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모퉁이 카페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권지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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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모퉁이 어느 카페에서 두 연인이 웃고 떠들다가 문득 일어나 악수를 나누고 각자 갈길을 가는, 이별의 그 순간을 담은, 그래서 가을을 닮은 이야기들. 만나고 사랑에 빠지고 권태롭다 결국 헤어지는 관계의 속성을 꿰뚫어 보는 사강의 섬세한 시선은 단편에서도 빛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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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03-18 10: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문법은 사랑에 관한 말을 할 때 전혀 중요하지 않다. 프랑스어를 꽤 오랫동안 사용해온 그녀가 할 수 있는 말은 끝맺는 말에 따라 문장의 뜻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 정도였다. 예를 들어 ‘당신을 많이 사랑해요‘와 ‘당신을 많이 사랑했어요‘ 그리고 ‘당신을 영원히 사랑할 거예요‘와 ’당신을 영원히 사랑하려고요‘ 사이에는 서로 다른 사랑의 세계가 존재한다.(153쪽)

새파랑 2024-03-17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연인= 잠자냥님,은오님 ?

잠자냥 2024-03-17 18:58   좋아요 1 | URL
네?! ㅋㅋㅋㅋ 길모퉁이 카페에서 만난 적도 없습니다~!! ㅋㅋㅋㅋ

은오 2024-03-21 22:21   좋아요 2 | URL
😱 그럴리가.... 은오에게 잠자냥님이 권태로울 날은 없을 겁니다~!!

잠자냥 2024-03-22 00:09   좋아요 1 | URL
잠도파민 아직 안 떨어진 은바오.

은오 2024-03-22 03:46   좋아요 1 | URL
무한도파민

은오 2024-03-21 22: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길모퉁이 카페에서 만날까요?

잠자냥 2024-03-22 00:08   좋아요 2 | URL
엥?! 고기 사주기로 했잖아?! 카페에선 고기 안 팔아요. ㅋㅋㅋㅋㅋ😹

은오 2024-03-22 04:03   좋아요 2 | URL
디저트는 은바오가 사겠읍니다~!! 고기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뽀뽀도 하고

잠자냥 2024-03-22 06:34   좋아요 1 | URL
마늘 금지 🤣🤣

은오 2024-03-23 21:55   좋아요 1 | URL
마늘뽀뽀도 괜찮읍니다~!!
 
[eBook] 취한 날도 이유는 있어서 - 어느 알코올중독자의 회복을 향한 지적 여정
박미소 지음 / 반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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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결핍을 느끼는 사람들만이 취기에 기대어 살아간다’ 알코올사용장애를 벗어나려면 자신의 불안과 우울을 마주해야 한다고. 저자의 알코올중독 경험 중에 몇몇 장면이나 술을 마시는 동기에서는 나인 줄. 뇌과학적으로 접근한 부분도 흥미로웠는데… 매일 마시는 나여, 정말 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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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03-15 00: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아침부터 마시지는 않지만… 회사 안 다니면?! 알 수 없나…-_-a

공쟝쟝 2024-03-15 01:23   좋아요 0 | URL
회사 안다니면 가능해요! 저 술 마신게 기억안나요 ㅋㅋㅋ

잠자냥 2024-03-15 08:57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아니 저 저자는 퇴사하고나서는 아침에도 술 마심. 나는 그래서 아침부터 마시지는 않으니까…. 심각한 알중은 아니잖아! 생각했으나 나도 회사 안 다니면 아침부터 술 빠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쟝은 대단하오 금쥬.

공쟝쟝 2024-03-15 09:16   좋아요 1 | URL
앜ㅋㅋ 한동안은 마셨습니다 ㅋㅋㅋ ㅋㅋㅋㅋㅋ 안다니니까 금주 아닙니다 ㅋㅋㅋㅋ 저 치료받으러 다님ㅋㅋㅋㅋㅋㅋ 하얗게 잊고 있었네욬 나름 사투벌이고 지금된 거 같아요 ㅠㅠ

은오 2024-03-15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열심히 10년 줄이고 있으니까 잠자냥님도 10년 열심히 늘리기!!

잠자냥 2024-03-15 21:26   좋아요 1 | URL
네🙆🏻‍♀️
음 근데 넌 줄이지는 마…

은오 2024-03-15 22:57   좋아요 0 | URL
잠자냥님 없이 어떻게 살죠???

