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라프 알브 왕자 이야기 / 시어머니와 세 며느리 지만지 고전선집 329
이온 크레안거 지음, 김성기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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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 소설을 읽어 볼 생각에 주문했는데 아뿔싸 거의 동화네…. 동화(우화)라서 거참 지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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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최대의 명절이 다가오고 있다. 긴 연휴에 맛난 음식 먹으며 뒹굴뒹굴 책 읽고 넷플릭스 볼 생각에 행복한 이들도 있을 테지만 바리바리 짐 싸들고 귀성 길에 올라 가족을 만날 생각에 벌써부터 골치가 지끈지끈한 이들도 있을 것이다. 개중에는 한 1, 2년 코로나 핑계로 잘도 가족 모임을 피했는데, 그놈의 백신이 나오는 바람에....하면서 이를 뽀드득 가는 사람도 있으리라. 그러면서도 이렇게 가족 만나기를 꺼려하는 내가 비정상인가? 양심에 찔려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대여, 그런 당신 비정상이 아니라 다분히 정상 중의 정상이니 안심하라. 누구나 가족이란 이름 아래 묶인 이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관계에 크든 작든 고통받고 있으니 가족 만나길 꺼려하는 당신, 자신을 너무 몰아세우지 말지어니. 여기 가족 관계를 다룬 수많은 문학 작품을 통해 나만 가족 때문에 고통받는 건 아니구나, 이런 막장 가족도 있구나, 그에 비하면 내 가족은 천사들이구나, 아, 내 가족에게도 이런 알흠답고 감동스러운 부분은 있지?! 위로받고 공감받기를 바라는 마음에 설 연휴 특집 ‘가족 문학선’을 소개해본다...... 참고로, 영숙이의 엄마를 부탁하고 아버지에게 갔었어 같은 가족 문학이 아닌 고전으로 오래 살아남은 작품들 중 골라보았다.   



카밀로 호세 셀라, <파스쿠알 두아르테 가족>


<파스쿠알 두아르테 가족> 읽었던 날의 충격을 잊을 수 없다. 머리가 어질어질할 정도로 막장 중의 막장 가족이 등장한다. 그런데 이이의 작품이 <돈키호테> 이후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읽은 스페인 소설이라니, 아마도 이 막장 가족 사연에 공감하면서 읽은 지구촌 인간들이 그토록 많다는 소리가 아닐까. 스페인의 열악한 농촌 마을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극단적인 폭력을 경험한 파스쿠알의 고백록으로 그의 가족은 개에게 물리거나 기름통에 빠져 죽거나 가난에 진저리치며 집을 떠난다. 파스쿠알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지만 행복은 잠시. 자식이 죽고 가족은 불화로 치닫고, 아내는 불륜에...... 막장 가족의 이야기와 스페인 내전의 상흔이 뒤섞인 참혹한 이야기. 장담한다, 이 책 읽으면 내 가족, 내 집이 사랑스러워 보일 것이다.





고지마 노부오, <포옹가족>


초장부터 너무 센 가족을 소개했다. 여기 평범한(?) 일본의 한 가정이 있다. 평범해서 더 공감하기 쉬울 것이다. 작은(?) 균열로 서서히 무너져 가는 한 가정을 다룬 작품으로 주인공 미와 슌스케는 중류층의 인텔리로 평화롭고 풍족한 가정의 가장이다. 그러나 미군 청년 조지와의 교류를 계기로 가정에 균열이 생기고 만다. 아내가 그 미군 청년과 부적절한 관계였던 것.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다. 그것은 시작이었으니....! 위태로운 부부 관계를 개선하려고 이 가족은 도쿄 교외에 2층짜리 서양식 주택을 지어 이사를 간다. 그러나 새로운 곳에서 새 출발을 시작하려던 그들 앞에 뜻하지 않은 일이 일어나는데.... 역시나 인생은 새옹지마로구나.






유진 오닐, <밤으로의 긴 여로>


인간은 나 혼자 아무리 잘나도, 아무리 노력해서 벗어나보려 해도 결국 가족이라는 멍에가 드리워진 한 거기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유진 오닐의 자전적 이야기인 <밤으로의 긴 여로>는 그 굴레와도 같은 가족의 이야기이다. 유진 오닐이 너무나도 고통스럽게 쓴 나머지 자기가 죽은 이후 25년 안에는 절대로 발표하지 말라고 했던 작품이기도 하고, 그의 아내의 말에 따르면 그가 이 작품을 쓸 당시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쓰고 나올 때마다 눈물로 눈이 붉어져 방에서 나오고는 했다고. 성공한 아일랜드 이민자의 집이지만, 돈밖에 모르는 아버지, 모르핀 중독자인 어머니, 술과 여자에 빠져 사는 형, 폐병환자인 막내 에드먼드(유진 오닐의 분신) 등 비극적인 가족사와 비극의 원인이 되는 사건, 가족의 붕괴 모습이 단 하루 안에 완벽하게 드러난다.






테네시 윌리암스,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유리 동물원>


<유리 동물원>은 윌리엄스가 벗어나려 했지만 쉽게 벗어날 수 없었던 가족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정신병을 가진 그의 누나는 <유리 동물원>에서 절름발이 누나로, 히스테릭한 어머니는 화려했던 과거를 잊지 못하는 다분히 허영기 가득한 어머니로, 외판원이었던 아버지는 아예 집을 나가버린, 부재중인 아버지로 그려진다.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 역시 가족 간의 이야기다. 암으로 죽어가는 아버지, 아버지의 거대한 유산을 노리는 탐욕스러운 큰 아들 내외와 그들의 다섯 아이들, 부모의 무한한 애정의 대상인 둘째 아들 ‘브릭’과 그의 부인 ‘마거리트’- 이들이 만들어내는 욕망과 좌절, 위선, 소통의 단절, 불협화음이 섬세하게 그려진다.






