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많은 생태 재생 프로그램이 자연 풍경을 재배치하기 위해 인간의 활동을 이용한다. 내 생각에 사토야마의 회생 프로그램이 다른 프로그램과 차별점을 갖는 부분은 인간 활동이 비인간 활동과 같은 방식으로 숲의 일부분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 P270

소나무재선충은 미국 소나무와 함께 진화했기 때문에 미국 소나무에게는 심각하지 않은 해충일 뿐이다. 그러나 이 선충에 대항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취약한 소나무들이 있는 아시아로 건너오면서 나무를 죽이는 존재가 되었다. - P277

과밀한 숲, 햇빛 부족, 과도한 토양 영양소의 농축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소나무는 선충의 먹이가 되기 쉽다. 상록활엽수는 땅을 비좁게 하고일본 소나무에 그늘을 드리운다. 청색균 곰팡이blue-stain fungus는 때때로 소나무 상처에 자라면서 선충의 먹이가 된다. 선충은 인간활동의 영향을 받은 기후변화로 인해 기온이 상승하면서 더 잘 퍼져나가게 되었다. - P278

교란을 산정하는 단일 기준은 불가능하다. 교란은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과 관련되는 문제다. 이는 우리가 교란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통해 내리는 평가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교란은 ‘예‘ 또는 ‘아니오‘의 문제가 절대 아니다. 교란은 개방된 범위에 걸친 불안정한 현상을 가리킨다. 어느 선을 넘었을 때 너무 과하다고 평가하는가? 교란과 관련해서 그것은 언제나삶의 방식에 기반한 관점 문제다. - P286

다른 유기체가 ‘이야기를 하든‘ 하지 않든 간에, 그들은 우리가 역사로인식하는, 서로 겹치는 자취와 흔적을 형성하는 데 기여한다.‘ 그렇다면 역사는 인간과 비인간에 의한 세계 만들기의 수많은 궤적의기록이다. - P295

전근대 유럽의 소농민과 달리, 전근대 일본의 소농민은 우유나 고기를 얻기 위해 동물을 사육하지 않았기에 유럽인처럼 밭에 동물 배설물로 만든 거름을 주어 비옥하게 할 수 없었다. 식물과 숲 표면의 퇴적물을 모아 식물성 비료를 만드는 것이 농민들의중요한 일과 중 하나였다. 숲바닥에 있는 모든 것을 취해 이용했기때문에 소나무가 좋아하는 무기질 토양은 그대로 드러난 상태로유지됐다. 일부 지역은 풀이 자라도록 개방되었다. 코피싱된 참나무는 이러한 방식으로 교란된 숲의 기둥 역할을 했고, 가장 흔한종류로는 코나라로 알려진 졸참나무가 있었다. 참나무 목재로온갖 것을 할 수 있었는데, 땔나무부터 표고버섯 재배에 활용하는것까지 다양했다. 주기적인 코피싱 덕택에 참나무의 몸통과 가지가 젊음을 유지했고, 그 결과 참나무가 다른 종의 나무보다 더 빨리 성장해 숲을 장악하게 되었다. 산등성이의 개방된 목초지와 벌거벗은 언덕에는 소나무Pinus densiflora가 송이버섯 파트너와 함께자랐다. - P327

지저분한 소농민 숲은 외국인 환경보전론자들을 만족시키는 - P335

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들은 위태로운 자연을 구하기 위해 윈난성에 모여든 자들로, 그곳이 황무지일 것이라는 자신들의 상상에서 어긋나 있는 이유를 과도한 공산주의 때문이라고 섣불리 탓했다. 젊은 중국인 학자들과 학생들은 이러한 외국인들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였다. 문화대혁명 때 홍위병들이 윈난성의 언덕을 남벌했다고 내게 말한 젊은 도시인이 한 명 이상이었는데, 사실은 전혀 그런 것 같지 않다. 문화대혁명은 잘못되어 보이는 모든 것의 원인으로 돌리기 쉬운 희생양이다. 산림 훼손을 문화대혁명의탓으로 돌리는 현상의 핵심은 모든 사람들이 이 젊고 개방된 숲의결함을 쉽게 볼 수 있다는 점이다. - P336

