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본 남자
데버라 리비 지음, 홍한별 옮김 / 민음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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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사랑할 수 있었지만 어쩌면 그렇기에 자기 자신밖에는 진정으로 사랑할 수 없었던 한 남자. 20대와 50대를 넘나드는, 기억과 시간,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 보면 인간의 삶이 어느 정도는 다 이렇지 않을까 싶다… 내 인생 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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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름이 익숙하고, 또 그 명성(?) 때문에 한번쯤은 읽어 봐야하지 않을까 싶지만 그럼에도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이들이 있다. 헨리 밀러와 노먼 메일러가 그렇다. 둘 다 세계문학전집류에 자신들의 작품과 이름을 올릴 정도로 영미문학 쪽에서는 유명하다. 그런데 노먼 메일러는 여혐으로 너무나 유명한 작가라(미국의 페미니스트들하고 입씨름한 전력도 유명하고, 자신의 아내에게 거의 죽기 직전까지 칼부림 폭력을 행사한 미친놈이기도 하다), 아, 이 인간 책은 걸러야지 했는데, 헨리 밀러의 <북회귀선/남회귀선>은 최근 읽었다. 좀 궁금하기도 했다. 대체 어떤 인간이기에 이렇게 여자들이 꼬였을까? 단지 작가라서?

헨리 밀러에 관한 기억은 고등학교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친구들하고 모여서 19금 영화를 몰래 봤는데 그 영화가 <북회귀선 Henry & June>이었다. 사실 나중에 알았지만 이 한국어 제목은 잘못 되었다. 이 영화는 헨리 밀러와 그의 연인이었던 아나이스 닌(Anais Nin)의 관계를 다룬다. 그렇다면 제목이 <헨리와 아나이스 Henry & Anais>이어야 할 텐데 왜 <헨리와 준 Henry & June>인가?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영화에는 또 한 명의 중요한 인물이 등장한다. 바로 헨리의 아내 준June이다. 헨리 밀러와 사랑에 빠졌던 아나이스는 그의 아내 준을 만나자마자 또 사랑에 빠져버리는데 아나이스는 이 일들을 모두 일기로 기록한다. 이 일기가 바로 "Henry and June: A Journal of Love 1931~1932"로 국내에서는 펭귄클래식 57번 <헨리와 준>으로 출간된 적이 있다.

현재 이 책은 절판인데.... 난 책장에 있지롱. 아니 왜 안 팔고 갖고 있는가?! 이런 변자냥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영화 <북회귀선>은 아나이스 닌의 일기장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그런데 왜 <북회귀선>이라 이름 지었느냐 하면은?! 헨리 밀러의 <북회귀선> 또한 아나이스 닌과 준과 함께 파리에서 머물던 시기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펼쳐지기 때문이다. 책 내용은 거의 계속 섹스하고 섹스하고 섹스하고 성병 걸리고 성병에 걸릴까 고뇌하고 섹스하고 섹스하고 성병 걸리고 성병에 걸렸다고 징징대고…. 휴..... 영화도 그런가 싶으냐면 차라리 고딩 시절  몰래 본 그 영화가 책보다 덜 야했던 거 같기도 하다. 말대가리 헨리와 준, 또는 말대가리 헨리와 아나이스보다도 준과 아나이스의 케미가 더 야릇했던 기억만 남는다. 아마도 준을 연기했던 우마 서먼의 강렬한 이미지 때문에 그랬을지도.





영화 <헨리와 준>에서 아나이스-헨리-준




아나이스 닌과 준



아무튼 최근에 <북회귀선/남회귀선>을 읽은 까닭은 케이트 밀렛의 <성 정치학>을 읽기 전에 밀렛이 대차게 까고 있는 영미권의 주요 남작가들-D, H. 로렌스, 헨리 밀러, 노먼 메일러-의 작품을 먼저 접해보기 위해서였다. D, H. 로렌스 작품은 이미 여럿 읽었기도 했고 그의 작품은 나머지 저 여혐 작가 두 사람과 동일선상에 놓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보기에 헨리 밀러 작품부터 읽기 시작했다. 그랬는데........와 진짜 문장마다, 구절마다 욕이 쳐 나온다. 나도 모르게 육성으로 “미친놈” “지는...” “지는 창남 아닌가” 몇 번이나 투덜거렸는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이런 부분을 보자.

*정신 건강을 위해 피하고 싶은 분들은 인용 구절은 건너뛰시라.


제르멘은 ‘요람’ 속에서부터 창녀였다. 그녀는 위가 아프다든가 구두가 닳아 버렸다든가 하는 사소하고 표면적인 일 때문에 괴로워하는 것 말고는, 완전히 자신의 역할에 만족하고 실제로 그것을 즐기고 있다. (대체 원문으로 뭐라고 써댔는지 궁금해서 찾아봤다.... Germaine, on the other hand, was a whore from the cradle; she was thoroughly satisfied with her role, enjoyed it in fact, except when her stomach pinched or her shoes gave out, little surface things of no account, nothing that ate into her soul, nothing that created torment.)

그러나 중요한 것은 ‘남자’이다. 남자! 제르멘이 간절히 원하는 것은 그것이었다. 그녀를 간질이고, 그녀를 황홀하게 몸부림치도록 만들 수 있는 존재, 그녀의 장미 숲을 양손으로 잡고 기쁜 듯이 자랑스레 뽐내며, 결합된 느낌, 생명의 느낌을 맛보면서 비빌 수 있는 것을 가랑이 사이에 갖고 있는 남자. 자신의 양손으로 잡을 수 있는 아래쪽 부분—그것만이 제르멘이 인생을 경험하는 유일한 장소인 것이다. (But the principal thing was a man. A man! That was what she craved. A man with something between his legs that could tickle her, that could make her writhe in ecstasy, make her grab that bushy twat of hers with both hands and rub it joyfully, boastfully, proudly, with a sense of connection, a sense of life. That was the only place where she experienced any life -- down there where she clutched herself with both hands.)



.............. 영문이나 한글이나...... 이런 썩을........ 자 계속 읽어보자.



“그따위 창녀를 상대로 쿵쾅거릴 바에야, 가게 앞의 테라스에 금방 뜨거워지는 여자들이 얼마든지 있단 말이지. 정말이야. 모두들 안아 달라고 이리로 찾아온다고. 그러면서도 그걸 큰 죄라도 짓는 일처럼 여기고 있어…… 가엾은 바보들이야! 서부 지역에서 오는 학교 여교사들 가운데는 정말로 처녀가 있어……정말이야! 온종일 변소에 웅크리고 앉아 그것만을 생각하는 치들이지. 그런 여자들을 설득하는 일은 그다지 수고롭지 않아. 하고 싶어 못 견디는 여자들인걸. 지난번에 나는 유부녀를 데리고 잤는데, 그 여자는 반년 동안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털어놓더군. 그런 걸 생각이나 할 수 있나. 거 참, 대단한 정도가 아냐…… 뜯겨나가는 줄 알았어. 처음부터 끝까지 미치광이처럼 계속 신음하는 거야. 그런데 그 계집이 무엇을 원하고 있었는 줄 알아? 이리로 이사를 오고 싶다는 거야. 그리고 생각해 봐, ‘날 사랑해요?’ 하고 묻는 거야. 나는 그치의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데 말이야. 대체로 나는 여자들의 이름 따위는 몰라…… 알고 싶지도 않고. 남편 있는 여자들 따위! 내가 이리로 데리고 오는 유부녀들을 보면 자네는 틀림없이 환멸을 느낄 거야. 이치들은 처녀보다 더 지독해. 유부녀들은 말이야, 남자가 안아주기를 기다리지 않아—자기들이 먼저 조르지. 그리고 끝난 다음에 사랑이니 연애니 지껄이는 거야. 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정말 여자가 싫어졌어!” (헨리 밀러, <북회귀선/남회귀선> p.114)

반 노든은 프랑스 여자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프랑스 여자는 입맛에 맞지 않는 것이다. “그치들은 돈을 원하거나 결혼을 하고 싶어 하지. 프랑스 여자들은 본질적으로 다 창녀야. 나는 오히려 처녀를 상대하는 편이 낫더군.” 그는 말한다. “처녀는 어느 정도 환상을 안겨 주니까. 적어도 투지를 일깨워 주지.” (같은 책, pp.115~116)



읽다 보면 헨리 밀러의 말대가리를 계속 쳐다보면서 째려보게 되고 한 대 패주고 싶다가 뭐 이런 놈이 다 있나? 뭐 이런 작품이 다 있나? 여자들은 왜 이런 놈을 사랑했지? (헨리 밀러 결혼 다섯 번 함!!!!!!) 싶어진다. 페니스와 그로 인한 매독과 임질 같은 바이러스 덩어리가 뇌를 가득 채운 작가가 쓴 작품이라는 생각만 든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남자들의 머릿속에는 섹스만이 가득할 뿐이고 심지어 그 섹스는 사랑을 기반으로 한다기보다는 단지 욕정, 욕망, 배설, 배설, 배설, 배설일 뿐이다. 그리고 여자는 배설하는 그릇으로만 존재한다.

