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에 더는 책을 안 산다고 했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지키지 못할 약속. 실은 이게 다 그놈의 트롤리, 트롤리 때문이다! 넘치고 쌓이는 책을 주체하지 못하던 찰나에... 북카트용으로 트롤리 회색을 받고 싶었지만... 우아 역시 알라딘에는 나 같은 사람들 정말 많구나?! 회색은 이미 품절이 아닌가! 놀라워라.... 이렇게 망설이는 순간에 흰색도 품절될지 몰라! 이성을 잃고 책을 주문했다. 사실 내년에 사도 되는데, 되는데.... 그놈의 트롤리 때문에, 그렇게 예쁘지도 않은 트롤리 때문에! 그리고 <셰리>가 너무 급박하게 읽고 싶은 바람에.




미시마 유키오, <미시마 유키오의 편지교실>
미시마 유키오의 괴작(?)이 출간되었다. 보자마자 흥미가 생겨서 구매. 미시마 유키오는 <금각사>, <가면의 고백>, <봄눈>(이하 ‘풍요의 바다’ 시리즈) 등 세계문학전집류에 수록될 만한 작품이 있는가 하면 이 책처럼 아스트랄한 작품도 종종 보이는데 나는 그의 괴작도 재밌다.... 그래서 이런 종류의 작품도 번역되면 바로 사보는 편. 1966년 여성주간지 <여성자신>에 연재를 시작한 서간문 형식의 연애소설로, 젊고 연애에 미숙한 20대 커플과 어른의 연애를 즐기고픈 40대 중년 커플의 얽히고설키는 연애담이라고.

나는 <셰리> 읽느라 일단 이 책은 미뤄뒀는데, 집사2가 이 책이 재미나 보였는지 집어 들고 읽다가 미쳤나봐.... 중얼중얼. 일본 사람들은 좀 변태 같다! 라는 중간평. 미시마 유키오가 변태일걸! 극우, 할복자살, 성정체성, 육체 탐미, 다자이 오사무 혐오주의자 등의 이야기를 해주니 미시마 유키오가 이상한 사람으로 결론....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 <셰리>
콜레트는 내 취향 작가는 아니다. 파격적인 여사이긴 한데, 읽고 나면 항상 뭔가 부족해. 이 책도 살까 말까 고민 중이었는데... 일단 다락방이 꽂힌 키워드인 ‘금기의 사랑’에 눈이 가고, 아니 이 작품이 필립 로스 인생 소설 15편 중 하나라는 게 아닌가! (필립 로스, <사실들> 참조). 그러니까 갑자기 궁금. 필립 로스 안 좋아하는데 그의 인생 소설 15편은 왜 궁금?! 그런 데다가 비비언 고닉이 <끝나지 않은 일들>에서 콜레트의 이 작품을 이야기 하고 있단다. 그러니까 더 궁금. <셰리>를 다 읽었으니 고닉 언니가 뭐라고 했는지 한번 봐야겠군!  


    


조문영, <연루됨- 인류학자의 세상 읽기>
<빈곤 과정>을 쓴 인류학자 조문영의 새 책. 그가 2013년부터 2023년까지 10년간 여러 매체에 발표한 글을 골라 엮은 것으로, 생활에서 사회적 고통의 얽힘을 발견하고 바로 그 얽힘의 자리에서 길어 올린 연루의 감각으로 “더 단단한 이해”와 “더 책임 있는 비판”을 시도한다고.




손인서, <다민족 사회 대한민국- 이주민, 차별, 인종주의>
한국은 더는 단일민족 사회가 아니다. 그렇지 않은가? 그런데도 어느 나라보다 타 인종에 대한 차별이 심한 사회가 아닐까. 특히나 상대의 피부색이 짙을수록 더 그런 것 같다. 이 책은 ‘다민족 사회’라는 키워드에서 출발해 한국의 여러 이주민 문제를 분석한다. 목차를 보니 흥미로워서 구매.




어머 너무 소박해서 낯설어라....... 근데 이렇게만 사도 5만원 훌쩍 넘는 현실... ㅠㅠ



아니 근데 사실은 급박하게 책 산 거 다 트롤리 때문이잖아? 그래서 트롤리를 까봤습니다. 참 쉽더군요. 저는 이케아 같은 가구 조립해야 해서 사지 않습니다. 너무 귀찮아;; 조립도 잘 못하는 똥손이야. 그런데도 이건 쉽게 조립! 완성!





