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계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5
시마자키 도손 지음, 노영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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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서 버림받지 않기 위해 철저히 너의 정체성(신분)을 숨겨라`하는 육체적 아버지와 자신이 누구인지 당당히 밝히고 사회의 편견과 맞서 자유롭게 사는 정신적 아버지 사이에서의 갈등과 번뇌. 그리고 그 끝에 참된 해방과 구원을 얻는 주인공 `우시마쓰`의 진실된 삶의 여정이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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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기술 밀란 쿤데라 전집 11
밀란 쿤데라 지음, 권오룡 옮김 / 민음사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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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 관한 흥미진진한 에세이. 쿤데라 작품을 이해하는데 꽤 도움이 된다. 게다가 체코어가 아닌 불어판 중역, 혹은 다른 언어로 번역될 때의 문제점에 대한 그의 지적도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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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브래드버리 - 태양의 황금 사과 외 31편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18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호근 옮김 / 현대문학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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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SF가 아니다. SF를 기반으로 한, 그 외투를 입은 현실이 삶이자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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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정의
오에 겐자부로 지음, 송태욱 옮김 / 뮤진트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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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장애를 가진 아들을 키우며 살아가며 느끼는 작가의 이런저런 생각들이 담겨 있지만 큰 기둥은 환경과 평화를 생각하는 삶, 차별이나 소외를 극복하고 인간다움을 회복하는 삶에 있다. 그의 글을 통해 자기 자신의 삶만을 생각하지 않는, 인간의 사회적 책임을 끊임없이 상기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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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당 (무선) - 개정판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9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연수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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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카버의 단편을 읽고서 '이게 뭐야? 그래서 뭐 어쩌라고?'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대체 왜 '카버' '카버' 하는지 이해가 잘 안 되었다. 특별한 이야기도 없고, 느닷없이 시작해서, 느닷없이 끝나버리는 몇 페이지 되지 않는 짧은 분량의 이야기들. 왜 그에게 수많은 작가가 그렇게 열광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카버의 여러 단편을 각색해 영화로 만들었던 로버트 알트만 감독의 <숏컷>을 볼 때도 비슷했다. 지리멸렬했다. 스크린을 보는 내내 답답했다.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집 <제발 조용히 좀 해요>,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대성당>을 차례로 읽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예전에 왜 카버의 작품이나 로버트 알트만의 영화<숏컷>을 읽으면서 답답하고 무기력하고, 지리멸렬했는지. 레이먼드 카버의 작품에는 희망이 없다. 암울하다. 참담하다. 거의 모든 단편이 우울하고 희망 없는 일상의 나열이다. 알코올 중독자, 붕괴하는 가정, 왜 함께 사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부부, 서로 각자의 이야기만 하는 가족, 언제 내 일이 될지 모르는 실업, 갑자기 다가온 사고나 병으로 그나마 지탱되던 일상이 붕괴하는 등 '살기 참 퍽퍽하다'는 느낌뿐이다.

이번에 카버의 작품을 읽으며 강력하게 떠오른 이미지가 있다.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의 그림. 호퍼의 그림 속 주인공들은 여럿이 함께 있어도 고독하고, 자기만의 세계에 갇힌 듯 보인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하지만 결코 떠날 수 없는, 혹은 떠나더라도 언젠가는 다시 이곳(다 떨치고 싶은 일상이 있는 바로 '이곳')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운명을 이미 알고 있는 듯한 표정이다. 우울하고 무기력하고 삶의 희망은 찾아보기 힘들다. 카버의 작품 속 사람들과 똑 닮았다. 이런 일상을 그린 작품을 마주하고 있으려니 가슴이 답답해져 오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닐까.