케이트 밀렛은 이 인간을 어떻게 깠는지 살펴보자. <성 정치학> 헨리 밀러 편은 이렇게 시작한다. “줄곧 자신의 진가를 인정받지 못하는 작가들이 있다. 헨리 밀러(1891~1980)는 오늘날 미국 문학계에서 분명 주요한 생존 작가지만, 학계의 현학자들은 여전히 그를 학문적 관심 대상에 미치지 못한다고 하여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그는 우리 시대의 글쓰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사람임이 틀림없으나 공식 비평은 계속해서 그의 작품을 계획적으로 지독하게 무시하고 있다. 밀러가 지난 2, 30년 동안에 찬양된 ‘성적 자유’를 대변하는 작가라는 점이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이어서 밀렛은 헨리 밀러를 예찬한 자들의 인용을 열거한다. 밀렛이 인용한 내용들은 다음과 같다. “밀러의 성취는 참으로 놀랍다. 그의 작품은 섹스를 웃음거리로 만들지 않으면서도 굉장히 우스우며 (…) 고도로 시적이고 용의주도하다. 그의 글에서는 아니꼬운 웃음을 전혀 발견할 수 없다.” 밀러의 작품들이 동시대 작가들과는 달리 “청교도적 충격에 기인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한 번쯤 청교도와 이교도에서 완전히 벗어난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하고 경탄했다는 로렌스 더럴의 평가도 인용한다(로렌스 더럴 실망이다!!).

밀렛은 이런 세간의 평가에 반박한다. 그녀의 이런 문장에는 포복절도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해방된 남성 헨리 밀러라는 대중적인 이미지가 아무리 매력적이라 할지라도 이는 애석하게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 이어지는 지적에서 케이트 밀렛은 밀러의 작품이 미국인의 성적 신경증을 보여주는 해석서라 볼 수 있으나 밀러의 가치가 우리를 그러한 고통에서 자유롭게 해준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고통을 정직하게 표현하고 극화했다는 데 있다고 주장한다. 그녀가 보기에 밀러의 글에는 문화적 카타르시스 같은 해방감이 있지만 그것은 “말할 수 없는 것에 처음으로 목소리를 부여한 결과”일 뿐이다. 단지 외설적인 말을 내뱉었기 때문이 아니다. “밀러가 실제로 표현해낸 것은 섹슈얼리티에 대해 우리의 문화와 특히 남성적 감수성이 느끼는 역겨움, 경멸, 적대감, 폭력성, 불결함”이며 여기서는 “여성 또한 마찬가지다. 섹슈얼리티가 성가신 짐을 지우는 대상은 여성이기 때문”이다.

헨리 밀러는 스스로를 로렌스의 제자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밀렛은 이렇게 통쾌히 응수한다. “그 선생이 살아서 이 이야기를 들었다면 몹시 모욕감을 느꼈을 것이 분명하다.” “섹슈얼리티를 둘러싼 로렌스의 웅장한 종교적 분위기는 밀러의 단호한 신성 모독의 분위기와 전혀 닮지 않았다. 로렌스의 주인공은 악명 높은 엄숙함으로 자신의 임무에 착수하며 정교한 정치적 조약으로서 ‘성행위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신중한 흥정술과 전문가적 심리 조작으로 문제의 여성을 예속시킨다. 그러나 밀러와 그의 공범자들(밀러는 깡패이므로)은 그저 여성과 ‘성교fuck’한 뒤 그녀를 크리넥스 티슈나 화장실의 휴지 버리듯 가뿐하게 내다버릴 뿐이다. 밀러는 냉정한 방식을 통해 ‘사랑이라는 사기’(에로티시즘이라는 가면을 쓴 일종의 권력 놀음)가 강도질만큼이나 단순한 과정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밀러의 수법은 매우 단순하다. 여자를 만나고 속여서 ‘그 섹시한 궁둥이’와 성교하고 그런 다음 그녀를 떠난다. 밀러의 사냥은 원시적 방식인 사냥감의 발견, 성교, 망각의 과정으로 진행된다.”

밀렛이 보기에 그의 작품이 지닌 주요한 결점-즉 ‘헨리 밀러’라는 등장인물과 너무 동일시가 잘 된다는 점 때문에, 밀러라는 남자는 그가 창조한 등장인물보다 더 현명하다고 생각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그리고 이 현명하지 못한 등장인물들, 그러니까 밀러의 생각이 대변하는 유형은 사회학적으로 볼 때 잔인한 사춘기 소년의 유형이다. 그러나 밀러가 이끌어내는 공감대는 그런 유형의 집단에 한정되지 않고 모든 계급과 연령대의 남자들에게 적용된다. 이는 섹슈얼리티와 여성에 대한 비공식적인 남성의 시각이다. 이런 밀러의 작품에는 남성 공동체의 분위기가 있다. 작품 내내 그와 유년기를 보낸 패거리들은 청년기와 장년기, 심지어 노년기에도 여전히 친구로 남아 있다. 그리고 그 남자들 사이의 기묘한 의사소통 도구로 창녀가 이용된다. “창녀의 질은 형제애적 생명력이 임의로 흐르는 도관(導管)”이다. 밀러의 작품에서 보이는 성적 유머는 남성 공동체의 유머이자 더욱 정확하게는 남자 공중변소의 유머이다. 그의 작품에서 섹스의 목적은 리비도보다는 자아를 만족시키는 데 있다. 희생자(여성)를 조롱하면서 재미를 느끼는 과정에서 감각적 즐거움은 잊히기 때문이다.

앞서 <북회귀선>의 인용에서 알 수 있듯이 밀러가 생각하는 이상적 여성이란 창녀다. 밀러에게 섹슈얼리티의 상업화는 남자에게 만족을 주는 편리한 일(설득보다 돈을 지불하는 게 더 쉬우므로)일 뿐만 아니라 여성의 존재를 완성시켜주기도 한다. 즉 여성을 절대적 음부라는 기능으로 효과적으로 한정하는 것이다. 밀러는 미국 관광객에게는 전형적 매춘부로 보이는 프랑스 여자 제르멘을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그녀는 타고난 창녀”이다. “음부”가 그녀의 “영광”이자 “결합된 느낌”, “생명의 느낌”이다. 게다가 “그것은 그녀가 삶을 경험하는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 제르멘은 제대로 된 생각을 하고 있다고 평가받는데, 그녀는 무지했고 음란했으며 “그 일에만 온 정신을 쏟”는 “존재 전체가 창녀”인 여자이고 그것이 그녀의 미덕이다.

헨리 밀러의 작품을 읽다 보면 이 세계는 두 개의 성기- 여성과 남성의 성기만이 존재하는 것 같다. 케이트 밀렛도 이를 지적한다. 그녀가 보기에 헨리 밀러는 여성을 단순한 ‘음부cunt’, 즉 물건, 상품, 물질로 바꾸어놓았다. 로렌스와 밀러 모두 환상성을 성 정치학에 이바지하게 했으나 로렌스의 방식은 실리적이고 정치적이었으며 그는 실제 여성(상당한 힘과 지성을 소유한 여성)을 감정적으로 굴복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헨리 밀러에게 (수음의 환상 속에 존재하는) 미분화된 생식기만큼 도전적인 것은 없었다. 음부 그 자체인 밀러의 작품 속 여성들은 그렇기 때문에 매번 등장하는 섹스 에피소드에서 “인격과 성행위는 완전히 분리되어 있어 이들을 굳이 다른 이름으로 부른다 해도 전혀 상관없을” 듯하다.

영화 <북회귀선>을 볼 때도 그러했지만 <북회귀선>을 읽을 때도 에로틱하다기보다는 지루하기 짝이 없었는데 케이트 밀렛은 이 까닭을 이렇게 본다. “열렬한 ‘성교’가 부지기수로 묘사됨에도 실제로 섹슈얼리티의 많은 부분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헨리 밀러의 작품 속에서는 육체적 친밀함도 없고 알몸의 심미적 쾌락도 없다. ‘거대한 젖꼭지’나 ‘궁둥이’ 같은 부분은 여성의 잃어버린 에로틱한 형태를 대체하는 빈약하고 희귀한 예비품으로 설정될 뿐이며 ‘생식기(남근과 불알이라는 스타 연기자)’를 제외하고는 남자의 육체를 묘사하는 데 그 어떤 단어도 소모되지 않는다. 여기에서 성교를 하는 것은 육체가 아니며 사람은 더욱 아니다. 밀러의 환상적 드라마는 음부와 남근이라는 모험에만 엄밀하게 제한된다. 밀렛에 따르면 밀러는 “몸이 따로 놀도록” 생명이 남녀를 갈라놓았다는 것을 보여준 뒤 “몸은 여자의 것이지만 음부는 네 것이야. 음부와 남근이 결혼한 거지”라고 설교한다.


내가 읽은 부분 중에 가장 통쾌했고 실제로 헨리 밀러가 읽었다면 분노했을 내용은 다음과 같은 구절이 아닐까. “밀러는 구두쇠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의 마음속에서도 섹스는 기이한 방식으로 돈과 연결되어 있었다. 미국의 경제적 도덕성이라는 풍조에서 보면 밀러는 40세까지 완전히 ‘실패자’였다. 즉 돈을 벌지 못하고 버림받아 초라하게 살아가는 사람, 직장도 없이 신문에 기고하는 일에 생계를 의존하면서 살아가는 작가였다. 파리에서 망명 생활을 하며 어느 정도 돈 걱정에서 해방되기 전까지 밀러는 자신이 예술적이고 지적인 작업을 경멸하는 속물적 환경에 구속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이 환경에서 유일하게 인정받는 남성적 성취는 돈이나 섹스에 한정되었다. 물론 밀러는 이단아이자 반항아였다. 하지만 그는 돈을 중시하는 사고방식을 그토록 증오하는 만큼 그것에 뿌리 깊게 물들어 있기도 했다. 그래서 밀러는 돈을 섹스와 바꿀 수 있었다. 이는 물욕 본능의 전이轉移이다. 여성을 상품으로 바꿈으로써 그는 또한 ‘성공’이라는 평판을 누릴 수도 있었다. 돈은 벌 수 없다 해도 여자는 벌 수는 있었다. 필요하다면 현찰을 빌려서라도 여자를 공짜로 얻어 성공을 거두려 했다. 그리고 자신보다 더 나은 ‘순응하는’ 동시대 사람들이 돈거래로 남의 돈을 빼앗았지만, 밀러는 여성의 ‘음부’를 빼앗아 ‘남성성’을 유지하려 했다.”

