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올해도 서재의 달인 엠블럼을 받았다. 스킨 디자인은 최대한 깔끔한 걸 좋아해서 나는 이 엠블럼을 받자마자 보이지 않게 표시하고는 한다, 올해도 서재의 달인 발표가 난 날 이걸 없애려고 서재 관리자 모드에 들어가니 그간 내가 받은 엠블럼들이 주르륵 나온다. 서재를 처음 알고 시작한 지 어느덧 8년째. 주마등처럼 흘러가는 시간이여. 허허 그 세월 참...?! 참 열심히도 산다(buy). 올해의 마지막 책 지름이라고는 차마 말 못해. 기대별점 적립금에 놀아나고 있는 나여.....
로베르트 발저, <연필로 쓴 작은 글씨- 희미해져가는 사람, 발저의 마지막 나날>
12월의 가장 가슴 뛰는 신간 소식은 단연코 발저. 발저를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있지.... 있다. 발저의 발저성(性)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뭐 저 따위로 사느냐고..... 혀를 끌끌 찰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래서 그를 사랑한다. “고립된 작가들 중에서도 가장 고립된 작가. 그저 변변찮은 양복 한 벌 입고, 조끼 주머니에 몽당연필 한 개와 잘라낸 메모지들을 가지고 다니며 이런저런 것들을 적어넣을 뿐”인 작가. 그 마지막 기록이다. 아아, 책도 너무나 아름다워, 현기증 날 것 같은 아름다움.
아름답지 않습니까? 소장각.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이, <꿈의 연극>
어머, 이것도 사야 해! 현대 연극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스트린드베리이의 걸작 희곡집. <미스 줄리>와 <꿈의 연극> 두 편이 실렸다. 유진 오닐이 스트린드베리이를 일컬어 “모든 현대 극작가 가운데 가장 위대한 천재”라고 했다던데, 오닐아, 진짜야? 나는 당신이 천재라고 생각하는데.... 천재가 추앙하는 천재라고!?
엘리자베스 하드윅, <잠 못 드는 밤>
미국 문단에 전설로 남은 <뉴욕리브오브북스> 공동 창간자, 평론가, 에세이스트, 소설가 "형용사의 여왕"이라는 엘리자베스 하드윅- 하드윅은 소설 장르에 대한 기존 관념을 뒤엎는 독보적인 형식 그리고 시를 연상시키는 함축적인 문장으로 평론계와 독자들을 매혹했다고. 절친 한나 아렌트, 메리 매카시, 에이드리언 리치 등과 더불어 미국의 지성을 대표하는 여성으로 손꼽혔다고 하는데 이제야 그의 첫 작품을 읽는다. 작품을 읽고 나니 왜 “형용사의 여왕”이라고 하는지 알 것 같다. 문장성애자들에게는 매혹적일, 그러나 스토리성애자들에게는 흠....좀... 일 것 같은 그런 책.
이치카와 사오, <헌치백>
사볼까 말까, 도서관에 들어오면 빌려볼까 하던 참인데.... 트위터를 통해 작가가 아쿠타가와상 시상식 현장에서 전자책 발매를 촉구하면서 했던 말들이 인상 깊어서 사보기로 결정. 사실 아쿠타가와상은 언제부터인가 지나치게 파격적인 면에만 치중해서 내겐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인상을 종종 주고는 했는데 역시나 이 작품도. 흠흠. 일단 <에이스>를 읽은 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이 책을 읽으니 그 과잉 성애 사회가 받아들이기 흠좀무....
그리고 코맥 매카시, <패신저>, <스텔라 마리스>
책 탑에는 없지만 곧 내 손에 들어올 책. 동생이 갑자기 메신저로 물었다. 책 살 거 없어? 왜? 12월 굿즈로 주는 보온 주전자가 너무 갖고 싶은데(아니 진짜? 정말? ㅋㅋㅋㅋㅋㅋㅋㅋ) 이벤트 대상 도서에서 아무리 봐도 살 책이 없단다. 그냥 주전자를 살까 고민하던 참에 클레어 키건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하나 담았는데 도저히 5만원 채울 수가 없다나- 키건 나 이미 샀어! 했더니, 그거 빼니까 더 살게 없다고!? 진짜 없어? 이벤트 대상 도서 목록을 살펴보니 진짜 없다(사고 싶은 건 이미 삼;)....... 그러다가 코맥 매카시 <패신저>와 <스텔라 마리스> 둘 중 하나 사. 그랬더니 아니 이 동생이 두 권 다 사버림. <패신저>와 <스텔라 마리스>는 2022년 매카시가 마지막으로 남긴 유작으로 그의 작가 인생 60년에 걸쳐 쌓아온 작품세계가 집대성된 결정체와도 같은 작품이라고. 동생아, 곧 책 받으러 가마... 언제?