영화롭고 강력한 클래머스 사회, 모도크 사회, 스네이크 파이우트 사회의 야후스킨 군단(이하 ‘클래머스 사람들‘)은 한때 오리건주 중부의 남쪽과 캘리포니아주 북부에 펼쳐진 2,200만 에이커[890억 제곱미터]의 땅을 통치했습니다. 그들의 생활 방식과 경제체제는 14,000년 이상 동안 그들의 필요와 문화적 방식에 풍부한 자원을 제공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인구는 유럽의 침략자와접촉하면서 질병과 전쟁을 겪으며 빠르게 줄어들었고, 부족민이220만 에이커로 축소된 땅에 대한 권한만을 갖는 조약으로 귀결되었습니다. 한때 전통적인 경쟁자였던 이 세 부족은 그렇게 극단적으로 줄어든 보호구역에서 서로 가까운 거리에서 살도록 강요받았습니다. - P350

캐스케이드산맥 숲의 로지폴소나무 싹은 개벌 벌목으로 형성된 개방되고 환한 빈터에서 두터운 집단을 이루며 대량 서식하는 - P356

데, 때때로 매우 밀집해 자라서 산림감독관들이 ‘개털dog hair 재생‘
이라고 부른다. 한 고참은 너무 빽빽이 뒤얽혀 있어서 용접된 고체처럼 보이는 패치를 내게 보여주었다. 그는 그곳을 "개구리털 재생"
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라고 농담했다. - P357

숲이 산업비림 폐허로 변하려면 먼저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꿈들을 강제하는, 그리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생태적 과정에 해를끼치며 작동하는 통치 기구가 필요하다. 일본과 미국 두 나라에서는 근대 산림관리의 관료제가 그 역할을 했다. - P369

이종 간 모임이 갖는 특이성은중요하다. 전 세계를 포괄하는 힘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세계가 여전히 생태적 이질성을 띠는 이유가 그것이다. 글로벌 조율의 복잡한 사항들도 중요하다. 모든 연결이 똑같은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는다. 우리가 폐허의 역사를 쓰기 위해서는 많은 이야기의 깨진 조각들을 따라가고 많은 패치 속으로 들어가고 나갈 필요가 있다.
글로벌 권력이 작용하는 곳에서 나타나는 쉽게 규정할 수 없는 마주침은 여전히 중요하다. - P380

번역은 과학에서 모순과 양립 불가능의 패치들을 낳는다. 연구와 검토, 읽기가 별도로 이루어지는 한, 이러한 패치들은 훈련과 의사소통의 형식이 교차함에도 지속될 수 있다. 이패치들은 폐쇄적이지도 않고 고립되어 있지도 않다. 그것들이 새로운 물질을 받아들이며 변화하기 때문이다. 이것들의 독특함은 사전 논리가 아니라 수렴의 결과다. 패치들을 관찰하면 내가 배치라고 부르는 열린 모임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여기서는 층을 이루고,
일관성이 없으며, 무질서한 존재론이 심지어 기계의 영역 내에서도형성된다. 송이버섯 과학과 산림관리가 그 생생한 사례다. - P385

사토야마 연구에서 영향을 받은 일본의 과학자들은 인간의 교란이 거의 없을 때 송이버섯숲은 위험에 처한다고 주장한다. 버려진 마을 숲은 소나무에 그늘을 드리우고, 송이버섯을 잃게 된다. 반면에 미국의 과학자들은 송이버섯 숲은 인간의 교란이 너무 많이 일어날 때 위험에 처한다고주장한다. 무모하게 수확하므로 송이버섯 종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 P387

문화인류학자들이 자신의 연구 단위를 계속 사용하려면 그 연구 단위를 끊임없이 의심해야만 하는 틀로 다루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스즈키 박사는 생물종을 다루고있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종류들kinds은 지식만들기와 세계 사이의 끊어지기 쉬운 연결 지점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종류들은 우리가 새로운 방식으로 그것들을 연구하기 때문에 항상 과정 중에 있다. 이러한 점 때문에 그것들이 덜 실재하는 것이되지는 않는다. - P412

곰팡이가 모자이크를 이루고 조화롭게 합심해 버섯을 형성하는데, 곰팡이 모자이크 속 각각의 세포계는 다른 세포계를 감지할 수 있다. 곰팡이를 다른 방식으로 연구하자 새로운 물체가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유전적으로 다양한 곰팡이 몸체, 모자이크다. - P426

