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샀다. 월요일의 책탑은 다부장님 전용이라 나는 지난 금요일에 올릴 계획이었는데(다른 사람들이 책 산 거 보고 행복해하는 알라디너들의 즐거움을 금욜-월욜로 분산해주려는 큰 그림ㅋㅋㅋㅋㅋㅋ 뭐래), 알라딘에서 약속한 시간에 책 배송을 해주지 않았고, 책탑 사진을 찍을 수 없어서 이렇게 월요일에 올린다(월요일이라 우울한 알라디너들을 책탑 사진으로 위로하려는 큰 그림으로 급 변경 ㅋㅋㅋㅋㅋ)
윌리엄 포크너, <나이츠 갬빗- 여섯 편의 추리소설>
어라라?! 포크너의 추리소설?! 어머 이건 사야 해! 1949년 발표된 윌리엄 포크너의 추리소설집으로 총 여섯 편의 작품에 검사 개빈 스티븐스가 등장한다. 개빈 스티븐슨은 포크너가 창조한 가상의 공간, 미시시피주 요크나파토파 카운티 제퍼슨 출신의 카운티 검사로 <8월의 빛> 등을 비롯하여 포크너 작품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인물 중 하나. 법보다 정의에 관심이 많은 인물이라고 하는데..... 단순한 추리소설이 아닌 인간 내면의 복잡한 심리가 펼쳐지지 않을까 기대-
부스 타킹턴, <위대한 앰버슨가>
오호라, 휴머니트스 세계문학 이번 시즌에는 좀 관심 가는 책이 많다. 이번에 같이 출간된 그라치아 델레다의 <악의 길>과 <여행자 달빛>도 궁금한데 일단 가장 흥미로워 보이는 <위대한 앰버슨가>부터 샀다. 부스 타킹턴은 퓰리처상을 두 번 수상한 단 네 명의 소설가(윌리엄 포크너, 존 업다이크, 콜슨 화이트헤드) 중 한 사람으로 이 작품은 그의 대표작. 국내 초역이다. 망나니 주인공의 일생일대 사랑이야기라는데....
버나드 맬러머드, <점원>
위의 책들 주문하고 난 다음 날이었나, 이 책이 새로 출간된 것이다. 하루만 빨리 나왔어도 같이 주문했을 텐데!!! 지금 오고 있는 중(오늘 도착 예정, 그래서 책탑 사진에는 없다)- 20세기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유대 문학의 르네상스를 이끈 거장 버나드 맬러머드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
이렌 네미롭스키, <뜨거운 피>
<무도회> 읽고 나서 반해서는 계속 읽고 있는 작가 이렌 네미롭스키. 이 작품도 좋았다(부피가 얇아서 금방 읽음). 피가 뜨겁던 시절, 그 시절에 모든 걸 던져버리고 그 상처를 부여안고 살아가는 인생들- 인간의 어리석음과 그 회한이 잘 묘사되고 있다. 약간 추리소설 같은 면모가 있는데 눈치 빠른 독자는 다 예상 가능하다는 게 함정.
이렌 네미롭스키는 문장과 묘사가 절묘한데, 다음과 같은 구절이 절절히 와 닿는다.
큰 도시의 삶은 사람들이 늘 서로 만나거나 절대 만나지 않아서 훨씬 단순하다. 하지만 여기는.... 이미 말했듯이, 사람들이 물 위를 떠도는 코르크 마개 같다. 짠, 하고 나타나서는 온갖 소란을 피우고 오래된 기억을 풀어놓는다! 그리고 훌쩍 사라져서는 십 년 동안 잊히고 만다. (.....) 나는 내 집이 좋다. 불이 사그라든다. 불이 더는 놀지 않고 춤추지 않을 때, 더는 눈부신 불꽃을 사방으로 내던지지 않을 때, 수많은 불티가 빛도 열기도 없이, 아무에게도 득이 되지 않은 채 꺼져가며 그저 냄비를 천천히 데우기만 할 때, 그때 내 집은 참 좋다. (<뜨거운 피>, 23쪽)
육체의 욕망은 헐값으로도 채워진다. 도무지 채워지지 않는 마음, 사랑하고 절망하고 어떤 불로든 타오르길 갈망하는 마음이 문제다. 우리가 원했던 건 그것이었다. 타오르는 것, 우리 자신을 불사르는 것, 불이 숲을 집어삼키듯 우리의 나날을 집어삼키는 것. (<뜨거운 피>, 151쪽)
비비언 고닉, <짝 없는 여자와 도시>
뉴욕을 넘나 사랑하는 뉴요커 비비언 고닉의 대도시 사랑 에세이- <사나운 애착>이후 고닉 에세이는 다 사볼 생각이었는데 마침 리뷰대회도 있어서 겸사겸사 읽었다. 이 책의 자매품으로는 고닉의 <아무도 지켜보지 않지만 모두가 공연을 한다>와 올리비아 랭의 <외로운 도시>를 들 수 있겠다. 도시가 싫어질 때 이 세 권의 책을 읽으면 다시 도시 사랑에 빠질 수 있다.