잠자냥 2024-03-15 23:11   좋아요 0 | URL
지금까지 25년 잘 살았다 이눔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오 2024-03-15 23:19   좋아요 1 | URL
그25년은 잠자냥님을 알기전이잖아요?
이미안이상
돌이킬수없다

잠자냥 2024-03-15 23:21   좋아요 0 | URL
아….🤯

새파랑 2024-03-17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잠자냥님처럼 알코올중독은 아님....

잠자냥 2024-03-17 18:58   좋아요 1 | URL
부정하는 게 더 수상합니다~!!
 
메모의 즉흥성과 맥락의 필연성 - 23년차 단행본 편집자의 메모 실례
김영수 지음 / 인간희극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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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 메모, 문헌 메모, 영구 메모- "자신만의 언어로 메모를 써서 그 메모들을 연결하라"- 책의 분량에 비해 사례(보도자료)가 좀 많은 느낌이긴 하지만 이 책에 실린 보도자료를 읽다 보면 일반 독자들은 리뷰 쓰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개인지식관리, 글쓰기에 대한 효과적인 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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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03-13 09:3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모든 지식의 기반은 텍스트다. 그런데 텍스트는 우리의 뇌 속에 그대로 흡수되지 않는다. 자신만의 언어로 가공해 놓지 않은 텍스트는 피부에 닿은 알코올처럼 잠깐 머물다 증발해 버릴 뿐이다. 따라서 무언가를 읽고 자신의 감상을 써두는 사람과 그냥 허겁지겁 다음 읽을거리를 찾는 사람 사이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엄청난 격차가 생기게 된다. (28쪽)

햇살과함께 2024-03-13 09:47   좋아요 4 | URL
무척 찔리는 문장이네요! 소화도 못 시키며 허겁지겁 먹고 있는 나...

건수하 2024-03-13 10:31   좋아요 4 | URL
허겁지겁... (가슴을 부여잡는다)

독서괭 2024-03-13 11:41   좋아요 3 | URL
허겁지겁… (가슴을 부여잡는다2)

잠자냥 2024-03-13 11:57   좋아요 3 | URL
그 손 놓으라고 멱살 잡고 싶으다🤣🤣🤣

책읽는나무 2024-03-13 23:11   좋아요 1 | URL
비수 꽂혀 쓰러진 1인(나)...ㅋㅋㅋ

잠자냥 2024-03-13 09:4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한 번에 십수 권의 책을 사서 읽는 열혈 독자였던 그 친구에게 업자의 입발림 소리로 ˝요즘 책값 많이 비싸지?˝라고 묻자 그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아니, 나는 책만큼 싼 게 없다고 생각해. 책은 자기가 아는 걸 다 털어놓잖아. 현실 속에서 생전 처음 보는 사람한테 그렇게 해주는 사람이 있겠어??˝ (111쪽)

햇살과함께 2024-03-13 09:47   좋아요 2 | URL
정말 책 만큼 싼 물건이 어딨어요!

잠자냥 2024-03-13 09:51   좋아요 3 | URL
심지어 이 책은 애호박보다 쌉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레이스 2024-03-13 10:02   좋아요 1 | URL
공감!
그래도 책살땐 고민됩니다!

저한테 필요한 책인듯!

햇살과함께 2024-03-13 12:31   좋아요 1 | URL
애호박 ㅋㅋㅋㅋ

잠자냥 2024-03-13 14:31   좋아요 1 | URL
얼마전에 동생이 놀라서 사진 찍어 보내준 걸 보니 쪽파 한단에 2만원 넘던데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햇살과함께 2024-03-13 16:23   좋아요 1 | URL
2만원!! 하긴 사과 2개 만원 하더라고요… 사과도 못먹을 지경…

coolcat329 2024-03-14 09:46   좋아요 1 | URL
아! 정말 그러네요.
이 책에 나오는 글인가요?

잠자냥 2024-03-14 09:52   좋아요 1 | URL
넵, 이 책 111쪽에서 인용했습니다~

은오 2024-03-13 19: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편집자냥님... 머싯어...

잠자냥 2024-03-13 20:07   좋아요 1 | URL
첫번째 댓글 너 보라고 쓴 거야. 이눔아!!