이사 왔을 때만 하더라도 서재 외에는 절대 책을 다른 공간에 쌓아두지 않기로 집사2와 약속했으나............




(예전에는 이랬습니다... 이사 초기)




현재 내 방 상태. 쌓이고 쌓이고 쌓이고. 포화.




(예전에는 저랬따니까요....냥 3호님의 쉼터이기도 했는데...) 넘나 깨끗하구나.



나 돌아갈래~~~ 저때로 ㅋㅋㅋㅋㅋㅋㅋㅋ



책탑 한 줄로 보이죠?! ㅋㅋㅋㅋㅋㅋㅋ



뒤에도 또 있지롱! ㅋㅋㅋㅋㅋㅋㅋ 자랑이다. ㅜㅜ


아무튼 바로 여기에 쌓인 것을 처리하고 싶었다........만




으아! 안 들어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사이즈 미리 재보기는 했다. 안 들어가는 거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트롤리 그레이가 품절이 되니까 왠지 마음이 급박해져서 이걸 받은 거죠. 굳이...




이렇게도 안 들어간다... 그리고 밉다.... -_-그레이면 그나마 괜찮았을 텐데....

그래서 여긴 그냥 원래대로 복귀.....




그리고 여기! 바로 문제의 책탑 현장22222222222222



이사 왔을 때만 하더라도 이랬는데.... (아름다운 정리...)




현재는 사고 정리 못한 책, 읽은 책, 팔 책 마구 뒤섞여 있음.
아.......... 일단 이렇게 두자.


책 안 산다는 말 의미없다...의미없어냐옹....



토요일에 외출 후 집에 들어오는데 문 앞에 택배가 있었다. 집사2가 받아들고 너한테 온 거다! 하는데.. 나 뭐 주문한 거 없는데!? 에엥? 어디서 책 보냈나 하면서 받았는데 책치고는 너무 가벼워?! 보낸 사람 이름을 집사2가 읊는데... 앗 다락방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인간 뭘 보낸 거야?! 가벼운 걸 보니 커피인가?! 싶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이런 게 나왔나요? 전 처음 봅니다.  




한 개를 뜯어서 집사2랑 나눠먹었습니다.... 맛있더군요?! 그러나!!!!
앞으로 이걸 언제 다 먹을지 알 수 없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 년 동안 먹을지도.





아니 아침에 사진 찍으려고 열어봤다가 빵터짐 ㅋㅋㅋ 참크래커는 누가 넣어둔 거냐....?! 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메리 크리스마스~!! 트롤리는 예쁘지는 않지만 책은 꽤 들어갑니다냐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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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4-12-23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트롤리ㅋㅋㅋㅋㅋ 결국 사셨습니까!!! 이 방은 곧 다락방님 서재처럼 됩니다(… 는 과장이고, 잠자냥님은 절대 책장에 숙취해소제 등등을 놓지는 않겠지요ㅋㅋ).

잠자냥 2024-12-23 13:23   좋아요 1 | URL
ㅋㅋㅋ 다락방 방처럼 되기엔.....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에게도 책장을 앞쪽으로 정렬하라고 말해주고 싶네요... 네... 말만....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12-23 14:16   좋아요 2 | URL
무슨 말씀이세요? 제 책장이랑 다를 바가 없는데요? 에이~ 잠자냥 님도 별 수 없네! 제 책장이랑 똑같네요! 방에도 쌓아두고 이중으로 쌓아두고 난리났네~~

독서괭 2024-12-23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쉼터 다시 내놔라냐옹!!! (3호의 절규)

잠자냥 2024-12-23 14:33   좋아요 1 | URL
나도 너에게 쉼터를 다시 내주고 싶다냐옹.....

다락방 2024-12-23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문영 책은 저도 사려고 생각중입니다. 현재 한국 사회의 빈곤에 대하여 말하는 책들은 그 의미가 참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널리 읽히고 퍼뜨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작 읽어야 할 놈들은 관심도 없겠지만.. 정치인들에게 뿌리고 싶다. 아니다, 니들이 사 읽어랏!!