우리는 우리보다 먼저 다녀간 수확꾼들의 흔적을따라가며 그들이 남긴 것들을 어루만진다. 나무에 닻을 내리고 있는 송이버섯은 같은 장소에 다시 나타나기 때문에 이 방법은 놀랍게도 생산적인 전략이다. 우리는 우리보다 먼저 다녀갔지만 자신들 - P439

의 활동선 흔적을 우리에게 남겨놓은 보이지 않는 채집인과 우리자신을 나란히 맞춘다. - P440

사유화는 절대 끝나지 않는다. 그런데 사유화해 가치를 창조해내기 위해서는 공유 공간이 필요하다. 이것이 계속해서 재산이 도둑맞는 이유뿐 아니라 재산의 취약성도 설명해주는 비밀이다. 사유재산으로 소유되는 버섯은 인간에 의한 부분과 인간에 의하지 않은 부분이 섞여 있는 잠복해 있는 공유지의가능성을 경험하며 서서히 성장하는 몸체, 즉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지하 조직의 파생물이다. 곰팡이들을 형성하는 숲에서의 통행과 사유재산이 된 버섯 간의 뚜렷한 차이가 상품화의 좀 더 일반적인 표상인지도 모르겠다. 즉 얽힘을 지속적이고 끝없이 차단하는 행위 말이다. - P478

우리는 시각을 너무 많이 믿는다. 나는 땅을 쳐다보고 ‘이곳에는 아무것도 없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마치맨이 손을 더듬어 찾아낸 것처럼, 그곳에는 무언가가 있었다. 진보 없이도헤쳐 나가려면 우리의 손을 이용해 충분히 느껴야 한다. - P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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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한기가 느껴져서 깼다. '날이 많이 추워졌구나.' 요사이 계속 새벽 4시 몇 분 무렵에 잠이 깨어서 종일 피곤함이 가시질 않는다. 스트레스가 많은 걸까? 이번 주 일이 많기는 하다. 일이 몰릴 때는 급격하게 몰리고 또 없을 때는 한가하고 그렇다. 한가하면 일이 없어 잘릴까를 걱정하고, 일이 많으면 힘들어서 난리고 참, 무슨 장난에 맞추랴 생각한다.


지난 일요일에는 아버지의 70번째 생신이었다. 가족들이 함께 모여서 축하 인사를 드렸다. 무엇보다 아버지의 건강과 장수를 기원했다. 정작 아버지는 3차 항암 치료 때문에 입이 꺼끌한데다 속이 좋지 않으시다고 우리가 준비한 음식은 하나도 드시지 못했다. 떡케잌과 오리백숙을 준비해갔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래도 가족들이 먹었으니 된 거라며 우리끼리 위로했다.


오랜만에 서재의 책 순위를 보니 '한강' 파티다. 한 사람의 저작이 골고루 순위에 오르다니, 기념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중국어 원서 플랫폼(계속 이곳에서 전자책을 읽고 있다)에서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1위에 올라 나도 모르게 캡쳐했다. 한동안 위화의 원서가 1위를 차지했는데 한강의 원서가 1위를 차지한 것이 놀라웠다. 




오늘은 지방으로 출장을 가게 되어 준비를 하고 있다. 기차를 타고 가려 했더니 매진이라 차를 이용하고 가야 해서 벌써부터 피곤함이 몰려온다.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짧은 가을이니 휴게소 탐방하고 계절은 느끼는 시간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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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4-10-24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가님 운전 틈틈 눈 붙이시그 잠이 중요하고 보약입니다! ~>.<

거리의화가 2024-10-25 07:28   좋아요 0 | URL
저는 조수석에서 있었어요. 운전 면허가 없는 뚜벅인지라! 운전하는 사람이 졸리거나 지루할까봐 옆에서 계속 말걸어주고 하기는 했습니다.

자목련 2024-10-24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장, 조심해서 잘 다녀오세요^^

거리의화가 2024-10-25 07:29   좋아요 0 | URL
자목련 님 왔다 갔다 시간을 꽤 허비하기는 했지만 대구도 날이 좋아서 나들이 하는 기분으로 잘 다녀왔습니다^^

바람돌이 2024-10-24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피곤할때 운전하면 안되는데 조ㅛㅣㅁ해서 다녀오세요.
그나저나 중국에서도 한강작가가 1위라니 노벨상의 힘이란.... ㅎㅎ
중국에서는 소년이 온다나 작별하지 않는다가 1위하기는 힘들겠죠.