유진 오닐, <느릅 나무 아래의 욕망>


역시나 유진 오닐의 희곡. 탐욕스럽고 전형적인 가부장의 모습을 한 아버지 ‘캐벗’과 그의 세 아들 ‘시미언’, ‘피터’, ‘에벤’, 그리고 이 남자들로만 이루어진 집에 어느 날 느닷없이 등장하는 한 여자 ‘애비’- 이렇게 다섯 인물을 중심으로 극은 흘러간다. 셋째아들 에벤에게 시미언과 피터는 이복형이다. 캐벗이 두 번째 결혼을 통해 낳은 아들인 에벗은 어머니가 캐벗의 학대로 죽었고, 원래 어머니 소유였던 농장마저 아버지가 빼앗았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언젠가는 아버지에게 복수하고 어머니의 농장을 되찾으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아버지는 세 번째 부인이라면서 ‘애비’를 데리고 나타났으니… 게다가 애비는 전형적인 팜므파탈! 농장을 둘러싼 캐벗과 에벤, 시미언과 피터, 그리고 애비의 욕망의 대결이 시작된다. 이 욕망의 대결에서 최후의 승자는 누구일까?




나쓰메 소세키, <한눈팔기>


가난한 집 막내로 태어나 양자로 보내졌던 나쓰메 소세키는 스무 살이 넘어 다시 본가로 돌아오기는 하지만 친부모에게서도 양부모에게서도 사랑보다는 환멸을 먼저 느꼈다. 그리고 그런 환멸과 생에 대한 쓰라린 시선이 <한눈팔기>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친부모에게서 환영받지 못했던 어린 겐조(나쓰메 소세키의 분신)는 양부모의 세속적인 모습을 보며 비틀어진 욕망에 끌려 다니는 인간의 추악한 모습을 먼저 배운다. 성인이 되고 나서 친가에 복적되기는 하지만, 어느 날 그에게 양부와 양모가 번갈아 나타난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요구하는 것이 없는 듯 다가오지만, 그들은 서서히 경제적 궁핍함을 호소하며 ‘옛정’을 생각하라며 손을 내밀기 시작하는데…. 겐조가 많이 배우고 유학을 다녀온 식자층이고 어딘가에 글을 쓰며 강의를 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수입이 많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고 가족이라는 이들이 당연하다는 듯 그에게 손을 내민다. 그리고 그런 이들을 향한 겐조의 시선은 연민을 떠나 경멸감에 가깝다. 그렇다면 그냥 외면해 버리면 될 텐데, 겐조는 그렇게 하지도 못한다. 따뜻한 사람이 아닌데도 그들에게 끌려 다닌다.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 벗어날 수도 없다. 그것이 바로 겐조의 인생이기 때문이다. 끊고 싶어도 끊을 수 없는 굴레 같은 가족, 무능력하고 불만족스러운 자기 처지, 탐욕스럽고 이기적인 인간에 대한 경멸감, 그런 인간들이 아옹다옹 살아가는 사회에서 자기도 그렇게 닮아가는 것에 대한 모멸감, 미래와 현실에 대한 불안감 등등 <한눈팔기>에는 인생의 쓰디쓴 모든 면이 담겨 있다.



네우송 호드리게스, <결혼식 전날 생긴 일>


이 작품에 대해 한 브라질의 문화 비평가는 이렇게 말했다. “가족이라는 위선적인 집단의 쓰레기통에 버려진 오물과 빈부 격차가 빚어낸 퇴폐의 부스러기를 이렇게도 잔인하게 묘사하고, 일상의 추잡함을 이토록 농밀하게 그려낸 작품은 일찍이 없었다.” 1966년에 출간되었을 때 이 책은 표지에 빨간 테두리를 두르고 ‘성인문학’이라는 문구를 표지에 달았음에도 당시 카스텔로 브랑코 정권은 이 소설이 “가족 제도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는 이유로 판매금지령을 내렸단다. 평온한 일상의 얼굴 뒤에 감춰져 있던 은밀한 욕망과 차마 드러낼 수 없이 숨겨왔던 어두운 열정이 가족들의 가장 중요한 잔치라는  결혼식을 하루 앞둔 전날, 뜻밖의 사건과 함께 터져버린다.





투르게네프, <아버지와 아들>


아버지와 아들, 신구(新舊)세대 간의 갈등, 보수와 진보의 갈등을 지대로 표현한 작품. 대학을 졸업한 아르카디와 바자로프가 아르카디의 고향 마을에 도착하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친구 아르카디의 저택에 잠시 머무르게 된 바자로프는 귀족주의에 젖어 아무런 생산 활동도 하지 않은 채 탁상공론만 일삼는 아르카디의 큰아버지 파벨과 정치, 사상, 문화, 예술 등 모든 방면에서 맞서는데…. 귀족 출신의 이상주의적 자유주의자 아버지 세대와 잡계급 출신의 혁명적 민주주의자인 아들 세대의 갈등이 나타난 이 작품은 진보와 보수가 갈등하던 당시의 시대 상황과 맞물려 두 진영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자, 이번 설 식탁에서는 대선 관련 정치 이야기 금지. 자칫 칼부림난다능.





엘프리데 옐리네크, <피아노 치는 여자>


<아버지와 아들>이 있다면 여기 어머니와 딸 관계를 그린 작품도 있다.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인 <피아노 치는 여자>에서 피아노 교사인 ‘에리카’는 삼십대 중반임에도 아직 엄마와 산다. 특별하게 사귀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직장과 집을 오가는 생활이 거의 전부다. 그런데 이 모녀 관계는 좀 특이하다. 엄마는 에리카의 일상을 감시하고 조종한다. 엄마는 에리카가 어릴 때부터 자신의 허영심을 채우기 위해 에리카에게 음악 교육을 시켰고, 특별한 재능이 없는 딸인데도 천재로 치켜세우며 피아니스트를 만들고자 딸에게 거의 모든 쾌락을 금지한다. 게다가 이 모녀는 아직도 한 침대에서 잔다! 마치 부부처럼! 엄마의 지나친 억압과 구속 때문에 그 안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딸- 이 책을 읽노라면 결코 정상이라고는 할 수 없는, 기이한 여자 에리카에게 한없는 연민이 느껴진다.