은오 2024-03-13 20:47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징짜요?? 완전결혼신청🥹

잠자냥 2024-03-13 21:35   좋아요 0 | URL
엥?! 글 쓰라는 건데…🤯🔫

은오 2024-03-13 19: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결혼은 좀 즉흥적으로 해도 될 것 같읍니다. 어차피 잠자냥님과 전 필연으로 이어졌으니까.

잠자냥 2024-03-13 20:06   좋아요 0 | URL
즉흥적으로 다른 사람과~!!

은오 2024-03-13 20:48   좋아요 0 | URL
절 이대남에게 버리시는건가요ㅜ

잠자냥 2024-03-13 21:36   좋아요 2 | URL
헙…. 그건 차마🙀😹😹😹

은오 2024-03-14 14:38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3-15 08: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무언가를 읽고 자신의 감상을 써두는 사람‘ <- 이거 완전 잠자냥 님과 저와 알라디너들이네요. 후훗. 멋진 사람들이다 만세!!

은오 님은 글을 써라!!

잠자냥 2024-03-15 08:55   좋아요 1 | URL
어제 잔소리(?) 좀 해서 ㅋㅋㅋㅋ 좀 알아들은 거 같기는 한데 지금은 왕창 읽는 게 좋대서 읽으라 했습니다~!!
 
내 삶을 구하지 못한 친구에게 알마 인코그니타
에르베 기베르 지음, 장소미 옮김, 김현 해설 / 알마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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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또는 쾌락 또는 방탕으로 얻은 질병 에이즈로 죽어가는 자신과 그 주변인들의 생생한 기록. 사랑해도 하지 않아도 결국 죽어갈 인생. 왜 사나 허무해진다. 어차피 죽어가는 마당에 한때 연인이었던 사람의 민낯을 이렇게 까발릴 이유는 또 뭘까. <화산 아래서>가 푸코가 가장 좋아한 소설이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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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3-12 08: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을 읽지 않았지만, 어쨌든 과거 알았던 다정했던 사람에 대해 범죄가 아닌 것을 까발리는 것은 반대합니다.

잠자냥 2024-03-12 08:35   좋아요 1 | URL
푸코라고 이름이 나오는 건 아니지만 누가 봐도 푸코고 푸코가 보면 격분할 문장이 …. 🙀😹

건수하 2024-03-12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굳이... 죽기 전에 하고 싶은 말 다 했나 봅니다...
이자벨 아자니 얘기도 있다고 전에 본 것 같네요.

잠자냥 2024-03-12 09:36   좋아요 1 | URL
네, 이자벨 아자니도 등장합니다...(물론 가명으로) 근데 다 알 수 있고....
에이즈로 죽어가는 푸코에 대해서 꼭 그렇게까지 해야 했나.... 여전히 뭘 위한 폭로인지 모르겠어요.
푸코 대머리에 가죽 채찍 이미지 씌워짐 -_-;;

coolcat329 2024-03-12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코가 이 작가의 연인이었군요! 근데 무슨 감정으로 옛 연인의 사생활을 다 까발렸을까요? 자기 삶을 구하지 못한 친구가 푸코라서? 읽기 괴로운 소설 같아요.

잠자냥 2024-03-12 11:22   좋아요 1 | URL
잠깐 사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후로는 친구처럼 지낸 거 같고, 푸코의 동거인이자 오랜 연인은 사회학자인 다니엘 드페르(Daniel Defert)로 푸코 유고 정리도 이 사람이 했어요. 다니엘 드페르도 좀 기분 나빴을 거 같습니다. ㅎㅎㅎㅎ

coolcat329 2024-03-12 11:25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드페르도 진짜 기분 나빴을 거 같아요. ㅠㅠ

단발머리 2024-03-12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사생활의 주인공이 그 사람이라니 세세한 내용이 궁금해지는........... 난 아직 멀었나보다. (먼 산)

잠자냥 2024-03-13 09:42   좋아요 1 | URL
ㅋㅋ **한 사생활이 아주 많이 나오는 건 안니지만..... 좀 충격적이기는 합니다. 젠장 ㅋㅋㅋㅋㅋㅋ 알고 싶지 않았던 1인.

은오 2024-03-13 19: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이 덜 허무하도록 은바오가 폭풍사랑을 드릴 예정
사랑해도 하지 않아도 결국 죽어갈 인생이라면 나는 잠자냥님을 사랑하리...