케이트 밀렛은 헨리 밀러라는 인간 자체를 얼마나 측은하게 생각하는지 혀를 끌끌 차며 글을 마무리한다. “그가 성적 태도에 독창적으로 공헌한 바는 성에 대한 케케묵은 경멸감을 최초로 충실하게 표현했다는 데 제한된다. 나머지 성적 에토스는 대단히 관습적이다. (....) 밀러는 남성 문화가 오랫동안 경험했으나 항상 조심스럽게 억눌러왔던 특성과 감상에 목소리를 부여했다. 즉 여성을 음부로 완전히 탈인격화하는 열망, 값싸게 착취하는 게임과 같은 섹슈얼리티, 실제 인간이라는 현실성이나 동료 인간을 다루는 복잡함에 전혀 구애받지 않는 권력에 대한 유치한 환상, 그리고 마지막으로 성격상 항문 배설보다 전혀 나을 것이 없는 유치한 배출에 대한 열망 등의 감상을 말한다. 아무리 해롭다 하더라도 그러한 금지된 감정의 해방은 의심의 여지없이 편리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밀러가 폭발시키고 유행시켰던 그 수많은 경멸과 역겨움의 표현은 결국 해로운 것으로, 심지어 악의적인 것으로 끝날 수도 있다. 밀러는 우리에게 몹시 중요한 사실을 말해준다. 그의 독살스러운 성차별주의는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사회적이고 심리적인 지식을 우리에게 전달하는 데 기여한다. 그러나 이러한 신경증적 적개심과 노골적 욕지거리를 건전함과 혼동하는 점은 참으로 측은할 따름이다. 그것을 자유와 혼동하는 것 또한 그다지 슬프지는 않다 하더라도 매우 고약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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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7-05 17: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헨리 밀러는 딱 요즘 세대의 인셀 같네요. 그 시대의 인셀, 헨리 밀러.. 열등감에 휩싸여서 오히려 여성을 더 멸시해야 하는, 그래야 자기가 돋보인다고 생각하는 그런 남자요. 게다가 그렇게 여자를 멸시함으로써 남성들과 유대애를 갖게 되는..

펭귄의 [헨리와 준]은 표지만 보고 예쁘다고 생각했었는데 내용은 전혀 몰랐거든요? 안읽을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는 섹스, 변태.. 넘나 싫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7-05 17:39   좋아요 0 | URL
다락방 님 한줄 평이 딱입니다. 인셀 밀러 인셀 메일러…. 쯧쯧…

아니 표지에 넘어가지 마세요. 징짜 재미없음요. 다행이다…. 절판이라 다락방이 사지 않응 예정!!

건수하 2024-07-06 08:22   좋아요 0 | URL
인셀도 저 정도는 아니지 않나요? 저런걸 자랑스럽게 이름까지 내걸고 내놓다니…
아나이스 닌이 헨리 밀러랑 그런 사이였는지 몰랐는데 실망이네요. 저런 인간이랑 다섯 번이나 결혼해 준 여자들은 왜 그랬답니까..

반유행열반인 2024-07-05 17: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내 책장에도 헨리와 준 있지요...진짜 몇 쪽 보다가 재미가 오지게 없어서 방치해 둔... 아나이스 닌 가십으로 유명한 거 외에 글 재주는 저 책만 봐선 글쎄다 그닥 하기엔 일기 안 읽어보고 뭐라하긴 그럴까 싶은데 또 남의 일기는 안네의 일기 본 걸로 충분한 거도 같고...그런데도 알라딘 서재와서 남의 일기들 같은 독후감은 부지런히도 훔쳐 보네요 ㅋㅋㅋㅋㅋ그래도 밀러나 사드 같은 변태라고 놀리진 말아주셔요...(미리 간곡히 부탁하지만 그래서 더 놀릴 거 같다...밀러랑 엮지마요...저는 착한 변태 하겠습니다...)

잠자냥 2024-07-05 17:37   좋아요 3 | URL
밀러나 사드 같은 유열 님!! 🤣🤣🤣 여름에 공부하느라 피곤하실 텐데 간간이 변태 소설로 머리 식히십시오!!! 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징짜 <헨리와 준> 재미없지 않나요? 아나이스 닌 평가에 저도 동의합니다… 밀러랑 둘이 빨아준게 아닌가 싶음…. (아 이 댓글 그런 의도는 아니었는데 🤣🤣🤣)

독서괭 2024-07-05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길다.. 나중에 정독할게요 ㅜㅜ 퇴근해야지..

독서괭 2024-07-06 12:48   좋아요 0 | URL
저 성의성치학 대학 때 현대사상총서에서 나온 1990년판으로 읽었는데요 ㅋㅋ 초반부터 노먼메일러인지 헨리밀러인지 누구 소설 내용 일부가 인용된 걸로 기억하는데 그게 너무 충격적이라.. 당시만 해도 순진했던 독서괭.. 근데 결국 성정치학도 그것밖에 기억에 안 남았다능…ㅜㅜ
헨리밀러 지적으로 두들겨패는 밀렛 넘 멋지네요 ㅋㅋㅋㅋ

공쟝쟝 2024-07-05 20: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케이트 밀렛.... 성림... 와 잘팬다 ... 키보드 없던 시절의 펜으로 패기 대장.... 크흑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 그런데 저런 책을 다 읽고 패다니 비위도 좋고 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4-07-06 08: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학 때 학교 도서관에서 대출은 못하고 서가에서 읽었는데요 대체 이게 뭐라고 유명한지 전혀 모르겠더라는요… 헨리 밀러도 짜증나지만 노먼 메일러도 다른 면으로 진짜 싫더라구요. 미셸 딘의 <날카롭게 살겠다~>에 페미니스트들이랑 지면에서 싸우는(?)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진상이더라는..

바람돌이 2024-07-06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저걸 깔려고 읽은 밀렛이나 잠자냥님이 더 대단하십니다. 역시 멋진 분들!!

케이 2024-08-07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 김기덕 감독이 여자가 걸어다니는 성기이길 원한단 생각 많이 했거든요. 김기덕 이 인간은 여자를 어떤 남자가 원한다면 당연히 대줘야하는 존재 그 이상으로 보지 않는구나..라는 생각. 헨리 밀러라는 작자 전 솔직히 처음 들었는데 김감독과 똑같은 수준의 인간이네요. 역겹습니다. 인사가 늦었어요. 정말 미친듯 더운 나날입니다. 오늘이 입추 맞나요? 세월가기를 이토록 바란적 없을 정도로 덥습니다. 부디 건강하세요!
 

2024년 7월이다. 상반기가 다 지나갔다니. 정말 놀라울 뿐이다. 올해는 5~6월에 책을 많이 읽지 못했다고 생각해서 ‘2024년 상반기에 좋았던 책’ 페이퍼를 쓰지 않고 넘어가려고 했다. 읽은 책도 별로 없는 주제에 뭘 고르고 앉았담? 이런 생각이랄까. 그런데 이 페이퍼를 기다리고 있다고 7월 2일이니까 꼭 올려달라는 요청이 있어서 아, 아, 아 그래? 그래, 그렇다면 하고 끼적여 본다. 도대체 몇 권이나 읽었는지 헤아려보니 2024년 상반기에만 90권을 조금 넘게 읽은 것 같다.....(뭐야 작년 상반기보다 많이 읽었잖아?;;;) 아무튼 그 아흔 몇 권 중에서 인상 깊었던, 한 번 읽어보시쥬, 권하는 책.