프랑수아 모리아크, <테레즈 데케루>


설에 결혼 안 하냐고 묻기 있긔?없긔? 결혼하라고 압박 주는 어른들이 있다면 이 테레즈의 삶을 들려주자. 실화다. ‘테레즈’는 불합리한 결혼 생활에 반기를 들고 속박된 삶에서 벗어나고자 안간힘을 쓰는 여인이다. 어쩌다 보니 또 다른 피난처를 찾아 결혼하는 많은 여자들처럼 테레즈도 안정적인 자리, 자신의 최종적인 지위를 찾고자 서둘러 결혼한다. 그렇게 그녀는 스스로를 구원했다고 믿는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테레즈는 점차 결혼과 가족이라는 굴레가 주는 속박감에서 숨막혀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그곳에서 개인의 자유란 전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녀는 임신을 하고 딸을 갖게 되어도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 임신을 했을 때 남편의 지나친 관심이 역겹기만 하고 오히려 자신이 가문의 ‘자손받이’라는 생각에 비참해질 뿐이다. 테레즈는 혼자, 혼자이고 싶다. 그리하여 그녀는 결국……. 테레즈의 숨 막히는 결혼 생활을 보고 있노라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만든 결혼이라는 제도가 얼마나 인간을 억압하는 폭력적인 제도인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도리스 레싱, <다섯째 아이>


정상적이 두 남녀가 축복 속에 결혼하고 가정을 꾸린다. 문란한 혼전 성관계, 이혼 또는 혼외정사, 산아 제한, 마약 같은 것들을 거부하며 그들은 전통적 의미의 행복한 가정을 건설해 나간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들의 ‘다섯째 아이’는 이 평화롭고 이상적인 가정을 파괴해 가는데…. 이상한 유전자의 지배를 받고 있는 비정상적인 아이 하나가 태어남으로써 평화롭던 가족의 일상에 균열이 가고 무너지기 시작하는 모습을 통해 레싱은 인간이 갖고 있는 전통적인 가족,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이란 결국 하나의 헛된 이데올로기,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폭로한다.








도스토옙스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막장 집안하면 또 이 집을 빼놓을 수 없다. 어린 시절 아버지 표도르 파블로비치 카라마조프에게 버림받고 어머니 없이 자란 세 형제, 드미트리, 이반, 알료샤가 집으로 돌아온다. 이들은 음탕하고 탐욕스러운 아버지를 동정하거나 혐오하는데, 특히 드미트리와 이반은 노골적으로 또는 은밀하게 아버지의 죽음을 바란다. 그러던 중 아버지가 살해당해 세상을 떠나자 혐의는 유산 문제 및 한 여자를 놓고 갈등 중이던 장남 드미트리에게 쏠린다. 부자간의 재산 다툼, 한 여자를 둘러싼 갈등, 거기에 친부 살해까지 막장 중의 막장 가족이지만 이 비극적인 사건을 통해 도스토옙스키는 갱생과 구원이라는 필생의 주제로 이끈다. 긴 연휴 이 대하장편을 완독하는 것은 어떠신지? 아, 현실 속 가족 관계만으로도 골치가 아프다굽쇼?




체호프, <지루한 이야기>


‘한때 나는 진짜 가족과 함께 집에서 살았었지만 지금은 내 진짜 아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손님으로 와서 식사를 하고 있으며 진짜 리자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바라보고 있는 것만 같다.’ (53쪽) 이 문장이 많은 것을 말해주지 않는가. 많은 이들의 삶이 그렇듯이 이 노 교수에게도 한때는 아름답고 눈부셨던 삶이 있었다. 사랑스러운 아내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딸. 진짜 가족이라 여겨졌던 그들과의 단란하고도 행복한 한때. 그런데 지금의 그 앞에 있는 아내와 딸은 한없이 속물스러울 뿐이다. 아내가 하는 이야기는 오직 돈, 돈, 돈에 관한 것뿐이며 그토록 영특하고 예쁘기만 하던 딸은 어느 사기꾼 같은 녀석한테 홀딱 빠져서는 한없이 그를 실망시키고 있다. ‘어느 노인의 수기’라는 부제가 달려있듯이 이 작품은 한 늙은 교수가 바라보는 삶의 비루함, 쓸쓸함, 고독함, 애잔함이 주를 이룬다.




에밀 졸라, <집구석들>


아침 드라마의 온갖 막장 집안을 생생하게 구경하고 싶은 사람에게 <집구석들>을 추천한다. 요즘으로 치면 아파트 같은 공간, 그 각각의 집구석들의 막장 생활이 화려하게(?) 펼쳐진다. 아내와 처형과 살면서 바람난 부르주아 깡빠르동, 건물주 아버지의 재산에만 관심이 있는 중2층의 큰아들 오귀스뜨 바브르와 2층의 떼오필 바브르, 건물주의 사위이자 고등법원 판사로 도덕성을 강조하며 살아가지만 내연녀를 따로 두고 있는 2층 뒤베리에, 허례허식에 빠져 사는 5층 조스랑 가족 등등  인간의 추악한 면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이 <집구석들>을 지켜보노라면, 아, 나는, 우리 집안은 이 지경은 아니구나! 하는 안도감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아니, 오히려 공감하는 집안이 많을지도?)





기 드 모파상, <삐에르와 장>


<삐에르와 장>은 두 형제 중 한 사람에게 우연히 막대한 유산이 상속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탄탄한 구도 안에서 갈등을 겪는 인간의 마음을 예리하게 묘사하고 있다. 돈을 갖게 된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심리는 물론 두 형제 사이의 갈등. 그뿐만 아니라 이들이 속한 가족과 주변 인물의 심리가 탁월하게 그려진다. 평온한 가정->어느 날 유산이 증여 됨 -> 형제간의 갈등 -> 형 삐에르의 내적 갈등 -> 유산이 장에게 주어진 이유가 밝혀 짐 -> 삐에르와 장의 갈등 증폭 -> 장의 갈등 -> 갈등의 타협 혹은 미진한 해소의 구조로 빠르게 전개된다. 유산은 있어도 문제, 없어도 문제!