잠자냥 2024-12-23 14:34   좋아요 0 | URL
정치인들에게 뿌리지 마요. ㅋㅋㅋ 돈 벌어서 다들 어따 쓰는지 원. 정치인들 중에 저런 책이라도 좀 읽는 인간이 있으면 이 지경이 됐을까요? 에효....
이제 책은 내년에 사요. 우리...ㅋㅋㅋㅋㅋ

은하수 2024-12-23 15: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넘넘 재밌어서 읽으며 웃었네요~~
전 최소한 방바닥엔 안 쌓아 놨는데.... 큰일이네요!
저도 독서괭님 말씀에 격하게 끄덕입니다^^

잠자냥 2024-12-23 15:48   좋아요 1 | URL
방바닥에 쌓아 놔야 진정한 독서가입니다!
얼른 쌓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

2024-12-23 15: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2-23 15: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귀반이 2024-12-23 19: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증가하는 책 너무 보기 좋네요! (저도 책꽂이에는 여유가 있어야한다 하면서 꽉꽉 채우는데, 이 사진들 보니까 방바닥에 쌓기전까지는 아직 안전하다(?) 싶은 충족감이) ㅎㅎㅎ

잠자냥 2024-12-23 16:24   좋아요 0 | URL
이제 바닥에 쌓아봅시다....! ㅋㅋㅋㅋㅋ

stella.K 2024-12-23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과자상자 보니 군계일학이란 사자성어가 생각이나는군요.
아니 저럴 경우 까마귀 오자를 써서 군오일학이라고 해야하나요? 암튼...ㅋㅋㅋ
근데 과자, 진한 커피맛인가요? 뭔가 내 취향일 것 같다는 생각이...

잠자냥 2024-12-24 09:47   좋아요 0 | URL
커피맛이 진하게 나는 편입니다. 저는 오리지널 에이스보다는 이 에이스가 더 낫더군요.

초란공 2024-12-24 0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탑을 구경하다가 갑자기 <그로테스크>가 읽고 싶으시면 어쩌나 저도 긴장하고 내렸습니다만, 알라딘 트롤리라는 것이 이렇게 생긴 것이로군요!!! ㅋㅋ 알라딘 신간 소개에서 본 책이 다 여기 있군요!! ㅋㅋ 그나저나 트롤리 이벤트는 끝난건가요? ^^;;

잠자냥 2024-12-24 09:48   좋아요 1 | URL
우아... 지금 가서 확인해 보니까 트롤리는 다 품절이네요! 역시.... 흰색이라도 장만한 게 다행인 것 같아요. ㅋㅋ

자목련 2024-12-24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트롤리 꽤 튼튼해 보여서 급 관심이 가는데 이벤트는 끝난 것 같군요 ㅎ
넘어지지 않게 바닥에 쌓기!

잠자냥 2024-12-24 09:49   좋아요 0 | URL
생각보다는 책도 많이 들어가서 괜찮은 것 같아요.
그런데 정말 말씀하신 것처럼 흰색 두 종류도 다 품절이네요!
역시 빨리 사야해! ㅋㅋㅋㅋㅋㅋ
 
셰리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 지음, 장소미 옮김 / 녹색광선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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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 때문에 위악 또는 냉소로 포장하거나 가벼운 척, 무관심한 척, 질투하지 않는 척…. 등등 아무리 애를 쓰고 발버둥 쳐도 끝끝내 서로 앞에서 무너지고 마는. 우리가 사랑할 때 상대에게 결코 보여주고 싶지 않거나 꽁꽁 감추지만 결국 숨길 수 없는 온갖 감정에 관한 세밀한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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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4-12-22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녹색광선 마니아👍

잠자냥 2024-12-23 07:05   좋아요 1 | URL
이 시리즈애서 제가 아직 안 읽은 건 <결혼, 여름>(책세상 버전으로 읽어서)하고 페렉 <보통 이하의 것들>뿐인데 둘 다 책은 갖고 있으니까 마니아 맞네요?! ㅋㅋㅋ

Falstaff 2024-12-22 19: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흠. 콜레트가 너무 올드해서 제쳐놨는데, 이렇게 되면 복잡해지는 걸요!

잠자냥 2024-12-23 07:08   좋아요 1 | URL
이 작품에서도 약간 올드하긴 합니다. 비슷한(?) 인간군상의 이야기를 다루는 사강에 비하면 뭔가 한참 올드한 작가 같은데… 이 작품은 막판에 좀 몰아칩니다.

