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나는 두 줄이 나오고 말았다. 무엇이 두 줄이냐? 자가진단 키트요, 신속항원검사 키트에서 두 줄 말이다.... 지난 금요일,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 자가격리 중이다. 오늘은 그나마 조금 나아져서 집에서 일 좀 해보려고 노트북을 켰더니 냥, 이 녀석들이 노트북 점령에 이어 무릎에 올라와서는 앉아달라고 하도 보채서 끌어안고 키보드 자판을 두드리기도 했다. 야, 좀 저리가....
나는 코로나가 종식(?)될 때까지 나만큼은 걸리지 않을 줄 알았다. 그만큼 조심하고 다녔다. 2차 백신에 이어 부스터샷까지 맞았고, 지난 2월 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피했던 코로나 바이러스를!!! 4월 1일 만우절날 거짓말처럼 양성 판정을 받은 것이다. 아차, 싶은 순간이 있기는 했다. 지난 일요일 엄마 생일이라 가족들이 다 같이 외식을 했는데, 그날 좀 불안했다. 그냥 집에서 먹지, 하는 생각이 굴뚝 같았으나, 가족들이 밀어붙이는 바람에 속으로만 투덜대고 따라갔다. 코로나 이후 처음 가 본 패밀리 레스토랑에 그렇게 사람이 많을 줄이야..... 아무튼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불안은 현실이 되어 나는 이렇게 자가격리 신세가 되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그날 외식한 가족들 중 나만 코로나에 걸렸다.... 같은 환경에 있었어도 수술 후 몸이 덜 회복된 탓인지 나만 코로나에 감염된 게 아닐까 싶다.
감기 비슷하다고 소문이 났지만 직접 겪어보니 감기보다는 아프고 증상도 좀 오래 가는 것 같다. 오미크론은 인후통이 심하다는데, 나는 두통과 근육통이 좀 심한 편이다. 이제 좀 나아졌지만, 부스터샷까지 맞지 않았더라면 지금 어떤 지경일지 좀 무섭기도 하다. 아무튼 양성 판정 받고 자가격리 통보를 받았을 때는 좀 우울했다. 지난 2월 내내 수술 때문에 회사를 빠졌던 터라 또 일주일 못 나간다고 생각하니 면목이 없었다. 평소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 혼자 놀기의 달인이라고 생각했는데 강제로 격리당하는 기분도 그다지 좋지는 않더라. 그래서 그 우울함을 덜고자 책을 질렀다.....응?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것이라고 다부장님이 말씀하시지 않았던가. 그러나 여러분 아무리 예측불허 미래라 할지라도 코로나는 피할 수 있으면 최대한 피하십시오!
집에 쌓인 책을 읽으려고 조금만 지름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나보코프 단편전집>
나보코프 단편전집이 나온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두툼한 종합선물세트로 나올 줄이야! 무려 1264쪽이다. 두께 좀 보소. 장편도 장편이지만 뛰어난 단편 작가로 알려지기도 한 나보코프- 그의 망명 초기부터 작가로 세계에 이름을 떨치게 된 시기까지 몇십 년 동안 꾸준히 써 온 단편들이 실렸다. 나보코프 본인과 그의 아내 베라, 아들 드미트리가 공식적으로 정리한 ‘완전판 단편전집’으로, 모두 68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하루에 1편씩 읽어도 두 달 넘게 걸리네?!
이렌 네미롭스키, <무도회>
최근 출간된 문학 책 중 가장 눈길이 간 책. 우크라이나 출신 프랑스어 작가 이렌 네미롭스키 선집의 첫 번째 권으로 프랑스 중고등학교 필독서라는 <무도회>를 국내 최초로 소개하고 있다. 서른아홉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작가가 남긴 수십여 편의 단편 중 엄선한 네 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이렌 네미롭스키 선집은 모두 6권까지 출간될 예정인 것 같은데..... 한 권으로 묶어서 내주지.... -_-;;
모드리스 엑스타인스 , <봄의 제전 - 세계대전과 현대의 탄생>
격리 중 놀면(?) 뭐해?! 집에서 리뷰대회 준비나 하자! <봄의 제전>은 리뷰대회 있어서 구매. 책 자체도 흥미로울 것 같다. 전쟁을 미학이라는 관점으로 들여다보다니 색다르지 아니한가. 근데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인가 책에 집중이 안 된다. 큰일 났다!
폴 오스터, <낯선 사람에게 말 걸기>
폴 오스터의 산문집이 나왔다. 옮긴이가 여럿인 것으로 미루어 보아, 이제까지 열린책들에서 나왔던 폴 오스터 산문집을 여러 개 모아 엮은 것 같아서 처음에는 살까 말까 고민했다. 그래도 폴 오스터 산문을 읽은 지 오래이기도 하고(기억 희미), 폴 오스터가 또 산문은 잘 쓰지~ 하는 생각에 한 권으로 묶어두고 읽어도 좋을 것 같아 구매. 제목만 봐도 흥미로울 것 같은 글들이 여럿 보인다.
양경인, <선창은 언제나 나의 몫이었다>
이번에 산 책 중 가장 궁금하다. 제일 먼저 읽을 것 같은 느낌. 제주4·3평화문학상 논픽션 부문 수상작으로 저자는 제주4·3 사건을 언급하는 것조차 금기였던 1987년부터 5년 동안 끈질긴 채록과 집요한 취재를 거쳐 제주 여성운동가 김진언의 삶을 복원했다. 열세 살에 물질을 시작, 해녀의 권리를 위해 싸우던 김진언 할머니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꿈을 꾸며 ‘여자평등권’과 차별 없는 무계급사회라는 말에 이끌려 남조선노동당(남로당) 민주여성동맹(여맹) 활동에 뛰어드는데..... 이 책은 “내가 죽으면 발표하라”는 김진언 할머니의 뜻에 따라 20여 년 만에 세상에 선보이게 되었다.
<한겨레21 제1405호, 제1406호>
글쓰기랑 관련된 이들의 글이 여럿 묶여 있어서 흥미로워 보여 구매. 블랑카 님 리뷰 보고 사게 되었는데, 아무리 땡투를 드리려고 해도 잡지는 땡투가 안 되네요! 비록 40원 땡투였겠지만 꼭 땡투 드리고 싶었습니다......
평소 책 지름에 비하면 소소하죠? 그렇지만 책 가격으로만 따지면 절대 소소하지 않다능...
나보코프 단편집랑 <봄의 제전> 두 권만으로도 7만 원 훌쩍 넘.........;

와.... <나보코프 단편전집> 두께 좀 보소.......

컴퓨터에 난입하신 분........

집사야, 뭐하냥. 안아줘요, 안아줘~~

안아 달라고 아우성..............

결국 무릎에 안기신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