잠자냥 2024-03-13 20:13   좋아요 1 | URL
여기서 더?!?!🤯🔫🔫🔫🔫🔫

은오 2024-03-13 20:42   좋아요 1 | URL
엥? 잠자냥님은 아직 은바오 사랑의 반의반의반의반도 맛보지 못하셨읍니다~!!

잠자냥 2024-03-13 21:37   좋아요 1 | URL
반의반의반이 …….?!😱

은오 2024-03-14 14:36   좋아요 1 | URL
🙆‍♀️

공쟝쟝 2024-03-15 0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르베 정도는 생겨줘야 푸코 애인될 수 있다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3-15 08:58   좋아요 0 | URL
에르베 이쁘게 생기긴 했지만… 난 드페르쪽이오. ㅋㅋㅋㅋ 푸코가 오래 데리고 살만하다 생각. 분위기도 있고 지적이지 않음?!

공쟝쟝 2024-03-15 09:10   좋아요 1 | URL
당연하됴!! 지적 정치적 동반자 아므나 하는 거 아님!! ㅋㅋㅋ 🥹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 민음사 모던 클래식 10
재닛 윈터슨 지음, 김은정 옮김 / 민음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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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오렌지만이 유일한 과일이라면서 아이에게 준다. 평소에는 물론 아이가 아플 때도 화가 날 때도 혼란스러울 때도 오렌지만이 정답이다. 또 어머니는 기독교만이, 예수님만이, 하느님 만이 유일한 것이라고 아이에게 준다. 그 세상만을 허락한다. 아이에게 어머니는 절대적인 존재이다. 이 아이는 오렌지와 기독교의 세례 속에 그것들로 이루어진 세상이 유일한 것이라 믿고 자란다. 그러나 인간은 가둬두고 키울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어머니는 그러고 싶었을지 모르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 아이는 학교에도 가야하고 그곳, 어머니의 손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다른 세상을 만날 수밖에 없다.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라는 제목은 당연한 명제이다. 이 책에서 주인공 소녀가 말하듯, 포도도 바나나도 있고 딸기 사과 배 복숭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과일이 존재한다. 굳이 다른 종류의 과일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감귤류에는 오렌지와 비슷한 귤도 있고 한라봉도 있고 천혜향도 레드향도 있고 금귤도 있고, 자몽, 라임, 레몬… 상큼하기 이를 데 없는 것들이 여럿 존재한다. 저 당연한 “오렌지만이 과일이 아니”라는 제목은 어찌 보면 상상을 제한하기도 한다. 이 책은 사둔 지는 좀 오래되었는데 제목이 주는 느낌과 작가의 삶과 관련하여 예상 가능한 내용이라 읽기를 계속 미뤘던 것 같다.

지넷 윈터슨은 데뷔작인 이 책으로 신인상에 해당하는 휘트브레드상을 수상하고 이후 람다 문학상(Lambda Literary Award)도 받았는데, 람다문학상은 LGBTQ 작가들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을 기리고자 람다 문학 재단(Lambda Literary)에서 해마다 수여하는 문학상으로 이른바 퀴어 문학계의 노벨문학상이라고도 불린다. 람다문학상 수상 작가라는 이력을 알고서는 아, 이 사람 레즈비언이구나 싶었고 그러다 보니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라는 말은 곧 성정체성의 다양함을 뜻하려니 싶어서 어쩐지 예상 가능! 안 읽어도 읽은 듯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읽으면서 솔직히 한방 맞은 기분이 들었다. 아아, 더 빨리 읽을 것을.

첫 페이지부터 반했다. 웃음이 키득키득 나왔다. 텔레비전으로 레슬링 보기를 즐기는 아버지와 레슬링을 보기보다는 하기를 좋아하는 어머니....(설마 진짜 레슬링일까.....?)를 소개하는 장면부터 좀 웃겼는데 이윽고 이어지는 어머니 소개에서 이 작품이 평범한 퀴어 문학은 아니겠구나 싶어진다. 어머니의 세계는 오로지 친구 아니면 적으로 나뉜다. 선과 악, 옭고 그름이 너무나도 뚜렷한 어머니. 어머니의 적들은 (다양한 모습의) 사탄, 옆집, (여러 형태의) 섹스이다. 옆집이 왜 적이냐면, 옆집은 시도 때도 없이 기이한 신음소리를 내기 때문이다(레슬링을 시도 때도 없이 하는 듯). 어머니의 친구는 하느님, 우리 집 강아지, 샬럿 브론테 소설들, 그리고 ‘나’이다. ‘나’에는 괄호치고 이런 설명이 덧붙는다. “처음에는 그랬다”고.

