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에 더는 책을 안 산다고 했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지키지 못할 약속. 실은 이게 다 그놈의 트롤리, 트롤리 때문이다! 넘치고 쌓이는 책을 주체하지 못하던 찰나에... 북카트용으로 트롤리 회색을 받고 싶었지만... 우아 역시 알라딘에는 나 같은 사람들 정말 많구나?! 회색은 이미 품절이 아닌가! 놀라워라.... 이렇게 망설이는 순간에 흰색도 품절될지 몰라! 이성을 잃고 책을 주문했다. 사실 내년에 사도 되는데, 되는데.... 그놈의 트롤리 때문에, 그렇게 예쁘지도 않은 트롤리 때문에! 그리고 <셰리>가 너무 급박하게 읽고 싶은 바람에.




미시마 유키오, <미시마 유키오의 편지교실>
미시마 유키오의 괴작(?)이 출간되었다. 보자마자 흥미가 생겨서 구매. 미시마 유키오는 <금각사>, <가면의 고백>, <봄눈>(이하 ‘풍요의 바다’ 시리즈) 등 세계문학전집류에 수록될 만한 작품이 있는가 하면 이 책처럼 아스트랄한 작품도 종종 보이는데 나는 그의 괴작도 재밌다.... 그래서 이런 종류의 작품도 번역되면 바로 사보는 편. 1966년 여성주간지 <여성자신>에 연재를 시작한 서간문 형식의 연애소설로, 젊고 연애에 미숙한 20대 커플과 어른의 연애를 즐기고픈 40대 중년 커플의 얽히고설키는 연애담이라고.

나는 <셰리> 읽느라 일단 이 책은 미뤄뒀는데, 집사2가 이 책이 재미나 보였는지 집어 들고 읽다가 미쳤나봐.... 중얼중얼. 일본 사람들은 좀 변태 같다! 라는 중간평. 미시마 유키오가 변태일걸! 극우, 할복자살, 성정체성, 육체 탐미, 다자이 오사무 혐오주의자 등의 이야기를 해주니 미시마 유키오가 이상한 사람으로 결론....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 <셰리>
콜레트는 내 취향 작가는 아니다. 파격적인 여사이긴 한데, 읽고 나면 항상 뭔가 부족해. 이 책도 살까 말까 고민 중이었는데... 일단 다락방이 꽂힌 키워드인 ‘금기의 사랑’에 눈이 가고, 아니 이 작품이 필립 로스 인생 소설 15편 중 하나라는 게 아닌가! (필립 로스, <사실들> 참조). 그러니까 갑자기 궁금. 필립 로스 안 좋아하는데 그의 인생 소설 15편은 왜 궁금?! 그런 데다가 비비언 고닉이 <끝나지 않은 일들>에서 콜레트의 이 작품을 이야기 하고 있단다. 그러니까 더 궁금. <셰리>를 다 읽었으니 고닉 언니가 뭐라고 했는지 한번 봐야겠군!  


    


조문영, <연루됨- 인류학자의 세상 읽기>
<빈곤 과정>을 쓴 인류학자 조문영의 새 책. 그가 2013년부터 2023년까지 10년간 여러 매체에 발표한 글을 골라 엮은 것으로, 생활에서 사회적 고통의 얽힘을 발견하고 바로 그 얽힘의 자리에서 길어 올린 연루의 감각으로 “더 단단한 이해”와 “더 책임 있는 비판”을 시도한다고.




손인서, <다민족 사회 대한민국- 이주민, 차별, 인종주의>
한국은 더는 단일민족 사회가 아니다. 그렇지 않은가? 그런데도 어느 나라보다 타 인종에 대한 차별이 심한 사회가 아닐까. 특히나 상대의 피부색이 짙을수록 더 그런 것 같다. 이 책은 ‘다민족 사회’라는 키워드에서 출발해 한국의 여러 이주민 문제를 분석한다. 목차를 보니 흥미로워서 구매.




어머 너무 소박해서 낯설어라....... 근데 이렇게만 사도 5만원 훌쩍 넘는 현실... ㅠㅠ



아니 근데 사실은 급박하게 책 산 거 다 트롤리 때문이잖아? 그래서 트롤리를 까봤습니다. 참 쉽더군요. 저는 이케아 같은 가구 조립해야 해서 사지 않습니다. 너무 귀찮아;; 조립도 잘 못하는 똥손이야. 그런데도 이건 쉽게 조립! 완성!





이사 왔을 때만 하더라도 서재 외에는 절대 책을 다른 공간에 쌓아두지 않기로 집사2와 약속했으나............




(예전에는 이랬습니다... 이사 초기)




현재 내 방 상태. 쌓이고 쌓이고 쌓이고. 포화.




(예전에는 저랬따니까요....냥 3호님의 쉼터이기도 했는데...) 넘나 깨끗하구나.



나 돌아갈래~~~ 저때로 ㅋㅋㅋㅋㅋㅋㅋㅋ



책탑 한 줄로 보이죠?! ㅋㅋㅋㅋㅋㅋㅋ



뒤에도 또 있지롱! ㅋㅋㅋㅋㅋㅋㅋ 자랑이다. ㅜㅜ


아무튼 바로 여기에 쌓인 것을 처리하고 싶었다........만




으아! 안 들어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사이즈 미리 재보기는 했다. 안 들어가는 거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트롤리 그레이가 품절이 되니까 왠지 마음이 급박해져서 이걸 받은 거죠. 굳이...




이렇게도 안 들어간다... 그리고 밉다.... -_-그레이면 그나마 괜찮았을 텐데....

그래서 여긴 그냥 원래대로 복귀.....




그리고 여기! 바로 문제의 책탑 현장22222222222222



이사 왔을 때만 하더라도 이랬는데.... (아름다운 정리...)




현재는 사고 정리 못한 책, 읽은 책, 팔 책 마구 뒤섞여 있음.
아.......... 일단 이렇게 두자.


책 안 산다는 말 의미없다...의미없어냐옹....



토요일에 외출 후 집에 들어오는데 문 앞에 택배가 있었다. 집사2가 받아들고 너한테 온 거다! 하는데.. 나 뭐 주문한 거 없는데!? 에엥? 어디서 책 보냈나 하면서 받았는데 책치고는 너무 가벼워?! 보낸 사람 이름을 집사2가 읊는데... 앗 다락방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인간 뭘 보낸 거야?! 가벼운 걸 보니 커피인가?! 싶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이런 게 나왔나요? 전 처음 봅니다.  




한 개를 뜯어서 집사2랑 나눠먹었습니다.... 맛있더군요?! 그러나!!!!
앞으로 이걸 언제 다 먹을지 알 수 없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 년 동안 먹을지도.





아니 아침에 사진 찍으려고 열어봤다가 빵터짐 ㅋㅋㅋ 참크래커는 누가 넣어둔 거냐....?! 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메리 크리스마스~!! 트롤리는 예쁘지는 않지만 책은 꽤 들어갑니다냐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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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4-12-23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트롤리ㅋㅋㅋㅋㅋ 결국 사셨습니까!!! 이 방은 곧 다락방님 서재처럼 됩니다(… 는 과장이고, 잠자냥님은 절대 책장에 숙취해소제 등등을 놓지는 않겠지요ㅋㅋ).

잠자냥 2024-12-23 13:23   좋아요 1 | URL
ㅋㅋㅋ 다락방 방처럼 되기엔.....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에게도 책장을 앞쪽으로 정렬하라고 말해주고 싶네요... 네... 말만....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12-23 14:16   좋아요 2 | URL
무슨 말씀이세요? 제 책장이랑 다를 바가 없는데요? 에이~ 잠자냥 님도 별 수 없네! 제 책장이랑 똑같네요! 방에도 쌓아두고 이중으로 쌓아두고 난리났네~~

독서괭 2024-12-23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쉼터 다시 내놔라냐옹!!! (3호의 절규)

잠자냥 2024-12-23 14:33   좋아요 1 | URL
나도 너에게 쉼터를 다시 내주고 싶다냐옹.....

다락방 2024-12-23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문영 책은 저도 사려고 생각중입니다. 현재 한국 사회의 빈곤에 대하여 말하는 책들은 그 의미가 참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널리 읽히고 퍼뜨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작 읽어야 할 놈들은 관심도 없겠지만.. 정치인들에게 뿌리고 싶다. 아니다, 니들이 사 읽어랏!!

잠자냥 2024-12-23 14:34   좋아요 0 | URL
정치인들에게 뿌리지 마요. ㅋㅋㅋ 돈 벌어서 다들 어따 쓰는지 원. 정치인들 중에 저런 책이라도 좀 읽는 인간이 있으면 이 지경이 됐을까요? 에효....
이제 책은 내년에 사요. 우리...ㅋㅋㅋㅋㅋ

은하수 2024-12-23 15: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넘넘 재밌어서 읽으며 웃었네요~~
전 최소한 방바닥엔 안 쌓아 놨는데.... 큰일이네요!
저도 독서괭님 말씀에 격하게 끄덕입니다^^

잠자냥 2024-12-23 15:48   좋아요 1 | URL
방바닥에 쌓아 놔야 진정한 독서가입니다!
얼른 쌓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

2024-12-23 15: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2-23 15: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귀반이 2024-12-23 19: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증가하는 책 너무 보기 좋네요! (저도 책꽂이에는 여유가 있어야한다 하면서 꽉꽉 채우는데, 이 사진들 보니까 방바닥에 쌓기전까지는 아직 안전하다(?) 싶은 충족감이) ㅎㅎㅎ

잠자냥 2024-12-23 16:24   좋아요 0 | URL
이제 바닥에 쌓아봅시다....! ㅋㅋㅋㅋㅋ

stella.K 2024-12-23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과자상자 보니 군계일학이란 사자성어가 생각이나는군요.
아니 저럴 경우 까마귀 오자를 써서 군오일학이라고 해야하나요? 암튼...ㅋㅋㅋ
근데 과자, 진한 커피맛인가요? 뭔가 내 취향일 것 같다는 생각이...

잠자냥 2024-12-24 09:47   좋아요 0 | URL
커피맛이 진하게 나는 편입니다. 저는 오리지널 에이스보다는 이 에이스가 더 낫더군요.

초란공 2024-12-24 0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탑을 구경하다가 갑자기 <그로테스크>가 읽고 싶으시면 어쩌나 저도 긴장하고 내렸습니다만, 알라딘 트롤리라는 것이 이렇게 생긴 것이로군요!!! ㅋㅋ 알라딘 신간 소개에서 본 책이 다 여기 있군요!! ㅋㅋ 그나저나 트롤리 이벤트는 끝난건가요? ^^;;

잠자냥 2024-12-24 09:48   좋아요 1 | URL
우아... 지금 가서 확인해 보니까 트롤리는 다 품절이네요! 역시.... 흰색이라도 장만한 게 다행인 것 같아요. ㅋㅋ

자목련 2024-12-24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트롤리 꽤 튼튼해 보여서 급 관심이 가는데 이벤트는 끝난 것 같군요 ㅎ
넘어지지 않게 바닥에 쌓기!

잠자냥 2024-12-24 09:49   좋아요 0 | URL
생각보다는 책도 많이 들어가서 괜찮은 것 같아요.
그런데 정말 말씀하신 것처럼 흰색 두 종류도 다 품절이네요!
역시 빨리 사야해! ㅋㅋㅋㅋㅋㅋ
 

일종의 부패예요. 부끄럼 모르는 부패. 대개 형편없는 지도자가 있으면 많은 사람이 수치심을 느낍니다. 지금은 인종과 상관없이 트럼프를 부끄럽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지만 충분치 않아요. 아니,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그자는 매 순간 거짓말을 해요. 모든 게 거짓말이죠. (<토니 모리슨의 말>, 194)


공교로웠다. <토니 모리슨의 말>을 읽다가 다른 구절도 아닌 이 문장에서 그토록 공감하게 될 줄이야. 문제의 저 구절을 읽던 때는 윤 씨에 대한 두 번째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둔 지난 토요일 오후였다. “대개 형편없는 지도자가 있으면 많은 사람이 수치심을 느낀다.”는 말에 무척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부끄러움. 당사자는 부끄러움은커녕 후안무치 자체인데, 수치스러움은 그런 자를 대통령 자리에 앉힌 국민의 몫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날 그자는 탄핵당했다. 그러나 아직은 과정 중일 뿐이고 그로 말미암은 부끄러움과 수치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다가 문득 책으로 돌아와 생각해 본다. 토니 모리슨은 다행인지도 모르겠다고. 그녀가 그토록 부끄럽게 여긴 인물이 또다시 미국 대통령 자리에 오르는 걸 보지 않고 저세상으로 갔으니 그나마 다행이 아닌가 싶은.