거리의화가 2024-10-25 07:31   좋아요 0 | URL
위에서도 이야기했는데 운전하는 분이 힘들었죠뭐! 그런데 저는 조수석에 앉아도 쉬지는 못하더라구요.
중국인들도 한강 작가가 수상한 것에 대해서 많이 놀라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일단 서재에 채식주의자 중문판을 비롯해서 흰도 담아놓기는 했는데 어려워서 당장 읽기는 어렵겠죠^^; 그래도 언젠가 읽을 수 있으리라는 마음으로 담아만 놨습니다.

다락방 2024-10-24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장 잘 다녀오셔요, 거리의화가 님.
중국어는.. 어렵네요. 흠흠.

거리의화가 2024-10-25 07:32   좋아요 0 | URL
다락방 님은 스페인어도 공부하시잖아요. 영어에 스페인어까지 저보다 언어 능력에서는 출중하신 듯합니다^^

건수하 2024-10-24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가님 운전 조심하시고 틈틈이 남은 가을 만끽하고 오셔요 ^^

거리의화가 2024-10-25 07:34   좋아요 0 | URL
운전하는 사람이 과속을 하거나 급하게 운전하는 스타일이면 힘든데 그러지 않아서 다행히 편하게 잘 왔다갔다 했습니다. 물론 옆에 있어도 계속 쉬지는 못하기는 하더라구요.
남부 지방도 이제 늦가을 분위기가 나더라구요. 단풍 시즌이 맞는지 고속버스 차량들도 많았답니다! 그거 보니 단풍 구경 가고 싶다 생각하기는 했네요. 감사합니다.

희선 2024-10-25 0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국에서도 한강 작가 소설 많이 읽는군요 어느 나라나 한강 작가 소설을 보려는 사람이 많다는 기사 보기는 했네요 거리의화가 님 출장 잘 다녀오세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4-10-25 07:36   좋아요 0 | URL
물론 저 순위가 완독했다는 순위는 아니고 아마도 다운로드 및 책을 얼마나 열기를 시도했느냐 하는 순위겠지요?어쨌든 궁금은 했다는 방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희선 님 출장 다녀왔어요. 불금, 주말 행복하게 보내시길 바라요.
 

일부 백인 채집인과 구매인은 자신들의 입장을 ‘전통주의‘라고 부른다. 그들은 인종 통합에 반대하고, 다른 집단에 의해 오염되지 않은 자신들만의 가치를 즐기고 싶어 한다. 그들은 그렇게 하는 것을 ‘자유‘라고 부른다. 그것은 다문화 방침이아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의 인종 통합에 반대하는 정서가 미국 역사상 가장 코즈모폴리턴적인 문화 형성에 일조했다. - P198

무역은 메이지 시대의장 성공적인 사업 중 하나였는데, 면사와 직물 생산처럼 새롭게 도약하는 산업과 결부되었다. 메이지 시대의 무역업자는 자신들의업무가 일본과 외국의 경제를 중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무역업자는 외국에서 경험을 쌓으며 훈련받았기 때문에 근본적인 차이 - P208

를 뛰어넘어 협상할 수 있는 이중의 문화적 명민함cultural agility을갖추었다. 그들이 수행한 작업은 사쓰카가 주장한 개념인 ‘번역‘의전형적인 예인데, 여기서 번역이란 차이를 메우고 또한 유지하면서타문화를 배우는 것이다.‘ 새로 등장한 무역업자는 상품이 다른지역에서 어떻게 거래되는지 배웠고, 그와 같은 지식을 일본에 유리한 계약을 맺기 위해 활용했다. 경제학자가 사용하는 용어로 말하자면, 그들은 ‘불완전한 시장‘, 즉 모든 구매인과 판매자가 정보를자유롭게 이용할 수 없는 시장의 전문가였다. - P209