새파랑 2024-12-22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방금 다 읽었는데 ㅋ 친구 아들과의 사랑(?)이 좀 아찔하긴 하더라구요~!!

잠자냥 2024-12-23 07:08   좋아요 1 | URL
몇 시간이면 다 읽을 분량, 내용이긴 하지요. 누누! 셰리!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12-23 09:33   좋아요 1 | URL
친구 아들과의 사랑 이라고요? 아.. 저 잠자냥 님의 백자평에도 이 책은 흔들리지 않았는데 ‘친구 아들과의 사랑‘ 이란 말에 꽂혀버립니다. 나란 여자..

잠자냥 2024-12-23 10:30   좋아요 1 | URL
왜, 뭐, 왜, 다락방!! 친구 아들 사랑한 적 있어?!😱😱😱🤣🤣🤣🤣

다락방 2024-12-23 10:54   좋아요 1 | URL
그럴리가요! ㅋㅋㅋ 다만, 그런 금기의 사랑은 사랑 이야기로 지독하게 재미있지 않나요? ㅋㅋㅋㅋ 땡투는 그렇다면 잠자냥.. ㅋㅋㅋㅋㅋ

은하수 2024-12-22 20: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머 이 책 녹색광선이었어요~~~~
저도 콜레트는 그냥 제쳐두었는데...
이럼 생각이 달라지죠^^
땡투하고 갑니다.

잠자냥 2024-12-23 07:10   좋아요 1 | URL
네~ 표지가 딱 녹색광선 어닌가요?! ㅎㅎ
콜레트 저도 별점 5점 준 적은 없는 거 같은데(제 취향은 아님 ㅋㅋㅋㅋ) 이 작품도 처음에는 으음… 나랑 역시 안 맞아!! 하다가 막판에 화라락! 별 상승 ㅋㅋㅋㅋㅋ

은하수 2024-12-23 08:07   좋아요 1 | URL
화라락이요~~???^^
얼른 읽고 싶네요
내일까지 기다리래요ㅠㅠ

blanca 2024-12-23 12: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금 주문할까요?

잠자냥 2024-12-23 12:20   좋아요 1 | URL
네 바로 넣으세요 ㅋㅋㅋㅋ

blanca 2024-12-23 12:22   좋아요 1 | URL
땡스투하고 주문했어요. ㅋ

coolcat329 2024-12-23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콜레트의 <여명>을 읽고 이 작가 쉽지 않구나 생각했는데 이 작품은 색다른 매력이 있나보군요.

잠자냥 2024-12-23 14:35   좋아요 1 | URL
<여명>은 지루하잖아요?! ㅋㅋㅋ 이건 지루하지는 않아요. 일단 연애 이야기...ㅋㅋㅋ
 
쓸모를 증명하지 않는 삶에 관하여
스벤 브링크만 지음, 강경이 옮김 / 다산초당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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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라든가 인적자원, 가성비 등등 삶의 모든 영역에서 쓸모부터 따지고 모든 관계가 목적과 도구화된 사회에서 쓸모없음을 생각해보는 철학. 그 자체로 약간의 휴식 같다. 이런저런 철학자들의 개념을 훑어보는 데도 도움이 됨. 그런에 이마저도 이 책을 도구화한 것인가?! ㅋㅋ 무쓸모의 쓸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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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종의 부패예요. 부끄럼 모르는 부패. 대개 형편없는 지도자가 있으면 많은 사람이 수치심을 느낍니다. 지금은 인종과 상관없이 트럼프를 부끄럽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지만 충분치 않아요. 아니,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그자는 매 순간 거짓말을 해요. 모든 게 거짓말이죠. (<토니 모리슨의 말>, 194)


공교로웠다. <토니 모리슨의 말>을 읽다가 다른 구절도 아닌 이 문장에서 그토록 공감하게 될 줄이야. 문제의 저 구절을 읽던 때는 윤 씨에 대한 두 번째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둔 지난 토요일 오후였다. “대개 형편없는 지도자가 있으면 많은 사람이 수치심을 느낀다.”는 말에 무척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부끄러움. 당사자는 부끄러움은커녕 후안무치 자체인데, 수치스러움은 그런 자를 대통령 자리에 앉힌 국민의 몫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날 그자는 탄핵당했다. 그러나 아직은 과정 중일 뿐이고 그로 말미암은 부끄러움과 수치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다가 문득 책으로 돌아와 생각해 본다. 토니 모리슨은 다행인지도 모르겠다고. 그녀가 그토록 부끄럽게 여긴 인물이 또다시 미국 대통령 자리에 오르는 걸 보지 않고 저세상으로 갔으니 그나마 다행이 아닌가 싶은.