이 문장으로 어머니와 나, 그러니까 ‘지넷’ 사이에 분열이 생길 것임을 알 수 있다. 어머니와 나 사이에는 또 하나의 비밀이 있는데, 어머니는 ‘적들의 세상을 상대로 벌이는 태그 매치에 끌어들이기 위해 나를 입양’한 것이다. 예수만큼 현명한 남자는 없다고 생각했고, 동정녀 마리아가 되고 싶었으나 그렇지 못했던 어머니는 아이를 낳지 않고 ‘나’를 입양한 것이다. 편집증에 가까울 정도로 기독교와 선교에 심취한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린 지넷은 태어난 이후로 줄곧 세상은 교회가 확대된 형태이며 아주 단순한 원리로 움직인다고 여기며 자란다. 그러나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고 학교에 가고 이런저런 사람을 만나고, 사건을 겪으면서 어느 순간 교회도 때로 혼란스러워한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다.

그리고 거기에는 당연히 사랑이 있다. 고양이 같은 회색 눈을 지닌 멜라니를 본 후 그것이 사랑인 줄도 모르고 사랑에 빠져버리는 이 소녀. 자기도 모르게 계속 생각하고 만나고 싶고 같이 있고 싶고 무슨 말을 할까 머리를 굴려 봐도 막상 만나면 긴장한 탓에 어처구니없는 말말 떠들다가 급기야 두 소녀가 성경 공부를 빌미로 같이 밤을 보내던 날 이상야릇한 경험을 하고는 자신의 성정체성을 깨닫는 지넷. 그런데 지넷과 멜라니가 사는 이 마을은 지넷 어머니뿐만이 아니라 거의 대다수가 광신도적 기독교인이다. 좁은 마을에서 이 두 소녀의 지나친 친밀함은 눈에 띄지 않을 수 없고 어머니를 비롯한 목사와 신도들은 두 소녀에게 악마가 쓰였다면서 퇴마의식을 행하기도 한다. 오렌지만이 과일이라고, 오직 기독교만이 구원이요, 그 교리에 어긋난 삶을 사는 것은 사탄이라는 이 폐쇄적인 공동체에서 지넷은 과연 어떻게 버티며 살아갈 수 있을까?

지넷 윈터슨은 실제로 열여섯 나이에 양부모에게 정체성을 들켜 가출한다. 그 후 아이스크림 장사, 장례식 보조, 트럭 운전사, 정신병원 도우미 등 온갖 막일을 하며 돈을 모아 생계를 꾸려 나갈 뿐만 아니라 밤에는 공부해서 스물한 살에 옥스퍼드대학교 영문학과에 입학한다. 꿋꿋하고 영특했구나 싶은데 실제로 이 작품에서도 그런 꿋꿋함과 영특함, 재기발랄함이 엿보여 읽는 내내 즐겁다. 폐쇄적이고 억압적인 사회에서 고작 성정체성 때문에 사탄이라 손가락질 받으며 그토록 사랑하고 따랐던 어머니로부터도 “넌 내 딸이 아니”라는 말을 들을 정도였다면 그 상처가 어마어마했을 텐데, 이 작품은 결코 어둡지 않다. 오렌지 빛깔처럼 밝고 화사하며 상큼하다. 중간 중간 진짜 빵 터지는 구절도 많다. 이를 테면 이런 구절들-


우리 골목에는 자신이 돼지와 결혼했다고 말하는 여자가 살았다. 내가 그녀에게 왜 돼지와 결혼했냐고 묻자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너무 늦기 전에는 돼지인지 아닌지 절대 알 수 없단다.”
바로 그거다.
내가 꿈에서 발견한 것을 그 여자는 삶에서 발견한 것이 확실했다. 그녀는 부지불식간에 돼지와 결혼한 것이다.
(....)
나는 혼란스러웠다. 모두들 항상 당신은 당신에게 딱인 남자를 만났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돼지에게 시집간 여자와 내 꿈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존재했다.
그날 오후 나는 도서관에 갔다. 커플들을 보지 않기 위해 일부러 멀리 돌아서 갔다. 커플들은 고통스러운 것 같은 희한한 소리를 냈다. 여자 아이들은 항상 벽에 밀쳐져 있었다. (124~125쪽)


