은 세상이다. 우연의 순간에 맞닥뜨리는 감정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줄어들었다. 비 때문에 챙기지 못한 것들을 할 여유를 준 것일까. 어제의 하늘과는 다른 하늘이다.


장마의 나날을 보낼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비를 좋아하지만 비가 지닌 무서움을 잘 안다. 비가 몰고 오는 불쾌지수를 잘 다스려야 한다. 첫 번째 준비로 에어컨을 새로 장만했다. 장만이 아니라 선물이다. 더위를 많이 타는 누나를 위해 동생이 선물한 시원함이다. 공간의 재배치가 필요했다. 덕분에 책장을 정리했다. 이번에도 책을 버렸다. 좋아했지만 다시 읽을 것 같지 않은 책, 읽겠다 다짐하며 버리지 못한 책, 그리고 CD를 정리했다. 갖고 있는 게 많지 않았지만 막상 버리려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선물 받은 게 많았다. 고마운 마음을 정리하는 것 같은 미안함이 몰려왔다.





책장에는 공간이 생겼다. 드립 커피와 몇 권의 책을 샀다. 버리는 만큼 맞춰 들이는 건 아니니까. 김애란의 단편집 『안녕이라 그랬어』, 『소설 보다 : 여름 2025』는 구매 계획이 있었고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의 『별의 시간』은 고민하다 구매했다. 왜냐하면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의 책을 읽다 만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글이라는 건 알겠는데 어려웠다. 친애하는 이웃 님의 추천으로 도전하기로 했다. 실패할지도 모르지만 아직은 알 수 없으니까.


비가 지나간 아침은 고요하다. 바람도 없지만 시원하다. 이 시원함이 곧 사라질 걸 알기에 더욱 달콤하다. 다시 비가 오기 전 해야 할 일은 세탁기 돌리기. 게으른 마음을 달래며 해야 할 일이 많다. 주말의 아침이 분주하다. 모두 장마의 나날을 안전하게 지냈으면 한다. 눅눅한 일상이 계속되겠지만 보드라운 시간도 이어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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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립백 바깥여름 - 12g, 7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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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여름은 온통 장맛비 세상이다. 귀여운 무민은 반갑고 땡스투는 호호 할머니가 되어도 커피를 잘 마실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한 그분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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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22 16: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6-23 1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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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은 악마의 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51
에드나 오브라이언 지음, 임슬애 옮김 / 민음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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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싶지만 잊히지 않는 기억이 있다. 제발 사라졌으면 하는 장면은 사라질까 두려운지 일부러 새긴 문신처럼 남았다. 그건 나의 아픈 상처이자 죄의식이다. 그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았을 행동이다. 부질없지만 그 장면이 떠올릴 때마다 그때의 내가 싫어서 미칠 것 같다. 많은 시간이 지나도 내내 그럴 거라는 걸 안다. 어쩌면 그게 나를 향한 벌인지도 모른다. 처음 만난 에드나 오브라이언의 『8월은 악마의 달』은 그런 소설 같았다. 그러니까 강렬하고 아름답지만 끝내 온전히 수용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어떤 감정들.


주인공 엘런은 아일랜드 출신의 스물여덟 살로 일곱 살 아들이 있는 이혼녀다. 아들은 전 남편과 캠핑을 가리고 했고 엘런은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다. 엘란에겐 만나는 남자가 휴가 있다. 그러나 그는 엘런과의 만남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고 심지어 애인도 있다. 그런 남자는 바로 쓰레기통에 버려야 하는데, 엘런은 그걸 늦게 알았다.


엘런은 런던을 떠나 프랑스로 향한다. 모든 것으로부터 떠나온 홀가분한 휴가지의 일상은 다채롭게 이어진다. 매력적인 엘런에게 다가오는 남자들은 하나같이 엘런과 즐기기를 바란다. 휴가니까. 런던도 아니고 엘런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뭐든 엘런이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 하지만 우연하게 만난 화려한 배우와 친구들 사이에서 자신도 모르게 위축되는 감정은 어쩔 수 없다. 무리의 분위기에 취해 엘런은 호텔을 벗어나 대저택으로 향한다. 가는 길에 일행은 교통사고로 죽은 시신을 목격하지만 저택에서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술을 마시고 서로를 유혹하고 즐긴다.