 

저 구절은 토니 모리슨이 타계하기 몇 해 전에 이루어진 마지막 인터뷰에서 따왔다. <토니 모리슨의 말>은 그녀가 랜덤하우스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던 시절의 생애 첫 인터뷰부터 세상을 떠나기 몇 년 전 남긴 마지막 인터뷰까지 모두 여덟 편의 대화를 담고 있다. 1973년부터 2012년까지 40년에 달하는 세월 동안 이혼 후 편집자로 일하며 두 아이를 키운 싱글맘으로서의 삶, 흑인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기까지 어떤 작품들을 어떠한 생각으로 썼는지, 작가로서의 삶, 현재의 토니 모리슨이 존재하기까지 할머니, 엄마 등 그녀를 만들어준 가족이나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까지, 흑인이자, 여성이자, 어머니이자, 딸이자, 소설가로서 토니 모리슨의 삶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토니 모리슨이 쓴 작품들을 사랑하기에 작가로서 그녀의 생각과 삶이 무엇보다 궁금하다. 그런 중 토니 모리슨은 사랑이 얼음을 깨어가며 찾아든 장소들에 대해서 쓴다.”는 평론가 존 레너드John Leonard의 문장이 눈에 들어온다. 전에 나는 토니 모리슨의 <빌러비드>를 읽고서 사랑이 너무 짙어서라는 제목의 리뷰를 쓴 적이 있다. 그 작품에서 가장 인상 깊던 구절이다. 그러니까 작중 인물인 폴 디세서에게 이렇게 말한다. “당신의 사랑은 너무 진하다.”라고. <빌러비드>에서 그려진 그 사건은 사랑이 너무 짙어서 일어난 일이었다. 그리고 어느 평론가는 그녀의 작품을 일컬어 사랑이 얼음을 깨어가며 찾아든 장소들에 대해서 쓴다라고 말한다. 인터뷰어는 토니 모리슨에게 이렇게 질문한다. 당신은 사랑이 은유라고 했다, 당신의 소설에서 사랑은 아주 다양한 방식과 형태로 나타나고, 당신의 소설 속 여성은 사랑을 위해 대부분 엄청난 일들을 한다고. 예컨대 보험금을 타서 집을 사고 아이들을 키우는 데 쓰려고 스스로 다리를 절단하는 할머니이거나 노예의 삶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서 자식을 제 손으로 죽이는 엄마이거나 등등. 이것은 과연 어떤 사랑이냐고.

 

토니 모리슨은 그 질문에 그건 매우 격렬한 사랑이라고, 강력하고 심지어 왜곡된 사랑이라고 답한다. 그들이 너무 극심한 압박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내가 원해서 세상에 태어난 게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토니 모리슨은 그 자신 또한 그렇게 생각한다고 덧붙인다. “우리는 우리의 의지로 여기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의지로 여기 있고 떠나기 전에 존중받을 만한 일, 남을 돌보는 일을 해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합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 누군가를 돌보는 일, 타인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일은 아주 흥미롭고 까다로우며 지적으로, 그리고 도덕적으로 무척 힘든 일입니다.”(<토니 모리슨의 말>, 45)

 

내 의지로 여기 있다고? 그 의미를 여러 번 곱씹어본다. 내가 원해서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아니라고, 선택권이 있었다면 태어나지 않는 쪽을 골랐을 거라고 늘 생각하던 나에게 토니 모리슨의 이 말은 조금 충격적으로 들리기까지 한다. 토니 모리슨 그녀 자신은 물론 그가 그리는 세계의 인물들-대개 흑인-은 이 세상에 태어나길 잘했다고 생각하기는 어려운 부류, 아니 어쩌면 태어나지 않는 게 나았으리라 생각하기 쉬운 부류이다. 그렇기 때문에 <빌러비드>세서는 자식에게까지 노예의 삶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서 제 손으로 딸을 죽이고 마는 게 아니었을까. 그런 인물들, 그리고 그런 인물들을 창조한 사람이 우리는 우리의 의지로 여기 있다.”고 말하다니 나 같은 염세주의자는 한방 얻어맞은 듯한 기분이 든다.

 

이어지는 토니 모리슨의 대답에서 아,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기에, 그처럼 강한 사람이기에 그런 작품들을 쓸 수 있었구나 수긍하게 된다. 인터뷰어는 사랑이 너무 진해졌다는 걸 어떻게 알 수 있느냐하고 묻는다. 토니 모리슨은 사랑이 넘칠 때는 언제이고 부족할 때는 언제인지 잘 알 수 없지만 그것은 곧 인간의 마음과 영혼의 문제이므로 사랑하기를 시도해봐야 한다고 답한다. 사랑을 하지 않으면 자신이 빈곤해진다고, 마음이 빈곤해진다고. 사랑 없이 산다는 것은 재미도 없고 위험도 없다고. 위험을 무릅쓰지 않는 삶이라고. 사랑은 살고 싶게 만들어줄 뿐만 아니라 삶을 당당한 것, 당당한 사건으로 만들어준다고. “사람들은 상처받기 싫어하죠. 남겨지고 싶어 하지 않아요. 버려지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사랑이 꼭 남에게 주는 선물인 것처럼 이야기합니다. 실은 자신에게 주는 선물인데 말입니다.”(같은 책, 49)

 

그러니까 토니 모리슨이 흑인 여성의 범주 안에서-그녀는 결코 자신이 흑인 여성 작가라고 불리는 것을 거부하지 않는다. 그 범주 안에서 누구보다 철저하게 흑인의 이야기를 쓴다. 누군가는 그녀에게 그 정도 실력이면 이제 보편적인 이야기, 그러니까 흑인의 범주를 벗어난 이야기를 쓰라고도 말했다지만 그녀는 그러기를 거부한다. 이렇게 일축한다. “보편적인 예술이 더 훌륭하다는 은근히 인종차별적인 주장은 철저히 꾸며낸 것.”(같은 책, 30)이라고- 자기 인종의 이야기를 때로는 치부를 드러내 보이면서까지 줄기차게 쓴다. 그녀가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누구보다 블랙, 그러니까 흑인을 사랑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그 짙고 깊은 사랑이 돌고 돌아와 그녀 자신에게 선물이 된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 사랑은 흑인을 무조건 영웅적으로 그리거나 아름답게 그리려는 그 시절의 풍조마저 거부하고 가장 진실한 방식으로 가장 눈에 보이지 않는 흑인의 이야기를 쓰는 방식으로 표현되었으리라.

 

이를테면 단지 가장 푸른 눈동자를 갖고 싶어 한 흑인 소녀의 이야기인 <가장 푸른 눈>이 그렇다. 그녀의 첫 작품인 <가장 푸른 눈>의 주인공은 흑인 소녀이다. 토니 모리슨이 보기에 연민의 감정으로든 멸시의 감정으로든 예술적 검토 대상이 된 모든 인물 가운데 특히 부재가 두드러진 이들은 취약한 흑인 소녀였다. 그들은 문학 작품에 등장해도 그저 웃음거리, 동정의 대상, 이해의 노력이 결여된 동정의 대상으로만 그려졌다. 그런 소외된 자들 중에서도 가장 소외된 이를 문학적으로 전면에 내세운 것은 그런 존재에 대한 짙은 애정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빌러비드>세서’, 자신의 손으로 자식을 죽인 그녀는 실존 인물인 마거릿 가너에서 따온 인물이다. 흑인 노예 여성이었던 마거릿 가너는 1856년 스스로 자신의 두 살배기 딸을 살해한다. 토니 모리슨은 흑인의 역사를 깊이 탐구하면서도 영웅이거나 자랑할 만한, 본보기 삼을 만한 인물을 내세우기보다는 언제나 보통 사람들, 소외된 이들의 삶에 더 관심을 보였고 그들의 삶을 문학으로 구현하고자 했다. 그리고 그런 존재들-‘깜둥이’, ‘노예’, ‘흑인이라 불리며 모든 음침한 상징이거나 유령의 출몰과 같은 사건이거나 무질서, 붕괴, 성적 일탈의 표상으로서만 그려지곤 하던 이들에게 이름을 부여해 주고 그들도 피와 살을 지닌 존재이며 그렇기에 감정이 있고 가족이 있으며 삶이 있고, 그런 삶의 맥락 속에 자기들만의 이야기가 있음을 일깨워주었다. 이것이 모두 짙은 사랑이 아니면 무엇일까.

 

토니 모리슨은 자신의 마지막 작품에서 이런 세상을 꿈꾼다. ‘아이. 새로운 삶, 악이나 병에 면역이 된, 납치, 구타, 강간, 인종차별, 모욕, 상처, 자기혐오, 방기로부터 보호받는, 오류가 없는, 오직 선() 뿐인, 노여움은 빠진’ (<하느님 이 아이를 도우소서>, 237) 그런 세상- 그런 세상이 오기를 바라면서 부디 하느님 이 아이를 도우소서.’(241)라고 끝맺는다. 이 또한 이제는 그 짙은 사랑에서 비롯된 소망이 아닐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내 앞에는 아직 읽지 않은 토니 모리슨의 책이 몇 권 놓여 있다. 그녀는 자신의 가장 유명한 책으로 <빌러비드>를 꼽았다. 하지만 스스로 생각하는 최고의 작품은 그게 아니란다. 그 작품부터 읽어볼까? 그 깊고 짙은 사랑을 느껴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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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12-19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니 모리슨이 스스로 생각하는 최고의 작품은 무엇인가요?

잠자냥 2024-12-19 12:41   좋아요 0 | URL
락방아~ 이 책 샀지? ㅋㅋㅋ 스스로 찾아봐~ ㅋㅋㅋ 마지막 인터뷰에 나와...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4-12-19 12:48   좋아요 0 | URL
지금 책이 없어요. 알려주~~~~~~~~~~~~~~~ 알려줘요, 잠자냥님!

잠자냥 2024-12-19 13:19   좋아요 1 | URL
사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 댓글을 마음산책이 좋아합니다....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4-12-19 15:08   좋아요 0 | URL
집에 있다고요! 알려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12-19 15:18   좋아요 1 | URL
가서 확인해요! 알았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4-12-19 13: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좋네요. 토니 모리슨. 잠자냥님의 이 페이퍼도. 저 아직 두 작품밖에 못 읽었는데... 그래도 ˝예컨대 보험금을 타서 집을 사고 아이들을 키우는 데 쓰려고 스스로 다리를 절단하는 할머니이거나 노예의 삶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서 자식을 제 손으로 죽이는 엄마이거나˝ - 이 말을 알아들을 수 있어 기쁘네요 ㅎㅎ

잠자냥 2024-12-19 14:15   좋아요 2 | URL
그러니까 독서괭이 토니 모리슨의 그 주요 작품을 똭! 읽었다는 것입니다~!!

coolcat329 2024-12-20 09: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살 거에요. 제가 브라질커피 잠자냥님 추천보고 샀는데 요즘 제정신이 아니라 그만 땡투를 못했지 뭐에요 ㅠㅠ 지금 오는 중이라 취소도 안되고 ㅠㅠ
이 책 살 땐 정신차리겠습니다.
토니 모리슨 2025년엔 꼭 읽으려구요.
이 책이 도움이 된다니 꼭 사야지싶어요.

잠자냥 2024-12-20 11:27   좋아요 1 | URL
실망입니다!!! 제정신이 아니라니!!!🤣🤣 농담이고요… 마음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이 책 새해에 꼭 읽어보세요!

coolcat329 2024-12-20 11:46   좋아요 1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제 자신에게 실망을 😭
 

2024년의 마지막 달, 12월이다. 요즘 들었던 생각.