문학



앤드루 포터, <사라진 것들>
올해 상반기에 읽은 인상 깊었던 소설 중 원픽이 아닐까 싶다. 한때 찬란하게 빛났지만 서서히 부서지고 사라지고 소멸해가는 것들의 기록. <빛과 물질의 기억> 때부터 눈여겨보던 작가 앤드루 포터, 사실 나는 이 두 번째 소설 모음집이 더 좋았다. 앤드루 포터처럼 젊은 시기를 다 지나고 이제는 서서히 늙어가는 단계로 접어들었기 때문에 그의 이 단편집에 실린 문장과 감성 분위기에 더 공감하고 푹 젖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윌라 캐더, <루시 게이하트>
윌라 캐더의 작품을 좋아하면서도 이 작품이 흄세시리즈에서 나왔을 때는 약간 반신반의했다. 흄세시리즈에서 출간한 작품들 읽고나면 약간 뭔가 부족하다 생각한 적이 많아서 그랬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작품은 시작 부분 문장이나 묘사부터 마음을 잡아끌더니 단숨에 빠져들어 읽었다. ‘루시 게이하트’라는 캐릭터를 비롯해 주변의 다른 인물들의 면면까지 그려내는 방식, 이야기, 구조, 작품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바 등등 모든 면에서 좋은 소설, 좋은 작품이다. 루시를 둘러싼 인물들, 그 어느 한 사람도 소홀히 다루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책장을 덮고 며칠이 지난 후로도 역시 좋은 작품이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유진 오닐, <이상한 막간극>
6월 말에 읽기 시작했는데 희곡 작품을 이렇게 오래 읽기도 처음이다. 498쪽. 정가 29,800원- 온라인 서점에서조차 햘인하지 않음! 우리나라에서는 압도적인 분량과 압도적인 공연 시간(5시간을 넘긴다고.....) 때문에 읽힌 적도 공연된 적도 없는 유진 오닐의 작품. 이토록 두껍고, 이토록 비싼 희곡집을 내 돈 주고 읽을 가치가 있을까요? 누가 묻는다면 네, 그렇습니다! 하고 대답할 것 같다. 무려 네 번이나 퓰리처상을 받은 유진오닐에게 세 번째 수상의 영광을 안긴 작품-<지평선 너머>(1920), <애나 크리스티>(1922), <이상한 막간극>(1928), <밤으로의 긴 여로>(1957, 사후 수상)-으로 장장 9막에 이르는 동안 ‘니나 리즈’라는 팜파탈과 그녀를 둘러싼 여러 남자들의 욕망 사랑 배신 증오 콤플렉스 등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한야 야나기하라, <리틀 라이프>
역주행으로 인기 타고 있는 작품. 역주행 시작 전에 읽기는 했는데, 읽고 나서 이 작품이 역주행으로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거 보니 좀 신기하기는 했다. 사람들이 이 두꺼운 책 2권을 다 읽는다고? 싶기도 한데, 책을 손에 들면 빨려 들어가서 금세 읽기는 한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평생 고통 속에 놓여 사는 ‘주드’라는 인물과 그의 친구들을 중심으로 몇 십 년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고통포르노’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1권을 읽을 때는 이렇게까지 고통을 생생&길게 표현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싶은데 2권에 들어서면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이 작품 편집자가 작가에게 처음부터 절반으로 줄이자고 했다던데, 나도 그 의견에는 좀 공감......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별의 시간>
사두고 늘 도전했다가 읽다가 중간에 덮어두기가 일쑤인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이 책은 손에 들자마자 바로 다 읽었다. 리스펙토르의 작품들 중 난해함 정도에서는 가장 순한맛이 아닐까 싶다. 리스펙토르의 마지막 작품이라는데, 아마 이 언니도 다 늙어서는 자신의 독자들에게 내 작품 읽느라 그동안 고생했다 좀 쉬운 거 남겨줄게 아량을 베푼 게 아닐지. 작가 본인과 닮은 듯 다른 인물 마카베아의 비극적이면서도 강렬한 삶이 또렷하게 기억에 남게 되는 작품.




지넷 윈터슨,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
지넷 윈터슨의 발견. (작품으로만 판단하자면) 이 사람은 똑똑하고 당차고 위트 넘친다. 그리고 용감하다. 자전 소설이자 성장 소설이자, 페미니즘 문학이자 LGBT문학이자 그 모든 것이기도 한 작품. 가부장제, 종교, 정상성, 이성애 중심 세계에 던지는 신랄하고 통쾌한 질문. 아니 근데 이 작품을 스물세 살에 써서 스물다섯에 출간했다고요...? 헐 천재는 역시 다르구나.




나쓰메 소세키, <행인>
오랜만에 재독했다. 명작은 다시 읽으면 더 좋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 작품.


비문학




샹탈 자케, <계급횡단자들 혹은 비-재생산>
읽는 동안 뇌가 찌릿찌릿 쫙쫙 펼쳐지는 기분이 들었다. 개천에서 용 나기가 더는 가능하지 않은 시대- 비록 한때였지만 개천을 떠나 용이 되었던, 그것이 가능했던 시대를 살아낸 자들의 존재의 불안이나 고독 소외 등을 생각해볼 수 있는 책. 단순히 계급 문제에만 국한하지 않고 자기가 속한 세계에서 늘 이방인일 수밖에 없는, 또는 그런 소외된 자로서의 생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들의 처지를 생각해 보게 된다. 전향자(transfuge)라는 단어에 관해서도.




매기 팩슨, <비바레리뇽 고원>
이 책도 올해의 발견 중 하나. 선함의 뿌리? 친절함의 뿌리를 찾아서 떠난다고? 인간이 그토록 선한 존재인가? 인간은 아름답기보다 추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나에게 인간의 어떤 면에 관해서는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마련해 준 책. 문장과 사유, 전달 방식, 말하고자 하는 바 모든 면에서 아름다운 책이다. 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했던 책인데 이런 책은 소장각이다(하지만 도서관에 신청한 나도 참 잘했어요... 누군가 이 책을 우연히 발견하고 제 나름의 무언가를 얻어간다면야....).




프레데리크 그로, <수치심은 혁명적 감정이다>
부끄러움, 창피함, 염치, 수치… 미묘한 차이가 있지만 대개는 부정적인 감정으로 여겨진다. 그렇지만 정말 그럴까? 이 책은 수치심의 긍정적인 면을 살피면서 인간이라면 마땅히 지녀야 할 윤리, 수치심의 사회적 필요성을 제안한다.




피터 싱어, <이렇게 살아가도 괜찮은가>
피터 싱어 책은 가끔 읽어줘야 한다. 몇 년 주기로? 내가 좀 인간답지 못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할 때마다 펼쳐 읽으면 반성 모드였다가 막판에는 가슴이 웅장해지면서 그래, 인간이라면 이렇게 살아야지, 아니면 이렇게 사는 시늉이라도 해야지 다짐하게 된다. 이 첵의 부제는 “이기적인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희망의 실천윤리”- 이 말이 이 책에 관해 많은 것을 이야기해준다고 생각한다.




매슈 루버리, <읽지 못하는 사람들>
최근에 리뷰 남겼다. 읽지 못하는 사람들의 사례를 훑어보면서 읽기와 문해력에 대해 탐구해 보는 책. “우리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읽는다.” 정상적인 읽기가 과연 무엇일까, 대체 정상적인 상태란 무엇일까 생각할 계기도 마련해준다. 그러나 내가 이 책에서 가장 크게 얻은 깨달음은 역시 인간으로 태어나(아니 인간으로 어쩔 수 없이 태어난 김에)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구나 하는 것.




케이트 맨, <비정상체중>
뚱뚱한 몸에 대해서는 모두가 참견할 권리가 있다는 듯이 한마디씩 던지는 사회. 인종차별/성차별/소수자차별 등 모든 차별과 혐오에 PC함을 드러내는 이들조차도 비만혐오에는 공기처럼 젖어있다. 케이트 맨은 자신의 경험과 사례를 들면서 그런 비만혐오가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조목조목 따진다. 단지 타인의 뚱뚱할 권리뿐만이 아니라, 이 책을 읽고 나면 나 아닌 타인의 그 무엇에라도 간섭할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러니까 남한테 관심 좀 끄고 살자 한국인들아........




마리 루티, <가치 있는 삶>
2022년 출간 때 사두고 이제야 읽었다. 마리 루티 책은 일명 바나나 책인 <남근선망과 내 안에 나쁜 감정들>, <가치 있는 삶>, <하버드 사랑학 수업>까지 읽었는데 <가치 있는 삶>이 가장 좋았다. 평온한 삶이 가장 좋은 삶인가? 고통과 불안에 몸을 맡기는 삶도 그다지 나쁘지는 않다고 그것에서도 나름의 얻는 게 있다고 말하는 마리 루티, 신간 나오면 또 읽을게요.... 그나저나 <잔인한 낙관>은 <가치 있는 삶>하고 좀 겹치는 부분이 있을 거 같은데.....곧 읽어보자!


상반기에 딱 한 권만 권하라면



이 책입니다. 여러 의미로 너무나 아름다운 책. 현재까지는 2024년의 원픽... 이 책을 깨뜨려 줄 책을 하반기에 만났으면 좋겠다........



하반기에는 먼저 이런 책들을 읽을 예정.


눈치챈 분들이 있을까 모르겠는데 지난 6월에는 6월 산책을 올리지 않았다. 산책, 그러니까 구매한 책탑 페이퍼를 올리지 않으면 책을 덜 살까 싶었는데..... 덜 사기는 개뿔 계속 사긴 사더라.... 심지어 밀리의 서재도 공짜로 한 달만 보고 끊는다더니 구독하기 시작.............. -_-;;;  아무튼 그렇게 산 책 중 7월에 읽으려고 찜해둔 거 두 권 소개하면서 이 페이퍼는 마무리......

 


리 배짓, <차별비용-LGBT 경제학>
이 책 제목만 보고는 좀 어이없어서 웃었다. 아니 뭐야, 차별은 당연히 하지 말아야지 이젠 무슨 경제비용까지 따져가면서 차별하지 말자고 해야 하는 거야??? 개어이없네 싶었으나.... 30년 이상 LGBT와 경제학을 엮어 탐구한 저자가 ‘성소수자를 포용하면 실질적인 이득이 뒤따른다’고 주장하는데(근데 '포용'이 뭐니 '포용'이... 니미럴....) 방대한 양의 통계와 당사자들이 직접 겪은 경험으로 전달한다고 하니 어디 한번 들어보기로.... 근데 아무튼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좀 어처구니...없긴하다.....?




잉그리트 리델, <변화하는 천사-파울 클레의 천사 그림>
가장 최근에 산 책이다. 파울 클레 그림을 좋아한다. 이 책은 클레의 작품 중에서도 천사 그림만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한다. 저자가 융의 분석심리학에서 영향을 받았다나 뭐라나... 책 받아서 펼쳐봤는데 역시 아름다운 그림과 글.



이렇게 읽고 사고 사고 사고 했더니 알라딘이 25주년 기념이라고 영수증 청구.... 우리 엄마가 보면 큰일 날 영수증. 재벌 다락방에겐 비할 바 못 되지만.... 내가 현재 거지인 이유를 명확하게 알려주는 영수증.......-_-;;




우리 동네 인간들 책 많이 사네... 내 앞으로 67명이나 있다니....?