 

저 구절은 토니 모리슨이 타계하기 몇 해 전에 이루어진 마지막 인터뷰에서 따왔다. <토니 모리슨의 말>은 그녀가 랜덤하우스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던 시절의 생애 첫 인터뷰부터 세상을 떠나기 몇 년 전 남긴 마지막 인터뷰까지 모두 여덟 편의 대화를 담고 있다. 1973년부터 2012년까지 40년에 달하는 세월 동안 이혼 후 편집자로 일하며 두 아이를 키운 싱글맘으로서의 삶, 흑인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기까지 어떤 작품들을 어떠한 생각으로 썼는지, 작가로서의 삶, 현재의 토니 모리슨이 존재하기까지 할머니, 엄마 등 그녀를 만들어준 가족이나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까지, 흑인이자, 여성이자, 어머니이자, 딸이자, 소설가로서 토니 모리슨의 삶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토니 모리슨이 쓴 작품들을 사랑하기에 작가로서 그녀의 생각과 삶이 무엇보다 궁금하다. 그런 중 토니 모리슨은 사랑이 얼음을 깨어가며 찾아든 장소들에 대해서 쓴다.”는 평론가 존 레너드John Leonard의 문장이 눈에 들어온다. 전에 나는 토니 모리슨의 <빌러비드>를 읽고서 사랑이 너무 짙어서라는 제목의 리뷰를 쓴 적이 있다. 그 작품에서 가장 인상 깊던 구절이다. 그러니까 작중 인물인 폴 디세서에게 이렇게 말한다. “당신의 사랑은 너무 진하다.”라고. <빌러비드>에서 그려진 그 사건은 사랑이 너무 짙어서 일어난 일이었다. 그리고 어느 평론가는 그녀의 작품을 일컬어 사랑이 얼음을 깨어가며 찾아든 장소들에 대해서 쓴다라고 말한다. 인터뷰어는 토니 모리슨에게 이렇게 질문한다. 당신은 사랑이 은유라고 했다, 당신의 소설에서 사랑은 아주 다양한 방식과 형태로 나타나고, 당신의 소설 속 여성은 사랑을 위해 대부분 엄청난 일들을 한다고. 예컨대 보험금을 타서 집을 사고 아이들을 키우는 데 쓰려고 스스로 다리를 절단하는 할머니이거나 노예의 삶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서 자식을 제 손으로 죽이는 엄마이거나 등등. 이것은 과연 어떤 사랑이냐고.

 

토니 모리슨은 그 질문에 그건 매우 격렬한 사랑이라고, 강력하고 심지어 왜곡된 사랑이라고 답한다. 그들이 너무 극심한 압박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내가 원해서 세상에 태어난 게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토니 모리슨은 그 자신 또한 그렇게 생각한다고 덧붙인다. “우리는 우리의 의지로 여기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의지로 여기 있고 떠나기 전에 존중받을 만한 일, 남을 돌보는 일을 해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합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 누군가를 돌보는 일, 타인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일은 아주 흥미롭고 까다로우며 지적으로, 그리고 도덕적으로 무척 힘든 일입니다.”(<토니 모리슨의 말>, 45)

 

내 의지로 여기 있다고? 그 의미를 여러 번 곱씹어본다. 내가 원해서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아니라고, 선택권이 있었다면 태어나지 않는 쪽을 골랐을 거라고 늘 생각하던 나에게 토니 모리슨의 이 말은 조금 충격적으로 들리기까지 한다. 토니 모리슨 그녀 자신은 물론 그가 그리는 세계의 인물들-대개 흑인-은 이 세상에 태어나길 잘했다고 생각하기는 어려운 부류, 아니 어쩌면 태어나지 않는 게 나았으리라 생각하기 쉬운 부류이다. 그렇기 때문에 <빌러비드>세서는 자식에게까지 노예의 삶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서 제 손으로 딸을 죽이고 마는 게 아니었을까. 그런 인물들, 그리고 그런 인물들을 창조한 사람이 우리는 우리의 의지로 여기 있다.”고 말하다니 나 같은 염세주의자는 한방 얻어맞은 듯한 기분이 든다.

