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가장 먼 곳에 있다. 그리고 수많은 칸막이들이 그 사이에 놓여 있다! 거울 저편으로 가는 것. 그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 P14

오로지 한 면만 갖고, 한 얼굴 한 방향만으로. 오로지 한 면에서. 늘 거울의 같은 쪽에서. 이 면은 각자를 자신의 다른 쪽에서 떼어내, 이 다른 쪽은 갑자기 전혀 다른 존재로 나타난다. 낯선 미지의 존재. 적, 불길한 존재. 냉혹한 타자로 나타난다. - P19

어쩔 수 없이 멈추지 않고 다른 쪽에서 오는 나는, 게다가 항상 그들이 투사되는 스크린의 이쪽에서 오기 때문에, 그들의 모습이 나타나는 면 위에 있는 셈인 나는 살 수 없다. 이 모든 이미지 담화들 환영들은 나를 마비시키고, 꼼짝 못하게 한다.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는다. 그들의 찬사, 듣기 좋은 말로 표현되는 나, 그들이 자기네들의 ‘사랑’이라고 부르는 나는 위축된다. 여러분들은 그들이 내게 결정적인 판단을 내린다는 것을 알았다. 자기들의 이익에 가장 적절하게 말이다. 그리하여 나는 어떠한 ‘내 자아’도 그들에 의해, 그들을 위해 적응된, 그들의 필요나 욕구에 따라 움직이는 ‘자아’의 다양성도 깨닫지 못한다. 그런데 이 자아는-나로부터-무엇을 원하는지를 드러내지 않는다. - P20

적어도 두 부류가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그 이상이 필요할 것이다. 이것들이 저절로 분절되기 위해서. 서로 결합할 수 있기 위해서. 그렇다면 어느 순간에? 어느 지점에서? 여기에서 두번째가 첫번째의 유일한 뒷면은 아닐 것이다. 때때로, 매우 빈번하게 그것은 보충물이다. 다소 적합하게. 다소 연결될 수 있게. 결코 궁극적으로 유일한 것만이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단위는 반으로 나뉜다. 각자는 많은 부분을 지니거나, 적은 부분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동일시할 수 있는 부분이 있거나,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쾌락의 가능성들을 모조리 다 써버릴 수도 없을 것이다. 아직 여분을 뒤에, 다음번을 위해서 남겨두기 때문이다. - P23

그녀는 어느 누구도 아니다. 두 사람 가운데 아무도 아니다. 모두이건 각자이건 더 이상은 이 두 사람이 아니다. 이 여자(들)가 뒤로, 예를 들면 집의 문을 통해서 그렇게 피해 가는 것을 어떻게 묵인할 수 있는가-"알아두세요. 당신은 나를 다시 볼 것이고, 나에 대해 말하는 것을 다시 듣게 될 것입니다. 커다란 기계들을 갖고 다시 와서 측량을 하고, 평평하게 만들고, 부술 것입니다. 집과 정원 전부 다." - P26

어떤 일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사물들이 아직 완전히 굳어지지 않은, 죽지 않은 그 순간을 포착해야만 할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은 잊혀진다.그것은 지금까지 소유의 한계들을 규정했고, 안과 밖을 구분했으며, 호평과 혹평을 대립시켰다. 것은 모든 것의 가치를 감상하고 인정할 수 있게 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거기에 적응할 수 있게 했다. -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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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 : 이광수 장편소설 한국문학을 권하다 26
이광수 지음, 고정욱 추천 / 애플북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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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과 삶을 연결해서 보는 편인가? 분리해서 보는 편인가?

작품을 미친듯이 잘 쓰면 작가의 이력이 좋지 않더라도 무마될 수 있는가 말이다.

나는 사실 그러질 못하는 것 같다. 아무래도 보는 내내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된다. 순수하게 작품만을 보자 하면서도 그러질 못하겠다.


당시 최고의 글쟁이였던 이광수는 누구보다 신문물을 빨리 받아들인 지식인이었다.

누구보다 대중을 이끌어줄 수 있는 위치에 있었는데 좋은 방향으로 가지 못한 점이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다.


이 소설은 1924년 11월 9일부터 1925년 9월 28일까지 동아일보에 연재된 것을 1934년 단행본으로 엮은 것이다.

한국 근대소설의 특징을 대부분 가지고 있다.

전통주의적 가치관이 신문물(자본주의, 기독교적 세계관)과 충돌하며 파괴될듯 융합되는 혼란상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


소설 속에서 여러 군데 조선은 깨어나야 한다는 개화에 대한 생각과 기독교적 냄새를 맡을 수 있고(선교사라는 직업도 등장하고 회개한다고 예수를 찾는 등...) 이것이 마치 본인을 위한 변명처럼 느껴지기도 해서 약간은 불편한 부분도 있었다.