두 권 사 ㅋㅋㅋㅋㅋㅋㅋ
키건 책 띠지에 있던 카피 문구인데 은바오의 “두 병 사” 일화가 생각나서 빵 터짐.......
알랭 드 보통, <철학의 위안- 불안한 존재들을 위하여>
은바오가 몰고 온 보통 열풍(?) 보통 재소환! 알랭 드 보통 요즘 뭐하나 검색하다 보니 이 책이 올해 새로 나왔더라! 우리의(?) 기억에서 잊혔을 뿐 여전히 보통은 책을 쓰고 내고 있었다. 오랜만에 보통 책 읽어보고 싶어져서 이 책을 구매.
하워드 진. 레이 수아레스, <서사를 바꿔라-하워드 진의 마지막 인터뷰>
신간이 더는 나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신간 알림을 신청해놓은 작가가 있다. 하워드 진이 그런 사람 중 하나인데.... 이 책 알림이 왔을 때 반가우면서도 약간 으흠? 하고 자세히 들여다볼 수밖에 없었다. 기존의 이런저런 인터뷰집에서 이미 읽은 글들 재편집 발매한 책은 아닐까 싶어서. 그럼에도 ‘마지막 인터뷰’라는 데 의의를 두고 구매.
에밀 시오랑, <역사와 유토피아>
에밀 시오랑이 갑자기 읽고 싶어져서 책을 찾아봤으나,<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 이 책은 어느 책장 뒤쪽으로 밀려났는지 보이지 않고, 그렇다면 다른 책을!? 하다가 구매. 시오랑에게 기대하는 염세와 우울로 점철된 글은 아닐 것 같은데 그럼에도, “민주주의는 줄 것이 아무것도 없는 아름다운 약속이다. 한 국가에는 천국이자 동시에 무덤이다. 삶에는 민주주의가 의미가 있지만, 민주주의에는 삶이 없다.”(57쪽)와 같은 문장을 보라. ㅋㅋㅋㅋㅋㅋ
자크 라캉, <욕망 이론>
대학 3학년인가 4학년 때였다. 현대문학비평 시간에 교수가 이 책 읽기를 과제로 냈다. 읽긴 읽었고 재밌었다고 느꼈지만 그게 벌써 몇 년 전인가. 리포트도 써서 냈지만 과연 제대로 읽었을지 의아하기도 하고, 다시 읽고 싶어서 구매.
안드레이 타르콥스키, <시간의 각인>
요즘 타르콥스키 영화가 문득 보고싶어졌는데, 그의 영화는 진짜 각잡고 봐야하는 영화라 쉽사리 화면 앞에 앉지 못하고 있다. 그러던 참에 책이라도 읽을까 하는 심정으로 구매. 타르콥스키의 주요 저작이자 세계 영화사의 대표 저술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책. 더불어 타르콥스키의 영화 미학뿐 아니라 러시아 문화의 지적 전통까지 파악할 수 있다.
존 버거, <존 버거의 글로 쓴 사진>
전자책 쿠폰이 좀 생겨서 뭘 사보나 둘러보다가 이걸 사기로 했다. 열화당 종이책 좀 비싸거든. ‘글로 쓴 사진(포토카피)’이라 이름 붙인 존 버거의 아름다운 산문집- 다운로드 받아서 맨 앞의 글 하나만 읽었는데도 아아아, 아름답다.
동생을 언제 만나지...?
저도 엠블렘 이렇게 모았습니다..... 알라딘아, 엠블렘 좀 예쁘게 만들어주면 안 되겠니...?? ㅠㅠ
마무리 짤-
우리 막내 프사 찍었어요. 내 폰 바탕!
막내딸 이뻐하면 빠짐없이 등장하는 이분- 질투쟁이 3호 오빠- 3호야,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데! 오구오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