서른에 독립해 줄곧 TV 없이 살면서 별 불편함을 모르고 지내다가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 오면서 거실에 텔레비전이라는 것을 놓게 되었다. 올해로 12년째 나와 함께 살면서 덩달아 텔레비전 없는 삶에 익숙해진 집사2가 어느 날 “텔레비전 없이 사는 건 좋은데 안 보니까 사람들하고 진짜 가벼운 대화도 못 하겠어. 사람들이 하는 말 못 알아들어서 약간 별종 취급까지 받잖아!” 말했고 그 이야기에 조금 고민했다. 그러다가 결국 둘 다 영화를 좋아하니까 집에서 영화는 큰 화면으로 보자! 그래서 텔레비전을 놓게 된 것이다. 그 후로 나랑 집사2가 넷플릭스나 왓챠 같은 OTT 서비스를 보기 위한 게 아닌, 공중파를 보려고 텔레비전을 켠 횟수는 손에 꼽을 정도이다.

둘 다 기계하고 친하지 않아서 텔레비전 켜는 방법도 잘 모른다(우리 집 TV는 케이블 모드를 좀 다르게 작동해야 켜지는데 이게 영....어려워! 설치 기사가 알려주고 갔으나 까먹은 지 오래). 언젠가 한번은 둘이 산책하는데 사람들의 함성 소리가 들려온다. “오늘 무슨 날이야?” (폰으로 검색 후) “축구 한일전 한다는데?” “그럼 후반전이라도 볼까?” 집으로 돌아와 그제야 텔레비전을 켜보려고 애쓰던 우리 둘은....... 텔레비전 켜는 데 실패를 거듭하다가... 마침내 드디어 켰더니 후반전 40분이었다. 그러니까 40분 넘게 TV와 씨름을 벌인 우리 둘...... -_-; 그것도 벌써 언제였던가.

그날 이후 텔레비전은 다시 잠들었다. 그러다 내가 TV를 다시 켰던 날은 2022년 10월 29일이다. 이태원 참사가 있던 그날. 집사2는 일찍 잠들었고 잠이 오지 않아 누워서 트위터를 훑던 나는 기묘한 영상을 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핼러윈이라 이태원에서는 이러고 노는구나, 싶었는데...아무래도 이상했다(골목에 정신을 잃은 수많은 사람들이 누워있고 여기저기서 심폐소생술을 시도하던 그 영상). 장난이라고, 핼러윈 코스튬 플레이라고 보기엔 너무나 기괴해서 트위터를 검색하다가 이태원 사고 소식을 접하고는 텔레비전 뉴스를 켰다. 그날 밤새 뉴스를 봤다. 나는 아직도 그때 본 이미지들을 잊지 못한다. 여전히 이태원 그 근처를 지날 땐 소름이 끼친다. 이 나라와 그 정부에 대해서. 그들 중 아무도 처벌받은 이가 없다는 사실에 대해서.

내가 다시 텔레비전을 켠 것은 2024년 12월 4일 저녁이다. 12월 3일 밤 10시부터 잠들었던 나는 그날 10시 이후로 이 땅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알지 못하다가 아침이 되어서야 윤 씨가 12월 3일 밤 10시 22분쯤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6시간 만에 계엄 해제를 선언했음을 알게 되었다. 출근 이후 종일 뉴스 사이트를 들락거리던 나는 퇴근 후 텔레비전을 켰다. 그런데 뉴스는 내 기대치에 한참 부족했다. YTN 뉴스의 패널로 나온 어떤 이는 윤 씨의 내란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까지 하고 있었다. 이런 나라에서 이런 쓰레기 같은 뉴스를 도대체 왜 지켜보고 있을까. 텔레비전을 껐다. 텔레비전은 과연 어떤 정보를 내게 주는가? 볼 가치가 있는가? 또다시 고개를 가로저어본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다. 언젠가 은곰탱이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자만추”라는 말을 쓴 적이 있다. 근데 아무리 봐도 이상했는지, 그 말을 쓰는 내가 신기했는지, 그 말을 쓰는 맥락이 이상했는지, 은곰탱이가 물었다.

은오: 그 말 어디서 배웠어?
자냥: 텔레비전에서
은오: 무슨 뜻으로 쓴 거야?
자냥: 자고 나서 만남 추구 아니야?
은오: (빵 터짐) 텔레비전에서 그렇게 썼다고? 무슨 프로그램인데?
자냥: SNL코리아라고.. 쿠팡플레이인가 거기서 하는 건데, 신동엽이 진행해. 맨날 섹드립하는 방송이긴 한데... 거기서 그러던데?
은오: ㅋㅋㅋㅋㅋ 어쩐지... 근데 그런 것도 봐? 신기하네...
자냥: 집사2가 볼 때 몇 번 봤어.
은오: 근데 아무튼 그거 아니야!!! ‘자연스러운 만남 추구’야. ‘자만추’ 어디 가서 그렇게 쓰면 이상한 사람 취급받아!!!!!!

아.......... ‘자연스러운 만남 추구와’ ‘자고 나서 만남 추구’............ 똑같은 “자만추”인데 의미는 이렇게나 다르다. 은곰탱이가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으면 나는 아직도 텔레비전에서 배운 이상한 용어를 쓰면서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고 있을 게 아닌가..... 텔레비전은 과연 어떤 정보를 내게 주는가? 볼 가치가 있는가? 또 다시 고개를 가로저어본다.

2022년 내가 뉴스를 보며 밤을 지새우게 했던 그 정부는 2024년 다시 나를 TV 뉴스 앞으로 이끌었다. 벌써부터 피로감이 든다. 윤 씨의 혐오스러운 얼굴을 더는 마주하고 싶지 않아서 이번 사태로 다시 텔레비전 뉴스를 볼 것 같지는 않다. 다만 그럼에도 내가 다시 뉴스를 켜게 되는 일이 있다면 그때는 윤 씨가 그의 사기꾼 와이프와 함께 감옥에 갇히는 장면 때문이기를 빌어본다.

텔레비전보다 책에 더 많은 시간을 들이는 이 인생, 나름 잘 살고 있지 않은가?!



블라디미르 장켈레비치, <죽음 : 이토록 가깝고 이토록 먼>
가까운 이들이 이런저런 질병을 앓고, 그런 까닭에 어느 해보다 자주 병원을 드나들면서 삶과 죽음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보게 되는 한해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삶 쪽에 더 많은 생각을 기울였다면 이제는 죽음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되는 나이가 되었구나........ 그런 즈음에 출간된 이 책은 눈길이 가지 않을 수가 없다. “죽음 사유에 대한 기념비적 저작”이라는데.
 


앙리 라보리, <도피 예찬>
도피하라! 말 그대로 도피를 예찬하는 책이다. 얼마나 매력적인가! 사실 내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책읽기를 무엇보다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거지같은 현실이나 절로 눈살이 찌푸려지는 인간들로부터 도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날 때부터 도피 환자로서 도피 예찬자를 만나다니!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피터 싱어, <기근 풍요 도덕>
피터 싱어의 새 책이 나왔다. 그는 말한다. 눈앞의 어린이가 물에 빠져 죽게 내버려 두는 것과 지구 반대편에서 굶어 죽는 아이를 방관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차이가 없다고. 말이 되느냐고? 피터 싱어의 세계에서는 그렇다. 또 그는 말한다. 도덕적으로 살기는 쉽지 않다고, 지금 당장 실천하라고. “많은 이들의 삶의 방식을 바꾼 현대 윤리학의 고전”- 책이 얇아서 다 읽고 이미 100자평 남김.




토마 피케티, <평등의 짧은 역사>
피케티의 두꺼운 책을 읽자고 벼르기만 하던 중 이 책이 나왔다. 그의 <21세기 자본>이나 <자본과 이데올로기> 등의 요약판 같은 책이라고 하기에 이 책부터 읽어봐야지.... 했는데 이 책을 비롯해 <21세기 자본>도 밀리의 서재에 있.........-_- 이 사실을 이미 종이책을 구입하고 난 후 알게 된 나는 아뿔싸! 했으나. 이런 책은 사실 전자책보다는 종이책으로 읽어야 제 맛 아닌가.




우치다 타츠루, <레비나스와 사랑의 현상학>
‘타자성의 철학’ 레비나스에 대해 알아갈수록 더 알고픈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완전 내 취향이야....). 이 책은 일본에서는 레비나스 연구 대가로 알려진 우치다 타츠루의 레비나스 연구가 집약되어 있다. 다른 책보다 일단 재밌을 거 같아서 구매.



에마누엘 레비나스, <존재에서 존재자로>
그러니까 잠자냥은 한국의 방구석 레비나스 연구 대가가... 되겠다능...(응?) 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의 포로수용소에서 쓰인 책으로 “타자(他者)를 동일자(나)로 환원하려는 서양 존재론의 전체주의적인 성격에 대한 비판을 배경”으로 한다.




파스칼 메르시어, <자기 결정>
존엄성을 지키면서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한 삶의 방식에 관한 책. 행복까지 추구하지는 않더라도 존엄성은 지키면서 살고 싶구나. 페터 비에리, 아니 파스칼 메르시어가 '어떻게 살 것인가?'를 주제로 2011년에 열린 3일간의 강연을 토대로 쓴 책-




토니 모리슨, <토니 모리슨의 말>
닥치고 사요. 출간 알림 보자마자 장바구니에 담았는데 계속 출고일이 미뤄져서 아 답답해! 아 답답해! 외치던 중 드디어 내일 오전 7시 도착!! 떠서 바로 구매.




멀리사 피보스, <내 어둠은 지상에서 내 작품이 되었다>
출간 알림 설정해놓고 기다리던 책이다. 부제는 “여성의 몸, 자아, 욕망, 트라우마에 대한 진실은 무엇인가? 현대의 페르세포네들을 위한 새로운 하이브리드 텍스트” 현재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논픽션 글쓰기 교수인 멀리사 피보스의 대표작. “‘잡년’ 취급받으며 괴롭힘당한 청소년기와 도미나트릭스로서 성노동에 종사한 20대 초반 시절을 주로 다루면서 가부장제 체제가 여성의 10대 시절부터 30대에 이르기까지 자아 형성과 인간관계 등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날카롭게 분석”한다고. 어떤 의미에서는 레이첼 모렌, <페이드 포>와 비슷할 것 같기도.




이민주, <페미사냥- 젠더 정치 탐구>
이 시리즈가 종종 밀리의 서재에서 발견된바, 이 책도 곧 올라오지 않을까 싶어서 기다려보려고 했으나 종이책으로 읽고 싶어서 급박하게 주문해서 급박하게 읽고 급박하게 100자평도 남김. 일단 저자 자신이 ‘서브컬쳐 오타쿠’로서 내부 분석이 흡인력 있었고 나처럼 그 세계 문외한인 이들에게 그 세계의 심리를 이해하는 데 꽤 도움을 주었다....만 현재 일어나고 있는 페미사냥이 그 오타쿠들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예니 에르펜베크, <카이로스>
요즘 소설이 재미가 없다.... 문학이 잘 안 읽히는 때가 있는데 요즘이 바로 그런 게 아닐까. 그런 중에도 눈에 들어온 이 책. 12월에 문학은 아마 이 책이 유일하게 지른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념의 세계가 무너지며 펼쳐지는 격정 로맨스”! ㅋㅋㅋㅋㅋㅋㅋ 베를린 장벽 붕괴라는 역사의 격동기를 무대로 펼쳐지는 한 남녀의 만남과 이별을 그린다고.





2024년의 책탑은 이것으로 끝.....! (징짜?!)




그나저나 윤 씨 내란 사태 때문에 트위터를 훑다가 엥? 이거 어디서 많이 본 건데....? 싶었더니! 아하! 내가 남긴 100자평이 마음에 들었는지 반비 출판사 관계자(이 책의 편집자 또는 마케터가 아닐까 추측 중)가 리트윗을 한 게 내 트위터 타임라인까지 온 것이었다..... 저기요, 그 100자평 쓴 거 저랍니다. 저 잠자냥이 바로 저에요. 할 수도 없고. 아무튼 이 책은 훌륭하다. 제가 이 책 두 권이나 샀습니다. 한 권은 알라딘에서 한 권은 교보에서. 아무튼 이 책 읽고 리뷰 남겨서 ‘이달의 당선작’에 꼽히기도 했었으니... 뭐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내 책도 팔고 남의 책도 팔아주는 열일 편집자냥.... 이 책은 바로 이거랍니다.  