아시아 사업체들은 입력 계수factor inputs의 달러 가치가 갑작스럽게 상승한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에, 그리고 생산한 제품의 가격을 낮게 유지해 미국 소매업자와의 계약을 유지하고자 했기에 재***빨리 다각화하기 시작했다. 대만 경공업의 대부분은 중국 본토로***그리고 동남아시아로 ... 이주했다. ... 일본의 수출 지향 - P219

적인 산업의 대부분이 동남아시아로 이주했다. 게다가 토요타, 혼다. 소니와 같은 기업들은 미국에 사업체를 설립했다. 한국의 사업체 또한 노동집약적 공정을 라틴아메리카와 중앙 유럽의 개발도상국뿐 아니라 동남아시아로 옮겼다. 새로운 사업체가 설립된 각 지역에서 낮은 가격의 공급자 네트워크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 P220

송이버섯은 그것의 삶이 선물로서 시작되고 선물로끝나는 자본주의 상품이다. 그것이 온전히 소외된 상품으로 존재하는 것은 오직 몇 시간일 뿐이다. 주기장에서 수송 상자에 담겨재고품의 일부로 기다리는 시간과 비행기에 실려 이동하는 시간이 그것이다. 그러나 그 시간은 중요하다. 공급사슬을 지배하고 구조화하는 수출업자와 수입업자 간의 관계는 그 시간의 가능성 안에서 접합되어 있다. 재고품으로서의 송이버섯은 수출업자와 수입업자에게 이윤을 낳게 하는 산출이 가능하도록 하기에, 그들의 - P238

입장에서는 송이버섯의 상품사슬을 조직하는 작업이 가치 있는일이다. 이것은 비자본주의적 가치 체제로부터 자본주의적 가치를창출하는 구제 축적이다. - P239

한 벌목 회사가 와서 숲을 베었다. 나무들이 모두 사라지자 해체된 기계들을 산처럼 쌓아두고서 그 회사도 떠났다. 주민들은 더는 숲을 통해서도, 회사를통해서도 생계를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 그들은 기계를 분해해 금속을 조각내 팔았다. - P241

구제 축적은 차이의 세계를 드러낸다. 차이의 세계에서 서로 대립하는 정치는 연대를 위해 설계된 유토피아적 계획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각각의 생계 패치는 그자체의 역사와 역동성을 가진다. 그리고 다양한 패치에서 창발하는 관점을 가로지르면서 축적과 권력을 향한 분노에 대해 함께 토론하고자 하는 욕구는 자동적으로 생성되지 않는다. 어떤 패치도
‘대표적‘이지 않으므로 홀로 진행되는 각 집단의 투쟁은 어떤 것도 자본주의를 전복하지 못할 것이다. - P248

진화론적 사고에 역사를 재도입하는 것은 이미 다른 생물학적 범주들에서 시작되었다. 한때 복제 가능한 단위의 상징이었던세포는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박테리아 사이에서 일어나는 공생의 - P262

역사적 산물인 것으로 판명되었다. DNA조차도 그것의 아미노산배열에서 한때 생각된 것보다 더 많은 역사를 지닌 것으로 판명되었다. 인간의 DNA는 부분적으로 바이러스다.
곰팡이는 이상적인 길잡이다. 곰팡이가 자기복제라는 철의 감옥에 순종한 적은 없었다. 박테리아처럼 어떤 곰팡이는 비생식적인 방식의 마주침을 통해 유전자를 교환해왔다(‘수평 유전자 전달horizontal gene transfer‘). 또한 많은 곰팡이가 ‘개체군‘은 말할 것도 없고, ‘개체‘와 ‘생물종으로 구분되는 자신들의 유전적 물질을 유지하기 싫어하는 것 같다. - P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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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전용사와 난민은 자유를 지지하고 실천하면서 미국 시민권을 둘러싸고 협상한다. 군사주의는 자유의 실천을통해 내재화되고, 풍경 속으로 스며들며, 채집 전략과 기업가 정신에 영감을 불어넣는다. - P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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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 - 1974-75년 일제전범기업 연쇄폭파사건
마쓰시타 류이치 지음, 송태욱 옮김 / 힐데와소피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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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미쓰비시 중공업 건물에 폭탄이 투척되어 지나가던 행인들이 사망하거나 중경상을 입는 일이 발생했다. 문제는 사망자나 부상자들 중 미쓰비시 중공업 근무자들 뿐 아니라 민간인들의 피해가 있었다는 데 있다. 