그나저나 마무리짤로는 역시 빵이죠. 밤식빵 굼터.. 무슨 빵으로 드시렵니까?



전 역시 이 우유밤식빵이 젤 맛나 보이는데요!? >_<



헐.... 이 녀석(3호)도 요즘 여기 올라가기 시작했다.............. 나무+벽의 조합이 시원한가 봄. 이눔아 넌 그 집 식구들 아니잖아!!! 내려와 ㅋㅋㅋㅋㅋㅋㅋㅋ 생김새 비슷해서 헷갈리는 듯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보.



아무튼 계속 7월에도 읽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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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07-02 14: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괭, 너 일단 고양이 사진 보고 좋아요 눌렀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4-07-02 14:35   좋아요 2 | URL
아닌데여 잠자냥 이름 보고 눌렀는데여 고양이 사진까지 아직 안 내려가서 몰랐는데 댓글 달려서 알았네요 ㅋㅋㅋ 마저 읽고 올게요 ㅋㅋ

다락방 2024-07-02 14:40   좋아요 4 | URL
일단 잠자냥 님 이름 보고 좋아요 눌렀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독서괭 님 너무 좋아!!

잠자냥 2024-07-02 14:44   좋아요 2 | URL
잠,자.냥.부르다가 내가 누를 이름이여!

독서괭 2024-07-02 14:44   좋아요 2 | URL
제가 이름만 보고 일단 좋아요 누르는 분들이 몇 분 계신데 당연히 다락방님 포함입니다 ㅋㅋㅋ

잠자냥 2024-07-02 14:44   좋아요 0 | URL
독서괭 이름만 보고 누르다 자기 욕한바지 글도 좋아요 눌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4-07-02 14:45   좋아요 1 | URL
자기 욕한바지는 뭡니까 ㅋㅋ

다락방 2024-07-02 14:4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서재브리핑에서 제목 보자마자 헐레벌떡 달려왓습니다. 잠자냥 님의 결산 페이퍼는 읽어줘야죠! 그렇지만 꼬박꼬박 잠자냥 님 글 읽었던 사람으로서는 익숙한 책들이긴 합니다. (꾸준한 독자임을 이렇게 어필한다.)

그나저나... 제가 재벌이 된 데에는 잠자냥 님 탓이 크군요. 오늘 이 페이퍼 읽으면서도 그래 그래서 내가 이것도 샀고, 이것도 샀고... 다 잠자냥 님 때문이닷!!

잠자냥 2024-07-02 14:45   좋아요 1 | URL
익숙하죠? 제 서재 꾸준히 오신 분들은 그다지 새로울 게 없는 페이퍼;;; ㅋㅋㅋㅋㅋ

우린 서로를 재벌 만들어주다가 알거지가 되어가는 신세인가효? 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4-07-02 14: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가게 식빵 전부 주세요!! 여기부터 쩌기까지!! ㅋㅋㅋ
저 흰 뱃살 만져보고 싶다..
휴, 이 목록 첫번째 문학 원픽 읽었다 좋아했는데 그 뒤에 읽은 게 하나도 없어!! ㅠㅠ 하다가 마지막에 마리루티 딱 나와주어 다행(?) 입니다 ㅋㅋ 그래도 가장 추천하시는 한 권은 아직 못 읽었군요..
잠자냥님도 준재벌쯤 되시네요 ㅋㅋㅋ

잠자냥 2024-07-02 14:48   좋아요 2 | URL
진짜 가져갈래요? ㅋㅋㅋ 저중에 시끄러운 빵들이 좀 있는데...ㅋㅋㅋㅋ
기승전결에서 기와 결은 읽은 독서괭! 장합니다!
준재벌... 엄마가 알면 기함할 준재벌.........준재벌인데 슬픈 준재벌...ㅋㅋㅋㅋㅋ

독서괭 2024-07-02 14:51   좋아요 1 | URL
시끄러운 빵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 줄 거면서..
책장만큼은 준재벌!

물감 2024-07-02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진 오닐은 들어보기만 하고 안 읽었는데 퓰리처상 4번이요? 갑자기 급 궁금해지네요. 도전해보겠습니다 ㅋ
<별의 시간>은... 찍먹했다가 바로 손사래 쳤는데... 이게 아량을 베풀었다니요....... 하 쉽지 안타

잠자냥 2024-07-02 16:45   좋아요 2 | URL
희곡 형식에 적응하기 어려운 분들이 희곡 좀 멀리하는 경향이 있기는 한데, 유진 오닐만큼은 읽어보세요~!! <밤으로의 긴 여로>가 일단 대표작으로 꼽히니까 그것부터 추천합니다.
<별의 시간>은 아량 맞습니다.... 제가 읽던 책 내려놓는 경우가 드문데 이 언니 책은 참 ㅋㅋㅋㅋㅋ 한 번에 완독이 쉽지 않아요! 최근에도 노랑책 <아구아 비바 > 펼쳤다가... 이 짧은 걸 여태 다 못 읽고 있다능 ㅋㅋㅋㅋㅋ

은오 2024-07-02 16: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5-6월에 평소처럼 읽으셨으면 100권 훌쩍 돌파했을 잠자냥님... 1년 동안 100권 읽는 것도 대단한건데 잠자냥님은 이걸 상반기에 다 끝내버림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7-02 16:51   좋아요 1 | URL
곰탱이도 읽은 책 현재 211 돌파했던데 이것 좀 해봐봐....
의외로 올해 소설 오별 준 게 많아서 소설파 언니들이 그 페이퍼 재미나게 읽어줄 거 같은데...
자기 북플 자기 서재는 버린 곰탱이..........

독서괭 2024-07-02 17:48   좋아요 1 | URL
은오님 서재에 이렇게 소홀해서야.. 올해 한가위 퀴즈대회 대잔치는 못 하는 건가요? ㅠㅠㅠㅠ

은오 2024-07-02 16: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1. 저도 <사라진 것들> 좋았읍니다. 빛과 물질보다 더요. 엥? 나도 늙어가나?
2. <루시 게이하트> 시작부터 좋았다는 문장 읽으니까 새삼 천생연분이다 싶고....
3. 아량을 베풀어준 <별과 시간> 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이거 읽으니 오 생각보다 안 난해한데? 싶어서 호기롭게 수난 펼쳤다가 초반부터 수난을 겪고 다시 덮어둠............
4. 전 스물 세살에도 스물 다섯살에도 누워있었는데요. 역시 다르죠?
5. 비바레리뇽... 갑자기 읽고 싶은데 흠... 잠자냥님이 막 읽으셨을땐 그냥 패스했던 거 같은데 음... 궁금해짐. 보관함... 피터 싱어랑 읽지 못하는 사람들도 올해 안에...
6. 이 페이퍼 14권 중에 8권이 저도 읽은 책!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저도 8권 다 좋았어요. 작년만 해도 겹치는 책 별로 없었는데 역시 약혼한 사이가 되니까 다릅니다~!!
7. 어쩔 수 없이 태어난 김에 어쩔 수 없이 결혼
8. 어차피 계속 사실거니까 책탑페이퍼 꼭 올려주세요 ㅠㅠ
9. 전 역시 잠자냥님이 제일 맘에 듭니다. >_<
10. 뽀뽀

잠자냥 2024-07-02 17:47   좋아요 2 | URL
1. 2n살에 늙어간다 운운 곰탱이 언니들 돌멩이 세례 이어져….
2. 아무거에나 천생연분 운운 곰탱이 잠자냥 머리 터져…
3. 리스펙토르 순한맛에 다른 책 호기롭게 집어든 곰탱이 머리 터져…
4. 2n년 누워지낸 곰탱이 어머니 일어날 줄 모르는 딸램땜에 속 터져…
5. 잠자냥 때문에 궁금한 책 많아진 곰탱이 보관함 터져…
6. 겹치는 책으로 약혼한 사이 운운 곰탱이 잠자냥 머리 터져….
7.🤯
8.🤯🤯
9. 🤯🤯🤯
10. 🤯 터진 머리 꼬맬 바늘 급구!!


독서괭 2024-07-02 17:46   좋아요 2 | URL
랩인 줄 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4-07-02 18:27   좋아요 3 | URL
며칠 전에 김밥 말아먹었는데 김밥 옆구리 터져 속상!!
어젠 만두도 옆구리 터져 속상!!
근데 자냥 님은 속 터져도 왠지 기뻐 보여요.ㅋㅋㅋ

※ 저도 <사라진 것들> 1번으로 올라와 좋았어요. 은오 님의 수준 높은 감수성 찬양합니다.^^

망고 2024-07-02 17: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뇌가 쫙쫙 펼쳐지면 안 좋은거 아닌가요? 뇌에는 주름 쪼글쪼글 있어야 좋은거라던데...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님네 노릇노릇 식빵들 보들보들 폭신폭신 맛있어 보여요😻 넘 귀여워요😭

잠자냥 2024-07-02 17:45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 아 이 사람아 ㅋㅋㅋㅋㅋ 그만큼 좋았다구!!🤣🤣
시끄러운 식빵 맛 좀 볼래요?!

구단씨 2024-07-02 17: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읽은 책은 아니고, 제 옆에 쌓아둔 책과 겹치는 목록이 있어서 반가워요~!!! ㅎㅎㅎ
많이 읽으셨고, 좋은 소개 감사합니다.
저는 올해 상반기에, 작년에 안 읽은 것 만큼이나, 안 읽었네요. 마음과는 다르게 말이죠. ㅠㅠ
이제는 더위와 꿉꿉함이 찾아오니, 또 못 읽을 핑계를 대고 있어요.
그래도 책 쌓아두니, 기분이 좋은 건 왜일까요. ^^

잠자냥 2024-07-02 17:49   좋아요 0 | URL
쌓아둔 책탑 보면 기분 좋죠?!! 이제 그 책탑에서 구단씨 님의 올해의 책들 줄줄이 발견하게 되면 좋겠습니다.