 

이어지는 토니 모리슨의 대답에서 아,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기에, 그처럼 강한 사람이기에 그런 작품들을 쓸 수 있었구나 수긍하게 된다. 인터뷰어는 사랑이 너무 진해졌다는 걸 어떻게 알 수 있느냐하고 묻는다. 토니 모리슨은 사랑이 넘칠 때는 언제이고 부족할 때는 언제인지 잘 알 수 없지만 그것은 곧 인간의 마음과 영혼의 문제이므로 사랑하기를 시도해봐야 한다고 답한다. 사랑을 하지 않으면 자신이 빈곤해진다고, 마음이 빈곤해진다고. 사랑 없이 산다는 것은 재미도 없고 위험도 없다고. 위험을 무릅쓰지 않는 삶이라고. 사랑은 살고 싶게 만들어줄 뿐만 아니라 삶을 당당한 것, 당당한 사건으로 만들어준다고. “사람들은 상처받기 싫어하죠. 남겨지고 싶어 하지 않아요. 버려지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사랑이 꼭 남에게 주는 선물인 것처럼 이야기합니다. 실은 자신에게 주는 선물인데 말입니다.”(같은 책, 49)

 

그러니까 토니 모리슨이 흑인 여성의 범주 안에서-그녀는 결코 자신이 흑인 여성 작가라고 불리는 것을 거부하지 않는다. 그 범주 안에서 누구보다 철저하게 흑인의 이야기를 쓴다. 누군가는 그녀에게 그 정도 실력이면 이제 보편적인 이야기, 그러니까 흑인의 범주를 벗어난 이야기를 쓰라고도 말했다지만 그녀는 그러기를 거부한다. 이렇게 일축한다. “보편적인 예술이 더 훌륭하다는 은근히 인종차별적인 주장은 철저히 꾸며낸 것.”(같은 책, 30)이라고- 자기 인종의 이야기를 때로는 치부를 드러내 보이면서까지 줄기차게 쓴다. 그녀가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누구보다 블랙, 그러니까 흑인을 사랑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그 짙고 깊은 사랑이 돌고 돌아와 그녀 자신에게 선물이 된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 사랑은 흑인을 무조건 영웅적으로 그리거나 아름답게 그리려는 그 시절의 풍조마저 거부하고 가장 진실한 방식으로 가장 눈에 보이지 않는 흑인의 이야기를 쓰는 방식으로 표현되었으리라.

 

이를테면 단지 가장 푸른 눈동자를 갖고 싶어 한 흑인 소녀의 이야기인 <가장 푸른 눈>이 그렇다. 그녀의 첫 작품인 <가장 푸른 눈>의 주인공은 흑인 소녀이다. 토니 모리슨이 보기에 연민의 감정으로든 멸시의 감정으로든 예술적 검토 대상이 된 모든 인물 가운데 특히 부재가 두드러진 이들은 취약한 흑인 소녀였다. 그들은 문학 작품에 등장해도 그저 웃음거리, 동정의 대상, 이해의 노력이 결여된 동정의 대상으로만 그려졌다. 그런 소외된 자들 중에서도 가장 소외된 이를 문학적으로 전면에 내세운 것은 그런 존재에 대한 짙은 애정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빌러비드>세서’, 자신의 손으로 자식을 죽인 그녀는 실존 인물인 마거릿 가너에서 따온 인물이다. 흑인 노예 여성이었던 마거릿 가너는 1856년 스스로 자신의 두 살배기 딸을 살해한다. 토니 모리슨은 흑인의 역사를 깊이 탐구하면서도 영웅이거나 자랑할 만한, 본보기 삼을 만한 인물을 내세우기보다는 언제나 보통 사람들, 소외된 이들의 삶에 더 관심을 보였고 그들의 삶을 문학으로 구현하고자 했다. 그리고 그런 존재들-‘깜둥이’, ‘노예’, ‘흑인이라 불리며 모든 음침한 상징이거나 유령의 출몰과 같은 사건이거나 무질서, 붕괴, 성적 일탈의 표상으로서만 그려지곤 하던 이들에게 이름을 부여해 주고 그들도 피와 살을 지닌 존재이며 그렇기에 감정이 있고 가족이 있으며 삶이 있고, 그런 삶의 맥락 속에 자기들만의 이야기가 있음을 일깨워주었다. 이것이 모두 짙은 사랑이 아니면 무엇일까.