휴가지에서의 하룻밤, 그게 뭐 대수겠는가. 엘런은 싱글이고 젊고 여긴 런던도 아니고. 욕망이 이끄는 대로 몸을 맡긴다고 해서 세상이 무너지는 것도 아닐 테니까. 그러나 엘런의 세상이 무너지는 일은 곧 도착한다. 전 남편이 전하는 소식, 아들이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것이다. 엘런이 휴가지에서 뜨거운 태양을 즐기는 동안 아들이 죽었다. 이제 아들을 볼 수 없다. 당장 아들 곁으로 달려갈 수도 없다. 60 년 전 엘런이 느꼈을 절망은 쉽게 상상되지 않는다. 그렇게 엘런에게 8월은 잔인한 악마의 달이 되었다.


엘런이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그저 시간을 견딘다. 곁에서 위로하는 이들에게 자신을 맡기는 일. 진정으로 자신을 위하고 아끼는 마음이라 믿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상대는 엘런의 육체만 원했을 뿐이다. 결국엔 혼자가 된 엘런은 런던으로 돌아온다. 아들이 없는 집으로. 전 남편을 만나려 찾아갔지만 이미 젊은 여자와 떠나고 없다. 다행일지도 모른다. 아들의 죽음으로 슬퍼하고 있었다면 엘런은 자책감에 더욱 힘들었을 것이다.


내가 뭘 원하는지 아나요? 나로 사는 삶을 그만두는 것. 누군가를, 무언가를 사랑하고 싶어. 깊이.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필요하다면 사랑을 위해 죽을 수 있을 정도로 나 말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싶어요. (232쪽)


아들의 죽음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엘런이 휴가를 떠나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까. 그렇지 않다. 엘런에게 책임을 전가할 수 없다. 엘런의 잘못이 아니다. 그러나 60년 전 엘런을 향한 시선은 아니다. 사회적 비난은 그녀를 말라죽게 만들었을 것이다. 누구도 엘런을 향해 돌을 던질 수 없다. 그러니 나는 엘런이 아들의 소식을 듣고 런던으로 바로 돌아올 수 없었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다. 휴가지에서 따라온 몹쓸 병이 주는 고통이 엘런에게 가장 큰 위로가 되지 않았을까. 엘런에게 8월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뜨거운 8월의 시간을 견디며 살아갈지도 모른다. 그러나 생은 계속될 것이고 스물여덟의 엘런은 나아갈 것이다.


어쨌든 그렇게 생각하니 좋았다.

나뭇잎이 떨어졌고, 앨런은 나뭇잎이 떨어지는 모습을, 여전히 물기를 가득 머금은 채로 너울너울 떨어져 낙엽 더미 위에 자리 잡는 모습을 보았다. 수많은 나뭇잎이 사방에서 그렇게, 단순하고 무던하게 낙하하고 있었다. 적어도 한두 달쯤은 이렇듯 서늘하고 감미로운 가을이 이어질 것이다. (236쪽)