책읽는나무 2024-07-02 18: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저도 한 번 들어가 저의 기록을 확인하고 왔어요.
잠자냥 님보다 제가 구매금액이 몇 백 모자랐어요.
다행이네요.ㅋㅋㅋ
그리고 전 제가 사는 시에서 딱 100등!!!!!ㅋㅋ
책 사는 사람들 의외로 많은가 봅니다?!!
만약 다락방 님이 우리 시에 기거하셨다면 몇 등이었을까요? 1등이었을지도?ㅋㅋㅋ
그나저나 아직 상반기밖에 안지났는데 90 권 조금 넘게 읽으셨다니?
에잇! 우유밤식빵이나 주십쇼!
달달하면서 맛나 보입니다.
갑자기 <빵 굽는 타자기> 책 제목 생각나네요. 읽어보진 않았지만요.
냥이들은 곁에서 빵을 구워주고 자냥 님은 계속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책을 팔고....이러면서 부자 되겠죠.

언젠간!!!
좋은 책들 많네요.^^

잠자냥 2024-07-03 09:48   좋아요 1 | URL
나무 님 책탑도 한동안 보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이젠 안 올려주시고... ㅠㅠ
책 사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해도 또 사는 사람들은 열심히 사는 것 같아요(다락방이 자기네 동네에서도 1등 하지 못한 거 보면...?!).
90권 좀 넘은 숫자는 아마도 분량이 얇은 책을 많이 읽어서 그런 게 아닌가 싶어요. ㅋㅋㅋ
책 읽을 때 마음만큼은 부자입니다~!! 서재의 대다수 분들이 그렇겠죠?

단발머리 2024-07-03 11: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진짜 요즘에 책 안 읽나봐요. 잠자냥님이 엄선해 주신 책 중에 2권이 예전에 읽은 책이고 (소세키, 마리 루티) 나머지는 표지만 아는 책들이어요. 분발하게 만드는 페이퍼네요. 책, 책, 책 책을 읽읍시다!
일단 급하게 찜해둔 책은 <사라진 것들>이랑 딱 한권으로 골라주신 <계급 횡단자들 혹은 비-재생산>입니다.
다른 분들도 안 되지만, 잠자냥님의 상반기/하반기 정리 페이퍼는 스킵하시면 안 돼요.
알차고, 재미있고, 책을 사게 만드는 페이퍼에요. 이 페이퍼를 알라딘이 좋아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7-03 14:12   좋아요 1 | URL
단발머리 님은 최근에 공쟝쟝 님하고 같이 읽는 책 위주로 읽어서 더 그런 게 아닐까요?
딱 고른 그 두 권 올해 꼭 읽어보세요!!

단발머리 2024-07-03 15:32   좋아요 0 | URL
그럴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님이랑 같이 읽는 책은 한 달에 1권인데 말입니다ㅋㅋㅋㅋㅋㅋㅋ
그 두 권 올해 꼭 읽을 거예요! 아니, 이번 여름에 반드시 읽어내고야 말겠어요!!!!!!!!
(feat. 의심스러운 과한 결심)

단발머리 2024-07-03 11: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비교하고 그러는거 나쁜 거지만, 우유밤식빵 진짜 이쁘네요. 넘나 뽀얗고 윤기 좌르르~~~~~~~~~~~~~

잠자냥 2024-07-03 14:13   좋아요 2 | URL
우유밤식빵 너무 예뻐서 뜯어 먹을(?) 수 없습니다. ㅋㅋㅋㅋㅋ
오늘 아침에도 한입! 먹지는 못하고 한입 뽀뽀! ㅋㅋㅋㅋㅋ

Forgettable. 2024-07-03 12: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피터 싱어 좋아합니다! 인류애 충전.. ㅎㅎ 냥이들 사랑해

잠자냥 2024-07-03 14:14   좋아요 1 | URL
인류애 충전한 닝겐이 너희들 사랑한다고 했다고 즤집 냥이들에게 전해드릴게요!

달자 2024-07-03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반기에만 90권… 아니 다들 그렇게 책 읽을 시간은 어떻게 내시는 건가요…!!! 멋져멋져.. 읽으셨던 책들 쭈욱 읽으니 잠자냥님 상반기 서재 브리핑 겸 요약본 읽는 느낌이네요ㅋㅋㅋㅋ 이렇게 또 몇권은 장바구니에 넣구 갑니다 총총

잠자냥 2024-07-04 11:52   좋아요 0 | URL
이 서재에는 저보다 또 많이 읽는 분들이 부지기수라는 게 더 놀라운 사실 아닙니까?!
하반기에오 열심히 읽어보게습니다.....

건수하 2024-07-03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권수가 중요한 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90권...!!
게다가 읽은 책이 한 권도 없다...

전 요즘 독태기인가봐요. 주말 내내 책 안 잡을 때도 있고 읽어야 할 책이 있는데 까먹고 그래요...

전 식빵이라면 다 좋아합니다. 근데 특히 통곡물식빵을 좋아해요 ㅎㅎ
저희집은 다 까만 애들이라 혹시 셋째를 데리고 온다면 흑백이 아닌 애로 데리고 오고 싶네요.

잠자냥 2024-07-04 11:52   좋아요 1 | URL
건수하 님 독태기 맞나봐요. 북플에서도 자주 안 보임!
건수히 님네 세번째 빵이 궁금해집니다..ㅋㅋㅋㅋ

건수하 2024-07-04 13:47   좋아요 1 | URL
요즘 두 까만빵들이 서열 정리하는지 여기저기 소변 뿌려서 ㅠㅠ
세 빵을 한꺼번에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흑흑
셋째는 은퇴할 때쯤에 생각해보기로...

펠리웨이 사다놓고 나니 왜 잠잠해진거죠?

잠자냥 2024-07-04 14:20   좋아요 0 | URL
그거 때문인 거 아닌가요? 그게 생각보다 효과가 있는지 저희도 이사 때랑 합사할 때 써봤는데 애들이 잠 쿨쿨 자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4-07-04 14:24   좋아요 1 | URL
아직 개시 안했는데 평안해져서요... ^^
그러다 말 때가 된 건지, 아니면 사료를 바꿔줘서 둘 다 잘 먹는데 맘이 편해져서 그런지...
알 수 없는 빵들..

자목련 2024-07-04 09: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목록도 반갑지만 냥이들이 더 반가운!!
제가 읽은 책도 무려 네 권이나 보입니다. 네 권 모두 좋았고요.
식빵, 먹을 수 없지만 입맞춤하는 자냥 님이 부럽습니다. ㅎ


잠자냥 2024-07-04 11:53   좋아요 0 | URL
냥이들 오랜만에 많이 등장했죠?
막냉이는 오늘도 뽀뽀~!! ㅎㅎ

꼬마요정 2024-07-06 01: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빵 셋 다 주세요!!!!
냥이들 너무 귀여워요. 책과 고양이, 책장은 완벽한 조합이죠 ㅎㅎㅎㅎ
저희집 냥이들도 빵굽기 장인들입니다만 잠자냥 님네 냥이들도 정말 완벽한 사랑둥이들이에요^^
(앞에 책 목록 다 휘발.....음... 뭘 읽으라고 하셨지??)
 
이상한 막간극
유진 오닐 지음, 이형식 옮김 / 지만지드라마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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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라는 막간극을 살아가는 인간군상의 욕망, 사랑, 배신, 미움, 증오, 열정, 환멸로 가득한 이야기. 이게 무대 위에서 재현이 가능하다고? 불가능함을 가능하게 만드는 유진 오닐의 엄청난 필력. 대단하다, 정말. 이 작품을 읽지 않고 유진 오닐을 말할 수 있을까.... 진심 연극으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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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4-07-02 1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은오랑 자냥의 만나는 장면 장면의 막간극을 생생하게 보고싶다…

잠자냥 2024-07-02 10:29   좋아요 0 | URL
첫사랑으로서 괜찮겠니???? 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4-07-02 10:34   좋아요 0 | URL
대개 서브남주는 무해합니다 ㅋㅋㅋㅋ 여주는 나쁜남자임을 알면서도 그에게 끌리며… 그 어찌할 수 없는 고구마에 사랑이 있는 것! ㅋㅋㅋ

잠자냥 2024-07-02 10:40   좋아요 1 | URL
벽 뒤에서 아련한 눈으로 계속 울고 있는 모습 상상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작품에도 조금? 비슷한 인물이 나오기는 함 ㅋㅋㅋㅋㅋ)

공쟝쟝 2024-07-02 10:42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 ㅋㅋㅋ 나도 상상하고 있음ㅋㅋㅋㅋㅋㅋbgm. 난 안돼겠니 이 생에서 다음 생에선 되겟니~ 이 드라마의 끝은?
 
읽지 못하는 사람들 - 우리의 인간다움을 완성하는읽기와 뇌과학의 세계
매슈 루버리 지음, 장혜인 옮김 / 더퀘스트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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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다, 먹는다, 싼다, 읽는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거의 꾸준히 하고 있는 행위이다. 이 가운데 ‘읽는다’는 자고 먹고 싸는 일에 비해 조금 뒤늦게 시작했다. 언제부터 읽기 시작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한글을 빨리 익힌 편은 아니라서 읽기도 그다지 빠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글씨를 알고 난 후부터는 늘 읽었다. 말없이 얌전히 책만 읽는 아이-내 유년 시절의 초상화를 그린다면 이런 모습일 것이다. 또래와 노는 일보다 책 읽기가 더 좋았고 그런 성향은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떨기보다, 그 공허하게 느껴지는 시간보다 혼자 책 읽는 시간이 좋다.