폭탄을 투척한 이들은 도쿄 행동위원회의 '늑대' 멤버들이 주축이 되었다.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이라는 호칭은 일찌감치 정해져 있었다.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이라는 이름은 전쟁 전부터의 제국주의적 체질을 그대로 질질 끌며 지금도 여전히 동아시아 국가들에 경제 침략을 계속하는 일본을, 침략당한 측의 인민과 연대하여 이 나라 내부에서 타도해 가자고 결의한 그들의 사상과 의지를 가장 정확하게 드러낸 호칭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 P177


늑대라는 호칭에서는 아직 누구의 손때도 묻지 않은 고고한 울림이 느껴졌다. 타협도 공모도 세차게 거절하고 싸우는 짐승이 늑대다. 인간에게 막다른 곳으로 몰려 사라진 일본 늑대를 떠올려 보면, 늑대를 부대의 이름으로 함으로써 자신들 역시 억압받은 사람 쪽에 있다고 선언하게 될 것이다. - P178


그들은 일본인이지만 일본의 제국주의와 대결하는 자세를 견지하며 무장 투쟁을 통해 혁명을 쟁취해야 한다 생각했다. 다이도지 마사시, 다이도지 아야코, 가타오카 도시아키, 사사키 노리오, 에키다 유키코, 사이토 노도카, 구로카와 요시마사가 그 주인공들이다. 


베트남 전쟁, 1965년 한일조약 소식이 들리자 일본의 민중들도 들고 일어섰다. 사회당/공산당 데모를 비롯하여 학생 운동이 도처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일본의 사회주의/공산주의는 다양한 색채의 분파들로 나뉘어 있었다(중핵파, ML파, 사청동해방파, 프롤레타리아 군단 등). 마사시는 1968년부터 1970년까지 도쿄의 많은 집회나 데모를 참여하면서 경험을 쌓았다. 이후 고료 고등학교 선배들이 주축이 된 사회주의 운동 단체에 아야코를 합류시킨다. 마사시는 1970년 미일안보조약이 개정된 후 무장 투쟁의 붐이 사그라들었으나 오히려 무장 투쟁을 생각한다. 이 때 마사시와 아야코 두 사람을 만나면서 늑대의 주요 구성원이 꾸려지고 이후에 도시아키, 요시마사 등이 합류하였다. 


1971년은 폭탄의 해라고 부를 만큼 다양한 행동을 시도했고 일부는 성공했다. 이들의 목적지는 전쟁을 미화하고 제국주의 행동을 실천한 이들을 순국이라 명명하고 세운 위령비나 묘지가 그 대상이 되었다. 중국인, 조선인인 뿐 아니라 아이누인, 오키나와인에 대한 차별과 탄압은 식민지라 명명하는 시기 이후에도 여전히 문제가 된 바 있다. 

이들은 하라하라사계라는 병사독본을 만들어 자신들의 투쟁 이론을 체계화했다. 《하라하라 시계》의 기술에는 종래의 좌익 또는 신좌익의 이론에서는 볼 수 없는 특징이 있다. 우선 글 어디에도 마르크스, 레닌의 이름이 등장하지 않고, 일본의 노동자 계급 자체도 제국주의 본국인으로서 부정되고 있다는 점이다. ‘늑대‘가 유일하게 연대를 표명하는 노동자는 산(山) 등 인력 시장의 유동적 노동자(그들은《하라하라 시계》에서 사용한 유민=날품팔이 노동자를 나중에 이런 표현으로 바꿨다)뿐이다. 나아가 자주 나오는 것은 아이누이고 오키나와 인민이며 조선 인민이다. - P58


그렇다면 이들이 1974년 미쓰비시 중공업 건물에 폭탄을 터뜨리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사실 이들의 행동 목표는 다른 것이었다. 

왜 이 나라에서는 반권력 투쟁이 지속하지 못하는지 논의했습니다. 확실히 소수의 투쟁은 있습니다. 그러나 대중적으로 지속하지는 못합니다. 그것은 천황제 이데올로기에 압도적으로 젖어 있기 때문이고 또 따뜻이 입고 배불리 먹는 가운데 싸울 상대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바로 그렇기에 천황을 공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이지요. - P281~282

실 목적은 이렇게 (황족 전용열차를 탄) 천황을 암살하는 것(무지개 작전)이었으나 결국 실현되지 않았고, 또 이 무렵 한국에서 박정희의 권총 저격과 함께 육영수가 사망하면서 이들의 마음은 조급해졌던 것이다. 