3.1운동에 뛰어든 학생들과 종로경찰서에 폭탄을 투척한 김상옥 의사의 의거 등 사건이 등장한다지만 줄거리의 대부분은 남녀의 치정극에 매몰되어 있다. (이수일과 심순애의 신파극의 스토리를 생각하면 비슷할 것 같다.)

아무리 신여성이 등장하고 자유연애가 유행했다고는 하지만 여성들이 특히 정조의 관념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했던 것 같아 씁쓸함이 인다. 

일부 여성들은 '사랑만이 다가 아니다. 사랑하더라도 자유롭게 만나고 헤어지자' 한다. 그러나 그들도 버림받을까 두려워 전전긍긍 하기도 한다. 사랑을 쫓다 파멸하고 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지금으로 생각하면 막장드라마 같은 느낌도 나고(그때는 그게 흔했던 것 같지만) 진부한 스토리인데 재미나게 글을 잘 쓰는 능력을 가진지라 주인공 심정에 이입해서 분노하며 읽었다.

법률에는 첩을 보호하는 조문이 없다. 남편이 자기를 내보내려면 아무 때나 내보낼 수가 있다.
자기도 남의 남편을 빼앗아 사는 판에 남이 나의 남편을 빼앗는다고 나서서 말할 아무 권리도 없었다.
순영은 자기의 남편이 자기에게 요구하는 것이 오직 성욕의 만족인 것을 잘 알고 또 자기가 도저히 그 남편의 강한 성욕을 만족시키지 못한 것을 안다.
또 순영은 과거 일 년 동안에 남편에게 육의 만족을 주느라고 기생이 하는 모든 버릇까지 배우려고 앴는 것을 생각하였고, 그러하는 동안에 께끗하던 몸에 매독과 임질까지 올린 것을 생각하였다.
‘그 놈 때문에 내가 일생을 망쳤는데.... 이놈, 내 일생을 망쳐놓고는....‘ - P409

봉구의 눈앞에는 다시 조선이 떠나온다. 산은 헐벗고 냇물은 말랐는데 그 틈에 끼여 있는 수없는 쓰러져가는 초가집들, 그 속에서 먹을 것이 없고 입을 것이 없어 허덕이는 이들, 앓는 이들, 우는 이들, 죽는 이들, 희망 없는 기운 없는 눈들, 영양 불량과 과도한 노동으로 휘어진 등들, 가난과 천대에 시달려서 구부러지고 비틀어진 맘들,
그러면서도 서로 물고 할퀴는 비참한 모양과 소리, 이런 것이 봉구의 눈앞에 분명한 비전이 되어 나뜬다.
"가거라! 어머니의 사랑과 노예의 겸손으로 저들 불쌍한 백성에게로 가거라!"
봉구의 귀에는 분명히 이 소리가 울린다. - P493

"모든 빛난 것이여! 모든 호화로운 것이여! 모든 아름다운 것이여! 다 가라!
조선의 모든 백성들이 다 안락을 누릴 때까지 내게 한가함이 없으리라."
"가자! 우리 님에게로 가자! 불쌍한 조선 백성에게로 가자!
농부에게로 가자! 거기서 그들과 같이 땀 흘리고 그들과 같이 울고 웃고 그들과 같이 늙고 같이 죽어 그들과 같은 공동묘지에 묻히자." - P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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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심경 마음공부 불경 마음공부 시리즈
페이융 지음, 허유영 옮김 / 유노북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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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반야바라밀다심경 원문과 해석을 우리 말로 옮겨놓았다. 그리고 반야바라밀다심경의 원문에 담긴 이론과 현실 속 사례를 통해 알기 쉽게 이론을 설명해준다. 저자가 설명을 잘한 것도 있겠지만 번역이 매끄러워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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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번 써봅시다 - 예비작가를 위한 책 쓰기의 모든 것
장강명 지음, 이내 그림 / 한겨레출판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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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책을 쓰는 이들이 많아지길 바라며 이 책을 썼고 에세이, 소설, 논픽션 분야로 나누어서 구체적인 조언을 한다. 하지만 책쓰기의 실천을 담고 있는 책들이 그렇듯 정답은 없는데 저자가 그 점을 강조해서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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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 읽었던 책을 간단히 정리한다.


주로 읽는 분야가 정해져 있는데 

이북으로 읽으면 평소 읽지 않는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렇게 보니 소설은 정말 잘 안 읽는 편이다.

좀 다양하게 읽어야 하지만 읽고 싶은 책들이 너무 많아서 잘 안된다.


그래도 예술 분야의 책은 잘은 모르지만 머리 식히는 용도로 종종 보게 되는 것 같다.

이미지도 예쁘고 보는 맛도 있으니 말이다.


이번 달의 베스트는 역시 제2의 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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