후루이 요시키치, <요오꼬/아내와의 칩거>


코로나로 배우자와 칩거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부부싸움도 잦아지고 이혼도 늘어났다는데, <아내와의 칩거>는 그런 끔찍한(?) 상황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회사에서 근무하던 중 고열로 쓰러져 집으로 돌아와 휴가를 내고 몸져누운 남편 히사오와 그를 간병하는 아내 레이꼬의 일주일간을 묘사한 작품으로, 남편은 평일 낮에는 목격할 수 없는 대낮의 자신의 아파트와 아내를 관찰하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인식에 도달하고, 그러기는 아내도 마찬가지. 이 작품은 외부와 접촉이 희박해진 현대인들의 불안정한 현실이 외부에 노출되었을 때 평온한 생활이 위협받는 모습을 보여준다. 근데, 아니 저기 골드문트 님 아내와의 칩거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굽쇼? ㅋㅋㅋㅋㅋㅋ




오에 겐자부로, <개인적 체험>


작가의 장남 히카리가 뇌에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것을 계기로 쓰게 된 작품으로 중중 장애아를 둔 아버지의 내적 변화와 성장을 지켜볼 수 있다. 27세의 학원 강사 버드는 결혼 후 아기가 생겨도 여전히 아프리카로의 모험 여행을 꿈꾼다. 그런데 태어난 아기가 뇌 손상을 가진 장애아라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행동의 자유를 빼앗긴 현실에 절망하고, 아기에 대한 책임감에서 벗어나려 술과 여자에 집착하는데…. 아이는 없지만 나도 우리 고양이들 키우면서 자유가 많이 제한되어 이 작품 읽을 때 여러 부분에서 공감되기도 했다. 부모됨의 의미를 생각하게 되는 작품.






하인리히 뵐,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2차 대전이 끝난 후 독일. 프레드와 캐테는 가난한 중년 부부다. 아이들은 셋이나 있고, 캐테는 심지어 임신을 또 한 것 같아 두렵기 그지없다. 좁은 단칸방에서 복작대며 살다 보니 무엇 하나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아이들은 집주인 눈치를 보느라 숨죽여 노는 법을 이미 터득했고, 옆방에 소리가 들릴까 부부는 마음 편히 사랑을 나눌 수조차 없다. 이와는 달리 옆방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시시때때로 섹스를 하는 바람에 캐테는 아이들이 그 소리를 들을까 전전긍긍한다. 가난에 찌들어 힘겹게 살다 보니 프레드는 자기도 모르게 아이들에게 손찌검을 하게 되기도 하고, 결국 그렇게 사는 것을 견디다 못해 집을 나와 홀로 생활하기 시작하는데…. 작품은 이런 부부의 어느 주말 48시간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전후 독일의 피폐한 상황, 가난에 찌든 하층민의 삶, 가진 자들의 위선적인 면모와 가톨릭교회의 이중적인 모습이 낱낱이 보여준다.




다니자키 준이치로, <세설>


<세설>은 별다른 ‘큰’ 이야기는 없다. 오사카 몰락한 명문가 집안 네 자매 –쓰루코, 사치코, 유키코, 다에코-의 일상생활이 세세하게 그려질 뿐이다. 특히 셋째 유키코의 혼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유키코의 혼담은 이뤄질 듯하다가도 파혼으로 끝나기가 일쑤다. 과연 유키코가 결혼을 하게 될지 궁금한 가운데 나머지 세 자매의 소소한 일상이 잔잔하게 그려진다. 그리고 그 안에서 그 시절 일본 문화라든지 생활상이 놀랄 만큼 세밀하게 드러난다. 그러면서 이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를 죽 읽노라면 아름답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다니자키 준이치로 작품치고는 막장은 아니고 소소한 일일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랄까.





D.H. 로렌스, <아들과 연인>


영국판 <올가미>?  결혼 후 이미 남편에게 실망하고 아들에게 온갖 정성을 쏟는 가운데 유일한 희망이었던 큰아들이 병으로 죽자 모렐 부인은 이제 둘째 아들 폴에게 모든 애정을 쏟아 붓기 시작하며 그에게 자신의 전부를 건다. 아들에게 맹목적인 헌신을 보이는 어머니, 어머니를 맹목적으로 사랑하는 아들. 그러나 폴에게 여자 친구가 생기자 모자 관계는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하는데…. 영국 중부의 탄광촌을 배경으로 폴의 청춘과 성(性)의 고뇌, 어머니와의 근친상간적 관계, 유부녀와의 성적 사랑, 연인과의 정신적 사랑 등 이들 사이의 갈등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어머니들이여, 아들에게 집착 금지!





로맹 가리, <새벽의 약속>


이 작품을 읽으면 로맹 가리의 삶이 그의 어머니가 일구어낸 성공임을 알 수 있다. 러시아에서 태어나 프랑스의 외교관이 되고 최고의 작가가 되기까지- 언제나 그에겐 어머니의 철저한 자기희생과 사랑이 뒷받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가난하고 남루한 생활 속에서도 늘 아들에게는 비프스테이크를 먹이던 어머니- ‘엄마는 왜 먹지 않느냐’며 물었더니 당신은 ‘고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대답한다. 그러나 어느 날 로맹 가리는 부엌에서 어머니가 자신이 먹다 남긴 비프스테이크 접시 기름에 빵을 꼭꼭 찍어 먹는 모습을 보고 눈물을 터뜨린다. 이 세상의 '어머니'라는 존재는 다 이런 것일까. 찢어질 듯한 가난 속에서도 자신의 아들만큼은 최고의 멋진 남자, 성공하는 남자, 최고의 예술가로 자라주길 바랐던 어머니의 기대와 그 기대에 부응하고자 어렸을 때부터 갖가지 시도와 노력을 하는 로맹 가리의 눈물겨운 삶의 투쟁이 이 책 속에는 세밀히 펼쳐진다. 이번 설에 어머니가 소고기가 싫다고 하셔도 한 점 더 구워드리자......