마지막으로 고냥이 사진- 내 껌딱지. 우리 3호 좀 보세요. 혼자 너무 어두운 방에 있지 말라고 알라딘 램프 켜주고 난 후 넘나 조용하기에 뭐하는지 몰래 가 봤더니... 꺄아아아 아 ㅏㅏㅏㅏㅏㅏㅏ ㅏ  너무 귀여워. >_< 저러고 한참 쳐다보고 있떠라고요?! 뭘 보니?! 내 사랑!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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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4-12-12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어떻게.. 문학이 이렇게 없을 수가!! 하면서 내리다가 마지막에 요즘 소설이 안 읽힌다고 하셔서 수긍.. 냐옹이사진은 왜이렇게 적냐고 항의하려다가 3호의 복실복실한 목털 보며 만족.. ㅋㅋㅋㅋ
저도 티비를 정말 안 봐서. 거실에 안 두고 작은방에 넣어두고 아이들이 볼 때만 켭니다. 뉴스도 유튜브라이브로 보는 게 더 빠르니까요. 자만추 뭔지 몰랐는데 배워가네요 ㅋㅋㅋ 같은 말 전혀 다른 뜻 ㅋㅋㅋㅋ 🤣🤣🤣🤣🤣 역시 신조어 함부로 쓰면 안 됨 ㅋㅋ 항상 은오님께 검증받고 쓰시기 바랍니다 ㅋㅋ
요즘 안 보던 뉴스 보느라 피곤해요. 이번 주말에 진전이 되길 바랍니다.ㅜㅜ

잠자냥 2024-12-12 12:49   좋아요 1 | URL
ㅋㅋㅋ 요즘 읽는 책도 거의 문학이 아니라서 리뷰도 거의 안 쓰는 잠자냥이....(문학책 아니면 리뷰 잘 안 쓰게 되더라고요). 3호 넘나 귀엽죠? 저 녀석은 정말 제가 출근할 때마다 눈물 그렁그렁해서 헤어지기 싫은 표정.. 고양이가 아니라 강아지가 아닌지?
자만추는.. 요즘 MZ들이 자만추를 추구한다고 해서 저는 더 자고 나서 만남 추구로 해석했따는 ㅋㅋㅋㅋ

다락방 2024-12-12 12: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싸- 잠자냥 님 페이퍼닷! 일단 좋아요 먼저 박고 시작하자!!

잠자냥 2024-12-12 12:50   좋아요 0 | URL
밥은 잘 먹었니~?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12-12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집에서 술 마실 때 아니면 티비를 거의 안보는데요, 그나마 술 마실 때 보는 것도 한정적이에요. 저 혼자서는 여행 프로그램이 좋아서 봤지만 가끔 뉴스를 보고 싶을 때도 틀어두면 아빠랑 싸우고 신경전 벌이기 때문에 함께 있을 때는 무조건 여행프로그램 보는 걸로 암묵적 합의를 했어요.
평일에는 시간이 없기도 했고 지난주에는 베트남에 가있기도 했고, 소식을 보는데 트튀터가 빠르고 좋기도 하지만 이번 주에는 뉴스를 좀 보고 싶은데, 아빠랑 보기는 싫고 ㅠㅠ 호텔 잡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ㅠㅠ

그나저나 저기 마지막 격정 로맨스.. 정말 격정일까요? 격정 로맨스 좋아하는데.. 사실 격정 붙은 거 다 별로 안격정 같아서... 흠흠.
일단 토니 모리슨의 말 담아가고요, 멀리사 피보스의 책도 담아갑니다. 오늘은 책을 좀 사야겠네요. 요즘 읽기는 더디지만 사는건 딱히 더디지 않은..

자는 맥락속에서 자만추 를 들은 적은 딱히 없었던 것 같고, 그런데 자만추, 를 들어보긴 들어봐서.. 그게 자연스런 만남 추구 군요. 저는 자지 만남 추구인줄... 이래서 사람들이 젊은 사람들과 좀 어울리고 그래야해요. 하아- 자지들끼리만 만나는 걸 추구합니다!!

다른 얘긴데, 저는 뉴스볼 때 좀 외로움을 느낍니다. (뜬금 고백)

잠자냥 2024-12-12 12:55   좋아요 0 | URL
사실 저도 요즘은 퇴근하고 나서 텔레비전 뉴스 틀게 되더라고요. 오늘도 보긴 볼 것 같은데.. 윤 씨가 국민 협박하는 담화 또 한 모양이더라고요? ㅋㅋㅋㅋ 미친넘..... 휴...
정치성향 다른 부모님하고 같이 텔레비전 뉴스 보면 더 혈압 오를 것 같기는 합니다. 저랑 제 동생들은 예전에 엄마집 텔레비전에서 티비조선 같은 채널 다 삭제해버렸어요.ㅋㅋㅋㅋ
이번 주말에 탄핵 잔치가 벌어질 것 같기는 해서 일단 뉴스는 저도 볼 것 같습니다.

격정로맨스 격정인지 아닌지는 제가 읽어볼 테니 그때 사도 늦지 않아!!!

아니 근데.. 다락방식 자만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치겠따. 이래서 사람은 가끔 텔레비전도 봐야하는 것일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회사에 젊은이들하고 자주 노는 다부장 왜 이래! ㅋㅋㅋㅋㅋ

건수하 2024-12-12 13:48   좋아요 1 | URL
......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군요 (충격)

잠자냥 2024-12-12 13:59   좋아요 0 | URL
너무 충격🤦🏻‍♀️

단발머리 2024-12-12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결혼했을 때 구입한 텔레비전이 고장나서 버리고 지금은 없는데... 하지만 유튜브를 많이 본다는 단점.
집사2님 말씀 맞는것이... 진짜 세상사 돌아가는 것에서 항상 한 발짝 느린듯한 기분입니다.
오늘 밤에도 뉴스 많이 볼 예정이에요. 이번주 토요일까지만 ........... 이라고 외쳐봅니다.

토니 모리슨이랑 우치다, 그리고 레비나스 담아갑니다. 많이 사고 싶은 달이네요, 12월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12-12 14:24   좋아요 0 | URL
네… 말씀드린 순간 조국 의원직 상실…. 네 그렇다고요…

Forgettable. 2024-12-12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잠자냥님 트친되고 싶네요 ㅋㅋㅋ 냥이사진 많이 올리시는지..
피터싱어 신간 나왔군요!! 나이도 많으신데 세상을 바꾸기 위해 열심히 사시는 분.. 회의주의에 빠지지 않는 게 정말 신기해요.
저는 자만추 자는만남추구인줄?

잠자냥 2024-12-12 14:02   좋아요 0 | URL
트위터는 거의 헛소리만 하다 금방 지우는 용도라서요. 고양이 사진은 여기에 젤 많이 올리는 거 같습니다!
자만추 ㅋㅋㅋ 저만 이상하게 생각한 건 아니었군요!

건수하 2024-12-12 13: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고 나서 만남 추구....

예전에 어느 노래 가사에 ‘요즘 연인들은 키스하고 시작한대‘ 라는 문구가 있었는데 말이죠...

잠자냥님이 급진적이라고 쓰려고 했는데 내려오다보니 그게 아니네요?


잠자냥 2024-12-12 14:00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 제가 급진적인 게 아니고, 이게 다 신동엽 때문이라니까요!
다락방이 달리 래디컬이겠습니까!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12-12 14:38   좋아요 1 | URL
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햇살과함께 2024-12-12 14:53   좋아요 2 | URL
ㅋㅋㅋ 은오님 아니었음 어쩔 뻔

잠자냥 2024-12-12 15:04   좋아요 1 | URL
문득 다락방하고 저랑 둘이 만났는데.... 은오가 알려준 뜻 모른 채 서로 ‘자만추‘라는 단어로 이야기하는 거 상상해봤더니...🤦🏻‍♀️ㅋㅋㅋㅋㅋㅋㅋ 🤦🏻‍♀️

은하수 2024-12-12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두 권 담아갑니다.~~~

텔레비전 없는 삶이라니... 상상도 할 수 없네요.
티비에 붙박이들이 주기적으로 바뀌면서 살았고
현재는 죽을 때까지 그럴 거 같은 위인이 한 명 있어서...
불가능한 삶도 수긍하면서 살아갑니다!그래서 저녁엔 무조건 내방으로 쏘옥~~~
자만추... 뜻을 알면 뭐하나요.
전 써먹을 데가 없어요 ㅠㅠ

잠자냥 2024-12-12 15:05   좋아요 0 | URL
현재는 죽을 때까지 그럴 거 같은 위인 ㅋㅋㅋㅋ 🤣🤣🤣🤣🤣
은하수 님은 자만추를 어디다 쓰실 수 있으려나.....?

자목련 2024-12-12 15: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상실과 발견>아껴가며 읽고 있어요. 정말 좋은 이 책은 잠자냥 님 통해 알게 되었고요!

은하수 2024-12-12 15:39   좋아요 0 | URL
저두 그래요^^
끝까지 천천히 잘 읽어봐요~~

잠자냥 2024-12-12 16:12   좋아요 1 | URL
반비 관계자들이 이 댓글도 봐야 할 텐데요 ㅋㅋㅋㅋ
근데 진짜 아껴 읽으시는 것... 맞지요? ㅋㅋㅋㅋ

망고 2024-12-12 15: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화가 이렇게 진행된거 아닐까요

잠자냥 : 난 자만추가 맞는거 같아(은곰탱 너를 지하실에 감금 동거^^한 후 사귀기까지의 과정이 넘 좋구나~😍)
은곰탱 : 언니!!!!요즘 바람펴? (자연스럽게 만난 다른 곰탱 누구야?🔥)

은곰탱이가 얼마나 놀랐을까ㅠㅠ

잠자냥 2024-12-12 16:11   좋아요 1 | URL
그새 누가 좋아요 눌렀나 봤떠니... 🤦🏻‍♀️

그건 아닌 거 같고... 잘생긴 양아치 에이스랑 자만추~ 뭐 그랬던 거 같아요.

꼬마요정 2024-12-12 17: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드라마 좋아해서 티비 없인 못 살아요 ㅎㅎㅎㅎ 윤 씨 때문에 제가 보는 드라마 다 결방해서 얼마나 짜증이 났던지...
안 그래도 도움 안 되는데 더더욱 삶에 도움이 안 돼요 정말!! 후딱 내려가든지 탄핵 되든지 해야지 거 참.
저는 계엄날 10시 반인가 35분인가 남편이 어? 윤이 계엄령 선포했다는데? 하길래 그게 무슨 씨나락 까먹는 소리냐고 티비를 켰죠. 진짜더라구요. 살다살다 계엄을 눈으로 본다고? 21세기 대한민국에서? 하여간 듣기 싫은 목소리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다는 말 듣는데 어이가 없어서... 국회에서 해제할 때까지 진짜 계속 티비 틀어놓고 기사 검색하고 그랬네요. 국회에서 해제한 후에 윤이 안 받으면 그건 진짜 내란에 외세 침입 구실 될 거니까 거기까진 안 가겠지 싶긴 했어요. 명분이 얼마나 중요한데.. 어쨌든 잠을 못 자서 담날 눈이 벌개서 힘들었네요. 얼마나 놀랐던지 그날 계엄 반대하는 한동훈이 멋져 보일 지경이었다니까요. 제 충격이 얼마나 컸을지 아시겠죠!!!!!!!!

하지만... 고양이는 사랑이죠 ㅎㅎㅎ 뒤통수 너무 귀여워요 ㅋㅋㅋㅋ 아... 책 얘기 해야하는데 책 다 없어짐...ㅠㅠ

잠자냥 2024-12-13 11:00   좋아요 1 | URL
아니 계엄 반대 한공훈한테 반할 뻔…! 충격이 얼마나 크셨을지 진짜 이해됩니다. 요정 님이나 저희집처럼 반려동물 많은 집은 진짜 일상 파괴되면 큰일이에요. 지난번에 북한 미사일 쐈다고 새벽에 사이렌 (결국 오보) 울렸을 때 울집 냥이들 혼비백산에 대피하라는데 도대체 이 녀석들을 어떻게 이고지고 가나 진짜 패닉이었다니까요. ㅠㅠ 일상을 살게 해다오…. 윤가 놈아!

공쟝쟝 2024-12-16 19: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잠자냥이 은오에게 좋은 걸 알려주는 줄 알았더니 은오가 잠자냥에게 좋은 것을 알려주는 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멀리서라도 은오야.. 지켜보고 있다!!!!!!!!! 저 잠자냥의 급진적인(?) 대중문화 해석을 잘 바로잡아 주려므나 ㅋㅋㅋ !! 자만추 정말 실망입니다! 잠자냥.