세상에는 여자들이 있다. 세상에는 남자들이 있다. 그리고 야수, 즉 짐승들이 있다. 짐승과 결혼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키스가 항상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전 세계에 걸쳐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여자들이 계속 짐승과 결혼할 수 있다는 말인가? 짐승을 식별하는 방법이 있기만 하다면 배급제도 같은 것을 실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동네 전체가 짐승으로 가득하다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 “왜 그렇게 많은 남자들이 사실은 짐승인 거예요?” (127쪽)



그러나 단지 이런 위트 넘치는 문장들로 가볍게 끝나지만은 않는다. 종교적으로 억압받고 세뇌당하다시피 해서 학교에서는 별종에 괴짜 취급을 받고, 여자이면서도 다른 여자에 대한 낭만적인 사랑을 품었기에 죄인 취급을 받고 그 사랑은 옳지 않다고 말하는 사회에서 이 어린 소녀가 어찌 웃음만으로 버틸 수 있었겠는가. 그러나 지넷은 꿋꿋하다. 어릴 때부터 자신이 사랑했던 신과 교회를 버릴 수도 없다. 신과 교회를 여전히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 신을 그리워한다. 그러나 자신이 사랑하는 신은 자신을 배반하지 않았음을 안다. 믿는다. 단지 그 신을 모시는 하인들이 신과 나 사이에 끼어들어서 배신했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흔들리지 않는다. 어떤 존재가 일단 창조되면 ‘창조물은 창조주로부터 분리되고, 온전히 존재하기 위해 입회인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먹을 사람이 없어도 케이크는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 진실임을 믿는다. 우리가 보지 못한다 해도, 단지 사람들이 “무엇을 알아볼 수 없다고 해서 그것이 아무것도 아닌 것은 아니”라고 당당히 말할 줄도 안다.

‘담장은 보호하고 동시에 제한한다. 무너지는 것도 담장의 본질’이라고 ‘담장이 무너지는 것은 당신이 자신의 트럼펫을 불 줄 알게 된 결과’(190쪽)라고 생각할 만큼 자란 지넷은 어느 순간  어머니가 쥐어주는 오렌지를, 사랑했던 멜라니가 주는 오렌지를 거부한다. 포도도 바나나도 과일이라고, 오렌지만이 정답은 아니라고. 게다가 참 재미나게도 이 좁은, 폐쇄적인 마을 안에서도 알고 보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포도, 바나나, 복숭아, 딸기였던가? 지넷의 어머니조차 한라봉이었을 수도 있음을 이 작품은 암시한다. 어머니의 옛 애인들이 담겨 있던 사진첩 속 맨 밑에 고양이를 안고 있던 그 예쁜 여자는 누구일까? 진짜로 어머니의 남자 친구였던 에디의 여동생일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어머니도, 지넷도, 이 책을 읽는 독자도 안다. 우리가 보지 못한다 해도. 단지 사람들이 "무엇을 알아볼 수 없다고 해서 그것이 아무것도 아닌 것"은 아니다. 자신만의 트럼펫을 불 줄 알게 된 소녀로 자란 지넷은 분명 ‘나를 파괴할, 그리고 나에 의해 파괴될 사람을’ 만나 사랑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누군가를, 죽을 때까지 날 사랑할 사나운 사람을 원한다. 사랑은 죽음만큼 강하고 영원하며 또 평생 나의 편일 것임을 알고 있다. 나는 나를 파괴할, 그리고 나에 의해 파괴될 사람을 원한다. 세상엔 수많은 형태의 사랑과 애정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평생 동안 서로의 이름도 모른 채 함께 지내기도 한다. 이름을 주는 것은 힘들고 시간이 걸리는 과정이다. 이는 본질과 관련된 것이며 힘을 의미한다. 그렇지만 사나운 밤에 누가 당신을 집으로 부르겠는가? 당신의 이름을 아는 사람뿐이다. 낭만적 사랑은 싸구려 소설로 희석되어 수천 권 수만 권의 책으로 팔린다. 어딘가에서는 낭만적 사랑이 여전히 원서와 같은 석판에 적혀 있다. 이를 위해서라면 나는 바다라도 건너고 뙤약볕 아래에서의 고생도 마다 않고 내가 가진 전부를 줄 것이다. 그러나 남자를 위해서는 그러지 않을 것이다. 남자들은 파괴자가 되려고만 하지 결코 파괴되지는 않으려 하니까. 그래서 남자들은 낭만적 사랑에 어울리지 않는다. 물론 예외는 있다. 그리고 난 그들이 행복하기를 바란다. (2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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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4-03-11 13: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단순히 그런 내용이겠지 했는데.. 보관함에 담아두고 잊고있던 중 절판되더니 새로 나오기까지 했군요.