앨리슨 벡델, <펀홈 가족 희비극>


긴 장편이 싫다는 분에게 추천- 정상 가족의 강박 속에서 평생  게이인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고 산 아버지, 그런 남편을 옆에서 지켜본 아내, 그리고 그 둘 사이에서 태어난 레즈비언 딸 등등 별나지만 별나지 않은 한 가족의 모습을 통해 가족 간 갈등, 성장과 독립의 과정을 삶과 죽음,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 고전 문학, 정치, 역사 등으로 촘촘하게 엮어가고 있다. 레즈비언 딸이 폭군 같았던 게이 아버지를 추모하고 기억하는 이 이야기는 덤덤히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슬픔이 차오른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 끼어 있던 어머니의 삶도…. 이번 설에 혹시 커밍아웃 결심한 분 있다면 응원합니다!





자, 이 얼마나 다양한 가족이 있는가. 이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내 가족이 조금 알흠다워 보이지 않는가? 아, 너무 길어서 못 읽었다굽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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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2-01-25 16: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모든 가족들은 다양하게 징글징글해요. 애들한테 집착안합니다. 그저 애들이 학식 먹으러 등교하길 정한수 떠놓고 빌고 있습죠. (이것도 무속신ㅇ…)

잠자냥 2022-01-25 16:25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ㅋㅋ 그렇습니다. 저도 이거 쓰다 보니 참말로 징글징글하네요.ㅋㅋㅋㅋㅋ 만두님 집착 안 하실 타입으로 보입니다.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1-25 16: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페이퍼에는 어쩐 일로 제가 읽은 작품이 몇 개 보여서 아주 흡족합니다.
읽은 것도 있고 사둔 것도 있는데, 저기 가장 눈에 띄는 카밀로 호세 셀라, <파스쿠알 두아르테 가족>은 없네요. 사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집에 있을겁니다. 어디도 안가고.. 그렇지만 아가 조카를 맞이하겠죠. 아가 조카 너무 예뻐요 샤라라랑~ (이상 해피가족모드로 댓글 쓴 1인)

잠자냥 2022-01-25 17:01   좋아요 1 | URL
ㅎㅎ 유명한 작품이 많아서 아마 다른 분들도 많이 읽었을 거예요.
저도 집에 있...다가 엄마한테 가기는 가겠군요. ㅋ 같은 서울인데도 이놈의 귀차니즘. 다부장님 집안은 행복한 가정으로 보입니다.

Falstaff 2022-01-25 16: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세설>이 막장?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개판인 집구석들을 나열하셔서 스크롤 내리면서 키득키득... ㅋㅋㅋㅋ <세설> 때문에 다시 저 위로 올라갔더니 ˝가족 문학선˝이었던 겁니다. 당연히 동의할 수밖에요!

잠자냥 2022-01-25 17:02   좋아요 3 | URL
<세설>은 다른 집구석들에 비하면 막장은 아니죠. ㅎㅎㅎ 걍 평범한 집안? ㅎㅎㅎㅎ

라파엘 2022-01-25 16: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명절 특집 가족 문학선 정말 좋네요!! 항상 좋은 작품들 잘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잠자냥 2022-01-25 17:02   좋아요 3 | URL
길디 긴 글 읽어주시니 제가 더 감사하지요~ ㅎㅎㅎ

새파랑 2022-01-25 17:0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 7권이나 읽었군요 ㅋ <새벽의 약속> 빨리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설날에는 잠자냥님 페이퍼 책과 함께 보내야겄어요 ^^

잠자냥 2022-01-25 17:03   좋아요 4 | URL
새파랑님 정말 독서기계! ㅎㅎㅎ

다락방 2022-01-25 17:15   좋아요 4 | URL
으하하 저 8권 읽었어요. 제가 이겼습니다. 승!!! 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01-25 17:20   좋아요 5 | URL
다부장님 제가 이겼습니다. 전 다 읽었으니까요! ㅋㅋㅋㅋㅋㅋ (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1-25 17:21   좋아요 4 | URL
앗 맞네요! 잠자냥님이 챔피언 이네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새파랑 2022-01-25 17:26   좋아요 2 | URL
<카라마죠프> 3권 짜리니까 전 그럼 9권 입니다~!!
(근데 이작가님도 카라마죠프 당연히 읽으셨을듯 하네요 😅)

다락방 2022-01-25 17:27   좋아요 5 | URL
저 카라마조프 읽었어요.. 하하하하하. 그러므로 제가 여전히 새파랑님은 앞섭니다. 잠자냥 님껜 무릎 꿇었지만.. ㅋㅋ

blanca 2022-01-25 17: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뿜었어요 ㅋㅋㅋㅋ 막장 중에 특히 막장을 고를래요. ^^;;;; <펀홈 가족 희비극>에서 쓰러짐요.

blanca 2022-01-25 17: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또 댓글달아요. 잠자냥님 하나하나 집중해서 읽다 혼자 미친듯이 웃어요.

잠자냥 2022-01-25 17:58   좋아요 2 | URL
ㅋㅋㅋ 깨알 웃음 포인트 찾아주셔서 감사! ㅋㅋㅋ

coolcat329 2022-01-25 19: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글 너무 좋습니다. 두고두고 읽을 페이퍼에요~^^
저는 딱 네 권 읽었네요.
그리고 대체로 다 갖고 있어서 더 좋습니다~^^

잠자냥 2022-01-25 19:48   좋아요 2 | URL
네 권과 앞으로 읽을 책들 가운데 쿨캣 님은 어떤 집안 이야기에 진저리를 치실지 궁금합니다.

Falstaff 2022-01-25 20:29   좋아요 4 | URL
진저리로 치자면 전 <밤으로의 긴 여로>!
다른 작품들을 보면, 정 수 틀리잖아요? 그럼 아, 못살아, 못살아, 하고 이혼을 해버리면 대강 절반은 해소가 되는데, 이 <...여로>는 도대체 가족관계가 얼키고설킨 것이, 저 그리스 고전보다 더 하다니까요!
으.... 그래서 <밤으로의 긴 여로>는 정말, 정말, 정말 명작, 걸작입니다. 크흐흐흐흑....