글구, 반비 백자평은 저도 읽고 너무 백자평이 좋아서 장바구니에 책 담았던 기억 있다요. 담기만 했어요. 담는 족족 사고 그런 사람 저는 아닙니다. ㅋㅋㅋㅋ

잠자냥 2024-12-17 06:59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좋은 거 알려주긴 ㅋㅋㅋㅋㅋㅌ 은곰탱이 인생 아니 곰생 망치지나 않으면 다행 ㅋㅋㅋㅋ 자만추 근데 왜 쟝하고 잘 어울리는지 모르겠넹! ㅋㅋㅋㅋㅋ

실망이다. 담는 족족 안 사다니!
 

언제부터인가 구독 서비스라는 것이 보편화되어서 사람들은 이것저것 다 “구독”한다. 심지어 커피도 구독..... 엥? 아무튼 이 구독 서비스라는 것을 탐탁지 않아하던 나조차도 결국 이런저런 구독서비스에 가입해서 유용(?)하게 즐겨 쓰고 있는데 내가 주로 쓰는 것들은 영화나 음악 뭐 그런 것들이다.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넷플릭스(가족 공유 계정)와 왓챠를 구독하고 있는데 엄밀히 말하자면 넷플릭스 계정은 동생이 결제 중이므로(하나의 아이디로 여러 집이 볼 수 있는), 내가 구독하는 서비스는 아니라고 볼 수 있다. 다달이 7천900원씩 결제하면서 보는 서비스가 왓챠인데, 왓챠는 넷플릭스에 비해 내 취향에 맞는 영화가 훨씬 많다. 주로 고전...영화인데(이 고전주의자!) 내겐 얼마나 보물 같은지 왓챠가 적자운영에 시달리다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소문을 들었을 땐 정말 슬펐...다만 어찌어찌 아직 운영 중인 것을 보니 그나마 다행. 최근에는 <녹색광선>으로 유명한 에릭 로메르 영화가 왕창 올라왔다. 이런 영화 서비스 없어지면 안 돼!!!

음악으로는 애플뮤직을 한 달에 8천900원인가 내면서 구독 중인데, 이건 사실 전에 듣다가 음, 이거면 실물 시디를 사는 게 낫지 않겠어? 하면서 끊었다가.... 도저희 허구한날 CD를 열어서 컴퓨터에 넣어서 음원을 추출해서 아이튠 보관함에 넣어서 핸드폰 또는 아이팟으로 전송해서 듣는 작업을 새 앨범 나올 때마다 하는 짓이.......(와 진짜 무슨 미개인 같다 ㅋㅋㅋㅋㅋㅋ) 도대체가 내가 봐도 어리석고 부질없는 짓 같아서 그냥 CD 사지 말고 애플뮤직 음원으로 듣자... 하고 재구독하기 시작. 무엇보다 앞으로 내가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나날보다는 길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자 저 많은 시디를.... 관짝에(?) 지고 들어갈 것도 아닌데 이제 그만 사는 게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젠 무형의 음원을 구해서 듣기로 했다. 책에도 그런 생각이 가끔 들기는 하는데... 책은 종이책에 대한 애정을 영원히 못 버릴 것 같다. 아무튼 음악조차 나는 사대주의 취향(서양음악 애호가 -_-;)이라 멜롱이나 벅스 같은 국내 음원 서비스는 길게 이용해본 적이 없다(내가 찾는 음원은 거의 없더라고...). 아무튼 그래서 애플뮤직도 구독료가 아깝지 않을 만큼 잘 듣고 있는데..........

내가 난데없이 구독! 서비스를 이야기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 신세계 구독 서비스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바로 그것은 밀리의 서재! 앞서 말했듯이 나는 어마무지한 종이책 애호가라 전자책에 대한 저항감도 컸고 심지어 그걸 “구독”한다는 게 영 마뜩치 않아서 밀리의 서재나 리디북스 같은 거 나왔을 때도 콧방귀만 뀌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어느 날 “밀리의 서재 무료 이용 한 달만 해 보세요~” 소리에 홀랑 넘어가서(아니 사실은 회사 일 때문에 전자책 구독 서비스 탐방&연구 ㅋㅋㅋㅋ) 이용하다 보니 한 달에 9천900원 내고 정기 이용하는 독자가 되어 있더라. 일단 내가 놀란 점은 찾아보면 내 취향 책이 꽤 있다는 점(사실 내가 100% 읽지 않는 로맨스나 BL이나 GL이 대다수일 것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었다ㅋㅋㅋㅋㅋㅋㅋ), 출퇴근길에는 핸폰으로 가볍게 읽고(이럴 땐 주로 가볍게 읽을 만한 책을 읽는다), 회사에서는 틈틈이 PC버전으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집중해서 읽을 만한 책을 읽을 수 있다는(예: 조너선 하이트, <바른 마음>) 장점이 있는 게 아닌가! 여기서 잠깐, 아니 회사에서 틈틈이 책을 읽는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잠자냥은..... 일할 때는 회사 책 읽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쉴 때는 틈틈이 남의 책을 읽는 책환자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자책의 장점은 밑줄 그은 문장 일일이 입력해서 아카이브에 따로 저장하는 귀찮은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그냥 복사해서 저장해두면 끝!! 오오오. 이런 편리함. 게다가 글자 포인트 맘대로 조절하는 기능도 눈이 침침해지는 나이 든 독자에게는 신세계- 아무튼 그래서 밀리의 서재 전자책 구독 서비스를 발견한 잠자냥은 요즘 또 다른 독서의 재미에 빠졌다.. 뭐 그런 이야기입니다. 최근에 100자평 남긴 책 중 <구매>로 나타나지 않은 책은 이렇게 거의 다 밀리의 서재에서 읽은 것입니다요.







최근 출간된 책 중 관심 도서를 담아두었다.(밀리의 서재)-담다 보면 읽은 듯한 착각이 드는 게 함정 ㅋㅋㅋ

매혹적이지 않습니까?? ㅋㅋㅋㅋ 아 나 밀리의 서재 영업 사원 아닌데....ㅋㅋㅋㅋㅋㅋㅋㅋ




<경제학 천재들의 자본주의 워크숍> 은 도서관 희망도서로 신청해서 읽었던 건데 연체를 오래 하는 바람에, 현재까지 대출 정지자가 된 상태, 밀리의 서재 때문에 도서관에 가고 싶은 욕구도 많이 줄어들긴 했다.... 근데 희소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제 트위터 보다가 빵 터졌는데, 한강 언니 때문에 도서관 연체자 대(大)사면해준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살다살다 내가 한강 언니 덕을 다 보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연체자이십니까? 사면해드리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피에르 부르디외, <상속자들- 학생과 문화>
최근 출간된 책 중 가장 눈에 띈다. 부르디외의 <상속자들>은 아니 에르노가 여러 차례 언급해서 사람들이 더 관심을 갖지 않았을까 싶은데 이 책이 번역되어 나왔다. “1964년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와 장클로드 파스롱이 함께 저술한 『상속자들』은 유럽사회학연구소에서 수행한 여러 연구와 공식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1960년대 프랑스의 교육체계와 학생들의 사회적 위치에 대해 분석한 책” 교육체계와 사회 계층 간의 관계를 비판적으로 분석함으로써, 68혁명에 큰 영향을 끼친 책으로도 유명하다.




록산 게이, <아무도 우리를 구해주지 않는다>
게이 언니의 새 책이 나왔다. 부제는 “주장과 비판, 불의에 참견해온 10년의 기록” 록산 게이의 글은 사실 나는 글 자체로서는 큰 매력을 느끼지는 못하는데(가슴을 울리는 미문은 아니라고 생각), 그렇지만 그의 주의 주장에는 어느 정도 공감하는 편이라 계속 읽게 되는 것 같다. 이 책에서도 “아이티계 흑인이라는 뿌리, 교수라는 지위, 성소수자라는 정체성, 몸집이 큰 여자이고 강간 피해자인 점 등 자신의 위치성에서 비롯한” 관점에서 쓰인 글들을 여럿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비비언 고닉, <미국 공산주의라는 로맨스- 사로잡힌 영혼들의 이야기>
비비언 고닉 신간인데 사지 않을 수가. <미국 공산주의라는 로맨스>라는 제목이 어찌 보면 재미없을 것 같기는 한데 그래서 더 재미있을 것 같은 모순. 고닉의 책 중에서는 <사나운 애착>을 마스터피스라고 생각하는데, 이 책도 아마 그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어서 기대 중. “미국 공산주의자들에 대한 기록이자 저자 자신의 또 다른 자기서사”-




에마누엘 레비나스, <전체성과 무한- 외재성에 대한 에세이>
레비나스의 <시간과 타자>를 밀리의 서재를 통해 매우 인상 깊게 읽고 나서 드디어 레비나스 전작을 읽을 때가 되었다는 생각에 이 책을 구매. 레비나스 전집은 아마 다 살 것 같다. 이 책은 레비나스 철학의 중심 개념들, 이를테면 “타자, 전체성, 무한, 초월, 책임, 향유, 맞아들임, 얼굴, 근접성” 등을 총망라하고 있다고.




알랭 바디우, <투사를 위한 철학- 정치와 철학의 관계>
철학과 정치의 관계, 민주주의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바디우의 글들이 실린 책으로 갑자기 읽고 싶어서 구매. <정치와 철학의 수수께끼 같은 관계>, <병사의 형상>, <정치: 비표현적인 변증법>을 제목으로 한 세 강연이 수록되어 있다.
    



차학경, <딕테>
소문으로만 듣던 그 책, 북펀딩에 참여했다. 실물 책은 아마 다음 주에 도착할 듯.



이반 부닌, <샌프란시스코에서 온 신사>
으아앙 부닌 책이다! 제가 이반 부닌 마니아입니다...... 러시아 작가 중 이토록 아름다운 글을 쓰는 작가가 또 있을까요? 이반 부닌은 러시아문학 사랑하는 잠자냥이 가장 사랑하는 러시아 작가 중 하나로(엥?) 부닌의 아름다운 문학의 극치를 느껴보고 싶다면 일단 <아르세니예프의 인생>을 읽어보셔야 하는데... 엥 이거 장편이잖아! 너무 길어! 하는 사람은 단편 <추운 가을>로 한번 시작해보십시오... 이 단편도 아름다움의 극치. 아무튼, 이 단편은 러시아문학 단편 모음집인 <아름답고 광포한 이 세상에서>에 실려 있는데 이 책이 또 완전 5별 최고 책이라는 거 아닙니까? 아무튼 <샌프란시스코에서 온 신사>에는 부닌의 작품성이 뛰어난 중단편 일곱 편을 모았다고.








아니 에르노, <탐닉>
아니 에르노 책은 가끔 무지 읽고 싶어지는데 <탐닉>은 아직 안 읽었던 것이라 이번에 읽어보기로. <탐닉>은 아니 에르노가 1991년 발표한 소설 <단순한 열정>의 모티프가 된 일기를 모은 책으로 <단순한 열정>에서 이야기한 사랑과 기다림의 시간을 날것 상태로 생생히 기록하고 있다고.




한강, <소년이 온다>
드디어 읽을 때가 되었다. 읽으면 너무 고통스러워질 것 같아서 그간 미루기만 했는데 이번에는 읽자. 한강 언니 덕분에 사면도 되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자책

지만지 책은 전자책으로 사야 합니다.... 종이책은 너무 비싸고 되팔 때 별로 값도 쳐주지 않고 그렇다고 밀리의 서재에서 만날 수도 없기 때문이지요. -_-
    



레오니트 안드레예프, <붉은 웃음>
러시아 소설가 안드레예프의 대표작. “1904년 발발한 러일전쟁을 다루고 있는 이 작품은 리얼리즘과 상징주의를 혼합한 새로운 표현주의 기법으로 전쟁의 무의미함과 공포에 사로잡힌 인간의 심리를 적나라하게 그려낸 수작”이라고. 요즘 읽고 있는데 수작 맞는 듯.....



아르투어 슈니츨러, <사랑의 유희>
읽고 100자평 남김. 인간심리 묘사에 빼어난 재능이 있는 슈니츨러가 기록한 사랑의 모습.




11월의 산책......... 11월에는 더 안 사!!!!!!!!!



책환자들은 남의 보관함 보는 재미가 좀 있지 않습니까?

밀리의 서재 구독한 뒤로는 전자책 구매가 확 줄었다... 밀리의 서재에서 볼 수 없는 지만지만 사는 듯....