 

토니 모리슨은 자신의 마지막 작품에서 이런 세상을 꿈꾼다. ‘아이. 새로운 삶, 악이나 병에 면역이 된, 납치, 구타, 강간, 인종차별, 모욕, 상처, 자기혐오, 방기로부터 보호받는, 오류가 없는, 오직 선() 뿐인, 노여움은 빠진’ (<하느님 이 아이를 도우소서>, 237) 그런 세상- 그런 세상이 오기를 바라면서 부디 하느님 이 아이를 도우소서.’(241)라고 끝맺는다. 이 또한 이제는 그 짙은 사랑에서 비롯된 소망이 아닐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내 앞에는 아직 읽지 않은 토니 모리슨의 책이 몇 권 놓여 있다. 그녀는 자신의 가장 유명한 책으로 <빌러비드>를 꼽았다. 하지만 스스로 생각하는 최고의 작품은 그게 아니란다. 그 작품부터 읽어볼까? 그 깊고 짙은 사랑을 느껴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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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12-19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니 모리슨이 스스로 생각하는 최고의 작품은 무엇인가요?

잠자냥 2024-12-19 12:41   좋아요 0 | URL
락방아~ 이 책 샀지? ㅋㅋㅋ 스스로 찾아봐~ ㅋㅋㅋ 마지막 인터뷰에 나와...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4-12-19 12:48   좋아요 0 | URL
지금 책이 없어요. 알려주~~~~~~~~~~~~~~~ 알려줘요, 잠자냥님!

잠자냥 2024-12-19 13:19   좋아요 1 | URL
사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 댓글을 마음산책이 좋아합니다....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4-12-19 15:08   좋아요 0 | URL
집에 있다고요! 알려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12-19 15:18   좋아요 1 | URL
가서 확인해요! 알았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4-12-19 13: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좋네요. 토니 모리슨. 잠자냥님의 이 페이퍼도. 저 아직 두 작품밖에 못 읽었는데... 그래도 ˝예컨대 보험금을 타서 집을 사고 아이들을 키우는 데 쓰려고 스스로 다리를 절단하는 할머니이거나 노예의 삶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서 자식을 제 손으로 죽이는 엄마이거나˝ - 이 말을 알아들을 수 있어 기쁘네요 ㅎㅎ

잠자냥 2024-12-19 14:15   좋아요 2 | URL
그러니까 독서괭이 토니 모리슨의 그 주요 작품을 똭! 읽었다는 것입니다~!!

coolcat329 2024-12-20 09: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살 거에요. 제가 브라질커피 잠자냥님 추천보고 샀는데 요즘 제정신이 아니라 그만 땡투를 못했지 뭐에요 ㅠㅠ 지금 오는 중이라 취소도 안되고 ㅠㅠ
이 책 살 땐 정신차리겠습니다.
토니 모리슨 2025년엔 꼭 읽으려구요.
이 책이 도움이 된다니 꼭 사야지싶어요.

잠자냥 2024-12-20 11:27   좋아요 1 | URL
실망입니다!!! 제정신이 아니라니!!!🤣🤣 농담이고요… 마음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이 책 새해에 꼭 읽어보세요!

coolcat329 2024-12-20 11:46   좋아요 1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제 자신에게 실망을 😭
 
[eBook] 현대사상 입문 - 데리다, 들뢰즈, 푸코에서 메이야수, 하먼, 라뤼엘까지 인생을 바꾸는 철학 Philos 시리즈 19
지바 마사야 지음, 김상운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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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읽었다. 일본에서는 현대사상=프랑스철학이라는 점이 좀 신기했다. 데리다, 들뢰즈, 푸코 등의 차이를 중심으로 프랑스 철학자 하면 떠오르는 이름들 대부분을 언급함으로써 각 철학자들의 굵직한 사상 맛보기용으로는 충분. 주의! 각주로 소개된 책들 중에 읽고 싶어지는 책이 많아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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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12-17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있는데... 가진지 한참 되었는데..... (먼 산)

잠자냥 2024-12-17 10:25   좋아요 0 | URL
그런 책이 한둘이냐! ㅋㅋㅋ
저도 갖고만 있었는데 드디어 읽었습니다!
쉽게 쉽게 읽혀요. 도전해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