구단씨 2022-01-25 19: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읽은 작품들이 보여서 페이퍼가 더 반가웠어요. ^^
가족이란 주제로 풀어내기 시작하면 정말 끝도 없을 것 같아요.
지금 집구석들 읽기 시작했어요.
위 목록 중에서, 막장 중의 막장 뽑으면서 한권씩 읽어보고 싶습니다. ^^

잠자냥 2022-01-25 19:47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어쩜 이리도 막장 가족 이야기가 많은지! 더 추릴 수도 있을 거 같은데 넘나리 길어져서 줄였습니다. <집구석들>에서 가장 막장인 집안 고르는 재미도 있을 거 같아요. ㅎㅎㅎ

책읽는나무 2022-01-25 21: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헉헉...한 권이라도 읽은 게 있어서 이런 댓글을 쓸 수 있어 다행입니다!!!헉헉~~
가족......참 좋은 주제입니다.
가족......사랑이기도 그리고 애증의 관계이기도 한..뭐라 할말이 없네요.ㅋㅋㅋ
나열하신 책들에 정신이 팔려서 말이죠^^

잠자냥 2022-01-25 21:45   좋아요 3 | URL
사랑이기도 하고 애증이기도 해서 버릴 수 없는 존재! ㅎㅎㅎ

단발머리 2022-01-25 22: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설맞이 맞춤 페이퍼 너무 좋네요. 저도 몇 권 읽었다고 뿌듯해하려다가 위에 주르르 댓글 읽고 바로 꼬리 내립니다.
전 느릎 나무가 끌리는군요. 움하하하하핫!

잠자냥 2022-01-26 09:35   좋아요 1 | URL
느릅나무 재미있습니다. 욕망으로 끈적끈적한 막장 드라마! ㅎㅎㅎ

mini74 2022-01-25 22: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기 자냥님 민족 대명절을 맞아 본격 가족해체 및 막장을 소개해주시는 이 센스는 무엇 ㅎㅎㅎ 전 7권 읽었어요 ~

잠자냥 2022-01-26 09:36   좋아요 1 | URL
ㅎㅎㅎ 우리 가족은 그래도 이 지경은 아니구나! 생각하면서 위로가 될 것입니다~ ㅋㅋㅋㅋㅋㅋ

- 2022-01-27 0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일 본가 가는 공항에서 뱅기 기다리묘.... 읽도록 하겠습니다.... (너무 안내려가서 불호령 떨어질까봐 명절 쇠러 감... 이 얼마만이람ㅋㅋ)

잠자냥 2022-01-27 08:52   좋아요 1 | URL
잘 다녀오시게~~ 가족하고 싸울 거 같을 땐 이 목록을 되새기고~ ㅋㅋㅋ

케이 2022-01-28 21: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잠자냥님. 저는 운 좋게(?) 이번 설엔 집에만 있을 것 같아요. 그래봤자 쉬진 못하고 5일 동안 아기들과 씨름하겠지요. 남편과 단둘이 애만 볼 생각을 하니 벌써 관절이 아파오는 것 같습니다. ㅜㅜ
영화 [피아니스트] 가 원작이 있는 소설이군요...대학 때 심리학 교수님이 너무 잘 만든 영화라고 추천하셔서 보다가 속이 울렁거리고 불편해서 끝까지 보진 못했어요. 비록 끝까지 보진 못했지만 이자벨 위페르의 징글징글한 연기는 잊을 수가 없네요.
[지루한 이야기]는 전에 알라딘 페이퍼에도 썼지만, 늙은 교수가 자기 사위 될 청년이랑 같이 식사하는 장면 읽으면서 진심으로 배꼽잡고 웃었거든요.ㅋㅋㅋ 근데 마지막 장에서는 제가 울고 있더라고요. 교수가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하며 느낌표로 끝마쳤던 것 같은데 언제 시간 되면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전 아마도 연휴 중 하루쯤은 돌아가신 엄마 생각에 또 울 것 같네요.
잠자냥님은 모든 면에서 완벽한 연휴 보내세요!

잠자냥 2022-01-28 23:20   좋아요 1 | URL
아가들이 잠을 좀 푹 많이 자주면 좋을 텐데요! ㅎㅎ <피아니스트> 영화 정말 울렁울렁 징글징글하죠. 이자벨 위페르 연기도 강렬하고요. 원작도 그에 못지 않게 강렬합니다. <지루한 이야기>는 저도 막판에 울었어요. 참 좋은 작품이죠.
설 연휴 같을 때 엄마 생각 날 거 같아요. 저로서는 상상이 안 가지만… 조금만 마음 아프시고 쌍둥이들 웃음에 많이 웃으시는 연휴되길 바라겠습니다!

수니러브 2022-01-29 16: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밌게잘읽었어요ㅎㅎ

잠자냥 2022-01-29 19:4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독서괭 2022-01-29 20: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냥님 설특집 올리신 걸 모르고 있었네요. 설 오기 전에 읽어서 다행(?) 전 딱 두권 읽었네요 ㅜㅜ
결혼식전날생긴일 - 이건 표지나 제목이나 딱 로설인데요..?? 것도 19금..?? 집에 사서 놔두면 남편이가 오해할 듯?? ㅋㅋ

잠자냥 2022-01-29 22:04   좋아요 0 | URL
ㅋㅋㅋ 그러고 보니 정말 <결혼식 전날 생긴 일> 로설 같네요! ㅋㅋㅋㅋㅋ

nomi0803 2022-01-30 11: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명절 앞두고 와 닿는 글 입니다 불편하지만 어쩔 수 없는 가족 사이에서 힘든 모든 이들에게 위안이 되는 책들과 소개입니다 안 읽어본 책들을 용기를 가지고 읽어 봐야겠어요

잠자냥 2022-01-30 12:06   좋아요 0 | URL
이 세상 사는 많은 이들이 이토록 가족 때문에 힘들고 고통받고 그러면서도 또 위로도 받고 사는구나, 그것만으로도 조금은 위로가 되지 않나 싶습니다.
 
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
최승자 지음 / 난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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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와 커피와 외로움과 가난과 그리고 목숨을 하루 종일 죽이면서 나는 그대로 살아 있기로 한다.’(22쪽) 나에게 그는 이 시대의 마지막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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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1-24 22: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백자평 멋져 근사해.. 😍

독서괭 2022-01-25 13: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백자평 멋져 근사해..2 😍😍
이 시대 마지막 시인이라니!!