그냥 가면 아쉬우니까... 독서괭이 또 고냥 사진 내놓으라고 할 거니까 자진납세...

보기 드문 우리 첫째 사진을 오랜만에 방출....



요즘 녀석이 부쩍 늙은 것 같아 짠해요........





이 녀석도 오랜만이죠? 울집 둘째..... 첫째랑 둘째는 6개월 차이로 둘 다 올해 열한 살.


최근에 나온 이 책.... 건수하님 통해서 알고 나서는 보관함에 담아두기는 했는데 좀 슬프다.... 크흑






아홉살 3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 진짜 아홉살이니? 아홉살이면 사람 나이로 40대 이상인데....




그리고 사랑의 막냉이.... 막냉이는.. 네짤........




 이런 아가들이 늙어가는 것을 보는 것은 뭔가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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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목련 2024-11-22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커피 구독도 있군요. 처음 알았어요.
2호의 눈빛이 심오해요.

잠자냥 2024-11-22 11:37   좋아요 0 | URL
ㅋㅋㅋ 가전제품 렌탈 서비스도 ˝구독˝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저는 정수기도 ˝구독˝ 중이네요 ㅋㅋㅋㅋㅋ

건수하 2024-11-22 11: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밀리의 서재 덕분에 책탑이 줄었군요. 종이책만 좋아할 것 같던 잠자냥도 변했다….!
11월 아직 남아서 더 사실 것 같은데 말입니다..?

장수 고양이~ 는 아는 집 고양이가 나와서 겸사겸사… (우리집 고양이가 훨씬 장수하고 있지만)

오늘 첫째 병원 가느라 휴가냈습니다.. 별일 아니어야 할텐데.

잠자냥 2024-11-22 12:22   좋아요 1 | URL
종이책>>>>>>>>>>>>>전자책... 이기는 합니다만 ㅋㅋ 종이책으로 확! 구매하고 싶지는 않은데 궁금한 책들이 좀 밀리의 서재에 있더라고요!
..... 오늘 또 한 권 지름요 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장수 고양이>에 아는 집 고양이가 나오는군요?
요즘 건수하님 지인이 책도 내고(<시티뷰>) 아는 집 고양이가 책에도 나오고...ㅋㅋㅋㅋ 건수하님 지인 지묘 풍년 엥? ㅋㅋㅋㅋ
첫째 무탈하길 바랍니다!

건수하 2024-11-22 12:24   좋아요 1 | URL
최근 지인이 낸 책 두 권 더 있습니다 ㅋㅋ

잠자냥 2024-11-22 12:34   좋아요 0 | URL
지인풍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다 건수하가 내는 겁니다!

다락방 2024-11-22 12: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피츠제럴드의 바질.. 이라뇨? 저거 뭐죠? 아 어이없네. 저는 피츠제럴드도 좋아하고 바질도 좋아하는데, 저 바질이 제가 좋아하는 그 바질.. 인가요?
아 오늘 페이퍼는 특히 더 사고 싶은 책이 많네요. 그 책들이 모두, 뭐랄까, 일단 사는 것만으로도 지적인 허영심이 채워질 것 같은 그런 책들.. 상속자들(이해 못할까봐 쫄림), 미국 공산주의 로맨스..
록산 게이 신간은 나온건 알고 있었는데 사실 ‘흐음 이제 록산 게이는 그만..‘ 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여기서 만나니까 ‘으음, 한 권 더?‘ 이렇게 되는건 왜때문이죠?

아아 혼란스럽다. 너무나 혼란스럽다. 이번주에 책 한 권도 안사려고 했는데.. 너무나 혼란스럽다 ㅠㅠ

건수하 2024-11-22 12:08   좋아요 0 | URL
우와 다락방님 이번주 아직 한 권도 안 사신 거예요? 무슨 큰 심경의 변회라도…? 이것도 어떤 결심인가요? 👍👍

다락방 2024-11-22 12:09   좋아요 2 | URL
아뇨아뇨 무슨 결심 같은건 아니고요, 이번주에 책을 너무 안읽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못사겠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런데 아마도 오늘 질러버릴 것 같습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월요일 책탑 페이퍼 기다리시는 분들이 계시니, 제가 안 사고 실망을 안겨드릴 순 없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11-22 12:31   좋아요 0 | URL
다락방/ 바질이 그 바질일걸요? 표지도 예쁘게 나오고..(헤밍웨이 <닉 애덤스>도 마찬가지) 저도 좋아하는 단편들이라 보관함에 담아뒀는데.. 밀리의 서재!에 있어서 일단 보관함에서 삭제... ㅋㅋㅋㅋ (미안해요 ~ 빛소굴... 그래도 전자책으로 읽어도 출판사에 몇 % 가기는 하니까요;;)

상속자들 제가 펼쳐봤는데 다락방 님 독서력이면 쉽게 읽는다~!!

담주 책탑 기다리겠습니다~!!

단발머리 2024-11-22 12: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아.......... 살다살다 잠자냥님 서재에서 밀리의 서재 이야기를 듣게 될 줄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밀리의 서재 구독하고 있는데 현재는 무료로 (핸폰 바꾸면서 주는 혜택이라고 들었습니다) 아주 잘 사용하고 있었는데, 이 혜택을 3,000원 할인으로 바꾼다는 이야기가 있어 무척 슬퍼하고 있습니다.

저도 잠자냥님이 말씀하신 모든 장점이 다 맘에 들고요. 핸폰 들고 누워서 침대에서 책 읽는 즐거움(바로 취침 가능) 역시 솔솔합니다.
그래도 잠자냥님 책탑이 낮아진다면 좀 서운할 듯 해요. 오늘따라 책등의 색조합이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요 ㅋㅋㅋㅋㅋㅋ부르디외 책이랑 록산 게이 책 담아갑니다. 고닉 책은 저도 곧 사려고 해요!

잠자냥 2024-11-22 12:33   좋아요 1 | URL
밀리의 서재에 아렌트 언니 책도 많습니다;;; 집에서는 종이책으로 읽고 회사에서도 읽고;; ㅋㅋㅋㅋ
저도 제 돈 주고 구독하기도 하고 kt 장기 가입자 혜택으로 한 달씩 구독 혜택 주기도 하고;;뭐 그래서 잘 이용하고 있어요. 그리고 일단 집에 책이 너무 쌓여서;; 웬만한 건 전자책으로....
그렇다고 제 책탑이 과연 얼마나 낮아질지;; 좀전에도 또 한 권 지름요;;;

건수하 2024-11-22 12:37   좋아요 2 | URL
끝이라더니… 역시…

단발머리 2024-11-22 12:44   좋아요 1 | URL
역시나 역시! 👍

잠자냥 2024-11-22 12:56   좋아요 1 | URL
아니... 쿨캣님한테 땡투하고 커피 원두 사다 보니...;;;;

페넬로페 2024-11-22 14:39   좋아요 1 | URL
밀리의 서재에서 학생은 할인을 많이 해주더라고요.
저는 딸아이 명의로 구독하고 있어요.
단발님도 기간 끝나면 그렇게 해보세요^^

단발머리 2024-11-22 15:50   좋아요 1 | URL
우아!! 저도 그거 알아봐야겠어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페넬로페님!

페넬로페 2024-11-22 14: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렇게 될 줄 몰랐는데
제가 전자책을 엄청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좋은 책도 많고, 우선 너무 편해서 좋습니다.
결혼계약이 벌써 올라왔군요~~
조금 기다릴걸요.
밑에서 두 번째 사진, 막냉이~~
넘넘~~~~~~~~~♡♡♡

잠자냥 2024-11-22 14:45   좋아요 1 | URL
편하죠! 일단 글자 크기 조절 가능 ㅋㅋㅋㅋㅋ
좋은 책 찾아 헤매는 재미도 있고요.
을유세계문학은... 제 생각에는 계속 밀리의 서재에 올라올 거 같아서 전 요즘 을유세계문학 신간으로 안 사고 있...;; 휴머니스트 세계문학도 거의 그렇더라고요....? ㅎㅎㅎ빛소굴 출판사에서 나온 문학들도 그렇고요.
요즘 아무튼 신간 나왔는데 밀리에 올라올 거 같은 책은 일단 구매를 미루고 있어요. ㅎㅎㅎ

의외로 구독서비스에 짠순이들이 민음/문동인 것 같아요.ㅋㅋㅋㅋㅋㅋ

그레이스 2024-11-27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이때문에 구독하는데 함께 곁다리로...ㅎㅎ 읽을 책을 안들고 나갔을때 해요^^
도서관도 전자책 구독 시스템을 사용하더라구요.

잠자냥 2024-11-22 17:03   좋아요 0 | URL
아하 학생들이 밀리를 많이 쓰는가보군요! 아 맞다… 도서관 전자책 시스템도 있지요. ㅎㅎ 전자책은 들고 나갈 필요 없는 거도 장점이긴 해요.

달자 2024-11-22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리의 서재는 월 정기 서비스료만 내면 무제한으로 사이트에 있는 이북을 다운받아서 전자책 리더기에서 볼 수 있는 시스템인가요??

잠자냥 2024-11-23 12:26   좋아요 1 | URL
네 한달에 일정 요금만 내면 밀리의 서재에 올라와 있는 전자책은 무제한으로 볼 수 있어요. 이북리더기, 스마트폰, PC버전 다 지원되고요… 한달 무료 서비스가 있으니까 한번 사용해보세요.. 달자 님처럼 해외에서 한귝책 구하기 어려운 분들에게도 좋을 것 같습니다…. (밀리 영업 사원된 느낌의 잠자냥 올림 ㅋㅋㅋ)

coolcat329 2024-11-23 10: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까 운전 중 읽다가 뒤에서 빵! 해서 이제야 정독했네요. ㅋ
밀리의 서재가 잠자냥님의 마음을 사로잡았군요. 밀리에게 잠자냥님을 뺏긴 느낌ㅠㅠ
저도 kt 장기사용자인데 밀리의 서재 혜택을 본듯도 합니다. 그럼 밀리는 휴대폰으로 책을 보시는 건가요?
이번 달 책을 한 권도 못 읽고 있으면서 또 관심이 가다니 ㅠ
이반 부닌 저 책 저도 살 예정인데 땡투가 가면 저인줄 아셔요.😚
냥1,2가 10살이 넘었군요. 모든 늙은 생명들은 다 슬퍼요. ㅠㅠ

잠자냥 2024-11-23 12:30   좋아요 2 | URL
ㅋㅋㅋ 운전 중 빵 터지셨다는 줄 알았어요. ㅋㅋㅋ
저 어디 안 가요!! ㅋㅋㅋㅋ 밀리의 서재에 밀리지 않게 앞으로도 종이책탑은 꾸준히 올이겠습니다….(엥?!🤣)
제 이뷱리더기는 크레마사윤드인데 초기 버전이라 그런지 밀리앱을 잘 인식 못해서 ㅋㅋㅋㅋ 크레마사운드로는 안 보고 있고요, 휴대폰하고 컴퓨터로 번갈아 보고 있어요.
이반 부닌 책 꼭 읽어보세요. 땡투도 감사…
네, 울 고냥이들 애기 같기만한데 언제 저렇게 나이 들었을까요..🥺

시에나 2024-11-23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밀리의 서재 진작에 애용하고 있었습죠.ㅎㅎㅎ 그런데 두꺼운 책은 읽다가 결국 종이책 사게 되고.ㅎㅎㅎ 한번 가볍게 읽고 싶은 책 위주로 쓱쓱 읽기에 너무 좋아요.

잠자냥 2024-11-25 12:50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가벼운 책 위주로 훑기 좋은 듯합니다.