‘동네 전체가 짐승으로 가득하다‘ 는 말에 빵 터졌어요. 비슷한 생각을 하던 시절이 다들 있었겠죠 ㅎ

잠자냥 2024-03-11 13:23   좋아요 0 | URL
아 저 진짜 어젯밤에 읽다가 혼자 빵빵 터졌어요. ㅋㅋㅋㅋㅋ 고양이들이 어리둥절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웃기고 유쾌합니다. 꼭 읽어보세요!!

coolcat329 2024-03-11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빵빵 터지는 소설 넘 좋아요. ㅋ

잠자냥 2024-03-11 17:00   좋아요 0 | URL
재미나게 읽어보세요!

새파랑 2024-03-11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LGBT 문학의 대가 잠자냥님! 수영장 도서관 생각이 나네요~!! 인용한 문장들이 재미있네요 ㅋ

잠자냥 2024-03-11 17:00   좋아요 1 | URL
아니 대가까지는 아니고 좀 읽었을 뿐...
또또 수영장 도서관!! 생각난 김에 읽을 겁니다~!! 앨런 홀링허스트~!! ㅋㅋㅋㅋ

다락방 2024-03-11 21: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재미있겠다. 새 책으로 사고 싶다...
저는 오늘 키위 먹었어요. 편육+소주 먹고 후식으로 키위....

잠자냥 2024-03-12 08:35   좋아요 0 | URL
엥 왜 새 책으로 사죠?! 🤯🤯🤯 못 말려~!!

구단씨 2024-03-12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관함에 넣어두었던 제목이 기억나서 찾아보니 개정판이 나왔네요.
이번 표지가 더 예뻐요. ^^
잠자냥님 리뷰가, 제가 읽어봐야지 하고 기억했던 이 책 내용보다 더 재밌게 들려요. ^^

잠자냥 2024-03-12 08:37   좋아요 0 | URL
이 시리즈 새로 나오는 것들은 표지 화려하게 바꿨더라고요. 책이 더 재미나니 꼭 읽어보세요! ㅎㅎ

자목련 2024-03-12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읽으니 더 사고 싶은 마음!
읽고 싶은 마음이 아니라 사고 싶은 마음이라니 ㅋㅋㅋ

잠자냥 2024-03-13 09:42   좋아요 0 | URL
사두면 언젠가는 읽더라고요? 저도 이 책 몇 년 전에 사뒀는지 기억도 가물가물... 드뎌 읽지 않았습니까?!

독서괭 2024-03-13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좀 잘못했네요. 제목만 보면 재미없을 것 같아요 ㅋㅋㅋ 잠자냥님이 처음부터 반했다니,,, 레슬링부터 빵 터지고 ..ㅋㅋㅋㅋ 조용히 담아두겠습니다..

잠자냥 2024-03-13 16:53   좋아요 1 | URL
앙 이거 진짜 웃겨요. 꼭 읽어보세요!! ㅋㅋㅋㅋㅋ

은오 2024-03-13 20: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을 앞으로도 꿋꿋하게 사랑하리라고 결심하게 만드는 아름다운 리뷰....

잠자냥 2024-03-13 20:11   좋아요 1 | URL
너 그러면 괴로울 텐데….😹😹

은오 2024-03-13 20:43   좋아요 2 | URL
“나는 나를 파괴할, 그리고 나에 의해 파괴될 사람을 원한다.”

잠자냥 2024-03-13 21:39   좋아요 1 | URL
팜파탈 곰탱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