- 2022-01-27 0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에겐 첫번째 시인인데... 마지막 시인 되버렸졍. 승자찡...

잠자냥 2022-01-27 08:53   좋아요 1 | URL
첫사랑이 마지막 사랑이여~~
 
파워 오브 도그
토머스 새비지 지음, 장성주 옮김 / 민음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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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쌓아가다가 마지막에 터뜨리는 솜씨가 일품이다. 모든 인물의 심리 묘사가 압권이지만, 필, 이 악마와도 같은 못난(?) 남자의 뒤틀린 심리 묘사는 진짜 대단하다. 징글징글할 정도로 밉상인데 마지막엔 그래서 더 연민이 인다. 그가 자기 손을 가만히 바라보던 장면을 결코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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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1-23 01:1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토마스 새비지 이름 기억해야지요. 읽을 책만 자꾸 늘어나는 서재는 그래서 좋습니다. ^^

잠자냥 2022-01-23 01:39   좋아요 3 | URL
네 그게 서재의 매력이겠죠. ㅎㅎ

그레이스 2022-01-23 01: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영화가 있군요
그러나 저는 원작소설로!

잠자냥 2022-01-23 01:40   좋아요 3 | URL
저는 이제 영화도 보려고요. 원작을 보니 영화도 더 궁금해집니다. 이 작품을 제인 캠피온 감독은 어떻게 스크린으로 재현했을지.

coolcat329 2022-01-23 09:1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 묘사가 압권이군요! 부럽습니다. 책읽고 영화까지~^^

잠자냥 2022-01-23 11:56   좋아요 3 | URL
영화를 먼저 볼뻔했는데 원작을 먼저 읽기를 잘한 거 같아요~

청아 2022-01-23 09: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악마와도 같은 못난 남자의 뒤틀린 심리묘사‘,‘밉상인데 마지막에 연민이있다‘저 이런거 너무 좋아해요!!ㅎㅎ

잠자냥 2022-01-23 11:58   좋아요 2 | URL
네 그 밉상 인물 연기를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했더라고요. 왠지 더 밉상으로 보일 듯. ㅋㅋㅋ

- 2022-01-24 11:37   좋아요 2 | URL
백자 평 보니 책으로도 읽어보구 싶어요. ㅋㅋ 영화로 봤을 때는 한 마초남의 숨겨진 내면(?) 정도로 생각했는 데... 베네딕트 컴버배치 연기 진짜 개 밉상이엇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 파워 오브 도그 적인 밉상이었어여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마지막에 좀 짠 하고ㅋㅋㅋㅋㅋㅋ 영화가 수작이었나 보네요 ㅋㅋ

mini74 2022-01-23 09: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징글징글 밉상인데 마지막엔 연민이라니 궁금해지네요. 재목도 재미있고~~

잠자냥 2022-01-23 11:59   좋아요 3 | URL
네 한번 읽어보세요. 책 자체도 재미납니다.
 
이반과 이바나의 경이롭고 슬픈 운명
마리즈 콩데 지음, 백선희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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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다른 이의 마음을 헤아리게 해줄 뿐만 아니라 낯선 장소와 사건, 잘 알지 못했던 장소로 이끌어주기도 한다. <이반과 이바나의 경이롭고 슬픈 운명>을 읽으며 나는 스마트폰으로 ‘과들루프’를 검색해 그 나라의 위치와 역사 등을 짧게나마 살펴보고 책 속으로 돌아갔다. 과들루프는 카리브해에 위치한 프랑스의 해외 영토이다. 지도를 넓게 펼쳐서 대서양, 카리브해 연안의 과들루프에 이어 아프리카의 말리를 건너 프랑스까지 한눈에 살펴보니 얼핏 삼각형을 이룬다. 말리 또한 한때 프랑스의 지배를 받던 곳이다. 그리고 이 삼각형은 쌍둥이 남매 ‘이반’과 ‘이바나’가 태어나 성장하고 성인이 되어 각자의 삶을 살아간 여정이기도 하다.

이반과 이바나, 두 남매는 한날한시에 태어난 쌍둥이이다. 엄마인 시몬의 자궁 속에서 열 달 동안 꼭 붙어 지내다가 울음소리와 함께 각자의 삶으로 던져지지만, 아직은 그 세상이 낯설기만 해 여전히 서로를 껴안고 잠든다. 아버지는 없다. 시몬도 이반과 이바나가 태어남으로써 그녀 주변의 많은 여자들처럼 미혼모가 된 것이다. ‘왜 어떤 땅은 유독 다른 땅보다 미혼모들로 넘쳐날까? 그곳 여자들이 더 예쁘고 더 유혹적이어서? 그곳 남자들의 피가 더 뜨거워서? 그 반대다. 오히려 극심한 곤궁에 처한 곳이어서다. 성행위만이 유일한 기쁨인 곳. 그곳에서는 성행위를 통해 남자들은 위업을 달성한 듯한 느낌을 받고, 여자들은 사랑받는다는 환상을 얻는다.’(56쪽)

시몬은 남매에게 이반과 이바나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이반, 온 러시아를 다스린 차르의 이름이며 이바나는 그 이름의 여성형이다. 아이들이 그렇게 세상에서 중요한 존재가 되어 당당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엄마의 마음과 달리 현실은 척박하기만 하다. 물론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다. 남매의 어린 시절은 나름 행복하다. 어머니의 무한한 애정과 카리브해 지역의 찬란한 햇살, 눈부신 바다 등 세상은 아름답다. 그러나 그 행복은 그들이 자라남에 따라 서서히 균열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들은 미혼모의 자식인 데다가 피부색이 검다. 게다가 이 과들루프는 한때 프랑스의 식민지였고, 이제는 해외 주(州)가 되었지만 본토에 비해 극심하게 소외되고 궁핍한 땅이다.