필립 K. 딕.데이비드 스트레이트펠드, <필립 K. 딕의 말- 광기와 지성의 SF 대가, 불온한 목소리>
SF소설을 잘 안 읽던 시절(지금도 그렇지만 지금보다 더 잘 안 읽던 시절)에도 필립 K. 딕의 작품만큼은 꼬박꼬박 챙겨 읽었다. 그만큼 내겐 뭔가 있는 작가. 재미있기도 하지만 그 음울한 분위기와 통찰력 어쩔........! <필립 K. 딕의 말>이 나왔으니 당장 사볼 수밖에.
다이앤 애커먼, <감각의 박물학>
다락방, 다부장님이 자신은 구판으로 이미 갖추고 있으나 여태 안 읽었다고 자랑하는 그 책. 그렇다 <감각의 박물학>이 무려 19년 만에 개정판으로 새로 나왔다(아니 근데 다부장님 19년 동안 이 책을 안 읽고 묵힌 것?!). 예술과 철학, 인류학과 과학을 넘나들면서 여섯 가지 감각의 기원과 진화과정을 탐구하고, 감각이 문화에 따라 얼마나 다른지 살펴보는 책- 겁나 재미있어 보이는데 다부장님 이번에 저랑 같이 읽으시죠?
가토 게이지, <편집자의 시대- 일본 출판의 황금기를 이끈 편집자 가토 게이지 회고록>
일본 출판계 좀 부럽다. 부러움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어떤 면에서는 존경스러운 면도 있다. 그런 일본 출판의 황금기를 이끈 편집자의 회고록이라니 궁금하지 않을 수가. “탐독의 즐거움을 일찌감치 깨달은 한 소년이 인문서 편집자가 되어 제너럴리스트다운 면모를 십분 발휘하며 일한 사적 회고이자, 뛰어난 편집자들이 당대의 주요 사상과 지식을 앞 다투어 소개하며 일본 사회의 지적 성장을 이끌던 ‘편집자의 시대’를 증명하는 역사적 기록”이라는 책 소개만 읽어도 가슴이 뛴다.
김선기 외, <공부하는 일- 인문잡지 한편이 만난 저자와 편집자 6인이 연구하고 글 쓰는 방법>
남들은 어떻게 공부하고 연구하는지 궁금해서 사본 책. 연구와 글쓰기 등의 태도에서 자극 받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 책값도 저렴하다. (다 읽고 어디 뒀는지 못 찾아서 사진에 없음;;;)
그리고 희망도서
읽어보고 싶고 궁금한 책들 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해서 받아왔다.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행복한 장례식>
1991년 8월, 뉴욕시의 아파트에서 러시아 이민자들이 임종 직전의 예술가 주위에 모인다. 죽어가는 남자와 러시아에서의 삶에 대한 그들의 회상이 빚어내는 이야기- <행복한 장례식>이라는 제목이 약간 뻔한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 루드밀라 율리츠카야 작품이므로 믿고 주문-
레일라 슬리마니, <타인들의 나라>
사볼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 다른 책들에 밀려서 내 지갑을 여는 데는 실패하고 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한 책- 공쿠르상 수상 작가 레일라 슬리마니의 세 번째 작품으로 이국에서, 남성 중심의 세상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의 삶과 욕망을 그리고 있다고. 골드문트 오별 책이라 기대해본다.
마리-루이제 폰 프란츠, <고양이-여성성의 구원에 관한 이야기>
<고양이>에 관한 책인가 싶은데 아니다. “여성성의 구원에 관한 이야기”라는 부제 때문에 이 책 흥미 100% 상승(물론 나는 <고양이>라는 단어만으로도 눈이 가지만....) 이 책의 주제 분류를 보면 ‘인문학>심리학/정신분석학>교양 심리학’이고 이 책을 출간한 곳은 ‘한국융연구원’- 아니 이게 대체 무슨 책이야?! 민담과 꿈을 심리학적으로 해석한 책을 여럿 남긴 마리-루이제 폰 프란츠가 루마니아 민담 속 고양이를 소환해 심리학적으로 접근해본다. 책값이 비싸서 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