함께 있어도 고독하고 (Edward Hopper, Nighthawks, 1942)




아침에 눈을 떠도 여전히 무기력하고 (Edward Hopper, Morning Sun, 1952)




가장 가까울 것 같지만 가장 먼 사람들... (Edward Hopper, Excursion into Philosophy, 1959)



그런 짧은 순간, 보통 사람이라면 그냥 '별 것 아닌 것 같은' 일상에서 그토록 심오하게 일관된 세계를 그려냈다는 것이 카버의 위대함일 것이다. 게다가 최대한 압축한 표현들이란! 평범한 작가라면 절대로 흉내 낼 수 없으리라. 일반 독자는 물론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카버의 단편은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소설'이라면 무언가 특별한 일이 일어나야 할 것 같고, 온갖 미사여구로 문장에 힘써야 할 것 같고… 이런 편견을 카버는 송두리째 깨뜨린다. 그래서 그의 작품 같은 글을 쓰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단편집을 읽는 내내 고통스럽다가 <대성당>을 읽은 즈음 쿵, 하고 가슴에서 울림이 터졌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을 읽을 때였다. 이 작품은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에 '목욕'으로 실렸던 작품인데 <대성당>에는 조금 다르게(?) 각색되어 다시 나왔다. 희망 없던 카버의 작품에서 드디어 희망이랄까, 서로 상처를 치유해주는 사람들의 모습을 만나게 된 것이다. '대성당' 또한 그전의 작품들과는 확실히 달랐다. 한때 카버에게도 봄이 찾아오긴 왔었나 보다. 이렇게 작품을 통해 작가 인생의 변화, 삶에 대한 태도의 변화를 감지하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었다.

카버의 작품은 그의 삶과 무척 닮았다. 알코올 중독자, 해체 직전의 가족, 경제적 고통, 가난했던 삶… 그리고 말년에 잠깐 찾아온 행복(이 행복의 요소에는 그의 두 번째 부인도 포함될 것이다). 카버는 자신이 잘 모르는 사실에 대해서는 쓰려고 하지 않았다고 한다. 느끼는 점이 많다. 최근 나오는 소설 중엔 자신이 잘 모르는 세계에 대해 쓰다 보니 온갖 참고자료가 나열되는 소설이 종종 있다. 읽고 나면 어쩐지 공허하다. 가까운 이에게 은밀하게 들은 타인의 비밀을 소재로 소설을 쓰는 것도 그렇다. 남의 인생을 훔쳐오는 것도 모자라 온 세상에 폭로한다. 그가 겪은 것, 그가 본 것, 관찰한 것으로 엮어낸 특별할 것 없는 일상 속의 '특별한 이야기'인 카버의 작품은 그래서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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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16-09-19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버의 <대성당>을 읽어보려고 하는데, 번역이.... 오역에 관한 한 대가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일컫는 인물이 한지라 자꾸 망설이게 됩니다. 잠자냥 님의 글을 읽어보고나선 더 읽고 싶어지는데, 그래도 번역한 작자가.... 하이고 이걸 참 나...

잠자냥 2016-09-19 18:00   좋아요 0 | URL
ㅋㅋ 저는 예전에 그 사람이 번역한 그레이엄 그린 <권력과 영광> 열린책들 버전으로 읽다가 좀 이상한 부분이 있어서 원문 꾸역꾸역 찾아보고 그랬답니다... 다른 번역가가 옮긴 게 없으니 참;; 대안이 없군요. 하핫. 하지만 <대성당>은 좋은 작품임에 틀림 없으니 꼭 한번 읽어보세요.... 카버는 영문으로도 읽어보고 싶어서 영문판 사서 잘 하지도 못하면서 혼자 번역하면서 몇 작품 읽어본 적 있는데요. 워낙 문장이 짧고 간결해서 저처럼 영어 잘 못 하는 사람도 도전해볼 만하더군요. <대성당> 읽으시면서 뭔가 이상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영어로? ㅎ

어쩌다냥장판 2022-11-16 15: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레이먼드 카버의 책이 나왔다고 떠서 이걸 읽어 말어 하고 있네요 이전에 읽은 기억으로 뭔가 내스타일이 아닌데 한 기억이 있어서... 누가 이침대를 쓰고 있었든 이걸 사 말아 하고 있어요 ㅎㅎ

잠자냥 2022-11-16 16:39   좋아요 0 | URL
저는 카버 소설 좋아해서 새 책 샀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