‘지상의 다락방’- 알라딘의 내 서재 이름이다(다락방 생각해서 지은 거 아님). 홀로 책 읽기 좋았던 어린 날의 그 다락을 떠올리며 지은 이름이다. 내가 좋아하는 책 속의 한 구절, ‘내 이 세상 도처에서 쉴 곳을 찾아보았으되 마침내 찾아낸 책이 있는 구석방보다 나은 곳은 없더라.’(움베르토 에코, <장미의 이름>)와도 일맥상통한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못하면 입안에 가시가 돋치는 게 아니라, 마음에 가시가 돋는다. 한 글자도 읽지 못하는 날은 괴롭다. 고통스럽다. 에이, 거짓말! 반문하는 사람도 있으리라. 그런데 정말이지 나는 그렇다. 그게 무엇이든 한 글자라도-아니 이건 너무 부족하다- 몇 쪽이라도 읽다 잠들지 않는 날은 잘못 산 기분이다. 술에 취한 날도 무조건 읽다 자야 한다. 읽지 못할 것 같은 날에는 아침이든 점심이든 그 어느 때라도, 어디서라도, 틈을 내서라도 조금이라도 읽어야 한다. “병든 인간만이 책을 읽는다.”(강유원, <책과 세계>)라는 말도 있는데 이 정도면 병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읽지 못하면 우울하다. 나는 책 읽기를 왜 이토록 좋아하는 것일까. 혼자 있기를 좋아하고, 책을 펼치면 그곳이 어디든, 누구와 함께 있든 혼자만의 세계로 진입할 수 있기 때문은 아닐까.

<읽지 못하는 사람들>을 읽다가 이런 구절을 발견하고는 크게 공감한다. 혹시 나도 이랬던 것은 아닐까? “예부터 세상 속에 섞여 살기가 버거운 사람들은 책 속으로 도피해왔다. 이 범주에 속하는 사람은 사람보다 책과 함께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 아스퍼거증후군 초기 사례연구에는 책에 파묻혀 병동 구석에 앉아 있던 여덟 살 소년이 등장한다. (...) 인간의 행동은 불안정하고 예측하기 어렵지만 책은 언제나 한결같다. 이 소년이 학교 친구들보다 책을 더 편안하게 느낀 이유도 비슷하다. (<읽지 못하는 사람들>, p.149) 공교롭게도 내 오래된 일기 속에서 이런 구절을 발견한다. ‘인간과 책_ 인간은 너무 가변적이다. 역시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사는 수밖에 없다. 책은, 그것도 오래된 책은 변하지 않는다. 내가 어쩌면 책을 읽는 이유(2017년 11월 6일)’   

그런데 이토록 내게 절대적인 책을 못 읽게 된다면, 아니 읽을 수 없다면 내 삶은 어떻게 될까? 그 생이 살아갈 가치가 있을까? 한 번도 읽지 못하는 삶을 상상해본 적이 없다. 읽지 못하게 될까 봐, 눈을 다칠까 봐 조심하고, 시력이 떨어질까 봐 눈에 좋은 영양제만큼은 열심히 챙겨 먹으면서도 단 한 번도 읽지 못하게 될 내 인생을 상상해 본 적은 없다. 그런데 <읽지 못하는 사람들>을 읽고 나서 ‘읽지 못하는 삶’을 심각하게 떠올려보고는 그것이 아주 잠깐의 가정(假定)에 속했을지라도 진저리를 칠 수밖에 없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런데 <읽지 못하는 사람들>은 당신도 언제든지 문해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고, 어느 날 갑자기 읽기 능력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고, 그러니까 당신도 ‘실독증’이라는 덫에 걸릴 수 있다고 위협한다. 경고한다.

실독증? 난독증은 들어봤는데 실독증은 또 뭐람?! 이 책에 따르면 실독증은 “더 이상 손글씨나 인쇄된 언어를 읽을 수 없지만 보거나 말하는 등의 다른 일은 계속할 수 있는 신경학적 증후군”을 뜻한다. 읽기능력 상실은 보통 뇌졸중, 종양, 머리손상, 퇴행성 질환으로 인한 뇌손상 때문에 일어난다. 어린이가 읽기를 배우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난독증과는 달리 실독증은 글을 읽을 줄 아는 성인에게 영향을 끼친다. 평생 책을 읽어온 사람이 갑자기 읽은 것을 하나도 이해할 수 없는 상태가 되기 때문에 후천적 문맹이라고도 한다. 갑자기 읽을 수 없게 된 사람을 설명할 용어가 마땅치 않으므로 이 책에서는 이런 환자를 ‘문해력 상실인’이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사실 이 책은 ‘읽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말할 때 보통의 사람들이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이들, 그러니까 난독증처럼 글씨를 인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들부터 살펴본다. 그러나 난독증을 다룬 1장은 나와는 관련이 없는 듯해 관망하듯이 읽었다. 그런데 실독증, 문해력 상실인을 다룬 3장은 남의 일 같지만은 않아서 제아무리 지금 잘 읽고, 읽은 것을 잘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언제든지 그 능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고, 인간은 그렇게 나약한 존재라고 새삼 깨달으며 몰입해 읽었다. 이 장에서는 읽기능력을 상실한 후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이들의 사례가 여럿 소개된다. 저자에 따르면 작가나 학자, 편집자처럼 읽기가 거의 한 개인의 정체성을 이루던 사람들일수록 문해력 상실인이 된 이후로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는 경향이 크다고 한다. 신경의학자이자 작가인 올리버 색스는 좌골신경통 때문에 책을 읽을 수 없게 되자 처음으로 자살을 생각한다. “나는 읽어야 한다. 내 삶의 대부분은 읽기다”라고 말했던 그였기에 목숨을 끊을 생각까지 했다는 게 어쩌면 당연하게 느껴진다.

이렇게 갑자기 읽기능력을 잃어버린 이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읽기능력을 잃어버린다는 것은 단순히 학습 기술을 잃는 것에 그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보다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상실하는 것에 가깝다. 읽기능력을 상실한 사람들은 더는 자신을 완전한 인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실독증을 겪는 사람은 자신이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알기 때문에 더욱 고통스럽다. 이런 사람들은 더는 읽을 수 없는 상황이 사형선고처럼 느껴진다. “읽기와 문해력으로 얻을 수 있는 사회, 문화, 경제적 혜택”을 비롯해 “현대 사회에서 읽기는 의사소통, 오락, 지식의 원천으로 널리 인식되며 많은 이가 읽기를 의미 있는 삶에 필수적인 지혜의 원천”(p.170)이라는 것을 체득했던 이들이기 때문에 더 그럴 것이다.

실독증 사례에서 보듯이(물론 난독증이나 과독증과 같은 자폐아들의 읽기, 공감각, 환각, 치매 등 이 책에서 다루는 다양한 ‘읽지 못하는 사람들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인간은 단지 눈만이 아니라 뇌로도 본다는 사실을 곧잘 잊곤 한다. 읽지 못하는 날이 올까봐 그저 눈 영양제나 챙겨먹고 시력이 나빠질까, 눈이 다칠까 조심하는 나도 그런 부류에 속한다. 그러나 읽기는 ‘수많은 감정적‧인지적‧지각적‧생리적 과정을 동기화하며 일어나는 복잡한 행위’이다. 때문에 이런 사실을 고려할 때, 읽지 못하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도리어 누구나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이 더 경이롭다. 그렇지 않은가? 이런 면에서 실독증은 읽기가 지적 활동일 뿐 아니라 생리적 활동이며 미세하지만 결정적인 수많은 신체 교환이 제대로 이뤄져야 하는 체화된 행동이라는 점을 보여주기도 한다. 읽기장벽은 누구나의 삶에 끼어들 수 있으며 문해력 상실인은 매끄럽게 이뤄지던 읽기가 시각 인식부터 해독, 의미 생성까지 다양한 신경 활동의 복잡하고 까다로운 조합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드러낸다. 또한 이런 활동이 언제든 오작동할 수 있다는 점을 날카롭게 보여주기도 한다.

그렇다면 대체 ‘읽기’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눈으로 글자를 좇아서 그 내용을 이해하는 것만이 읽기일까? 이 책에서 소개하는 어떤 사람은 뇌졸중으로 인해 단어의 첫 글자를 알아볼 수 없게 된다. 그는 사라진 글자를 손으로 따라 쓰는 등 다른 방법을 이용하면 계속 정확하게 읽을 수 있지만 도무지 이런 기술을 사용하려 들지 않는다. 그가 생각하기에 이런 방법은 정상적인 읽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대안적인 문해가 문맹보다 나쁘다고 판단하고는 이런 읽기 방식을 거부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과연 정상적인 읽기일까? 이 책은 온갖 읽기장벽에 부닥친 사람들의 사례를 통해 읽기 과정이 순조로이 작동할 때는 감춰졌던 읽기의 다양한 측면을 살펴보면서 읽기의 본질이 과연 무엇인지 성찰한다.