에드나 오브라이언은 짐작할 수 없는 엘런의 마음, 소용돌이치는 감정의 변화를 때론 차갑고 때론 뜨겁게 담아낸다. 사랑, 욕망, 젊음의 덧없음을 말해준다고 할까. 삶이란 알 수 없고 인간은 상실 앞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연약한 존재라는 걸 말이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욕망을 채우려 발버둥 치는 존재라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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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글자의 것들을 사랑한다. 김소연의 한 글자 사전을 떠올리지 않아도 저마다 사랑하는 한 글자가 있을 것이다. 우선 떠오르는 것들은 책, 빵, 시, 잔, 꽃, 봄, 눈, 비, 그리고 너. 한 글자에서 세세하게 파고들면 더 다양한 것들을 만날 수 있다. 책도 좋아하는 장르가 있고 작가가 있고 간직하는 책이 있다. 빵도 마찬가지다. 빵을 다 좋아하지만 특히 더 애정하는 빵이 있기 마련이니까. 봄의 어느 순간이 좋은지 말할 수 있을 것이고 주말부터 시작되는 장마를 생각하면 선뜻 장맛비를 좋아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일상시화 시리즈 안미옥의 『빵과 시』를 말하려다 보니 이렇게 길어졌다. 그리고 때마침 어젯밤에는 나에게 꽃이 도착했고. 친구가 보낸 사라 작약이다. 꽃과 함께 온 카드에는 안녕^^이란 말이 전부였다. 안녕의 모든 뜻이 담긴 것 같았다. 꽃을 받은 나도 친구에게 안녕^^이라 카톡을 보냈다.


빵과 시와 꽃이라니 좋지 아니한가! 내년의 작약을 기약하고 있었는데 다시 작약이 왔고 나는 기분이 매우 좋다. 6월에도 작약의 시간은 계속된다. 잎을 떼지 않고 최대한 오래 두기로 했다. 왠지 더 풍성해 보이는 게 좋다. 얼마나 빠른 속도로 활짝 피어날지 지켜본다.







6월의 책은 산문과 시를 만날 수 있는 안미옥 시인의 책 한 권이다. 한 권으로 충분할까. 그렇지 않을 것 같다. 싱그러운 청포도를 표지로 내세운 『소설 보다 : 여름 2025』와 김애란의 단편집 『안녕이라 그랬어』를 곁에 두게 될 것이다. 6월의 책으로 3원 정도면 칭찬 감이다.



빛을 착각한다

매일 쏟아지고 있다고

사랑과 분노처럼

흐린 날이나 캄캄한 날에도

쏟아지고 있다고

어느 날엔 그림자와 빛을 혼동했다

섞이지 않는데도

사랑만 이야기하는 사람을 믿지 못했다

길에는 어제 내린 눈이 남아 있었다

사람들 발자국에 단단해진 눈

흰빛을 잃고 녹지도 않고

언제까지 남아 있을까

잘 다져진 마음들

나는 슬픔의 버터와 위로의 반죽을

겹겹이 쌓아 빵을 구웠다

깨끗한 마음은 무엇으로 만들까

어떤 형태로 남게 될까

날씨가 점점 추워진다

나는 오독되기 위해 애쓴다

식탁 위 놓아둔 빵

만져보면 돌처럼 딱딱했다

(「크루아상」, 전문)



시를 읽으니 빵이 먹고 싶다. 빵이 없다. 빵을 살까 생각한다. 작약이 부풀어 오른 빵 같다. 빵을 먹는 대신 작약을 본다. 눈으로 먹는다. 맛은 모르고 상상할 수 없다. 그냥 작약 빵이라는 말이 재밌다. 어딘가 작약 빵이 있을 것 같다. 빵과 시와 꽃! 정말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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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5-06-12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약빵!
부드러운 맛일 것 같아요.^^
마지막 작약이라고 하시니 이제 곧 수국꽃이 두둥 등장할 차례이겠습니다.
공원에 수국꽃이 몇 송이씩 눈에 띄더라구요.
소설 보다 시리즈 이번 여름책도 넘 이쁘네요. 어제 딸아이가 소설 보다 책 예쁘다고 완전 흥분하더니만 저 표지였군요. 음…봄 책도 예뻤었는데 생각이 많아지네요.^^
김애란의 소설은 기다리고 있구요.^^

자목련 2025-06-15 10:07   좋아요 1 | URL
부드러운 작약빵을 상상합니다!!
나무 님은 벌써 수국을 보셨군요. 이번 소설 보다 시리즈 표지가 정말 예뻐요.
김애란의 소설은 기대가 크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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