공쟝쟝 2024-11-24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밀리로 찍먹하고 알라딘으로 애서가 부심 세운다!!!! ㅋㅋ 한강 덕에 사면 자냥, 아니 에르노-브루디외-페렉 삼인방 같이 읽어요!! (하지만 이번달엔 저도 더 사면 안된당 ㅋㅋㅋㅋ)

잠자냥 2024-11-25 12:50   좋아요 0 | URL
밀리가 찍먹이면 알라딘은 부먹인가요? ㅋㅋㅋ 공쟝쟝 요즘 너무 병렬독서 많이 하는 거 아님? ㅋㅋㅋㅋ
 

관통당한 몸들을 껴안는 피의 글쓰기
- 이브 엔슬러, <그들의 슬픔을 껴안을 수밖에>




저기 몸들이 있다
 여기 몸이 있고 그 몸 위에는 붉은 점들이 점점이 찍혀있다. 이 몸은 어떤 몸인가, 이 붉은 반점들은 또 무엇인가. <그들의 슬픔을 껴안을 수밖에> 책 표지를 보는 순간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이윽고 책장을 넘길수록 그 몸은 나의 몸이자 당신의 몸이기도 하고, 이 책에 실린 글들을 쓴 이브 엔슬러 그녀 자신의 몸이기도 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저 붉은 점들은 피, 그러니까 그 몸들이 흘린 핏방울이다. 저 몸은 어쩌면 지도일지도 모른다. 이 지구 곳곳에 흩어진 여성들의 몸의 지도, 그리고 붉은 점들은 그들이, 그녀들이 지금 어디선가 흘리고 있는 슬픔의 눈물이거나 고통의 핏방울이거나 침묵하는 외침일지도 모른다.


 볕 좋은 가을, <그들의 슬픔을 껴안을 수밖에>를 읽다 형언할 수 없는 아픔과 고통에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린다. 그러나 이 눈물은 내가 저 세계에 속하지 않았다는, 안도의 눈물일지도 모른다. 만일 내가 이브가 찾아 나선 세계 곳곳의 유린당한 여자들의 몸들이 존재하는 그 도시, 그 나라에서 살아가는 여자였다면 이렇게 한가롭게 그들의 슬픔을 책장 너머로 응시하면서 눈물 몇 방울을 흘리는 데에서 나도 공감과 연민을 지닌 존재라고 안도하며 책장을 덮을 수 있을까. 그럴 수는 없으리라. 그러나 이브는 그들의 슬픔을 가서 껴안는다.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아이티, 과테말라, 필리핀, 수단, 체첸공화국, 나이지리아, 콜롬비아, 네팔, 끝도 없이 이어지는 목록의 장소들을 찾아가 심신이 찢겨나가고 죽어서도 영원히 평안을 구하지 못하는 여성과 소녀들의 흐느낌을, 그 유령들이 흐느끼는 소리를 듣고 기록한다. 그 참혹한 기록을 마주하노라니 종이 위로도 피가 스며 나오는 듯하다.


 한편으로는 이브 엔슬러는 어떤 힘을 지닌 여성이기에 이런 글을 멀찍이 떨어져 쓰는 것으로도 모자라 직접 그 현장에서 듣고 기록하기를 주저하지 않았을까? 그이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다가 나는 또 한 번의 충격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이브 그녀 자신이, 그녀의 몸이 일찍이 폐허처럼 산산이 조각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만난 세계 곳곳의 성폭력 피해자들이 그러했듯이 이브 엔슬러 또한 어린 시절부터 성폭력으로 인해 심신이 찢겨나가고 영혼이 망가진 경험이 있는 피해자이자 생존자였기 때문이다. 그것도 가장 안전해야 할 장소-집이라는, 가정이라는 공간에서 누구보다도 그녀를 보호해줘야 할 임무를 지난 사람들-아버지로부터는 강간을, 어머니로부터는 방임과 구타를 지속적으로 당한 성폭력 피해자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런 자신을 이렇게 말한다. “출생과 동시에 실종”되었노라고, “무수히 많은 사라진 자들 중 하나”였노라고, 그런 그녀가 어떻게 이런 힘을 낼 수 있었을까, 이런 어마어마한 용기를 낼 수 있었을까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아니 감탄이라는 말은 적절하지 못하다.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이 먼 나라에서, 이토록 안전한 장소에서 잘 벼려진 책장을 통해 그들을 슬픔을 그저 느끼기만 할 뿐인데, 그녀는 어떻게 그토록 참혹한 환경에서 살아남아, 그녀와 닮은꼴이거나 또는 더 참혹한 총이 아닌 총보다 더한 또 다른 타인의 몸으로, 성기로 관통당한 여성들의 삶을 껴안고 슬픔을 함께 나누고 그것을 글로 알리는 일에 수십 년 가까이 지기의 한 몸을 던질 수 있는가, <그들의 슬픔을 껴안을 수밖에>를 읽는 일은 인간의 잔인함을 목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또 다른 인간의 위대함을 경험하는 이중의 시간이자 모순의 시간이기도 하다.

글쓰기가 그들을 구원하노니
 이브 엔슬러- 이브라는 이름의, 태어날 때부터 인간의 원죄를, 타락을, 추락을 떠올리게 하는 이름을 지녔던 그녀. 다섯 살 때부터 아버지로부터 지속적인 성폭력과 구타를 당하고 죽지도 못해 자라나야만 했던 그녀. 그녀는 자신이 추락하지 않고 있던 때가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브는 서는 법을 배우기도 전에 추락했으며, 아버지의 애정을 한 몸에 받았으므로 가정이라는 울타리에서 기댈 수 있는 평화와 안정을 구하기는커녕 폭력의 세계로 추락한다. 그런 그녀가 나락으로 떨어지면서도 산산이 부서지지 않는 연습을 하려면, 무언가 꼭 그녀 자신을 붙잡아줄 그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것이 바로 글쓰기였다.


 태초부터 추락하는 여자 이브에게 글쓰기는 구원이었다. 그녀는 글 쓰는 행위에서 자신을 발견한다. 그토록 위압적이고 폭력적인 장소와 사람들 속에서 글을 쓰는 행위를 통해 그것들 밖에서 존재할 수 있음을, 벗어날 수 있음을 깨닫는다. 또 여러 다른 얼굴들- 또 다른 페르소나를 통해 글을 쓰고 그러면서 자기 자신의 내면의 자아와 마주하면서 대화를 나눈다. 글쓰기는 이브 그녀를 자살과 광기로부터 구원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그 광기로 무언가를 빚어낼 수 있게 해준다. 글쓰기는 그녀에게 고백이자 발굴이며 구원이었고, 고발이기도 하다. 여기 생존자가 다른 생존자들을 글을 통하여 지켜내고 있다는 발굴이자 고발이다. 그녀가 말하듯이 글쓰기는 “혼돈과 폭력 속에서 의미”를 건져내는 행위이며 “글 속에서 아름다움을 만들어 낼 수”(p.22)도 있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고닉이 말한 “단지 고백하는 목소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진실을 말하는 페르소나”(비비언 고닉, <상황과 이야기>, p.31)에 가까우리라.


 이처럼 진실을 말하는 이브의 페르소나는 그녀 인생 대부분의, 그러니까 45년에 이르는 긴 시간 동안 수많은 글과 일기, 모놀로그, 연극, 기사, 에세이, 우화, 연설문, 시, 때로는 불평들처럼 일생의 천착과 호기심들이 결정을 이루어 이 책, 그러니까 그녀의 생애를 회고한 기록인 <그들의 슬픔을 껴안을 수밖에> 한 권을 낳았다. 이브는 자신의 추락을 추락할 자유라 명명한다. 거기서 미친 생동감과 찬란한 위험을 감지하기도 하지만 자신의 이 기록들이 그저 추락에 대한 기록일지도 모른다고 자조하기도 한다. 그렇다. 어쩌면 이 글들은 그녀가 말하듯이 “추락하는 장소들과 사람과 벽들, 전쟁과 펜데믹의 낙진, 사랑에 빠지고 또 헤어 나오던 일, 추락하는 제국, 갈라진 틈 사이로 추락하는 노숙자와 수감자와 성범죄피해자, 추방자들, 산산이 부서졌던 일, 누구 하나 내 말을 들어주지 않을 것 같은 막연한 두려움”에 관한 기록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추락에 관한 글들은 나를 기어이 울린다. 단지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머나먼 땅에 있는 나 같은 사람조차도 마음 저 깊숙한 곳에서 무언가를 끓어오르게 하여 이렇게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다는, 그들을 위해서 무언가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게 한다. 이렇게 볕 좋은 날 슬픔의 눈물을 흘리면서 그녀들을 잊지 않겠노라 다짐하는 아주 미미한 움직임조차 빚어 낼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이브의 이 파편 같은 글들은 단지 그녀의 인생을, 이야기를 기록한 일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문학적으로 아름다운 회고록으로서의 가치도 보여준다. “회고록은 증언도 우화도 분석적 기록도 아니다. 회고록이란 삶이라는 원료로부터 이야기를 끌어내 경험을 구체화하고 사건을 변형하고 지혜를 전달하는 자아라는 개념에 의해 통제되는 일관된 서사적 산문이다. 회고록 속의 진실은 실제 사건의 나열로 얻어지지 않는다. 작가가 당면한 경험을 열심히 노력하고 있음을 독자가 믿게 될 때 진실이 얻어진다. 작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는 중요치 않다. 중요한 것은 작가가 그 일을 큰 틀에서 이해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비비언 고닉, <상황과 이야기>, p.107)에 가장 가까운, 나의 이야기만이 아닌,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 이 세계의 진실에 가닿을 수 있는 가치를 지닌 책이 바로 이브 엔슬러의 <그들의 슬픔을 껴안을 수밖에>가 아닐까. 그리하여 이 책은 글을 쓰며 살고자 하는 나에게 글 쓰는 자의 자아와 태도, 관점까지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마련해 주기도 한다. 누군가에게 글쓰기는 하나의 생존방식으로 혼란을 염려하고, 타인의 횡포에 휩쓸리기를 거부하고, 어둠 속에서 조용히 눈물 흘리는 방식일 수도 있음을 일깨워준다.

인식하고 기억하라, 거기서 사유가 시작되니
 이브는 이 같은 글을 20년째 쓰고 있다. 자료를 통하거나 거리두기, 열정, 호소, 절망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해 이 같은 절절한 글을 쓴다. 그럼에도 고통에 찬 이들의 울부짖음은 셰계 안에 파묻히고 만다. 그녀는 콩고로 떠나기 전 10년 동안은 브이데이v-day라는 여성(시스젠더, 트랜스젠더, 젠더에서 기인한 폭력에 취약한 유동정 정체성을 지닌 모든 이들) 폭력 근절을 위한 글로벌 운동에 투신해왔다. 그런 그녀의 발걸음이 보스니아, 아프가니스탄, 아이티 등 세계의 강간 광산, 즉 강간이 전쟁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곳들을 향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으리라. 그러나 성고문과 여성을 파괴하려는 시도가 콩고만큼 끔찍하고 체계적으로 일어나는 곳을 본 적이 없노라고 그녀는 증언한다. 나 또한 콩고 내전 중 벌어지는 여성을 향한 잔혹한 페미사이드를 보며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브는 또 말한다. 이런 상황을 그저 페미사이드로만 칭하고 그들, 콩고 여성들의 미래가 심각한 위험에 처했다고 그저 말하는 것으로는 무언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이럴 때 세계의 대다수는 고개를 돌린다. 아니 그들을 돕는 척 흉내만 낸다. 세계 온갖 단체들이 콩고를 찾아가 성폭력 피해 여성들이 사는 곳을 방문한다.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눈물을 흘리지만 도와주겠다고 다시 찾아오는 사람은 없다. 콩고의 대통령도, 영부인도 그곳을 찾아 눈물은 흘리지만 딱히 무엇을 하지는 않는다. 상황이 이럴진대 콩고에서 멀리 떨어져, 자신이 사는 곳에서는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으리라 순진하게 믿고 살아가는 대다수 사람들에게 이 성폭럭 피해자들의 현실은 단지 먼 나라의 이야기일 뿐일 것이다. 같은 여성이더라도 그들의 슬픔에 공감하기란, 그 슬픔을 마치 내 것처럼 껴안기란 그리 쉽지 않다. “다른 여자를 믿는 일은 당신이 겪었던 고통과 두려움과 슬픔과 분노에도 손을 내미는 것”(p.122)을 뜻하므로 그렇게 하기란 견딜 수 없을 만큼 괴로운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브가 말하듯이 “거짓 속에 사는 것은 삶을 반만 사는 것과 같”(p.122)지 않을까. 진짜 이야기를 시작하고 그 진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행동부터가 어쩌면 고통스럽더라도 참 행복에 가까워지는 일이며 자유가 무엇인지 진실로 알게 되는 길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이브 엔슬러의 글들은 생각지도 못했던 이들의 슬픔과 고통을 내 앞으로 끌어와 그들의 삶을 통해 나의 삶을 반추하고 세계의 슬픔과 고통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작동하는지 돌아보게 한다. 이브가 말하는 사유의 과정은 기억하기, 인식하기, 책임지기 행위를 수반한다. 사유는 “눈앞에 있으나 우리가 바라보기를 거부하는 바로 그것에서 눈을 돌리지 않고 들여다보고 살펴보고 수치심을 기꺼이 끌어안으라고 요구한다. 사유는 개인과 집단의 책임과 그 둘이 언제, 어떻게 교차하는지를 결정한다. 진정한 사유에는 실수와 잘못, 악행을 인정하고 사과하며 필요하다면 생각이나 행동을 바꾸는 일까지도 뒤따른다.”(p,20) 인식하고, 기억하고, 책임지기-