문해력이 떨어진다고 개탄하는 시대이다. 한 인지신경과학자의 “문해는 문화가 발명한 것”이라는 말도 곰곰 생각해볼 만하다. 읽기는 말하기와 달리 인간의 뇌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읽기가 지위, 특권, 권력을 나타내는 정체성의 중요한 요소이자 의미 있는 삶의 전제조건으로 여겨지는 오늘날, 읽기차이가 사람들에게 끼치는 영향을 더 잘 이해하려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또 이제는 읽기가 단순히 언어기호를 해독하고 이해하고 해석하는 것에서 그치는 과정이라고 보는 좁은 관점도 넘어서야 하지 않을까. “다양한 인지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신경 다양성 운동의 핵심 통찰을 바탕으로 병적이거나 비정상적이거나 ‘읽기가 아닌 것’으로 치부된 활자와의 상호작용 방식에 주목하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p.335)는 이 책의 말처럼 <읽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저 ‘읽기’만이 아닌 정상성과 비정상성의 세계, 아울러 읽을 수 없는 삶의 고통 또는 읽을 수 있음의 축복까지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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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 2024-06-27 16: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대안적인 문해가 문맹보다 나쁘다고 (판단했다고)요?! 읽기 장벽이 무너지는 것만 생각해봤지 반대의 경유는 생각 못해봤거든요. 읽을 수 있는 곳으로 넘어간다고.. 그게 비가역적이리라고 생각해왔던 나를 발견함…진짜 흥미롭네요. 이 서평 너무너무너무 좋아요. 이 책을 빌려온다음에 고대로 갖다 준 “읽지 못한 사람”으로서.. 너무 재밌게 읽고 갑니다.

잠자냥 2024-06-27 16:13   좋아요 1 | URL
네 저 사람은 그랬다고 하더라고요. 저라면 대안적인 문해가 문맹보다는 나을 거 같은데... 읽지 못하는 곳통! 으아아. 그렇지 않나요? 정상적인 읽기 행위에 매몰되다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고요. 이 책 제 리뷰보다 당연히 더 좋은데 ㅎㅎㅎ 나중에 다시 읽어보세요! 제가 쓰지 않은 내용 중에 흥미로운 내용 정말 많아요- 책 읽으면 글자가 다양한 색깔로 보이거나 책을 읽으면서 맛이나 냄새를 느끼는 사람도 있고요...우리의 나보코프는....!

바람돌이 2024-06-27 18: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실독증이란것도 있다구요? 아 진짜 그건 죽음이에요. 사람들은 저한테 퇴직하면 뭐할거냐고 심심하지 않겠냐고 하는데 저는 몇년 안 남은 퇴직이 너무 너무 기다려지거든요. 그건 순전히 마음껏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생기는 것 때문인데 실독증도 있다니... ㅠㅠ 😭

잠자냥 2024-06-28 10:19   좋아요 0 | URL
그쵸? 상상만 해도 죽음이죠?! 으아 정말 상상하기 싫습니다.... ㅠㅠ
대부분 실독증은 사고로 인한 뇌손상이나 건강 문제로 발생하는 거 같아요. 건강해요... 우리... 잘 읽기 위해서!

독서괭 2024-06-27 18: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실독증이라구요...??? 헉.. 너무 무서운데요?? 저는 잠자냥님만큼 책을 읽지 않으면 괴로운 정도는 아니지만, 읽는 대상이 책 뿐은 아니니까요. 와, 너무 힘들 것 같은데..

잠자냥 2024-06-28 10:20   좋아요 1 | URL
˝와, 너무 힘들 것 같은데˝에서 진심 느껴짐ㅋㅋㅋㅋㅋ 건강 관리 잘해요!
실독증은 대부분 (사고로 인한) 뇌손상이나 뇌졸중, 치매 등으로 오는 거 같아요.. 으아.

다락방 2024-06-28 11: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읽기를 어릴 때부터 워낙 좋아하기도 했지만 읽기는 또 저랑 가장 오래 함께 할 거라고 생각했었어요. 막연히 그랬지요. 그런데 몇 해전, 핸드폰을 보다가 초점이 안맞아 눈에서 좀 떨어뜨리면서 갑자기 너무 놀랐어요. 이게 뭐지? 왜 잘 안보였지? 왜 뒤로 핸드폰을 밀어야 했지? 근무중이었는데 벌떡 일어나서 보쓰에게로 가 ‘병원에 좀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부랴부랴 그 길로 안과를 갔어요. ‘내가 읽지 못할 수도 있겠구나‘ 라는 두려움이 찾아와서였어요. 그건 ‘보이지 않는‘데에서 시작했죠. 이대로 안보여서 못읽게 되면 어떡하지? 읽기를 못할 수도 있다는 건 너무 큰 공포였어요. 아 안돼 어떡하지, 읽지 못하면 대체 뭘 하라는 거야. 너무 두려웠어요. 침착하자, 오디오북도 나오고 있으니까 다른 식으로 책을 읽을 수 있을거야. 그렇지만 그건 그게 아닌데...
병원에서는 저에게 노안이 왔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너무 안타까워서 ‘선생님, 제가 뭘 하면 될까요, 루테인 먹을까요?‘ 했는데, 이미 노안이 온 이상 아무것도 할 게 없다고 하더라고요. 받아들이다가 돋보기를 쓰는 것 뿐이라고... 여전히 읽기는 할 수 있지만, 그런데 예전보다 좀 힘들긴 해요. 이건 보이지 않아 읽을 수 없는 경우에 관한 것인데, 그렇죠, 읽기는 눈만이 하는게 아니죠. 보이더라도 읽을 수 없기도 하는거네요. 그럴 때는 오디오북도 소용이 없는 거겠죠? 그건.. 너무 무섭네요 ㅠㅠ 그러면 어떡해요?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이 책 무섭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잠자냥 2024-06-28 12:59   좋아요 1 | URL
엥? 그냥 페이퍼를 써 이 사람아! ㅋㅋㅋㅋㅋㅋㅋㅋ 댓글 길이 좀 봐! ㅋㅋㅋㅋㅋ
다들 실독증에 충격 ㅋㅋㅋㅋ 계속 읽기 위해서는 눈만 관리할 게아니라 뇌 관리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뇌가 참 뜻대로 관리하기 어려운 영역이기는 하죠.... -_-;;
뇌의 영역이 고장나면 오디오북도 소용이 없기는 합니다..... 뇌의 서사를 구성하는 영역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치매 환자들의 경우) 계속 읽고 또 읽고..... 같은 페이지에서 머물기도 한답니다;;;

구단씨 2024-06-28 14: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세 번째 단락 소개해주신 인용구.
시기와 이유는 조금 다르지만, 책에게 향하는 마음은 비슷한 시작인 것 같아요.
책이 도피처가 될 수는 없지만, 도피처가 되어버리고 마는 순간도 있는 듯 하고요.
활자잔혹극 다시 읽다가 실독증, 문맹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리뷰 보니까 더 깊어지는 주제가 되어버렸어요. ^^

잠자냥 2024-06-28 14:38   좋아요 1 | URL
책이 도피처가 되니까 책에 파묻히는 사람들 사례도 나오는데, 책이 도피처가 되기에는 그럴 만한 상태여야 한다는 내용에도 공감했어요. 너무 우울하거나 생활에서 극단적인 일이 일어나면 책으로 도피할 수조차 없는 거죠(<한낮의 우울> 앤드류 솔로몬의 이야기도 잠깐이지만 나오거든요) .
오잉? 활자잔혹극에도 실독증 이야기가 나오는가보군요? 그 책도 재미나 보여요.

희선 2024-06-29 0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눈만 괜찮으면 오래 책을 볼 수 있겠지 했는데... 책을 죽 읽으면 뇌는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군요 뇌를 다치거나 뇌가 아프면 책을 못 볼 수도 있겠네요 그런 일은 없기를 바라는데... 뇌를 건강하게 하려면 운동도 조금 해야겠군요 조금이라니...


희선

잠자냥 2024-07-02 10:30   좋아요 1 | URL
네, 보통은 책을 본다고 하니까 눈만 소중하게 생각하기 십상인데 뇌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었어요. 뇌를 건강하게 하려면.. 저는 일단 술을 끊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ㅎㅎㅎㅎ

관찰자 2024-07-01 16: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것과는 조금은 다른 이야기지만 오래 읽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 달리기를 하시던 어느 어르신의 이야기가 떠오르네요. 가만히 앉아서 읽는 일인데, 그 일을 위해서 하루에 몇시간씩 달려야하다니.. 나는 너무 힘들어서 싫다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그 정도의 노력은 있어야줘야 평생 건강하게 읽을 수 있는 걸까요.ㅠㅠ 실독증, 정말 무섭네요.

잠자냥 2024-07-02 10:31   좋아요 0 | URL
책 읽는 걸 좋아하는 분들이 많은 공간이라 그런지 다들 실독증에 엄청난 공포를 느끼시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걸 꾸준히 오래 하기 위해선 역시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쟝쟝 2024-07-01 21: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두 솔찬히 읽는 것이 좋아지긴 했지만, 세상에는 읽는 것보다 재밌는게 너무 많아요!! 잠쟈냥님의 읽기를 포함한 ’세상 읽기‘를 응원합니다. 가끔은 책을 딱 덮어버리고 영화도 집어치우고 하늘을 감상하셔요~!!

잠자냥 2024-07-02 10:32   좋아요 1 | URL
ㅋㅋ 솔찬히 읽는 것이 좋아졌으면서 아직 읽기보다 더 재미닌 게 많은 공쟝쟝, 어쩌면 그대가 삶을 더 잘 즐기고 있는 것인지도!

독서괭 2024-08-04 23: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후.. 책 다 읽고 리뷰까지 쓰고 다시 잠자냥님 리뷰를 보니 얼마나 잘 쓰셨는지 다시 한번 느낍니다😍

잠자냥 2024-08-05 07:18   좋아요 1 | URL
잠사모 회장다운 발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