하지만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이들의 폭탄 투척은 실패했고 사건과 관련 없는 사람들의 피해가 있었다. 그들은 폭탄을 터뜨리기 전 예고 전화도 하고 대비할 시간이 충분했다고 믿었다. 그러나 막상 폭탄에 의해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자 충격에 빠진다(이들은 작전 전에 청산가리 캡슐을 준비한 바 있다). 


멤버들이 체포가 되자 가족들은 평범하게 살아갈 수 없게 되었다. 그들은 가해자의 부모가 되었고 피해자들의 가족이나 친지들에 의해 손가락질을 당하게 되었다. 그들이 피해 다니면 “응당 사죄를 해야 하지 않나요?”라는 말을 들어야 했고 그건 오해입니다 라고 말하기에는 후폭풍을 감당할 수 없었다.


마사시는 왜 기업 연쇄 폭파를 시도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진술에서 다음과 같이 답했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 이래 늘 해외에서 여러 가지 자원이나 재료 공급처를 찾았고 그 결과 타이완, 조선, 중국, 인도차이나에 대해 군사 침략을 하고 식민지화하여 그 이익으로 일본의 사회 구조를 구축해왔습니다. 그리고 전후에는 표면적으로 형태가 가드리잠 기업이 해외로 진출하여 값싼 노동력을 구함과 동시에 해외 국가에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공해 물질을 방류하여 이른바 기업에 의한 침략을 했고, 기업 침략에 의한 착취로 일본의 사회 구조를 형성해 왔다는 것이 저의 기본적인 인식입니다. 한편 기존 좌익은 혁명을 일본의 노동자 계급에 의한 투쟁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만, 저는 일본의 노동자 계급은 식민지화나 기업에 의한 침략에 편입된, 이른바 제국주의 노동자이고, 그에 따라 진정한 혁명은 바랄 수도 없는 것이며, 저는 기업 침략으로 착취당하고 있는 이른바 식민지 노동자의 투쟁에 의해서만 진정한 혁명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중략) - P77

그러니까 동아시아 반일 무장전선이 다른 좌익과 다른 점은 일본 제국주의 식민지 경영으로 부를 쌓은 기업의 노동자를 평범한 노동자가 아닌 제국주의 논리에 편승하는 노동자로 보는 인식이 다른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떠오른 몇 가지 단상들이 있었다. 


폭탄의 위력을 확인하지도 않고 투척을 감행한 것은 애시당초 위험의 강도를 너무 가볍게 판단한 것은 아닌가?

꼭 무장 투쟁이어야만 했는가? 다른 방법은 정말 없었을까?

전쟁에 반대하고 나와 가족을 지키는 일이 중요할까 아니면 지금의 체제를 뛰어넘은 혁명을 위해 뛰어드는 것을 선택하는 일이 중요했는가?(일상과 가정을 지키는 일은 내팽개쳐도 되는가?)

인민, 대중에 집중했을 때 사라질 수 있는 개별 인간의 구체성과 특수성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늑대 멤버들의 생각 중 일본 제국주의 침략 정당성을 비판하는 일에 대해서는 동의하나, 과연 그 기업에 근무하는 노동자라고 해서 무조건 비난할 수 있는가? 


어려운 문제라 곱씹어봐도 결론이 나오질 않았다. 아무래도 계속 고민해보면서 정리해보고 싶은 사안이 되지 않을까 싶다.


여름 방학 한달을 제외하고는 4월부터 매달 역사 독서 모임을 통해서 여러 주제의 책을 읽고 있다. 이번 달에는 이 책이 주인공이었다. 나도 결론 내리지 못한 사안들이 많아서 무척 열띤 토론이 되지 않을까 추측하는데 그 전개 과정에서 나올 다양한 이야기들이 무척 기대가 된다. 

어떤 책을 읽고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책은 적어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만한 충분하지 않나 생각한다. 속뜻을 모르고 제목만 보고 뻔한 내용일까봐 우려했던 나를 철저히 반성하며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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