 나는 이 안온한 장소에서, 콩고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제 전쟁, 그리고 그로 말미암은 페미사이드에 나조차도 공범이라는 생각을 인식하게 된다. 구리, 주석, 금, 아이폰과 컴퓨터에 들어가는 콜탄 같은 광물과 자원을 약탈하기 위해 벌어지는 그 경제 전쟁이 콩고 여성들의 몸을 유린하는 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내가 아이폰과 컴퓨터를 자주 교체할수록 콩고의 광물 수탈은 더욱 가속화된다. 여자들은 유린당하고 그곳의 가족과 공동체는 무너진다. 그곳 사람들은 다국적 기업의 대리인이자 광산 관리자인 민병대를 피해 달아난다. 민병대만이 두려운 존재인가? 여자의 몸을 관통하는 그들의 총은 아군과 적군이 따로 없다. 그들 모두가 여자들을 강간한다. 그곳에서 여자들에게는 제복을 입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적이다. 지도를 펼쳐놓고 보면 대량 강간이 일어나는 모든 곳에는 콜탄이 묻혀 있다. 콜탄은 컴퓨터와 플레이스테이션, 휴대전화에 들어가는 광물이다. 세계 곳곳의 사람들이 단지 휴대폰을 편하게 쓸 수 있게 하려고 여자들의 몸이 유린당하는 것이다. “식민주의와 자본주의, 인종차별주의가 얽혀 만든 죽음의 교차로가 여성의 몸을 관통”(p.141)하는 것이며, 이 자본주의의 최첨단을 걷는 나라에서 최신 IT 장비를 갖추고 있는 사람들 누구 하나 그 굴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렇게 인식했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앎에서 그치고 마는 것이 진정한 사유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 기억과 책임이 따라야 한다.


 참혹한 상황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 그것을 기록하는 것만으로, 고발하는 것만으로 그들 생존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일까 회의가 들기도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렇다.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이 지구를 같이 살아가는 존재로서 하나의 책임을 지는 행위가 될 수도 있다. 이브는 이런 여성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가장 깊은 상처를 알아본다. 그들은 잊히는 것이 가장 두렵다.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 존재, 그저 한때 살았던 생명이었으나 아무렇지 않게 강간당하고 살해당해도 누구 하나 기억하지 않는, 기억할 필요도 없는 존재로 잊히는 것이 두렵다. 그들이 겪은 그 고통이 아무런 의미 없이 잊히고 마는 것이 무엇보다 두렵다. 그것이 가장 큰 상처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그렇게 이브가 했듯이 누군가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위로를, 구원을 받는다. 인식하고, 기억하기- 그리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작은 책임 이것만으로도 사유의 길이 조금은 열릴 수 있다.

그럼에도 사랑이 있으니
 세계는 극단적으로 나 아닌 다른 존재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끝없이 잔인하고 고통스러운 일들이 이어지고 있으면서도 나 아닌 존재에 대해서는 병적일 정도로 몰인정하다. 그리고 서로를 돌보기보다는 법으로 차별하고 금지하는 쪽으로 흐르면서 담장을 쌓아 내 울타리만 지키기 바쁘다. 이 울타리 너머 일어나는 일에는 무관심하기 짝이 없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이브 엔슬러의 기록을 읽노라면 인류는 실패한 것이 아닐까 절망에 빠지게 된다. 특히 이브 그녀가 그랬듯이 ISIS 성노예 시장에서 유출된, 소와 함께 이름이 오른 성인 여성과 여자아이의 가격 리스트를 보고 난 뒤에는 그 생각을 더욱 떨칠 수가 없다. 그 목록에 따르면 마흔 살에서 쉰 살 사이 여성들은 40달러, 서른 살에서 마흔 살 사이는 69달러, 스무 살에서 서른 살 사이는 86달러다.


 여기까지는 인간이 인간에게 이렇게 가격을 매길 수 있을까 절망스럽고 비참하면서도 세계 곳곳에서 여성들이 어떻게 소비되는지 익히 알고 있는 부분이라 씁쓸하면서도 그다지 충격적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 이후에 이어지는 가격 리스트를 보고는 인간이란 대체 어떤 존재인가 싶어져서 충격과 절망에 빠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한 살에서 아홉 살까지는 172달러”(p.167)라는 문장을 눈으로 읽을 때였다. 한 살에서 아홉 살까지! 이 어린아이들을 아니, 갓 태어난 생명을 성노예 목적으로 172달러라는 리스트에서는 가장 값비싼 가격을 치르고 사 가는 남자들이 이 지구에 존재하는 것이다. 인간은 과연 어떤 존재인가. 이토록 괴물 같은 존재이구나 한탄하게 된다.


 그러나 그렇게 인간은 괴물 같은 존재라고, 그런 인간들이 대다수인 이 인류는 실패했다고, 그러므로 이 지구는 멸망해 마땅하다고, 어차피 멸망으로 가는 길에 들어섰다고 절망과 한숨에 싸여 방관만 하기에는 또 다른 종류의 인간들도 엄연히 존재한다. 성학대로 목숨을 잃을 위기에 놓였던 여성들을 치료하는 콩고의 판지 병원에는 매일 같이 살해 위협에 시달리면서도 하루 14시간 이상의 중노동을 하고 있는 무퀘게 같은 의사도 있다. 그리고 그런 현장을 찾아가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이렇게 글로 온 세상에 알리고 있는 이브 엔슬러 같은 작가도 있다. 무엇이 그들을 이렇게 나와 멀리 떨어진 존재들을 위해 한없이 희생하게 만드는 것일까? 아마도 결국 인간에 대한 사랑일 것이다. 사랑이라고 말하니 순진하다고 코웃음 치는 이들도 있으리라. 일반적인 사랑은 이브가 말했듯이 “불가능할 만큼 더 많은 구멍만을 만들 뿐인 너무 커다란 구멍들”(p.203)만을 잉태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사랑만으로 이루어진 세계라면 분명 금세기의 실패는 사랑의 실패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그러나 인간은 왜 이 땅에 태어났을까. 고통뿐이고 절망뿐이라면 인간은 대체 왜 이 땅에 태어나, 태어난 순간부터 썩어가기 시작하는 것일까? 그 존재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이처럼 허무하고 고통스러운 세계에서 어떤 사랑이, 얼마나 깊은 사랑이, 얼마나 사납고, 맹렬한 사랑이 과연 우리에게 필요할까?


 “순진하고 감상적이고 신자유주의적인 사랑은 아닐 것이다. 지칠 줄 모르는 이타적인 사랑, 바로 그런 사랑”이 필요할 것이다. ‘소수의 배를 불리기 위해 다수를 착취하는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사랑, 여성과 인류를 향한 온갖 혐오스러운 범죄에 무감각해진 우리를 일깨워 결코 멈추지 않는 공동의 저항으로 나아가게 하는 사랑, 신비를 추앙하고 위계질서를 해체하는 사랑, 경쟁보다 연대를 더 소중히 여기는 사랑, 난민들을 향해 벽을 쌓고 최루 가스를 던지고 우리 해변에 떠다니는 그들의 시체를 치우는 대신 그들에게 두 팔을 활짝 벌리는 사랑, 너무도 강렬히 타올라 우리의 죽은 내면에까지 스미는, 우리의 담을 허물고, 우리 상상력에 불을 지피고, 그리하여 마침내 이 죽음의 이야기에서 우리를 구해내는 사랑”(pp.174~175)이 필요할 것이다. 이 사랑의 마음을 열지 않는다면, 끝내 열지 못한다면, 그리하여 지금처럼 고통에 찬 이들의 울부짖음을 가볍게 무시해 버린다면 이 인류에게 영원히 구원을 없을지도 모른다. 내가 아닌 타자의 슬픔마저 껴안을 수 있는 사랑, 이 사랑이 어쩌면 이 시대에 바로 필요한 언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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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과함께 2024-11-05 13: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건 이따 좀 찬찬히 읽어봐야지. 잠자냥님 떨어지면 누가 붙은 거에요??

잠자냥 2024-11-05 14:11   좋아요 2 | URL
길죠! ㅎㅎ
마감일 닥쳐서 하루 만에 쓴 거라 안 되겠구나 싶었는데 안 됐습니다! ㅋㅋㅋ

다락방 2024-11-05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이야말로 53편중 한 편일 것 같네요.

그나저나 리뷰 읽고나니 이 책 못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ㅠㅠ 이거 아파서 어떻게 읽어요 ㅠㅠ 저 이브 앤슬러 [아버지의 사과편지] 책 도서관에서 빌렸다가 펼치지 못하고 그대로 반납한 사람입니다. ㅠㅠㅠ

잠자냥 2024-11-05 14:12   좋아요 1 | URL
응모 기준 매수도 꽤 길었잖아요? 그거 채우다 보면 망하겠구나 싶었는데...... 당선작들 보니 그렇게까지 길지도 않더라고요?! 음......

그나저나 이 책 진짜 읽는 내내 고통고통고통입니다...... 이 책의 부작용 : 인간 남자가 몹시 싫어짐;;;

건수하 2024-11-05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0달러.. 그리고 172달러.....

이런 리뷰가 왜 당선이 안 된거죠. 그것도 슬프네요.

잠자냥 2024-11-05 14:34   좋아요 1 | URL
저 그 구절 읽다가 정말 구역질&눈물 나서 죽는 줄 알았어요. 이브 앤슬러는.... 이렇게 절망한 기억이 납니다...˝자기 성기 크기보다 작은 소아를 돈을 주고 사 가는 남자가 있다는 사실에...˝ ㅜㅜ 우엑....... 완전히 정확하지는 않은데 이런 구절이었어요;; (최근에 이 책 읽은 독서괭 나와라 오바! ㅋㅋㅋ)

좋은 글들이 많았나 봅니다!

단발머리 2024-11-05 15: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 글 읽고 나니 더 아쉬움이 남네요. 이 글이야말로 당선되어서 많은 사람들이 읽어야 하는데 말이지요.

잠자냥 2024-11-05 16:59   좋아요 1 | URL
긴 글 읽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이 글은 안 읽어도 되는 분들이 다 읽고 계시네요! ㅋㅋㅋㅋㅋㅋ

페넬로페 2024-11-05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의 내용이 지금 ing중인 거지요?
ㅠㅠ
이런 사실을 외면하지 않아야 하는데~~
저도 아쉬워요.

잠자냥 2024-11-06 10:00   좋아요 1 | URL
네... 대부분은 그렇습니다...
저는 그래서 일단 스마트폰이나 전자기기 최대한 교체하지 않는 방향으로 살기로 했어요;;;;

독서괭 2024-12-19 14: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으앙 이 리뷰 올리신 글 이제야 알았네요. 문득 생각나서 찾아봤다가.. 아니, 당선이 안 되다니, 너무 아쉽군요 ㅜㅜ
이 책 너무 마음 아팠어요. 죄책감도 많이 들고요. 휴대폰 보면서도 죄책감이.. 그래서 사람들이 외면하고 싶은가 봐요. 알면 알수록 마음은 불편해지니까.
마지막에는 <토니 모리슨의 말> 페이퍼에 쓰신 ˝짙은 사랑˝을 되새기게 되네요. 이 세계에는 좀더 많고 짙은 사랑이 필요한가 봅니다.

잠자냥 2024-12-19 14:16   좋아요 1 | URL
이 책 진짜 다루고 있는 내용들은 참혹한데 문장이 너무 아름답지 않아요? 아무튼, 저는 안 뽑혔지만, 이 리뷰랑 100자평 등 때문에 이 책을 좀 더 많은 분들이 읽은 것 같아 다행입니다.

내년에는 우주리뷰상 꼭 받을 테다 크릉!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