이곳에서 힘 있는 자들은 모두가 본토에서 온 사람들이고, 이반과 이바나처럼 피부색이 짙은 이들은 허드렛일을 하면서 살아간다. 두 아이는 자신들의 피부가 검고 곱슬머리라는 것을, 어머니가 형편없는 보수를 받으며 밭에서 지치도록 일해도 가난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걸 단번에 깨닫는다. 그리고 이 사실은 남매의 마음에 큰 상처를 남긴다. 그들은 저마다 결심한다. 그러나 제아무리 사이좋은 쌍둥이라도 같은 상황을 보고 느끼는 것과 다짐은 꽤 다르다. 이바나가 사회에 순응해 그 안에서 자기 삶을 좀 더 낫게 꾸려가고자 애쓴다면 이반은 자신을 가난뱅이에 검은 피부로 태어나게 한 운명을 저주하고, 분노에 사로잡혀 반항한다. 물론 거기에는 이반을 향한 뜻하지 않은 일련의 사건들이 크게 영향을 준다.


거짓과 신화, 가식은 무너졌다. 그는 부당하고 독단적인 제국주의적 지배력 아래 보낸 세월로 인해 오늘날까지도 사람들에게 고통을 안기는 폐해들이 초래됐다는 걸 깨달았다. (67쪽)

이 나라를 떠나야 해. 여긴 독창적인 것이라곤 창조된 적이 없고, 좋은 건 아무것도 나올 수 없는 유럽의 한 속국일 뿐이야. 유럽으로 가서 거기서 자본주의의 심장부를 쳐야 해. 이반은 완전히 납득하지 못한 채 그의 말을 들었다. 유럽으로 가기를 바랐지만 자본주의를 파괴하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더 나은 삶, 그가 과들루프와 말리에서 경험한 것보다 나은 삶의 조건들을 찾기 위해서였다. (123쪽)


이반과 이바나는 더 나은 삶을 찾아 과들루프를 떠나 아프리카의 말리, 그리고 마침내 수많은 역경을 거쳐 본토인 프랑스에 도착한다. 이 두 남매는 정말로 가난을 벗어나고 자기들이 각자 결심했던 것처럼 엄마를 고단한 삶에서 벗어나게 해줄 만큼 성공할 수 있을까? 사실 이 책의 제목에서 그럴 수 없음을 독자는 알아차릴 수 있다. ‘슬픈 운명’이라는 단어가 많은 것을 이야기해 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반과 이바나 남매의 남다른 애정은 삶의 매고비마다 힘이 되어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각자에게 독이 되기도 한다. 서로를 향한 자신들의 애정이 비정상적이라는 것을 깨달은 이바나가 이반으로부터 멀어지려고 할수록 이반은 뜻하지 않은 사건에 계속 휘말리고, 그럼으로써 이 둘의 운명은 엄마의 자궁 속에 있었을 때와는 전혀 상반된 길을 걸어가게 된다.


“두 아이는 서로 너무 좋아해서 해치지 못해요.” 그녀는 사랑이 반反-사랑만큼이나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어느 위대한 아일랜드 작가가 이렇게 노래했다는 걸, “누구나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죽이지.”(57쪽)


사실 이 책을 읽다 보면 이반과 이바나의 비정상적인 관계에 당혹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아무리 쌍둥이로 태어난 사이좋은 남매라지만 근친상간에 가까운 애정을 느끼는 그들의 모습에서 사뭇 불쾌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이반과 이바나 뿐만이 아니라 이 작품에서는 또 다른 인물들이 그런 관계로 등장하기도 해서 작가 마리즈 콩데는 이런 독특한 관계를 통해 무엇을 말하려는 것일까 계속 질문하게 된다, 마리즈 콩데는 샤를리 에브도 테러 발생 전후로 일어난 산발적인 테러 사건 중 한 사건에 특히 주목했다. ‘아메디 쿨리발리’라는 말리 출신 테러리스트가 갓 임용된 마르티니크 출신의 스물여섯 살 여성 경찰관 ‘클라리사 장필립’을 파리 근교 몽루주에서 총으로 저격해 사망에 이르게 한 극단주의 테러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검은 피부를 가진 테러리스트에게 희생당한 검은 피부의 여성 경찰관-한 사람은 한때 프랑스의 지배를 받았던 말리 출신이고 나머지 한 사람도 여전히 프랑스의 해외 레지옹의 하나인 마르티니크 출신이다. 그리고 그 사고를 접한 마리즈 콩데 그 자신도 프랑스령 과들루프에서 태어났다. 작가는  이 테러 사건에 얽힌 인물을 중심으로 상상을 더해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똑같이 검은 피부를 지닌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이슬람 극단주의자 테러리스트로, 한 사람은 그런 테러리스트에 맞서는 경찰관으로 대치하다 프랑스 땅에서 목숨을 잃었다. 같은 아프리카 땅에 뿌리를 두고 있을 그들이 그렇게 대치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이반과 이바나처럼 한 어머니의 자궁 속에서 서로 다정히 지내다 한날 한시에 태어났어도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그들에게 주어진 환경에 따라서 얼마나 삶은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이반이 깨뜨려버리고 싶던 그 사회에 나날이 더 순종적으로 변해간 이바나의 선택이 잘못된 것인지, 아니면 그저 세상을 향한 분노만을 품은 채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슬람 극단주의자로 변모해간 이반의 삶이 잘못된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이 부조리한 삶을 잉태하게 한 세계 자체가 잘못된 것인지 판단은 이 책을 읽는 이들 저마다의 몫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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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1-21 23: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이 페이퍼 누워서 폰으로 읽다가 제대로 읽으려고 맥북 켰다. 페이퍼만으로도 압도되는 어떤 지점이 있네요. 굉장히 강렬한 소설일 것 같고. 소설의 세계는 참 멋진 것 같아요! 이런 이야기들에 접속하는 거 좀 두렵지만 언젠가는 꼭 ___++

잠자냥 2022-01-22 13:06   좋아요 1 | URL
누워서 맥북으로 읽지 ㅋㅋㅋㅋㅋㅋ

- 2022-01-22 13:48   좋아요 1 | URL
맥북을 눕히는 게 더 일이여 ㅋㅋㅋ